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더와 관계를 끝마친 사령관은 델몬트 주스를 집었다.


  보통 다른 여성과 관계하고 나면 얼마 동안 서로를 부둥켜안곤 했지만 페더는 그런 걸 싫어했다. 땀에 젖어 끈적끈적한데 뭐하러 또 피부를 겹치냐는 거였다.


  잠자리에 있어서 수동적인 사령관은 이번에도 상대의 요청에 따라 몸을 뗀 채 혼자만의 시간을 가졌다. 언제나 하는 생각이지만 정을 나눈 후 여성의 발갛게 달아오른 엉덩이는 치명적이리만치 매력적이다. 주스를 든 반대편 손으로 페더의 엉덩이를 움켜쥐자 여운을 즐기던 페더가 고개를 돌려 째려봤다.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

  “네 엉덩이 만지고 있는데?”

  “병 주고 약 주는 거예요? 아까까진 손바닥으로 때리셨으면서.”

  “네가 때려달라고 했잖아.”

  “그렇긴 해요.”


  단숨에 긍정한 페더는 베개에 얼굴을 비비며 발바닥을 파닥거렸다. 개인적인 소견이긴 한데, 페더는 냄새에 민감한 편인 듯싶다. 말은 하지 않아도 관계할 때마다 샤워할 틈도 주지 않고 거칠게 밀어 붙여오는 게 확실했다.


  지금도 베개에서 사령관의 체취를 감미롭다는 듯이 빨아들이던 페더는 불현듯 고개를 돌려 똘망똘망한 눈망울을 드러냈다.


  “저희 요즘 매너리즘에 빠진 건 아닐까요?”

  “매너리즘?”


  단언컨대 사령관은 한 번도 그런 적 없다.


  상대 여성과 몸을 겹칠 때마다 늘 새롭고 짜릿했던 그에게 매너리즘이란 단어는 거리가 먼 것이었다.


  오렌지 주스를 목구멍에 털어놓으며 부정했다.


  “아니, 그런 것 같진 않은데?”

  “그래서 제가 또 조사해온 게 있죠.”


  그러거나 말거나, 이번에도 페더는 마이페이스로 얇은 책 한 권을 꺼내들었다. 표지에 적혀진 제목이 가관이었는데, 연인과 함께하는 자궁절정 – 포르치오 섹스였다.


  누가 봐도 준비해온 게 분명했기에 사령관은 골머리를 싸맸다.


  “이번엔 그거야?”

  “잘 생각해 보세요, 사령관님.”


  페더는 누운 자리에서 손짓, 발짓을 동원해가며 사령관을 설득시켰다. 대충 내용을 요약하자면 원활한 성관계를 위해서 다양한 시도를 해야 하며, 실제로도 남성과 여성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오르가즘을 느낄 수 있는 체위를 찾던 중 발견한 게 포르치오 섹스였단 것이다.


  이야기를 듣고 난 사령관은 회의적인 태도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그거 말도 안 되는 거잖아. 어떻게 자궁으로 절정을 느껴? 거기에 남자께 들어가긴 해?”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요.”


  한심하다는 듯이 고개를 젓는 페더의 엉덩이를 세게 움켜잡았다.


  “앗...! 정말! 할 말 없어서 엉덩이 만지는 거 그만하세요!”

  “할 말 없게 만드는 게 누군지 알고 있긴 해?”

  “저의 총명하고 현명한 논리에 반박할 수 없다고 몸으로 해결하려 들지 마요. 제 몸이 매력적인 건 알고 있어도 상황을 봐가면서 그러셔야죠.”


  얼빠진 소리긴 해도 한 가지 진실엔 고개를 끄덕였다.


  “매력적인 건 맞지.”

  “으음...”


  예상치 못한 칭찬을 받은 페더의 얼굴이 삽시간에 붉어졌다. 기쁨 섞인 부끄러움을 숨기기 위해서인지 발장구치는 빈도가 늘어났다.


  “어쨌든 사령관님께서는 그럴 만한 의무가 있어요! 오르카 호 대원들을 생각한다면 응당 그러셔야 하옵니다.”


  사극 말투는 또 어디서 배운 거야. 이쯤 되니 자료의 출처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계속 논리적으로 반박해봤자 궤변에 억지를 덧칠할 게 분명하니 그냥 맞장구쳐주기로 했다. 대화하다 보면 제풀에 지쳐 억설을 멈추지 않겠는가? 


  본인이 달변가라고 생각하는 페더에게 물었다.


  “그럼 그 포르치오라는 거 자궁을 말하는 거야?”

  “아뇨, 정확히는 자궁경부의 일부인 자궁 질부를 말하는 거예요.”

  “거기를 넘어서 자궁벽을 두드리는 게 포르치오 섹스지?”

  “그게 말도 안 되는 판타지라니까요.”


  페더가 몸을 돌려서 자신의 코 망울에 손가락을 가져다 댔다.


  “코에 야구 방망이를 넣으라면 넣을 수 있겠어요? 자궁 질부의 입구는 3~4mm가 평균적이고 남성의 성기 직경이 5~6cm예요. 최소 12배에서 최대 20배까지 차이가 난다고요.”

  “그래?”

  “그리고 자궁벽을 건드려져서 느낄 거로 생각하는 게 말도 안 된다는 거예요. 내장을 만져져서 성욕을 느끼는 사람이 있나요?”

  “그건 좀.”

  “그거랑 마찬가지예요. 극히 드문 경우도 있지만, 평범한 건 아니란 거죠.”

  “굉장히 고통스러운가 보네?”


  콧구멍에 야구 방망이를 집어넣는 상상을 해봤더니 등골이 시렸다. 만성 비염 때문에 주마다 1번씩 면봉을 넣을 때도 지극히 고통스러웠던 경험이 상기됐다.


  “여자만 느낄 수 있는 고통 중 최고로 분류되는 격통이에요. 사령관님의 잘못된 성 지식 때문에 큰일 날 뻔했군요. 제 덕분이에요, 어서 머리를 쓰다듬어주세요!”


  우쭐해하는 페더의 엉덩이를 쓰다듬자 손바닥으로 쳐내졌다.


  “엉덩이에 좀 그만 집착하시라고요!”

  “그럼 자궁 질부는 어디에 있는데? 닿을 수 있기는 해? 거기서 쾌감을 느끼는 게 가능하다고?”

  “물론이죠, 그럼 실습해보실까요.”


  이야기 전개가 너무 빠르다.


  “너무 갑작스러운 거 아니야? 그리고 방금 막 끝난 참인데... 어떻게 하는지도 몰라.”

  “간단해요, 일단 제 위에 올라와 주세요.”

  “아냐, 무리인 것 같은데 다음에 하자. 나도 지쳤어.”

  “정말요?”


  가까이 다가온 페더가 턱을 들어 올렸다. 턱과 상체를 연결하는 사각근이 팽팽해짐에 따라 쇄골의 오목 파인 부분이 더더욱 깊어졌다. 의도적으로 쇄골 뼈를 입술에 비벼오는 페더의 유혹에 언제 그랬냐는 듯이 건강해지고 말았다.


  만화 속에 서큐버스처럼 요염한 미소를 지은 페더가 빨간 혀로 분홍색 입술을 핥았다.


  “역시. 쇄골에 페티시 있으신 거 맞죠?”


  묵묵부답으로 대답했다.


 /


  “네, 그렇게 올라오셔서 천천히... 으음... 좀~! 천천히 들어오세요!”

  “그래서 이 다음엔 어떻게 하는데?”

  “편하게 다리를 옆으로 두시고 상체를 포개시면 돼요.”

  “그리고?”

  “천천히 움직이시면 돼요. 끝을 두드리듯이 천천히. 남은 두 손이랑 얼굴은... 정말! 엉덩이에 한이라도 맺히셨어요?”


 /


  10분 정도 지났을까?


  페더의 얼굴이 발갛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괜찮아?”

  “네? 뭐가요? 저요? 완전 괜찮은데?! 사령관님은요?”

  “힘들긴 한데 기분 좋아.”

  “후후, 언제까지 평상심을 유지할 수... 하앗! 말할 때 움직이지 마세요!”


 /


  30분 후.


  “사, 사령관님?”

  “왜?”

  “조금만 쉬었다 할까요? 제가 힘든 건 아닌데 사령관님 몸에서 땀이 나서 축축해요.”

  “네가 오줌 싸서 축축한 거잖아.”

  “네? 제가요? 아닌데, 전혀 아닌데! 사령관님이 흘린 거 아니에요?”

  “그래? 그럼 상관없으니 계속하자.”

  “아! 그게 아니라...!”


 /


  50분 뒤.


  “싫어, 안돼, 잠깐만 놔줘, 놔줘요!”

  “움직이지 마, 나도 힘들어. 왜?”

  “안돼, 싫어. 다음부턴 이런 거 안 부탁할게요. 잘못했어요, 놔주세요, 사령관님. 더 이상 가고 싶지 않아요, 허리에 힘 다 빠졌단 말이에요...”


  잔뜩 흐트러진 채 눈물 흘리는 페더의 연약한 모습은 사령관의 가학심을 부채질할 뿐이었다.


  “난 아직 못 갔는데?”

  “제발요. 잘못했어요, 이렇게 빌게요. 다신 건방지게 행동하지 않을게요. 제발, 한 번만 봐주세요.”

  “그래?”


  고민하는 척하던 사령관이 싱긋 웃었다.


  “싫어.”

  “이 나쁜...! 앗, 아앗?! 아, 아아, 안돼! 또, 또 가... 온다, 왔어, 커다란 게, 사령관님 빨리, 빨리!”

  “그래, 그래.”


  꼭 껴안았다.


  “응앗, 앗! 아아아아아아!”





  이번엔 좀 수위 높은데 야짤 걸어야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