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령관이 아니다.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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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자, 일단 서있기는 뭐하니까 일단은 앉자고.”

 

팡팡-

 

4명의 여인들을 앞에 두고 나는 웃으면서 내 침대에 앉아 괜스레 옆자리를 두들겼다.

흔들거리는 침대의 매트릭스를 따라 눈앞의 여자들의 눈동자 역시 흔들렸다.

 

“그럼, 실례하마.”

 

가장 빠른 행동력을 보여준 것은 아스널.

그녀는 천천히 다가와 내 오른쪽 자리를 차지했다.

 

“나도.”

 

그러자 가만히 팔짱을 끼고 있던 레오나가 눈치를 보더니 잽싸게 내 왼쪽으로 와서 앉았다.

샤샥- 하고 말이다.

 

아니 무슨 치타야 뭐야. 개빠르네 진짜.

 

아무리 놀랐다지만 너무 뻔히 바라본 걸까.

레오나는 매섭게 나를 노려봤다.

 

“...뭐.”

 

“아니 그냥... 예뻐서?”

 

“흥.”

 

새침하게 고개를 홱 돌린 레오나를 뒤로하고.

뒤늦게 반응한 베로니카는 아쉽다는 듯 혀를 차면서 천천히 침대에 앉았다.

정확히 나랑 마주보는 형태로.

 

“저기 베로니카?”

 

“예.”

 

“이왕이면 아스널이나 레오나 옆에 앉는 건 어때요?”

 

“저는 괜찮습니다.”

 

어, 뭐. 괜찮아 보이기는 했다.

오히려 만족하는 표정이기도 했는데.

 

“저는 이 자리로 하겠습니다.”

 

베로니카는 확실하게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그래 뭐, 본인이 좋다는데. 별수 있나.

 

나는 마지막으로 무언가 골똘히 생각하고 있는 흐레스벨그를 향해 손짓했다.

 

“흐붕아, 와서 앉아.”

 

“그럼, 사양 않고...”

 

흐붕이는 척척 다가와서 침대에 올랐다.

지금 당장 그녀는 내 셔츠를 빌려 입고 있는 터라 예쁜 속살이 조금 보여 지기도 했으나 부끄러워하지 않고 씩씩하게 앉았다.

 

“후우, 이걸로 완벽하네요.”

 

양반다리를 하고 있는 내 쪽.

그 속의 빈 공간에 정확히. 즉 내 품에 들어온 듯한 자세로 말이다.

 

“...?”

 

뭔데.

 

“야, 이년아! 당장 거기서 안 튀어나와?”

 

이런, 흐붕이가 앉으면서 레오나의 발작버튼을 살짝 쿵 눌렀나보다.

당장이라도 달려들 듯 자세를 잡기 시작하는 노란머리.

 

“왜 그러시는지? 저는 단순히 자리에 앉은 것입니다만?”

 

태연하게 내 가슴팍에 기대기 시작한 하늘색머리.

그러다가 레오나를 향해 보란 듯이 싱긋 웃는 게 아닌가!

 

“어라, 혹시... 꼬우신가요?”

 

“이 뭔, 씹...! 후우, 좋은 말로 할 때 당장 튀어나와.”

 

한 손으로 입가를 가리며 쿡쿡 웃는 흐붕이.

그런 흐붕이를 보며 분노를 축적한 레오나는 나를 한번 보고는 이번만 참는 다는 듯 선심을 썼다.

 

솔직히 레오나가 저리 말하면 많이 참은 거다.

나까지 분노한 노란머리의 타겟이 될 수 있어서 얼른 흐붕이를 설득하려고 했는데.

 

꼬옥-

 

뒤에서 누가 백허그를 해왔다!

그리고 사라진 보라머리 수녀.

이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하나.

 

“베로니카? 뭐해요?”

 

“저도 자리를 잡았을 뿐. 이는 절대 사심이 들어간 것이 아닙니다.”

 

담담하게 말한 베로니카는 그대로 내 오른쪽 어깨에 턱을 올렸다.

 

“아까 그 자리는 어떻게 된 거죠? 만족한다면서요.”

 

“시간이 지나고서야 제 자신의 안일함을 깨달았습니다. 이리 좋은 자리가 있는데...”

 

쓰읍- 하아-

 

베로니카는 냄새라도 맡는 것인지 숨을 들이켰다.

 

“명당이군요.”

 

“야, 너는 나랑 같은 편이어야지! 이게 무슨...!”

 

레오나는 어이가 없다는 듯 베로니카를 바라보았으나.

안타깝게도 베로니카는 들은 척도 안했다.

 

눈물이 다 나오는구만.

 

“과연, 그런 거군. 한수 배워간다.”

 

“아스널? 넌 또 왜 드러눕는 거야?”

 

나는 내 허벅지를 베개 삼아 누운 아스널을 보았다.

당당함이 잔뜩 묻어나오는 얼굴로 “감정에 솔직해지기로 했다.”라고 말하는 아스널.

 

“이것 참.”

 

나는 슬쩍 레오나 쪽을 흘겨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부들부들 거리며 흡사 바이브레이터의 그것 마냥 엄청난 진동을 일으키는 노란머리.

 

엄청난 진동에너지!

살짝 건드리기라도 하면 축적된 에너지를 분출할 것 같았다.

그것은 하나의 주먹에 모여 장렬한 폭력 에너지가 되겠지.

 

항상... 은 아니지만 자주 보는 분노패턴.

허나, 머리로도 이해하고 눈으로도 보이지만 막을 수 없다.

이는 거의 폭탄과 같았다. 그야말로 숨 쉬는 폭발물 레오나다.

 

나는 재빨리 이 상황을, 주로 레오나의 분노를 잠재울 방법을 구상했다.

 

그 방법은... 딱히 없다!

 

저것 봐라! 레오나가 아주 흉흉한 기운을 다 뿜어내잖아!

 

“여기까진가...”

 

나는 이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조용히 눈을 감았다.

매 맞는 남편들의 삶이란 이런 걸까?

 

또르륵-

 

한 줄기의 눈물이 흘러나왔다.

그 눈물은 웅덩이가 되었고 강이 되었다.

동시에 저 너머 강 건너에서 웬 이상한 아저씨들이 보였다.

 

옆머리만이 마지막 잎사귀처럼 남아 가쁘게 숨을 쉬는 후덕한 아저씨.

달달 떨리는 손으로 쏘팔메토를 들고 있는 자신감이 없어 보이는 아저씨.

다 망가진 가정용 게임기를 소중한 듯 품에 끌어안고 있는 슬픈 인상의 아저씨.

덤으로 구석에서 붉은 고무장갑을 끼고 설거지를 하는 아저씨까지.

 

전혀 일면식도 없는 얼굴들.

왜 이 상황에 그들이 보인 건지는 모르겠지만.

이상하게 그들에게서 나의 냄새가, 친근감이 느껴졌다.

 

나는 그들을 또렷하게 바라보았고.

그들 역시 나를 향해 그윽한 눈빛을 보냈다.

 

스윽-

 

그리고 그들은 나를 보며 손을 흔들었다.

측은함과 애잔함이 섞인 우리의 삶이 담긴.

그런 잔잔한 미소와 함께 내밀어진 무수한 손길.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나는 알 수 있었다.

 

아아, 그래.

 

우린.

동료구나.

 

곧 그리 가겠습니다.

 

나는 주저 없이 그들에게 손을 뻗었고.

 

포옥-

 

“...?”

 

의문의 감촉에 현실로 돌아왔다.

 

내게 느껴진 건 강렬하고 묵직한 주먹이 아니었다.

아니, 묵직하긴 했는데 부드럽기도 한 그런 감촉.

 

살며시 눈을 뜨고 레오나를 보자.

그녀는 무슨 매미처럼 내 옆구리를 공략하여 들러붙어있었다.

 

그리고 압도적인 가슴!

그것을 무기로 내 왼팔을 푹신하고 말랑한 살덩이로 포위하고 있던 거다!

이것이 의문의 감촉의 정체!

 

“뭠마, 나도... 이러면 안 되냐.”

 

“안될 거 없지.”

 

나는 부끄러운 듯 고갤 돌리는 레오나에게 싱긋 웃어주면서 눈을 찬찬히 감았다.

 

그러자 다시 보이는 저쪽 강 너머의 매 맞는 남편들.

그들은 놀란 눈을 하고 있었지만 여전히 손을 내밀고 있었다.

 

고마워요, 아저씨들.

 

그들에게 감사를 보내자 무수한 손가락 욕이 쇄도했다.

그럼에도 나는 기분이 좋았다.

 

세상은 아직 아름답다.

그 사실을 몸소 체험하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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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이상한 형태의 허들링 같은 상태에선 대화를 이어나갈 수 없어서.

아쉬워하는 그녀들을 애써 달래고 달래서 떨어뜨려 놓으니까.

사지를 하나씩 잡고는 놓아주질 않는 게 아닌가!

 

결국엔 뭐.

 

“그럼 이제 대화를 시작해 볼까.”

 

“진짜 이 상태로 하게요?”

 

“왜, 그냥 내가 조금 불편하고 말지.”

 

팔다리 하나씩 잡힌 채로 시작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내가 중심에 누워 있고 그걸 이 여인들이 하나씩 붙잡고 앉은 형태.

 

나도 안다 병신 같은 거.

 

근데 솔직히 말해 먼가 사극에서 본 능지형? 거열형? 인가 그걸 당하는 거 같아서 이게 설득력이 더 좋지 않을까?

생명이 꺼지기 직전의 상황에선 솔직해져야지 거짓말 할 여유는 없잖아.

 

“자아, 그럼 시작이야. 아, 참고로 서로에 대한 모욕은 금지. 주먹을 쓰는 것도 금지야.”

 

나는 각각 내 오른팔과 왼팔을 차지한 노란머리와 하늘색머리에게 주의를 주었다.

 

“응. 뭐 그 정도는.”

 

“알겠습니다.”

 

언제 싸웠냐는 듯 조신하게 끄덕이는 둘.

 

“내가 적당히 보고서 안 되겠다 싶으면 중재할 거니까. 그럼, 시작해.”

 

“내가 먼저 질문하지.”

 

바로 치고 나오는 아스널.

그녀는 손으로 흐붕이를 지목하더니 씨익 웃었다.

 

“어젯밤의 일이다. 이미 설명해준 것도 있다지만 그저 묻고 싶군. 좋았나?”

 

얘가 뭘 물어보는 거야.

 

나는 아스널을 한번 째려보고는 바로 흐붕이 쪽을 바라보았다.

굳이 대답해줄 필요는 없다. 그리 말해줄려고 했는데.

 

“네, 사랑받는다는 느낌이었죠.”

 

흐붕이는 자신의 아랫배를 쓰다듬었다.

 

슥, 스윽-

 

사랑스럽다는 듯 후후 웃으면서 말이다.

 

쓰읍, 뭔가 기분이 묘한데.

 

“...깊은 곳까지 가득 말이죠.”

 

“확실히 그런 기분이 들긴 하지.”

 

아스널은 이해한다며 그녀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었지만 그렇지 못한 이들이 있었으니.

 

“뭔가 맘에 안 들어.”

 

“동감입니다.”

 

레오나와 베로니카였다.

화난 것보단 분하다고 해야 할지.

입술을 삐죽 내민 둘.

 

그 모습이 마치―

 

“아, 두 분 죄송합니다. 이렇게 말하니 뭔가 기만하는 것 같네요. 여러분들도 마구마구 경험했을 텐데.”

 

“죄송하다면 그만 좀 웃지?”

 

“웬만해선 이런 말씀 드리진 않지만 나가 죽으십쇼.”

 

비틱식 기만에 부들대는 모습 같았다.

 

“어허. 흐붕이도 그쯤 하자.”

 

그렇기에 바로 제지에 들어간다.

무차별적인 기만행위는 모두를 고통스럽게 만들뿐이니까.

 

“흐붕아. 얘네들 아직 벌 받는 중이라서 요 근래에는 한 번도 못했어. 그래서 어제 마구마구 했다더니 뭐 그런 말을 하면 이분들께 큰 상처에요.”

 

마치 다이어트 중인 사람 앞에서 치킨을 뜯는다거나.

이번 달 생활비를 아껴야 한다는 친구 앞에서 단차로 바로 한정캐를 뽑는 것처럼.

매우 악질적인 행동이었기에 몸소 나서서 막았다.

 

“거의 2주 가까이 나랑 몸은커녕 대화도 안했던 분들이라서 그런 소리는 큰 자극이 되어버린다고. 근데 그런 애들 앞에서 어? 그렇게 자랑하듯이 말하면 기분이 좋을 리가 없잖아!”

 

마음 같아선 허리에 손을 올리고 ‘흐붕쿤!’하면서 말하고 싶었다.

물론 이렇게 붙잡힌 이상 어림도 없지만 말이다.

 

어쨌든 차근차근 상세하게 요 여자들이 겪었을 고충을 이야기 해주었다.

휴, 나 아니었으면 진짜, 상처뿐인 세상이었겠지.

 

“후우, 오늘도 보람찬 선업을 행에에엑!? 아 쫌! 꼬집지 마!”

 

“네가 제일 나빠!”

 

“신도님도 나가 죽으십쇼.”

 

“하하, 괜히 이쪽까지 꼴 받는군!”

 

형형색색의 여자들이 내 팔다리를 마구잡이로 그야말로 무차별 꼬집기를 실시했다.

남의 살가죽을 꼬집어 비튼 다는 것은 그야말로 사탄도 감탄할 대악마적인 행동!

 

“크하악! 그만! 그만해!”

 

나의 처절한 외침에도 요 사악한 여자들의 사악한 손길은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더 강해지는 게 아닌가! 거기에 이 자세까지! 그야말로 꼬집기 형벌!

 

“생각해 보니까 네가 제일 나쁜 새끼야! 막 여지저기 친근하게 들이대고는 여지를 주고는 반하게 만들어서! 이익...! 암튼 개새끼야!”

 

쌓인 게 많았던 것 같은 레오나의 꼬집기 독주.

 

“신도님! 제가 누누이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여성을 늘리는 것은 불건전한 일! 문란한 삶은 그만 청산하십시오!”

 

그것을 바짝 따라오는 베로니카의 잔혹한 설교.

 

“나는 별 상관은 없다만, 그냥 자주 섹스를 해주었으면 하는군!”

 

그냥 야스 안 해주어서 삐진 아스널까지!

 

나는 구원을 바라는 눈빛으로 흐붕이를 바라보았지만.

 

“어...? 어라?”

 

흐붕이 아니, 흐레스벨그는 이 상황이 이해가 잘 되지 않는 건지 멍해져서는 눈동자를 데굴데굴 굴리고 있을 뿐.

내 이해는 한다. 누구나 순간적인 상황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하니까!

 

그래도 말리는 것 정도는 해줘도 되지 않아?

 

“큿...!”

 

젠장, 역시 내 몸은 내가 지켜야 한다는 건가!

 

“긴급탈출!”

 

“뭐? 앗!”

 

“무슨...?!”

 

내 외침에 요 여자들이 놀란 사이에 크게 굴러서 침대 밖으로 데굴데굴 굴러 빠르게 꼬집기 형벌에서 벗어났다.

모두 놀란 토끼눈을 하고 있을 때 나는 다급하게 내 몸을 슬쩍 스캔했다.

 

흐붕이가 맡은 왼팔을 제외하고는 멀쩡한 곳이 없었다.

평소와 달리 끝내주는 단합력이다.

그걸로 자기 남자나 괴롭히고 있다니...

 

“다들 너무해! 이런 연약한 인간인 나에게 잘도 이런 끔찍한 짓을 벌이다니!”

 

나는 동화 속 가련한 공주님처럼 눈물을 뚝뚝 흘렸다.

유리 구두처럼 투명하고 예쁜 내 마음은 이미 부스러진 지 오래.

 

“이 새끼 아직 덜 맞았네.”

 

레오나의 끔찍한 말에 마치 하늘을 나는 거대문어를 목격한 것 마냥 믿을 수 없는 현실을 보고 발작한 사람처럼 부르르 떨었다.

 

“폭력으론 모든 걸 해결할 수 없어!”

 

최고 인기의 히어로 스파이더맨의 엉클 벤은 말했다.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고!

 

“또 또 지랄한다! 당장 안와?”

 

주먹을 번쩍 드는 레오나.

나는 안다 저 작은 주먹이 얼마나 매운지.

 

“...물론 대부분의 사고는 압도적인 힘으로 찍어 누를 수 있지. 그것이 힘의 차이.”

 

벤 삼촌은 ‘고작’ 일반인이었기에 ‘큰 힘’까지만 봐왔기에 그 너머의 ‘압도적인 힘’을 몰랐으리라.

어차피 압도적인 힘의 차이 앞에선 책임도 바닥을 기는 거다.

 

“아직도 정신 못 차렸네. 십초 준다. 십, 구, 팔...”

 

내가 눈을 뜨고 숨 쉴 수 있는 시간이 점점 줄어들고 있었지만 나는 레오나쪽으로 기어가지 않았다.

오히려 거리를 벌려 문 앞으로 향했다.

 

“어쭈? 도망가게 내게서 도망칠 수 있다고 생각해?”

 

이 행동이 레오나를 부추긴 건지 레오나는 아주 두 팔의 소매를 걷기 시작했다.

옆에 있던 베로니카 역시 “돕겠습니다.”라고 말하며 눈을 부릅떴다.

 

“도망칠 수 있다. 레오나. 확실히 네 힘은 압도적. 허나 그뿐이다.”

 

“뭐어? 진짜 죽을래?”

 

이젠 자리에서 일어나 나를 노려보기 시작한 레오나.

아스널도 걱정이 됐는지 “살살해라, 철혈.”이라며 걱정해 주었지만.

이왕 남자로 태어난 이상 도발정도는 해주는 것이 당연!

 

“너무 강한 말은 쓰지 마...”

 

나는 피식 웃으면서 내 방문의 문고리에 손을 얹었다.

이후의 계획은 당연하지만 미리 짜 두었다.

긴급회피로 침대에서 벗어난 순간부터 나의 설계는 돌아가고 있었으니까.

 

그러니까 이번 도발은 안전하다는 확신에서 오는 것.

즉, 내가 레오나에 잡힐 일이 없다는 것이다.

 

나는 문을 열며 마저 말했다.

 

“약해 보인다구.”

 

“야!”

 

뒤로 무어라 고함소리가 들렸지만 무시하고 달렸다.

평화를 위해 스스로 위악의 길에 들어 모두의 적이 된다.

아마 내 지랄이 잘 먹힌 터라 당장 흐붕이를 갈구는 일은 없을 거다. 아마.

 

지금 당장은 나를 까느라 바쁘겠지.

흐붕이가 혼자 남았다지만 눈치 좋은 아스널이 잘 지켜줄 거고.

경험상 레오나와 베로니카 성격상 정말로 눈에 불을 켜고 나를 쫓을 일은 거의 없다.

 

탓 탓 타앗-

 

빠르게 뛰면서 생각했다.

그럼에도 혹시 레오나가 나를 찾는다면?

간단하다.

 

“압도적인 힘. 그 너머를 봐야지.”

 

슬슬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는 함장실.

나는 발걸음에 더욱 힘을 주며 문을 박차고 들어갔다.

 

“사령관아! 나 아무래도 조금... 어? 너어...”

 

호기롭게 들어갔지만 사령관의 꼴을 보자 그 호기로움이 달아나버렸다.

오르카를 책임질 최고 권력자의 모습이 평소와 많이 달랐다.

 

“아... 왔어...?”

 

“이 무슨! 너 괜찮아!?”

 

“괜찮... 아니, 조금 안 괜찮을 지도?”

 

괜찮은 게 아니잖아! 애가 무슨 반쪽이 되었어!

 

무심코 걱정되는 마음에 눈물이 조금 흘러나올 것 같았다.

나를 레오나로부터 지켜줄 빽이 이런 상태라니!

 

“무슨 일이 있었던 거냐!”

 

“그... 어젯밤에 조금 아니, 많이 빨렸어.”

 

사령관의 힘없는 대답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과연, 그런 거였군!

별거 아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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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반건조 사령관이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