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령관님. 발키리입니다. 급히 전해드려야할 일이 있습니다”
 “급한 일? 무슨 일이야?”
 "살아있는 인간을 발견했습니다"
 "음?"

 사령관실에서 느긋하게 커피를 마시며 오르카호의 상태보고서를 보고 있던 사령관은 갑작스럽게 들려온 무전소식에 잠시 정신이 멍해졌다. 이내 들려온 소식을 천천히 생각해보더니 자신이 들은 것이 맞나싶어 살짝 떨리는 목소리로 다시 되물었다.

 “잠깐…뭐라고?”
 “살아있는 인간을 발견했습니다. 나무에 기대어 앉아있는 형태로 발견했는데 기절을 했는지 상태를 확인하는 동안 접촉에 대한 반응은 있지만 의식을 되찾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발키리의 보고에 사령관은 또 다시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사령관은 레모네이드 시리즈들을 만나고 별의 아이도 만나는 등의 여러가지 사건을 겪는 긴 기간동안 자신 이외에 다른 인간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버리고 있었다. 있어도 지하나 숨겨진 시설에서 발견 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오르카호가 잠시 정박하고 있는 사이 잠시 산책 겸 정찰을 다녀오겠다는 발키리가 발견하다니. 사령관은 사태의 중요성을 생각하고 즉시 발키리에게 지시했다.

 “발키리. 그 사람의 상태나 용모는?”
 “생명에 지장은 없는 것 같습니다. 휩노스병 증상도 보이지 않고 신체적으론 건강한 상태로 보입니다. 나이는 중년의 남성으로 보입니다. 옷은 푸른 계열의 코트를 입고 있습니다만…”
 “? 이상한게 있어?"
 “옷들의 상태가 상당히 깨끗하고 멀쩡합니다. 흔집이나 먼지가 거의 없고 마치 꺼내 입은지 3시간도 안된 느낌입니다”

 발키리의 대답에 사령관은 묘한 위압감을 느꼈다. 옷이 깨끗하다? 사람이 숲속에 기절해 있는 경우는 멸망 전 세계라도 흔치 않을 것이다. 적어도 굴렀거나 어딘가 흔집이 있어야할 것이거늘 그런 것이 없다는 것은 이상하다. 점점 사태가 이상해지는 것을 느낀 사령관은 재빨리 판단했다.

 “발키리는 일단 그 자리에서 대기. 금방 후송병력을 보내줄테니 병력들이 도착하기 전까지 그 사람을 잘 지켜줘. 복귀하기 전까진 내 명령 이외에는 다른 명령을 들을 필요없고 정신을 차리면 간단하게 이야기해서 누군지 정도만 알아보고 난 지금부터 지휘관들을 호출해서 회의를 할테니 복귀하면 보고부탁할게”
 “알겠습니다”

 발키리의 대답을 확인하고 무전이 끊어진 것을 확인한 사령관은 즉시 긴급 지휘관호출 버튼을 눌렀다. 새로운 중년의 인간이 나타났다. 아마 멸망전 사람이 분명할 것이고 발견된 형태도 매우 특이하다. 앞으로 일어날 회의는 지금까지 있었던 그 어떤 회의보다 격렬할 것이라고 사령관은 확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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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람에 나무들이 흔들리며 소리를 낸다. 방금 전까지 그 소리를 들으며 길을 걷던 발키리가 듣기에 매우 차분해지는 소리였으나 지금은 매우 어수선하고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소리로 들렸다. 그 이유는 자신의 눈 앞에 있는 이 남자때문일 것이다. 이 남자는 얼핏 보기에도 덩치가 매우 커보였다. 머리색은 금발에 피부는 중동계열의 색을 띄고 있다. 안경을 쓰고 있으며 푸른 색코트와 흰 장갑까지 끼고 있는 매우 독특한 모습이었다. 발키리는 일단 정확한 신원을 파악하기 위해 그의 소지품을 보려고 그에게 다가갔다.

 “으음…”
 “!”

 그때였다. 소집품 찾아보기 위해 다가간 순간 신음소리와 함께 조금씩 그 남자는 눈을 떴다.

 “정신이 드십니까”

 그가 정신을 차림과 동시에 발키리는 거리를 벌렸다. 정신을 차리고 무슨 난동을 부릴지 모르기에 일단 거리를 두고 상태를 보려는 것이었다.

 “여기는….”
 “이곳은 어느 섬의 숲 속입니다. 괜찮으십니까?”

 남자는 어지러운듯 한 손으로 머리를 잡고 등지고 있던 나무를 기대며 천천히 일어났다.

 “네. 일단은 괜찮은것 같군요.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행이라면 다행인지 그의 행동은 비교적 신사적이었다. 발키리는 일단 안심해도 된다고 생각했다.

 "갑작스럽지만 질문드리겠습니다"
 "무슨 질문이십니까"
 "이름이 어떻게 되십니까"
 “이름 말입니까….”

 이름이 뭐냐는 발키리의 질문에 남자는 안경을 고쳐쓰며 고개를 살짝 숙이고 잠시 생각에 잠기듯 눈을 반쯤 감고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잠시 후 남자는 고개를 들고선 안타깝다는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죄송합니다. 이름은 생각은 안나는군요. 머리가 어지러운걸 보니 머리를 다쳐서 기억이 좀 잊은 듯 합니다”

 남자는 자신의 상태를 파악하곤 이름이 기억이 안난다며 미안함을 표했다. 

 “아닙니다. 기억을 잃으셨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죠”

 그의 사과에 발키리는 살짝 웃으며 괜찮다 이야기했다. 허나 여전히 그에게선 기묘함이 느껴지기에 방심을 하진 않았다.

 ‘기억이 안나는것 치고는 매우 침착하군. 목소리도 차분하고 자기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어. 게다가 머리를 다쳤다고 이야기하지만 그의 옷에선 싸움의 흔적도 보이지 않아. 경계해야겠군’

 “그럼 기억나는 것은 있습니까? 직업이라거나”
 “직업말입니까? 음…”

 직업이라는 말에 그 남자는 턱에 손을 짚고는 또 다시 생각에 잠겼다. 이는 발키리가 보기에는 마치 변명을 생각하는 것처럼 보였다. 변명을 생각하는 것이라면 이것 또한 기억이 안난다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 사람은 위험한 사람일 것이라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

 “다행인지 그건 기억나는군요”

그러나 이번에는 살짝 웃는 표정을 지으며 기억이 난다 답했다.

 “기억나셨습니까?”

 기억이 난다는 말에 발키리는 살짝 당황했다. 분명 이번에도 기억이 안난다는 말을 할 줄 알았다. 기억이 났냐고 다시 묻는 발키리에게 남자는 옷을 정돈하곤 품 속에서 책 한권을 꺼내 보여주며 입을 열었다.

 “네. 저는 신부였습니다”
 “신..부?”
 “맞습니다. 성당에서 일하는  그 선부입니다”

 자신이 생각했던 직업들과는 다른 매우 이색적인 대답에 발키리는 혼란스러웠다. 그러나 다시 그 남자의 복장을 보고는 이해가갔다. 흰장갑이며 코트를 보면 신부들이 입을만한 복장이었다. 그럼 코트는 신부복장일 것이고 손에 든 저 책은 성서일 것이다.

 “그럼…신부님이라고 부르면 되겠습니까?”
 “그러시죠. 이름도 모를 상황에서 저를 부르시려면 힘드시테니. 그럼 저는 아가씨를 어떻게 불러드리면 되겠습니까?”
 “아, 제가 처음에 이름을 알려드리지않았군요. 죄송합니다. 저는 발키리라고 불러주시면 됩니다”
 “발…키리라….독특한 이름이시군요”

 발키리라는 이름을 듣자 그 남자에게서 묘한 기운이 났지만 이내 사라지곤 다시 웃음을 지었다.

 “그럼 이번엔 제가 질문드려도 되겠습니까?”
 “제가 답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라면 대답해드리겠습니다”
 “지금 제가 처한 상황에 대해서 알려주실 수 있습니까”

 신부는 사뭇 진지한 목소리로 발키리에게 질문을 던졌다. 신부의 눈은 매우 진지했고 고요했기에 발키리는 잠시 그를 응시하곤 입을 열었다. 

 “그러죠…라고 말하고 싶지만 일단 잠시 미뤄둬야겠군요”
 “?”

 발키리의 대답에 얼굴에 의문이 피어난 신부에게 발키리는 조용히 손으로 하늘을 가리켰다. 발키리가 가리킨 하늘을 신부는 천천히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하늘에서 엔진소리가 들리더니 이내 사람의 형체가 보였다.

 “저건…”
 “저희를 데리러온 아군입니다. 자세한건 저희가 도착한 장소에서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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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거 대혼란이네'

 지휘관들과 아르망, 알파까지 소집하고 모두 모인 장소에서 사령관은 두번째 인간이 발견됐다는 이야기를 꺼내자 그야말로 충격과 혼돈으로 가득차버린 회의장을 보곤 사령관은 남몰래 한숨을 쉬었다.

 "그만!"

 아무리 충격적인 이야기라지만 이렇게 소란스러워선 이야기는 진행되지 않는다. 사령관은 크게 박수를 치며 다른 이들의 주목을 모은 뒤 입을 열었다.

 "일단 충격적인 이야기인건 알아. 갑작스럽게 이렇게 밝힐 이야기가 아니란 것도 알고. 하지만 지금은 한시가 급한 일이야. 그러니 내 의견이 아닌 우선 너희의 의견을 듣어야 할것같아. 지금 상황을 간단하게 알려줄테니 각자의 의견을 모아줘. 이 방법에 반론은 받지 않겠어. 10분 이내에 의견을 종합해줘"

 사령관의 단호한 지시에 몇몇 지휘관들은 뭐라 항의하려했지만 사령관의 말대로 지금은 한시가 급한 상황이다. 아무리 혼란으로 가득찬 장소였어도 오르카호의 장성들이 모인 곳인만큼 크게 의견이 정리되어갔다.

 '일단 모두의 의견은 모아지긴 했네. 마리, 레오나, 메이는 일단 오르카호에 오는 것은 반대. 따로 장소에 둬서 조사를 하고 안전한 인물인지 확인해야한다'
 '레비아타, 아스널은 오르카호에 오는 것에 찬성. 밖에 있는 것은 여러 상황상 위험하고 의식을 잃은 만큼 여기서 집중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나머지 인원들은 중립. 그가 의식을 잃은 것이니 의식을 찾는대로 상황을 설명하고 이 곳에 올것인지 말것인지를 물어보는 것이 먼저다'

 각자 모은 의견들은 모두 타당한 이유들이 있었다.

 '약간 오르카호에 승선하는 것을 반대하는 의견이 강하네...야단났군'

 일단 의견을 모으며 모두를 진정시키고 승선하는 것에 대부분 찬성할 줄 알고 미리 스카이나이츠에게 회수명령을 내렸는데. 많은 인원에 찬성한 것이 아니라는 것에 사령관은 난처했다. 먼저 데려오라고 했다고 말했다간...저 반대파 3명에게 혼날 것은 분명했기 때문이다.

 "사령관? 얼굴이 왜그래? 혹시 뭔가 숨기는거라도 있는거야?"

 사령관의 얼굴을 유심히 살펴보던 레오나가 추궁하듯 그에게 물었다. 사령관은 레오나의 질문에 등골이 오싹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어..?어?아...아무것도 아니야"
 "각하...설마..."

 누가보더라도 당황한 그의 얼굴에 마리는 설마하는 눈으로 사령관을 처다보았다. 사령관은 차마 그런 마리의 눈을 똑바로 볼 수 없었던 그는 고개를 살짝 옆으로 돌렸고, 그의 행동을 본 회의장의 모두는 그 뜻을 이해했다. 이내 반대파 3명이 목소리를 높였고 나머지는 못말린다는 듯한 얼굴로 사령관을 바라보았다.

 "사령관! 이런건 먼저 회의를 하고 정해야지!"
 "각하! 이미 행동하시고 회의를 하시면 이 회의는 어찌 되겠습니까!"
 "정말이지 예전처럼 철없이 굴래?!"

 3명의 질타에 사령관은 할말없이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다. 확실히 자신이 성급히 움직인 것은 맞다. 이미 결정해놓고 회의를 한다니. 그들이 보기에는 자신들을 농락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것이다. 그러나 별 수 없었다. 어찌되었던 인간이었고 더 큰 위기가 오기 전에 오르카호에 두는 것이 여러가지 상황을 '제어'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었다. 이어지는 질타를 받던 사령관은 조심히 라비아타에게 구원요청을 보냈고 라비아타는 쓴웃음 지으며 마리,레오나,메이를 진정시켰다.

 "여러분 진정하세요. 사령관님이 성급하셨던건 맞지만 여러분들을 무시하려는 것이 아니라 여러분들을 지키시려고 하시는 분이신걸 아시잖아요. 이것도 그 중 하나일겁니다"

 라비아타의 말에 반대파도 일단 진정했다. 그들도 알고는 있다. 사령관이 자신들을 존중한다라는 것을. 자신들을 지키기위해 무엇이든 할 사람이라는 것을.

 ".....다음부턴 통보라도 해주십시오. 그래야 받아들이기라도 하지 않겠습니까"
 ".....진짜 미안해. 모두"

 마리의 섭섭하다는 얼굴에 사령관은 진심으로 미안하다는 표정과 함께 고개를 숙였다.

 "고갤 들어줘. 달링. 사과는 충분히 전해지니까. 일단 상황부터 끝내야하잖아"

 그의 사과를 받은 레오나는 화난 얼굴이 아닌 약간의 미소를 사령관의 어깨를 잡으며 말했다.

 "...응. 고마워 레오나"
 "흥! 진짜 다음부터 그러면 진짜 화낼꺼야?"
 "용서해줘서 고마워. 메이"

 사과를 받은 것을 확인한 사령관은 감사를 표하고 자리에 앉았다. 사령관이 자리에 앉은 것을 확인한 다른 지휘관들도 자리에 앉았다. 이제 진짜 앞으로의 일들에 대해 이야기를 해야할 때다. 사령관은 모두의 얼굴을 한번씩 둘러보고 입을 열었다.

 "일단 다시 상황설명할게. 발키리가 주변을 탐색하던 중 한 인간을 발견했어. 난 그리폰, 린티, 하르페이아에게 그 인간을 데려와달라고 부탁했어. 신원은 정확히 밝혀진건 없고 중년의 남자라는 것만 알려진 상황이야"
 "중년의 남자라면..."
"그래. 무적의 용이 짐작한대로 난 그 사람을 멸망 전 인류일 확률이 클 꺼라고 보고있어"

 멸망전 인류라는 말에 다른 지휘관들의 얼굴이 굳어지기 시작했다.

 "각하.정말 그 자를 이곳에 데리고 오는 것이 정답이었습니까"
 "....글썌. 아마 이 문제에는 정답이라는 것은 없을꺼야. 그가 정말 멸망 전 인류의 사상을 가지고 있는지 없는지는 이야기를 들어봐야지 알 수 있는 것일테니까. 그러니 섵불리 조치를 할 순 없지"

 사령관의 말에 모두 찝찝하지만 어느정도 납득한 표정을 지었다. 그의 말대로 그 사람이 정말 멸망 전 인류의 사상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곤 확정지을 순 없다. 사령관이 그에 대해 어떤 식으로 조치를 취할지 생각이 다다를때 쯤 통신기에서 발키리의 목소리가 들렸다.

 "사령관님. 복귀했습니다"
 "발키리? 지금 복귀한거야?

 발키리가 복귀했다는 말에 모두의 시선이 사령관에게 집중되었다.
 
 "네. 슬레이프니르전대장님꼐서 오셔서 빠르게 복귀할 수 있었습니다"
 "좋아. 그럼 그 인간은 어때? 의식을 차렸어?"
 "네. 의식을 차렸고 정상적인 의사소통도 가능했습니다. 지금 약간 떨어진 곳에서 앉아 조치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래. 그럼 일단 슬레이프니르에게 그 사람을 수복실로 안내해달라하고 발키리는 지금 회의실로 와서 이야기를 직접 들려줘"
 "알겠습니다"

 사령관은 발키리와의 이야기를 끝내고 모두의 둘러보았다. 모두 진지한 표정으로 사령관을 처다보고 있다. 아마 자신의 말을 기다리고있을 것이리라.

 "그럼 발키리의 보고를 듣고 수복실에서 그 인간의 상태가 괜찮다라는 연락이 오면 바로 이곳으로 불러서 이야기를 나눠보자. 그때까지 모두 기다려줘"

 사령관의 말에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긴장되지만...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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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에 념글에 신부가 오르카호에 오면 어떨까라는 글을 보고 한번 써보려고함 일단 초반부라 진행이 좀 느리긴한데 다음에는 좀더 길고 진행빠르게해서 써보겠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