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전편 모음 https://arca.live/b/lastorigin/52141864 







소수 정예의 돌입조가 길을 내고 우리는 작전에 앞서 마지막 정비를 마치고 있었다.


총기를 점검하고 30mm 탄약들을 챙긴다.


사통장치와 총기의 연동 상태의 체크를 마치고 팀원들의 장비를 체크한다.


유탄발사기와 수류탄, 발포 콘크리트탄과 대형 방탄방패 등 적과 대치할 때를 대비한 장비들을 주로


탄약은 대 AGS용 철갑탄을 유탄은 이중목적 고폭탄으로, 과잉 화력일 수 있지만 가능한 최대한 무기를 챙겼다.


"오메가... 아니 펙스와 직접 맞붙는 거니..."


사실상 가장 많은 세력권을 유지하고 있는 레모네이드 오메가이다. 이 정도는 필요하겠지.




정비를 하고 있는 도중 어느새 레프리콘과 브라우니가 들어와 말 없이 자신들의 장비를 정비하고 있었다.


평소 같았으면 서로 농담이라도 했을 테지만 굳은 표정을 한 체 탄약과 총기 상태를 점검하는 걸 보니 그들 또한 긴장되는 모양이었다.



워울프는 어느새 급조 폭발물들을 가지고 들어와 점검중이었다. 만일을 대비해 그녀에게서 사용법과 제작법을 물어보았다.



그리고 20분 정도가 흐르고 선발대가 마지막 문에 도착했다.




-굳게 닫힌 철문 앞-


오메가와 아자즈가 작업을 마치고 물러서자 라비아타가 사령관을 바라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열어."


굳게 닫혀있던 철문이 천천히 소름끼치는 소리를 내며 열렸다.


모두가 대열을 갖춘 체 총구를 겨누며 대기하고 있었지만 이상하게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리고 열린 문 너머에 있던 AGS 사이에서부터 또각거리는 구둣소리가 들려왔고 이내 오메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반가워요, 인간님. 그리고 거기의 가짜도"


수많은 총구가 그녀를 겨누고 있음에도 천천히 걸어 나온 오메가가 말을 꺼냈다.


"레모네이드 오메가, 정식으로 인사드려요"


허리를 숙여 인사를 마친 오메가는 마치 우리를 비웃듯 입꼬리를 올렸다.


"직접 뵙고 싶었는데... 거기의 가짜만 얼굴을 비추고는... 실망스럽네요. 마땅히 군림하는 자라면 그에 걸맞는 위엄을 보이셔야죠"


"우리 대원들이 과보호가 좀 심해"


대열 위에 떠있는 드론에서 사령관의 목소리가 나오며 오메가에게 답했다.


"병력이 생각보다 적은데요? 아, 그러고 보니 저를 위해 철충까지 막아주고 계셨죠? 정말로 감사해요."


"그러면 항복하는게 어때? 아니... 명령이다. 항복해."


비꼬며 이야기하는 오메가를 향해 드론에서 사령관의 목소리가 나왔다.


"후후, 아무래도 얕보였나 보네요. 저는 인간님의 명령이라면 간도 쓸개도 다 내주는 저런 자존심도 없는 것들과는 달라요"


당연히 일이 이렇게 쉽게 풀릴 리 없을 테지만 역시 오메가는 비웃으며 사령관을 도발했다.


"아, 그렇죠. 인간님께서 알몸으로 엎드린 채 제 발에 입을 맞추신다면, 고려 정도는 해드릴게요. 그게 아니라면... 제 노예가 되시는 것도 좋아요."


여기저기서 서있던 대원들의 눈빛이 바뀌는 게 보였다.


당연히 제 주인이 그런 모욕을 듣는다면 이런 반응을 보이겠지


"그쪽 대원들에게 들었는데, 절륜하시다면서요? 후후, 기대되네요. 물론..."


"적당히 하세요."


앞에 나와 계속해서 도발을 이어나가던 오메가의 말을 끊고 알파가 난입했다.


그리고 오메가는 그 얼굴을 확인하는 것과 동시에 표정이 일그러졌다.


".........알파, 당신..."


"제 새 주인님에 대한 모욕은 더 이상 참지 않겠어요."


"결국 배신하기로 했나요? 몇 년 전부터 행동거지가 수상하다고 생각했었죠."


"그런가요? 그러면 왜 막지 않았죠?"


"저와 같은 기종의 바이오로이드가 그런 멍청한 결정을 내릴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기 때문이죠...!"


말이 끝나는 것과 동시에 잔뜩 약이 오른 오메가의 케스토스 히마스가 회전하며 빛을 뿜어냈고 동시에 알파도 같은 반응이 일어난 뒤 이내 둘 다 사그라들었다.


"쯧"


"다시 한 번 물어보지. 항복하는게 어때?"


사령관이 다시금 항복을 권하는 메시지를 던졌지만.


"제 주인님은 오직 한 분 뿐, 기회만 나면 배신하는 천한 것들처럼 대하지 말아주시겠어요?"


오메가는 제안을 비웃고는 사령관의 제안을 거절했다.


"협상 결렬이군. 그럼 어쩔 수 없지"


사령관은 잠시 숨을 들이쉬고는


"공격해!"


오메가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짖밟아버려!"


이미 잘 겨눠져 있던 총구들이 오메가의 병력을 향해 사격을 개시했다.


투두두두두둥


총성이 울리는 것과 동시에 보기에도 장갑이 강화된 것으로 보이는 램파트가 오메가의 앞을 지켰다.


동시에 오메가의 케스토스 히마스가 빛을 발하며 동작하자 난잡했던 적의 대열이 순식간에 다시 채워지고 대원들 하나하나를 향해 정확하게 쏘기 시작했다.


갑자기 강력해진 적의 공격에 나는 가지고 왔던 발포 콘크리트탄을 이곳 저곳에 쏘아 엄폐물을 만들고 튀어나가 방패를 치켜들고 기관총을 난사했다.


그러는 것과 동시에 알파의 케스토스 히마스도 빛을 내며 오메가의 지휘를 교란했다.


"그렇게나 남자가 그립던가요? 더러운 창녀 같으니"


오메가가 이를 뿌득이며 분노에 찬 목소리로 외쳤지만 알파는 묵묵히 자신의 소임을 다했다.


계산되어 집중되던 화망이 분산되는 것과 동시에 나나 팬서같이 중갑을 가진 대원들이 전진하며 틈을 만들어냈다.


"팬서! 잠시 실례 좀 하마!"


내 방패로 몇 발의 탄을 받아내고 팬서의 뒤로 돌아가 등 뒤에 지고 있던 저격총을 꺼내 오메가를 지키는 램파트를 조준했다


"...좀... 살...살..."


나는 한껏 느려진 팬서의 이야기가 끝나지도 않은 상태로 방아쇠를 당겨 철갑탄을 발사했다.


쾅 소리와 함께 램파트의 방패에서 불꽃이 저 뒤로 튀기며 탄이 튕겨나갔음을 암시했다.


곧바로 차탄을 장전한 후 재차 발포했지만 역시 두번째에도 탄은 튕겨나갔다.


오메가가 피격당할 위협에 처하자 스팅어 커스텀들이 대열을 이탈하여 내게 날아오기 시작했다.


그걸 본 나 또한 다시 방패를 치켜들고 팬서의 뒤에서 벗어나 녀석들이 나만을 노리도록 유인했다.


허나 전투 대열을 이탈한 스팅어들은 순식간에 집중된 화망에 폭발을 일으키며 잔해를 땅에 흩뿌렸다.


그리고 비어버린 대열 사이 이곳 저곳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강력한 화기들을 챙겨온 탓도 있을 테지만, 생각보다 싱거울 정도로 AGS들이 쉽게 각개격파 당하고 있었다.




아무리 강력한 AGS라 하더라도 그걸 통제하는 지휘관이 없으면 그 효율을 십분 발휘할 수 없다.


오메가의 자만심은 그 어떤 변수도 고려하고 있지 않았던 게 패착이라면 패착이랄까


오메가의 그 막강했던 군대들도 지휘관을 잃자 오합지졸로 전락해 버렸고


포연이 걷혔을 때는 이미 결판이 난지 오래였다.



"윽, 하아... 이... 배신자년...! 다른 인간과 놀아나서 자매와 동료를 팔다니...!"


부상을 입은 오메가가 분노에 찬 목소리로 제 분을 삭이지 못한 체 외쳤다.


"마음대로 짖도록 해. 사령관님께서 곧 너에게 합당한 처분을 내리실 테니까"


"누구도... 누구도 날 심판하지 못해!"


비틀거리며 일어서려던 오메가의 몸이 푹 꺼지고 그녀는 땅을 짚고는 다시 일어나려 애썼다.


"큭..."


비틀거리며 다시 일어난 오메가는 관문에 등을 기댄채 간신히 일어서 우리를 노려봤다.


그리고 뒤쪽에서 사령관과 경호원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후..."


사령관은 주변을 둘러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주인님, 오메가의 처분은 주인님께 맡기겠습니다."


전선에 서서 싸웠던 라비아타가 사령관에게 다가서며 이야기했다.


그리고 나는 사령관의 뒤쪽에 자리잡고 있던 리리스에게 다가갔다.


"무슨일이시죠?"


"진통제, 근육주사 타입으로 하나 주겠어?"


리리스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잠시 지었다


"자칫하면 저게 죽을까봐"


한껏 대원들이 달라붙어 구속하고 있는 오메가를 잠시 쳐다보고는 이야기 했다.


"후훗, 알았어요. 너무 심하게 하지는 말고요"


내 의도를 파악한 리리스가 내게 군용 주사기를 하나 건냈다.


그리고 나는 그 주사기를 들고 천천히 오메가에게 다가섰다.


사령관과 알파가 서로 이야기를 하고 있는 동안 오메가의 앞에 멈춰선 뒤 쪼그려 앉아 그녀를 바라보듯 마주 앉았다.


"뭡니까, 쓸모도 없는 깡통씨"


"미리 미안하다는 이야기를 하려고, 아파도 좀 참아"


"뭔..."


무릎을 꿇듯 앉아있던 오메가의 허벅지에 주사기를 꽃아넣었다


"당신 지금 뭐 하려는...!!!"


그대로 오메가를 넘어뜨린 뒤 다리를 집고 허리 높이까지 들어 올린 뒤 허벅지를 발로 짖밟아 다리를 부러트렸다


"!!!!"


동시에 오메가의 눈이 뒤집힌 체 입에 거품을 물며 경련했다.


그걸 본 사령관과 알파 라비아타가 놀란 표정으로 내게 달려왔다.


"지금 뭐하는 거죠?!"


칼을 빼들은 라비아타 앞에서 양손을 들어 적의가 없다는 제스쳐를 취했다.


"포로 처분"


"이미 묶어뒀잖아! 대체 무슨 짓이야?!"


"저정도로는 도망갈 수도 있으니까"


격통에 몸을 움찔거리는 오메가 앞에 어느새 리리스가 와서 응급처치를 시작했다.


"고급 바이오로이드의 능력을 얕볼 수는 없잖아. 과하더라도 이 정도는 해야 확실하게 도망치지 않을 거란 보증이 서니까"


"내가 이 정도면 됐다고 하지 않았었어?!"


"나는 그 명령에 무조건 적으로 따르도록 설계되지 않아서 말이야, 돌발행동은 미안했다."


"하..."


사령관은 머리에 손을 올린 뒤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 건은 나중에 돌아가서 이야기를 듣겠어."


"..."


"주인님? 목숨에는 지장 없습니다, 단지 통증 때문에 정신을 잃은 것 뿐이에요"


"그래 리리스, 고마워"


"주인님, 들것을 준비해서 오메가를 오르카 호로 옮기도록 할게요"


"그래, 일단은 감시할 대원들이랑 같이 수복실에 구금시켜 둬"


"알겠습니다"


"오메가는 아직 최심부까지 들어가지 못했어, 당장 그런 상태에서 들을 수 있는 정보도 한정적이니까. 지금은 여기를 조사하는 게 먼저야 사령관"


"..."


그는 말없이 뒤돌아섰다.


그 후 내 이야기대로 이곳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젠장...'


속으로 너무 과했나 잠시 후회했지만 이미 벌어진 일이었다.


나중 일은 나중에 생각하자, 당장은 이곳에 집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