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음집) 두번째 인간은 요리사입니다. - 라스트오리진 채널 (arca.live)




이곳은 평화로운 오르카호의 급식실.


본래라면 이 시간대에는 배식을 끝낸 오르카호의 주방 담당들이 쉬고 있을 장소지만 오늘은 희한하게도 오르카호의 최고 문제아들이자 돌아이들인 앵거 오브 호드가 자리잡고 있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칸만이 식탁에 앉아서 토니오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워울프 씨...손 내리지 마세요.


나만 내린거 아니잖아. 그리고 주방에 좀 들어왔다고 손들고 있을 일은 아니잖아!


벌써 1시간 째인데...좀 내리게 해주면 안될까?


요리장님이 부탁하셨어요. 이번 기회에 버릇을 좀 고쳐달라고.


그녀들이 기억하는 토니오는 착하다 못해 호구같은...그러니까 정말 지나칠 정도로 친절한 사람이다보니 당연스럽게도 화를 내더라도 방금 전의 벽돌 비누 선에서 끝날 것이라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것이 토니오는 칸을 마주하자마자 마치 가면을 벗는 것마냥 화를 거두고는 다시 헤실거리는 평소의 모습으로 돌아왔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다른 대원들도 원래 그러던 것처럼 그와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려 했지만.


"케시크 양? 잠깐 귀좀..."


네?


칸과 이번 문제에 대해 둘이서 상의해야할 타이밍이 되자 그는 웃으면서 케시크에게 다가가 속삭이듯 그녀들에게 부과할 처벌을 알려주고 감시역을 부탁한 것이다.


난 진짜 억울해.....


억울하시면 나중에 요리장님한테 직접 말하세요.


요리장은 착한 사람인줄 알았는데...


우리 머리통에 식칼 박힐 뻔한거 잊었냐? 무슨 화를 폭탄 터지듯 내는거야?!


애초에 멋대로 주방에 들어와서 청결했던 장소를 어지럽힌건 저희잖아요......


칸과 감시역인 케시크를 제외한 다른 대원들은 '다시는 주방에 더러운 상태로 들어오지 않겠습니다' 라고 적힌 플랫을 든 채로 무릎을 꿇고 손을 들어올리고 있었다.


면목없네...


"아뇨! 왜 칸 소장님이 미안해하시는거에요!"


내 대원들은 내 부탁 때문에 여기온 거였으니...


사실상 내 잘못 아닌가. 미안하네. 요리장. 주방에서는 청결이 중요한걸 깜빡 잊어버렸군.


"그..그러니까....저 정말로 화 안났어요. 표정 푸세요. 칸소장님.....!?"


이렇게 말인가?


"으....으에에엑...."


하지만 어째서인지 칸과 대화하는 그는 상당히 머뭇거리고 있었다. 마치 좋아하는 사람을 눈앞에 둔 꼬마마냥 손가락을 베베꼬고 얼굴이 새빨개졌다. 그리고 몸에서는 원래부터 풍겨오던 달콤한 향기가 더더욱 거세져갔다. 


얼굴이 빨갛군..무슨 문제라도 있는가?


어디....(이마에 손을 올린다.) 열은 없는 것 같네만.


"흐어어어어어......아무 문제 없습니닷!!"


원래부터 작은 체구에 옛된 얼굴 탓에 건장하고 세련된 미남인 사령관과는 다른 의미로 미남인 그의 모습에 은근히 귀여운 상이라는 생각이든 칸은 그녀답지 않게 짓굳은 표정으로 다가가 머리에 손을 올리고 그의 반응을 지켜보기까지 했다.


역시 예상대로 놀란 강아지처럼 파들거리는 것이 꽉 껴안고 싶은 욕구를 자극했지만 그녀는 무례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잠시 멈추고는 다시 웃는 얼굴로 그를 마주봤다.


"흠흠!"


하지만 이러다가는 제대로 대화를 나누고 계획을 세우기는 커녕 자신이 기절하는 것으로 대화가 끝날 것이라 생각한 토니오는 헛기침을 하여 다시 정신을 붙잡고는 잠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르카호의 지휘관 개체중 유일하게 존경과 동경, 그리고...그리움을 느끼는 대상이 눈앞에 있다는 것은 기쁜 일이었지만 일단은 그녀의 부탁을 들어주기 위해 제대로 된 대화를 진행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마실 것좀 드릴까요?"


커피로 부탁하네.


"맡겨주세요."


그렇게 잠시 자리에서 일어나 주방으로 들어간 그는 솜씨 좋게 커피를 내렸고 은은하고 기분 좋은 향이 나는 커피를 들고 다시 돌아와 그녀에게 전해주고 맞은편에 자리잡았다.


"그보다 몇가지 물어보고 싶은게 있는데...괜찮으시죠?"


얼마든지.


"혹시 스카라비아 양이 갑작스럽게 칩거하기 시작한건가요?"


갑작스러운 일은 아니었네. 거의 매일 같이 방에서 지내는 대원이었으니까. 다만 전에는 대장인 내가 부르면 나왔었네. 그런데 이번에는 아무런 말도, 전조도 보이지 않은채 갑자기 방에서 나가고 싶지 않다며 문을 잠궈버린거지. 


내가 불러도 대답조차 없이 밖으로 나올 생각을 하지 않고 있네.


"혹시 평소에도 모든 일을 귀찮아하거나 게으름을 피우지는 않았나요?"


확실히...스카라비아가 평소에도 대부분의 일을 귀찮아하긴 했지. 귀찮다는 이유로 옷도 제대로 입고 다니지를 않았으니까.


"옷도 제대로 안 입을 정도면 정말 심각한건데......아무리 생각해도 그냥 귀찮음이 도진거라고 생각되는데요?"


그럴지도 모른지만 그녀는 아무리 귀찮아하더라도 우리들과 같이 식사하고자 나올 정도의 열의는 가진 대원이었네.


적어도 하루에 한번씩은 다같이 모여서 이야기라도 나누자는 취지에서 내가 부탁했었거든.


함께 식탁에 앉아서 밥을 먹으며 오늘 하루는 어떻게 보냈는지...특별한 일은 없었는지. 이야기를 나누고 즐거운 일이 있었다면 함께 웃고 힘든 일이 있었다면 그 짐을 덜어주자는 이유에서 말이야.


칸의 말이 끝나자 토니오는 눈을 감고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이내 얉은 미소를 보이며 칸을 향해 말했다. 


"역시는 역시네요. 칸 소장님다운 대답이라고 할까요?"


칭찬해줘서 고맙네. 하지만 아마 내가 아닌 다른 이들에게 물었어도 답은 같았을거야.


그게 바로 가족이니까.


멋진 것을 좋아하고 로망이라는 것을 추구하지만 그럼에도 뛰어난 워울프, 스릴과 도박을 좋아하지만 그럼에도 실수는 없는 샐러맨더, 언제나 믿음식스러운 부관인 탈론페더, 매번 문제아 대원들을 통솔하느라 고생하던 퀵 카멜, 트리거 해피 기질이 있지만 아군을 위해 자제할 줄은 아는 하이에나, 아직은 미숙하지만 언젠가는 자신과 같은 늑대가 될 케시크, 그리고...지금은 아픈 손가락이지만 팀을 위해서라면 귀찮음도 버리던 스카라비아까지.


전부 자신의 소중한 가족들이라며 웃는 칸의 모습에 토니오는 잠깐 표정이 어두워졌다가 다시 돌아왔다. 고작 0.1초 이내였던 순간적인 표정 변화였지만 오랜 시간의 전투를 통해 단련되어있는 칸의 감각은 그 순간의 표정 변화마저 감지했다.


요리장. 방금 그 표정은....


"네? 갑자기 왜 그러시나요?"


아니...아무것도 아니네.


방금전 봤던 그 표정이 허상이라는 듯이 다시 헤실거리는 미소를 보이는 그의 모습에 자신이 잠시 헛것을 본 것이라 일축했다. 그러는 와중에도 토니오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역시 칸 소장님이시네요. 정말 오랜만에 다른 분들이 부럽게 느껴져요...이렇게나 자신들을 아껴주는 사람이 있다는건 정말로 기쁜 일이니까요."


칭찬 고맙네.


그 후에도 계속 대화를 진행하던 와중에 토니오는 마침내 떠오른 것이 있다는 듯이 칸을 향해 장난스럽게 물었다.


"그럼 여기서 퀴즈~! 칸 소장님이 이렇게 걱정해주시는데 왜 스카라비아 양은 방에서 나오지를 않을까요~?"


이런...잘 모르겠군. 아니. 애초에 내가 물었던 것 아니었나? 요리장이 남에게 무언가를 떠넘기는 사람은 아니리라 생각했는데. 내 생각이 틀렸었나? (그를 향해 웃는 얼굴로 고개를 들이밀면서)


괜시리 장난을 걸었다가 하드 카운팅을 당한 탓에 얼굴이 새빨개진 토니오는 놀라서 고개를 뒤로 빼며 빠르게 말했다.


"무무무무무무무무무슌 짓입니깍!??! 아...아니! 이건 그냥 장난이었어요!"


나도 장난이었네.


"후흡....후.......이거 되로 주고 말로 받았네요...그보다 전 지금 생각난게 있어요. 스카라비아 양이 왜 밖으로 나오지를 않는지에 대해서 말이죠."


그게 뭔가?


"힌트를 드리자면 계절이겠네요."


계절..? 지금은 여름이네만.............


아. 혹시 내가 생각하는 그건가?


그의 힌트를 들은 칸은 잠시 고민하더니 그녀도 떠오른게 있다는 듯이 물었고 토니오는 어깨를 으쓱거리며 함께 말해보자는 듯이 마찬가지로 입을 살짝 열었다.


더위 떄문이군.

"더위 먹은거에요."


그래, 아무리 생각해도 답은 이거다.


생각해봐라. 방문 앞에 부대 내에서 모두에게 존경받는. 그리고 자신도 존경하는 사람이 와서 같이 밥이라도 한끼 먹자는데 사지가 멀쩡하면 아무리 귀찮아도 나오기 마련이다.


그런데 만약 귀찮음이 더 심해지고 기력까지 떨어지는 일이 더해진다면? 몸을 일으키기는 커녕 생각하기도 힘든 상태가 될꺼다. 


나도 예전에 처음 주방에서 일을 시작했을 때. 오랜시간동안 요리를 하다가 불을 너무 오랫동안 맞은 탓에 더위 먹은채로 쓰러진 적이 있었는데 그때는 진짜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도 힘들고 머리도 잘 돌아가지 않아 멍한 상태로 누워있어야만 했다. 


거기에 몸은 열이 올라 땀이 과하게 나면 수분의 과한 손실을 막고자 신체의 소화능력을 떨어뜨려 소화불량까지 일으킨다.


그리고 지금 계절은 여름이고 오르카호는 바다 속에서 순항 중인 것이 아니라 조그마한 섬에 정박 중이다. 그러니 잠수함이라는 특성 탓에 열고 닫는 것이 가능한 창문 하나 없는 오르카호 내에서는 가끔 열사병에 걸려 실려오는 환자들이 발생했다.


"만약 스카라비아 양이 방에서 문을 꼭 닫은채로 있었다면 그 안은 만두 찔때의 찜통과도 같은 상태가 되어 그녀를 잘 쪄버렸을거에요."


일리있는 말이나. 내가 기억하기로 스카라비아의 방에는 에어컨이 설치되어있는 걸로 안다.


"그럼 그게 망가졌거나 사정이 있어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죠. 이거 외에는 솔직히 생각나는게 없네요."


음......그런가?


내 설명에 칸도 잠깐 고민하더니 납득 되었다는 표정이 되었다. 아무래도 여름에 더운 방의 문을 꼭 닫은채로 지내는 사람이 걸릴만한 병으로는 열사병 정도가 다 일테니까.


"그럼 정해졌네요. 스카라비아 양이 방문 밖으로 나오게 할만큼 맛있는 음식을 준비하되. 그 요리들은 보양식 계열에서 준비하면 되겠어요."


그러면 되겠군. 아무래도 우린 평상시에도 엄페물이 적은 평지에서 속도전으로 싸우다보니 대다수가 과한 햇빛에 노출될 떄가 많거든. 다른 이들도 몸의 건강을 좀 신경써야 할테니까.


"그럼 칸 소장님은 따로 원하시는 보양식이 있으신가요?"


아무래도 난 요리와는 거리가 멀다보니. 잘 모르겠군. 요리장의 선택에 맡기지. 언제나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았으니까.


"걱정 붙들어 매세요!"


그런데 말이네. 혹시 괜찮다면 어떤 종류의 음식들을 후보에 두고 있는지 좀 알려주겠나? 


"아! 기본 베이스는 아시아 쪽의 한국이라는 나라로 할려고요. 전에 제 친구였던 애가 한국 출신이었는데 여름만 되면 같이 먹자면서 가져오던 음식이 있거든요."


친구와 함께 먹었던 음식이라. 기대되는군.


"말보다는 그림으로 설명해드리는게 빠르겠죠!"


칸의 말에 빠르게 주방 안으로 들어간 그는 품안에 가득 담길 정도로 두꺼운 책을 들고와 식탁에 펼쳤다.


"먼저 삼계탕이에요!"

닭과 함께 인삼, 대추, 밤, 황기 등을 끓여서 만든 음식으로 보양식의 대표격 음식이죠. 닭고기는 거의 대부분이 단백질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 단백질이 몸의 면역력을 높이는 작용을 도와주죠. 그 외에도 인삼은 원기 회복, 혈액 순환, 면역력 증가, 암 예방에 효과적이에요.


우린 바이오로이드다 보니 쉽게 병에 걸리지는 않지만...그래도 힘이 난다면 좋겠군. 내 대원들도 고기라면 다 좋아해서 말이야.


"어쩐지 매번 채소 요리가 남더라구요."


편식은 절대로 안 고치더군.


"그건 일단 나중에 신경쓰는걸로 하고. 두번째는 장어에요."


장어는 고단백 저 칼로리로 인체에 유익한 성분을 많이 포함하고 있죠. 기력이 약한 사람한테 특히 좋고.........그...정력에도 좋아요...

그외에는 인삼과 마찬가지로 기력 상승, 혈액 순환, 소화 촉진, 피부 미용, 면역력 강화 등의 효과가 있죠.


이게 저번에 레오나 소장이 사령관과 함께 먹었다는 음식이군. 소화 촉진이나 기력 상승 효과도 있다면 스카라비아에게 필요하겠어. 내가 기억하기로 열사병은 소화불량도 함께 따라오니까.


그런데....정력 부분은.....


"그그그그그그그그그그그그그그그그게 말이죠오오오오........"


남자에게 좋은 부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잠깐 주춤거리는 두 남녀. 정력 이야기가 나오자 마자. 순식간에 머릿속에서 어른들의 놀이가 떠오른 탓에 총각과 처녀인 둘은 부끄러움에 얼굴을 붉히고 있었다. 


물론 그 부끄러움에는 상상속의 자신의 상대가 바로 눈앞의 대상이라는 점도 한몫했다. 아쉽게도 두사람은 서로의 생각을 알지 못했지만 말이다.


그런 갑작스러운 분위기 변화에 방금전까지 손을 든채로 벌을 서고 있던 호드의 대원들은 머릿속에서 떠오른 생각에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아무리 봐도...'그거'지?


청춘이네..우리 대장님이랑 요리장은 말이지...


솔직히 남편감으로 요리장님 정도면 괜찮지. 키는 좀 작아도 귀엽고 애교 많고 집안일 잘하고 똑 부러진 사람이니까.


나...남편감.....


뭐, 남편감이 될지 안될지는 칸 대장님이 결정하실 일이고~그보다 요리장이 저런 모습을 보이는건 또 오랜만이네.


평소에는 눈앞에 총이 겨누어져도 멀쩡히 웃으며 말하던 사람이니까.


그러게 말이야. 눈앞에 저격총이 겨누어졌을 때도 실실 웃었던 사람인데...아무래도 우리 꼬맹이 요리장한테 사랑은 너무 일렀던걸라나?


10대 소녀들이 인기인들의 커플링을 연성하며 킥킥거니는 것처럼 두 사람을 주제로 대화를 나누던 와중에 워울프와 샐러맨더는 갑작스래 생각난 것이 있어 서로를 바라보며 씩 웃었다.


잠깐만요! 요리장님한테 총을 겨눴다고요?! 도대체 누가요!?


아~넌 그떄 없었지? 그러니까 말이야...이게 어떻게 된거냐면.


엄청~예전 일이야. 우리 요리장님이 막 오르카호에 탑승했을 때의 일이었지.


그러던 와중에 그녀들이 지금 하는 이야기를 처음 들어본 케시크는 그게 뭔데 씹덕들아. 라는 듯한 반응을 보였고 어느새 손을 내린 워울프는 자리에 털석 주저 앉고는 옛날 이야기를 하는 할머니처럼 말을 이어갔다.


요리장이 처음으로 오르카호에 합류했을 때는 당연스럽게도 그를 경계하는 시선이 많았어. 전에 공개 계시판에 올라왔던 한 글 떄문이었지.


고작 글 떄문에 사람의 머리에 총을 겨눴다고요?!


그 글의 주제가 사령관을 배신한 오르카호 였거든. 그것도 두번째로 발견된 인간에 홀려서 말이지. 


그때의 멍청이들은 글 속의 자신들의 모습을 현실과 투영하면서 자신은 사령관에게 충성했으니 착한 바이오로이드들이고 너희는 배신했으니 나쁜 놈들이다...이런 식으로 나누는 풍조가 있었어.


그렇다보니 알게모르게 자칭 충성파들과 타칭 반란파들끼리의 알력 다툼이 있었어. 그게 심화되서 대장급들끼리 다투기까지 했고 말이야.


내 기억상 충성파 대장이 칸 대장님이랑 레오나 소장님, 그리고 무적의 용 중장님 정도였지? 


그녀의 말대로 사령관이 과거에 썼던 한 소설로 인해 시작되었던 오르카호의 내부 다툼. 원래부터 감수성이 풍부했던 바이오로이드들은 그 이야기 속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바라보며 현 사령관, 그러니까 소설 속의 전 사령관에게 박한 대우를 하는 바이오로이드들을 배신자라 부르기 시작했고.


소설 속에서 조차 사령관을 따랐다는 생각에 기세 등등해진 리리스가 몇몇 바이오로이드들을 쿡쿡 찌르면서 그 다툼은 심해졌다. 그리고 그 다툼은 중간에 한 부대의 지휘관들 중 충성파였던 블러디팬서와 반란파였던 아스널이 서로 주먹다짐을 하면서 더 격화되었다.


그런 와중에 두번째 인간이 갑작스래 등장하여 소설 속의 이야기와 현실의 이야기가 같아질 기미가 보이자 소설 속 반란파들은 충성을 증명해야한다는 강박감에 그를 상당히 경계했었다.


물론 저 생불 요리장님은 그런 와중에도 대화로 풀어보겠다며 우리들에게 다가왔지. 물론 우리의 경우에는 소설 속에서도 충성파였고 애초에 그런건 별로 신경쓰지도 않고 있어서 꽤 잘 지냈지. 


맛있는 것도 많이 해주고 귀여운 얼굴로 웃고다니는 사람한테 침을 뱉을 만큼 냉정한 인물은 없으니까.


물론 침이 아니라 총을 쏘려한 미친년들은 있었고 말이야.


그래. 그가 밝은 태도로 그녀들을 대하는 것과 그녀들이 우호적인 태도로 그를 대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였다. 오히려 사람들을 웃으면서 대하는 그의 모습을 오르카호의 바이오로이드들을 포섭하려하는 행동이라 판단한 몇몇 이들은 오히려 그런 태도를 문제삼았고 일이 터져버렸다.


스틸라인의 피닉스....그 년이 마리 소장이랑 대화를 나누고 싶다며 다가온 그를 보고는 대놓고 틱틱 거리는 태도를 보이다가..


"전 그저 오해를 풀고 싶을 뿐이에요. 그러려고 둘이서 대화를 나누고 싶을 뿐이고요."


요리장이 그런 말을 하자마자 대장급들부터 포섭하려는 거냐면서 눈쪽에 총을 겨누더라.


....그게 무슨.....


어처구니 없지? 


근데, 원래 현실이 제일 어처구니 없어. 어쨌든 그런 일이 터졌음에도 그는 눈앞의 총이 안 보이는건지 계속 예의 바른 태도를 유지하며 대화를 시도했고 점점 그 년의 손가락이 방아쇠로 다가가던 상황에...


사령관이 개입해서 막아준 탓에 불상사가 터지지는 않았어.


그때 난생처음으로 오르카호의 바이오로이드에게 삿대질과 함께 고성을 토해내는 사령관을 봤다면서 샐러맨더가 말을 끝냈다.


그런 일을 겪고도....요리장님은 웃으면서 다니시는건가요?


그런 셈이지. 찡그리거나 우는 표정은 자기한테 안 어울린다고 하더라고.


자기가 작정하고 무서운 표정을 지으면 너무 무서워서 그렇다고도 하는데....


솔직히 믿기는 힘들지. 매번 그렇게 하하 웃고 다니던 사람이니까 더더욱. 그래서 지금 저런 부끄러워하는 표정도 안 어울린다고 생각한거고.


캬하하하핫! 안 어울리긴 하네! 표정도 그렇고 저런 꼬맹이랑 대장님이 연애를 한다는 말도 그렇고!


목소리 좀 낮춰! 들킬라.


그리고 내가 기억하는게 맞다면 너희 요리장님한테 꼬맹이라 하기는 힘들껄?


왜? 아무리 봐도 어린애처럼 생겼는데?


요리장님 올해로 117세시거든?


저 얼굴로?!


완전 쩌는구만...나중에 피부 관리법이라도 배워야지.


저런게 나이 사기라는건가?


그렇게 한창 요리장을 주제로 한 다채로운 대화를 나누던 가운데 요리장의 실재 나이가 공개되자 폭소를 터트리는 단원들이었다. 그런데 그러는 와중에도 혼자 조용한 한 사람이 있었다.


..........................


어...탈론페더 씨...?


ㅎ........


애가 왠일로 조용하네? 대장님이랑 관련된 이야기인데.


평상시에는 칸의 ㅋ만 나와도 발광하며 말하던 사람이 갑작스래 쥐죽은듯 조용한 상태를 유지하자 그녀들은 애가 왠일로 이런데 라는 듯한 시선으로 그녀를 쳐다봤지만....


칸대장님이쪼끄만요리장님이랑서로러브러브하면서이야기를나누고결국에는침대까지가서서로의귓가에사랑한다고속삭이면서순애섹스하는영상을만들고싶은기분이이이이이!!!아니면쇼타요리장님을칸대장이들박하는것도오오오오오오오!!!


이런 ㅅㅂ! 발정하는 중이라서 조용했던거야?! 


에라이 미친년.


안타깝게도 그녀는 평소와 전혀 다를바 없는 탈론페더였다.


헤헤헤헤헤헤헤헤헤헤헤헿! 섹스! 결코 다시 섹스!!!


................?


케시크 듣잖아. 이 미친뇬아!!!


그런 탈론 페더의 발정은 워울프가 권총으로 그녀의 머리를 때려 기절시키는 것으로 간신히 끝났고 쓰러진 그녀를 보며 한숨을 내쉬뿐인 그들이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그녀들의 대장인 칸에게는 그런 추태가 들리지 않았다는 것과.


"그리고 다음은~"



(흐뭇)....................


그녀는 자신의 앞에서 재롱을 부리듯 열심히 여름 보양식들을 소개중인 그의 모습에 손자를 보는 할머니 같은 흐뭇한 미소를 보이고 있었다.


물론 나이로 따지면 둘다 할아버지 할머니였지만 말이다.







.....................


"죽고 싶어요?"


취소. 청년과 숙녀라고 정정하겠다. 그러니 살려줘. 아니 살려주세요. ㅅㅂ. 수정까지 했잖아!!!








다음편은......아이디어가 떠오르는대로 돌아오겠습니다. 요즘 고민할게 많아서 필력도 떨어지고 내용도 중구난방이라...읽으시는데 고역이셨겠네요. 미리 죄송하겠다고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이런 볼품없고 재미없는 글도 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