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9시 30분. 원래라면 두시간은 일찍 기상 할 사령관이었지만, 간만에 음주와 긴장한 몸 탓에 평소보다 늦잠을 자버렸다.


"끄응..."


숙취로 인한 두통을 참으며 부스스한 눈을 뜬 사령관의 눈 앞에 보인 풍경은 익숙한 사령관실이 아닌, 어제 머문 귀빈실이었다.

오르카 식구들에겐 미안하지만 그 어느때보다 단잠을 취한 사령관이었다.


"하... 꿈은 아니었던 거 같군."


똑-똑


그때 문 밖에서 노크소리가 들렸다. 사령관은 헝클어진 머리를 긁적이며 문을 열었다.


덜컥-!


"사령관님 오늘은... 하읏?!////"


"응?"


문 밖에 메이드는 사령관의 모습에 차마 말을 잇지 못하고 두 손으로 새빨개진 얼굴을 감쌀 뿐이었다.


"도대체 왜.... 아!"


그제서야 사령관은 본인이 어떤 차림인지 깨달았다. 꼴랑 얇은 파자마 바지만 걸친 그는 위로는 아무것도 입지 않고 있었다.

때문에 그의 훨친한 키와 탄탄한 근육들이 가감없이 드러난 상태였다.


"그래... 오늘 스케쥴을 알려주러 온건가?"


"네... 네 사령관님... 부디 몸 단장을 마치시면 복도 엘레베이터로 와주시길 바랍니다...///"


"알았어, 가봐."


"네... 네!"


그녀는 부끄러워 하며 총총 걸음으로 사라졌다.

그 모습에 사령관은 괜히 미소 지으며 중얼거렸다.


"거 참 귀여운 아가씨로군. 바닐라보다도 더 어려보이는데..."


사령관은 바로 몸을  씻고 준비된 정복으로 갈아입었다. 그리고 거울을 본 그는 스스로 다짐했다.

델타가 그 어떤 유혹을 건내오더라도 절대 빠지지 않겠다고...


메이드의 안내를 받아 도착한 곳은 델타의 업무실이었다. 문 밖에서부터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그 곳은 델타의 취향이 한가득 묻어나오고 있었다.


똑-똑


"델타님, 사령관님이 오셨습니다."


"들어와."


방 안에는가죽의자에 앉은 채로 파이프를 물고있는 델타의 모습이 보였다.

그녀가 고개를 까딱이자, 메이드는 고개를 숙여 방문을 닫고 나갔다.


널찍한 실내에는 다양한 의상들을 입혀놓은 마네킹들이 널부러져 있었다. 아마 그녀 본인이 직접 디자인 한 옷들일 터.

그녀는 다리를 꼰 채로 특유의 고압적인 태도로 사령관에게 자리를 권했다.


"앉으시죠 사령관님."


.............


그는 델타의 책상 맞은편에 앉았다. 그녀는 여유롭게 미소 지으며 입을 열었다.


"어제 제안에 대해선 진지하게 고려해보셨습니까?"


"그래, 당연히 내 대답은 NO다. 생각해볼 필요도 없을 거 같군."


"후후... 저도 사령관님이 바로 넘어오시진 않을 거라 예상했습니다. 오히려 이런 반응이 저를 기쁘게 만들어주는군요."


..........


자리에서 일어난 그녀는 커피를 타기 시작했다. 그리곤 직접 쟁반을 들고 와 사령관 앞에 찻잔을 놔두었다.


"드시죠. 어제 봤듯이 저는 일류만 취급한답니다."


"이 향은...?"


꽤나 익숙한 향에 나는 문득 마리가 떠올랐다. 워낙 희귀품이라 둘이서만 아주 가끔씩 마셨던 그 커피는...


"루왁인가?"


"후후후... 맞습니다. 사령관님께선 커피에도 조예가 깊으시군요."


그는 찻잔을 가볍게 들이켰다. 맞은편에서 같이 마시는 델타도 마리 못지않게 커피를 즐겨 마시는 듯 했다.


"오늘은 사령관님께 펙스의 핵심 시설을 견학시켜드릴 생각입니다. 아무리 그대라도 관심이 생길 터."


"별로 관심 없다만?"


"흐흠~♪ 그대에게 선택의 여지는 없답니다. 애초에 이건 부탁도 아니니까요."


그녀가 손가락을 튕기자 문 밖에서 한 여자가 걸어 들어왔다.

단정하게 정장을 차려 입고있는 그녀는 키가 175 정도에 긴 흑발을 뒤로 묶은 미녀였다. 단아함 속에도 관능미가 살아있는 그녀의 빼어난 외모와 늘씬한 몸매는 뭇 남자로 하여금 호감을 사기에 충분했다.


"반갑습니다, 저는 델타님의 직속비서 카밀라입니다. 오늘 사령관님의 안내를 맡게 되어 무척 영광입니다."


그녀는 본인을 소개하며 깍듯이 고개를 숙여 사령관에게 인사를 했다.


"오늘은 저 아이가 그대의 안내를 맡을 거에요. 부디 편안한 견학이 되시길..."


"안내해드리겠습니다 사령관님."


"허...."


완전히 자기들끼리 멋대로 정하는 이런 상황이 사령관은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이건 염탐의 기회가 될지도 모르고 탈출을 하려해도 시설을 꿰고 있어야 가능할 터였다.

그에게 더이상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일주일 후 오크카 호에선)


"우오오오!!!! 큰 공장!! AGS도 존나게 많겠지!! 찢고 죽인다!!!!"


"조용히 해, 이 바보야!"


사령실 안에서 크게 소리지르는 아스널에게 메이가 핀잔을 줬다.

모든 지휘관들이 모인 사령실 안에서 마리가 주먹을 꽉 움켜쥐며 말했다.


"좋아! 30분 후에 오르카호는 레모네이드 제타의 영해권에 도달한다. 용 대장도 준비가 되셨는지?"


"물론이오. 이미 적들의 수비병력 정찰도 다 끝났고, 신호만 주면 바로 출격할 수 있소."


용의 굳세고 담담한 태도에 모든 지휘관들은 용기가 샘솟는 걸 느꼈다. 

적들은 우리가 선제공격할 거라고는 꿈에도 모를터. 이 분위기 그대로 단번에 밀어 버릴 계획이었다.


"해상전이 시작되면 메이 소장은 그 틈에 내륙 인프라에 폭격을 쏟아 붓도록. 스카이 나이츠가 호위해 줄거다."


메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둠 브링어를 지휘하러 파멸의 옥좌에 올라탔다.

마리는 칸을 쳐다보며 말했다.


"칸?"


"알고있다. 적들의 증원을 끊고, 혼란을 불러 일으키는 것. 호드에게 맡겨라."


칸이 날카로운 눈매로 캐논 리볼버를 장전하며 말했다.


"좋아... 아스널과 레오나는 랑데부에서 우리 스틸라인과 합류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갑자기 모든 지휘관들의 시선이 한 소녀에게 집중 되었다. 그녀는 눈을 부릅 뜨며 본인의 쌍권총을 움켜쥐고 말했다.


"맡겨주세요. 주인님을 빼앗긴 이 수모... 반드시 되갚아 주겠어요!!!!"


"그래, 제타가 있는 내부시설 침입은 컴패니언이 맡기로 한다."


아직도 리리스가 원망스러운 레오나는 뒤에서 혀를 찼지만, 다른 지휘관들은 그녀의 결의를 굳게 믿는 모습이었다.

제타의 세력은 펙스 대부분의 보급을 담당하는 전략적 요충지. 전쟁의 승리는 우선 적들의 보급을 차단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우리는! 반드시! 사령관 각하를! 되찾을 것이다!!!"


마리를 선두로 모든 지휘관들이 주먹을 힘차게 위로 뻗었다.








이제 이벤트 3부 뜨기전에 거지런이나 돌아야겟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