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깊어져만 가는 밤. 산골짜기에 위치한 무명의 포병부대 생활관에서는 두 남성의 목소리가 울려퍼지고 있었다.


"야 민식아 너 내일이면 전역이라고 하던데 맞냐?"


에! 드디어 내일이면 전역이지 말임다.


"그러냐? 이야 시간 참 빠르다야. 니가 병장달고 내가 하사 되볼 생각 없냐고 제안하던게 아직 어제같은데."


오늘도 변함없이 평화로운 생활관에 털석 누운 채로 이제 내일이면 이 지긋지긋한 군대와 영원히 작별하는...아 예비군 있으니 영원히 작별은 아니구나. 


어쨌든 일단은 내일이면 군대와 잠깐동안 작별인 말년 병장 민식은 바닥에 누운채로 반강제적으로 말뚝을 박은 선임인 이불 중사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저도 시간이 참 빠르다고 느끼지 말임다. 중사님이 저보고 임관좀 하자면서 보채던게 고작 2달 전인데 벌써 전역이라니.


그의 말대로 정말 지금까지 오는데 많은 일이 있었다. 왠 폐급 새끼가 탄피를 분실해서 사격장을 쥐잡든 뒤지지 않나. 군 비품이 빵꾸가나서 부식 없는 식사를 하지 않나. 이 미친 선임놈이 훈련할 떄. 돌격 구호로 어벤져스! 이 지랄을 하는 탓에 부끄러워서 얼굴도 못 들고 다니지 않나.


다사다난하고 때로는 진심으로 좆같았던 일도 있었지만 이제와서 돌이켜보면 그것도 다시는 겪기 싫지만 또 생각해보면 재미있는 추억들중 하나가 되었다. 


"그러니까 말이다.....그보다 너 진짜로 임관해볼 생각은 없냐? 내가 잘 챙겨줄게. 응?"


그렇다보니 같이 존나 재밌는 군생활을 보내온 그는 자신의 후임을 보내기가 싫어서 무려 임관이라는 카드를 꺼내봤으나.


하하 ㅈ까시지 말임다.


"이 새키 내일이면 전역이라고 선임을 좆으로 보냐... 뭐...됐다. 그냥 잘 자고 내일 잘 가라."


그가 웃는 얼굴로 좆을 까라고 하는 탓에 진짜로 깐 다음에 끌고 갈까 하다가 됬다며 헛웃음만 푹 내쉰 뒤 그를 뒤로 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사회에서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대학교도 잘 졸업해서 멋지게 살아봐라. 괜히 나처럼 사고치고 들어와서 말뚝 박지 말고."


걱정 붙들어 메시지 말임다. 대학도 잘 합격했고 사고친 적도 없지 말임다.


"그래 그래. 너같은 녀석이 사고치고 들어왔을리가 없긴 하지 뭐...."


얼른 내일이 와서 순이도 만나봐야하지 말임다. 저 기다리느라 속이 타들어갔을거 같단 말임다.


"순이?"


이순 이라고 제가 고등학교 때부터 사귄 여친이지 말임....


"야 제 잡아. 내가 오늘 제 임관시키고 만다."


왜 그러심까?!


"야이 새끼야! 여기있는 애들은 다 솔로라고!! 민수. 제는 며칠 전에 여친이 고무신 거꾸로 신었고!"


아.


"기만의 대가를 임관으로 치뤄라!! 수 병장!!!"


ㅈ됐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악!


그러던 와중에 알게 모르게 기만질을 해버린 그를 향해 선임부터 후임까지 누구하나 가릴 것 없이 그를 향해 달려들어 전역빵을 날리며 시간을 보냈고 대략 30분 정도가 지나자 그가 기다리고 기다리던 시간이 찾아왔다.


-전체 소등!


좋았으! 이제 금방이다!


이제 이 눈을 감았다 뜨기만 하면 기다리고 기다리던 날이 찾아온다는 점에 그는 기뻐하며 몸을 메트리스를 향해 던졌고 금방 꺼진 불을 바라보며 기쁘게 두눈을 꼭 감았다.


이제 금방 그립고 그립던 부모님과 오랜 시간동안 사귀어온 여자 친구를 만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에 차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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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여기서 좋은 것(괜찮은 대학, 여자친구)만 있는 나지만 좀 푸념을 해보고자 한다.


일단 푸념을 시작하기 전에 서론부터 시작하자면 내가 라스트오리진을 정말 좋아한다는 것이다.


처음 라스트오리진이 서비스한 때부터 함께해왔고 휴식시간에는 오직 그 라오만을 플레이할 정도로 라오를 좋아했었다.


남들이 망해간다고 손가락질하고 공카가 불타오르더라도 나는 잠깐 공백기를 가질뿐 삭제하거나 그러지는 않았다.


하지만 만약 내가 다른 흔하디 흔한 이세계물처럼 그 세상에 들어가고 싶냐고 질문을 받는다면 나는 백이면 백, 천이면 천 이렇게 답할 것이다. NO! 라고 말이다.


응? 라붕이인 내가 왜 그런 대답을 내놓냐고? 좋아하는 게임 안에 들어가는건 좋은일 아니냐고? 그건 다른 평범한 게임들에서나 그런거고 이건 좀 경우가 다르다.


일단 가장 먼저 걱정되는 것은 라오 세계관에서는 인간들이 멸종된 상태라는 것이다...아니 딱 한명 남았으니 멸종은 아닌가....뭐 어쨌든 하나하나가 상대하기 어려운 철의 괴물들, 그것들이 사람같은 유기체들을 죽이는 세상이다.


철충들의 뇌파가 인간과 같다느니, 우리가 쓰러뜨린 별의 아이가 사실 아직 아성체라느니 하는 떡밥들이 있기는 하지만...그건 뒤로 미뤄두고 그냥 괴물들이 목을 노리는 세상이라는 점이 싫은 것이다. 


그래도 인간으로써 주인공 세력에게 발견되면 보호받을 수 있을지도 모르나. 가끔씩 라오 관련 사이트에서 읽던 후회물을 생각하면 그것도 아닌 것으로 보였다.


그런데 내가 갑자기 왜 이런 푸념을 늘어놓는 것이냐고?


이제 대충 알때도 되지 않았나?


그래...라스트오리진 세상에 전생해왔다.


게다가.....


뎃....? 내...내 얼굴이.....왜 이런거지? 


내가 미소녀가 됬다..그런 말인가?


아직 몇번 못 써본 내 가운뎃다리가!!!! 내가..내가 여자라니!!!!


그리고 분명히 바이오로이드라면.....내 소속이 그 폐급 장병들이 가득한 그 부대라면......아아...아아아아아....


인간이 아니라 바이오로이드다. 라스트오리진 세상에서 만들어진 인조 인간들이자 철충과의 전장에서 주력으로 활동하는....군인같은 존재 말이다. 그리고 분명히 내 기억이 맞다면 나같은 알보병 바이오로이드들이 전역하는 날은....도대체 언제 끝날지 모르는 이 전쟁이 끝나는 떄다.


...................내가.....다시 군바리가 됬다...그 말인가..?


내가...내가 군인이라니...내가....아아악....


니들이 생각해도 이건좀 아니지 않냐? 내일이면 전역이었는데!! 이제 눈만 감았다 뜨면 집이었는데!! 갑자기 이렇게 되는게 말이 되냐고!!!


내가 욕 좀 줄이면서 살아가려고 했는데 이건 꼭 말해야겠다!


이건 개 억까야 이런 ㅅㅂ!!!!


나 내일이면 전역이었다고!!!! 왜 기한없는 군복무로 넘어가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