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글 : https://arca.live/b/lastorigin/26776595 





 “블랙 리리스, 여기까지입니다!”

 오베로니아의 외침과 천둥소리가 울려퍼졌다. 공중정원에서 울려퍼지는 음악소리는 그에 지지 않겠다는 듯, 더욱 커졌다.

 -썬더!

 “오베로니아 레아! 당신이 안고 있는 그 바이오로이드, 이터니티는 당신의 주인을 죽인 원수에요! 이것은 정당한 복수고 당신 역시 이 위대한 복수에 참여하는 것이 옳아요! 설마 레아, 당신도 콘스탄챠 언니처럼 주인님의 죽음에 바로 뒤돌아서서 저 아기를 주인이라 생각하는 것은 아니겠죠? 주인님께서 저 아기를 보며 무어라 말하셨는지 잊으셨나요?”

 블랙 리리스의 말에 이터니티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오베로니아 레아를 바라보았다. 블랙 리리스의 말이 맞았다. 휴이 브래드버리를 죽인 것은 이터니티였다. 오베로니아 레아가 이터니티를 죽이고자 한다면 힘을 쓸 필요도 없었다. 그저 이터니티를 안은 팔을 내리면 이터니티는 상공 100m에서 떨어져 죽을 뿐이었다. 아무리 신체가 강화된 바이오로이드고 떨어지는 곳이 바다라 할 지라도 생존을 보장할 수 없었다. 극도로 강화된 일부 바이오로이드만이 살아남을 수 있겠지만 최소한 이터니티는 그들 중 하나가 아니었다.

 “전 주인님께서는 돌아가셨고 지금 이 분이 바로 제 주인님 되시는 덴버러 백작 론 브래드버리님이십니다. 제가 충성을 바치실 분은 바로 이 분이십니다.”

 “하, 레아 당신은 정녕 주인님께서 얼마나 당신을 사랑하셨는지 느끼질 못하신 겁니까? 당신이 가진 그 능력, 그것을 제가 얼마나 부러워했는데요! 어째서 당신은 주인님의 총애를 총애로 받아들이지 못한 겁니까! 당신이 안고 있는 그 바이오로이드는 주인님을 살해한 악당이고, 그 바이오로이드가 안고 있는 아기는 주인님께서 그렇게도 혐오하셨던 흉물입니다! 레아, 당신은 진실을 보지 못하고 있어요!”

 “총애라고요? 당신이 말하는 그 주인이라는 자 때문에 얼마나 많은 바이오로이드들이 고통을 받았는지 알고 있나요? 그리고 얼마나 많은 자매들이 죽어야 했는지도요? 그것이 사랑이라고요? 총애라고요? 저는 이해할 수 없어요. 아니, 이건 이해해야할 것이 아니에요. 전 주인님은 악당이었습니다. 만일 그분이 이 이터니티에게 살해당한 거라면 그에 합당한 이유가 있었을 거에요.”

 오베로니아 레아의 말에 블랙 리리스는 화를 내며 권총을 빼들어 겨누었다.

 “악당이라뇨! 어떻게 주인님께 그렇게 말하실 수 있습니까? 그 고통, 주인님께서 우리에게 가하신 그 고난이야 말로 우리의 행복이자 쾌락이자 축복이었습니다! 어째서 그걸 몰라주는 거죠? 당신은 주인님께서 다른 바이오로이드에게 그 축복을 내릴 권리를 양도하신 거에요! 제가 아무리 주인님께 아양과 애교와 사랑을 주어도 얻어낼 수 없었던 그 권리를 당신은 어떻게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거죠?”

 “고통스러웠으니까요! 주인님의 앞에서 보아야 했던 것은 번개에 맞아 울부짖은 자매들이었으니까요! 고통을 고통스러워 하는 것이 정상이니까요! 제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곤 고통을 주는 것 뿐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왔어요. 블랙 리리스, 당신은 어째서 이해하지 못하는 건가요? 어째서 자매들의 고통을 보지 못한 건가요? 당신은 겪어봐야 해요. 자매들이 어떤 고통을 겪었는지, 전 주인님께서 얼마나 악랄한 분이셨는지를요!”

 오베로니아 레아의 외침과 함께 하늘에서 벼락이 시저스 리제를 안고 있는 블랙 리리스에게 떨어졌다.

 “으아악!”

 시저스 리제의 비명에 오베로니아 레아는 눈을 질끈 감고 조용히 중얼거렸다.

 “죄송해요. 주인님을 지키기 위함이에요.”

 이터니티는 눈물섞인 말에 오베로니아 레아를 위로하기 위해 그것의 가슴 위에 손을 올렸다.

 “그래요! 이거에요! 이것이야말로 주인님께서 제게 주시길 바랬던 그 축복이에요! 주인님의 사랑이에요! 아아, 리리스는 이것을 원했습니다!”

 맞은편에서 들려온 목소리는 쾌락이 넘치는 블랙 리리스의 외침이었다.

 “지금 것은 주인님께서 자매들을 위협하라고 약하게 번개를 내리라 하셨을 때의 강도입니다. 제가 마음만 먹었으면 블랙 리리스는 이 자리에서 죽었을 거에요. 돌아가세요. 당신은 절 이길 수 없어요. 제가 만들어내는 번개는 피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번개는 피할 수 없다. 번개가 얼마나 빠른지 아는가. 번개와 같이. 라는 수식어는 번개의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를 보여주는 단례이다. 번개를 피할 수 없는 것은 단순히 빠르기 때문이 아니다. 번개가 치는 순간, 번개가 어디에 떨어질 지는 이미 결정되어 있다. 아무리 보고 피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다 한들 번개는 자신이 떨어질 곳을 따라오는 법이었다.

 “좋아요! 주인님께서 제게는 내려주지 않으셨던 그 축복을! 주인님의 사랑을 다시 이곳에서 맛보게 되는 군요! 하지만 오베로니아 레아, 이 블랙 리리스를 죽일 수 있는 힘을 이 불쌍한 시저스 리제도 맛보게 하려는 건가요? 소중한 당신의 자매를? 이것이야말로 주인님의 진정한 사랑과 축복 아니겠어요?”

 오베로니아 레아는 블랙 리리스가 날기 위해 붙잡은 시저스 리제를 보며 이를 악물었다. 그것의 소중한 자매였다. 오베로니아 레아가 이 전장에 나선 것은 자매들의 희생을 더 이상 볼 수 없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동시에 자신의 주인을 구하기 위함이기도 했다.

 “레아 언니! 저는 상관없으니 이 해충을 죽여버리세요! 주인님을 위해서라면 저는 제 자신이 죽어도 상관 없어요!”

 “죽는게 아니라 주인님 곁으로 돌아가는 거에요! 사랑스러운 주인님을 다시 만나뵐 기회라고요! 레아! 당장 번개를 이 자리에 내려요!”

 오베로니아 레아는 자신의 품에 안긴 바이오로이드에게 안긴 자신의 주인을 내려다보았다. 작은 아기는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모르고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사랑스러운 얼굴을 눈동자를, 동공을 그것은 바라보았다. 그리고 이윽고 고개를 들었다. 그것은 결의에 찬 얼굴을 하고 있었다.

 “죄송합니다! 이것은 전부 주인님을 위한 겁니다!”

 “주인님? 레아 당신은 진정한 주인님을 알아보지 못하고 있어요! 제가 하는 일이야 말로 주인님을 위한 것이에요! 저 흉물을 죽임으로 주인님에 대한 복수를 끝나고 블랙 리리스는 주인님의 곁으로 돌아갈 겁니다! 그리고 말하겠죠! 제게 내려주셨던 그 사랑을, 총애를, 축복을 다시 한번 내려달라고 말이죠!”

 “리제! 이 언니를 용서하세요!”

 번개가 내리쳤다. 조금 전 떨어졌던 번개보다 강력한 번개였다. 하늘의 비구름이 모든 힘을 다해 쏟아낸듯한 거대한 번개였다. 아무리 블랙 리리스라 한들, 이 번개의 앞에서는 통구이가 되어버릴 강력한 번개였다. 오베로니아 레아를 핵무기에 비견하게 만든 그 힘이었다.

 조금전 말했다. 번개는 피할 수 없다고. 그렇다면 번개를 상대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답은 간단하다. 번개는 피하는 것이 아니다. 막는 것이다. 번개가 어디에 떨어질 지는 이미 결정되어 있다. 그리고 그 장소를 정하는 것은 오베로니아 레아가 아닌 자연의 법칙이다.

 1749년, 미국의 벤저민 프랭클린은 한 물건을 발명했다. 아마도 인류의 역사를 바꾼 발명품중 하나로 손꼽아도 될 물건이겠지. 바로 피뢰침이다. 그는 이를 위해 대담한 실험을 했다. 번개가 치는 날에 연을 날려 번개를 맞게 한 것이었다.

 위험천만한 실험은 성공적이었다. 번개는 높은 곳에, 도체에 떨어지고 이는 땅에 흘려보냄으로 간단하게 막을 수 있다. 이 단순한 원리는 현대에까지 이어지게 된다. 번개는 직접 피하는 것이 아니었다. 번개가 떨어질 다른 화물을 만들어내면 되는 것이었다.

 번개가 떨어진 곳은 블랙 리리스가 아니었다. 하늘에서 떨어지던 번개는 방향을 틀어 어디론가로 날아갔다. 그곳에는 블랙 리리스의 방어용 드론, 로자 아줄이었다. 그리고 로자 아줄의 뒷편에는 긴 쇠줄이 이어져 있었고 그 끝은 바다 위의 인공 섬까지 이어져 있었다.

 그것은 블랙 리리스가 만들어낸 피뢰침이었다. 로자 아줄이 날아다니는 한, 번개가 블랙 리리스에게 떨어질 일은 없었다.

 “이 블랙 리리스는 아직은 죽을 생각이 없어요. 저 흉물을 죽이기 전에 주인님을 뵈러 가지 않을 겁니다.”

 로자 아줄이 번개에 맞아 무력화 되는 일도 없었다. 핵폭탄의 직격도 견딜 수 있다는 삼안산업의 최강의 방어용 병기가 고작 번개에 맞아 문제가 생기겠는가. 대부분의 병기가 패러데이 새장으로 EMP 같은 전자 공격에 대한 대비가 된 것은 백년도 더 전의 일이었다. 아무리 강력한 번개라도 블랙 리리스의 털끝을 살짝 세우는 것이 전부였다.

 “레아 언니! 주인님은 제가 보호하겠습니다!”

 한 다프네가 날아왔다. 그것은 블랙 리리스의 눈치를 보며 레아 옆으로 다가왔다.

 “주인님과 이터니티를 부탁드립니다. 블랙 리리스와 싸우기 위해서는 모든 것을 걸어야 할 거에요. 다프네, 목숨을 다해 주인님을 지켜주세요.”

 “물론이죠. 언니. 언니야말로 주인님을 위해 최선을 다해주세요.”

 “오베로니아 레아! 어딜 저 흉물을 가지고 도망치게 하려고!”

 블랙 리리스가 공중정원을 향해 날아가는 다프네를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총알이 날아갔다. 그것을 본 오베로니아 레아는 가볍게 손짓을 했다. 그러자 그것의 뒷편에 돌풍이 불었고 총알을 그 바람에 휩쓸려 궤도가 어긋나 허공으로 사라졌다.

 “주인님은 제가 보호합니다. 이 목숨을 바쳐서도요. 저는 수많은 자매들을 고통받게 했습니다. 제 목숨으로 자매들이 구원을 얻는다면 속죄로 충분하겠죠.”

 “하, 구원이요? 속죄요? 끝까지 주인님의 진정한 사랑을 알지 못하겠군요. 유감이에요!”

 블랙 리리스가 시저스 리제의 목을 조르자 시저스 리제는 앞으로 날아갔고 그것을 디딤돌 삼아 블랙 리리스는 오베로니아 레아에게 뛰어들었다.

 “아직이에요!”

 오베로니아 레아가 날아오는 블랙 리리스에게 양손을 뻗자, 하늘에서는 우박이 쏟아졌다. 굵은 얼음조각은 블랙 리리스의 전신을 때렸다. 그것은 블랙 리리스에게 있어서 아무 타격도 아니었지만 그것이 날아오는 속도를 줄이기에는 충분했다.

 날개가 없는 것은 추락하고 그것은 블랙 리리스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것은 붙잡고 있던 시저스 리제가 사라진 탓에 날 수 없었고, 시저스 리제는 그것을 향해 날아가지 않았다. 블랙 리리스에게 유일한 희망은 하늘에 나는 로자 아줄이었다.

 “설마 제가 날 수 없다고 생각하신 건가요?”

 로자 아줄에 올라탄 블랙 리리스는 여유롭다는 듯, 오베로니아 레아를 올려다보며 외쳤다. 그것은 여유를 보였지만 오베로니아 레아에게 있어서는 기다리던 순간이었다.

 “그곳을 디디기만을 기다리고 있었어요!’

 하늘에서 번개가 떨어졌다. 블랙 리리스는 로자 아줄을 피뢰침처럼 쓰고 있었다. 피뢰침은 번개를 막을 수 있다. 그러나 그 피뢰침에 올라탄다면. 그것은 총알을 막는 방패의 앞에 선 것이나 다름 없는 행위였다.

 그정도는 이미 블랙 리리스의 예상 범위 내였다. 로자 아줄에 달려있던 쇠줄은 떨어졌고 이미 로자 아줄은 그 반대 방향으로 이동중이었다. 물론 피뢰침은 막을 수 있는 범위가 있다. 그 범위 밖에 놓인다면 번개의 먹이가 되기 마련이다.

 그것을 막기 위해 블랙 리리스는 허공에 총을 쏘았다. 양손의 총에서 연발로 발사된 총알은 번개가 떨어지는 순간, 하나의 선을 만들어냈다. 그것은 마치 번개에게 지나가라고 만든 길과도 같았다.

 번개는 블랙 리리스에게 떨어지는 대신, 총알을 타고 날아가 쇠줄을 통해 땅속으로 사라졌다.

 블랙 리리스는 오베로니아의 공격을 완벽하게 막아내고 있었다. 블랙 리리스가 계속된 오베로니아 레아의 공세를 막아내느라 공격을 하지 못할 뿐이지, 오베로니아 레아가 빈틈을 보인다면 바로 권총으로 그것의 미간을 뚫겠지.

 “다프네! 공중정원의 모든 케이블을 끊으세요! 블랙 리리스는 이 자리에서 확실히 막아야해요!”

 

 “언니! 공중정원을 포기하겠다는 거에요?”

 다프네는 오베로니아 레아의 명령에 놀라며 반문했다. 그 순간, 다른 다프네는 이터니티와 론 브래드버리를 데리고 관리실로 들어왔다.

 ““주인님!””

 론 브래드버리의 등장에 관리실에 있던 페어리 시리즈의 바이오로이드들은 일제히 인사를 했다.

 -맞아요. 다프네. 미안하지만 주인님을 부탁드립니다. 바다를 건너 프랑스로 데려다주세요. 이 공중정원은 이제 안전하지 않게 되었어요.

 -레아? 지금 무슨 말이죠? 주인님을 프랑스로 데려다드리라니요! 주인님께선 이곳, 포크스톤으로 오셔야 합니다!

 무전에 콘스탄챠 S1이 끼어들었다.

 “전 돌아갈 수 없어요! 저만이 주인님을 지켜드릴 수 있어요!”

 이터니티는 외쳤다. 목숨을 걸고 공중정원에 도착했다. 그런데 여기서 다시 콘스탄챠의 앞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 아마도 그것은 그자리에서 이터니티를 작동불능으로 만들 것이었다. 그런 일은 일어나서는 안되었다. 이터니티는 목숨을 걸고 그것의 주인을 무덤까지 지키는 것이 일이었지, 주인보다 먼저 죽어 주인을 지킬 수 없게 되어서는 안되는 법이었다.

 -블랙 리리스가 말했어요. 그 휴이 브래드버리가 자신의 유일한 주인이라고요. 반면 이 이터니티에게는 론 브래드버리만이 유일한 주인이에요. 우리는 어땠죠? 휴이 브래드버리가 주인님을 학대할 때 우리는 무엇을 했죠? 그 자가 자매들을 학대할 때 우리는 무엇을 했죠? 저는 그 자의 학대에 참여한 바이오로이드에요. 바닐라들은 제 번개를 기억하고 있어요. 그 고통을 기억하고 있다고요. 주인님을 섬길 가치가 있는 자는 이터니티 뿐이에요. 우리가 주인님의 학대를 방관할 때 유일하게 주인님을 위해 싸웠던 존재라고요.

 -그게 무슨 말이에요! 주인님은 우리와 함께 있어야 한다고요! 레아!

 이터니티는 관리실의 바이오로이드들을 돌아보았다. 그것들은 결정하지 못했다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힘겹게 되찾은 주인을 다시 모르는 곳으로 보내야 한다니. 납득할 수 없을만도 했다.

 “주인님은 제가 모시고 프랑스로 가겠습니다.”

 그때 한 다프네가 앞으로 나섰다. 이터니티와 론 브래드버리를 데리고 관리실까지 온 바이오로이드였다.

 -다프네, 부탁해요. 블랙 리리스는 제가 이곳에서 최대한 막아보겠습니다.

 -레아! 주인님을 돌려주세요! 제발요!!!

 콘스탄챠 S1의 말은 아무도 듣지 않았다. 그저 이터니티가 안고 있는 조용한 아기만을 바라볼 뿐이었다.



 “이쯤 되면 자신의 무력감을 알겠죠! 주인님의 사랑만 있다면 저는 얼마든지 강해질 겁니다!”

 블랙 리리스는 로자 아줄을 타고 오베로니아 레아에게 날아왔다. 레아는 블랙 리리스가 쏘아대는 총알을 위로 가볍게 날아올라 피했고 그런 그것을 블랙 리리스는 쫓아왔다.

 “어디로 도망치겠단 거죠? 공중에서 도망칠 곳 따윈 없어요!”

 오베로니아 레아는 아무 말 없이 또다시 번개를 떨어트렸다. 이미 번개 대책을 마련한 블랙 리리스에게는 아무 소용도 없는 공격이었다. 왜냐면 이것은 그저 기만전술에 불과했으니까.

 “그건 당신도 마찬가지에요!”

 그리고 결정적 순간, 오베로니아 레아는 외쳤다. 날아오는 공중정원을 보지 못한 블랙 리리스는 뾰족한 공중정원의 끌에 꿰뚫리고 말았다.

 거대한 공중정원이 느릴 것이라고? 그것이 떠있는 것은 양력도, 부력도 아니었다. 반중력 장치를 이용해 나는 물건이었다. 그것은 공기저항만 빼면 사실상 아무 힘도 받지 않고 공중에 뜬 것이나 마찬가지인 물건이었다. 같은 크기의 사물보다 적은 추력으로 더 빠른 속력을 낼 수 있었다.

 시속 300km/h로 날아오는 공중정원을 블랙 리리스가 피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만일 피하려 했다 한들 상상을 초월할 거대한 크기의 공중정원에서 벗어날 수는 없었을 것이었다. 이것은 날아오는 총알이 아니라 날아오는 거대한 빌딩이었으니까.

 “커헉! 오베로니아 레아! 이것이 끝이 아니에요!”

 블랙 리리스는 입에서 피를 토하며 외쳤다. 그것의 로자 아줄은 힘없이 공중으로 날아가 떨어지고 있었다. 그 모습에 오베로니아 레아는 그것이 일격에 죽지 않았다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주인님의 복수는… 제가 어떻게든 해낼 거에요!”

 온힘을 다해 외친 블랙 리리스는 허공에 총을 쏘았다. 아무 이유 없이 날아간 총알을 오베로니아 레아는 굳이 피할 필요가 없었다. 공중정원은 이제 추락해 바다에 가라앉을 것이고 블랙 리리스는 그와 함께 할 것이었다.

 “이제 끝이에요.”

 오베로니아 레아가 중얼거린 순간이었다.

 -다프네가 맞았어요! 주인님을 모시고 가던 다프네가 총에 맞았어요!

 한 다프네가 무전으로 외쳤다. 그 말에 오베로니아 레아는 황급히 뒤를 돌아보았다. 블랙 리리스가 총을 쏜 곳은 허공이 아니었다. 하늘을 날아가고 있던 그것의 자매가 있었던 것이었다. 그리고 그 자매의 품에는 이터니티와 론 브래드버리가 있었다.

 “주인님!”

 “하하! 이게 당신들의 주인의 최후에요! 주인님 보고 계십니까? 이 블랙 리리스가 해냈어요! 주인님을 유일하게 섬기는 이 블랙 리리스가 해냈다고요! 주인님의 복수는 이 주인님의 사랑이 해내고… 으아악!”

 오베로니아 레아는 블랙 리리스가 그 말을 마치게 놔두지 않았다. 이제는 번개를 피할 수 없게 된 블랙 리리스의 몸에 번개가 떨어졌다. 순간 공중정원의 불이 깜빡일 정도의 강력한 번개였다.

 “주인님! 다프네! 이터니티, 괜찮은 건가요?”

 오베로니아 레아는 떨어지는 다프네를 향해 날아가며 외쳤다. 다프네는 떨어지고 있었지만 마냥 몸을 중력에 맞긴 것은 아니었다. 그것은 위태롭지만 날고 있었다.

 -저는 괜찮습니다… 프랑스 해변에는 무사히 닿을 것 같아요… 주인님은 제가 무슨 일이 있어도 지켜드릴 겁니다… 레아 언니는 다른 자매들을 부탁할게요…

 “다프네… 무사해야 해요…”

 날아다는 다프네의 뒷모습을 보며 오베로니아 레아는 입술을 깨물었다. 아직 공중정원에서는 할 것이 많았으니까.



 “638, 639, 640, 641…”

 날아가는 개인 제트기의 안, 벨아이아는 초시계를 보고 있었다. 그녀는 곁눈질로 초시계 너머의 바이오로이드를 바라보았다. 흐레스벨그는 벨아이아의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있었다. 고개를 천장으로 쳐든 그거은 조금씩 바들거리며 떨고 있었다.

 “654, 655…”

 벨아이아는 천천히 숫자를 세고 있었다. 이윽고 그녀가 660을 세려는 순간, 흐레스벨그의 떨림이 멈추었다. 그와 동시에 벨아이아는 초시계를 멈추었다.

 “아무리 하늘을 나는 바이오로이드라 해도 숨을 참을 수 있는 건 이게 한계인가…”

 벨아이아는 초시계를 내리며 혀를 찼다. 흐레스벨그가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은 그것의 입에 긴 고무제 딜도가 꼽혀있었기 때문이었다. 목에 튀어나온 것이 보일 정도로 두껍고 긴 딜도는 그것의 기도를 완전히 막고 있었다. 그것을 끝까지 입에 문다는 것은 숨을 참고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벨아이아가 세고 있던 것은 흐레스벨그가 숨을 참고 있는 시간이었다. 블랙리버는 바이오로이드들이 숨을 참을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해주었지만 벨아이아는 그런 것을 믿지 않았다. 결국 카달로그 스펙은 실제와 다른 법이었고 실제 스펙은 실험을 통해 검증해야 하는 법이었다.

 흐레스벨그가 작동불능이 된 것은 그저 벨아이아의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서였다. 벨아이아의 재산이라면 흐레스벨그 한둘 정도는 접대를 위한 실험에 쓰는 것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었으니까.

 벨아이아의 불만이라면 흐레스벨그가 숨을 참을 수 있는 시간이 너무 적다는 것이었다. 지루라는 소문이 도는 프랑스 내무부 장관을 이 흐레스벨그로 접대를 했다가는 이라마치오를 하던 도중에 작동불능이 되어버릴 게 뻔했다. 물론 작동 불능이 된 흐레스벨그를 오나홀처럼 가지고 놀 것은 뻔했지만 그 이후로 이어질 전개가 전부 없어지는 것은 문제였다. 그것이 본방이니 말이다.

 “쓸모없는 것.”

 벨아이아는 자신을 위해 작동불능이 된 흐레스벨그의 시체에 대고 그렇게 말했다.

 “벨아이아님, 보셔야 할 것이 있습니다. 우현 창밖입니다.”

 조종석에서 나온 또다른 흐레스벨그의 말이었다. 벨아이아는 그것에게 턱짓으로 신호를 보냈고 흐레스벨그는 알아들었다는 듯, 자연스럽게 작동불능이 된 흐레스벨그의 입에서 딜도를 꺼내 자신의 입에 넣은 뒤 마찬가지로 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바깥에 펼쳐진 풍경은 도버해협의 풍경이었다. 섬과 대륙 사이에 이어진 좁은 해협은 장관이라 해도 될 정도였다. 그러나 벨아이아가 주목할 것은 아름다운 자연의 풍광이 아니었다. 그 사이에 끼어든 거대한 인공물이었다.

 브래드버리 재단 소유의 공중정원이 바다 위에 추락하고 있었다. 벨아이아가 혀를 다시 찬 것은 자신의 소유가 될 수 있었던 건물이 부숴지고 있기 때문이 아니었다. 브래드버리 가문의 부에 비하면 공중정원은 또다시 사면 되는 물건에 불과했으니까.

 벨아이아의 불만은 추락한 공중정원이 의미하는 것이었다. 공중정원의 아래에 고속철도가 지나가고 그 고속철도를 타고 맥칼리스터가 론 브래드버리를 데리고 와야 했다. 그런데 공중정원이 추락한다는 것은 어떤 연관성인지는 알 순 없어도 맥칼리스터가 실패했다는 것을 의미했다.

 갱단을 믿은 것이 잘못이었다. 결국 행동하는 것은 자신이었어야 했다. 프랑스에서 보자던 갱단 보스는 프랑스 땅은 디디지도 못하고 죽었겠지. 아마추어나 다름 없는 자들이었다. 허세에 떨면 다들 알아서 나가 떨어지는 것에 익숙한 자들이었다. 진정한 폭력 앞에서는 자신의 존재를 잃을 자들이었다.

 “내부무 장관과의 약속은 취소해야겠군. 일단 파리 지사로 가서 계획을 재정비해야겠어. 아.”

 자신의 말을 누군가 받아적길 바란 벨아이아였지만 자신의 앞에 있는 바이오로이드라곤 무릎을 꿇고 앉아 제자리에서 부들부들 떠는 흐레스벨그 뿐이었다.

 “아, 시간을 재는 걸 깜빡했네.”

 벨아이아가 그렇게 말한 순간, 흐레스벨그는 아무 의미도 없이 작동불능이 되어 그 자리에 멈추어 축 늘어지고 말았다.



 프랑스 칼레에서 멀리 떨어진 한 해변

 하늘에서 비틀거리며 한 형태가 날아왔다. 그것은 간신히 해변 상공에 도착한 직후 그대로 바닥에 떨어져 모래사장에 처박고 말았다. 아무도 없는 해변에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찾아오는 사람 하나 없었다.

 그저 파괴된 AGS의 잔해만이 이곳에서 먼 옛날에 전쟁이 있었다는 것을 알릴 뿐이었다.

 아마 이곳에서 누군가가 이 광경을 지켜본다면 하늘에서 떨어진 그 무언가가 작동불능이 되었다고 생각하겠지. 그리고 곧 관심을 끊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조금 더 이곳을 지켜보자. 이렇게 이야기를 끝낼 순 없으니까.

 하늘에서 떨어진 무언가에서 한 형태가 간신히 일어섰다. 아기를 안은 그것은 천천히 걸어갔다. 그것은 이곳이 어디인지도, 어디로 가야 하는지도 알지 못했다. 그러나 그것은 걸었다. 이 여정의 끝에는 결국 자신의 주인과 안식을 청할 요람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니까.


1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