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교차편집 하는 것처럼 쓴 글임...

현제 시점과 과거 시점을 번갈아가며 보여줌... 알고 읽으면 더 쉽게 읽힐거읾...

긴 글 자체가 싫은 사람을 위해 맨 밑에 3줄요약도 해놈...

그래도 사흘에 걸쳐 열심히 썼으니 읽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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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적. 성체라 명명된 마지막 별의 아이는 태평양 한가운대에서 쓰러졌다.

그 동안 저항군은 오메가를 격퇴하고, 펙스를 병합했고, 생존자를 규합해, 철충을 구제하고, 눈부신 발전을 이루었다.

또한 미지의 적인 별의 아이 역시 어렵게나마 방법을 찾아 격파 해 나갔다.

그리고 모든 힘을 다해 마지막 적을 무찌른 지금 이 순간,

인류 재건의 첫 단추가 부수어지고 말았다.

마지막 순간, 회심의 일격을 꽂아넣은 티아멧은 작은 블랙홀과 함께 소멸하고 말았다.





티아멧은 첫번째 어머니로 정해진 여자였다.

사령관의 최종 목표였던 인류 재건은 철충과의 싸움이 끝나갈 무렵부터 본격적으로 논의 되기 시작했다.

저항군은 펙스로 부터 얻은 기술과 오랜 연구 결과로 인간과 바이오로이드간 정상적인 자손을 두는데 필요한 기술을 얻을 수 있었다.

사령관은 인류 재건을 위해 많은 자손이 필요하다는 것에는 동의 하였지만,
무계획적인 인류 재건의 결과로 신인류가 구인류와 같이 인격체를 도구로 여기는 세상이 될 것을 우려하였다.

이에 사령관은, 인류 재건은 선하고 강한 의지를 지닌 자들이 득세하여, 위계질서를 갖추며 천천히 이룩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가장 큰 권력을 이어받게 될 첫번째 자손의 어머니는 누가 되어야 하는가?

그와 서약한 많은 바이오로이드는 저마다의 바람으로 기대를 품었지만,
사령관은 그 중에도 가장 사랑하는이, 그의 상시 부관인 티아멧을 선택했다.

그녀는 인간성의 상실이 가져다 주는 고통을 겪었고,
길 잃은 증오와 불신으로 스스로를 고통받게 하기도 했으며,
신뢰와 사랑으로 치유받아 내면의 성장을 이루었다.

또한 그녀는 강인하고 위대한 전사였으며,
세심한 성격으로 흔들림 없는 정의를 실천하였고,
오르카에서 드물게도 부끄러움을 아는 상식인이었다.

사령관은 십수년간 투쟁하며, 믿음직한 그녀와 함께 쌓아온 관계에 아름다운 결착을 짓기 원했다.

많은 회의를 거쳤고, 이내 사령관의 뜻대로 그녀는 첫번째 어머니로 정해졌다.

그리고 그는 더 이상 피임을 위한 시술을 받지 않게 되었다.

둘은 많은 밤을 함께 했고, 결실을 맺어 첫번째 신인류가 탄생할 그 날을 기다렸다.





그런 티아멧의 죽음은 사령관을 깊은 수렁으로 빠트렸다.

왜 하필 그녀인가.

빛을 보지 못한 아이는 어찌하는가.

나의 무능함이 아닌가.

너희들의 무능함은 아닌가.

되돌아 올 가능성이 있지 않은가.

나쁜 꿈을 꾸는 것은 아닌가.

그녀 대신 누군가 다른이가 희생할 수 있었던게 아닌가.

작전을 하지 않았더라면.

더 열심히 준비 했더라면.

그녀의 의지를 꺾고 내 옆에 붙여 두었다면.

도망갔더라면.

그녀 대신 차라리 내가 죽었더라면...





티아멧은 자신에게 주어진 무거운 사명을 이해했다.

세상을 다시 만들어갈 모든 신인류의 맏이를 낳을 첫번째 어머니가 자신인 것이다.

처음엔 큰 부담감으로 인해 사령관과 관계가 다소 소원해졌으나,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사령관이 자신을 가장 사랑했음을 다시 느끼게 된 후로 그녀의 세계는 일생에서 가장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다.

또한 그녀의 세계가 아름다운 만큼, 그녀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다.

사령관과 티아멧은 서로에게 무수히 많은 약속을 하였다.

그 둘은 이불 속에서 함께 속삭이는 시시한 약속들까지 모두 하나하나 이루어 주리라 다짐했다.

서로에게 서로라면 부족함따윈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티아멧의 장례식은 치뤄지지 않았다.

이후 현장수색에서 유일하게 찾을 수 있었던 것은 티아멧의 왼팔이었다.

왼손에 쥐어진 검 손잡이 일부는 얼마나 세게 움켜쥐었는지 우그러져 있었고, 함께 나눴던 서약의 반지 역시 찌그러진 채로 손가락을 압박하고 있었다.

마지막 싸움의 고난을 그대로 보여주는 그 모습에 사령관은 다시 한번 미친 사람처럼 울부짖었다.

회수된 그녀의 팔을 끌어안고 슬픔을 토해낸 다음날, 사령관은 약간 변했다.





처음 반지를 받아든 티아멧은 태어나서 가장 환한 표정으로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억눌렀던 마음과 쌓아두었던 감정들이 터져 나와 한번에 여러가지 표정이 섞여 우스꽝스럽게 튀어나왔다.

정신없이 울면서 웃는 그녀는 완전히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 그의 손에 이끌려 반지를 끼고 서약식을 마쳤다.

그 동안 겪어온 회한과 슬픔들은 모두 이 순간의 행복을 더 빛나게 해주는 밑거름이 아닌가 생각 될 정도로 기뻤고, 그로 인해 그녀의 세계는 변했다.

탈론페더가 촬영한 그 날의 영상은 하객이었던 동료와 친구들의 단골 놀림거리가 되었지만, 그녀는 그것마저 기쁘게 받아들였다.

사령관이 직접 끼워준 왼손의 반지는 영원히 빛날 것 처럼 아름답게 반짝였다.





사령관은 세계에 있는 모든 닥터를 불러모았다.

전 세계에 흩어져 있던 10명의 닥터는 사령관의 명에 따라 소집되어 오랜 시간 사령관과 회의하며 연구에 몰두 했다.

몇명만 모여도 기술 특이점이 올 것이라 칭송받는 그녀들도 죽은 이를 되살릴 수는 없었다.

하지만 사령관은 포기할 줄 몰랐다.

그는 항상 닥터들과 붙어 방안을 찾기 위해 닥달했다.

그에게 부족한 지식이 있다면 스스로 밤을 새며 공부했다.

그는 기껏 아이를 가질 수 있는 몸이 되었으나, 누구도 그와 섹스 하지 못했다.

그에겐 정력을 낭비할 시간이 없었고, 모든 체력과 시간을 그녀를 다시 만나겠다는 목표에 쏟아 부었다.

심지어 그는 거의 잠을 자지 않았다.

어쩌다가 잠이 들면 그녀의 꿈을 꾸곤했다.

하지만 서로를 끌어안은 왼팔이 사라져 멀어지는 타이멧을 보며, 그는 비탄에 찬 오열을 토하며 일어나기 부지기수였다.

모두가 안타까워 했지만 답은 시간뿐인 문제라 생각했다.

역사적으로도 시간이 약이었다.





티아멧은 너무나 밝게 웃고 있었다.

서약 이전 그녀의 표정은 항상 무표정했으나, 사령관과 서약한 이후 그녀의 얼굴에선 웃음빛이 사라질 날이 없었다.

사실 오래 전부터 마음을 열어가던 그녀였으나 내면을 드러내는 것은 누군가의 시기와 질투, 혹은 혐오까지 유발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또한 그녀의 무표정은 언젠가 변해버릴 사령관의 마음에 의해 상처를 받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방어막이기도 했다.

그녀가 보아온 인간의 마음이란 언제든 변할 수 있으니, 사령관 또한 그렇지 않다는 확신을 가질 수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서약 이전부터 이후까지 그의 진실된 사랑으로 완전히 마음을 열게 되었고, 쓰고 있던 무표정의 가면을 차츰 벗어갈 수 있었던 것이다.

그녀의 바람대로 그는 영원히 자신과 함께 할 것이다...





수 개월 후 사령관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최소한의 호위만 대리고 길을 나섰다.

그가 닥터들과 골방에 틀어박힌지 수 개월만에 나와 향한 곳은 모든것이 시작된 폐허였다.

재건되지 않은 그 폐허 속에 사령관은 작은 연구소를 마련했다.

모든 닥터를 모아놓고 그는 오랫동안 입밖에 꺼내지 않았던 마지막 인간의 명령을 통해 자신 이외에는 누구도 이곳의 일을 알아선 안 된다는 엄포까지 놓았다.

사령관이 그 폐허에 연구소를 세운 이유, 그것은 작은 발견에서 시작 됐다.

별의 아이가 소멸할 때 발생했던 작은 블랙홀과 폭발을 연구하던 닥터에 의해 발견된 이상현상.

당시엔 이해와 연구가 부족하였지만, 지금은 10명의 닥터가 매진하며 연구하고 있었기에 이윽고 그 현상을 규명할 수 있었다.

그것은 일종의 시간 축 뒤틀림 현상이었다.

일반인이 느끼기에 시간은 모두에게 공평하게 흐르지만, 사실 시간은 모든곳에서 똑같이 흐르지 않는다.

시간은 절대적이지 않고, 빛의 속도에 종속되어 있다.

그리고 빛의 속도는 질량에 종속되어있다.

말인즉슨 질량을 조절할 수 있다면 시간의 축을 뒤트는 것도 가능하다는 이야기였다.

10명의 닥터가 모인 덕분에 타임머신의 초기 설계도는 순식간에 그려졌다.

골방에서 그려진 설계도를 가지고 수차례 프로토 타입의 실험을 거쳤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만들어질 물건은 모든것이 시작된 폐허에 만들기로 결정했다.





티아멧이 해결해야만 하는 일이 발생하면, 그녀는 언제나 수줍게 키스하며 그에게 재회를 약속했다.

둘은 서로를 완벽히 신뢰했지만, 서로가 잠깐이라도 떨어져야 한다는 것 자체를 아쉬워 했다.

처음엔 이토록 끔찍하게 찐득한 관계를 보며 많은 이들이 그녀를 질투하였지만, 그녀로 인해 진정으로 행복해하는 사령관을 보면 누구도 그녀를 원망할 수 없었다.

그들 중 누구도 티아멧만큼 사령관을 행복하게 해줄 순 없을 것이란 생각에 모두가 동감했다.

심지어 극히 일부는(특히 탈론페더는) 티아멧을 통해 큰 대리만족을 느낀다고, 감사의 인사를 전하기도 하였다.

사령관을 독점하다시피 한 티아멧도 수많은 그녀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고, 그녀들이 자신을 인정해 주는 것을 몹시 감사히 생각했다.

티아멧. 그녀는 항상 혼자가 아니라, 사령관의 행복을 바라는 모든 이들의 마음을 업고 있음에, 더 힘껏, 전심전력으로 그를 사랑했다.

모든이들이 준 기회와 배려에 힘입어서, 항상 그 이전보다 더 힘껏, 그리고 더 힘껏, 그리고 더할 나위 없이 힘껏...

물론 그럴수록 많아지는 탈론페더의 공공연한 비밀 영상들이 모두를 즐겁게 해주기도 하였다.

덕분에 그녀들은 서로에게 비밀이 없었지만, 언제나 행복한 사령관 덕에 다툼은 일어나지 않았다.





사령관은 시간 여행 계획을 비밀로 하였다.

비록 지금은 모든 전쟁이 끝났고,
모든이가 자신의 슬픔에 공감 해주지만,
자신들을 버리고 떠날 생각을 하는 퇴역 사령관이라면 언제든지 사랑을 이유로 구금하거나 매달릴 수도 있다 생각하였기 때문이다.

그가 시간 여행을 계획할 때, 처음엔 그저 그녀의 사망 전으로 돌릴 생각이었다.

하지만 여러번의 동물 실험 결과 아무리 짧은 시간의 축을 타는 여행이라도 뇌에 남겨진 기억은 대부분 사라지는 문제가 발생했다.

과거로 돌아가 티아멧이 살아 있다 한들 그는 그녀를 기억하기는 커녕 모든 기억을 잃은 상태가 되는 것이다.

그렇기에 사령관은 생각했다.

그는 다시 그녀를 만나더라도 똑같이 사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그녀 또한 자신에게 또 다시 마음을 열어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러니 이 모든 여정을 다시 시도해 보기로...

아예 처음부터 생을 다시 시작해서 이번에는 자신이 마지막 순간에 그녀를 끝까지 지켜낼 선택을 하길 빌어 보기로 하였다...





한번은 티아멧과 모든것이 시작된 폐허를 산책하기도 했다.

그곳에서 사령관은 길고 긴 옛날 이야기를 하였다.

그는 콘스탄챠와 그리폰에 의해 발견 되었고,
첫 지휘를 하며 철충들의 방해를 해치고 나아가 오르카에 오르게 되었고,
여러 적을 상대하며 세력을 늘려 나갔으며,
요리대회를 열어 쪽팔리는 결과를 맞기도 하였고,
구 인류의 어둠인 테마파크를 부수기도 하는 등,
그녀를 만나기까지 이야기를 술술 풀어냈다.

폐허에서 작은 모닥불을 피우고 나란히 앉아 큰 담요를 같이 뒤집어 쓴 채로 이야기를 듣는 그녀의 올려다 본 눈은 별빛처럼 아름답게 빛났다.

티아멧도 몇번이고 사령관의 신체가 변하는 것을 보았지만, 처음의 모습은 알지 못했다.

그녀는 초기 인원들은 알지만, 자신이 모르는 사령관의 모습이 있다는 사실에 약간 질투가 났던 모양이다.

라비아타가 철충으로 오해하여 공격한 그의 모습이 어땠는지 궁금해 하였지만, 사령관은 자신이 봐도 끔찍했다는 농담을 하며 못 본것이 다행이라고 웃으며 넘어갔다.

오랜 기간에 걸쳐 자아가 확실해진 사령관은 그녀에게 만큼은 그 모습을 절대 보이고 싶지 않았다.





그는 비밀리에 타임머신의 탑승을 위해 신체를 교체했다.

시간 축 여행을 할 수 있는 공간은 매우 협소했고,
그나마 인간의 신체는 빛의 속도에 도달하는 순간의 강한 충격으로 대부분은 괴사할 것이 확실했기에 그가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은 하나였다.

그는 다시 콘스탄챠와 그리폰에 의해 처음 발견된 모습, 작은 철충의 형태로 돌아왔다. 다만 그의 뇌와 신경계만은 전에 없이 강력한 오리진더스트로 포장될 수 있도록 하였다.

마지막 점검을 마친 후, 여러겹의 보호캡슐 속에 사령관이 감싸여 들어갔다.

마침내 모든 준비는 끝났다.





마지막 전투의 그 날도 모든 준비를 마치고 키스했다.

이번이 마지막 출격이 될 것이고, 그렇기에 마지막 재회는 더 각별할 것이고, 그 이후의 영원한 평화와 행복을 이야기했다.

마지막 적은 별의 아이 성체였다.

사실 그것이 성체인지는 누구도 모르지만, 그 보다 큰 녀석은 없었기에 녀석은 성체로 명명됐다.

녀석은 거대한 산맥에 가까운 크기로 불린 몸뚱이를 태평양 한가운대 드러뉘이고, 해저화산을 먹으며 위협을 가하고 있었다.

성체는 분명 최악의 적이지만, 그들은 충분한 준비를 했고, 드디어 기회가 찾아왔다.

태양의 흑점 활동 증가는 성체가 최대 출력을 내지 못하게 하는 것을 확인 했고, 달의 인력이 그 거대한 몸뚱이를 더 느리게 끌어당겼다.

다시 오지 않을 기회에 전 세계는 마지막 남은 강대한 적을 처리하기 위해 태평양에 거대한 진을 폈다.

별의 아이를 소멸시키기 위해선 어지간한 물리력은 소멸시켜버리는 거대한 살 속에 숨겨진 어두운 빛이 나는 코어를 부숴야 했다.

단, 한방이라도 적의 공격을 허용하면 엄청난 피해를 받게 되기에, 별의 아이 사냥 전략은 다음과 같았다.

미미한 데미지를 줄 지언정 최대한의 원거리 화력투사로 놈의 공격 능력을 저하 시킨 뒤, 돌파의 스페셜리스트가 녀석의 몸을 찢고 코어를 찾아 부수는 것이다.

그러한 일은 오직 스트라이커즈만이, 그 중에도 티아멧만이 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 한방을 위해 우주, 하늘, 바다, 땅에서 지구의 모든 화력이 빗발쳤다.

오비탈 와쳐의 궤도 빔 폭격, 둠 브링어의 공중 폭격, 함대의 일제사격, 먼 대륙에서 날아온 대륙간 탄도미사일이 쏟아졌다.

엄청난 기술로 개량된 일점으로 폭발하는 핵무기가 성체의 촉수들을 바다속으로 쳐박고 있었고, 거대한 트리톤의 미사일 사일로는 끝없이 비워지고 채워지길 반복했다.

별의 아이와 전투에서 직접 활약하기 어려운 모든 바이오로이드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무장의 생산, 수송, 재보급까지 모든 전투 보조를 맡았다.





이윽고 사령관의 명령에 따라 움직이는 10명의 닥터는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으로 마지막 패널을 조작했다.

그녀들도 사령관을 사랑했기에 마지막 인간의 절대적인 명령이 아니었다면 이런 일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녀들의 감정과 무관하게 거대한 전력 케이블을 통해 엄청난 양의 에너지가 축척된다.

실험을 거치며 몇번이고 들었던 익숙한 소음을 들으며 사령관은 티아멧의 웃는 얼굴을 떠올렸다.

인간같은 신체를 버려 더 이상 아파할 가슴이 없었지만 가슴이 아파왔다.

'곧 만나러 갈게'

곧 타임머신은 최종 시퀀스에 들어갔다.





전투 최종 시퀀스로 티아멧이 출격했다.

성체는 빠른 속도로 몸을 재생하는 중이었지만, 사령관은 미사일로 묻어 죽일 기세로 퍼부었다.

티아멧은 자신을 향해 돌진하는 거대 촉수가 캡슐형 핵폭탄의 지향성 폭발에 의해 바다에 쳐박히는 것을 보며 파고들었다.

새로 자라나 자신을 덥쳐오는 작은 촉수를 갈라 떨어트렸고, 녀석의 코어를 찾기 위해 저공 비행하며 몸체 여기저기 탐색기를 부착했다.

이윽고 코어의 위치가 잡혔다.

코어만 파괴하면 티아멧은 다시 사령관을 만나러 갈 것이다.

그녀는 코어 위치에 상처를 내기 위한 함대의 레일건 사격을 유도하며 미소지었다.

그녀는 이제 사령관과 영원히 함께 할 것이다.





이제 사령관이 들어간 캡슐 주변은 눈부시게 빛나기 시작했다.

그는 곧 새 세상에서 여러 위기를 해쳐나가며 그녀를 만나 다시 행복해 질 것이다.

그런데 사령관은 빛에 의해 시야가 흐려지는 중에 이상한 것을 발견했다.




































그건 닥터였다.

그런데 어딘가 달랐다.

주변은 점점 흐려지고 느려지고 있는데, 그녀는 점점 선명해지며 내 옆에 다가왔다.

빛이 점점 강해지며, 사령관은 이제 거의 앞을 볼 수 없게 됐다.

나는 캡슐 속인데 내 옆?

이상한 기분이 들었지만 달리 할 수 있는게 없어서 다가온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 닥터는 사지 여기저기 인공관절 수술을 받았으며, 눈 또한 본래의 것이 아닌 의안이었다.

"안녕 오빠?"

그 닥터는 말을 걸어왔다.

"이번에도 오빠는 포기하지 않았구나?"

사령관은 무슨 말이지? 되묻고 싶었으나 타임머신의 영향인지 음성을 낼 수 없었다.

"궁금한게 많겠지? 뇌파로 듣고 있으니 하고싶은 말이 있으면 생각만 하면 돼.
나부터 소개할게. 나는 11번째 닥터야.
나는 31번째 리셋에서 5번 닥터가 더 많은 연구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의해 만들어졌어.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설명하기엔 너무 길고,
간단히 말하자면 시간여행이 가능해진 순간부터 이것과 관여된 모든 부분에 타임 패러독스가 생기게 되었어
그리고 나를 만든 31번째 5번 닥터가 그 패러독스 속에 흔적을 남겨 패러독스의 발생 횟수를 알 수 있게 했어
물론 5번 그녀가 31번째인 것은 시간 축에 남은 흔적을 보고 유추한 내 추측이야, 이전에는 똑바로 기록되지 않았거든."

온몸이 누더기인 닥터는 가엽게도 많이 지쳐 있었다.

"나는 만들어진 그때 내려진 오빠의 명령에 의해 지금도 오빠의 마지막 안내를 맡고 있어.
이 역할이 끝나면 이 시간대의 나는 사라질거야... 하지만 다음에도, 또 그 다음에도 날 볼 수 있을 태니 걱정 마.
다만... 영구히 살도록 만들어진 바이오로이드라도 너무 오랜 시간을 살아서 그런가... 헤헤... 여기저기 아프긴 하네."

11번째 닥터는 인공관절과 눈을 만지며 말했다

"아니... 벌써 6천년째 시간을 되돌리고 있는 오빠에게 불평해선 안되겠지.
오빠는 벌써 300여번째 시간을 되돌렸어.
때로는 아주 빨리 이 결말에 도달하기도 하고, 때로는 오랜 방황을 하고 도달하기도 하더라고...
다만 오빠의 마지막 선택은 항상 이거였어."

말하는 사이 닥터의 눈에선 눈물이 스쳐 지나갔다.

"나는 이번에도 오빠에게 권할거야."

'어떤 것을?'

"지금이라면 아직 내가 기계를 멈추고 그만둘 수 있어 오빠...
이제 제발... 그만해줘... 오빠는 이제 그만 고통받아도 괜찮아..."

눈물을 훔치던 손목의 인공 관절이 떨어져 나갔지만 사령관은 고개를 돌리고 말았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미안해 닥터. 난 아직 포기할 수 없어...'

"그래... 벌써 수천년, 수백번을 매달렸지만, 오빠는 항상 그렇게 대답했었지... 후후... 이번에도 정말 오빠답네..."

잠시간 정적이 흐르고, 훌쩍이는 닥터는 떨어진 손을 주워 챙겼다.

"그래, 이제 다시 시작할 시간이야 오빠... 좋은 꿈 꾸고, 이번에는 꼭... 스스로를 구하길 바랄게... 내가 사랑했던 오빠..."





11번째 닥터를 비롯한 주변 모든 것들은 광자가 되어 사라졌고,

사령관이 든 캡슐은 시간을 넘었다.

캡슐속 거대한 충격과 함께 정신을 잃은 사령관은 모든것이 시작될 폐허에 또다시 떨어졌다.





이를 감지한 콘스탄챠와 그리폰이 다가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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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며칠 전 일하면서 티아멧 망상을 하다가 나온 소재임

가장 아끼는 이가 죽으면 어떤 선택을 할까? 에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을 계속하니 루프물이 되더라고

처음엔 티아멧도 어떻게든 살리고 에바도 넣어서 더 복잡한 스토리를 구상할까 하다가

아무리 좋아하는 캐릭터라도 억지로 살려서 복잡하게 만들지 말아야겠다 생각이 들었음

일단 내가 이보다 긴 글을 남들이 이해할 수 있게 쓸 자신도 없었고...



어쨋든 읽어줘서 고맙고





3줄요약
1. 마지막 별의 아이 조지다가 정실부인 티아멧이 같이 죽었음
2. 티아멧을 다시 만나기 위해 사령관이 시간여행함
3. 루프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