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는 발 밑에서 버둥거리는 스파르탄 캡틴의 몸통을 말 그대로 으깨버렸다. 


펙스의 로고가 새겨져 있는 캡틴은 맥 없이 부동액을 토해내며 쓰려졌고, 캡틴을 비롯한 스파르탄들의 잔해는 전부 알파의 위장 속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AGS들과 철충들의 잔해를 먹어치우던 알파는 문득 과거의 자신을 떠올렸다.


알파는 언제나 허기에 굶주렸고, 배가 부를 때까지 눈 앞의 동족들을 계속해서 먹어치우기 시작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교활해 보이는 존재와 한 쪽 팔이 커다란 존재, 그리고 하늘을 부유하고 있던 존재가 자신을 좋지 않은 시선으로 노려보고 있는 것을, 알파는 느낄 수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허기에 굶주린 알파의 앞에 커다랗고 먹음직스러운 존재들이 자신으로부터 달아나자 알파는 그들을 계속해서 뒤쫓았고, 그들을 먹어치우려는 순간, 굉음과 함께 자신이 왔던 길이 연기와 함께 사라져 버렸고, 교활한 존재와 한 쪽 팔이 커다란 존재가 알파를 비웃고 있었다.


그렇게 그들은 알파를 버리고 떠나버렸다.


섬에 갇힌 이후로 하늘에서 주기적으로 먹잇감들이 떨어지곤 했으며, 어쩌다 몇 번씩은 '펙 스'라는 곳에서 온 듯한 AGS들이 섬을 찾아오곤 했다.


물론 그 존재들은 전부 알파의 식사거리가 되었지만 알파는 결코 만족할 수 없었다.


알파로 불리는 존재답게 일부의 지능을 갖춘 그것은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여 마침내 결론을 내렸다.


자신의 왔던 길을 다시 만들어내면 더 많은 것들을, 눈 앞의 모든 것들을 먹어치울 수 있을 것이었다.


또한 섬을 빠져 나가면 자신을 이 섬에 가두었던 세 존재들 또한 자신이 직접 죽이고 그 살을 취할 것임을 알파는 똑똑히 알 수 있었다.


더 이상의 생각은 불필요했다.


알파는 천천히, 하늘에서 떨어지는 먹잇감들을 먹으며 섬을 빠져나갈 길을 다시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어느 날, 또 다른 먹잇감들이 하늘에서 날아오는 것을 알파는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이질적인 느낌이 들었다. 




"섬 초입구부터 정말이지...끔찍하군."


아더는 섬의 광경에 도저히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었다. 


갈갈이 찢겨나간 철충들의 시체와 일부가 파먹힌 듯한 상흔들에는 파리들이 잔뜩 꼬여 있었기에 데드 오스트 대원들 조차 고개를 돌릴 수 밖에 없었다.


"분위기가 너무 안 좋습니다. 그 구조자가...아직도 살아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살아 있어야죠, 그래야 제가 그 귀한 걸 얻어갈 수 있을텐데."


"제발 입 좀 다무시면 안됩니까? 그 놈의 영상 데이터 쪼가리가 뭐 그리 중하다고..."


"둘 다 조용히 하세요. 여긴 알파의 소굴이라고요."


대형급의 알비노 프레데터를 '알파'라 부르기로 했는지 다섯 명은 천천히 숨을 죽이며 주변을 수색해 나갔다.


"탐지기에 잡히는 건 없나?"


"...없습니다, 전부 죽은 것 같...잠깐!"


소라의 말이 끝나기도 무섭게 무언가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렸고, 아더와 그렘린, 그리고 데드오스트 대원들은 일제히 소리가 들린 수풀을 향해 총구를 겨누었다.



"......."


아더는 두근거리는 심장을 진정시키며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고, 안전 장치를 자동으로 바꾼 그는 곧바로 수풀 안 쪽으로 들어가자마자 곧바로 무언가가 모습을 드러내자 곧바로 머리를 향해 총구를 겨누었다.


"씨,씨..씨팔!! 너네 다 뭐야!! 너네 다 뭐냐고!!!"


오히려 AGS들의 전선과 합금 파편으로 엮은 갑옷들을 입은 동시에 반쯤은 정신이 나간 듯 해 보이는 커넥터 유미 개체 중 하나였다.


"이...이...씨발 썅놈의 후로잡년 새끼들! 사령관이 보냈든? 어? 날 죽이라고?! 이 개 호로잡년이 나한테 해 준 것도 없으면서 왜...!"


자신보다 몇 배는 더 큰 아더에게 두려움 없이 조잡한 창을 겨눈 유미는 입에 거품을 물며 경계를 풀지 않았고, 캐틀린과 소라가 유미를 제압하려는 순간, 그렘린이 둘보다 먼저 나섰다.


"이봐요, 진정해요! 난 거래를 하러 왔다고요! 당신은 구조대를 원했고, 난 멸망 전의 영화를 받으러 왔다고요! 기억해요? 네?"


그렘린이 아더와 대원들에게 총을 내리라는 눈빛을 하자 넷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총구를 내렸고, 그제서야 유미의 표정이 조금씩 풀리기 시작했다.


 

"마,마,맞아..그랬어. 난 구조되고, 넌...영화...그거 받고...맞아..."


유미는 한참을 중얼거리다 창을 내렸고, 이내 고개를 내젓는 것도 모자라 뺨을 수차례 때리며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다.


"아...죄송해요, 내가...내가 얼마나 여기 있었더라? 3년? 4년하고 반이었나? 왜 2년까지만 기억...아 맞아...내가 뭘 이야기하고 있었지? 어?"


한참을 횡성수설하던 유미를 내려다보던 아더는 한숨을 쉬며 그렘린을 바라보았다.


"아무래도 대화는 너하고만 가능할 것 같은데, 통역 좀 해줄 수 있겠나?"


"안될 거 없죠! 좋아요, 유미 씨. 우리 일단 안전한 데로 가서 이야기 할 수 있을까요? 여기서 이야기 하기에는 너무나도 무섭고 음침해서요.


어때요? 엄청 안전하고 따뜻하고 아늑한 곳으로 가서 이야기를 잔뜩 하는 거에요! 어때요? 끝내주죠?"


"아...맞아...그래야지. 어서 돌아가야 해. 너무 오래 지체했어. 놈이 올거야. 왕 중의 왕이 온다고...! 어서 가자! 빨리!!"


유미의 표정이 점차 불안해지더니 이내 저 멀리 보이는 동굴을 향해 미친듯이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한 동안 먹지 못해 바짝 야윈 몸으로도 빠르게 달려가는 유미의 뒤를 다섯 명이 급히 쫓아갔고, 동굴 안으로 들어가자 유미는 재빨리 벽에 부착된 홀로그램 장치를 가동시켰다.


동굴의 입구가 홀로그램으로 가려지자 유미는 그제서야 정신이 온전해진 것인지 창을 바닥에 내던지며 아더를 올려다보았다.


"이...인간이다... 인간이라고...! 인간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