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 수리 끝! 이제 팔 한번 돌려봐!"


그렘린은 온 몸에 붕대를 칭칭 감은 상태에서도 기간테스의 수리를 전부 끝마쳤다.


기간테스는 양 팔을 가볍게 돌려보는 것은 물론, 두 주먹을 부딪히면서 자신의 상태를 확인해보았다.


"현재 상태, 이상 무. 수리 완료. 하. 하. 하."


"좋아, 괜찮아 보여서 다행이네.


그나저나, 그 가슴 쪽에 페인팅 하나 넣어준 건 어때? 마음에 들어?"


기간테스의 가슴에는 척추째 뽑힌 알파의 머리가 페인팅으로 새겨져 있었다.


"아주 좋음. 하. 하. 하."


기간테스와 그렘린이 대화를 나누는 사이, 아더가 그들 사이에 끼어들어 팔짱을 끼며 말했다.


"그나저나 정말 대단했어. 잘려나간 팔을 해피의 도움으로 달궈서 알파를 두들겨 팰 줄이야."


아더의 감탄에 기간테스는 주먹을 맞부딪히며 고개를 끄덕였다.


"수용 가능한 경우의 수를 추론, 달궈진 팔로 알파를 상대하는 것, 매우 효율적 선택."


동일 기체들과는 다르게 이제는 경우의 수까지 추론하할 정도로 지능이 향상 되어가는 기간테스의 모습에 아더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기간테스, 내가 생각을 한 번 해 봤는데 말이야...


넌 정말 특별한 기간테스야, 솔직히 알파를 상대하려면 기간테스를 못해도 10대는 투입시켜도 모자랐을텐데. 


넌 그 괴물을 해피와 같이 때려잡았잖아. 맞지?"


"가만 있어봐요, 그 말은....이름을 붙여 주시겠다는 거에요?"


그렘린의 표정에 놀람이 가득차자 아더는 그저 어깨를 으쓱였다.


"안 될게 뭐가 있겠어? 알파를 처리했는데, 그 정도 보상은 해 줄 수 있잖아."


"그, 생각해 본 이름이 하나 있는데, '예거' 어때?


내가 예전에 마셨던 술 이름에서 따본건데."


아더가 지어준 이름이 마음에 들었는지 기간테스는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


"예거, 이름 확정. 현 개체 번호, 예거로 변경 중....


변경 완료, 현 시간부로 기간테스 G-100968, 예거로 변경 완료."


기간테스가 두 주먹을 두드리며 환호하는 듯한 제스처를 취하자 아더 역시 이에 흡족했는지 웃으며 자리를 떴다.


"AGS에게 이름도 붙여주다니, 그것도 자발적으로 말이야."


행정 업무를 마치고 돌아오는 알바트로스는 아더의 행동에 반쯤 의문을 가졌다.


"뭐, 어때? 타이런트한테 해피란 이름도 붙여줬는데, 안 될 거 없잖아?"


"...그건 내기로 붙인 이름이 아니었나?"


"어...그랬나?"


알바트로스는 잠시 아더에게 이름에 관한 대화를 나누는 것을 보류하기로 결론을 내렸다.






한 편, 의무실에 입원한 유미는 멸망 전의 넷플릭스 영상들을 보며 핫도그를 먹고 있었다.


"와...씨발 하느님....이게 얼마 만에 먹어보는 핫도그냐...하...."


칠리 소스가 입가에 묻은 유미는 소스를 닦을 틈도 없이 곧바로 맥주캔을 꺼내들어 단번에 들이키기 시작했다.


"거, 천천히 먹어. 아무도 안 뺏어 먹는데 참..."


병문안이라는 핑계로 아더 역시 의무실에서 유미와 같이 넷플릭스 영화를 보고 있었다.


오랫동안 섬에서 지내느라 영양 불균형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유미는 병원식 대신 소완의 앞에서 '제발' 핫도그를 만들어 달라 빌다시피 부탁했고, 이에 소완은 의무반과의 합의 아래, 핫도그와 저알콜 맥주 세트를 제공해주기로 했었다.


"사령관님, 제가 섬에 있었을때 핫도그가 엄청 먹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어떻게 했는지 아세요?"


"어....모르겠는데."


"애벌레 큼지막한 애들 여럿 잡아서 으깬 풀 반죽에 감싸서 구워 먹었어요.


물론 맛은 정말 지랄 맞았지만요."


".........?"


아더는 자신의 머릿속에 잠든 상상력을 최대한 끌어올려 애벌레 핫도그의 모습을 상상해보려 하였다.


꿈틀거리는 애벌레를 녹빛 반죽에 감싸서 불에다 구워먹는다는 것을 상상하려는 순간, 아더는 더 이상의 생각을 하지 않기로 마음 먹었다.



"물론, 이제 진짜 핫도그를 먹을 수 있게 됬지요! 하!"


복스럽게 핫도그를 먹는 유미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던 아더는 갑자기 한 가지 의문을 가지게 되었다.


"아, 그러고 보니 궁금한 게 하나 있는데...전 사령관 시절에 어쩌다 그 섬으로 쫓겨난 거야?"


"아, 그거요? 워낙 오래 전 일이라 기억이 가물가물하긴 한데....


발전 시설이 망가져서 거의 9시간 내내 수동으로 가동시키고 복귀했는데, 그 염병헐 후레잡년이 자기 넷플릭스 인터넷이 안 잡힌다고, 오르카 호를 부상시킬테니 안테나 고쳐오라고 지랄하지 뭐에요? 그것도 비 대판 오는 날에?"


"어....그래서?"


"어쨌냐고요? 


너무 힘들고 어이가 없어서 그 후레잡년 앞에서 지랄 좆 까는 소리 말고, 차라리 배 째라 식으로 바닥에 드러눕고 시위하다가 복날 개새끼처럼 두들겨 쳐맞고 쫓겨난 거죠."


"아......."


아더는 전 사령관의 무능함으로 인해 인생의 5년을 섬에서 낭비해야 했던 유미의 삶에 크나큰 동정을 가질 수 밖에 없었다.


"내가 사령관으로 있는 한, 넌 필요할 때만 부를게. 약속할게."


"뭐, 빈 말이라도 고맙네요. 


아, 이제 배도 부르겠다, 잠도 오겠다....


전 먼저 자 볼게요."


유미의 눈이 점차 감기자 아더는 입가에 묻은 소스들을 냅킨으로 닦아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푹 쉬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