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자신이 나온 라이브 쇼를 보자니 무슨 말일까.

하물며 루주의 의지를 이었다는 아르망이 하자고 한 일.

저녀석도 루주와 같은 아르망이라면 분명...


"아, 폐하. 오셨군요?"

"응. 아르망이 초대했는걸. 하물며 에이스를 잘 알고 싶으면 봐야한다며?"

"어? 루... 아르망. 우리 둘만 보는거 아니었어?!"


뭔가 저지를 거라곤 생각했는데 어째서 지휘관이!


"본인이 있다면 그때의 심정을 얘기해 줄 수 있을 테니까요? 별 이유는 없어요."


'저거 분명 무슨 꿍꿍이가 있어....'


그렇게 생각했지만 이미 시작한 일이다.

솔직히 지휘관에게 자신의 멋진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는 점도 만족스럽고.

자신을 좀 더 잘 알게 된다면 더 좋겠지.


그렇게 시작한 상영회는 무난무난하게 흘러갔다.

지휘관은 내게 저때는 어땠냐며 여러 질문을 했고,

나는 그때의 심정을 담아서 답하고.

그걸 아르망은 즐겁게 바라보는 평범한 상영회.


라고 생각했다.


[오늘의 연애소설은 이거에요.]


등골이 오싹해졌다.

무슨 꿍꿍이가 있을게 분명하니까 방심해선 안됐는데.

응. 막자.


"우리, 여, 여기까지만 볼까?"

"응? 어째서?"

"폐하."


그때, 아르망이 난입했다.


"그녀의 모든 것을 알고 이해하기 위함입니다. 꼭 보셔야합니다."

"아르망..!"

"아니, 그치만... 본인이 싫다고 하면..."

"폐하께선 아자젤님과 제가 그렇게 말렸는데도 테마파크를 보셨지요. 그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보셔야합니다."


그 말을 듣자 지휘관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테마파크라면 설마... 아니, 그게 중요한게 아니라.


"아니, 그래도...."


[하응.... 우린 친구 사인데....]


야릇한 신음소리.

화면 속에서 내가, 연애소설을 보고 있었다.

남녀간의 우정을 다루는 척, 실제론 음란한 행위를 다뤘던 작품.

그걸 보며 나는... 자위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나를 보며, 아르망과 지휘관의 얼굴은...

딱딱하게 굳어있었다.


"폐하. 이것이, 덴세츠의 진실입니다."

"응."

"그들은 그녀의 생활 모든 것을 쇼에 활용했습니다. 사생활조차요."

"그랬구나."


한쪽에서는 음란하고 질척이는 소리가.

다른 한쪽에서는 증오가 담긴 목소리가 들려왔다.


"폐하께선 언젠가 인류 부흥을 위해 저희를 안으셔야합니다."

"그랬었지."

"하지만, 지금처럼. 그런 행위조차 이용당해 마음의 상처를 가진 이들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응."

"저는 그걸, 기억해주시길 바랐기에 그녀에겐 미안하지만 폐하를 모시고 왔습니다."


아르망은 그렇게 말하더니 나를 돌아보며 말했다.


"클로버에이스. 당신의 친우였던 루주를 대신해 여쭤볼게요. 이걸 보였을때, 어땠나요?"

"...부끄러워 죽을 것 같아."

"말해주셔서 감사해요. 그럼, 폐하. 어쩌시겠습니까. 계속 상영할까요?"

"이제 됐어."

"네. 그러면 잠시만 앉아계셔주세요."


아르망은 화면을 끄고 내 곁에 앉았다.

그리고 조심스래 귓가에 속삭였다.


"그런데, 왜 부끄러우셨나요?"

"어, 어?"

"폐하와는 우정이라고 하셨지만... 사실은 그게 아니라서 그런거 아닌가요?"

"아, 아니. 지휘관이랑은 친구..."

"남녀사이에, 친구라는게 있을까요?"


[우린 친구 사인데....]


그때 봤던 소설이 떠오른다.

남녀간의 우정, 뜨거운 입맞춤, 포개지는 몸.

아르망이 속삭인다.


"당신의 취향. 누가 만들었다고 생각하시나요."

"...."

"오늘, 확인하게 해드리겠어요."


아르망의 눈동자가 요사스럽게 빛났다.


"당신은, 폐하 앞에서 그저 평범한 여인일 뿐이라는 걸."


아아, 그녀는 빌런이다.


"남녀간의 우정따윈, 허상에 불과하다는 것을."


사람을 손아귀에 넣어놓고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 빌런.



같은 야설 어디 없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