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 모음집  




“으음...”

 

“칸 언니! 정신이 들어?”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으면서 칸이 눈을 뜨자 닥터가 기구에서 눈을 떼고 그녀를 불렀다. 접속 헬멧을 머리에서 벗고 아직 채 가시지 않은 두통을 피해 관자놀이를 누르던 그녀에게 닥터가 초코우유를 건네면서 말했다.

 

“의식이 활동하느라 상당한 에너지를 소모해서 그래. 이거 마시면 나아질 거야.”

 

“고맙군. 다른 둘은 어디 갔지?”

 

“아, 그게... 아스널 언니는 언니보다 5분 먼저 일어나더니 자신이 기억한 걸 전부 써야한다면서 어딘가로 달려갔어. 그리고 리마토르 오빠는 1분 전에 일어났는데...”

 

닥터는 말끝을 흐렸다. 왠지 불길한 기시감을 느낀 칸은 똑바로 설명해달라면서 닥터를 채근했지만, 닥터는 속 시원히 말해주지 않고 그의 연구실로 갔다는 사실만 알려주었다. 칸이 리마토르를 찾으러 나서자 닥터가 안정을 취하라고 말했으나 그녀는 건성으로 알겠다고 답했다.

 

‘기억을 전부 되찾았어. 그렇지만 분명 아프고, 차라리 잃고 싶은 기억도 한 가득인데 그걸 모두 한 번에 받아들이면 리마토르는...’

 

칸은 걷다 못해 아예 뛰었다. 그가 암울한 기억을 뭉쳐서 받아들이면 버티지 못할 거라는 생각이 미치자, 칸은 불과 1분의 시간차마저도 어마어마하게 큰 차이로 느껴졌다. 리마토르의 연구실 앞에 선 그녀는 노크를 생략하고 바로 문을 열었다. 동시에 불렀다. 그토록 자신이 잃고 싶지 않은 사람의 이름을.

 

“리마토르!”

 

그녀의 목소리에 반응한 그가 고개를 돌렸다. 칸은 그의 얼굴과 손목을 보고 정신이 아찔해졌다. 초점 없이 흔들리는 눈이 그녀를 향하고 있었다. 동시에 날카로운 커터칼로 난도질한 양 손목에서 피가 주루룩 흘러 바닥에 떨어지자 칸은 그에게 달려갔다. 그러나 그는 고함을 쳐서 그녀를 막았다.

 

“오지 마요!”

 

그가 오르카호에 합류한 1년 동안 화도 잘 안 냈는데, 그녀에게 소리를 지르는 건 처음이었기에 칸은 저절로 몸이 멈췄다. 그녀를 막으면서 그는 가쁜 숨을 내쉬었다. 

 

“처음부터... 이래야 하는 거였어요.”

 

“그렇지 않아. 출혈이 심한데 지혈부터 하고-”

 

“두 명에게 목숨을 빚진 채 살아온 삶이에요. 그것도 죄악을 저지른 삶인데, 억지로 연장당한 거죠. 이제라도 바로잡아야 해요.”

 

칸은 이를 악물었다. 그녀는 다가오지 말라고 자신을 밀어내는 리마토르를 향해 걸음을 내딛었다. 그녀가 가까워지자 그는 의자를 뒤로 밀어 물러났다. 모서리에 의자가 몰리자 더 움직일 수도 없던 그는 제발 오지 말라고 오열했다.

 

“그만, 그만해! 가까이 오지 말아줘...”

 

팔뚝까지 흐른 피만큼 진한 감정을 담은 눈물이 그의 눈에서 나오자 칸은 손을 뻗어 그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말로는 다가오지 말라고 소리를 지르면서도 리마토르의 몸은 그녀를 밀어내거나 하는 등의 어떤 위해도 가하지 않았다. 칸은 그를 따뜻하게 안아주었다.

 

“당신은 정말 착한 사람이야. 다른 사람에게 차마 아픔을 주지 못하는 고운 심성을 가졌어.

 

그런 당신이라서 희연도 행복했을 거야. 당신처럼 상냥해지고 싶어서, 줄 수 있는 모든 걸 주고 자신의 삶까지 맡겼겠지. 그건 빚이 아니라 유산이야. 미래를 위한 유산.

 

당신이 죽음을 택한다면... 그때 희연의 유산은 전부 허사가 되겠지. 희연이 당신의 삶을 늘리는 방향을 택한 이유를 당신도 이해하고 있잖아.”

 

“나는... 난...”

 

리마토르는 그녀에게 안겨 울먹였다. 더 말을 잇지 못하고 출혈이 심해 기절한 그를 받쳐 든 칸은 급히 의무실로 향했다. 손목이 깊숙이 헤집어질 정도로 심하게 난도질한 그의 모습에 다프네는 깜짝 놀라면서 닥터를 불러 응급수술에 들어갔다. 리마토르가 자해를 해서 과다출혈로 수술에 들어갔다는 보고가 사령관에게 올라가자 사령관은 즉각 정보 통제를 지시했다. 사령관은 그가 갑작스러운 자해를 진행한 이유를 조사하라면서 리앤을 보내 그를 발견한 칸에게 질문했지만 칸은 자신도 모른다는 말 외에 입을 열지 않았다. CCTV를 확인해 리마토르가 모종의 시술을 받았고, 칸 외에 아스널도 연관되어있다는 사실을 파악한 리앤이 아스널도 불러서 참고인 조사를 진행했으나 아스널도 입을 열지 않았다.

 

불이 들어온 수술실 앞에서 아직도 그의 피를 묻힌 채 앉아있는 칸에게 아스널이 다가왔다. 아스널은 영혼이 빠져나간 것처럼 멍하니 앉아있는 칸에게 옷을 건네면서 말했다.

 

“내가 있을 테니 가서 씻기라도 해.”

 

“아스널, 우리가 잘한 걸까?”

 

“뭐가? 기억을 되살린 거?”

 

칸은 말없이 착잡한 표정으로 고개만 끄덕였다. 아스널은 옆 자리에 앉더니 곧은 의지를 목소리에 담았다.

 

“언젠가는 해야만 했던 일이야. 그 언젠가가 지금일 뿐이고.”

 

“처음부터 몰라도 될 일 아니었을까? 괜히... 괜히 과거에서 그를 찾아보겠다고 하다가 결국에는 이렇게 됐잖아. 과거의 기억을 알면 내가 사랑받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이기심이... 지금 리마토르가 죽기 직전까지 몰고 간 거잖아.”

 

칸의 목소리가 떨리자 아스널은 칸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그녀는 그렇지 않다는 부정으로 운을 띄웠다.

 

“아픔을 유예한다고 해서 사라지는 게 아니야. 리마토르는 어찌 되었든 자신의 기억을 찾고 싶어 했으니 결국에는 지금과 같은 일을 겪을 수밖에 없었겠지.”

 

“그렇다고 해도... 난 리마토르의 무의식에서 세 가지 목적을 보았어. 사랑받고 싶고, 미움 받고 싶지 않고, 죽고 싶다는 목적. 전부 해결했다고 믿었는데, 내가 확실히 끝내지 못한 잘못으로 리마토르가 스스로 죽음을 택했다고 생각하니... 스스로가 혐오스러워.”

 

“칸, 인간의 목적은 타인이 해결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야. 오직 본인만이 자신의 목적을 수정할 수 있고 타인은 유도만 가능하지. 마주가 말을 물가에 데려다놓을 수는 있어도, 물을 마시는 건 말의 의지니까.”

 

“...그럼 내가 한 건 전부 무의미한 건가?”

 

아스널은 칸의 질문에 대답 대신 델X트 오렌지 주스 병을 따서 한 잔 따라주었다. 유리잔 안에서 찰랑거리는 주황빛 액체를 단숨에 마신 그녀는 다시 입을 열었다.

 

“아들러 심리학은 좋은 도구지만, 한 가지 관점에 매몰되어서는 놓치는 게 생기고 말지. 잠깐 시야를 돌려볼까?

 

심리학 3대 거장으로 꼽히는 학자들은 무의식을 제시한 정신분석학으로 유명한 지그문트 프로이트, 목적론을 제시한 개인심리학의 알프레드 아들러 외에도 분석심리학을 제창한 카를 구스타프 융이 있지. 융의 심리학은 프로이트와 아들러의 주장을 절충했다고도 볼 수 있는데, 리마토르의 사례를 융의 분석심리학 일부를 끌어와서 설명해보자고.”

 

칸은 아스널의 입에서 나온 내용에 놀라운 시선으로 경청했다. 자신이 무의식에서 리마토르의 목적과 만나는 동안, 아스널은 대체 무엇을 보았기에 카를 구스타프 융의 심리학을 설명하게 되었는지 그저 신기할 따름이었다. 아스널은 그녀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으면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융의 심리학은 프로이트의 주장을 비판적으로 계승하여 발전한 만큼, 의식과 무의식을 구분하고 있어. 의식의 중심에는 개인의 의식적인 행동과 인식을 주관하는 자아가 있지. 그리고 자아가 다른 이들과 함께 사는 사회에서 적응하기 위해 만들어낸 가면페르소나가 있어. 자아는 하나지만 페르소나는 여러 개지.

 

의식 아래에는 무의식이 존재하지만 융은 프로이트가 제시한 무의식을 개인 무의식집단 무의식으로 분리했어. 개인 무의식은 개인이 과거에 경험한 내용에서 비롯했지만, 망각할 정도로 약한 기억이거나 망각하고 싶을 정도로 고통스러운 기억이 자리하는 공간이지. 이에 해당하는 중요한 개념이 콤플렉스야.”

 

“콤플렉스? 아들러 심리학에서 열등 콤플렉스를 가리키는 그 콤플렉스 말인가?”

 

“맞아. 하지만 콤플렉스는 문자 그대로 Complex, 여러 감정의 복합체로 열등 콤플렉스는 열등감의 복합체에 불과해. 융이 가리킨 콤플렉스는 무의식 속에서 덩어리 진 감정과 사고, 기억으로 개인 무의식에서 많은 의식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고 했지. 하지만 융은 의식계에도 콤플렉스는 존재한다고 했어. 그러니 정리하자면 의식계든 무의식계든 콤플렉스는 존재하며, 자아나 페르소나에 영향을 미치는 방법이 직접적이냐 간접적이냐의 차이라고 봐야겠지.”

 

아스널의 입에서 유수처럼 막힘없이 쏟아지는 이론의 향연에 칸은 그저 감탄하면서 그녀의 입을 바라봤다. 아스널은 칸에게 집단 무의식을 이야기할 차례라며 방향을 제시하더니 아예 칸의 손에 내용을 정리한 종잇조각을 쥐어 주었다.

 

집단 무의식은 융이 제시한 성격이론 중 가장 중요한 개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야. 인간이 태어날 때부터 타고난 모든 반응이 경험하지 않더라도 잠재적인 기억으로 제시된다는 이론은 개인의 심리적 문제가 인류 사회 전체에 있다는 파격적인 주장을 꺼내든 거나 마찬가지였지. 예를 들어 ‘공감’이라는 가치는 배우지 않더라도 타인의 심정을 알 수 있는 건데, 이런 가치는 인류가 진화의 과정을 겪으면서 유전자에 새겨졌다는 게 융의 설명이야. 약간은 허무맹랑해 보일 수도 있지만, 융의 분석심리학이 종교 신화를 설명에 섞기도 했기에 배경을 감안하면 이해가 갈 거야. 비슷한 신화적 세계관과 신계 모티브가 왜 판이하게 다른 문화권에서도 등장하는지 생각해보면 더 쉽게 납득할 수 있겠지.

 

 

이 집단 무의식에서 등장하는 핵심이 원형(Archetype)으로, 특정한 문화권이나 시대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심상을 의미해. 그 중에서도 모든 문화권에서 모습을 비추는 통일된 다섯 가지가 있는데, 그걸 페르소나, 아니마, 아니무스, 그림자, 자기라고 해. 페르소나는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사회 속에서 자아 위에 쓰는 가면이고, 아니마와 아니무스는 각각 이상적 여성/남성의 이미지를 의미해. 프로이트가 한 사람의 무의식에는 자신과 반대되는 성별도 내재되어 있다고 주장한 걸 받아들인 결과지. 그림자성격의 부정적인 부분들이야. 개인이 열등감을 느껴 숨기고 싶은 불편한 요소들을 전부 모은 것으로, 융은 모든 사람에게 그림자가 있다는 걸 특히 강조했어. 자아와 그림자는 빛과 그림자의 관계와 같기에, 그림자를 들여다보고 자아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 수 있다고 했지. 마지막 개념인 자기의식과 무의식을 통틀어 마음 전체의 중심이야. 인간의 심리가 성장하거나 변할 때 언제나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을 하지.

 

 

이제 리마토르의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융의 이론 중 어떤 부분을 리마토르에게 적용할 수 있을까?”

 

아스널의 질문을 들은 칸은 미간을 찌푸리며 고민했다. 잠시 생각을 하던 그녀는 소거법으로 얻은 답을 말했다.

 

“그림자 같네. 자아나 페르소나도 답이 될 수 있겠지만, 가장 결정적인 부분은 리마토르가 자신의 그림자를 받아들이지 못해서 벌어진 일에 집중하는 거니까.”

 

“정답이야. 훌륭한 통찰인데?”

 

아스널은 놀랍다는 표정으로 칸을 바라보았다. 칸은 피식 웃더니 이야기를 더 해보라며 아스널을 재촉했다. 아스널은 알겠다면서 그녀에게 질문을 던졌다.

 

“칸, 그림자는 어떻게 해야 할까?”

 

“당연히 없애야지. 자신의 단점이니까.”

 

“그렇지 않아. 융은 그림자를 절대 밀어내거나 없애려고 해서는 안 된다고 했어. 아까 말했듯이 그림자는 자아와 분리될 수 없는 관계이기에 완전히 없애는 게 불가능해.”

 

“그럼 어떻게 하라는 거지? 그림자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거야?”

 

칸의 물음에 아스널은 고개를 끄덕여서 긍정했다. 그림자를 수용해야한다는 말에 칸은 믿기 어렵다는 눈치로 아스널을 바라봤으나 아스널은 그래야만 한다면서 이야기를 이었다.

 

“융은 그림자와 화해해야 한다고 주장했어. 그림자를 적대적인 존재로 보고 밀어내면 그건 부정적인 콤플렉스로 발현해서 자아를 공격하게 돼. 그러면 돌아오는 결말은 괴로움뿐이지. 자신에게 그림자라는 부정적인 면이 있음을 인정하고, 이를 바꾸기 위해 노력해서 긍정적인 방향으로의 성장을 도모하라는 게 융의 제안이야.

 

리마토르 역시 마찬가지지. 칸, 너도 봐서 알겠지만 리마토르는 암울하다는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끔찍한 기억을 겪었어. 그게 개인 무의식에 잠들어 있다가 발현되어 자아의 그림자로 마주하게 된 거야. 그림자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밀어내려한 반동으로 스스로를 부정하게 되었다면 해답은 그림자를 인정하고 나아가는 거야.”

 

“...아스널, 네 주장이 맞다면 내가 무의식에서 한 건 뭐지?”

 

“그림자가 무의식계에 만들어낸 부정적인 콤플렉스를 치료한 거라고 봐야지. 다만, 콤플렉스가 가리키는 목적을 바꾸는 건 오직 본인의 자기만이 가능한 일이야. 타인의 도움은 보조에 불과하지. 칸 네가 무의식에서 한 일로 리마토르의 콤플렉스가 스스로 사라졌다면 모를까, 네가 직접 콤플렉스를 바로 잡으려고 했다면 그건 수정되지 않았을 거야.”

 

그 말을 들은 칸은 자신이 그의 무의식에서 본 마지막 방이 뇌리에 스쳐지나갔다. 그녀의 품에서 빛이 되어 사라진 미움 받기 싫다는 목적과 사랑받고 싶다는 목적과는 달리, 죽고 싶다는 목적은 그녀가 주먹을 내질러 파괴하기만 했다. 앞의 두 목적과는 달리 스스로 사라지지 않고 그녀에 의해 가루가 되었던 세 번째 목적. 칸은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죽고 싶다는 목적은 수정되지 않았어. 내가 부쉈지만 리마토르가 받아들이지는 않았잖아.”

 

세게 한 대 얻어맞은 듯 멍한 느낌을 받은 칸은 머리를 싸매 쥐었다. 자신의 실수로 리마토르가 죽고 싶다는 그림자에 괴로워한다고 괴로워하는 칸에게 아스널이 델X트 오렌지 주스를 한 잔 더 따라주었다.

 

“칸, 그건 너의 잘못이 아니야. 보조는 옆에서 조언을 해주는 정도지 직접 손을 뻗을 수는 없어. 손을 뻗는 건 오로지 리마토르 자신만이 가능한 일이니까 넌 할 일을 다 한 거야.”

 

“아스널... 난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칸의 목소리에는 고통이 잔뜩 묻어났다. 듣는 것만으로 그녀가 얼마나 아파하는지 가늠한 아스널은 그녀를 다독이면서 방법을 제시했다.

 

“리마토르의 문제에서 벗어나. 조언을 받아들이고 말고는 리마토르가 결정하는 거니까, 네가 모든 잘못을 짓고 있다는 생각을 그만두어야 해.”

 

“...그게 정말 답이 될까?”

 

“리마토르도 자신 때문에 네가 이렇게 힘들어 하는 걸 알면 기뻐하지 않을 거야.”

 

칸은 여전히 혼란스러워하면서도 아스널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아스널의 말은 감정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지만, 아직 제 할 일을 하고 있는 그녀의 이성이 맞는 말이라고 납득했다. 그 사이 수술 중이라는 불이 꺼지고 닥터가 걸어 나왔다. 문밖으로 나온 닥터를 본 아스널과 칸은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리마토르의 상태를 물었다.

 

“닥터, 리마토르는 어떻지?”

 

“수술은 잘 끝났어?”

 

“걱정할 건 없어. 상처 부위가 깊고, 동맥이 찢어져서 과다출혈이 일어나 쇼크사의 위험이 있기는 했지만 다행히 늦지 않게 대처해서 살릴 수 있었어. 지금은 진정제 맞고 자고 있으니까 일어나면 따로 면회해.”

 

닥터는 상태 설명을 마치고 둘을 지나쳐 갔다. 그가 살아있음에 안도한 칸과 아스널은 자신들의 방으로 돌아가려하다가 서로에게 말을 남기는 걸 잊지 않았다.

 

“칸, 리마토르에게 잘해줘. 네 생각 많이 할 거야.”

 

“조언 고마워, 아스널. 오늘 말하는 모습은 마치 학자 같았어.”

 

아스널은 칸의 말에 가벼운 웃음으로 화답하고 발걸음을 뗐다. 칸은 불이 꺼진 수술실을 한 번 돌아보더니 내일 면회를 가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중얼거렸다.

 

 

“어둠을 짊어지고 나아갈 용기. 그 용기가 분명 리마토르 그대에게 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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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이 소설이 초심을 되찾은 거 같네. 알록달록한 색과 볼드 처리를 몇 편에 만에 해보는 건지.


지난 편에 칸이 다른 목적들을 스스로 물러나게 만든 것과는 달리 마지막 방의 목적을 강제적으로 부순 게 복선이었어. 아들러 심리학을 소개한 대표작 <미움 받을 용기>를 보면 '말을 물가에 데려가도 물을 마시는 건 말의 의지다.'라는 구절이 있는데, 칸이 지난 편에서 한 행동은 말을 물가에 데려갔을 뿐이었던 거지.


 이번 편으로 과거 에피소드는 마침표를 찍었어. 다음 편부터는 칸과 아스널이 리마토르를 치유해주는 이야기가 짧게 나오고 달달한 에피소드로 넘어가려고 해. 칸이 주역이 될 예정이고, 일상물처럼 흘러갈 예정이야. 지금도 일상 에피소드 한 편을 써뒀는데, 가능하면 빨리 치유편을 마치고 편안한 일상 이야기로 넘어가고 싶네.


예고를 하자면 달달한 에피소드는 사랑이 주제이기 때문에 순애도 나오고, 삼각관계도 나오고, 얀데레도 나오는 등 다양한 사랑의 모습을 담아볼 생각이야. 그러다보면 수위 높은 편도 쓸 것 같은데, 이 부분은 내 필력이 썩 좋지 않은 관계로 어찌 될지 장담은 못하겠네.



부족한 글 읽어줘서 진심으로 고맙다. 모두 건강 조심하고 행복한 하루 보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