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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빛이시여! 우리의 찬양을 들으소서!”

 결전의 날이 밝았다. 코헤이 교단 영국 셰필드 지부의 토요 예배. 주중 가장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지부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날이었다.

 어째서 예배가 일요일이 아닌 토요일인지는 모른다. 오래전부터 이어져온 기독교의 일요 예배와 차별화를 두는 것일까. 아니면 유대인의 안식일을 지키는 것일까. 어쩌면 종교적인 이유와는 아무 상관이 없을지도. 그저 주6일 근무자들이 회사를 포기하고 교단을 선택하게 하려는 충성 테스트일지도 모른다.

 아무 상관도 없는 이야기다. 중요한 것은 이날, 수많은 사람들이 이 셰필드 지부에 모인다는 것이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그 중에는 내 목표인 베솔로바 피터슨도 있을 것이다. 오늘 그녀와 접촉한다. 아자젤과 함께.

 아자젤이 ‘빛’과 코헤이 교단을 부정한다면 베솔로바는 자신이 믿어의심치 않았던 이 코헤이 교단이 사이비 집단이었다는 것을 깨닫겠지. 자신이 써온 돈과 시간이 무의미한 것이었다는 것을 깨닫고 자신의 남편의 품으로 돌아갈 것이다. 그리고 나는 파운드라는 이름의 달성감을 얻게 되겠지.

 그를 위해 나는 일반 신도의 자리에 앉아있다. 베솔로바가 잘 보이는 자리에, 그녀를 아자젤과 만나게 하기 위해서.

 “빛께서 가라사대, 오늘 이 예배에 참석한 그대들에게 복이 있을지니!”

 그리고 아자젤. 그녀는 용케도 자신의 신앙을 숨기고 있었다. 이름조차 알 수 없는 그 신. 그녀는 그 신을 섬기고 있다는 것을 모두 앞에서 숨기고 거짓을 고백하고 있었다. 죄책감조차 들지 않겠지. 그녀는 ‘빛’이라는 신이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음을 확신하고 있으니.

 아자젤은 오늘 계획에서 가장 중요한 위치에 있다. 그녀가 없다면 베솔로바를 설득하는 것은 커녕, 베솔로바를 만나는 것조차 불가능했으니까. 이 자리에서 빛을 찬양하던 아자젤이 갑자기 빛을 부정한다면. 그 말을 들은 베솔로바의 표정이 궁금해질 따름이었다.

 “오늘의 라미엘도 베솔로바 피터슨 성도님의 도움으로 준비할 수 있었습니다!”

 매주 똑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또다른 라미엘은 죽어갈 것이었고 이 ‘성도’라는 자들은 라미엘의 죽음을 보며 감명을 받겠지. 그것도 오늘로 끝이었다. 베솔로바가 없어진다면 누가 매주 라미엘을 살 돈을 대겠는가.



 그래, 모든 것이 끝날 때가 다가왔다. 예배가 끝난 것이다. 오늘도 마찬가지로 수많은 신도들이 베솔로바에게 다가왔다. 오늘의 나는 그들의 인파에 밀려나지 않았다. 오히려 헤치고 나아갔다. 그녀에게 전할 말이 있으니까. 그녀가 혹할 말이 있으니까.

 “베솔로바 피터슨 장로님! 피터슨 장로님!”

 나는 그녀를 불렀다. 그녀가 나를 돌아볼 때까지 불렀다. 그녀를 찬양하는 수많은 무리의 소리에 묻히지 않기 위해 나는 소리를 질렀다. 그러나 그녀는 돌아보지 않는다. 내 목소리를 듣지 못한다. 그녀에게 나는 어떤 사람일까. 그저 이 주변의 모든 신도들과 다를 바 없는 사람이었다. 자신의 자존감을 채우기 위한 도구에 불과하겠지. 그녀에게 그녀를 부르는 사람들은 대답할 가치가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그정도는 예상했다. 그를 위한 보험 역시 마련해두었다. 베솔로바가 절대로 지나칠 수 없는 인물의 투입이었다.

 “베솔로바 장로. 그대와 긴히 할 말이 있도다.”

 공중에서 날아온 것은 아자젤이었다. 그녀의 등장에 베솔로바를 둘러싸던 신도들은 일제히 무릎을 꿇으며 그녀를 찬양했다. 모두 고개를 숙여 그녀의 얼굴을 보지 못했지만 나는 볼 수 있었다. 그녀의 불편한 얼굴을. 자신은 그런 찬양을 받아 마땅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아는 얼굴이었다. 그리고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할 수 없어 안타까워하는 얼굴이었다.

 미안하지만 그 말은 참아줘. 이 자리에서 네가 믿는 신의 이야기는 꺼내지 말아줘.

 “빛의 대리자시여, 그대의 말에 따르겠나이다!”

 베솔로바의 말에 나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황홀하다는 듯 미소를 지으며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자신의 행위가 빛의 인정이라도 받았다 생각하는 것일까. 유감이지만 그럴 일은 없다. 그녀가 진실을 깨닫게 될 시간이었다.

 “베솔로바 장로, 그러면 로날드 디킨즈 성도와 함께 나를 따라오거라.”

 나는 대답하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수많은 사람들이 수근거리는 말을 들을 수 있었지만 나는 그 말을 듣지 않았다. 그들이 무어라 하건 무슨 상관인가. 내게 중요한 것은 베솔로바 뿐이었다.



 “아자젤님, 무슨 일로 저를 부르신 건가요?”

 베솔로바를 데리고 간 곳은 아자젤의 방이었다. 스테인드글라스 앞에 아자젤이 서있었고 그 맞은편의 테이블에 베솔로바가 앉아있었다. 그리고 나는… 차를 내리고 있었다. 차에 대해 내가 얼마나 안단 말인가. 내가 마시던 차는 뜨거운 물에 티백을 넣거나 가루만 타면 되는 것이었다. 티포트도, 찻잎이고 내 관심의 밖인 문제였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이렇게 차를 타려고 준비하던 중에 아자젤이 본론으로 들어가 차 따윈 아무 상관도 없는 이야기가 되는 것이었다. 아무것도 안한 채 여전히 빛의 대리자인양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그렇다고 눈치를 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내가 이곳에 있는 이유는 오직 내가 아자젤의 보조기 때문이었으니까. 아자젤이 내 일을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아자젤을 돕는 위치라고 보여야 하니까.

 그러니 제발 아자젤. 말을 시작해.

 “베솔로바 피터슨 장로, 그대는 그대의 신을 얼마나 믿는가?”

 드디어 아자젤이 입을 열었다. 내가 차를 내리지 않아도 될 확률이 더욱 올라갔다.

 “전심을 다해 섬기고 있습니다. 제 모든 재산을 빛께 바친다 해도 아깝지 않을 정도입니다.”

 그 돈. 그 돈이 모든 일의 시작이었다. 베솔로바 피터슨, 그녀의 돈이 아닌 그녀의 남편인 토마스 피터슨의 돈이었고 그 돈은 비스마르크 코퍼레이션에서 나온 돈이었다.

 “그 신의 실존은 그대는 어떻게 확신하는가?”

 “무슨 말을 하시는 거죠? 빛께서는 당연히 우리의 신 되시는 분이십니다. 그분이 계시고 안계시고는 우리가 말할 것이 아닙니다. 아자젤님, 대체 무슨 말씀을 하시려는 거죠?”

 나는 어떻게 작동하는지도 모를 티포트의 전원을 껐다. 아니면 다른 버튼을 눌러 다른 무언가가 벌어지거나. 뭐가 되었건 이 차를 둘이 마시지 않을 거 같으니.

 “베솔로바 피터슨 장로,”

 아자젤은 베솔로바의 앞으로 다가와 그녀의 손에 자신의 손을 올리며 말했다.

 “빛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코헤이 교단에 의해 만들어진 신입니다.”

 “무, 무슨 소리시죠? 저를 시험하시는 건가요?”

 베솔로바는 아자젤의 손을 뿌리치며 벌떡 일어섰다.

 “아자젤님, 아자젤님은 빛의 대리인 아니신가요? 어떻게 빛님을 그렇게 부를 수 있는 거죠? 빛께서는 존재하시고 지금도 우리를 보고 계십니다. 당신이 우리를 그렇게 가르치지 않으셨습니까?”

 “피터슨 장로, 우리는 모두 속고 있는 겁니다. 저 역시 교단에게 속고 있었습니다. 빛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불쌍한 라미엘을 아무리 죽인다 해도 그대들의 죄는 사라지지 않습니다. 그저 그런 착각만 줄 뿐이죠.”

 “믿을 수 없습니다. 아자젤님이 아닌 아자젤의 모습을 한 마귀가 아닙니까! 썩 물러가라! 빛께서 모든 것을 보고 있다!”

 베솔로바는 격하게 아자젤의 말을 부정하고 있었다. 아자젤의 위치마저 부정하고 있었다.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었다. 아자젤의 말이라면 바로 믿을 줄 알았던 내가 순진한 것이었을까. 이들의 ‘신앙’이라는 것이 얼마나 단단한 것인지 몰랐던 것인가.

 “피터슨 장로님, 세상을 다스리는 것은 빛이 아닙니다! 아아, 이 세상을 주관하시지만 자신의 이름을 결코 드러내지 않는 이시여! 이 불쌍한 종에게 자신을 드러내 주옵소서, 세상의 진리를 거부하는 이 종에게 진리를 가르쳐 주옵소서!”

 그 말은 안돼. 라고 생각하며 내가 나서려는 순간이었다. 이대로 가면 베솔로바의 머리에 또다른 사이비를 심게 될 거라 우려하던 순간이었다. 방의 문이 벌컥 열리며 누군가가 들어왔다.

 “아자젤! 그대의 신은 오직 빛뿐이거늘, 어찌하여 다른 신의 존재를 남들에게 전하는 몸이 되었는가!”

 그것은 검은 머리의 바이오로이드였다. 검은 날개를 아름답헤 흩날리는 바이오로이드였다. 사라카엘. 그것은 아자젤을 노려보고 있었다. 그것의 보라색 안광은 마치 불타는 것처럼 느껴졌다. 잠깐, 어째서 사라카엘이 아자젤이 배교한 것을 안다는 듯이 말하는 거지?

 “사라카엘, 어째서 아직도 그 분을 받아들이지 못하신 건가요? 그대에게 그분의 이름은 말해드리지 못했지만 그분께서는 이 세상의 유일한 주관자가 되십니다. 사라카엘 정도의 바이오로이드라면 제 말을 듣고 회심할 거라 생각했습니다!”

 “아니아니, 어째서 사라카엘에게 말한 거야! 사라카엘은 제일 그걸 전해서는 안될 존재였다고!”

 나는 참지 못하고 두 바이오로이드 사이에 끼어들며 외쳤다.

 “하지만 복음이란 저 혼자 가지고 있으면 되는 것이 아닙니다. 복음은 좋은 소식입니다. 다른 사람과 나눠야 하는 것이 당연한 겁니다. 이 세상이 멸망하고 우리 모두 그분의 앞에 나아갈 텐데 그 자리에서 혼자 그분의 인정을 받고 싶지 않았습니다. 사라카엘 역시 저와 같은 신앙을 안고 그분께 나아가고 싶었습니다!”

 이 미친 광신도 같으니라고. 그녀는 모든 것을 망쳐버렸다. 사라카엘은 교단의 심판자였다. 그것은 배교자를 눈앞에 두고 가만히 있을 존재가 아니었다. 그것은 눈깜짝 않고 심판을 하겠지. 아무리 아자젤이 부활한다 해도 그것은 또다시 심판을 내릴 것이다. 다시는 일어나지 않을 때까지.

 나? 나는 번개를 쓸 필요도 없겠지. 연약한 인간은 그것의 주먹조차 버틸 수 없을 테니.

 “아자젤이여, 정말로 내가 네 말도 안되는 사이비에 넘어갈 거라 생각한 건가?”

 사이비가 제일 해선 안될 말이 나와버렸다.

 “이 일은 나 같은 지부의 일개 심판자가 할 일이 아니지. 아자젤, 너를 위해 부른 분들이니 깊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인사나 하지.”

 사라카엘이 비웃는 표정을 지으며 뒤로 물러서자 또다른 아자젤이 나타났다. 그러나 내가 아는 아자젤과는 다른 아자젤이었다. 아자젤과는 다르게 검은 색 옷을 입은 그것은 분위기가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성스러움은 느껴지지 않았고 권위와 근엄함이 그 자리를 메우고 있었다. 그리고 안대로 눈을 가리고 있었다. 앞을 보지 않고 어떻게 걷는건가 싶을 정도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또다른 두 바이오로이드가 그것의 뒤를 따라 아자젤의 방으로 들어왔다. 긴 수녀복을 입은 두 바이오로이드의 손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긴 통이 들려있었다. 그것들은 기도라도 한다는 양 두 눈을 감고 있었고 아무 말 없이 안대를 쓴 아자젤의 뒤에 멈추어섰다.

 “코헤이 교단 카고시마 본부의 이단심문관 아자젤이다. 셰필드 지부에서 일어난 이단 사건을 조사하러 왔노라.”

 낮고 근엄한 목소리로 안대를 쓴 아자젤이 말했다. 이단. 이런 사이비에도 이단이라는 것이 존재할 수 있는 것인가 의문이었다.

 “아자젤, 너를 말하는 거다.”

 “이틀전, 익명의 신고가 들어왔다. 영국의 셰필드 지부에서 이단 행위가 발각되었다고 말이다. 나 이단심문관 아자젤은 그를 조사하기 위해 이 자리에 도착했다. 그러면 이단에 대한 조사를 시작하겠다.”

 나는 사라카엘을 바라보았다. 수녀복을 입은 바이오로이드 뒤에 선 사라카엘은 꼴 좋다는 듯, 아자젤을 비웃고 있었다. 아자젤은 놀라고 있었고, 베솔로바는 자신이 어쩌다 이 자리에 있게 되었는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마도 이 자리에서 제일 놀랐을 것은 그녀일 것이다. 아자젤의 배교를 알게 되고 뒤이어 이단심문관을 만나다니.

 “그럼 들어오거라! 셰필드 지부 지부장, 에밀 옥스포드!”

 조금전까지 위엄넘치는 설교를 전하던 지부장은 식은 땀을 흘리며 나타났다. 그는 손수건으로 자신의 자신의 이마를 닦았다.

 “에밀 옥스포드, 그대의 심문의 앞에 먼저 빛의 앞에서 자신의 죄를 고백할 시간을 주겠노라!”

 “심문관님? 이게 무슨 말이죠? 지부장님이 아니라 저 아자젤에 대한 것입니다!”

 사라카엘은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외쳤다. 오해가 있다는 얼굴로 외쳤다. 어째서 아자젤이 이단조사의 대상이 아니냐는 이유였다.

 이제서야 고백한다. 모든 것은 거짓말이었다. 이른바 말하는 믿을 수 없는 화자란 것이겠지. 카고시마 지부에 이단을 신고한 것은 사라카엘만이 아니었다. 나, 에릭 발렌타인 역시 본부에 신고를 넣었다.

 사이비에게 있어서 이단이란 무엇일까. 돈이 제일 우선인 코헤이 교단에게 있어서 이단이란 무엇인가. 다른 신을 섬기는 것? 그것은 아무 문제도 되지 않았다. 국가나 지역, 문화에 따라 수도 없는 신을 섬기는 것이 코헤이 교단이었다. 빛이라는 이름만 공유할 뿐, 교단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교단이 벌어들이는 돈이었다.

 돈. 아이러니하게도 이단의 기준은 바로 이것이었다. 이들에게 교리란 무엇인가. 무슨 신을 어떻게 섬기냐가 아니었다. 얼마의 돈을 몇 퍼센트의 양으로 나눠 갖는가. 그것이야 말로 이들의 교리였다.

 에밀 옥스포드 지부장은 자의식이 강한 사람이었다. 그래서 바이오로이드에게 맞겨도 될 예배를 굳이 자신이 주관하는 것이다. 그리고 강한 자의식은 다른 목적 역시 가지고 있었다. 바로 돈이었다. 아니, 이게 진정한 목표였겠지.

 그는 교단의 헌금을 정직하게 본부와 나누었다. ‘헌금’을 말이다. 그는 돈이 많은 성도에게 접근하여 다른 루트로 돈을 받았다. 본부가 절대로 알 수 없게. 그러나 어딘가의 장부에는 남도록. 어째서 이런 자들은 장부를 좋아하는 것일까. 자신이 누구에게 얼마나 받았는지 기억하지 못해서 혹여나 돈을 뜯어낸 작자에게서 돈을 또 뜯어내는 참사를 막기 위함이었을까.

 “무, 무슨 말을 하시는 지 모르겠습니다!”

 그는 거짓말을 했다. 며칠 전 아자젤을 대동해 불쌍한 신도에게 자신에게 돈을 내면 자식의 병을 낫게 해주겠다고 또다른 뻔뻔한 거짓말을 했던 그였다.

 “심문관님! 지부장은 잘못한 것이 없습니다! 진정으로 그대들을 배교한 자는 저 아자젤입니다!”

 “지부의 심판자여, 정숙하라! 나는 이 자리에 카고시마 본부의 빛의 대리자님을 대신해 있노라! 그대와 같은 일개 지부의 천사가 개입할 자리가 아니다!”

 아자젤의 외침에 말 없던 두 바이오로이드가 눈을 번쩍 뜨며 수녀복을 벗어던졌고 그 안에 입고 있던 검은 갑옷을 드러냈다. 그리고 그제야 그것들이 들고있던 통의 정체가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그것은 무언가를 담고 있는 통이 아니었다. 그것 자체가 접혀있는 거대한 낫이었고 그것은 순식간에 펼쳐져서 이 자리에 있는 모든 자를 긴장하게 만들었다.

 “이단심문관님을 방해하는 자가 있다면 이 베로니카의 낫으로 모두 베어버릴 것입니다!”

 그것의 외침에 사라카엘은 분하다는 듯, 입술을 깨물었다.

 “소란을 피워서 미안하다. 그래서 지부장, 정녕 그대는 자신의 죄가 없다고 자신하는 건가?”

 “물론 그건 아닙니다. 우리 모두는 죄인입니다. 그러나 빛께서는 우리의 죄를 돈으로 사하여 주십니다! 빛을 찬양하라!”

 이단심문관의 앞에 무릎마저 꿇은 그는 천장을 향해 두 손을 뻗으며 외쳤다. 그러나 안대를 쓴 아자젤은 관심이 없다는 투로 말했다.

 “그러하면 그대는 자신의 죄를 전부 고백하겠는가? 그대의 죄가 사하여 질 수 있는가를 빛께서 판단하실 수 있도록 말이다.”

 “그, 그건…”

 “그러하면 그대는 자신의 죄조차 고백하지 못하는 자란 말인가? 아니면 그대가 가진 죄는 이 자리에서 실토할 수 없는 것인가? 대답하라.”

 안대를 쓴 아자젤은 지부장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는 그곳에 입을 맞추라는 것이라 생각했는지 그 손을 향해 입을 가져갔지만 그것의 손은 밝은 빛을 냈고, 그것을 본 지부장은 화들짝 놀라며 뒤로 물러나며 머리를 바닥에 박고 외쳤다.

 “죄인은 죄를 고백합니다! 사심을 목적으로 1억 파운드의 돈을 신도들에게 별도로 받았습니다! 받은 신도들의 수는 정확히 모르지만 100명이 넘습니다!”

 “그대의 죄는 빛께서 들으셨다! 그대는 정말로 그대의 죄를 반성하는가?”

 “물론입니다! 제가 착복한 모든 돈은 교단에 헌납하겠습니다! 앞으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그대의 반성을 빛께서 들으셨다!”

 나는 내 귀를 의심했다. 이대로 끝나는 것인가? 이 교단은 결국 서로의 죄를 감추기에 급급한 곳인가? 아니면 이런 식으로 충성 테스트를 하는 것인가?

 “감사합니다! 빛이시여! 찬양합니다! 엔젤! 엔젤 엔젤 아자젤! 사라 사라 사라카엘!”

 “그대의 죄를 사할 권능은 내게 없나니, 오직 그 권능은 빛께서 가지심이라! 그러니 그대의 죄사함은 빛의 앞에 나아가서 받도록!”

 “네? 네? 자, 잠시만요! 으아아악!”

 그제야 나는 그가 어째서 아자젤의 손의 빛을 무서워했는지 알 수 있었다. 그것은 단순히 빛이 아니었다. 손에 부착된 레이저 포였다. 밝은 빛은 단순한 밝은 빛이 아니었다. 빛의 권능을 보여준다는 듯, 그 빛은 안대를 쓴 아자젤의 앞에 엎드린 지부장을 순식간에 태워버렸다. 그의 비명이 끝나기도 전에 그는 재가 되어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본부의 판결을 내린다. 현시간부로 코헤이 교단 영국 셰필드 지부는 폐쇄한다. 모든 바이오로이드는 폐기될 것이며 셰필드 지부의 신도들은 런던 지부에서 예배를 이어가야 할 것이다!”

 “안돼…”

 안대를 쓴 아자젤이 두 베로니카를 동행하고 자리를 떠나자 사라카엘은 허망한 듯한 얼굴을 자리에 주저앉았다.

 “당신들, 당신들이 이렇게 만들었어! 이단으로 심판을 받아야 했던 것들은 당신들이거늘!”

 아자젤은 앞으로 튀어나가 내 앞을 막아서며 사라카엘에게 손을 뻗었다. 아자젤도 똑같은 것을 할 수 있는 건가. 사라카엘은 다행히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분하다는 듯 기도를 하며 울 뿐이었다.

 “베솔로바씨, 저는 에릭 발렌타인입니다. 탐정이죠. 토마스 피터슨씨의 의뢰로 베솔로바씨를 교단에서 나오게 하기 위해 찾아왔습니다.”

 모든 것이 끝났다. 나는 마지막 설득을 위해 베솔로바에게 나를 밝혔다.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듯 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저, 저는 저 지부장에게 매번 돈을 줬어요. 전부 다 빛을 위한 거였어요. 그런데 그게 전부 다 잘못되었다는 건가요? 제 믿음은 무엇을 위한 것이었죠? 이 모든 것은 무엇을 위한 것이었던 거죠? 저는 무엇을 위해 몸과 마음을 다 바쳤어야 했던 거죠?”

 베솔로바는 내게 매달려 울었다. 그녀는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었지만 그녀는 현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이 이야기는 이렇게 끝난다. 해피엔딩은 아니다. 이 이야기의 끝은 행복이란 존재하지 않았다. 사이비 교단에서 베솔로바를 이끌어내는데는 성공했다. 그러나 그녀에게 교단은 그녀의 삶 모든 것이었다.

 나는 그녀를 남편의 품으로 돌려보내는데 실패했다. 그녀는 교단을 나섰지만 문을 통해 나서지 않았다. 베솔로바에게 의심을 심었다. 그리고 그 의심은 교단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졌다. 나는 그것으로 끝나길 바랬다. 현실을 믿고, 사람을 믿고, 믿어야 할 가치가 있는 것을 믿길 바랬다.

 그녀는 그러지 못했다. 그녀는 모든 것을 믿을 수 없게 되어버렸다. 모든 것에서 가치를 느끼지 못하게 되었다.

 베솔로바는 마지막 순간 내게 물었다.

 ‘제 삶은 진짜인가요?”

 나는 긍정했다. 당연했다. 그녀의 삶에는 의미가 있었다. 그녀에게 의미를 찾아 나를 고용한 사람도 있었다. 문제는 베솔로바는 나를 믿지 못했다는 것이다. 나를 고용한 사람을 믿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제 알 거 같아요. 세상의 모든 것은 진실을 말하지 않아요. 제가 무엇을 믿어야 했는지는 오직 죽음으로만 알 수 있는 거에요. 제가 믿을 수 있는 것은 죽음 너머에 있어요.’

 베솔로바를 말릴 시간도 없었다. 그녀는 순식간에 난간을 넘어 바닥으로 떨어지고 말았으니까.

 비극이었다. 나는 내 일을 너무 과신하고 있었다. 내 일은 진실을 가져다줌으로 끝나는 것이라고. 과연 그랬던 것일까. 내가 들려준 진실을 들은 의뢰인의 이후를 내가 들은 적이 있단 말인가. 진실은 모두를 불편하게 할 뿐이었다. 진실이란 가치가 있는 것일까. 그저 내가 받을 사례금의 가치밖에 없는 것일까.

 수년이 지난 지금도 그 결론은 내리지 못했다. 그저 내 일은 그것이니까. 내 일이란 모두가 아는 진실을 그것을 모르는 의뢰인에게 전해주는 것이라고 자위하며 보냈던 시절일지도 모른다. 그저 과거에만 묻어버리고 싶은 일이었다.

 그 과거와 다시 마주칠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지금 내 앞에는 사라카엘이 서있다. 셰필드 지부에서 나와 아자젤을 보며 분노하던 그 사라카엘. 내 인생을 바꿀 아기를 데리고 있는 맥칼리스터를 지키는 마지막 바이오로이드.

 운명의 장난이었을까. 아니면 아자젤이 매번 말하는 이름모를 그 신의 인도인 것인가. 이제 또다른 이야기는 마지막에 다다르려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