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링크>

<2편링크>

<더치걸외전>

<멸망후 바이오로이드 사회 컨셉러프들>




별장을 관리하던 바닐라에게는 본가를 관리하는 콘스탄챠S2모델과 자매처럼 지냈음.

사실 서로 몇번 만나본 적도 없었음. 가끔 주인 가족들이 휴가철에 별장을 방문 할 적에 가끔 보긴 했을 뿐.

그마저도 콘스탄챠는 본가에 남아있는 일이 많았었음.

하지만 가끔이나마 언니 콘스탄챠를 따라다니는 바이오로이드 개를 기억하고 있었음.










주인가족을 못 본지도 십수년이 지났고 주인가족이 살아있었을 적의 기억도 어느덧 흐릿해질 때 즈음 이런 저런 일을 겪고 바닐라의 별장은 이제 '별장마을'로서 자리 잡아가고 있었음.

바닐라는 마을에 들어온 바이오로이드에게 마을 주변을 기웃대는 개 한마리를 보았다고 얘기를 들음. 

아무래도 바이오로이드 개 같다는 소리와 함께.

좆간시대에는 어렵잖게 상류 좆간들이 키우던 바이오로이드 개를 어렵지않게 볼수는 있었음. 

좆간들의 비틀린 애정에 오히려 애완동물로서 바이오로이드들보다 접대가 더 좋은 경우가 다반사였기에 바이오로이드들 중에는 은근히 질투 하거나 싫어하는 경우도 더러 있었음.

바닐라는 적당히 먹이주고 쫒아낼 요량으로 개가 있다는 마을 어귀까지 나가보았음. 그리고 그 개를 보았을 때 이미 흐릿해진 옛날 기억이 되살아 났음.





본가의 콘스탄챠 모델과 같이 다니던 그 바이오로이드 개-보리였음. 

겉보기에는 정확하게 그저 동형 모델인지 아니면 진짜 그 개체인지는 분간이 가지 않았지만 바닐라는 직감적으로 그 개체가 맞다고 확신함. 보리도 바닐라를 알아보았는지 처음엔 먼 발치에서 서성이다 반갑다는 듯 바닐라에게 안겨옴.

바닐라는 자신의 기억보다 훨씬 마른 보리의 몸과 탄환 관통상을 포함한 상처를 보고 지금껏 어떤 고생을 겪었는지 짐작함. 

그리고 보리가 소중히 물고 있던 망가진 스마트 글래스는 분명 본가 콘스탄챠 언니의 것임이 확실했기에, 그녀의 결말도. 

바닐라는 당초의 계획을 버리고는 보리를 거두기로 마음먹음.




어느 날 바닐라는 보리를 산책시킬 준비를 하다가 문득 많아진 개들을 보고 언제 이렇게 많아졌는지 고민을 하게됨. 

혼자서 산책시키고 먹이를 준비하고 관리를 하기에도 벅찬 숫자까지 늘어났기 때문임. 

거기다 바닐라의 산책을 노리고 대기하는 가슴 만 큰 인간형 바이오로이드 개 까지. 

바닐라의 고민은 짧았음 개들의 산책을 포함한 관리를 할 일없이 산책만 노리며 

서성이는 마을 백수(?) 켈베로스에게 도맞겨버림. 졸지에 일이 늘어난 켈베로스는 히잉 거렸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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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미 레이져가 바닐라에게 구조한 아쿠아를 맡긴 후 바닐라는 마을을 방문한 다프네, 드리아드 시저스 리제로 구성된 페어리 시리즈 그룹을 맞이함. 

마을에서 페어리 시리즈를 찾는다는 말을 듣고 왔다고 함. 

바닐라는 퀭한 눈으로 연거푸 술을 마시고 있는 이 묘한 페어리 그룹에게 아쿠아를 맡기기에 미심쩍다고 생각하고 그녀들의 스토리를 들어줌.


이 페어리 그룹은 마약을 생산하는 범죄조직에 구매되어 마약작물을 재배, 관리하던 바이오로이드 였음. 

좆간이 살아 있었을 때에는 고오급 좆간들은 사이버네틱스, 혹은 오리진더스트 등을 이용한 마약이 대량으로 사용되었지만 하층 좆간들은 여전히 재래식 마약을 사용하였고, 중산층 이하의 좆간들의 경제력이 무너지면서 이러한 재래식 마약 유통산업(?)은 이미 사양세에 접어들고 있었음. 

때문에 이 페어리들이 관리하던 마약재배지도 점차 좆간의 관리가 줄어들어 거의 그녀들만 잔류하게 되었고 좆간들이 멸망한 이후에는 먹지도 못하는 마약밭을 버리고 떠돌다 별장 마을 까지 오게된 것이었음.

그녀들의 스토리를 들은 바닐라는 그녀들의 퀭한 눈을 보고 이 년들 약쟁이가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하게 되지만 그녀들은 결단코 자신들이 약쟁이가 아니라고 잡아뗌. 

애초에 자신들은 작물 재배만 했지 마약 정제와 가공은 할 줄 모른다고. 

오히려 요리와 더불어 약용식물에 조예가 있는 소완이 그 이야기에 관심을 보임. 

의료쪽 전문 바이오로이드가 부재했기에 소완이 이러한 의약품들을 관리하고 있었음. 

최근들어 마을의 의약품이 품귀를 보이고 있었기 때문에 이 문제 또한 소완의 고민 거리였는데 이참에 팀을 꾸려 그 마약작물들 회수해 마을에서 재배해서 활용하자고 강력히 제안을 함. 

곧 마을에 있던 해결사 그룹에 의뢰해 회수 팀이 꾸려지고 페어리 그룹의 안내로 수년간 야생화된 마약 밭의 작물을 회수해 옴.

당장에 마을에 필요한 숫자의 작물만 소완에게 맡겨지고 나머지는 마을 어귀에 마련한 밭에 다른 식량작물들과 함께 파종되어 이 페어리 그룹에게 재배가 맡겨짐.



여느 날과 같이 아침 일찍 일어난 바닐라는 별장 청소를 준비하고 있었음. 

그런 그녀에게 아무도 없어야 할 주방에 이미 불이 켜져 있었고 인기척이 느껴졌음. 

무슨일인가 해서 들어가 보았더니 소완이 평소에는 입지도 않던 자신의 유니폼을 정갈하게 차려입고 무언가를 열심히 조제 하고 있었음. 

바닐라가 대체 이 아침부터 차려입고 무엇을 만드는가 물었음. 

소완은 단정히 웃으며 언젠가 자신이 사용하게 될 지도 모르는 약품을 준비한다고 답변함. 

대체 무슨짓을 꾸미는지 모를 바닐라였지만 난생 처음보는 소완의 스쳐지나가는 듯한 음흉한 미소를 지켜보며 좋은 일은 아닐 것이라 예감함.

얼마 후 소완이 관리하는 약재창고에 정제된 마약을 노린 침입사건이 일어났음. 

다행히 간단히 보리에게 잡혀버렸지만. 범인은 그 페어리 그룹이었음. 

이 약쟁이 페어리들은 간간히 맛 본 정제된 마약에 중독되어 있다가 좆간의 멸망 후 자신들은 정제가 불가능 했던 마약을 찾아 떠돌던 것이었음.


"역시 약쟁이년들이었어..."


바닐라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이 페어리들에게 약재창고에 접근금지 명령과 함께 마을 관리자들의 집중관리와 강압적인 중독치료를 병행시킴. 

결국 아쿠아는 중독치료가 끝나기 전까지 그녀들에게 맡기지 않기로 결정함. 

대신 마을에 흘러들어와 마을 식당과 주점에서 서빙을 하던 아르망에게 임시로 맡겨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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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느 때와 같이 도시외곽으로 철충사냥을 나가던 워울프 그룹은 인적이 없던 들판에 추락한 스팅어를 발견함.

그녀들은 그 스팅어가 어젯밤 떨어진 별똥별이라 추정했음. 

다행히 철충보다 먼저 발견하여 감염없는 거의 온전한 AGS 였기에 희희낙낙하며 부품회수를 준비함.


"본 개체... CM67 스팅어...임무 중 궤도 이탈로 지구에 추락 함. 

소수의 쓰러스터 및 액추어이터 손상, 하지만 기체 작동 및 수리 가능. 

본 개체 연산 시스템 및 센서 퍼포먼스 좋지 않음...외부 시스템과 호환성 낮음... 

본 개체의 현상태 유지 권장...분해 권장되지 않음..."


 이거...'쓸모도 없고 값어치도 없으니 살려주세요' AGS 버전인가 싶은 스팅어의 음성을 듣고 워울프 그룹은 해체하려던 동작을 멈추고 잠시 갸우뚱 했음. 

AGS라도 목숨 구걸을 하는데 좀 미안하기도 했음. 

결국은 해체하지 말고 온전히 별장마을로 옮겨서 마을 스카라비아와 포츈같은 메카닉들에게 자문을 구해보기로 했음.

자문결과 수리는 가능하지만 현 마을의 인프라 수준으로는 스팅어의 버너와 쓰러스터에 맞는 연료를 생산 할 수 없어 정기적인 추가 연료 보급은 불가능 한것으로 판정됨. 

그렇다고 해체하자니 불쌍하고, 마을 밖에 노출되면 바로 감염당할 것이 분명하기에 마을을 돌아다니며 요청사항이 있을 때 도와주는 관리역할을 떠맡게 되었음. 

하지만 스팅어가 마을에서 유명해진 건 다름아닌 밤하늘을 구경하는 바이오로이드들 사이에서 였음.

좆간이 멸망하고 순식간에 깨끗해진 하늘과 지상의 불빛들이 사라진 결과 밤하늘은 좆간의 근대문명 이래 가장 많은 별들을 볼 수 있었음. 

자연히 취미삼아 밤하늘을 관찰하는 바이오로이드들도 생겨났고 스팅어는 그녀들에게 자신의 메모리에 내장된 우주에 대한 지식을 이야기 해주게 됨. 당연히 전문적인 지식이 아닌 겉핥기 식의 교양 수준 이었지만.



바닐라도 가끔 밤하늘을 쳐다보며 스팅어에게 우주교양 이야기를 듣는 것을 즐기고 있었음. 

스팅어는 오비탈 와쳐 소속의 바이오로이드와 AGS 이야기를 들려주며 아직까지 우주에 남아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알려줌. 자신 또한 얼마 전까지 임무를 수행 중에 있었고.


바닐라는 스팅어에게 언젠가 다시 자신들의 원래 임무를 다시 수행 할 날이 오게 될까 물었음.

스팅어는 인간들은 언제나 답을 찾을 것이라던 멸망전 인간들의 시를 들려줌. 

그리고 인간이 존재한다면 언젠가는 역시 그렇게 될 답을 찾을 것이라고 대답해 줌. 

늘 그래왔던 것처럼. 하지만 연이은 바닐라의 살아남은 인간을 찾을 수 있을 까 하는 질문에 스팅어는 침묵했음.  

바닐라는 그 침묵이 부정의 의미를 담지 않았을 것이라 믿었음. 

그저 부족한 정보와 스팅어 연산처리 시스템의 낮은 퍼포먼스로 인한 연산지연이라 탓하며 다시 밤하늘의 별들을 바라보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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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닐라와 소완에게는 한가지 고민이 생김. 

자꾸 저장해둔 배양육들이 도난 당하고 있었음. 

범인은 대담하게도 범죄를 숨길 생각도 없다는 듯 몰래 숨어들어와 저장고를 열고 고기를 빼간 흔적을 남겼음. 

몇번의 도난사고 후 범인은 마을 바깥에 있는 야생(?) 펜리르 모델임을 확신함. 

얼마 전부터 마을 주위를 얼쩡거린다는 소문이 바이오로이드 사이에서 알려져 있었음. 

늑대 아니랄까봐 여느 바이오로이드 처럼 사회를 이루는 것이 아니라 홀로 숲을 떠도는 야생생물처럼 살고 있다는 것도 익히 들어왔음. 

바닐라와 소완 입장에서는 이 펜리르 개체와 굳이 크게 분쟁을 벌이고 싶은 생각도 없었음. 

게다가 나름 전투용으로 유명한 컴패니언 시리즈의 모델이었기에 포획하기도 난해했음. 

교활하기도 해서 펜리르를 잡기위해 파둔 함정과 트랩은 교묘히 피해갔음. 

나름 같은 컴패니언 시리즈인 더치걸 팀의 페로에게도 자문을 구해보았지만 딱히 뾰족한 방법이 없다는 말만 들음. 

페로에게 부탁하여 대화를 시도해보았지만 펜리르는 페로를 포함한 다른 바이오로이들을 경계하며 대화에 응해주지도 않았기 때문에 별 방법이 없긴 매 한가지 였음.

이때 소완은 한가지 아이디어를 내었음. 

바닐라가 한번 보았던 그 음흉한 미소가 다시 스쳐지나가는 것을 보고 뭔가 건설적인 방법은 아닐 것이라 생각함.


"멸망 전 시튼이라는 인간님이 쓰셨던 책에서 교활한 늑대 로보를 포획하는 방법을 보았나이다. 

시튼이란 인간님은 로보를 트랩이 아니라 약을 묻힌 미끼를 쓰셨나이다."


소완은 자신있게 말했음.


"사실 트랩에 약미끼는 안먹혔는데..."


옆에서 조용히 엿듣던 더치걸 팀의 드라코가 중얼거렸음.

소완의 작전은 심플했음. 

그냥 펜리르가 훔쳐갈 먹음직스러운 고깃덩이에 소완이 마약에서 정제해 둔 마비약을 발라두는 것 뿐. 

바닐라는 내심 이딴게 걸리겠냐 싶었지만 그 펜리르 개체는 시튼 동물기의 늑대왕 로보 보다는 지능이 떨어지는 맹수였는지 다음날 밤 마을 근처 숲에서 마비된채로 반쯤 베어먹은 고깃덩이와 함께 개들과 산책중인 켈베로스에게 발견됨. 

그후 소완과 바닐라가 펜리르에게 내린 처벌은 손속에 자비가 없었음.




그 날 당일 아쿠아가 반쯤 전속으로 관리하는 화단에 펜리르 모델의 머리와 비슷한 외형의 식물이 심겨져 있는 것이 목격됨. 

화단을 지나가는 바이오로이드들은 그 빨간 머리칼의 식물이 엉엉우는 소리를 들었다는 소문이 돌았지만 마을 관리자들은 헛소문으로 취급했음.

얼마 후 그 식물은 수확되어 다시 펜리르 모델이 되었음. 

물론 다시는 고기를 훔치치 않는다는 약속을 받아내긴 했지만. 

펜리르는 울먹이면서 소완이 대접해 주는 고기요리를 먹었음 바닐라는 은근슬쩍 마을에 상주하면서 일을 하며 살지 않겠냐는 제안은 거절 했음. 

근처 숲을 떠돌며 별장에서 좀 떨어진 곳에 세워진 테마파크에 마녀님이 살고 있는데 그녀가 주는 맛난 것을 다 먹기 전까지는 그녀의 말벗을 해줘야 한다며 실없는 웃음을 지음. 

바닐라와 소완도 그 마녀도 좆간의 명령에 떠날 수 없는 몸이라는 것을 짐작하고 가끔 마녀님과 함께 먹으라고 종종 마을에 들리는 펜리르에게나 익스프레스76에게 소완의 요리를 배달 시키고는 하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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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에 방문객이 많아지면서 자연스레 멸망 전 흔하게 보이던 양산형이 아닌 원 오프 타입이나 희귀한 모델의 바이오로이드가 종종 눈에 띄기 시작했음. 

저번에 더치걸 팀과 함께 흘러들어와 서빙을 하고 있는 아르망은 어느 정도 짬이 쌓이자 방문객들 중 이상특성을 보이는 바이오로이드들이 감지되기 시작한다고 바닐라에게 언질을 줌. 

바닐라도 여러 바이오로이드들에게 외부 세력들에게 마을이 주목되기 시작했고 이를 경계해야 한다는 말을 들어왔기 때문에 흘려 들을 수 없었음. 바닐라의 눈에도 처음보는 모델의 바이오로이드들이 점차 많아지기 시작했다는 것을 느끼고도 있었음. 

분명 그 특이한 바이오로이드들 중에 외부 세력의 스파이가 있지 않을까 의심하기 시작함. 

그녀들의 의심을 타당했음. 

바이오로이드들은 저마다 설계목적에 대해서는 초인적인 전문성을 보이지만 나머지 분야에는 보통 인간들 보다도 잼병인 편이었음. 

그렇기 때문에 어느 세력이 평범한 양산형 바이오로이드들에게 프락치 임무를 맡기고 싶어도 어설픈 경우가 많았음. 

이는 웃기게도 외부 세력들에게도 공통된 의견이었음. 

그렇기에 각 세력들의 선택은 자기들 세력에 있는 스파이에 전문적인 바이오로이드들에게 맡기는 것이었음. 그 결과는...




"다 아는 얼굴들이구만..."


시라유리는 마을 주점에서 음료를 마시는척 하며 주위를 둘러보았음. 

저기 태연한 척하며 커피를 마시는 척하는 니키 트레이시 모델...

저쪽 자기 그룹의 하이에나 모델과 잡담하는 척하는 에이미 레이저 모델... 

그리고 여전히 멍청한 얼굴로 주위를 두리번 거리는 토모 모델...

상용 모델이 아닌 탓에 일반적인 바이오로이드들은 그녀들을 알아보지는 못했지만 그녀들은 단박에 서로를 알아보았음. 

좆간이 멸망하고 080 조직이 와해되어 에이전트들의 통제력도 잃어버리자 그녀들은 제각기 조직을 위해 자신들의 특기를 쓰고 있었음. 

문제는 누구보다 은밀해야할 자신들을 서로 너무 잘 알고 있다는 것이었지만. 

그렇기에 서로 이 마을에서 마주친 이후로 아는척도 못한 채로 눈치만 보고 있었음. 

포커페이스를 치기엔 멍청했던 토모가 잽싸게 아는 척을 하면서 모델명을 부르려는 것을 간신히 입막음을 하기 전까지는.


"일단 모인 김에 서로 인식번호부터 공유하기로 하죠"


시라유리는 그렇게 말하며 전 080 조직원들과 자신들의 인식번호를 공유하였음. 

그리고 지금 자신들이 서로 소속되어 있는 조직까지. 

오메가 세력에 소속된 시라유리 자신과 저항군에 속한 에이미 레이저, 델타 소속인 니키까지.


"아! 나는 최근 주점 스트라이프 소어 팀에 있었어! 십년 동안 일이 없었지만..."


"...아...예 당신은 지금 아무데도 안속해 있다구요? 잘 알겠어요."


그녀들은 어차피 이 마을은 크게 정치세력화 되지는 못할 것 같으니 각자 조직에는 적당적당하게 보고하고 정보는 서로 공유하기로 합의를 보고 헤어졌음. 

어차피 서로 다 아는 상황에서 어떤 수작질도 먹힐 것 같지 않으니. 

그녀들 각자 속마음이야 달랐겠지만 표면적으로는 그렇게 보였음. 토모 빼고.


"아 글쎄 안된다구요. 요즘 누가 바이오로이드가 스트립쇼를 본다고 그래요! 볼 인간님도 없으니까 필요없어요!"


"히잉, 나 되게 잘하는데...한번만 하게 해주면 안돼? 요즘 가진 돈도 없어서 급하단 말이야..."


오늘도 토모는 별장 마을 주점에 붙박혀서 바텐더인 아우로라를 붙들고 스트리퍼로 취직시켜달라고 조르고 있었음. 

당연히 좆간도 다 없어진 마당에 바이오로이드가 하는 스트립쇼가 수요가 있을리도 없었으니 아우로라가 수락할 이유도 없었음. 결국 서비스로 내준 아이스티를 쪽쪽 빨면서 이미 술먹고 뻗어버린 발키리의 반대편 탁자에 앉아 시간을 죽이고 있었음. 

그 때 종종걸음으로 토모에게 아쿠아가 다가왔음. 

자기를 구해준 에이미와 돌봐준 마을 관리자들에게 선물을 하고 싶은데 저번 에이미와 아는척 하는 것을 보아서 무언가 조언을 얻고 싶어 한다고 함.

토모는 잠깐 멍한 표정을 지었다가 다시 헤실한 미소를 지으면서 답변을 해줌.


"그런 일이라면 내게 맡겨!"


또한 토모는 바닐라는 청소 일손에 매우 민감하니 청소나 별장관리를 도와주는 것을 좋아한다는 사소한 것부터 소완이나 마을이 필요한 식물과 종자들, 점점 아쿠아로서는 어쩌기 힘든, 또 알기도 힘든 마을의 인프라와 부족한 자원들을 열거하기 시작했음.


"그리고 에이미에게 줄 선물은 이거, 이거 줄게."


토모가 자기 가방에서 뒤적이며 꺼내 아쿠아에게 쥐어준 것은 핸드백의 핸들에 매달수 있는 좆간시절 고급 악세사리였음. 

도시를 돌아다닐때 주운거라면서. 

아쿠아는 토모에게 이름을 묻자 토모는 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음.



"나는 토모, 즐거운 토모라고 해."




**



"언니...감 많이 떨어진것 같은데...언니가 보내준 토모 모델의 고유번호, 결번된 번호야. 

다른 니키 언니나 시라유리 언니 번호도 가짜긴 한데, 어차피 멸망 전 각 모델들 위치와 소속을 보면 어느정도 특정이 가능해. 

그런데 이 토모 언니에 대한  정보는 아무것도 얻지 못했네. 

토모 모델은 생각보다 많이 퍼져 있어서 정보 없이는 특정도 어려워. 

이 언니가 언급한 고유번호는 예전에 자비로운 리엔 모델 개발에 기저가 되었다고 알려진 개체번호야. 

가짜치곤 묘한 번호를 말했는걸. '그런 자는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모토는 우리중 그 토모 언니가 가장 어울리는 걸."


한밤중, 에이미레이저는 저항군 소속의 닥터와의 정기교신에서 통신기 모니터로 흘러나오는 닥터의 답변을 들으면서 내심 섬찟했음. 

마을에 있었던 전 080 에이전트들 중에서 토모의 정보는 기실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는 것을 깨달았음.


"어쨌든 에이미 언니에게 줄 선물이 있어. 

짜잔, 얼마전에 완성한 뱀순이 위장 저격총이야. 

위장시엔 핸드백, 또 저격총으로도 변신가능! 또 필요하면 정찰로봇 뱀순이로도 변신 가능해. 

곧 드론으로 언니에게 배달 될 거야..."




**




다음날 에이미는 토모에 대한 정보를 더 얻기 위해서 마을 주점을 찾았음. 

이미 시라유리가 주점 서빙을 하던 아르망을 붙들고 토모의 행적에 대해 한바탕 입씨름을 벌이고 있었음. 

에이미도 같은 용무로 왔기 때문에 대화에 끼어들었고 아르망은 그 토모는 요 며칠간 주점에 붙박혀 있으면서 아우로라를 귀찮게 했다는 것 밖에 모른다는 말을 되풀이 하고 있었을 뿐 이었음. 

한참을 더 토모에 대해 캐물으며 아르망과 대화를 벌이던 에이미는 아쿠아에게 선물이라며 핸드백 악세서리를 받았음. 

에이미는 전날밤 닥터에게 전달받은 위장 핸드백과 아쿠아의 핸드백 악세서리를 보며 묘한 표정을 지었음. 

아르망은 이제야 생각 났다는듯 그 토모가 아쿠아의 선물 조언을 했다는 것을 에이미에게 들려줌. 

말을 듣고는 에이미의 얼굴을 굳어질 수 밖에 없었음. 

자기도 어제 처음 받아서 들고 있는 핸드백에 맞추어 며칠 전 아쿠아에게 자신을 주라며 건넨 선물이라니. 

그녀들의 표정을 보면서 오히려 아르망이 무언가 무서운것 처럼 에이미와 시라유리에게 그 토모개체에 대해 물었음.


"모든 인간을 포함해 바이오로이드 등의 인격체는 모두 저마다 행동텐서가 있습니다. 

이 벡터수치들이 개인의 환경과 성격등의 외란이 변수가 되어 감정의 요동을 만들고 이 벡터의 총 합이 그 개체의 움직임으로 나타내어져요. 

누구나 살아있는 인격체라면 크고 작던 이러한 요동을 가지고 있지요. 그렇기에 불확정적이지요. 

그런데 그 토모라는 개체에게는 없었어요. 

마치 단순화된 물리법칙을 따르는 물체처럼, 그 어떤 요동 없이 마치 단순히 프로그램된 싸구려 기계처럼 100번의 동일한 자극에 100번의 동일한 반응을 보일 인격을 연기하는 것 처럼요. 

아니, 그 어떤 연기자도 그렇게 기계와 같은 연기는 못하겠지요. 

그런 인격체는 존재 할 수 없어요. 

그런데도 그 바이오로이드는 뭐죠? 어떤 일을 하던 존재인 거죠? 

그리고 왜 그런 바이오로이드가 이 마을에 계속 보이는 거죠? 분명 서로 다른 모델처럼 보이는데"


시라유리와 에이미 레이저는 이러한 아르망의 물음에 아무런 대답도 해 줄 수 없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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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장마을이 빠른 발전을 보일 수 있었던 것은 계속 토목과 건설을 수행하는 바이오로이드가 있었기 때문임. 

비록 전문적 건설용 바이오로이드는 아니었지만 멸망 후 자신의 목적이었던 파괴가 아닌 건설쪽에 몸담그기로 마음먹은 바바리아나와 광산에서 탈출 한 이후 바바리아나를 따라 마을 건설업에 종사하는 더치걸들 덕택이었음.

팀을 꾸려 시설 탐사하는 더치걸도 존재했지만 대부분의 더치걸은 바바리아나를 따라 야외에서 건설쪽에 종사하는 쪽이 절대 다수였음.




처음엔 전문직이 아니라 많이 서툴어 거의 슬레이트로 만들어진 건물이나 가건물 형태에 가까웠지만, 

공사판을 전전하던 바바리아나가 곁눈질로 배운 건설기술과 더치걸들이 광산개발을 하며 얻어들은 토목, 건설지식이 경험을 더해가자 제법 그럴싸한 건물도 짓기 시작했음. 

바이오로이드로서 타고난 완력까지 더해지니 중장비가 크게 없어도 건설속도가 굉장히 빨랐음.

바닐라는 그녀들을 위해 별식을 가져다 주고는 했음.


그렇게 올때 마다 바바리아나가 바닐라에게 묻는 것이 하나 있었음.

더치걸팀에 있는 드라큐리나가 혹시 맘 돌려서 건설공사에 다시 종사할 의사가 없느냐고. 

바닐라가 가끔 보는 더치걸 팀의 반응으로는 드라큐리나가 다시는 공사장에 돌아갈 맘이 없어보였지만.

사실 바닐라가 보는 드라큐리나는 영 못미더운 바이오로이드였음. 

영 어설픈 모습만 보아왔고, 또 더치걸팀에서도 엄청나게 유용한 디텍터 맟 패스파인더로만 취급하는 것을 보았기 때문임. 

그럼에도 바바리아나는 얼마간 공사장에서 드라큐리나를 감명깊게 보았길래 저렇게 필요로 하는지 궁금했음.

바바리아나는 자신이 보았던 드라큐리나를 설명해 주기 시작함.





분명히 힘은없고 체력도 없었지만 드라큐리나는 건설현장에서 반드시 치워야할 바윗덩이를 보자 요모조모 살펴보더니 자기 가방에서 단추만한 장비를 바위 곳곳에 붙이고 이어서 고주파같은 소리를 빽질러 단번에 집채만한 바윗덩이를 조용히 박살내는 묘기를 보여주었다는 것이었음. 나름 파괴 및 철거전문이었던 바바리아나로서도 그렇게 주변에 부수적 피해가 가지않는 조용한 파괴는 처음 보는 것이었음. 뿐만 아니라 겨울철 언 땅을 고르거나 단단한 지반을 굴착 할 때도 굉장히 유용했음.


"그것 뿐만 아니었다니까, 한번은 공구리친 벽면을 이리저리 톡톡 두들겨보고 또 그 이상한 발성으로 진동을 주더니, 여기저기 짚으면서 내부에 크랙갔다, 다짐 덜됬다 그렇게 말하는 거야. 어떻게 보이지도 않는걸 아느냐고 따지려다 혹시나 해서 살살 망치로 깨봤지. 전부 진짜였어. 소름이 돋았지 뭐야. 그때는 서툴러서 그런일이 많았어."


바닐라는 바바리아나의 설명속의 드라큐리나는 매우 똑똑하고 전문적인 고오급 전문 바이오로이드라는 생각이 들었음. 

더치걸팀에게 들었던 드라큐리나는 이리저리 소리만 지르는 걸어다니는 귀찮은 패스파인더였을 뿐인데도. 

역시 그 팔푼이 바이오로이드는 적성을 잘못 찾은거 아닌가 하는 의문점이 바닐라에게 들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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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코로나 빡세게 걸려서 앓다가 이제야 좀 살것 같음 결국 이제야 이번 편은 좀 많이 날림 ㅠㅠ


삽화도 재탕함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