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전편 모음 https://arca.live/b/lastorigin/52141864 






-오르카 호-


철충과 오메가의 위협이 사라지고 알파가 이 근방 오메가 휘하의 AGS들을 흡수하여 세력을 규합함으로서 오르카 호는 전무후무한 전력을 확충하게 되었다.


괌에서 합류한 용의 함대 또한 거대한 규모였으나 아무래도 함대째 동면된 터라 용 휘하의 대부분의 전투원들이 함을 운용하는 병력이었기에 오르카 호에서 운용 가능한 지상병력의 충원보다는 오르카의 호위 전력이나 지원전력의 충원에 가까웠다. 때문에 이러한 대규모의 전투 병력의 확충은 이례적인 일이었다.


아직까지는 오메가의 주요 거점인 북미의 주요 도시들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상태는 아니지만 장기적으로 감마를 제압할 수 있다면 북미 대륙의 펙스 세력의 완전한 흡수를 노릴 수도 있는 상황이다.


그리고 나는... 임시로 오르카 호 내부에 리앤이 구현해 낸 가상현실에 있는 상태이다.




-삐비비빅 삐비비빅-


작은 방 안에 있는 컴퓨터에서 호출음이 들려왔다.


자리에 앉고 컴퓨터의 화면을 켠 뒤 자리에 앉아 호출에 응했다.


"아저씨, 몸 상태는 어때?"


"뭐, 너랑 리앤 둘이서 만든 거니까. 저번에 가상현실 접속했을 때랑 별 차이는 없어"


"어, 다 된 거야?"


"왔어 왓슨?"


"응"


문이 여닫히고 들려오는 사령관의 목소리 이후 그가 두 사람이 앉은 곳의 뒤편에서 얼굴을 비쳤다


"정말 미안해"


"응? 갑자기?"


"내 독단으로 그쪽까지 일에 휘말리게 되었잖아..."


"뭔, 그게 큰일이라고... 아무도 안 죽었잖아, 그러면 됐지. 나야말로 오메가의 일로 미안하네"


"하하하..."


"근데 말 나온 김에 물어보려는데 오메가는 어떻게 되었어?"


"지금은 심문중이야, 입을 열 기미는 없긴 하지만 계속해서 거부한다면 닥터가 나서야겠지"


"아저씨 섬에 들렀을 때 얻었던 기술들 있지? 아직은 구현하기 힘들긴 하지만 계속해서 연구해 나가고 있어. 덕분에 아저씨 정신을 기계에서 다시 꺼내는 연구도 꽤나 진척이 있었고"


"그건 좋은 소식이네, 고생한다"


"그래도 다음부터는 그런 짓 하지 마 아저씨, 이번에는 정말 천운으로 코어 모듈에 손상이 없었기에 망정이지... 한 뼘 정도만 밑을 당했으면 그대로 죽었을거야"


"알았어, 미안해 닥터"


"그리고... 아저씨 몸은 손상이 너무 심해서 코어 모듈만 따로 떼서 가상현실에 연결해 뒀잖아"


"그랬지"


"이참에 아자즈 언니랑 나랑 같이 아예 새로 만들 거야, 손상이 너무 심해서 복구하기는 힘들겠더라고. 아저씨 몸도 애초에 아자즈 특제품이어서 예비 부품이 없는 이유도 있고"


"그래서 좀 늦어진다는 거야?"


"응, 대신에 리앤 언니가 최대한 불편하지 않도록 가상현실 쪽에서 힘내줄 거야, 빠르면 내일 중으로 이런 거 말고 저번에 오빠랑 언니들이 접속할 때 썼던 단말을 재현할 수 있을 것 같아"


"오, 고마워 리앤"


"헤헤, 좀 쑥쓰러운걸"


"완성되면 니아씨나 다른 사람들도 일 4시간 정도 접속할 수 있게 할 테니까, 기대해줘"


"고마워 사령관"


"마음 같아서는 니아씨랑 같이 있게 해주고 싶긴 한데, 그러려면 의료물자도 들어가고 기계도 여기서 급조한 거다 보니까... 더 길게 못해줘서 미안해"


"그 정도는 이해할 수 있어, 신경 쓰지 마 사령관"


"그래, 그러면 리앤이 단말을 완성하면 다시 올께. 나중에 봐"


"들어가"


리앤과 닥터 뒤에 있던 사령관은 내게 마지막으로 인사를 하고 바깥으로 나갔다.


"마음 같아서는 니아 언니도 부르고 싶긴 한데... 아무래도 중상자가 많이 나와서 일손이 모자란 상태라, 미안해 아저씨"


"맞아, 그날 얼마나 식겁했는지 알아? 니아씨가 아저씨 보고 그대로 실신했었다고"


"아자즈 언니가 옆에 붙어서 케어해 줘서 다행이긴 했지만... 아저씨도 아저씨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좀 더 자각하는 게 어때?"


"..."


"그때는 정말 큰일이었지, 중상자 후송 하는데 오메가의 부대가 공격해오고, 덕분에 임시로 수리했던 부분들도 다 떨어져서 아저씨는 움직이지도 못하게 되어버린 데다가 그 모습을 니아씨가 보고... 그런 아수라장은 한번으로 족하다고 알겠지?"


"네, 죄송합니다..."


"하하핫, 알았어 알았어. 그럼 우리도 이제 가볼게 언제 까지고 농담만 하고 있을 수도 없잖아"


"잘 있어 아저씨"


"들어가"


내 인사를 마지막으로 화면이 꺼졌다.


착잡한 기분을 느끼며 방 문을 열고 바깥으로 나왔다.


푸른 초원과 주변으로 펼쳐진 수평선. 마치 작은 무인도 같은 공간은 딱 보기에도 급조했다는 느낌이 물씬 드는 공간이었다.


"건물도 없이 그냥 문만 덜렁 있는 게 전부네"


하늘은 바깥의 시간과 연동되는지 처음 접속했을 때 있었던 달의 위치는 그새 바뀌어 있었다.


"문 안쪽은 낮이고... 허허"


간만에 다시 느껴지는 피곤을 느끼며 잔디밭에 몸을 뉘였다.


"그냥 여기서 눈이나 붙혀야겠다."


방 안으로 들어가 침구류를 대충 챙겨 바깥으로 다시 나와 베개를 풀밭 위에 놓고 몸을 눕힌다.


나는 별빛 아래에서 니아에게 할 변명들을 생각하다 잠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