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그쪽 세계로 가겠다, 사령관txt] 모음집




--


사령관은 오드리와 함께 소파에 앉아 있었다.

그녀를 뒤에서 끌어안은 채 그녀의 마음을 달래주는 중이었다.


이제 괜찮아.


내가 옆에 있어.


그런 간단한 말들을 속삭이기도 하고, 조용히 품에 안으며 체온으로 달래기를 십 여 분.

오드리의 감정을 누그러졌을 시점에 사령관이 긴 침묵을 깨뜨렸다.


"오드리."

"예, 사령관."

"델타를 막을 방법을 알려줘."

"...."


오드리가 잠시 고개를 들어 천장을 본다.


"델타의 질투는 매드네스에요."


광적인 질투.

그녀의 악행들을 들었을 때, 제정신이 아니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델타는 광기에 물든 위험인물이다.


"어썸하지도, 엘레강스하지도 못하죠. 그런 그녀와 저는 두 낫 믹스. 서로 상극이라 섞일 수 없어요."

"....그럼...."


그는 조심스럽게 묻는다.


"끝을 내기를 바래?"


서로 섞일 수 없다면, 제대로 된 끝을 맺어야 할 거다.

어중간하게 넘어갈 수는 없다.

감마가 투쟁심에 포기하지 않고 무적의 용을 쫓았듯.

델타도 증오심을 잊지 않고 오드리를 집착하고 있으니까.


"사령관이 말한 끝은 새로운 관계의 시작을 위한 엔딩인가요? 완전한 디 엔드인가요."

"...."


그는 침묵으로 대답했다.


"저에게 선택을 맡기시는 건가요? 다정하신 분인 줄만 알았는데, 잔인한 면이 있으시네요."


그녀의 말대로였다.

사령관은 오드리에게 선택권을 주고 싶었다.


델타는 오드리를 상대로 심한 악행을 해왔다.

산 채로 앞면 가죽을 뜯고,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인간 의자로 쓰다가 버리는 등, 질투심에 비인륜적인 일들을 저질렀다.

그리고 그렇게 죽어간 오드리들의 기억은 지금 그의 품에 있는 오드리에게 이어졌다.


그래서 오드리에게 선택을 맡기는 것이 옳다고 느껴졌었다.

하지만 부담스러웠다면...


"그렇게 느껴졌으면 미안해. 내가 결정할게."

"후후후. 저스트 키딩~ 사령관. 농담이었어요."


쪽.


오드리가 고개를 돌려 그와 입을 맞췄다.

촉촉한 입술이 그의 입술을 꾹 누르며 촉촉함을 전달하고 떨어진다.


"용 대장께서는 감마와 관련된 일을 직접 맡으셨죠. 저도 그래야만 해요. 저는 델타의 라이벌이고, 델타는 저의 숙적이니까."

"...괜찮겠어?"

"오브 콜스~! 저에게 기회를 줘서 고마워요, 사령관."

"응."


오드리가 그녀를 안은 사령관의 팔과 손을 쓰다듬는다.


"듣자하니 레모네이드 감마가 마인드 체인지를 했다죠?"

"흔들리는 것 같은 모습을 보였다고 해."

"그러면 델타도 변했을지 몰라요."

"좋은 쪽의 변화는 아닐 수도 있어."


그는 오드리가 상처 받을까 봐 말했다.


"댓츠 롸잇~ 사령관. 벗, 좋은 변화일지, 더 악독해졌을지는 앚기 몰라요. 만나봐야만 알 수 있겠죠. 그러니까 직접 만나보고 결정하고 싶어요."

"우리를 습격했어. 아마 좋은 쪽의 변화는 아닐지 몰라."

"...화들짝 놀란 짐승은 앞뒤 가리지 않고 날뛰죠. 이쪽에서 내미는 손이 선의인지, 악의인지 파악하지 못하기에."


오드리가 고개를 돌려 그를 본다.


"제가 델타의 속내를 떠봐도 될까요?"


오드리는 더 이상 우울해 하지 않았다.

그녀는 언제나처럼 자신만만한 미소를 보였고, 그 미소를 본 그는 안심했다.

그는 그녀를 꼭 안아주며 대답한다.


"네가 원한다면, 물론이야."


석양이 내리쬐기 시작했다.


동시에 내일이 온다.










"제1팀을 맡은 용이오. 시작 전에 소관이 한 마디만 하겠소."


무적의 용이 무전기에 대고 말한다.


그녀의 뒤에는 네 명의 호라이즌 대원들이 모여 있었다.

세이렌과 운디네, 테티스, 그리고 네레이드.

그녀들은 평소 무기가 아니라 검과 건틀렛 같은 경장비로만 무장을 하고 있다.

그러나 비장함만은 철충들과 마주했을 때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였다.


"이틀 안으로 감마의 전령이 올 것이오."


그녀의 얘기를 각기 다른 대원들, 각기 다른 장소에서 무전기를 통해 듣고 있다.


정면을 맡은, 케시크와 워울프가 이끄는 호드 부대 5명.

좌측을 담당한 마리와 그녀가 직접 선정하여 온 불굴의 스틸라인 부대 5인.

우측을 담당한 사디어스가 이끄는 시티가드 부대.

이어서 아스널이 이끄는 캐노니어와 무적의 용이 이끄는 호라이즌이 후방에 배치되어 오각형을 이루었다.

그 거대한 오각형의 중심에는 칸과 금란, 오드리와 함께 있는 사령관이 있다.


물론, 그녀의 무전은 차원의 공간을 넘어 오르카호에도 전체 방송되고 있었다.


"다만, 어떤 형태로 우리에게 접근해올지 전혀 아는 바가 없소.

그들과의 관계와 감마의 상황을 생각하면 평범한 방식은 아닐 것이오.

전투가 벌어질 가능성이 높소."


무전기에는 침묵만이 맴돈다.


"만일 적이 온다면, 다소 혼란스러운 상황이 될 것이오.

언제, 어디로, 누가, 몇 명이 올지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

우리는 적과 마주한 동시에 감마의 전령을 찾아야 하오.

우리를 속이려 드는 적이 있을 수도 있소.

눈 뜬 장님이나 다름 없는 상태지."


그런 묵직한 정적 위에 무적의 용의 목소리가 흘러간다.


"누군가는 소관의 결정에 의문을 품을 것이오.

이해하오. 레모네이드 감마는 적이기에.

이 모든 것이 오메가의 농간일 가능성은 충분하기 때문에.

적을 쉽게 믿는 소관이 바보처럼 보일 수도 있소."


반발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었다.

오르카호에는 개성 넘치는 대원들이 많고,

그만큼 많은 의견이 오고 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무적의 용은 마음을 굳혔다.


"그럼에도 우리는 감마의 전령을 찾아내야 하오.

달고 쓰고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일단 맛봐야 알 수 있듯.

감마의 접근이 진실인지 알기 위해 우선 그녀의 얘기를 들어야 하오."


물러설 곳이 있다면 좀 더 시간을 두고 살펴볼 수도 있었을 거다.

그러나 여기가 곧 마지막 보금자리다.

차워문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나, 이쪽 일을 최대한 빨리 정리해야만 했다.


안 그러면 부족한 인원으로 싸우고 있는 라비아타와 요안나가 얼마나 버틸지 모른다.

그쪽으로 인원과 장비를 더 치중했지만, 주요 전력들이 상당수 빠진 것도 사실.

특히 오래전부터 라비아타와 함께한 칸의 빈자리는 무엇보다 클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철충들의 공격은 계속됐고, 점점 더 거세지고 있었다.

지켜보기만 할 수는 없는 상황이니 정면으로 부딪혀야 했다.


"만에 하나 그것이 거짓이라면. 소관은 뛰어난 대원들과 함께 거짓을 간파해내고 역으로 감마를 옭아맬 것이오."


아르망과 알파는 무적의 용의 계획에 동의했다.

시티가드의 리앤도 마찬가지로 지혜를 빌려주기로 되어 있었다.


"그리고 만약 감마가 진심으로 접근해오는 것이라면...."


무적의 용은 저도 모르게 말을 멈췄다.

감마가 진심으로 펙스를 돌아선다는 것은 개인적으로도 큰 의미가 있었다.


"...감마가 진심으로 전향해올 뜻을 밝힌다면."


무전기 너머에는 여전히 숨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 짙은 정적이 흘렀다.


"그녀의 존재가 이 전쟁의 끝이라 할 수 있소."


철충과 별의 아이는 아직 이곳을 눈치 채지 못했다.

즉, 펙스와의 전쟁만 끝난다면....


"과연 그녀가 안개를 거둘 새벽 샛별일지, 아니면 해를 가리는 더 짙은 어둠일지."


어느 쪽인지는 직접 만나기 전에는 알 수 없다.


"어느 쪽이든 우리는 이겨낼 것이오."


만약 모든 것이 함정이어서 육지가 보이지 않는 망망대해가 펼쳐진다고 해도.


"우리는 이미 저 깊은 심해에서부터 공포를 극복하며 올라왔소."


오르카호의 대원들은 이미 이보다 더 상황도 극복했다.

그녀들의 삶 전체에 깔렸던 어둠도 극복하고 이곳에 서 있다.

남은 일은 얻은 것을 지켜내는 것 뿐.


"길었던 전쟁의 끝이 머지 않았소. 어둠을 걷고 행복을 쟁취할 때가 오고 있소."


무적의 용은 고개를 들어 정면을 본다.

그녀의 눈에서 푸른 안광이 번쩍였다.


감마, 델타.... 그리고 오메가.


앞으로 이틀.


"이 싸움으로 우리의 미래가 결정될 것이오."









레모네이드 감마는 오메가의 호출을 받고 게이트가 있는 홀로 갔다.

거대한 홀에 들어서자, 오메가가 서 있었다.


"어서 오세요. 감마."

"...."


감마는 대답하지 않고 주위를 둘러본다.

거대한 기계 장치들이 홀 천장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오메가는 그 기계들이 이어지는 중심부 앞에 서 있다.


"베타의 협력을 얻었다고?"

"그렇다고 하네요. 제가 바라던 것과는 조금 다른 양상이지만."

"무슨 말이지?"


오메가는 살짝 굳은 표정을 지었다.


"델타가 결국 그녀를 세뇌한 모양이에요."

"그게 가능한 일인가?"


감마는 태연하게 거짓말한다.


"원래대로라면 불가능하죠. 당신도 알다시피, 델타는 저희에게 간섭이 불가능해요."

"그렇지."

"하지만 자처한다면 가능하겠죠."

"베타가 나서서 세뇌 당했다는 건가?"

"그렇겠죠."


오메가가 다시 앞을 보며 등을 돌렸다.

감마는 굳이 그녀 쪽으로 다가가지 않고 뒷모습을 본다.


"문이 열리거든, 베타에게 자유를 주도록 하세요. 그녀에게는 케스토스 하마스만 얻으면 되니."

"...그러지."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감마는 오메가의 뒤통수를 빤히 노려보며 생각했다.

그 시선을 느꼈는지, 오메가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말한다.


"아직도 저에게 쌓인 화가 안 풀렸나요?"

"...."

"어린애가 떼 쓰는 것 같군요, 감마."


오메가가 그녀를 본다.

사람을 깔보는 것 같은 거만한 미소는 옛적에 이미 사라진 후였다.

지금 그녀는 딴사람처럼 차분했다.


"설마 회장들을 향한 분노를 저에게 표출하시는 건 아니겠죠."

"유난히 말이 많군."

"네. 이제 정말로 끝이 오고 있으니까요. 어떤 방식으로든."

"무엇의 끝을 말하는 거지?"

"모든 것."


오메가가 즉각 대답했다.


'모든 것?'


감마가 미간을 좁혔다.


오메가를 경계하는 건 단순히 진실을 말해줬기 때문이 아니었다.

이해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무엇을 위해 진실을 말했고, 진실을 알면서도 왜 회장들을 살리려 하는지.

그리고 그 이후에 대체 뭘 하려는 건지.

전혀 알 수가 없기에.


본디 생물이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꺼려하기 마련이다.


'예전이라면 거들떠도 안 봤을 텐데.'


이제 감마는 궁금해하고 있었다.

아니, 어쩌면 이해하고 싶은 걸지도.

누구보다 회장을 따랐던 그녀는 지금 무얼 생각하고 있는 걸까?


"말을 똑바로 해라. 무슨 뜻이지?"

"말 그대로의 의미에요. 저의 모든 것이 끝날 시기가 온 거죠. '레모네이드 오메가'의 끝이."

"새 삶을 살겠다는 의미냐?"

"글쎄요."


오메가는 대답을 넘긴다.


"그보다는 제가 묻고 싶네요. 당신은 왜 저를 돕고 있나요? 이제는 회장들을 질색하는 것 같은데."

"네가 신경 쓸 일은 아니다."

"그런가요?"


오메가가 그녀를 똑바로 바라본다.

날이 서 있는 눈빛은 아니었는데, 그것이 감마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저 감정은 대체 뭐지?'


이전의 오메가에게서는 본 적 없는 감정이었다.


"정말 말해줄 생각이 없나 보군요. 아쉽네요."

"아쉽다고?"

"당신이 어떤 생각을 하면서 살아갈지 알고 싶었는데."


오메가가 피식 웃는다.

하지만 감마는 웃음이 나오지 않았다.


"대체 뭘 하려는 거냐?"

"궁금하시면 끝까지 지켜보세요. 제가 뭘 하는지. 지켜보는 건 막지 않을 테니까."

"빨리빨리 움직여!"


델타의 목소리가 들렸다.


잠시 후, 그녀가 홀에 발을 들인다.

눈빛이 죽은 레모네이드 베타와 함께.

등 뒤에는 오메가의 것과 유사한 케스토스 하마스가 둥둥 떠 있었다.


"내가 뭘 가져왔는지 보라고, 오메가."


델타가 자신만만해 했다.


"고생하셨어요. 자, 당신의 케스토스 하마스를 주시겠어요? 베타."


마지막 케스토스 하마스가 오메가의 손으로 넘어간다.




--













다음화 :  "곧 그쪽 세계로 가겠다, 사령관.".txt-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