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인원은 60명뿐인 예비군 부대라 연병장이 여러개였음
위병소는 예비군 주차장겸 간부숙소와 외부목욕탕이 있는 2번 연병장을 바라보게 되어있었고 괴담은 이 목욕탕 관련된 얘기였음

우리부대는 위병조장이 무슨 사고때문에 없어졌다고 했었음 그래서 위병소는 항상 둘이 근무함
밤근무땐 사수자리에 와서 둘이 같이 근무했고 그러면 둘다 고개만 돌리면 간부막사와 그 바로 옆에 있는 외부목욕탕이 보임

외부목욕탕은 엄청 넓지만 평소엔 잠궈둠 가끔 큰 훈련복귀했을때나 외부부대가 훈련하면서 잠깐 머문다던지 할때 열어서 쓰게끔 하는거고

열쇠는 항상 보급관이랑 보일러병겸 부대시설관리겸유류관리겸 암튼 이것저것 다하는 내 동기 둘이서 항상 몸에 지니고 있었음
이 동기는 겨울동안은 내내 밤에 깨있고 낮에 잤음
동파라던지 그런거 때문에 그랬던걸로 기억함

내가 당직으로 서고있던 어느 겨울 밤 위병소에서 전화가 울리길래 상황병이 나를 바꿔줌
외부목욕탕 불이 켜져있습니다 하길래 옆에 있던 동기한테 말하니 시발시발 거리면서 불끄러감
근데 돌아온 동기가 표정이 썩어서 고개를 자꾸 갸우뚱하는거임

뭐하냐 이러니까 불 끄러 갔더니 외부목욕탕 불은 켜져있는데 문은 잠겨있었다길래 그냥 보급관이 씻고잔다고 몰래 드간거 아니냐 하면서 넘어감

근데 이상하게 며칠에 한번씩 새벽에 목욕탕 불이 켜져있다는 보고가 오고 항상 불 끄러가면 창문을 포함한 모든 문이 잠겨있음

내가 당직인날은 따라가서 내가 하나하나 열어보려고 했는데 전부 잠겨있음

결국 보급관에게 보고하고 혹시 보급관이 깜빡하고 불을 안끈게 아니냐 물으니 자긴 외부목욕탕 절대 안들어간다고 거기 곱등이 엄청많아서 절대 안쓴다는거임

그렇게 겨울 내내 내 동기는 새벽마다 목욕탕 불을 끄러다녔고 4월쯤 되니 어느순간 목욕탕 불이 켜져있는일이 없어짐

이걸 후임들한테 얘기해주자니 너무 재미가 없어서
내 동기가 그러는데 옛날부터 항상 목욕탕 불이 켜졌다 꺼졌다 반복됐다더라
불 끄려고 문 열고 들어가면 안에서 인기척이 느껴지다가 순간적으로 확 사라진다더라
어느날은 나올리가 없는 물이 틀어져 있었고 창문에 사람 뒷통수 같은게 보였다더라 하는식으로 살 입혀서 씨부림

그리고 난 몇주뒤 전역했고
1년뒤에 후임들 다 전역해서 다같이 모였을때 이 괴담 내가 구라친거다 하고 사실대로 말해주니 제일 마지막에 전역한애가 그 괴담 아직도 부대에 돌고있다고 했음

보일러 불 켜지던 원인은 결국 못찾음

자다 깨니 비때문에 습기차서 잠이 안오길래 씨부려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