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거모음


키르케 누나와의 술냄새 가득한 시간을 보낸 이후, 나는 씻지 못하고 찝찝한채로 바를 떠나게 되었다.


'에에, 그러니까 알바군? 유미는 내가 데려다줄게. 너는 몰라도 나한테서 나는 냄새는 술냄새때문에 가려질거야.'


바는 지금 문을 닫았고, 격렬한 관계가 있었던 창고는....


'그거 어떻게 하지? 매트리스 갖다 버려야하나? 태워버려? 아니면 뭐 커버라도 씌워?'


"쓰읍, 어떡하지...일단 둘다 피곤하고 아무도 모를거라 생각해서 청소는 안해놨는데."


뭔가 생각해보려 했지만, 몸도 피곤하고 술기운도 남아서 머리가 잘 안돌아간다. 일단 집에가서 씻고 자야겠어.


역시 제대이후로 운동은 하나도 안하던 나에게 들박은 무리였나?


"헬스장이라도 다녀야하나..."


그렇게 체력부족을 고민하며 집안에 들어왔을 때, 나는 현관에서부터 집이 뭔가 달라졌다는걸 눈치챘다.


분명히 오늘 내가 집을 나올때까지만 해도 집에는 산뜻한 무언가의 향이 느껴졌었다.


사장님의 향수인지, 아니면 내가 사놓고 쓴적 없는 모종의 세제종류인지는 몰라도 은은한 향이 있었는데. 근데...그게 안느껴진다.


시간이 지나서 향이 옅어진걸수도 있었지만, 술기운과 몽롱한 정신탓에 이성이 약해진 상태였기에 더 긴 생각을 할 수 없었다.


1. 집에는 원래 좋은 향이 났었다.


2. 그런데 나중에 돌아와보니 집에서 향이 안난다.


3. 우리집은 창문 닫아놓으면 냄새가 절대로 안빠질 정도로 밀폐되는데...?


4. 그렇다면....?


5. 누군가 들어와서 환기를 하고 감쪽같이 사라졌거나 아직 숨어있다!


일련의 과정을 통해 추측한 결론에, 나는 집안의 어둠을 향해 소리쳤다.


"거기있는거 다 안다! 나와라!"


누구나 집에 들어올때나 혼자 있을때 무서움을 느끼면 무의식적으로 하는, 공포감을 덜고 안심하기 위한 행동.


정작 그걸 하고나서의 뻘쭘함과 아무런 대답도 없는 빈 공간에 사람은 아무것도 없다는 안도감을 얻는다.


휴, 아무런 대답이 없는걸 보면 내 추측은 그냥 멍청한 생각이었고 향이 사라진건 시간이 지나서 사라진...


"...칫, 들켰나."


...어? 진짜 대답했어?!


여자 목소리? 누구지?


불 꺼진 방 안의 어둠 속, 발소리는 없지만 공기 가르는 소리와 함께 무언가가 나에게 달려들었다.


"들킨 이상은 어쩔 수 없지!"


"으악?!"


나는 급하게 몸을 피하려했지만 여러가지로 지쳐있어 피하지 못했고, 오히려 피하려는 동작때문에 균형을 잃고 넘어졌다.


하지만 미끄러져 넘어지는바람에 우연히 달려들던 무언가를 피할 수 있었고, 나는 바닥에 주저앉아 나를 습격한것을 확인했다.


아직 켜져있던 현관의 조명이 내리쬐는 빛 속, 어둠에서 튀어나온 그것은 사람이었다.


"칫...빗나갔나."


뒤로 묶은 검은 머리, 붉은 눈, 그리고 망사에...노출 많은 복장에...와키자시...단검, 망사복장, 어둠속에 숨은 암살자! 설마!!


"아이에에에! 닌자?! 닌자 왜?!"


닌자가 눈앞에 있다. 닌자가 왜...? 아니, 닌자가 진짜 있나? 닌자...닌자...아...닌자...아...아이사츠.


"도-모, 철남입니다."


나는 무의식중에 양손을 모으고 아이사츠를 했고, 내 아이사츠를 보자 상대도 양손을 모아 인사했다.


"도-모, 철남=상. 쿠노이치 제로입니다. 지금부터 네놈을 제압하겠다."


제로라고 자신을 밝힌 쿠노이치는 현관문에 꽂혔던 단검을 뽑은 뒤, 나를 향해 겨누었다.


그러나 그 때, 단검의 앞을 가로막는 칼날이 있었다.


채-앵!


"...왜 막는거죠."


"이번임무. 암살. 아니야."


비슷하게 노출이 많은 복장이었지만, 긴 태도를 들고 있는 단발머리의 또다른 여성이 그 태도로 나에게 향하는 단검의 칼날을 막고 있었다.


"하지만 정체가 노출됐죠...! 그건 예외사항일터!"


"그래도, 안돼. 규칙위반."


"임무가 먼저예요! 벌은 나중에 받겠습니다!"


"아니, 규칙. 먼저."


"그렇게 나온다면...언니를 먼저 제압하겠어요!"


"얼마든지."



그렇게 서로 알 수 없는 대화를 나눈 두 닌자는 갑자기 칼을 바닥에 던졌다.



챙그랑, 쨍-!



"오시죠!"


"네가, 먼저."


칼을 버린 직후, 두 닌자는 서로에게 달려들어 맨손으로 싸우기 시작했다.


갑자기 주먹질? 대체 왜...? 아니, 일단은 여기서 벗어나야지.


나는 현관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기 위해 조심스럽게 뒤로 물러났고, 그때까지도 눈앞의 두 닌자는 칼 없이 맨손으로 격투를 하고 있었다.


투다다다다닥.


엽문에서 영춘권이 작렬할때나 들을법한 소리가 미친듯이 들려오고 있었고, 두 닌자가 다른곳에 신경이 팔린 사이에 나는 탈출을...


"거기, 멈춰라!"

"거기, 멈춰."


타다다다당!


....하려다가 동시에 날아온 칼과 수리검들이 내 바지 주위에 테두리를 그리듯이 꽂혔다. 직격은 피했지만, 이건 내가 피한게 아니라 저쪽이 일부러 안맞춘거다. 원하면 언제라도 몸에 꽂을 수 있겠지.


"싸울때 싸우더라도 목표가 도망치게 두지는 않는다."


"응, 도망가지마."


"....안도망가면 살려주나?"


"걱정마, 안죽여. 아마도?"


그리고 그 때, 내 바지쪽에서 불길한 소리가 들렸다.


투두둑.


가랑이부분을 비롯해서 각종 부분에 칼과 수리검이 꽂혔고, 그 와중에 찢어진 바지가 그만...명을 달리했다.


"...나 요즘 왜이렇게 옷이 남아나질 않지?"


그렇게 바지를 잃게 되고, 눈앞의 닌자들이 내 목숨까지 바지처럼 찢어버리는것만을 기다리려던 그 때.


"아......"


"나, 나는 못봤다. 저는, 저는 아무것도 못본 것이어요!"


내 하반신을 보던 두 닌자가 갑자기 도망쳤다.


"....?"


갑작스러운 상황에, 바지가 벗겨지고 닌자가 도망친 이유가 궁금해진 나는 무심코 아래를 내려다보았는데....


"미친."


바지랑 팬티가 동시에 명을 달리했다.


"안그래도 지금 되게 찝찝했는데 속옷을 벗겨준거면 고맙다고 해야돼, 아니면 어디까지 괴롭힐거냐고 화를 내야해...?"


너무 갑작스러운 일이 많이 들이닥치자 오히려 냉정함을 찾게 된 나는 닌자들의 습격에 어떻게 대응해야하나 생각하느라 내 옆까지 다가온 닌자를 눈치채지 못했다.


"화, 내도 돼."


아까 왔던 단발머리쪽의 닌자가 눈을 감은 채 내 옆에 서있었다. 뭔데?! 왜 다시 온건데?


"설마 확인사살을?"


"아니. 수리검이랑, 칼. 가지러 왔어."


재방문 이유를 밝힌 단발머리의 쿠노이치는 현관문에 박힌 수리검과 바닥에 내던졌었던 무기들을 회수한 뒤, 고개를 숙였다.


"습격. 미안해. 하지만 의뢰야. 그리고 바지는...나, 눈 감았어."


왜 눈을 감고있나 했더니? 그 부분에서만 배려깊지 말라고....


"그럼, 다음에 또."


단발머리의 쿠노이치는 그렇게 인사하고 떠나가려는듯 몸을 돌렸다가, 그대로 움직임을 멈췄다.


"제비꽃...냄새..."


뭔 꽃냄새? 밤꽃냄새는 날지도 모르겠는데.


"아...음. 아무것도. 그럼 이만. 사요나라."


그 말을 끝으로, 단발머리의 쿠노이치는 내 앞에서 연기처럼 사라져 모습을 감췄다.


"...닌자가 진짜 있긴 하구나."


어느날 갑자기 우리집에 쳐들어온 닌자...두 쿠노이치는 나타났을때처럼 갑작스럽게 사라졌다.


쿠노이치의 습격이라는 뜻밖의 사건이 발생했음에도, 나는 일단 샤워를 했다.


마음을 진정시키기도 해야했고, 또 그대로 자기엔 찝찝했으니까.....잘 구별은 안가는데 수리검이 꽂혔을때 살짝 지린것같기도 했고.


"내가 기가 허해서 헛것을 본건지 몰라도...도망칠 정도의 체력은 키워야겠어..."


샤워 후 꼭 운동을 해야겠다는 다짐과 함께, 긴장이 풀려 피로가 밀려온 나는 그대로 쓰러지듯 잠에 들었다.




다음날 아침.


나는 어젯밤의 일을 확인하기 위해 현관을 확인했다.


"이거 어떡하냐...이건 뭐 변상 이전에 집주인한테 어떻게 변명할지도 안떠오르네."


현관에 발을 들이지마자, 어젯밤의 일이 꿈이 아니라는듯 금속으로 된 현관문은 엉망이 되어있었다.


"내가 이런걸 현관문에서 볼줄은 몰랐는데."


흔히 사용되는 종이 상자의 포장을 급하게 뜯을때나, 아니면 그냥 이유없이 구멍을 뚫고 칼로 구석을 찢는 그런 방식을 현관문에 적용한것같은 광경이 펼쳐져있었다.


"이건 뭐 어쩌다가 이렇게 했다고 말해야 설득력이 있지? 강도도 이렇게는 안하겠는데."


바깥까지 나가서 문의 상태를 확인해봤지만, 다행히도 문 바깥은 멀쩡해보였다.


어떻게 해명해야할까 고민하던 그 때, 머리가 욱씬거렸다.


"...아, 머리아파."


숙취때문일수도 있고, 스트레스 때문일수도 있지만 머리가 아프다...


집에 라면도 없고, 해장에 쓸만한 다른것도 없다. 아니, 애초에 있는게 없다.


"...사장님이 다 갖다버렸나? 아니면 그 이전부터 없었나?"


그러고보니 어제 집에서 고민만 하다가...미호랑 과외하고...그대로 바에서 술먹고...음, 집에와서 냉장고를 열어볼 시간이 없었네.


"결국 편의점을 가야하나..."


아무것도 가진게 없는 나는 옷을 대충 챙겨입고 슬리퍼를 질질 끌며 편의점으로 향했고, 편의점에 도착하자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어서오세요~뭐야, 철남이네."


"어, 유미. 어제는 잘 들어갔고?"



"죽을거같아...과음했어..."


다행히도, 키르케 누나가 제대로 데려다준것 같다.


"해장은?"


"했겠어?"


얼굴 보니까 해장 이전에 잠도 제대로 못잔것같다.


"그래, 고생이 많네."


난 곧바로 컵라면 두개와 삼각김밥 두개, 그리고 이온음료도 두개를 골라 계산했다.


"...뭐야, 이거 다 먹게? 아니, 다 먹을수도 있지."


유미는 내가 고른것들의 양이 많다고 생각한건지 살짝 놀랐지만 어떤 이유에선지 저 양을 납득한것같았다.


그리고 계산을 끝내자마자 나는 전자레인지와 뜨거운물로 라면과 삼각김밥을 조리했고...


"자, 먹자."


그걸 유미의 앞에 갖다놓았다.


"뭐야, 갑자기?"


유미는 계산대에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라면이 올라오자 당황해서 나와 라면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뭐긴 뭐야, 해장이나 하자는거지. 둘 다 어제 술먹었는데."


그리고...불쌍하다. 분명히 맥주로 시작했는데 키르케누나한테 반쯤 억지로 양주를 섭취당했으니...


"이러려고 두개 산거야?"


"빨리 먹어. 손님오면 어쩌려고."


"어어? 아, 알겠어."


빠른 식사가 버릇이 된건지, 아니면 정말 배고프고 손님이 올까봐 급해져서였는지 유미는 국물에 김밥도 끝내고 음료수까지 원샷한 상태였다. 참고로 그 일련의 과정이 끝난 때는 내가 면을 겨우 다 먹었을 때였다.


내가 김밥의 포장지를 뜯을 때 쯤, 자신이 먹은것들을 정리한 유미가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저기, 너 나중에 시간 돼?"


"어? 뭔 시간?"


"아니, 퇴근하고 집에가면 할거 없고 심심한데..같이 pc방이나 가자고 말하려고 했지. 너도 바에 출근하기 전까지는 일 없잖아."


갑자기 PC방을 가자고 제안한다...라. 손놓은지 좀 됐고 요즘 할 마음도 옅어졌지만...누가 권유하니까 갑자기 뭔가 하고싶어졌다. 근데 얘가 제안하는건 의외인데.


"PC방? 갑자기?"


"왜, 싫어? 나, 나 실력 그렇게 나쁘지 않은데?"


실력이 좋다고? 유미가 게임에 취미가 있었나? 의외인걸.


"아니, 예전에는 게임을 자주 하긴 했는데 요즘은 좀 안해서. 그보다 PC방을 가자니 의외네."


"집구석에서 할 수 있는 취미 중에서 술마시는것보다 건강한 취미니까..."


그런 이유에서 게임이 취미였니...? 나도 한 히키코모리 하지만 너도 만만치 않구나.


"그래, 뭐. 나중에 연락해. 저녁쯤이면 되나?"


"응, 저녁쯤이면 퇴근했지."


오늘 오후에 리앤과 만나기로 했으니, 저녁쯤이면 유미와 시간도 대충 맞다.


"그럼 수고해~"


나는 다 먹은 삼각김밥 봉지와 라면 용기를 버린 뒤, 이온음료를 입에 물고 편의점을 나왔다.


"좋아, 정리하면...오후에 리앤이랑 만나고, 저녁에 유미랑 게임하고, 밤에 출근하면 되겠네."


그렇게 모든걸 정리한 뒤, 나는 느긋하게 친구만날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여보세요? 어, 리앤. 오늘 만나기로 했는데 장소랑 시간을 얘기 안해서 말이야...."



-오후 12시 50분, 영화관 앞-


나는 느긋한 걸음으로 리앤과의 약속장소를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평범하고 편하게 청바지와 반팔티셔츠, 그리고 그 위에 재킷 하나.


친구랑 만나는 약속이었으니까, 깔끔하게만 챙겨입고 나왔다.


그보다...장소 선정이 리앤답다고 해야할지, 아니면 의외라고 해야할지.


옛날에 리앤과 셜록 등, 친구끼리 모여서 놀던곳을 약속장소로 정했다.


"우와...여기, 아직도 운영하네..."


오래된 영화관 건물을 살펴보고 있을 때, 저 멀리서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왓~슨~"


나를 부르는 리앤만의 호칭에, 나는 그쪽을 향해 고개를 돌렸고....


"오, 우리 탐정니...임?"


정말, 뜻밖의 모습을 한 옛 친구를 마주했다.


"왓슨! 약속시간까지 아직 여유가 있는데 미리 도착했구나? 역시 왓슨이야!"


평소, 놀기 좋아하고 활기차서 바지를 입는 경우가 많았던 내 친구 리앤.


얼마 전에 만났을때도 리앤은 바지에 셔츠를 챙겨입은 수수한 모습이었다. 뭐...그 안의 몸은 수수하지 않았지만.


하지만 지금의 리앤은, 평소에 내가 알던 리앤과 달랐다.


허벅지 중간쯤에서 끊기는 붉은색 원피스와 어깨에 걸치듯이 입은 가디건, 그리고 포인트를 주려는듯 머리에 살짝 꽂은 핀까지. 누가봐도 내가 친하게 지냈던 리앤과는 거리가 있었다.


...나도 그렇게 멍청하지는 않다. 매우 친한 친구와도 같았던 평소의 이미지와 다르게, 지금은 누가봐도 누군가에게 잘보이기 위해 꾸미고 온것이란걸 알 수 있었다.


아마 그 대상은 나겠지. 나는 가벼운 마음으로 놀려고 온거였지만, 리앤은 제대로 무장해서 왔다. 어쩌지, 리앤이 이렇게 제대로 준비해서 온걸 보니까 편히 대하기가 조금 어려워지는데. 나도 데이트는 처음이라 어색하다고...


"...옷, 어울리네. 평소랑은 다르지만, 그래도 어울려."


"어, 그래? 아하핫, 치마는...고등학교 이후로 오랜만에 입어서 조금 어색한데."


리앤은 천천히 나풀거리는 치맛자락을 슬쩍 잡고 얼굴을 붉혔다. 정말로 어색해하는 모습을 보니, 진짜 날 위해 입었다는걸 알 수 있었다.


"괜찮아, 예뻐. 얼굴하고 몸만 성장해서 온줄 알았는데, 이런 부분도 제대로 성장해왔구나? 이 왓슨은 우리 탐정님이 훌륭하게 성장한걸 보니까 눈물이 날것같네?"


"아이, 정말! 놀리지 마!"


그냥 순수하게 칭찬해주고 싶었는데, 나는 괜히 예전에 허물없이 친하게 지냈던 옛날이 떠올라 굳이 장난을 섞어가며 리앤을 칭찬했다. 그때의 리앤을 대하듯이 지금의 리앤을 대할 용기가 도저히 나지를 않는다.


"미안, 미안. 그럼 뭐부터 할래?"


일단 뭐라도 하자. 다른것에 신경을 쏟다 보면 마음이 진정되겠지.


"엣, 그..그건 생각 안해왔는데...?"


어? 옷하고는 그렇게 준비했으면서 이 부분은 생각 안한거야?


"그, 그럼 둘이서 할만한게 뭐가 있을까?"


"그럼, 영화...볼까?"


영화? 갑자기? 물론 이 앞이 영화관이긴 한데...


"어? 영화? 영화 보는거, 나쁘지 않지."


차마 어색해하거나 부끄러워하는 반응을 보일 수 없었기에, 나는 리앤의 제안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리앤도,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다급히 이런저런 말을 덧붙이며 횡설수설했다.


"응, 몇명이어도 영화보는건 나쁘지 않지! 혼자라도, 셋이라도! 그, 그으...둘이서...도..."


음, 그래. 쟤도 지금 나만큼이나 떨리고 어색하구나.


서로가 낯설고 어색해서 말이 끊겨가는 상황에, 나는 최대한 용기를 이끌어내서 리앤의 손목을 잡고 영화관으로 이끌었다.


"와, 왓슨?!"


"일단 영화보면서 생각하자!"


그렇게 두 사람의 서툴고 어색하기 짝이없는 데이트가 얼떨결에 시작되었다.


다음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