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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키맨(Key man)

 

 

“LRL 많이 있으니 천천히 먹으렴."

 


사령관이 먹여주는 간식을 마치 아빠새에게 먹이를 받아먹는 아기새 마냥, 그 작은입으로 오물거리며 간식을 먹는 LRL을 바라보며 간식으로 지저분해진 입을 손수건으로 닦아주었다.

 


"그동안 신경써주지 못해 미안하구나..."

 


미안한 표정으로 사과하는 사령관을 바라보며 LRL은 괜찮다는듯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고.

그런 LRL이 기특하다는 듯 조심스레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다 쓰러져가는 등대에서 구조된 후, 사령관을 따라 낯선땅인 남극으로 온 LRL에겐 등대와는 비교도 되지않는 곳인 수호의 방주는 그야말로 낙원이였다.

 

먼지와 곰팡이가 핀 지저분한 잠자리와 내리는 비를 받아 씻는 것이 아닌 깨끗한 잠자리와 언제든 따뜻하게 씻을 수 있는 목욕탕, 바다에서 떠밀려와야 먹을수 있는 해초와 하염없이 떨어지길 기다려야하는 나무열매 따위와는 비교도 되지않는 맛있는 식사와 간식, 오래 입고 있었기에 낡다못해 헤저버린 옷이 아닌 정갈하고 깨끗한 의복까지, 마치 지난날의 고생을 보상받는듯 LRL은 일상은 마치 동화속의 공주님처럼 바뀌였다.

 

하지만 LRL이 가장 행복해 한 것은 잠에서 깨었을 때처럼, 홀로 망망대해를 바라보며 등대를 지킬 때처럼, 누군가를 불러보아도 대답하여 주지 않는 바다 처럼이, 아닌 자신의 곁에 생긴 새로운 사람들, 그리고 사령관의 존재였다. 

 

허나, 현실은 동화와는 다르다는 듯, 행복한 이야기로 끝났어야할 공주님의 마음속에는 불현 듯 작은 불안의 씨앗 하나가 나타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씨앗은 LRL의 마음 깊은곳 아직 아물지 않은 상처에 자리잡아 불안의 싹을 틔어갔다. 

 


“넌 그저 한낱 쓸모없는 바이오로이드야”

 

“이젠 등대조차 밝히지 못하고 아무것도 할줄 모르는 널 모두가 싫어할걸?”

 

“시간이 지나면 사령관도, 다른 사람들도, 널 외면한채 버릴거야. 그럼 그때처럼 다시 혼자가 되는거야.”

 


무의식적으로 자리잡은 불안은 때로는 악몽으로, 때로는 환청으로, 하루하루 LRL의 마음속을 괴롭히기 시작하였고, 홀로 마음속으로 힘들어하던 LRL은 마치 마지막 피난처로 도망치는 듯, 알비스와 안드바리에게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았다. 

 


"아무것도 안하는게 좋은거 아니야? 난 훈련 싫은데..."

 

"그건 알비스 언니가 좋은거 잖아요. 무엇이라도 해보려고 하는 LRL 언니 좀 본받아보세요."

 

"너무행."

 

"난 할줄 아는게 아무것도 없어... 알비스처럼 누군가를 지키는것도, 안드바리처럼 머리도 똑똑하지 않아...그리고 이젠 등대도 못밝혀..."

 


LRL 본인 역시 불안감에 가만히 있었던 것은 아니였다. 마치 무언가에 홀린 듯, 도움이라도 될까 싶어 이곳저것을 기웃거려 보았지만 정작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포츈이나 닥터처럼 수리나 개발, 연구는 쳐다볼수 있는 영역도 아니였고, 전투형 모델이 아니기에 화기를 만지는 것은 물론 군관련 업무를 할수도 없었다, 

 

행여 바닐라나 포티아처럼 대원들의 생활지원 업무에 도움이 될까 싶어 가보았지만, 작은 체구와 부족한 체력 때문인지, 사고만 치는 바람에 다른 사람의 일을 더 늘리기만 할뿐이였다.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옛날처럼 등대라도 밝힐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자신을 치료해준 다프네에게 자신의 상태를 물어 보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등대지기는 할수없다는 대답뿐이였다.

 


“모두 고생하는데 나만 아무것도 못해...”

 

“언니...”

 

“나도 모두에게 도움이 되고싶어...혼자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건 너무 힘들어...모두 아무 쓸모 없는 날 미워할까봐 무서워..흐아아앙!!”



그 동안 힘든 마음을 누군가에게 털어 놓아서 일까? 

 

이내 서럽게 울기 시작한 LRL의 울음에 알비스와 안드바리는 당황하며, LRL을 위로하며 달래었고. 마치 LRL의 고민이 자신의 고민인냥 함께 고민을 하였다. 

 

그렇게 마땅히 방법이 떠오르지 않던 안드바리의 머리로 무언가 떠올랐다.

 


"그럼 우리 사령관님께 애기해봐요."

 

"흑...사령관님?"

 

"네! 사령관님이시라면 언니의 고민을 해결 해주실지도 몰라요"

 

"사령관님 바빠...나 같은거에 신경쓰시게 하고 싶지않아..."

 


자신이 힘든 와중에도 사령관이 신경쓰게 하고 싶지 않은데 고개를 도리도리 흔드는 LRL의 머리를 안드바리가 부정하듯 붙잡았다.

 


"아니에요! 사령관님은 그런거 신경 안쓰세요. 제가 그냥 찾아가도 언제나 반갑게 맞아주시는걸요."

 

"맞아! 나도 가면 간식 많이줘!"

 

"맞다! 알비스 언니. 레오나 대장님이 언니 보급으로 나오는 간식 반으로 줄이래요."

 

"어째서?! 탄창에 초코바는 4개밖에 안넣었는데?!"

 

"대장님이 언니가 사령관님 간식 전부 가져가는거 아셨나봐요"

 

“딸꾹! 그걸 어떻게?! 사령관님이 비밀로 해준다고 했는데!"

 

“알비스 언니가 모르는 다른 루트로 아셨나봐요. 다음 보급부턴 간식이 반만 나올거니깐, 그리 아세요.”

 

“안돼에에에에!!!”

 


단말마의 절규 후 마치 혼이 빠져나간 사람처럼 멍한 표정을 짖고있는 알비스를 무시하곤, 안드바리는 LRL의 두손을 조심스레 잡아주었다.

 


"우리 사령관님께 말씀드려봐요."

 

"정말 내가 찾아가도 맞이해주실까?"

 

"그럼요!"

 

"정말 내 고민도 들어주실까?"

 

"당연하죠! 만약 아직도 무서우면 저와 알비스 언니가 함께 가드릴게요!“

 


따뜻한 손으로 자신의 손을 잡아 마치 천사같이 웃어주는 안드바리의 시선 덕분일까? 그 따뜻함 덕분인지 LRL의 마음속에 있는 불안의 싹의 곁으로 작은 용기의 씨앗이 작게 자라기 시작하였다. 

 

.

..

...

 

 

“LRL양이 기운없는 펭귄같은 눈으로 제 총기를 유심히 보았슴다. 엄청 걱정됨다. -179 브라우니”

 

“마치 이프리트 병장님께 엄청 혼난 후의 브라우니 같이 이곳저곳을 돌아다닌 것이 보였습니다. 혹시 무슨 일이 있는게 아닌가 걱정이 됩니다. -124 레프리콘-. 

 

“누나가 수리중에 꼬마 아가씨가 누나 공구를 한번 들어보고서는 한숨을 쉬며 가버렸거든? 무슨일 있는게 아닌가 누나 걱정되거든?”

 

“LRL양이 저를 도와준다며 왔는데...그만 국통을 쏟아버렸어요...다친진 않았지만 너무 걱정되요. 주인님. -포티아-”

 

“LRL양이 대원들의 빨래를 같이 옮겨주려다가 넘어지는 바람에 빨래에 파묻혀 버렸습니다. 다행이 다치지는 않았지만 ”이 일은 하지않는게 좋을거 같다“는 말을 듣고서는 풀이 죽어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습니다. 설마 LRL양에게 일하라고 명령 하신건 아니시겠죠? 만약 그러셨다면 주인님이 아니라 쓰레기라고 불러도 되겠습니까? -바닐라-” 

 

“다시 등대지기가 가능한지 물어왔지만 안된다고 하니 많이 실망한 표정이였어요. 주인님 바쁘시겠지만 LRL양과 대화를 가져주세요. -다프네-”

 

패널을 통해 여러곳에서 올라오는 LRL의 관련된 청원을 바라보며 사령관 역시 한숨을 내쉬었다. 

 

등대에서 죽기직전에 자신에게 구조된 것이 LRL이다. 

 

그동안 힘들었을 것을 생각하면 마음이 너무도 아팟기에, 이곳에서 만큼은 자유롭고 행복하게 지내주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LRL에 한해서는 모든 업무를 배제하는 파격적인 조치를 취하였고, 대원들 역시 별다른 반발을 하지 않았다.

 

“그런 고민을 하는줄은 몰랐군.”

 

“안드바리도 보고해왔어. 생각보다 많이 힘들어한다고.”

 

안드바리에게 보고를 받은 레오나가 LRL을 대신해 면담요청을 하기 위해 사령관을 찾아왔고, 안드바리에게 들은 고민을 전하였다. 

 

“이제 곧 꼬마 아가씨가 올시간이네? 난 가볼게? 힘내도록해 아버지.”

 

레오나의 응원에 사령관은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몸의 상처도 낫고, 알비스와 안드바리와 같이 또래의 바이오로이드들과도 교류를 하며 저렇게 많은 이들이 걱정과 관심을 주기에 괜찮을거라고 생각했었다.

 


“저는 어떻게 되는건가요? 폐기 되는건가요?" 아니면 테마파크로 가는건가요?

 

"뭐든지 할테니깐! 제발 버리지만 말아주세요!"

 

"제발 부탁이에요! 하라는건 뭐든 할테니 버리지만 말아주세요...제발...”

 


처음 자신과 만났을 때 LRL이 자신에게 했던 절규가 머릿속에 맴돌았다. 아직 마음속에 있는 상처가 너무도 무겁다는걸 모르는, 자신의 안이함에 마음이 먹먹해왔다. 

 

저 작은 소녀가 저리도 괴로워하는 것은 스스로의 가치를 모른채,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는 자신에 대한 무력감과 미움을 받아 버려지거나, 다시 옛날처럼 혼자가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에 대한 발버둥 일것이다.

 

책임져야한다.

 

아프다면 보듬어주고, 힘들다면 쉴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주고, 무섭다면 곁에 있어주어야 한다 한다. 괴롭게 하는 모든것을 해결해 주어야 한다. 

 

그것이 저 작은 아이를 괴롭고 힘들게 만든 인간이라는 존재로써의 최소한 사과이고 책임이리라.

 


“책임져야지...인간이니깐."

 


그렇게 홀로 중얼거리는 사이 문이 열리었다. 

 

.

..

...

 

"LRL은 하고 싶은 것이 있니?“

 

“잘..모르겠어요..”

 


멸망전쟁 때부터 본다면 근 백여년을 오로지 등대 한곳에서 등대만 지키며 지낸 탓에, 다른 무언가를 경험해거나 해본다는 경험이 없는 LRL에겐 쉽지않은 일이다. 

 

인간조차도 몇십년간 하던 일을 그만두고, 새롭게 무언가를 해보라며 애기 하여도 쉽게 결정 할수 없을지인데, 자신이 해야할 역할이 주어진채 태어난 바이오로이드. 더군다나 성장연령조차 어린아이로 고정되어있는 LRL에겐 그것은 휠씬 어려운 일이였다.

 


"누구나가 할수있는 일이라..."

 


말은 누구나 라곤 하지만 방주내에서 누구나 할수있은 없다. 모든일 하나하나가 전문적인 능력이 필요한 일이며, 모든 바이오로이드가 그 분야에는 스폐셜 리스트 들이다. 

 

예를 들어 매번 고문관으로 불리며 매번 사고를 치는 브라우니들 조차도 전투에서는 프로들의 실력을 보이며, 자주 덤벙되어 실수하는 포티아 역시 수십 수백명의 생활을 지원해줄 만큼의 능력을 가지고 있다.

 


“고민할만하군...”

 


사령관 조차도 쉽게 답이 내지 못할지인데, 이런 고민을 혼자 전전긍긍하며 그것이 곪아 터져 나올때까지 괴로워 했을 LRL을 보며 좀더 세심하게 지켜봐주지 못한 자신을 책망하듯 LRL의 머리를 다시한번 쓰다듬어 주었다. 

 

한참을 고민하며 사령관은 문뜩 자신의 책상의 위에 있는 책이 보였고, 문뜩 무언가 머릿속으로 떠올랐다. 

 


"이건 괜찮을지도..." 

 


방주내에는 여러시설이 존재한다. 걔중에는 대욕탕이나 생태관, 혹은 노래방, DVD방 같이 여가시설은 대표적으로 대원들에게 인기가 있고, 자주 찾는 시설이 있는 반면 반대로 그렇지 않은 시설도 존재했다. 

 


"와!"

 


사령관과 LRL이 데리고 향한곳은 방주의 한켠에 위치한 커다란 “도서관"이였다. 

 

사령관과 함께 커다란 도서관에 들어서자, 수많은 장서들이 두사람을 맞이하였고 그 규모에 LRL은 자신도 모르게 감탄을 터뜨렸다.

 

사령관이 LRL에게 제안한것은 일종의 "도서관의 관리와 독서친구"였다. 

 

도서관의 있는 서적과 자료는 사실상 모두 서버에 저장되어 있어 도서관을 찾을 필요없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다운만 받으면 된다. 

 

그렇기에 사실상 도서관을 찾아오는 사람은 실물의 책을 읽기 위해 직접 방문하는 사령관외에는 없다.

 


“네가 오니 책들도 기뻐하는거 같구나. 나에게도 중요한곳이니 네가 관리해주지 않겠니?”

 


책 자체도 그렇게 무거운 편도 아니고 청소나 정리를 해주는 관리용 소형 AGS도 있기에. 사실상 작은 체구와 체력이 약한 LRL에게는 사서는 딱 알맞는 일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론 사실상 도서관에 LRL을 혼자 방치 하는 조치이기에, 사령관은 하나의 일을 더 시키기로 하였다. 

 


"보고싶은 책이 있다면 가져와 보렴?"

 


사령관의 말에 호기심이든 LRL은 도서관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탐험하기 시작하였고, 사령관 역시 그런 그녀의 뒤에서 조용히 지켜봐주었다.

 

한가지 더 시킬것 것은 바로 독서친구였다. 자신이 LRL에게 책을 읽어주거나, 그 반대로 LRL이 자신에게 책을 읽어 주는것이다.

 

자신이 읽어준다면 집중도 더 잘되고 반대로 LRL이 읽어준다면 자신은 휴식을 취하면서도 책의 내용을 들을수 있고 공부가 될 수 있다. 

 

서로가 윈윈하는 방법에 이번에는 자신이 먼저 읽어주기 위해 책을 고르도록 한 것이다.

 

한참을 책을 고르기 위해 이곳저곳을 탐험 하였을까? LRL의 눈에 테투리가 금색으로 된 책 한권이 들어왔고, 그것을 조심스레 뽑아들어 자신도 모르게 책의 제목을 중얼거렸다.

 


"드래곤...슬레이어?"

 


황금빛으로 수놓여진 테두리에 양장본으로 된 인상적인 책의 제목 때문인지, 그것이 마음에든 듯, LRL은 그 책을 품에 꼭 껴안고서 자신을 기다려주고 있는 사령관에게로 달려갔다.

 


"LRL처럼 빛나는 책을 가져왔구나?"

 

"네..."

 


드래곤 슬레이어를 받아든 사령관은 LRL을 자신의 무릎에 앉히고선 조심스레 책의 첫장을 펼쳐들었다.

 


“그럼 한번 읽어볼까?"

 


사령관의 무릎에 앉은채 그가 해주는 이야기가 기대 된다는 듯, 조금씩 빠르는게 뛰는 LRL의 심장의 고동을 느끼며, 사령관은 조용히 책을 읽기 시작하였다.

 


"태초의 공허가 존재하였고, 공허는 이내 빛과 어둠, 삶과 죽음으로 나누어 졌으며. 나누어진 세계의 사이로 이그드라실이라는 거대한 세계수가 자라게 되었다. 세계수는 또다시 빛과 신들의 땅인 아스가르드, 어둠과 용들의 땅인 헬헤임, 그리고 빛과 어둠이 공존하는 인간들의 땅 미드가르드..."

 


누구도 찾아오지 않는 도서관에서 열리는 작은 낭독회에 LRL은 금세 사령관의 목소리와 책의 내용에 빠져들었고, 한창 책을 읽는 사령관의 귀로는 작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사령관님. 파티마에게서 연락요청이 와있습니다. 연결하시겠습니까?"

 


귓가로 들리는 래비의 음성에 사령관은 대꾸도 하지 않은채, 책을 읽는 입을 멈추지 않았고, 몇 번인가의 래비의 요청에도 사령관은 대답하지 않고 그저 LRL을 위해 책을 읽는데 집중하자 래비 역시 사령관의 상황을 확인한 듯 더 이상의 질문을 하지않았다.

 


"그리하여 헬헤임에서는 용의 왕의 자리를 걸고 검은 악룡 "니드호그" 와 잿빛용 “제파이어스”간의 전쟁이 벌어져..."

 


2시간이 넘어가는 낭독회에 책을 읽는 사령관의 음성은 처음과 똑같이 흐트러짐이 없었지만, LRL은 안타깝게 그러진 못한 듯 품에서 졸린듯 꾸벅거리기 시작하였다.

 


"훗..."

 


이제까지 심적으로 피곤함과 이제 자신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가, 그것도 자신이 좋아하는 사령관에게 도움이 될수있다는 사실에 안도감이 든것인지 몇번이고 꾸벅거리던 LRL은 이내 품속에 기댄체 잠이 들었고, 곧 깊게 잠이든 듯 새근거리는 숨소리를 내었다.

 


"페로."

 


사령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입구가 조용히 열리며 페로가 들어오자 LRL이 깨지않도록 조심스레 페로에게 건내자, 페로 역시 소중한 물건이라도 다루듯 조심스레 품에 안았다.

 


"페로. 부탁하마."

 

"네. 맡겨두세요. 주인님."

 


소중한 물건을 받아든 듯 페로의 품안에서 세상 모르게 잠이든, LRL의 바다빛 같은 푸른 머리카락을 조심스레 쓰다 듬어주자, LRL은 마치 행복한 꿈이라도 꾸듯 페로의 품안에서 꼼지락 거리며 입가에는 배시시 거리는 미소가 걸렸다. 

 

그리고 그 미소를 따라 하기라도 하듯 사령관의 입가에도 작은 미소가 지어졌다.

 


"래비. 파티마와는 지금 연결 가능할까?"

 

"네 가능합니다. 사령관님."

 

“연결하도록.”

 


페로가 나가자 방금까지 아빠 미소처럼 포근한 미소를 짓던, 사령관은 드래곤 슬레이어의 책을 덮고서는 언제 그랬냐는듯 평소의 업무모드로 돌아왔다.

 


"사령관님 다시 연락드리게 되어 반갑습니다"

 

"연결이 늦은것엔 사과하지. 중요한 일이 있어서 말이지."

 

"바쁘신건 알고있으니 신경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해해주니 고맙군. 그래서 이번엔 무슨 용건이지?"

 

"다름이 아니라 이번 방문 일정에 관해서 연락드리게 되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이번에 대원들 사기증진 겸해 방문해달라 하려고 잘되었군."

 

"그러신가요? 다행이다.."

 

"응?"

 

"아...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럼 이번에도 항구를 개방하실건가요?"

 

"지난번 반응이 좋아서 말이지."

 

"그럼 언제가 좋으실까요?"

 

"특별히 문제가 없다면 5일후에 가능할까?"

 

"네! 가능합니다." 

 

"이번에도 좋은 물건 부탁 하도록하지."

 

"네! 그럼 그때 뵙겠습니다"

 


파티마와의 연결이 종료된후. 사령관은 파티마에게서 왠지 모를 위화감이 들기는 했지만, 기분탓 이려니 생각하며 드래곤 슬레이어를 제자리에 꽂고서는 도서관을 나섰다.

 

5일뒤. 삼안 물자 영업소가 다시 방문 한다는 소식에 보너스로 받은 참치캔 덕분인지, 지난번보다 더한 대원들의 환호성이 방주안에 울려펴졌고, 각 소대의 소대장들은 일등으로 출발하기 위한 운명의 제비뽑기 한판이 벌여졌다는 후문이 전해졌다.

 


"사령관님 오셨습니까?"

 


지난번에는 리리스와 단 둘이서 방문한것과는 달리, 이번에는 사령관의 수행을 위해 지휘관들과 리리스을 위시한 컴패니언까지 대동하였기에 제법 많은 인원이 사령관의 뒤를 따랐고, 그런 사령관일행을 파티마가 반갑게 맞이하였다.

 


"역시 직접 얼굴을 보니 더 반갑군."

 

"네 저도 다시 사령관님 얼굴을 뵐수있게 되어 기쁩니다."

 

"오늘도 잘 부탁도록하지."

 

"네 사령관님."

 


파티마와의 간단한 인사를 나누고, 주변을 둘러보자 항구는 지난번 보다 더 커다란, 마치 대도시의 시장마냥 북적거렸고, 이곳이 남극이라는 사실도 잊을 정도로 활기가 넘쳐흘렸다.

 


"보기좋군."

 


자신이 원하는 물건을 사며 기뻐하는 대원들의 미소와 그 미소에서 느껴지는 온기 덕분인지 사령관 역시 입가로 흐믓한 미소가 지었고, 자신의 손을 꼭잡고있는 LRL을 바라보았다.

 


"LRL도 뭔가 하나 구입해보렴?"

 


품에서 참치캔을 꺼내어 용돈인듯 LRL에게 건내주자 참치캔를 건내받은 LRL은 사령관과 참치를 번갈아 보며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는 듯 우물쭈물 거렸다.

 


"뭐든 좋으니 사고싶은걸 사보렴. 하치코. 함께 가주겠니?" 

 

"네 주인님! LRL양 저와 함께 가요. 분명 즐거울거에요!"



사령관의 부름에 하치코 역시 LRL과 함께 가는 것이 기쁘다는듯 꼬리를 흔들며 LRL의 손을 잡아주었고, 하치코의 손을 잡고 함께 인파속으로 사라 질때까지 그 뒷모습을 지켜봐주었다.

 


"사령관님께서 직접 챙겨주시는걸 보니 특별한 아이인가 보군요?"

 

"특별할거야 있겠냐만...그저 힘들어 말고 계속 행복해줬으면 하는 마음뿐이군..." 

 


사령관의 말에 무언가를 느끼며 파티마는 무언가 결심이라도 한 듯, 사뭇 진지한 말투로 사령관에게 말을 꺼내었다 

 


"저기...사령관님. 상담드리고 싶은게 있는데 괜찮으신가요?"

 

"나에게?"

 

"네. 꼭 드리고 싶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러도록 하지."

 


파티마는 사령관 일행을 배안의 있는 응접실로 안내하였다. 파티마가 내오는 차를 한모금 마셨다.

 


"그래 어떤 이야기이지?"

 

"외람된 질문이지만, 사령관님께서는 용병이라는 존재를 아시나요?"

 

"용병? 그러고 보니 트리아이나가 자신을 용병이라고 소개했었지?"

 

"네."

 


과거. 인류의 물류망은 팩스의 익스프레스76 과 드론을 중심으로 세계 어디에서나 통신만 된다면, 그 어느곳에서라도 물건을 받을 정도의 수준을 자랑하였다. 

 

멸망전쟁 이후 물건을 주문할 인류도, 받을 인류도 모두가 사라져버렸기에 더이상 물류망이라는 것이 더는 필요 없는듯 보였지만, 아직 세상에는 바이오로이드들이 존재하였고, 유사인류인 그들에게는 인류처럼 물건이 필요하였다. 

 

"용병이란 직업은 그런 바이오로이드들에게 필요한 물건등을 구해주거나 의뢰를 해결해주는 존재들입니다."

 

"하지만 굳이 용병이 필요한건가? 내가 원정중 본바로는 큰 도시는 철충 때문에 무리겠지만, 작은 소도시 정도는 남아있는 재반시설을 이용한다면 그렇게 생활에 불편할건 없을 것 같은데?"

 


남미의 원정중에도 철충과 조우한 것은 대도시와 그 주변의 위성도시에서 였고, 대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작은 도시에서는 철충이 발견되지는 않았었다.

 


“사령관님의 말씀도 맞습니다만, 하지만 그러지 못하고 용병이 생긴건, 저희 바이오로이드의 근원과 관련돼 있기 때문입니다.”

 

“무슨 말이지?

 

"사령관님 께서는 혹시 바이오로이드의 4원칙에 대해 아시나요?"

 

"0.바이오로이드는 인류에게 해를 가할만한 명령을 받거나 행동을 하지 않음으로써 인류에게 해가 가해지는것을 방치해두어서도 안된다.

 

1.바이오로이드는 인간에게 해를 입혀서는 안된다. 그리고 위험에 처한 인간을 모른 척해서도 안된다.

 

2.1원칙에 위배되지 않는 한 바이오로이드는 인간의 명령에 복중해야 한다.

 

3.1원칙과 2원칙에 위배되지 않는한 바이오로이드는 자신을 지켜야한다.

 

였었지...설마?"

 

"네. 이 4원칙이 족쇄가 되어 수많은 바이오로이드을 묶어버리고 말았기 때문입니다."

 


인간이 죽기전 별 다른 명령을 받은것이 없다면, 바이오로이드는 3원칙에 의거 자신의 생존을 위한 어느정도 자유 활동이 가능하다.

 

하지만 명령을 받은것이 있다면, 바이오로이드는 2원칙에 의거 1원칙을 어기지 않는 한에서는 무조건 2원칙에 복종하여야한다. 

 

멸망전쟁 막바지. 삼안과 블랙리버, 팩스의 기업연합은 철충과의 전황이 불리하게 돌아가자, 자신들의 안전을 위해 주력부대를 자신들의 경호에만 사용, 정규군과의 연락을 고의로 차단하였다. 

 

그로인해 지휘부에 공백이 생긴 인류는 최후의 저항군을 제외한 남은 세력이 철충에 대항하여 싸우기 보다는 자신들의 안전을 위해 바이오로이드의 방패삼아 숨기에 바빠고, 그 결과 바람에 철충에게 괴멸적 타격을 받아 전멸 해버리고 말았다.

 

기업의 주력부대의 보호를 받으며 안심하던 남은 인간들은 철충에게는 안전하였지만, 철충의 환난의 뒤를 이은 휩노스 병의 발발로 허무하게 모두 죽어버리고 말았다.

 

하나로 뭉쳐도 시원치않을 전쟁에 자신들의 안전을 위해 분열하고, 같은 인류도 배신한채 바이오로이드의 뒤에 숨은 인간들이 죽는 순간까지 바이오로이드를 자유롭게 놓아주었리는 만무했고, 그런 인류가 죽는 순간까지도 보호하던 수많은 바이오로이드는 죽인 인간과 함께 마치 순장되는것 처럼 그 땅에 묶여버리고 말았다.

 


"개인에게 묶여있거나 작은 규모집단 바이오로이드들의 상황은 괜찮습니다. 명령에 묶여있지만 않다면 적어도 어느정도 자유가 있으니깐요. 하지만 큰 부대나 기업단위의 바이오로이드들은 인간들을 보호해야 했기에 그 땅에 묶여버린채 자신들만의 작은 사회를 만들며 아직도 인간이 남긴 명령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마치 얼마전까지 사령관님 뒤에 계시는 레오나님 처럼..." 

 


파티마와 레오나가 눈을 마주치자 사령관을 만나기전까지 남극에서 나오지 못한채 그곳을 지키고 있어야만 했던 자신들의 모습이 떠올랐는지 레오나는 그녀의 말에 공감한다는 듯,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하아...저희도 인간님들처럼 밥만으론 살아갈수 없는 존재입니다. 식량도 필요하지만 철충에게 대항할 무기나 생활을 위한 연료, 의복, 위생용품 등 인간님들처럼 많은것이 필요하고 그래서 존재하는것이 저희들입니다."

 


이동 자유롭지 못한 그녀들을 위하여 그녀들이 필요한 물건을 구해주거나 그녀들이 필요로 하는 일을 처리 해주는것이 트리아이나 같은 용병이라는 존재이며, 그녀들의 사회에서 생산되는 물건을 가져가 필요한 것으로 바꾸어주거나, 중개 해주는것이 바로 파티마라는 상인의 존재이다.

 

인류가 멸망한 이래 바이오로이드는 생존을 위해, 혹은 인간이라는 망령들을 명령을 지키기 위해 크던, 작던 자신들만의 사회를 만들어 왔던 것이다.

 


"그래서 나보고 용병이 되어달라 하는건 아닐테고? 본론이 뭐지?"

 

"사령관님이 용병이 되어주신다면 저희야 환영할 일이지만..."

 


파티마는 사령관의 앞으로 서류를 하나 조용히 내밀었다.

 


"구해주셨으면 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서류에는 남태평양에 위치한 섬의 위치와 거기에 있는 바이오로이드들의 종류나 정보등이 적혀있는 파일이였다.

 


"이들을 구해주셨으면 합니다."

 

 

.

..

...

 

 

D-엔터테이먼트.

 

과거 “마법소녀 매지컬 모모”시리즈를 비롯. 무로마치의 꽃등을 제작하던 세계적인 엔터테이먼트 회사로 스마트 엔조이, 비스마르크와 함께 세계의 문화산업을 선도하는것으로 평가받던 기업이였다.

 


"D엔터의 “매지컬 모모 시리즈”는 마법소녀물 역사상 최고라고 평가받는 작품입니다. 그리고 D엔터가 마지막에 만든 작품은 매지컬 시리즈의 역대 최고라고 평가받던 매지컬 모모 "역습의 뽀끄루"로 알려져 있습니다. 마지막의 매지컬 모모가 대마왕 뽀끄루가 지구로 떨어뜨리는 운석을 다른 마법소녀들과 함께 막으며 “모모찬바라는 장식이 아니에요!”라고 외치는 장면은 정말이지...“ 

 


텐션이 높아진 듯 열심히 설명하는 파티마는 “그게 뭔데?”라는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사령관의 시선에 헛기침을 하며 분위기를 환기시켰고, 이내 다시 진지한 얼굴로 말을 이어나갔다.

 


"그런 D엔터의 마지막 작품은 “역습의 뽀끄루”가 아닌 "엘프렐름"이라는 작품 이였습니다."

 


파티마가 한권의 대본을 사령관 앞에 내밀었고 그것을 받아들고서는 몇장 넘겨보았다. 

 

대본 안의 내용은 "이세계에서 엘프들의 왕국인 엘프렐름으로 소환된 구원자가 엘프들과 함께 거대한 악의 맞서 세계의 평화를 지키다는 내용의 작품이였다. 

 


"작품의 제작중 멸망전쟁이 발발하게 되어 찰영이 중단되어 버렸고, 그후 갑작스러운 인간님들의 사망으로 그녀들은 그대로 그곳에 고립되어버리고 말았습니다."

 

"멸망전쟁부터 고립 되었다면 그녀들도 사회를 이루고 있다는 건데, 이제와서 구조 해달라는건가?"

 

"네 말씀대로 그녀들은 섬에서 작게 사회가 이루어져 있고, 실제로 저희와도 교류를 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판매하는 “엘븐밀크”도 그녀들이 생산되고있는 특산품이구요. 하지만 문제가 생겼습니다."

 

"문제?"

 

"그녀들이 있는 섬 아래에 있는 해저화산이 활동을 시작하였습니다.“

 


서류에 나타난 엘븐들이 있다는 섬과 해저화산이라는 말에 사령관의 입으로 단어하나가 튀어나왔다.

 


"불의 고리인가?"

 

"네 저희쪽에도 영향을 줄수있기에 자채조사를 해본결과, 엘븐들이 있는 섬은 아래에 있는 해저화산은 언제 터져도 이상하지 않다고 확인되었습니다. 이대로 놔둔다면 명령권에 묶여있는 그녀들은 폭발하는 해저화산에 의해 모두 참변을 당할테구요,"

 

"그녀들을 움직일수 있는 명령권을 가진 인간... 나보고 구해달라고 하는건가?"

 

"결론을 말씀드리자면 그렇습니다..."

 

"듣고있자니 염치가 없군요?!"

 


사령관의 뒤에서 시립한채 두사람의 대화를 듣고있던 리리스는 더 이상 참지못하게다는 듯 파티마를 잡아먹을 듯이 노려보며 일갈하였다.

 


"당신말은 언제 터질지도 모르는 해저화산이 있는곳으로 주인님께 가달라는 말인데? 주인님이 어떤 분인줄 알고 그런 말도 안되는 부탁을 하는건가요!?"

 

"그...그게"

 

"주인님께서는 최후의 인간이세요! 그 어떤분보다 고귀하고 소중한 분이라구요! 그런데 고작 우유나 파는 것들을 위해 그런 위험한곳으로 주인님을 밀어 넣겠다구요?! 주인님께서 친절하게 대해 주시니 당신도 그정도 급이 되는줄 알고 착각하나 보죠?!"

 


리리스를 비롯 사령관에 뒤에 있던 레오나와 아스널을 비롯한 대원들의 살기가 자신들의 주인을 사지로 밀어넣으려는 파티마을 향해 살기를 내뿜었고, 그 살기에 파티마는 할말이 없다는듯 고개를 숚인채 어쩔줄 몰라 하였다.

 


"주인님! 저희 왔어요~!" 

 

“그만.”

 


쇼핑을 끝내고 돌아온듯 활기찬 하치코의 목소리에 말과 동시에 사령관이 그만하라고 하자, 응접실을 가뜩 채우던 살기는 언제 그랬냐는듯 사라졌고, 사령관을 향해 달려온 LRL은 그 작은손에 든 무언가를 사령관에게 내밀었다.

 


"이건?"

 

"LRL이 주인님 드릴려고 선물로 산거에요~!"

 


하치코의 호들갑과 함께 LRL이 건낸것은 병에 담긴 엘븐밀크였고 자신의 품에 꼭 품고와서 인지 밀크는 온기로 따뜻하였다.

 


"고맙구나."

 


기특한듯 사령관은 LRL을 들어 자신의 무릎에 앉히며 LRL의 머리를 소중하게 쓰담듬어 주었고, 파티마를 바라보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

 


"우리 대원들이 좀 심했군. 내가 대신 사과하도록 하지."

 

"아닙니다...사령관님"

 

"대답을 하기전에 하나 질문해도 될까?"

 

"네. 사령관님 말씀하세요..."

 

"이 일은 파티마에게는 무슨 이득이 있는거지?

 

“네?”

 

“엘븐 시리즈는 전투형 모델도 아닐뿐더러 우리에겐 그녀들이 관리해야할 산림도 없지. 하지만 그쪽은 그녀들을 구출만 할수있다면 그녀들을 다시 정착시켜 엘븐밀크를 공급받을수 있으니 이득인것 아닌가?” 

 


사령관의 물음에 한참을 망설이듯 파티마는 솔직하게 말한다는듯 사령관에게 털어놓았다.

 


"사령관님 말씀대로 "엘븐밀크"는 그녀들이 만들어 저희에게 제공하고 있는 물품입니다. 저희는 그녀들이 필요로 하고있는 물품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런가..."

 

"하지만 그런 계산적인 입장을 떠나서라도 저는 그녀들을 도와주고 싶습니다."

 

"어째서지?"

 

"저와 거래를 하던 한 바이오이드가 저에게 질문을 한적이 있습니다. "바다가 그렇게 넓은곳이냐고?" "자신은 이곳을 나갈수 없어 바다을 본적이 없다."라고. 비단 그녀만이 아닌 제가 만나본 수많은 바이오로이드 들이 마치 보이지 않는 새장에 갇힌채 하루하루 이제는 사라져버린 인간님들의 의미없는 명령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파티마는 슬픈눈빛으로 하지만 그 안에는 인간에 대한 원망이 담긴 눈빛으로 사령관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사령관님께 묻겠습니다. 사라져버린 이들의 의미없는 명령을, 그녀들이 계속 지켜야할 이유가 과연 의미가 있는것 입니까? 진정 그녀들은 이렇게 살아야 하는겁니까?"

 

“바이오로이드 잖나?”

 


너무나도 무미건조한 사령관의 대답에 파티마는 마치 모든 것을 부정당한 사람마냥 고개를 떨구었고, 마치 분하고 억울하다는 듯 꽉쥔 그녀의 두 주먹을 작게 떨려왔다.

 


“귀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랍니다...이만 실례하겠습니다.”

 


더 이상 사령관에게는 기대하지 않겠다는 듯, 손으로 조용히 눈물을 훔치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는 그녀를 바라보며 응접실안으로 사령관의 웃음소리가 울려펴졌다.

 


“하하하!” 

 

“...뭐가 우스우신거죠?”

 

“우습지”

 

“...제가 사람을!”

 

“왜 자네가 매출에서 매번 꼴등을 하는지 이유를 알게되니 재밌어서 말이지.”

 

"이번에는 꼴등이 아닙..."

 

"도와주도록 하지."

 

"네?"

 

"받아들이지. 그 부탁 아니 의뢰라고 해야하나?"

 

"정말이신가요?!"

 

"물론."

 


사령관의 승낙에 언제 원망했냐는 듯 태세를 바꾼채 눈물까지 그렁거리던 파티마는 사령관의 손을 잡고서는 연신 흔들어대었다

 


"정말 감사합니다! 정말..."

 

 

.

..

...

 

 

 

"하여간 오빠는 일 벌리는데는 재능이 있다는건 알고있지?"

 

"세삼스럽게 뭘?"

 


사령관의 승낙에 뒤에있던 지휘관들과 컴패니언은 다시 한번 뒤집어졌고, 현재 사령관은 그들의 잔소리를 피해 닥터의 비밀연구실로 피신을 한 상태였다.

 


"사령관님. 레오나 소장으로 부터 12차례, 아스널 준장으로부터 8차례, 리리스 경호대장으로 부터 30차례의 부재중 연락이 와있습니다."

 

"나중에 회의시간에 전부 애길할테니 대기하라고 전해두도록."

 


사령관의 지시에 닥터는 키뜩거리며 준비한 따뜻한 커피가 담긴 잔을 그에게 건내었다.

 


"오빠. 그런데 왜 승낙한거야?"

 

"엘븐들의 구조말인가?"

 

"응! 오빠 말대로 오빠의 안전이나 오빠가 자리를 비울 리스크를 생각하면 우리에게 이득되는건 엘븐 애들 받아들이는거 정도? 근데 개내들 전투형 모델도 아니잖아?"

 

"우스워서..."

 

"응?"

 

"자기 의지도 아닌 죽은 인간들의 명령이랍시고 그곳을 떠나지 못한다는 사실이 우스워서..."

 

"하지만 바이오로이드 잖아?"

 

"지금은 인간의 시대가 아니야. 너희들의 시대지."

 

"오빠..."

 

“그리고 파티마처럼 그런 바보...나는 싫어하지 않고.”

 

“언니들이 들으면 파티마도 안아줄거냐고 난리나겠네.”

 


사령관의 대답에 기분이 좋아진 듯 코코아가 담긴 자신의 잔을 짠하며 부디친 닥터는 베시시 웃었다.

 


"그래. 우리 박사님. 성과는 좀 있고?"

 

"지금 몇가지 실험중인데, 아직 유의미한 결과가 나오려면 좀 시간이 더 걸릴거 같아"

 

"고생이 많군."

 

"그래봐야 오빠보다 더하겠어?"

 


파티마에게서 받은 파일을 보던 닥터는 그것을 데이터화 시켰고, 이내 사령관에게로 데이터가 전송되었다.

 


"그나저나 불의 고리라...입맛이 돌긴하네?"

 

"관심있나 보지?"

 

"남극에도 화산은 있으니깐. 오빠가 오기전에 기지에 있을때 시간이 남아돌아서 공부는 해두었거든."

 

"그럼 나름 잘알고 있다는거겠군."

 

"전문분야는 아니지만 맛 만본정도?"

 

"그렇단 말이지?"

 

"...오빠. 잠깐만. 표정이 뭔가 음흉한데?“

 

"훗..."

 


자신을 보며 왠지 음흉하게 웃는 사령관을 바라보며 마치 나쁜 예감이라도 든 듯 닥터의 낯빛이 바뀌었고, 마치 그 예감을 부정하려는 듯 손에 든 코코아잔이 작게 떨려왔다,


 

"저기 아니지? 나 연구도 해야하고 할일도 많은데 아니지?"

 

"남극에서 나가보고 싶어 하지 않았었나?"

 

"열대해변이 있는 남국으로 가고 싶다했지! 해저화산 폭발직전인 곳엔 가고 싶다고는 안했거든!"

 

"다행이군. 남태평양도 남국이니"

 

"아니거든! 전혀 다르거든!"

 

"우리 닥터는 측정 장비만 들고오면돼, 나머지는 내가 다 준비할테니."

 

"간다고 안했거든?!!!"

 

"그럼 출발전까지 준비 해두도록해."

 

"잠깐! 오빠! 거기서! 내말좀 듣고가! 헤이! 얌마!"

 


닥터의 말을 듣는둥, 마는둥, 재빠르게 비밀연구실로 나가버린 사령관을 바라보며 적당히 식어버린 코코아를 단숨에 마시며 그녀는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돌아버리겠네. 담에 따라가면 보여주려고 수영복도 사놨는데. 그거 꺼내야하나?"

 

 

.

..

...

 

 

 

"사령관 또 마음대로!"

 

"조심하겠다고 그대가 얼마전에 그리 말하지 않았던가?

 

"주인님. 그렇게 위험곳으로 가시면 리리스는 슬퍼서..."

 


예상대로 회의시간에 부담스러울 정도로 사령관에게 얼굴을 들이밀자, 세사람의 얼굴을 조심스레 밀어내었다. 

 

아무리 세사람이 아름다운 미녀여도, 이렇게 무섭게 들이미는것도 사령관으로써는 무섭지 않을수가 없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우리에겐 엘븐만 받아들인다는거 외에는 이득이 없어 보이지만, 다른 이득도 분명히 있으니...아스널 들이 밀면서 은근히 키스하려는건 참도록. 지금은 회의시간이니깐."

 

"어떤 이득이 있다는거야?"

 

"파티마가 소속되어있는 삼안과의 협력관계의 강화. 그리고 그들의 정보력의 이용."

 

"그들을 이용한다고?"

 

"자료를 봐도 알겠지만 삼안의 정보과 분석력은 상당 하더군. 아직 외부의 정보가 부족한 우리로썬 여러곳에 퍼져있는 군소 바이오로이드 세력과 거래 해온 그들의 정보는 무시할수 없지. 그 정보를 바탕으로 다른 대륙의 상황을 미리 알 수 있고, 그들과 거래하고 있다는 바이오로이드들과 접촉하여 필요하다면 우리쪽으로 회유, 합류 시킬수 있겠지. 또한 파티마에게 는 개인적으로도 빚을 지울수 있으니 앞으로의 거래에도 여러모로 손해는 아니야."

 

"일리있네. 난 또 사령관이 파티마의 말에 감동해서 그런 결정을 한줄 알았는데 아니라니 다행이네.“ 

 


레오나의 말이 반쯤은 맞긴했지만, 굳이 그것을 애기해서 잔소리를 들을 필요는 없기에 사령관은 닥터에게 말했던 이유을 말하는건 애써 참았다.

 


“하지만 그렇다는건 사령관님께서 자리를 비우신다는 말인데, 그럼 별의 아이의 대비는 해야하지 않겠습니까?”

 


발키리의 말처럼 사령관이 또다시 자리를 비웠을 때 별의 아이가 습격해 오는것에 대한 대비책이 필요했다. 그렇지 않다면 애당초 이 제안의 위험도는 몇배로 올라고 또다시 사령관만 바쁘게 움직여야 할지도 모른다.

 


“대비책은 준비해두긴 했는데...”

 


카드가 있다며 왠지 말끝을 흐리는 사령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회의실 밖으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리자 벌써부터 머리가 아픈지 손가락으로 미간을 문질렀다.

 


“왔군...”

 

"사~령~관~안아아안~!"

 


소란스러운 소리와 함께 그대로 문이 거칠게 열리며 누군가가 들어왔고, 이내 자신의 눈앞에 사령관이 반가운듯 거침없이 그에게로 안겨들었다.

 


"사령관! 잘 지냈! 우왓~!"

 


사령관 에게로 달려드는 트리아이나를 의자에 앉은채 몸을 틀어 살짝 피하자, 트리아이나의 몸은 그대로 사령관의 뒤에 있는 리리스 에게로 향하였고, 자신에게로 달려드는 트리아이나를 가볍게 받아낸 리리스는 그녀를 옆의 간이의자에 앉혔다.

 


“조.심.해.주.시.겠.어.요? 손.님?"

 

“아..죄송 하하~

 


마치 이를 악물고 한자한자 끊어 말하는 리리스의 살기 섞인 말에, 트리아이나를 어색하게 웃었고 이내 사령관의 팔을 잡고 반가운듯 흔들어 대었다.

 


"사령관 오랫만이네~ 반가워~ 잘지냈어? 파티마가 사령관 보려 간다기에 나도 따라왔지 뭐야~ 그러고보니 이번에 엘븐들 구조해주기로 했다며서? 고마워~! 우리 파티마가 가슴사이즈는 작아도 마음은 남태평양 바다처럼 크거든. 그리고 엘븐밀크 못먹게된다면 슬프잖아? 일 다끝내고 한잔먹는 엘븐밀크는 또 각별하거든~ 아 참고로 바나나우유 먹어봐! 그게 진짜 맛있어~ 주절주절~~"

 


여전히 입에 강력엔진이라도 단 듯, 주절거리는 트리아이나의 모습에 대원들은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그녀를 쳐다보았고, 보다 못한 사령관이 그녀의 입을 손으로 막고서는 그녀를 대신 소개하였다.

 


"이번에 우리를 도와줄 트리아이나다. 지난번에 신세를 졌고, 이번에도 신세를 지기로 했지."

 


그녀가 이번 별의아이의 대비한 카드라는 말에 의구심이 들었고, 그 의구심을 알아챈듯 트리아이나는 자신의 입에서 사령관의 손을 떼었다

 


"모두 반가워! 이몸으로 말할거 같으면 세계를 주름잡는 미소녀 용병 트리아이나야! 아! 거기 세이렌 아가씨는 지난번에 한번 봤지? 오랜만이야! 모두 표정이 좋지 않은데 모두들 그 괴물때문에 그러는거지?"

 

"당신이 그걸 어떻게?"

 

"나도 봤거든 히히~!"

 


코모도의 습격당시 사령관을 남극에 내려다준후 귀환을 하려든 그녀는 급하게 어디론가 향하는 사령관에게 호기심을 느끼며 그의 뒤를 몰래 밣았고, 그렇게 도착한 그녀의 눈앞에는 믿을 수없는 광경이 벌어지고 있었다 

 


“나도 그런게 세상에 있는줄은 몰랐어~ 역시 세상은 넓고 볼건 많아~"'

 


그녀의 눈앞으로 보이는것은 생전 처음보는 커다란 괴물과 그 괴물을 상대로 혈혈단신 싸우고 있는 사령관의 모습이였다. 괴물의 거센 공격에도 물러섬없이 싸우는 모습은 자신이 과거에 본 영화나 책에서 나오는 용사의 모습이였고, 피튀기는 사투 끝에 끝내는 괴물을 쓰러뜨리고 고고하게 서있는 그 모습에 트리아이나의 가슴으로 처음 환희와 고양감이 차올랐다.

 

"크! 그때 사령관 진짜 멋졌어! 뭐랄까? 한마리의 고고한 늑대같달까?"

 

"우리 사령관이 멋있기는 하지."

 


그때의 여운을 다시 느끼는 그녀와 그녀의 말에 동의하는 아스널을 바라보며 사령관은 “이젠 될데로 되라”는 씩으로 포기한 듯 한숨을 쉬었다.

 


"넘치는 의뢰가 아니라면 나도 여기 받아달라고 하고 싶은데, 혹시 여기 지원하는데 지원자격있어? 필기시험도 쳐야하려나? 자기소개서도 써야해? 나 그거 2000자로 줄이는건 힘든데? 워낙 커리어가 화려해야 말이지 주절주절~"

 


대부분의 쓸모없는 토크의 연속이였지만 사령관이 말한 카드를 애기하자면 다음과 같았다.

 


"사령관만 남극으로 데려다 주는거라면, 철야까지 해서 이틀내로 데려다 줄수 있어. 항로도 복잡한게 아니고, 지금 시기면 해류도 남쪽을 향해서 저항도 없어서 더 빠르게 갈수있거든. 그러고 보니 사령관 내 쏘우피쉬에 두번이나 타는 사람이네? 파티마는 몇 번 태워주기는 했는데 사람은 사령관이 처음이니 기념비적인...주절주절"

 


다시 시작된 그녀의 투머치 토크에 사령관은 리리스에게 손님을 모시라고 하였고, 리리스의 손에 거의 강제로 끌려가는 하는 그녀를 바라보면 대원들은 사령관이 왜 그녀를 피하려는지 알게 되었다.

 


"시끄럽기는 해도 능력은 확실하니 걱정말도록..."

 

"사령관 말대로면 트리아이나양이 이틀내로 귀환시켜줄수 있으니, 우리는 이틀정도만 방어하면 된다는 말인가?

 

"지난번의 일도 있고 해서 닥터가 에밀리의 제녹스 최종조정을 빨리 끝냈다고 하더군."

 

"정말인가? 그렇다면 해볼만 전투지!"

 


캐노니어의 최대 전력임에도 그동안 활약하지 못한채 방안에만 지내다 싶이 한 그녀가 활약할수 있다는 소식에 아스널의 얼굴은 웃음이 만개했다

 


"그리고 이번 출정할 대원은...“

 


빠른 구조를 위해 다음날 출발하기로 결정 되었다. 그리고 시간상이 흘려 밤.

 


사령관은 파티마가 준 “엘프렐름”의 대본을 읽고있었고, 내용을 볼수록 기가막힌 듯 혀를 찼다.

 

전체 줄거리는 그렇다 치더라도 작품속 구원자가 힘을 쓰기위한 마력을 얻는 방법이 성관계밖에 없었기에, 작중 엘프들과의 성관계는 수시로 나오는건 물론 2명의 엘프여왕 과의 3p씬이라든지, 마법의 샘의 의식이라며 30명의 엘프들과 난교씬, 그리고 마지막의 모든 악을 물리치고서는 왕국의 번영의 위해 모든 엘프들을 임신시킨다는 스토리를 보며 과거 인류가 바이오로이드로 얼마나 문란해질수 있는지 깨닫게 하였다.

 

하지만 그 모든걸 떠나서 사령관의 얼굴을 찌푸리게 한 내용은 따로 있었다.

 

구원자가 악을 물리치기위해 여왕들을 제외한 모든 엘프들이 고대의 힘을 깨우기 위하여 자결한다는 내용에서는 “리얼리티를 위해 직접 자결”이라는 제작자의 멘트가 적혀있었고. 

 

그 외에도 무뚝뚝한 다크엘븐의 리얼한 표정을 위해 바이오로이드라도 기절한 정도의 고농도의 최음제를 투여할 것, 임신한 엘프들을 표현하기 위해 그녀들의 자궁과 배안을 식염수로 가뜩채울 것, 같은 보기만 해도 정신이 어지러워 지는 지시 사항을 보며, 사령관은 그대로 대본을 찢어 버리고서는 구석으로 던져버렸다.

 


“쳇! 망할것들...”

 


이미 망해버린 인간들을 다시 망해 버리라며 욕을 하며, 봐서는 안되는 것을 봤다는 듯 기분이라도 전환하기 위해 사령관이 자리를 나서자 찢어진 대본사이로 특이상항이라며 적힌 종이가 찢어진 대본사이로 튀어 나왔다.

 


“비스마르크와 협의 완료. 파괴하여도 무관. 최대한 극적연출을 위해 머리쪽에 폭탄을 설치 폭파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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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 슬레이어는 만화이지만 작중의 LRL이 가져온 책은 소설판 "드래곤 슬레이어 -세계의 서-"로 세계관 전체 설정을 소설화한 한정판 책입니다.

50권 한정판이며 가격은 580 참치캔입니다.



언제나처럼 귀한 시간내어주셔서 읽어주시는 라붕이들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