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부 전편 모음 https://arca.live/b/lastorigin/59461966






수많은 수송선들이 도시 외곽에 착륙하며 흙 먼지를 날린다


이곳 저곳에는 도시 방어를 위해 만들어졌던 걸로 보이는 AGS의 잔해들과 기동하고 있는 AGS 소수가 눈에 띄었다.


"말한 대로 다짜고짜 공격하지는 않네"


"플로팅 플랫폼 내려줘"


"알겠슴다"


이곳 저곳에 콘크리트 잔해들이 널브러져 있지만 도시의 외형은 생각보다 멀쩡했다.


물자를 실어 나르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는 대원들 사이로 천천히 걸어 다니며 주변의 탐색을 시작했다.





-2 시간 후-


이곳은 생각보다 좀 더 을씨년스러운 분위기가 감돌았다.


물론 우리가 목표로 했던 의료 물자와 각종 보급품들을 확보하는 데에는 문제가 없기는 했지만, 되려 이 부분이 이상한 것 이였다.


"왜 아무도 없지?"


도시의 규모, 아직 까지도 작동하는 방위 시설, 충분한 물자, 작동 가능한 공장 시설 등 되려 괌 쪽에 있었던 세레스티아의 그룹보다 상황이 좋아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도시는 아무도 없다.


멀쩡해 보이는 도시의 외관과는 달리 이곳 저곳에 잔해들이 모여있는 것도 눈에 밟힌다.


잠시 생각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


"어이, 노움!"


"무슨 일이십니까?"


나와 같이 물자 수색을 하고 있던 스틸라인 부대의 노움을 불렀다.


"도시 이곳 저곳에 잔해들 봤지?"


"예, 그렇습니다"


"니 생각은 어때? 저것들"


"네? 무슨 말씀이신지?"


"저쪽에 쌓인 잔해들 말이야, 발포콘크리트로 만들었다기엔 모양이 좀 달라"


"...네 그렇습니다."


노움은 한편에 내가 가리키고 있는 잔해들을 잠시 살펴보고는 답했다.


"내가 보기에는 바리케이드를 세웠다가 해체한 걸로 보이거든"


"흠... 확실하게 보려면 한번 직접 가봐야 하지 않을까요?"


"알았어, 잠깐 기다려"


수색대를 지휘하고 있는 임펫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임펫, 잠시 노움이랑 조사해봐야 할 게 있는데 말이야, 잠시 갔다 와도 될까?"


"예, 물론이죠. 혹시 오래 걸리신다면 제 7번 물자 집적소로 와 주십쇼"


"알았어, 가능하면 금방 갔다올게"




그렇게 노움과 함께 이곳 저곳에 널린 잔해들을 들추어 보며 조사를 계속했다.


내가 잔해들을 헤집고 잔해들을 노움이 확인하면서 군용 발포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임시 바리케이드가 아닌 철근 콘크리트로 제대로 만들어진 물건들이라는 걸 확인하는데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는 않았다.


"철충이 이 도시에 직접 떨어진 건 아닌가? 아무리 급속 양생 콘크리트 기법을 사용해도 하루는 걸릴텐데"


"그리고 여기 철근도 그냥 철사로만 묶은 게 아니고 제대로 용접도 되어있어요, 하루 이틀 규모로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에요"


"노움, 시애틀이 그냥저냥한 대도시는 아니지 않았어? 이런데 철충이 곧바로 침공을 안 할 거라고 생각해?"


"아뇨, 제 기록 속에도 멸망 전 시애틀은 미 서부에서도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대도시였습니다, 당연히 도시 치안이나 방어를 위한 AGS도 많았을 거고... 철충이 AGS와 인간님들이 많았던 대도시 위주를 먼저 침공했던 걸 생각한다면, 이런 바리케이드는 너무 이상합니다."


"그렇지? 무언가 비밀 병기가 있어서 철충을 막아냈거나, 미리 대비했거나. 물론 미리 대비했을 리는 없으니 무언가 특별한 게 있지 않았을까?"


"그렇습니까?"


"뭐, 그냥 가설이지. 우리가 도시에 진입하고 확인했던 잔해들 기억나는 대로 좌표좀 표시해줘"


나는 그대로 홀로그램 지도를 공중에 투영했다.


"이곳, 그리고 여기 사거리... 이쪽 블럭..."


노움은 기억나는 대로 우리가 지나오면서 보았던 잔해들을 표시해 나가기 시작했다.


"음... 일정한 패턴이 없는데"


"이곳 저곳에 치워 놓은 듯 한 모습이네요"


"우리 아직 멀쩡한 바리케이드는 못 찾은 거지?"


"예, 그렇습니다."


"흠..."


나는 잠시 턱을 괴고 이 상황을 되뇌였다.


"노움"


"예, 말씀하십쇼"


"저기 도심부에 마천루에 올라서 소형 드론으로 이 근방 사진을 한번 찍어보자"


"이 근방 사진을요? 에이다를 통해서 위성사진을 확보하는 편이 더 낫지 않을까요?"


"바리케이드라면 지하도나 터널같이 방어하기 용이한 부분에 설치하는 게 더 좋을텐데, 위성사진으로는 확인하기 힘드니까, 일단은 임펫한테 집적소에서 만나자고 하고, 사령관한테 보고 후 근방 탐사를 하자고"


"예, 알겠습니다"


"그럼 연락은 저쪽으로 가면서 하자"


나와 노움은 거리를 걸어나가며 마천루를 향했다. 그러면서 나는 단말을 조작해 임펫에게 연락을 취했다


-예, 무슨 일이십니까?-


"임펫, 지금 노움이랑 조사중인 지역 말인데. 조금 늦어질 것 같다, 물자 회수해서 오르카호로 돌아가게 생겼으면 연락주고 먼저 들어가"


-예, 알겠습니다. 다른 전달사항은 있으십니까?-


"아직은 딱히 없어, 수고해"


-승리-


임펫과의 통신을 끝마치고 바로 사령관에게 연락을 넣었다.


-라붕씨? 무슨 일이야?-


"노움이랑 도시 조사중이야, 바리케이드로 의심되는 잔해들도 확인했는데 이걸 토대로 이곳 도시 방어군 사령부 위치를 특정할 수 있을까 해서"


-음... 괜찮을까?-


"만일 접근 가능하다면 군용 의료품이나 다른 보급품들도 대량으로 확보 가능할지 모르니까, 밑져야 본전인 셈이지. 당장 인원들 투입해서 조사하기에도 애매하니까 이쪽에서 노움이랑 같이 조사해 볼 생각이야. 괜찮을까?"


-알았어, 그쪽 생각이 그렇다면야. 대신에 접근할 수 없으면 바로 돌아와 줘, 더 이상의 교전은 피하고 싶으니까-


"고마워, 뭔가 찾으면 다시 연락할게"


사령관과의 통신을 마치고 십 분 가량을 더 걸어 목표로 했던 고층 빌딩 앞에 섰다.


"좋아, 여기서부터는 혼자 올라갔다 오지"


"네? 괜찮으십니까?"


"지은지 100년은 넘은 건물이야, 유지보수도 안되어 있을 거고. 장비 들고 위험한 건물을 100층 가까이 걸어서 올라가고 싶어?"


"그렇게 말하셔도..."


"애초에 난 몸도 기계라 피곤한 것도 없잖아, 오르카호에서도 간병 업무 때문에 제대로 쉬지도 못했을 거고. 그리고 어차피 시간도 밥때니까 전식 까먹으면서 휴식하고 있어, 무슨 일 생기면 무전하고"


"느...넷"


"아, 그리고 누가 보고 뭐라고 하면 내 이름 대라. 공식적인 명령이니까 잠시 쉬고 있어"


"감사합니다!"


"오냐"


나는 그렇게 빌딩 위층을 향해 걸어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