약간 매움,설정오류 있습니다.


----


빌어먹을,나는 지금 바이오로이드와 단칸방에서 단둘이 있다. 
  그것은 가증스럽게도 전쟁을 모르는 겉모습을 하고있었고,둥글고 녹빛의 눈동자는 나를 어쩔 줄 모르게 만들었다.

 정부와 기업은 항상 앙숙관계였다. 적어도 내가 살아있던 동안은 그랬다. 나는 우수한 군인이고 한 여자의 남편이자 한 아이의 아버지였다. 전쟁에서 철혈이라 불리는 발할라에 의해 모든 걸 잃기 전까지.
 동료들과 함께 눈밭에 나가던 때였다. 바람소리는 총성에 묻혔고 눈밭에는 빨간 웅덩이가 피어났다. 전우들은 운이 좋게도 즉사,나는 팔과 다리 한쪽씩을 잃고 우숩게도 살아남았다. 돌아가서 공포를 전하라는 듯이 나는 죽진 않았다. 고도로 훈련된 특수부대도 그것들 앞에서는 고깃덩이에 불과했다. 

 전쟁이 끝나자 내 가정은 사라져있었다.

"자네..분하지 않나?"

 준장님은 팔과 다리를 한쪽씩 잃고,가정마저 빼앗겨 술로 살아가던 나를 부르셨다. 그분은 전쟁이 끝났어도 아직 끝이 아니라고 하시는 분이다. 정부에서는 오리진 더스트를 이용한 군인의 본격적인 개조,사이보그 시술등으로 반격을 꾀하는 자들도 있었고,그게 그분이셨다. 다른 이들과는 다르게 포기하지 않은 군인이자 인간,나와는 다르게 말이다.
 나는 군인이라기엔 싸울 의지가 없었으며 인간이라기엔 살 의지가 없었다.
 
"저에게는..이제 무엇도 의미가 없습니다."

"자네는 유능한 군인이였네."

준장님은 나에게 두가지를 주며 제안하셨다. 이 두개를 받고 나중에라도 다시 싸울 마음이 든다면 연락하라고. 
 
 하나는 아직 개발단계지만 전투용 바이오로이드와 겨루기 위해 개발된 의수와 의족이였다. 사용할수록 익숙해진다고 하였으나 그러기 전까지는 수전증에 절음발이 신세이다. 그래도 없는 것보다는 훨씬 나앗지만.

다른 하나는 바이오로이드였다. 그것도 내가 있던 중대를 공격한 소대의 바이오로이드. 보급담당이였던 검은 머리카락의 꼬맹이 하나를 제외하고 전부 죽었다고 한다. 아니,바이오로이드는 물건이니 망가졌다고 하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것이다. 
 그분이 날 다시 타오르게 하기 위해 준비한 그 물건은 생각보다 효과적이였다. 

"뭘하든 상관없네,이제 그건 자네 물건이야. 불법이지만 비싼 값 치루고 억지로 구해왔네. 우리들 중 가장 화가 나는 건 자네가 아닌가?"

그 이후로 집에 돌아오기까지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정신이 들었을 때,나는 성인도 되지 않은 어린아이와 서로 마주보고 서 있었다.
 '분하지 않나?'
 심장이 뛰다 못해 고막과 목구멍까지 같은 박자로 움찔거렸다. 귀는 둥둥거리고 목에서는 이글거리는 열기가 쓰린 위액과 함께 올라와 뇌를 자극했다.
손이 떨리고 다리가 후들거렸다.
어째서 이 꼴이 된 것인가. 왜 나는 모든 걸 잃어야만 됐을까. 왜 빼앗기고서 되찾지도 못하는 모습이 됐단 말인가. 나약하고 상처입어 무엇하나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모습이! 되찾자,복수하고 돌아가서 되찾는 것이다!

긴장과 분노로 침이 입안에 가득 고일 때쯤,물건이 입을 열었다.
"...살려주세요.."

 그 순간 올라오는 열기탓에 나는 화장실로 달려가 변기에 구토를 하였다. 먹은 것도 없기에 투명에 가까운 액체들을 흰거품과 함께 쏟아냈다. 소리 없는 비명을 온몸으로 지르듯이 목에 핏대를 세워가며 토하였다.
 그러자 그 물건은 그런 내 등을 두드렸다. 결코 적의나 복수심이 아니라 도움을 주려는 듯이,작은 주먹으로 통통 소리를 내며 두드렸다.

"괜찮아요? 아저씨? 아저씨?"

 나는 어찌해야 되는가,나는... 뭘 해야 하는가.
전장에서 나에게로 온 그것은 역설적이게도 어린아이의 모습을 하고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