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전편 모음 https://arca.live/b/lastorigin/52141864 








돌아온 오르카호의 분위기는 마냥 작전의 성공에 들떠있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니아, 여기 분위기 왜 이런대?"


"아, 사령관님 때문에"


"사령관이?"


"예, 작전 자체는 성공적이었는데... 침울해하셔서 그런지 여기도 마냥 좋은 분위기는 아니에요"


"으음..."


"당신은 뭐 아는 거 있어요?"


"방으로 가자, 있었던 일들을 정리할 겸 해서"


"네"


근 한 달 만에 돌아온 방의 분위기를 찬찬히 살피며 내 의자에 앉아 니아와 마주 보듯 앉았다.


"그럼 어디부터 설명을 해 볼까..."


간만에 시간도 많으니 처음부터 설명하기로 했다.


"일본이라... 그러고 보니 여행다운 여행도 몇 번 못 해봤죠"


"그렇지... 너도 기대했을지 모르는 일이었는데 생각해보니 좀 미안하네"


"아뇨, 저는 당신이랑 같이 있는 게 제일 즐거웠는걸요"


"말 만이라도 고마워"


"후훗, 말뿐이 아니라 정말... 좋았었어요"


"그래, 뭐 계속 이야기해 볼까"




그곳에서 만났던 인연


"아... 키리시마 스캔들 이야기군요?"


"응, 셜록 키무라라는 기자였어, 좋은 녀석이더라고"


"그러고 보니 연합전쟁 이후로는 그 스캔들도 흐지부지되어버렸죠"


"이전에 괌에서 구토한 거 기억해?"


"예, 연합전쟁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았었을 시절이죠, 그때는 놀랐었죠"


"지금 와서 싸우는 녀석들이 바이오로이드가 아니라 어찌나 다행인지"


"아직도 마음에 걸리시나요?"


"조금... 거북하지"


"그러시군요..."


"그럼 어디까지 이야기했더라?"




즐겼던 일들


"자랑한다는 게 거기서 술 마시고 기분 좋게 잤다는 거뿐이라니 소박하시네요"


"하하... 그런가? 그래도 지금으로써는 이제 더 이상 할 수 없는 일이었으니까"


"많이 드시지는 않았지만, 꽤 자주 마시셨었죠?"


"응, 중간부터는 꼬맹이들이 만든 술만 주구장창 마셨지"


"그것들도 전에 떠나면서 챙겼을 터인데... 나중에 한 번 알아볼게요"


"그럼 우리 애들이랑 같이 시음회나 한번 열어볼까?"


"그것도 좋은 생각이네요"



겪었던 사건들


"그래도 그렇게 무모하게 나선 건 문제가 있는 거 아니에요 당신?"


"아하하... 미안"


"아무리 동기화를 끊을 수 있어서 괜찮다는 소리를 들었어도 적당히 해야죠"


"미안해 니아"



그리고 만나게 된 새로운 적


"레모네이드 오메가... 구면이로군요"


"그래"


"적대적 인수 건에 도움을 주겠다는 사람을 데리고 본인이 직접 나오지 않은 건 좀 이상했지만... 지금까지 그 정도의 권위와 권력을 가지고 있을 줄이야... 확실히 회장 대리로 출두할 만하네요"


"그놈, 내 얼굴만 보고도 알아차린 듯하던데"


"그 일 때문에 VIP로 불려갔으니 말이죠, 기록이 남아있을 법도 하죠"


"그런가"


"앞으로 그쪽도 조심해야겠는걸요"


"그건 사령관이 정할 일이지"


"그러고 보니 닥터랑 아자즈는 잘 지낼까요"


"..."


"알아요, 세상이 이 지경이 된 마당에 멀쩡히 살아있을지도 모르는 상태인 거"


"그렇지"


"그래도, 무사했으면 좋겠어요"


"그래"



그리고 마지막 인사


"당시의 기억을 업로드 한 존재라... 그래서 당신한테 그런 편의를 봐준 걸까요?"


"그럴지도 모르지..."


"레모네이드 때문에 아직 생사가 불분명한 상태인 거죠?"


"응... 그럴 거야, 아마..."


"사령관님이 풀이 죽어있을 만하네요"


"그렇지... 아마 여기 애들도 그런 분위기를 읽었나 보네"


"후... 암... 근데 지금 몇 시죠?"


한참 이야기를 나누다 결국 하품을 해버린 니아가 시계를 찾으며 말했다.


"이런, 내가 너무 시간을 끌었네"


벌써 새벽 4시가 넘어가는 시간이다, 피곤할 만하겠지


"아뇨, 간만에 이야기할 수 있어서 좋았는걸요"


"그래... 좀 오래 거기 있긴 했지"


"아뇨, 그 이전부터요"


"이전?"


"매일 시뮬레이션 실 안에만 계시고... 솔직히 좀 섭섭했다고요?"


"아하하... 그... 그건..."


"알아요, 당신이 그런 위치에 있는 걸 제일 불안해할 거라는 건 제가 제일 잘 알고 있으니까요..."


"그렇지"


"그래도... 잠깐 심술 좀 부려봤어요..."


나는 그녀의 얼굴을 손으로 잠시 어루만졌다.


"이젠 정말 좀 자야겠네요, 당신도 쉬어두는 게 어때요?"


"그래, 푹 자"


"내일 봬요"


니아와의 긴 이야기를 마치고 방의 불을 끄고 밖으로 나왔다.


복도를 걸으며 잠시 쉴 공간을 찾고 있었다.


그러던 중 말소리가 조금씩 새어 나오는 한 방 앞에 발걸음이 멈췄다.


"연구실? 이 시간에?"


노크를 하고 문을 열고 들어갔다


"누구세요?"


"닥터, 안자고 뭐해?"


"아, 아저씨 안녕? 지금은 가져온 데이터 복구 중"


"안 졸려?"


"오빠 때문이라도 내가 힘 좀 써야지"


"으음... 리앤 때문에 하는 거야?"


"맞아"


검은 화면에 떠 있는 흰 글자들과 여기저기 쌓인 서버들이 난잡하게 연결되어 있다.


"그리고 이거 다 시티가드 본부에 있던 거 뜯어온 거지?"


"용케 알아봤네?"


"뭐, 나도 비슷한 연구 하는 걸 가까이서 봤으니까 말이야"


"하기야 그렇겠네, 그래도 아저씨 일이 더 난이도가 있을걸?"


"뭐가?"


"설명하자면 기억이나 설정 등을 가지고 만들어지는 언니들은 그저 기억이 주입된 거거든?"


"응"


"그러니까 모든 바이오로이드는 전부 똑같이 생기긴 했지만, 공산품처럼 오차가 없는 건 아니다?"


"그렇겠지, 다들 조금씩 성향이 다르니까"


"그런데 아저씨는 정말 완벽하게 똑같다고, 마음만 먹으면 아저씨 양산도 가능할걸"


"그런 건 사령관이 못하게 할 거 같은데"


"뭐 이론적으로 그렇다는 소리지, 진짜 하겠다는 건 아니고"


"그래... 뭐 나도 그냥 농담해 본 거야, 그래서 상황은 어때?"


"꽤 괜찮아, 아저씨 때문에 실시간으로 기록한 내용도 있고 개인적으로 이런 물건이 필요할 수도 있으니 백업한 파일들도 있고 멀쩡한 서버들은 아예 뜯어왔으니까, 지금은 암호화된 부분을 복원하는 중"


"그렇구나"


"그래도 레모네이드 때문에 방해 받은 것 때문에 확실히 장담할 수는 없어"


"몇 퍼센트 정도 장담할 수 있는데?"


"75?"


"그 정도면 꽤 높은 수치이지 않아?"


"그게 꼭 2% 같이 낮은 수치면 되는데 높은 수치에서 실패하는 징크스 같은 거 있잖아, 그래서 그냥 오빠한테는 힘들 수 있다고 말해둔 상태야"


"그거 때문에 풀이 죽어있던데"


"그.러.니.까 최대한 빨리하려는 거지"


"그렇군"


"그래서 아저씨 몸 상태는 어때?"


"내 몸 상태?"


"응, 그쪽에서 꽤 데이터가 쌓였거든, 뇌 데이터만 가지고 가상현실에서 그 정도로 인간의 생리현상을 거의 완벽하게 구현했는데 그게 이쪽으로 넘어오지 않았는가 해서"


"그랬으면 아마 자고 있었겠지"


"그렇네"


"아, 그러고 보니 좀 이상한 게 생겼어"


"이상한 거?"


"집중하다 보면 주변의 속도가 느려져"


"잠깐, 데이터가..."


닥터는 태블릿을 꺼내 내 상태를 모니터링 한 데이터를 조회했다.


"여기랑, 여기... 보여?"


"응"


"전력 사용량이 증가한 거 보이지?"


"어, 그렇네?"


"원래 이거는 충분한 훈련을 한 선수들도 드물게 가지는 능력이야"


"이게?"


"특이한 점이라면 아저씨 두뇌가 지금은 생체 조직이 아니라 칩이라는 거지"


"그러면 뭔가 달라지는 거야?"


"오버클록 알지? 전압을 높여서 작동 속도를 높이는 거"


"알긴 알지"


"내가 보기에는 그런 거 같아, 인간 수준에서는 집중할수록 뇌에 가는 혈류와 산소가 늘어나면서 좀 더 빠른 판단을 하는 수준인데, 아저씨는 그냥 전압을 높여서 그거에 배는 훨씬 넘는 뇌 내 처리 속도를 뽑아내는 거"


"...?"


"쉽게 설명하자면, 생체적으로 가질 수 있는 한계가 있는 능력이 기계가 되면서 아저씨 코어가 버티는 한 최대한의 성능을 뽑아낼 수 있게 된 거랄까... 이건 설명이 좀 어렵네"


"아냐, 대충 이해했어"


"후... 아무튼 그거는 나중에 따로 검사를 해보자고 아저씨, 지금은 빨리 리앤 언니를 깨우는 거에 집중하고 싶어서 말이야"


"아, 그래 그러면 가 볼게"


"미안해 아저씨, 다음에 다시 와줘~"


나는 연구실을 나서며 문을 닫고 다시 어둑어둑한 조명이 비추는 복도를 따라 걸어 나섰다.


"다시 이런 몸으로 돌아오려니... 불편하네"


그리고 그리운 추억을 되새기며 아무도 없는 적막한 복도를 걸어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