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부 전편 모음 https://arca.live/b/lastorigin/59461966







전기가 끊겼는지 불이 들어오지 않는 컴컴한 계단실 속에서 계속 라이트 하나에 의지해 올라갔다.


그렇게 30분 정도를 걸어 거의 건물의 상층부에 도착했다.


계단실 문 옆의 벽에 적힌 층 수는 벌써 82층을 가리키고 있었다.


"이제 옥상 까지 얼마ㄴ... 으아앗!!!"


상층부에서 옥상으로 올라갈 수 있는 길을 찾기 위해 건물 비상 대피로가 적혀있을 엘리베이터 룸의 문을 열고 들어서려는 순간 바닥이 무너지며 몸이 밑으로 추락했다.


그리고는 이곳 저곳 튀어나온 곳에 몸이 두 세 번 튕긴 뒤 바닥에 떨어졌다.


충격에 의해 꺼져버린 라이트를 만져 다시 켜고 총의 상태를 확인 하려던 찰나 눈 앞에 보이는 건 천장이 없이 뻥 뚫려있는 공간이었다.


"..."


당황한 체 주변을 둘러보며 잔해 속을 해쳐나가며 건물의 외벽이었을 거대한 벽이 서있는 자리까지 도착했다.


텅- 텅-


손바닥으로 두들겨 보니 마치 철판과 같은 소리가 났다.


"이게 대체 뭐야"


다시 내가 올라왔던 방향을 돌아보니 계단실만 위태롭게 탑처럼 서있는 건물의 잔해가 보였다.


"바리케이드 같은 게... 아니었나 보군..."


누군가 보수한 흔적, 도시 자체도 바깥에서 보았을 때 멀쩡해 보이도록 누군가 수를 써두었을 것이다.


아마 잔해들은 전부 처리할 수 없었는지 바리케이드처럼 위장 시킨 것일 터


"대체 누가?"


고민해봐야 의미가 없다, 당장 처한 상황을 정리해야 한다.


나는 그리 생각하고 바로 노움에게 연락을 넣었다.


"노움, 들리나?"


-....-


"노움?"


-....-


"뭐야, 무전이 왜 안돼?"


그대로 리시버를 조작해 공용 채널 주파수로 맞추어 봤지만 공용 채널 또한 침묵 상태였다.


"철판이 전파를 방해하는 건가?"


고층 빌딩의 외벽을 대신해 서 있는 두꺼운 철판이니 그럴 법도 하다 생각했다. 그리고 이렇게 두꺼운 철벽이라면 어지간한 힘으로는 부술 수 없으리라 생각하고 다시 계단실을 향해 몸을 움직였다.


그리고 20여 층을 내려와 그곳의 엘리베이터실의 문을 열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다행이 위보다 멀쩡해 보이는 이 층에도 외벽에 뚫린 구멍에는 철판이 덧대어져 있고 그나마 멀쩡한 벽에 난 창문 쪽에서 빛이 조금씩 새어들어왔다.


나는 이쯤 되면 통신이 가능할 거라 생각하고 창가를 향해 걸어가며 다시 무전을 넣었다.


"노움, 응답해. 들리나?"


하지만 여전히 노움은 침묵 상태였다.


나는 다시 단말을 조작해서 사령관을 호출했다


-....-


"여기서 전파가 안 잡힐리가 없잖아!"


계속해서 호출신호를 보내며 빛이 들어오던 창문 앞까지 도착했다.


그리고 난 뒤 유리창을 깨고 다시 공용 무전망을 체크했다.


-....-


"시발"


침묵하는 공용 채널 덕분에 모든 것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단 한 가지 확실한 걸 깨달았다.


"좆됐군"


나는 그대로 계단을 뛰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아까 충격으로 부숴진 거라면 다행이지만..."


묘한 불안함을 느끼며 총의 상태를 체크해 나갔다


"그게 아니라면..."


원활히 작동하는 걸 확인하고 기관총을 고쳐 잡는다


"무슨 일이 난 거겠지..."




뛰어 내려온 로비의 문을 열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노움! 어디있어?!"


외쳐보지만 들려오는 건 없다.


"노움!"


그렇게 주변을 돌아다니다 반쯤 먹다 남은 식은 전투식량과 노움의 총기를 발견했다.


"...젠장"


한쪽 무릎을 꿇어 노움의 장비를 회수한 후 다시 일어서 주변을 살폈다.


전파방해, 교전흔적 없이 실종된 노움, 아무런 통신도 없는 공용 채널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철충이나 레모네이드가 이 도시를 습격한 것 이라면 분명 전투 흔적이 남았을 것이다.


허나 이곳은 마치 밥을 먹다 잠시 화장실에 간 것 마냥 개인 소지품은 바닥에 잘 정리되어 있는 상태이다, 교전이 있었다면 분명 이런 상태일 리 없을 것이다.


잠시 고민을 했지만 마땅한 답을 낼 수는 없었다.


'움직이자'


결국 나는 생각이 이끄는 대로 임펫이 이야기 했던 제 7 집적소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누구에게도 맞출 필요 없이 빠르게, 가능한 한...





도착한 집적소는 아무도 없이 텅 비어있었다.


이곳 저곳에 수송선 안에 싣다 만 물자들과 총들이 난잡하게 바닥에 굴러다니고 있었다.


"...여기도 마찬가진가..."


오르카호로 돌아가서 지원을 불러올까? 하는 생각이 잠시 들었지만, 돌아가도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지원이 온다고 해도... 다시 이모양이 나겠지'


특히 이번에는 부상병들로 인해 다량의 AGS들도 아군의 호위를 위해 출격했었다. 그러나 그런 AGS들도 이곳 까지 오면서 하나도 못 봤었다.


"그렇다고 해도... 사령관을 포함한 거의 모든 병력이 적의 손에 넘어간 건가..."


보통 때 같았으면 패닉에 빠졌을 상황이겠지만, 이상하게 머리 속이 깨끗하다.


"기계몸 덕을 보는 건가?"


누구도 답해줄 수 없는 혼잣말을 하며 나는 이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계획을 세워나가기 시작한다.


"그래, 니가 누가 되었든 간에... 선수를 빼앗겼으면, 되받아쳐 줘야지..."


나는 그리 혼잣말을 하고 쌓여있는 물자들을 뒤적거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