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전편 모음 https://arca.live/b/lastorigin/52141864 







사령관과의 이야기가 끝난 후 먼저 격납고로 돌아가 정비팀을 만났다.


육안으로 몸 상태를 간단히 체크한 후 장비를 맡긴 뒤 심문실의 위치를 물어보았다.


2층 E섹터에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도착한 심문실 앞에는 세이프티가 서서 입구를 지키고 있었다.


"심문은?"


"아직 진행중입니다. 이야기는 사령관님께 들었으니 들어가서 참관하시는게 어떻겠습니까?"


"그래"


세이프티가 문의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작은 비프음이 문에 달린 도어락에서 울렸다.


"들어가시죠"


문고리를 잡아 돌려 문을 연 세이프티가 내게 말했다.


내가 들어서고 조용히 문이 닫히고 다시 잠금쇠가 움직여 문이 잠기는 소리가 들렸다.


안쪽으로 조금 걸어 들어가 보니 영화에서나 봤을법한 심문실의 전경이 보였다.


"오셨습니까? 앉아 계시죠"


사디어스는 옆에 있던 의자를 가리키며 이야기했다.


"리앤, 라붕씨 오셨어"


마이크 앞에 달려있는 버튼을 누른 체 내가 왔다는 이야기를 리앤에게 전했다.


"조금 있다가 잠시 쉬는 시간에 리앤이 돌아오면 들어가시죠"


"그래, 알았어"


한동안 리앤과 아자즈가 서로 이야기 하는 내용들이 앞의 스피커를 통해 들려왔다.


오메가와의 관계, 협력의 이유, 가지고 있는 권한, 펙스에서의 위치 등...


물론 중간중간에 뜬구름잡는 소리를 하는 아자즈 때문에 리앤이 이야기의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으려 애쓰는 모습들도 간간히 보였다.


"거짓말은 안하기는 하지만... 이야기가 이리 중구난방이어서야..."


"간만에 저 정신이 멍해지는 화법을 보니까 되려 반가운데 말이지"


"네? 아자즈를 아십니까?


"못들었어? 정비팀이나 사령관 같은 녀석들은 알고 있을텐데?"


"대부분의 대원들은 모를걸요. 저도 처음 들어본 소리고 말이죠"


"아하하... 하기야, 남의 개인사정까지 빠삭하게 알 필요도 없구나"


"그렇긴 하죠, 지금 보니 리앤도 고생 꽤나 하는 것 같은데 일정을 당겨서 지금 들어가 보시는 건 어떻습니까?"


"같은 녀석이 아닐 수도 있는데?"


"그래도 적어도 당신한테는 관심을 가지겠죠, 같은 아자즈 모델이 만든 기계면 공학적으로도 높은 가치를 가지고 있을 것 아닌가요?"


"그 말도 맞네, 들여보내 줄래?"

"잠시만 기다려 주시죠. 리앤, 일정을 조금 당겨서 지금 라붕씨가 들어갈 거야 준비해 둬"


이야기를 들은 리앤이 잠시 매직미러를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예, 바로 들어가시면 됩니다."


"고마워"


"켈베로스, 들여보내 줘"


켈베로스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취조실의 문을 열어주었다.


나는 그 안내에 따라 취조실 안으로 걸어들어갔다.


"...."


"왔어?"


놀란 눈을 한 아자즈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끔뻑끔뻑 나를 쳐다보고 리앤은 내게 인사를 건냈다.


"마지막 인간이라는 분이 저분이었나요?"


"어...? 아니야 저분은 중간에 합류하신 분이긴 한데... 잠깐 어떻게 저게 인간인 걸 알았어?"


"제가 만든 거니까요"


"아자즈?"


"기억하시는 걸 보니 제대로 만든 거는 맞나 보네요"


"너희들을 어떻게 잊겠냐"


"후훗, 그렇게 답해주시니 뿌듯한 걸요?"


"아저씨?"


"괜찮아 리앤 아는 사람이니까"


"그런데 어떻게 된 일이에요? 저와 닥터를 시켜서 기능을 막았잖아요"


"간단하게 말하자면 여기 대빵이 필요하다고 되살린거지"


"흐음... 어때요 그분은?"


"좋은 친구야, 여기 있는 모두들도 다 그 녀석을 좋아하고 말이지"


"좋은 소식이네요"


"그런데 어떻게 지낸 거야, 지난 시간동안? 닥터는?"


"닥터는... 회장을 되살리는데 연구원으로 갔다는 이야기 이후로는 행방이 묘연해요, 저는 뭐 오메가가 시키는 일들을 처리하면서 기본적으로는 섬이랑 비슷하게 지냈고요"


"오메가가?"


"네, 처음에는 병기의 개조를 시키고는 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화를 내더라고요, 이런 거는 쓸모가 없다느니 뭐 그런 이야기들이요"


"뭐, 니 스타일 대로라면 개조한 병기들 중에 같은 물건은 없었겠지. 놈은 군대가 필요한 거니 그런 물건들은 별로 도움이 되지는 않았을 거고"


"그런가요? 여튼 가끔씩 이런 일에 저를 동행시켜서 시설의 시큐리티를 해체하도록 하거나 기지의 설계 같은걸 주로 하면서 지냈어요, 솔직히 말하자면 조금 따분했달까요"


"하기야, 책상 앞에 앉아만 있는건 니 취미가 아니잖아?"


"아직도 기억하시는 거에요? 후훗"


"니아랑 애들도 걱정 많이 했어"


"그러고 보니 그쪽이 여기 있다는 소리는 그분들도 다 여기 있다는 이야기겠네요?"


"전부는... 아니야"


"아... 죄송해요"


"세월이 그렇게나 지났으니까, 탓할 필요는 없어"


"이야기는 다들 끝났어?"


잠시간 둘이서 침묵하고 있으려니 리앤이 화두를 꺼냈다.


"그렇네요, 간단하게 할 이야기는 다 끝났어요"


"멸망 전 개체라면 오메가의 말을 곧이 곧대로 들을리도 없고, 오메가랑 일하는 것도 별로 좋지는 않았나 보네?"


"네, 그렇죠"


"알았어, 심문은 여기까지 할게, 한동안은 감시가 붙겠지만..."


"그정도는 상관 없어요"


"후... 더 이야기 하고 싶은 건 있지만, 더이상 이야기 했다가는 내가 말려들 것 같아"


"그러면 아자즈의 거취는 우리가 맡을게"


"그쪽은 부탁할게"


리앤이 거울을 향해 손짓하자 취조실의 문이 열렸다.


아자즈를 내가 일임하는 것을 끝으로 취조가 끝나게 되었다


"일단 간만에 애들이나 만나러 가볼래?"


"부탁드릴게요 다시 만난다니 저도 기대되네요"


"무슨 일 생기면 이야기 해줘 아저씨"


"오냐, 사령관한테도 잘 이야기 해주고"


취조실에 남은 이들을 뒤로하고 아자즈와 나는 같이 우리의 숙소로 발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