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발견


"지루함다."


"근무 중 잡담은 징계사항이에요."


푸른 바다와 하늘, 하얀 구름과 파도거품. 여느때와 다름없는 지루하고 평화로운 일상이었다.


"엇, 레프리콘 상뱀. 특이사항 발견했슴다."


"지난번처럼 배고프다거나 다리가 아프다던가 하면.."


"아님다! 저기.. 바다 한가운데에 유리병이 떠있슴다!"


"갑자기 저런 게?.. 일단 건질 걸 가져오세요."


레프리콘은 브라우니에게 그물을 가져오라고 지시하며, 유리병을 찬찬히 관찰했다. 처음에는 오르카호 내에서 취급하는 술병이 아닌 생전 처음 보는(생후 3년도 되지 않았지만) 병에 흥미가 생겼을 뿐이었다. 


다만 그것은 보면 볼수록 특이하게 느껴졌다. 분명 어딘가로부터 해류를 타고 흘러왓을 터인 유리병은 처음 발견한 위치에서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마치 낚싯대의 찌처럼, 그저 위아래로 진동을 반복했다. 유리병에 몰두해 있던 레프리콘을 브라우니가 불렀을 때, 그녀는 비로소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하지만 브라우니에게는 미안하게도 그물은 더이상 쓸모가 없어졌다. 그저 바다에 몸을 던진 레프리콘과 그 붉은 머리칼에 휘감긴 유리병이 바다 위로 넘실거릴 뿐이었다.



2. 구조 요청


사령관은 보고를 하기 위해 찾아온 근무자를 보며 당황했다. 레프리콘은 그런 사령관의 얼굴을 보고 자신의 젖은 머리보다 더 붉어진 얼굴로 유리병을 건네고는 도망치듯 방을 나갔다. 사령관은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유리병의 내용물을 확인했다.


"'잠수함 고장, 구조 필요, 48-52-6S, 123-23-6W"' 


유리병에 있던 편지의 내용은 그것이 전부였다. 사령관은 내용을 확인을 마친 직후, 편지를 들고 빠르게 회의실로 향했다.


사령관이 회의실에 도착하자 홀로 차를 마시던 레오나가 그를 맞이했다. 사령관은 무슨 일이냐는 레오나의 말에 레프리콘에게 보고받은 내용과 함께 편지를 내밀었다.


"어떻게 생각해?"


사령관의 물음에 레오나는 거울과 손수건을 내밀며 즉답했다.


"구조요청은 아니야, 달링. 흥분 좀 가라앉혀."


그제서야 사령관은 발정기의 숫말처럼 격양된 자신의 얼굴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사령관은 레오나가 건넨 손수건을 받고 뒤로 돌았다. 이어 얼굴에 맺힌 땀을 닦고 몇 번 심호흡을 한 후에 다시 얼굴을 비추었다.


"어째서? 구조가 필요하다고 써있잖아."


사령관은 손수건을 돌려주며, 레오나에게 반박했다.


"처음엔 그랬겠지. 단지 시간이 너무 많이 지난거고."


"편지를 쓴 지 얼마 안 됐을 가능성은?"


"해류에 떠다니는 것밖에 못하는 유리병 편지야, 달링. 거기다 스틸라인 애들 말로는 다가오는 모습도, 바닷물에 떠다니며 이동하는 모습도 없었다며? 그럼 해저에 갇힌 잠수함에서 보낸 요청일텐데. 그걸 며칠 만에 우리가 발견했다고? 감상이 지나치게 낭만적이야."


"나도 너희들한테 발견됐잖아."


"..할말이 없네. 그래서 어떻게 할건데. 갈거야?"


"지금 정해야지. 레오나는?"


"난 반대. 살아있을 확률도 희박하고. 설령 살아있다고 해도 거기까지 가는 데 드는 자원 대비 이득이 있을 것 같지는 않아."


"역시 그렇겠지.."


"..하아."


레오나는 사령관이 항상 옆구리에 끼고 다니는 업무용 패널을 빠르게 낚아채 비서에게 통신을 연결했다.


"레오나?!"


"어머, 레오나 님. 주인님의 패널로 어쩐 일이세요?"


"잠깐 물자 상황 좀 물어보려고. 방금 보낸 좌표의 심해까지 간다고 하면 연료가 얼마나 소모되지?"


"이정도면.. 보유량에 비해 소모된다고 할 수준도 아니네요. 그런데 이건..?"


"우리 주인이 거기에 구조할 자매가 있다는데, 어떻게 생각하지?


"후후. 바로 준비할게요. 주인님."



레오나는 사령관의 손에 패널을 쥐어주며 말했다.


"반대 좀 했다고 주눅들지마, 달링. 옳은 일이라는 생각이 들면 당당하게 주장하라고. 알았지?"


"레오나.."


"내 방에 있을게. 준비 끝나면 말해줘."


레오나가 회의실을 나간 뒤에도 사령관은 그 자리에 서서 눈을 감고 그녀의 말을 되새겼다. 그리고 마음을 다잡으며 로비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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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7까지 썼다가 재미없어서 그대로 남겨뒀던 건데 어떨지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