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 모음집



기간테스와 저거너트, 두 로봇이 맞붙을 수록 점점 너덜너덜해지는 건 기간테스였다.


얼핏 보면 둘이 대등해보였지만 실상은 명백히 저거너트가 우위였다. 철충에 감염되면서 스펙이 더욱 강화된 저거너트와는 반대로 기간테스는 온갖 기능이 제한된 패널티를 안고 싸우고 있었기 때문이다. 


탑승자의 부족한 기량 또한 문제였다. 저거너트 쪽도 코어 내부에 기생한 철충 유충이 조종하고 있다는 점은 지금의 기간테스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었다. 허나 저쪽은 로봇의 몸을 거의 완벽히 제 몸처럼 다룰 수 있는 반면, 기간테스를 조종하고 있는 라붕이는 격투기나 무술 따위를 배워본 적도 없는 민간인. 그런 그가 할 수 있는 건 무작정 주먹을 휘두르거나 손에 잡히는 걸 아무거나 집어던지는 것 뿐이었다. 때문에 기간테스가 내지른 공격은 저거너트의 가드에 막히고, 역으로 반격당하기 일쑤였다.


한편 폐건물 안에서 자켓을 찢어 대충 지혈을 마친 하베트롯은 불안이 가득 담긴 눈초리로 바깥을 살폈다. 기간테스가 밀리는 것을 보자 그녀는 어떻게든 도와줘야 한다고 느꼈지만 싸울 힘도 없는 주제에 저 고래싸움에 직접 끼어들어봤자 라붕이한테 방해만 될 게 분명했다. 


옆에있는 보리와 같이 달려들어도 마찬가지. 애초에 하베트롯과 보리는 명령이 떨어지지 않으면 인간과 철충을 공격하지 못하는 바이오로이드, 라붕이가 공격 명령을 내리지 않는 이상 그녀들이 철충 상대로 할 수 있는 일은 '상처없이 제압'하는 것 뿐이었다. 사람 키의 두 배는 되는 중형 로봇을 상대로 제압이라니, 말도 안 되는 소리였지만 불행히도 저거너트 안의 철충에게서 느껴지는 뇌파는 그녀들의 행동에 제한을 걸기에 충분했다.


그렇지만 무슨 수를 써서 제압이라도 한다면, 하다못해 잠깐이라도 저거너트의 가드를 내려 빈 틈을 만들 수만 있다면.


"생각해 하베트롯, 생각해...!"


하베트롯이 머리를 쥐어짜기 위해 눈을 질끈 감아봤지만 그래봤자 단순히 앞이 안보일 뿐이었다. 그리고 하베트롯은, 그 암흑 속에서 답을 찾아냈다.


"...! 그럼, 어쩌면... 이렇게 할 수만 있다면...! 보리야, 나 좀 도와줘!"


하베트롯은 보리를 불러들여 자신의 작전을 설명해주자 보리는 이해했다는 듯 멍 하고 한 번 짖었다. 그 뒤 보리를 건물 밖으로 내보내고, 자신은 욱씬거리는 옆구리를 움켜쥐고 건물 안 어딘가를 향해 달려갔다.


"비상계단은... 저기 있다...! 위층으로 올라갈 수 있겠어...!"


*


죽겠다. 아니 물론, 직접 얻어맞고 있는건 기간테스긴 하지만 안에 있는 나한테까지 충격이 소량 전해지니 온몸이 욱씬거린다. 

기간테스 안에 타고있는 라붕이가 속으로 그렇게 중얼거리며 숨을 골랐다. 


"경고. 남은 전력: 5%."


"그냥 화면에 배터리 잔량이라도 띄워놔...! 기간테스, 니 코어는 보통 어디 위치해있어? 머리? 아님 몸통?"


"기간테스 코어, 기체의 가슴 정중앙에 위치됨."


"그럼 저걸 조종하고 있는 철충도 그 안에 있는 거겠지?"


"긍정."


그렇다, 몸통. 어떻게든 저놈의 몸통을 노려야 하는데 라붕이 입장에선 저 망할 철충놈이 공격을 죄다 가드하면서 유효타를 허용하지 않으니 답답할 노릇이다. 기간테스의 팔은 초합금 장갑판으로 떡칠되어있어 다른 부위에 비해 특히나 더 단단하다. 그야말로 팔 자체가 방패라고 할 수 있겠다.


일단 지금은 기간테스가 공격을 퍼붓고있기 때문인지 저거너트는 양 팔을 모아서 가드하는데만 집중하고 있었다. 그렇게 보였었다, 저거너트의 팔이 빛나기 전까지는.


"경고: 적 개체의 실드 차지 감지됨."


"실드 뭐-"


실드 차지, 단단한 두 팔을 앞세워서 돌진해 부딪히는 기간테스의 2번 스킬. 이름만 듣고서는 몰랐던 라붕이가 그걸 기억해낸건 저거너트에게 직접 맞고 난 뒤였다.


"...!! 끄윽...!"


저거너트가 얌전히 방어만 하나 싶더니 그 방어태세 그대로 땅을 박차고 돌진할 줄은 미처 예상못했었다. 정통으로 부딪힌 기간테스의 몸뚱아리가 바닥에 궤적을 남기며 뒤로 밀리다가 이내 넘어지면서 등이 땅에 닿고야 말았다. 정신을 못차리고 있던 기간테스 앞에선 저거너트가 위협하듯이 자신의 두 주먹을 쾅 치며 걸어왔다. 빨리 일어서야 하는데, 몸이 말을 안듣는다. 라붕이가 통증과 혼란 때문에 움직이지 못하고 있던 그 때, 옆에서 난데없이 개 짖는 소리가 들렸다.


"컹, 컹! 으르르... 컹!"


분명하 건물 안에 숨어있으라고 했건만, 어느새 밖에 나와있던 보리가 저거너트를 향해 사납게 짖고 있었다. 이상한 소리를 들은 저거너트는 걸음을 멈추고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무슨 생각을 하는건지, 저거너트는 저를 향해 짖는 짐승을 딱히 공격한다거나 하진 않고 잠깐동안 응시하기만 했다. 저 시선의 의미는 감히 자신한테 이를 드러낸 동물형 바이오로이드에 대한 호기심인가, 아니면 어차피 자신을 공격하지 못할거란걸 알기 때문에 느끼는 가소로움인가. 


사실 철충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결국 보리가 할 수 있는 건 저렇게 짖으면서 몇 초 정도 시간을 끄는 것 뿐이었다. 그러나 그 몇 초가 지나자, 또다른 예상못했던 일이 일어났다.


보리를 쳐다보느라 저거너트가 등지고 있던 건물, 그 건물의 2층 창문이 깨지면서 한 인영이 나타났다.


"으아아아!!"


"하베...!?"


하베트롯이 기합을 지르며 2층에서 뛰어내려 저거너트의 뒤통수에 매달렸다. 그리고 동시에, 손에 들고있던 천같은 무언가로 저거너트의 머리를 감쌌다. 그것은 하베트롯의 외투였다. 하베트롯 본인은 외투를 벗어 스틸라인 군복인 그 바디슈트만 입고있는 상태였었다. 


자신의 눈이 가려지자 저거너트는 당황해 허공에 팔을 휘저으며 몸을 흔들었지만 하베트롯은 잽싸게 외투의 팔 부분을 묶어 저거너트의 머리를 싸맸다. 


"#*$&#*$@$#!!"


"꺄악!"


저거너트가 기계음 섞인 괴성을 내지르며 더 거세게 몸을 휘둘렀다. 하베트롯은 그것의 머리를 붙들고있는 팔에 힘을 줬으나 결국 못버티고 떨어져나갔지만 그녀의 외투는 그것의 머리에 묶인 채 그대로였다. 저거너트가 팔을 올려 자신의 눈을 가리고있는 천쪼가리를 벗겨내려 했지만 그렇게 되기 전, 기간테스의 반격이 시작되었다. 


정신 차릴 시간은 그들이 충분히 벌어다 줬다. 하베트롯이 만들어준 기회를 절대로 놓치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일어선 라붕이는 곧장 저거너트를 향해 손을 휘둘렀고, 그의 행동에 맞춰 기간테스의 강철 주먹이 저거너트의 몸통 정중앙에 정통으로 먹혀 들어갔다. 기간테스는 거기서 그치지 않고 힘을 실은 주먹을 계속해서 꽃았다. 철충도 완벽한 로봇은 되지 못하는지 이 예측못한 사태에 당황한 모양이었다. 장님이 된 채로 샌드백처럼 얻어터지니 가드 올릴 생각도, 안대를 벗을 생각도 못하고 휘청거리며 뒷걸음질 치는 것 밖에 할 수 없었다. 저거너트의 가슴팍이 눈에 띌 정도로 우그러질 즈음, 아예 거리를 벌릴 작정인지 뒤로 물러서는 속도가 빨라지려는 게 보였다. 


"잡았다, 이 자식!"


허나 놓치지 않을 새라 달려가서 저거너트의 양 팔을 붙잡은 기간테스는 그대로 한쪽 발을 들어올려 저거너트의 복부를 있는 힘껏 걷어찼다. 꽈지직,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저거너트는 균형을 잃고 뒤로 넘어져 땅에 등이 부딪혔다. 그 과정에서 저거너트의 머리에 묶여있던 하베트롯의 외투가 떨어졌지만 이제와선 상관없는 일이었다. 지금 기간테스의 손아귀엔 아직도 저거너트의 팔이 붙들려있다, 팔이 어깨에서 끊어진 채로 저거너트의 몸통만 나가떨어진 것이었다. 


본디 기간테스 기종이라면 다리가 팔보다 짧은 체형 탓에 발차기를 쓰는 전투방식은 생각도 못했을 터였으나 지금은 인간 탑승자가 조종하는 상태였기 때문에 가능한 발상이었다. 이 짧은 다리로 발차기는 못 쓸 줄 알았는데 고정시키니 어찌 되긴 하네. 라붕이가 그렇게 중얼거렸다.


조금전과는 입장이 정반대가 된 상황. 저거너트는 땅에 누워 꼼짝않고 있었다. 기간테스가 마무리를 짓기 위해 주먹을 쥔 채 팔을 뒤로 당기려던 차에, 저거너트의 가슴팍이 뾰족하게 비죽 솟아오르며 금이 간 게 보였다. 


"저건...?"



그 순간, 철충의 유충이 저거너트의 몸 안에서 장갑판을 찢고 쏜살같이 튀어나와 기간테스를 향해 제 몸을 던졌다. 일반적으론 철충은 숙주가 전투불능 상태가 되면 숙주를 버리고 도망치지만 이 유충은 달랐다. 유충 한 마리 뿐이더라도 충분히 인간을 죽일 능력이 된다, 이 유충도 그걸 알고선 숙주를 버리고 도망치는 대신 이 공격으로 기간테스에 더불어 그 안에 들어있는 인간까지 꿰뚫어 버릴 생각이었다. 


워낙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기간테스는, 정확히는 그 안의 라붕이는 미처 반응하지 못했었다. 하마터면 이 불의의 기습에 쇠꼬챙이가 될 뻔 했었으나 결과적으로 그 철충 유충이 기간테스의 몸에 닿을 일은 없었다. 



"컹!"


그것이 닿기 전에, 보리가 공중에서 프리즈비 낚아채듯이 냅다 점프해 철충 유충의 꼬리를 물고선 밑으로 끌어내렸다. 보리도 바이오로이드인 만큼 뇌파를 감지할 수가 있었다. 저거너트 내부에서 뇌파가 이동하는 걸 느끼고 이상한 낌새를 눈치챈 보리가 라붕이 대신 긴장의 끈을 놓치지 않았던 덕이었다.


"으르르르...!"


보리가 착지하면서 꼬리를 문 머리를 휘둘러 철충의 머리 부분을 바닥에 패대기쳤다. 이어서 머리를 좌우로 마구 휘젓자 철충이 물 밖으로 끌려나온 물고기마냥 펄떡거리며 마구 몸부림치더니 이내 보리의 입에서 꼬리를 빼내는 데 성공했다. 기습은 실패, 철충 유충은 이대로 기어서 도망치려 했으나-


콰지끈!!


-기간테스가 철충 유충을 발로 짓밟아버렸다. 발을 떼자 균열이 생긴 아스팔트 도로 위로 간신히 형체만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으깨진 유충의 잔해만이 남아있었다.


"얌전히 죽어있어! ...이제야 끝났네. 뭔 로봇판 체스트버스터도 아니고... 아참, 하베트롯!"


그녀의 용기있는 서포트 덕에 저거너트의 빈 틈을 만들 수 있었다. 문제는 그 뒤 하베트롯이 저거너트의 머리 높이에서 떨어졌고, 여태껏 교전중이었기에 미처 그녀를 챙길 수 없었다. 땅 위에 서있는 자들 중 철충이 남아있지 않은 지금이 되서야 아군을 살필 여유가 생겼다.


보리가 먼저 달려가 하베트롯이 있는 위치를 보여주자 기간테스도 자신이 박살내온 여러 철충 잔해를 지나치며 하베트롯이 있는 곳으로 빠르게 걸어갔다. 잠시 후, 적당한 곳에 등을 기댄 채 주저앉아 부어오른 다리를 문지르는 하베트롯 앞에 도착해 그녀와 눈이 마주치자 기간테스 등의 해치가 열리더니 안에서 라붕이가 몸을 끄집어내서 내려왔다. 기간테스의 해치에서 땅까지의 높이가 좀 됐기에 착지하고 나서 다리가 저렸지만 버틸 만 했다.


"아, 라붕님..."


"하베트롯, 괜찮은 거야? 어디 다쳤어?"


"아, 아뇨! 전 괜찮아요! 완전 쌩쌩해요!"


"하베트롯."


"...떨어지면서 다리를 다쳤어요. 걱정 끼쳐서 죄송해요..."


"그건 죄송할 일이 아니지. 그보다도, 일어설 수 있겠어?"


"아, 네... 문제 없습니다."


하베트롯이 무릎에 손을 짚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리를 움찔거리긴 했으나 크게 다친 건 아닌 모양이었다.


"하베트롯."


"괜찮아요, 이 정도 부상 쯤은..."


"고마워. 네가 같이 싸워준 덕에 이길 수 있었어. 그리고 보리도. 그리고 기간테스도. 너희 중 한 명이라도 없었다면 살아남지 못했을 거야."


라붕이가 말을 마치자 하베트롯이 대꾸하지 않고 잠시동안 눈을 꿈뻑거리더니 이내 눈물을 글썽거리기 시작했다.


"라... 라붕 오빠아..."


"...오빠?"


"아, 아뇨! 아닙니다! 시정하겠습니다!"


"...내가 분위기 깬 건가..."


하베트롯이 코를 쿨쩍이며 황급히 팔로 눈물을 훔쳤다. 저거너트를 해치운 걸 기점으로 한 숨 돌릴 수 있었지만 계속 여기 머무를 형편은 못됐었다. 라붕이 일행은 철충이 더 몰려오기 전에 원래 계획대로 오르카호 합류 지점으로 나아가려고 했었다. 헌데 이번엔 아까까지만 해도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던 보리가 또 짖기 시작하자 그들은 앞으로 내딛으려던 발을 멈추고 보리를 내려다보았다.


"컹! 컹!!"


"어라, 왜 그러니? 밥 먹을 시간이라서 그래?"


"위험. 다수의 비행형 철충 확인됨."


"뭐!?"


기간테스의 말에 라붕이와 하베트롯은 거의 동시에 보리가 노려보는 방향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들은 그제야 하늘 한 켠에 떠서 자신들을 주시하고 있는 철충 무리를 볼 수 있었다. 드론에 기생한 개체인 스카우터, 스팅어에 기생한 개체인 와습 등 전부 비행형 철충이었다.


"뭐야! 벌써 철충 지원군이 도착한 거야!?"


"아뇨, 아까 제가 쫓길 때부터 있었던 놈들이에요! 보병 분대만 상대하느라 잊고 있었어요...!"


"으르르르...!"


그러나 다 합쳐서 10대도 안되는 비행형 철충들은 저거너트를 포함한 보병 분대의 전멸 사실에 긴장한 건지 냅다 달려들지 않고 그들을 지켜보기만 했다. 그러기를 잠시, 스카우터 무리가 포구를 어딘가로 조준하더니 일제히 미사일을 발사했다. 라붕이 일행은 본능적으로 방어 태세를 취하려 했으나 그럴 필요도 없었는 게, 발사된 미사일은 그들에게 가까이 가지도 않았던 것이었다.


수많은 미사일이 라붕이 일행의 머리 위를 지나쳐 그들의 반대편에 있는 고층 빌딩의 중간 지점에 직격했다. 쿠구궁 하는 소리와 함께 폭발이 줄지어 일어나고 나서 연기가 걷히자 빌딩 외벽엔 마치 반으로 가르려 했던 것마냥 가로로 기다랗게 파괴된 흔적이 남았다.


자신들을 놔두고 애꿏은 건물에만 집중포격하는 이상행동에 라붕이 일행이 당황해하는 한편, 이번엔 와습 떼가 로켓 엔진에서 불을 뿜으며 발진해 빌딩의 미사일에 맞은 그 부분을 향해 날아가더니 그 송곳같은 충각으로 건물의 기둥을 있는대로 파괴하면서 그대로 건물을 꿰뚫고 반대쪽으로 날아 나왔다.


"저... 저 벌레새끼들이 설마...!"


라붕이 일행의 머리 위에서 잔해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작은 유리 파편이나 벽돌 조각 따위부터 각종 가구까지. 위로 고개를 치켜들자 가로로 반토막난 빌딩의 위쪽이 조금씩 기울어지면서 라붕이 일행 위에 그림자가 드리웠다. 거기서 멈추지 않고 쩌적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더 큰 잔해들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들의 바로 옆에있는 폐차도 건물에서 떨어져내린 부숴진 기둥 조각에 맞아 차 지붕이 콰직 찌그러졌다.


"으앗...!"


"자동모드 전환."


이어서 라붕이 바로 위에 커다란 건물 잔해가 떨어지자 기간테스가 잽싸게 팔을 들어올려 우산처럼 라붕이 머리를 가리며 잔해를 막아냈다. 지금 라붕이가 서있는 장소 뿐만 아니라, 기울어진 건물의 밑쪽은 수많은 낙하물이 떨어지고 땅바닥을 치면서 난리였다.


"하베트롯! 걸을 수 있겠어?"


"그, 그런 것 같아요...."


"뛸 수 있겠어!?"


"윽, 그게..."


"여기서 당장 벗어나야 해! 다들 뛰어! 당장!!"


하베트롯이 말을 얼버무리자 라붕이는 냅다 하베트롯의 팔을 자기 목에 두르면서 소리쳤다. 건물이 본격적으로 무너지면서 그 반토막난 위쪽이 그들 위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철충은 직접 싸우는 대신 건물을 붕괴시켜 라붕이 일행을 통째로 묻어버릴 작정이었다.




낙오병


탈영병


패잔병



그리고 민간인


전투원으로서는 하자가 있는 맴버들만 모인 예능팟이지만 힘을 합치면 뭐든 헤쳐나갈 수 있다! ...아마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