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은 매우 평화로운 사령관실. 


오늘도 사령관은 여러가지 일을 처리하며 문 쪽 향해 조금씩 눈을 힐끔거리고 있었다.


오늘 칸이 실종되었던 단원을 찾았다고 하던데 언제쯤 올라나.


아마 금방 오실꺼에요. 리리스 언니가 지금 수복이 끝났다고 하셨어요.


 그런데...좀 독특한 분이신 것 같다고 하시던데요?


독특하다라.....호드의 부대원이 독특하다라.....


(스쳐지니가는 호드 기준 '독특한' 녀석들, 왼족부터 로망충, 폭탄마, 도박범, 몰카범......아! 호드의 미래가 어둡다!)


사령관이 설마 감당 못할 또라이가 하나더 추가되는건가 싶어 머리를 땅에 책상에 콩콩 박고 있는 와중에 칸에게서 통신이 연결되었다.


사령관, 지금 내 전우가 그쪽으로 출발했다. 아마 십초 정도만 기다리면 될꺼다. 인성이나 실력이나 나쁘지 않은 친구니 잘 대해주기를 바라지.


어. 알았어. 칸. 그런데...혹시 그.....다른 애들 말로는 약간 독특한 친구라는데...어느정도야? 워울프 정도야? 아니면 하이에나 정도?


글쎄. 아마 사령관이 직접 마주해보면 파악하기 편할 것 같군. 하지만 미리 말해주자면 그정도 수준은 아니네.


칸의 호언장담에 약간이지만 마음을 놓게된 사령관이었는데 그가 칸과의 통신이 끝나기 무섭게 눈앞의 문에서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똑똑똑!


와! 벌써 오셨나봐요! 쭈인님! 문을 열어드리고 올게요~!


-스르륵...



............


안녕하세요! 전 하치코라고 해요! 오늘 주인님의 경호원 역을 맡게 됬어요! 언니는 누구에요?


아, 죄송합니다. 잠깐 주변을 관찰하느라. 

제 이름은 코락스라고 합니다. 칸 대장께서 사령관님을 만나고 오라는 명령을 내리셔서 왔습니다.


주인님은 저기 계세요! 그런데 언니는 왜 얼굴이 어두워요?


태어난 순간부터 이랬습니다.


아.


하치코와 잠깐의 대화를 나누던 그녀는 사령관이 이리 오라는 듯이 손짓하자 그를 향해 걸어왔다.


네가 호드의 보급관이구나? 난 사령관이야.


정확히는 호드의 의무관 겸 보급관입니다. 보급관의 역할은 케시크랑 분담해서 맡았지만요.


그렇구나? 그럼 여기서는 오르카호의 보급관인 안드바리와 함께 일해주겠어? 아무래도 호드는 지금 케시크가 담당중이니까.


상명하복은 기본 원칙이니 제대로 하겠습니다. 지금의 칸 대장이 따르는 분이시니 그분을 섬기는 저로써도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그런데 안드바리라면.....시스터즈 오브 발할라의 보급관을 말하시는 겁니까?


그런데? 아....혹시 예전에 안좋은 일이라도 있었어?


...........

.

.

.

.

.

.

.

.

.

.

절대로 안되요! 이건 중요한 물자라고요!


적의 보급을 약탈해 부족한 자원을 채운다. 우리한테는 그게 상식이다. 


그게 도대체 왜 상식이냐고요! 

그리고 그렇다고 해서 제가 비켜드릴 거라 착각하는건가요? 적에게 그렇게 쉽게 항복하고 목숨을 구걸하는게 저희의 방식으로 보이는 거....


-탕!

시간 절약도 되고 편하군.

.

.

.

.

.

.

.

.

.

.

약간 불미스러운 일로 처음 만났다 말해두겠습니다.


아...그럼 다른데로 배치해줄까?


배려해주셔서 감사합니다만 이건 저와 그녀 사이의 일입니다. 그러니 제가 알아서 해결하겠습니다.


알았어. 그럼 일단 보급 창고의 위치는.....아 잠깐만. 제일 중요한 걸 까먹고 있었네.


너 혹시 술 좋아하니?


술이라면....혹시 맥주 같은걸 말씀하시는겁니까? 그런 부류라면 선호하지는 않습니다. 아니 애초에 언제 전투가 일어날지 모르는 지금 상황에서 술을 마시는 바이오로이드가 있습니까?


'니네 부대원인데.....' 그럼 혹시 폭탄은 좋아하니?



폭발형 무기나 화약을 쓰는 무기를 선호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근접형 무기를 다루는거고요.


아~등에 있는 검이 있는 이유가 그거 때문이었구나? 샷건도 있지만...뭐, 그건 어쩔 수 없으니 쓰는거라 치고. 그럼 혹시 도박은 좋아하니?


전시 상황에서 도박이라....머리에 총맞을 짓 아닙니까? 그리고 애초에 범죄로 알고 있습니다. 적어도 제 기억 모듈에 의하면 도박을 선호한 적은 없습니다.


'좋아..아주 좋아!' 그럼 마지막으로 혹시 너도 칸이랑 내가 맺어지기를 바래?


혹시 맺어진다는 말의 의미가....결혼이라면. 전 지지하는 쪽에 가깝습니다. 저희 대장님은 백년이 넘는 세월동안 싸워오셨습니다. 그 중간까지는 제가 보좌했다고 하지만 중간에 사라진 저에 의해서 너무나도 힘들어하셨을 겁니다.


그래도 멀쩡하던데?


(코락스는 째려보기를 사용했다.)........


미안. 말 안 끊을게.


혼자서 동료들의 죽음을 목격하고 그것을 버텨내면서 홀로 얼마나 슬퍼하셨을지는 감히 저 따위의 사고모듈로는 예측할 수 없습니다. 그러니 부디 대장께서 행복이라는 것을 찾기를 바랄 뿐입니다.


겉으로는 차가워보이지만 참 다정한 사람이네. 코락스. 너라는 존재는.


그저 막연한 동경이라고 말해드리겠습니다. 그분과 마찬가지로 사막을 달리는 다리를 가진 자로써. 가장 훌륭했던 늑대를 동경하는 것 뿐입니다. 그럼 제가 배치될 곳으로 가보겠습니다.


그래. 앞으로 잘 부탁할게. 아, 그보다 일단은 호드의 숙소로 가줘. 널 기다리는 이들이 있을테니까. 보급관으로써의 일은 나중으로 미루자.


배려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령관님. 대장님께 들었지만 정말 훌륭한 분이시군요. 그럼 저야말로 부족한 몸이지만 사령관님의 힘이 되기를 바라겠습니다.


(덜컹!)


마지막으로 사령관을 향해 고개를 푹 숙인 그녀는 곧바로 뒤돌아서서 사령관실을 나가 호드의 숙소가 있는 방향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사령관은 그녀가 확실히 사령관실에서 멀어졌음을 깨닫자 그대로 무릎을 꿇고 기도하는 듯한 자세가 되었다.


주인님?! 갑자기 왜 그러세요!?


..................


바로 옆에서 하치코가 당황한듯 그의 주변을 빙빙 돌지만 사령관은 어느새 눈물까지 흘리며 하늘을 바라보고는 정말로 큰 목소리로 외쳤다.


하느님 졸라게 감사합니다!!! 드디어 그 망나니 부대에 정상인이 한명더 늘었어요!! 


쭈인님?!


앞으로 헌금도 잘내고 교회도 잘 나갈게요!! 으아아아아아아아아!!! 기분 개 째진다아아아아아아아!!!!!


쭈인님이 미쳐 버렸어용!?!?!?!


그녀의 말대로 사령관은 누가봐도 정말 미친놈마냥 하늘을 향해 두 손을 경건이 모으고는 기쁨에 찬 함성을 내지르고 있었다.

하지만 그 누가 그를 비난하겠는가. 그는 이 오르카호 최후의 인류이자 최고의 사령관인데.

.

.

.

.

.

.

.

.

.

.

.

그리고 한편 호드의 숙소에서는


........................


"보급관?", "보급관님?", "어...보급관님?", "(시발 좆됬다. 아직 판 못치웠는데!)", "네가 왜 거기서 나와?!", "선배님!", "벌써 돌아온건가?"


B-12 코르부스 코락스 복귀 신고합니다. 칸 대장. 그보다도 잠시 귀를 좀 막아주시겠습니까? 아니면 잠시 외출을 좀 하고 와주시거나. 물론 케시크도 함께요.


(대장!! 제발 안된다고 말해요!!!)


그래, 잠깐 나갔다오마. 그래도 너무 심하게 하지는 말아주겠나?


제가 어느정도까지 하시기를 바라십니까?


음.......


딱 죽지 않을 정도로만 부탁하지. 


넵.


아. 망했네.


저..전 대장님이랑 나갔다 오겠습니다!!!


그래, 잘 다녀와라. 아, 그리고 혹시 올때 담배 한갑만 부탁해도 되겠나? 참치는 내가 나중에 지불하지.


넷!


그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칸과 케시크는 도망치듯 숙소를 빠져나가 그대로 PX로 달려가버렸고 딱 6명의 사람이 내는 숨소리만이 숙소 내부를 가득 채웠다. 정확히 말하자면 숙소 내의 사람은 7명이지만 스카라비아의 경우에는 개인의 방에서 나오지를 않아서 이 개판을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그 결과 그녀를 제외한 모든 호드의 대원들은.


니들  다 대가리 박아.


 

잘못했어!!!!!   한번만 봐주세요! 난 뭔 죄야.... 딱 한판 밖에 않했어! 애초에 난 무기가 폭탄인건데....


단체로 기합을 받게 되었다나 뭐라나.




단체로 약이라도 먹었어? 왜 이렇게 시끄러.......



....................


(눈 뜬채로 기절.)


하............





누가 이걸 소재로 소설좀 써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