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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그럼 우당탕탕 가을 운동회를 시작~ 하겠습니다~!!]


울려 퍼지는 스프리컨의 함성 소리와 함께, 운동장에 모인 오르카호 대원들이 일제히 환호했다.


"와아아아아아!"


[첫 번째 종목부터 시작하죠! 첫 번째는 바로오오~~~~ 부대별 슈퍼 롱긴8자줄넘기!!]


"오오오오오오!!

"와아아아....."


반응이 극과 극으로 갈린다.

활동적인 것을 좋아하는 쾌활한 대원들.

그리고 육체활동과는 거리가 먼 의욕제로의 대원들.


"하하... 다들 억지로 참가할 필요는 없었는데."


사령관은 단상에서 모두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의 옆에는 이 모든 것의 계획을 거든 아르망이 있었다.


"괜찮습니다, 폐하. 그래도 열심히들 하실 테니까요."

"음... 과연 그럴까. 역시 '언제 어디서나, 어떻게든 섹스권'을 보상으로 걸었어야...."

"걱정하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좋아하는 종목과 싫어하는 종목이 있을 뿐, 운동회 자체를 싫어했다면 참가하지 않았을 테니까요."

"음... 저쪽의 인어는?"


사령관이 가리킨 건 스카라비아였다.

그녀는 운동회의 중앙에 위치한 분수대에 누워서 꼬리를 파닥거리며 자고 있었다.

아무리 특수방수복이라지만 분수가 나오고 있는 곳에서 저러면 감기에 걸리지 않을까?"


"마스코트를 자처하시길래 그렇게 해드렸습니다."

"그렇구나....."


스카라비아는 행복하게 자고 있었다.

뭐, 본인이 만족한다면야....


"하하! 퍽 댓 걸! 이 소니아님을 이길 수는 없다고!"


첫 시합이 끝나자 승자와 패자가 갈렸다.

이긴 것은 시디가드, 패배한 것은 엘븐네 우유목장이었다.

부대원이 너무 많은 부대는 인원을 나눴다.


"음.. 이 가슴이 조금만 덜 흔들거렸더라면 이길 수 있었을 겁니다."

"앙? 뭐야, 방금 그거. 내 가슴은 안 흔들려서 이겼나? 나도 출렁출렁했다고."


소니아가 자기 가슴을 마구 주물럭거리며 도발했다.


"덜 흔들렸습니다. 저의 가슴은 폐하가 파묻힐 정도로 거대하기에."


세크메트가 가슴 아래를 받치며 보잉보잉 가슴을 움직였다.


"뛸 때마다 무게가 느껴지거든요. 여간 불편한 게 아닙니다.

"큭....."

"아아, 이 패배감. 나중에 폐하께 아양을 부리면서 위로해달라고 해야겠습니다."

"어머어머~ 저도 같이해요. 당장 마망의 역습 계획을 짜도록 해요!"


세레스티아랑 세크메트가 잔혹 마망의 역습을 모의하며 떠났고, 소니아가 무릎을 꿇고 좌절했다.


"큭....! 졌다. 졌어...!"

"......"


내가 그 광경을 보며 어이가 없어 하자, 아르망이 애써 말한다.


"....보시다시피, 모두 즐기고 있습니다."

"그래...."

"다음 시합은...."

"자, 출발이다!!"


우렁찬 외침.

에코까지 섞여서 깜짝 놀랄 정도로 소리가 크게 들렸다.


"우리는 이긴다! 아자아자 아자젤!"

"아자아자 아자젤!"

"가자!"


코헤이 부대였다.

사라카엘을 필두로 비장한 분위기를 풍기며 앞으로 나아가는 천사들의 위엄은 가히 전쟁터로 나가는 미카엘처럼 근엄했다.


"와우, 기합을 빡 줬네."

"....그러게 말입니다."


아르망이 실눈을 뜨며 사라카엘의 등 뒤를 살폈다.


"즐기는 자들이 있다면, 열과 성을 다하는 자도 있기 마련이겠지요."

"음, 매사에 열심히 했지. 보기 좋네."

"하지만 그게 꼭 좋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무슨 말이야?"


아르망이 갑자기 묘한 소리를 했다.

사령관이 그녀를 바라보자 아르망은 화제를 돌렸다.


"우선은 지켜보시지요."

"....그래."


나는 다시 코헤이 부대를 본다.

그들은 군인처럼 절도 있고, 또 열정 있게 웃음기 하나 없이 8자 줄넘기를 끝마쳤다.


"캬~ 완전 잘하네. 대단해! 역시 천사님들, 모두에게 모범을 보이는 거구나! 멋져! 낭만 있어!"


상대팀이었던 워울프가 그들의 실력을 칭찬하며 악수를 청했다.

하지만 사라카엘의 반응은 차가웠다.


"최선을 다했을 뿐이다."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 다시 팀원들을 보았다.


"자, 다음 경기를 준비하도록 하지."

"아, 아자아자 아자젤!"


그제야 눈에 들어왔다.

사라카엘을 따라 억지로 힘을 내고 있는 코헤이 대원들의 표정이 말이다.

특히 엔젤이랑 라미엘이 많이 버거워하고 있었다.

의외로 아자젤이 그 둘을 격려하며 힘을 돋궈주고 있었다.


"....."


워울프가 갈 곳 잃은 손으로 머리를 긁적이다가 어깨를 으쓱 이고는 돌아섰다.


"뭐, 최선을 다하는 게 멋지네, 멋져~ 나는 너무 설렁설렁해서 문제야 문제~"


사령관은 사라카엘의 뒷모습을 빤히 바라본다.


"아르망 이건...."

"우선... 지켜보십시오. 이유 없는 갈망은 없는 법이니까요."


이유 없는 갈망은 없다라.

사령관도 사라카엘이 저렇게 빡세게 하는 이유가 궁금해졌다.


8자 줄넘기 다음은 줄다리기였다.






"자! 당겨라 당겨 당겨!!"


아스널이 한손으로 버티며 뒤에 있는 대원들을 응원했다.


"흐으으으윽!!"


그 상대편은 바로 코헤이 교단.

다섯 천사가 중장비를 다루는 AA캐노니어 부대를 상대로 전력을 다해 줄을 당기고 있었다.

그러나 누가 봐도 여유로운 것은 AA캐노니어였다.

특히 아스널은 아직 전력을 다하지도 않았는데 두 부대는 한치의 양보도 없이 팽팽했다.


"자! 당겨라! 이기는 것이다! 이겨서....!"


아스널이 외치다가 말고 코헤이 교단을 빤히 바라보았다.

특히 사라카엘을.


"끄으으으으응!!"


사라카엘의 얼굴은 코피가 터질 정도로 붉어져 있었다.

그리고 실제로 코피가 터졌다.

푸확, 하며 코에서 피가 터져 나왔고 그걸 본 아스널이 머리를 긁적였다.


"음, 그만하지."


그녀가 손에 힘을 빼자 균형이 무너지며 모두가 코헤이 교단 쪽으로 쓸려갔다.


"깜짝이야, 대장, 갑자기 뭔가요?"


비헌이 에밀리를 일으켜주며 말했다.

다행히 AA캐노니어 쪽 인원은 다친 사람이 없었다.

그건 쿄헤이 교단도 마찬가지기는 했다. 하지만 부상자는 이미 한 명 있었다.


"코피가 났군. 조금 쉬엄쉬엄하는 것이 어떻겠나?"


아스널이 사라카엘에게 손을 내민다.

하지만 사라카엘은 그 손을 잡지 않았다.


"쉴 시간이 없다."

"왜 그렇게 간절한 것이지?"

"....너희는 이해하지 못할 거다."

"그렇게 하다가는 몸이 축날 것이다. 아무리 바이오로이드라고 해도 무리하면 안 된다. 애당초 이 운동회는 가벼운 마음으로-"

"로열 아스널. 너는 모른다."


사라카엘이 아스널의 손을 잡지 않고 일어섰다.


"우리처럼 역할이 또렷하지 않은 부대가 빛을 발할 수 있는 무대는 여기뿐이다. 너는 이해하지 못하겠지. 언제나 전투에서 활약하는 너희들은."

"....."


아스널은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 잠시 말을 멈췄다.

하지만 하고자 하는 말을 삼키고 내밀었던 손을 거둔다.


"그렇군. 무슨 말인지 이해했다. 너희가 이겼다. 무운을 빌지."

"...사라카엘...."


아자젤이 걱정스러운 듯 바라본다.

사라카엘은 흐르는 피를 슥 닦아내며 말한다.


"가자, 다음 경기도 전력으로 이기는 것이다. 기도해라."

"아, 아자아자 아자젤....!"

"....."






다음 경기를 향해 떠나는 코헤이 교단의 뒷모습을 보며 사령관은 신음했다.


"으음, 뭔가... 이런 걸 원했던 건 아닌데."

"그녀는 전에 한 번 마음이 풀어졌으나, 다시금 조바심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아르망.... 그게 무슨 소리야?"

"설 자리를 잃고 있다고 느끼시는 겁니다. 낙원의 날 이후, 코헤이 교단은 특별히 이루어낸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조바심을 내고 있다는 건가?"

"예."


사령관은 턱을 괴고 생각에 잠긴다.


"내가.. 너무 못 챙겨줬나?"


"그런 것이 아닙니다.

사라카엘님은 전형적인 워커홀릭이십니다.

그분께서는 자신의 가치를 공적과 성과를 통해 인정받는다고 여기십니다.

그러나 최근 교헤이 교단에서는 이룩해낸 것이 전무하다시피하지요.

그래서.... 자신의 가치가 희미해지고 있다 여기는 것입니다."


가치가 희미해진다라.

사령관도 일이 없으면 불안해지기에 이해할 수 있었다.

한때 아르망과 알파가 그렇게 얘기해도 일에서 손을 놓지 않은 건, 오르카호 내에서 그의 가치가 사라질까 두려워서였다.

가치가 없어지면 살아갈 수가 없으니까.


"아시다시피, 저 아르망은 저런 것을 용납할 수 없습니다."

"....."

"그래서 이번에는 폐하께서 그녀를 깨우쳐주셨으면 합니다."

"깨우쳐준다고?"

"폐하는 일을 내려놓으실 때 생긴 허전함을 어떤 것으로 대신 채우셨습니까?"

"....!"


사령관이 깨달은 듯 눈을 크게 뜨자 아르망이 눈을 뜨며 웃는다.


"바로 그것입니다. 폐하."







세 번째 경기, 닭싸움에서 사라카엘은 발목을 다쳤다.


"큭.... 줄다리기에서 이미 삐끗했던 건가..."

"사라카엘, 괜찮으세요?"
"괜찮다."


그녀는 벌떡 일어난다. 하지만 욱씬거리는 고통 때문에 휘청거렸다.

아자젤이 잡아주지 않았다면 바로 쓰러졌을 것이다.


"사라카엘, 보건실에 다녀오시는 게 어떠세요?"

"음...."


사라카엘은 고민한다.

아스널이 줄을 확 놓았을 때 발목에 무리가 간 듯했다.

일단 닭싸움에서 승리하기는 했으나, 이대로 진행하기는 무리가 있었다.


"알았다, 다녀오지."

"제가 부축을.."

"괜찮다. 다음 경기를 준비하고 있어라. 다음은 분명 박터트리기였지."

"네."

"손목을 풀고 있도록. 금방 다녀오겠다."


사라카엘은 보건실로 들어갔다.


"시저스 리제. 발목이 다쳐서...."

"오, 사라카엘 왔구나."


보건실에 있는 건 간호사들이 아니라 사령관이었다.


"구원자여? 그대가 왜 여기 있지?"

"잠깐 화장실 간다고 해서 대신 맡고 있었어. 그보다 발목 다쳤나 봐? 절뚝거리네."

"그렇다. 파스를...."

"여기 와서 앉아볼래?"


사령관이 병상으로 그녀를 안내한다.

하지만 사라카엘은 시간을 끌 생각이 없었다.


"파스만 주면 된다. 구원자여. 어서 나가봐야...."

"오래 안 걸리니까, 잠시만. 발목을 주물러줄게."


사령관이 부드럽지만 단호한 손길로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

뿌리치려면 뿌리칠 수 있지만....

사라카엘은 부탁하는 듯한 그의 표정에 살짝 웃었다.


"알았다. 그럼 부탁하지."


사라카엘은 커튼이 쳐진 병상으로 들어갔고 사령관도 그녀를 따라 커튼 너머로 들어갔다.

두 사람의 실루엣만 언뜻 보이는 커튼 너머에서 대화소리가 들린다.


"자, 잠깐 구원자여, 무슨..! 어딜 만지는 것인가!"

"그냥. 가슴도 좀 주물러주려고. 우리 사라카엘 보지랑."

"그, 그만두어라! 곧 다음 경기가.. 아흣...!"

"가지 마. 난 지금 사라카엘을 원해. 지금 당장."

"아, 안 돼.. 안 돼에에엣! 아흣...! 앗...!"


빛이 내리쬐는 커튼 너머에서 검은 실루엣 두 개가 합쳐졌다.






'이상하네, 왜 이렇게 안 오시지?'


엔젤은 보건실이 있는 방향을 보고 고개를 갸웃했다.

사라카엘이 떠난지 10분. 이렇게 오래 걸릴 일이 아니었는데....


[자~ 닭싸움이 거의 다 끝나가는데요! 이제 다음 경기는 박 터트리기로, 5분 후에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음, 사라카엘은 아직 안 왔나요?"

"네. 아직...."

"많이 아픈 건가? 큰일이네요.... 이번 운동회를 엄청 벼르고 있었는데."

"음, 그토록 성과를 내기를 바라셨으니, 저희 교단은 좀처럼 활약을 하지 못했으니까요."

"흑... 사라카엘님이 너무 안쓰러워요. 이제는 그렇게 목을 멜 필요가 없는데도...."


아자젤과 베로니카, 라미엘이 서로 대화를 주고 받는다.


"일을 하지 못하는 것이 오히려 벌처럼 다가오는 분도 있으니까요. 어쩔 수 없습니다. 성격 차이니...."


[자~! 3분 후에 박 터트리기를 시작하겠습니다. 이번에 출진할 부대는 바로~~~~ 골든 워커즈! 그리고 모두의 예상을 깨고 신흥강자로써 떠오르고 있는 교헤이 교단입니다~!!]


"으음... 늦으시는군."


모두들 힘든 것을 꾹 참고 사라카엘을 위해 힘내고 있었다.

오르카호가 평화로워질수록 설 자리를 잃으며 작아지는 사라카엘의 모습을 모두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번개가 나아갈 곳이 적어지고, 또 처단할 대상이 사라질수록 위축되고 약해졌다.

교단의 심판관이라는 타이틀이 희미해질수록 그녀의 존재 또한 옅어지고 있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사라카엘이 바람 앞에 시들시들 움직이다가 사라져버릴 것 같아 두려워하고 있었다.


그런 감정을 가장 잘 느낀 엔젤이 벌떡 일어났다.


"제, 제가 모셔올게요."


그녀는 보건실로 향한다.

하지만 보건실 문은 잠겨 있었다.


"어머...? 그러면 대체 어디...?"

"앙!"


그때, 요상한 신음이 들렸다.


"아아아앗!! 아앙!! 아흑!!"


'뭐 뭐죠? 이... 이.... 이 천박한 신음과 거기에서 쏟아지는 감정은!?'


엔젤은 보건실의 문을 박살낼 것처럼 터져 나오는 감정들에 깜짝 놀랐다.

더 놀라운 것은 그 감정이 한 사람의 것이었다는 점이었다.


'차, 창문. 참문으로 엿보면...'


그녀는 다시 밖으로 나가 건물 외곽을 돌았다.

창문이 생각보다 높아 대롱대롱 매달려야 했지만 어쨌든 창문으로 보건실 내부를 보았다.

그러자 보이는 것은, 상상도 못한 광경이었다.



"아앙! 아흣!! 그, 그만 구원자여!! 그마하아안!! 아흑!!!"


사라카엘이 개처럼 따먹히고 있었다.


'어머어머.... 세상에, 사라카엘님....!'


엔젤은 깜짝 놀랐다.

따먹히는 건 사령관이니 그려려니 했다.

언제 어디서든 대원들을 따먹을 수 있고, 또 그러시는 분이니까.

그녀가 놀란 건 신음과 함께 뇌리에 박히는 사라카엘의 감정 때문이었다.


쾌락. 흥분. 배덕감. 그러면서 동시에 느껴지는 이러면 안 되는데, 어서 돌아가야 하는데... 라는 사념들.

사라카엘은 자지가 보지를 쑤실 때마다 애액을 쏟아냈고, 그와 함께 자신을 짓누르던 책임감과 강박관념을 벗어던지고 있었다.

지금 이러면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 쾌락과 행복에서 벗어나기 싫은 감정.

어떻게 보면 철부지 아이가 떼를 쓰는 것 같은 감정이나, 사라카엘에게 가장 필요한 감정이기도 했다.


사라카엘은 심판관이라는 사명감을 원동력으로 움직였다.

그 원동력이 사라진 지금, 갈피를 못 잡고 방황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즐기기 위한 운동회에서라도 우승하여 자신의 가치를 입증하려는 강박감에 사로잡혀 있었다.


'사령관님, 이건 사령관님이 짜신 판이었군요.'


엔젤은 사령관의 감정도 느끼고 있었다.

조금씩, 조금씩 그만하라는 말이 줄어들고 그저 앙앙거리는 시작하자 그는 안심하고 있었다.

사령관은 사라카엘을 위해 그녀를 강간하고 있었다. 그런 감정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어머어머.....'


엔젤은 보지가 축축해지는 것을 느꼈다.

하짐나 손장난을 하지도, 두 사람의 오붓한 분위기를 깨우지도 않고 쿄헤이 교단에게로 돌아간다.


"사라카엘은요? 이제 곧 시작할 텐데."


아자젤이 물었다.


"운동회를 즐기고 계세요."

"네?"

"이제야 제대로 운동회를 즐기시는 것 같아요. 조금 다른 방식으로."

"그 말은...?"

"저희, 최선을 다해요. 사라카엘님이 돌아오셨을 때 저희에게 죄송해하지 않도록!"


아자젤은 고개를 갸웃했다.

하지만 엔젤의 환한 미소에 뭔가 일이 잘 풀리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표정이 좋으시군요."


베로니카가 말했다.


"네. 사라카엘님의 무거운 마음이 한꺼풀 벗겨지고 있어서요."

"흑.. 정말 잘 된 일이에요.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뭔가 일이 일어난 것 같네요. 좋아요! 열심히 해요!! 기도하죠!"


남은 네 천사는 함께 외친다.


"사라사라 사라카엘!!"







"크읏...."


사라카엘은 허겁지겁 옷을 입고 나왔다.

사령관이 어찌나 놓아주지 않고 정액을 쏟아붓던지.

정액이 자궁에 너무 가득 차서 닦아냈는데도 줄줄 흐르고 있었다.

어찌됐든 그녀는 서둘러 복귀했다.


"미, 미안하다. 자리를 너무 오래 비워서...."


돌아갔을 때 박 터트리기는 이미 끝나 있었다.


"괜찮아요. 사라카엘. 원래 운동회는 땡땡이 치기도 하고 그런 거잖아요."

"음....."


예상과는 달리 네 천사들의 표정은 밝았다.

당연히 한 마디씩 할 줄 알았것만....


"그런데 궁금하네요. 어떤 운동회를 즐기셨나요?"


운동회?

사라카엘은 무슨 소리를 하는 건가 싶었다.

하지만 묘하게 상기된 엔젤의 표정이 눈에 들어오자 이 상황을 단번에 이해했다.

엔젤이 본 것이다.

개처럼 따먹히는 그녀를.

복합적인 감정을 느끼며 수도 없이 실금했던 그 모습을.


"그 전에, 묻겠다. 경기는?"

"헤헤... 졌어요."

"죄송해요, 사라카엘. 최선을 다했지만...."

"아자즈 씨가 만든 기계가 너무 강력했습니다. 최선을 다했으나 그 기계가 집중포화를 시작하면서 박이 터져 졌습니다."

"음, 그렇군."

"....화내지 않으세요? 저희가.. 저희가 사라카엘의 노력을 모두 물거품으로 만들었는데요."


라미엘이 울먹이며 말했지만 사라카엘은 어쩐지 화가 나지 않았다.

아니, 모래투성이가 된 대원들을 보며 오히려 미안해졌다.


"....모습을 보면 알 수 있다. 날 위해 최선을 다해줬다는 것을."

"헤....."

"한 명씩 보건실로 가라. 거기서 거기만의 색다른 운동회를 즐겨라."

"어머어머...."


천사들이 뭘 말하는 지 눈치 챘다.

사실 그녀의 허벅지 사이에서 정액 냄새가 풀풀 나니 모를 수가 없었을 거다.


"좋아요. 그럼 저 먼저 다녀오겠습니다."


베로니카가 벌떡 일어나서 달려간다.


"아앗! 치사해요!!"

"앗 저도..! 저도 갈 거예요!"


천사들이 앞다투며 달려간다.


"저, 저도 데려가주세요!! 아자젤님!!"


엔젤도 작은 날개를 파닥거리며 뒤늦게 따라간다.

홀로 남은 사라카엘은 알 수 없는 후련함을 느끼며 바닥에 앉았다.


"기분은 좀 어떠신가요?"


붉은 망토를 두른 여인이 다가왔다.


"아르망이군."

"조금함은 조금 사라지셨을까요?"

"....네가 계획한 일이었나?"

"모두가 즐겨야 하는 운동회니, 너무 몰입한 분에게 여유를 드리고자 했을 뿐입니다."

"그런가."


사라카엘은 미소 지었다.


"그렇다면 나는 내가 해야 할 일을 해야겠군."

"무엇을 하시려고요?"


사라카엘은 아르망을 보았다.

참으로 짓궂은 여자였다.

미래를 산출해낼 수 있으면서 굳이 물어보다니.


"나는 교단의 심판관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방향을 잃고 방황하고 있지."


과거에 그녀는 심판하는 자였다.

그러나 이제 오르카호에는 그녀가 심판할 자가 없다.

조금 엇나가기는 해도 각자가 각자의 자리에서 맡은 바 임무를 다하기 때문이었다.


"이제부터 무엇을 하고 어떤 존재가 될지는 차차 생각할 예정이지만, 지금 당장 내가 해야할 것이 있다."

"무엇인가요?"

"우선 사과를 해야 한다."


워울프와 로열 아스널에게 사과를 할 생각이었다.


"동시에 행복을 전파할 것이다."

"행복이라... 섹스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음, 쾌락 또한 행복이다. 그렇지 않은가?"


아르망은 미소 지었다.


"물론입니다. 사라카엘. 모두에게 행복을 전파해주세요. 그것의 이번 운동회에서 당신의 역할이에요."


사라카엘은 모두에게 행복을 전했다.


보건실로 가라.

그곳에 모든 쾌락이 있을지어니.

가서 행복을 쟁취하라.


그렇게 사라카엘이 운동회의 새시대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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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은 모작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