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와 아스널이 다툰다는 이야기에 사령관은 급히 달려갔다. 지휘관끼리의 싸움은 그가 언제나 경계하는 일이었다.


현장에 들어서자, 마주 노려보던 두 지휘관의 시선이 쏠렸다.


멸망의 메이 소장이 허리에 손을 짚고 오만하게 말했다.


"아, 사령관. 마침 잘 왔어. 아스널 준장한테 이치에 맞는 설명을 해 주길 바래."


로열 아스널 준장도 눈살을 찌푸렸다.


"사령관. 보급 문제는 계급의 문제가 아니라 형평성의 문제다."


"둘 다 왜 싸워? 도대체 무슨 일들인지 자세히 설명 좀 해봐."


이야기를 들어 보니, 부대별로 할당되는 부식과 식량 자원을 둘러싸고 다툼이 일어난 모양이었다.


메이는 자신의 계급이 높은데다, 자기 부대가 전략적인 가치가 높으니 보급을 더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스널은 계급과 상관없이 자기 부대의 활동량이 더 많으니까 자기네가 좀 더 할당받아야 공평하다고 버텼다.


"하여간, 땅개 아니랄까봐…… 근손실이 걱정되면 저기 펙스 애들인가 마이티인가 하는 애들처럼 헬스나 해."


메이의 비아냥을 듣자 아스널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흥. 그러는 그쪽이야말로 돼지 몇몇 때문에 부식비가 많이 들어가는 거 아닌가?"


지니야와 밴시 등의 대원을 가리켜 돼지라고 하자 메이가 눈썹을 치켜세웠다.


"뭐? 야, 너 말 다했어?"


"이젠 반말을 쓰는군. 사령관 앞에서. 계급만 높지 행동은 어린애라니까."


"뭐야!"


"어허, 둘다 그만들 해. 너흰 왜 이렇게들 못 잡아먹어 안달이냐."


가만히 있던 사령관이 사이에 끼어들어 제지했다.


이대로라면 서로 감정 싸움만 하고 남는 게 없다. 사령관은 못마땅한 얼굴로 둘을 살피다가, 이윽고 결정을 내렸다.


"식량은 아스널 쪽이 더 받는 걸로 한다."


아스널의 표정이 환해졌다. 메이가 이를 드러냈다.


"아니, 사령관?! 그게 무슨 소리야? 내 계급으로 보면 우리 부대가 더 받아야 마땅한데."


"아스널의 말대로, 캐노니어는 활동량이 비교도 할 수 없이 많아. 육군에 포병이니까 상대적으로 식량 보급이 더 필요하다고.


그리고, 메이 쪽은 이미 많이 받으면서 뭘 더 받으려고 해. 어차피 지니야 같은 애들 다이어트 시키라고 했잖아? 좀 덜 먹어도 상관없을 거야."


"그치만 이건 군 위계상 위신의 문제가!"


그러자 사령관은 메이를 내려다보다가 이렇게 말했다.


"메이 네가 내 앞에서 위계를 운운하니?"


"뭐?"


"가뜩이나 제대로 사령관 대접도 안하기 일쑤면서. 그리고, 내가 너한테 인간으로서 명령이나 위계를 내세워서 보급품을 더 받으면 기분이 좋겠어? 안 그래?"


아스널은 내심 고소하다는 표정이었다.


사령관은 그 말을 끝으로 자리를 떠났다. 메이는 크게 분노해서 씩씩거렸지만, 사령관이 정식으로 나선 이상은 어찌하지 못하고 노려볼 수밖에 없었다. 아스널은 혀를 살짝 내밀고는 뒤따라 선실을 나섰다.


그날 밤, 메이의 집무실은 늦도록 불이 꺼지지 않았다.


"젠장, 바보 사령관! 이 멸망의 메이 님을 뭘로 보고."


메이는 잘 하지도 못하는 술을 가져다가 부관 나이트앤젤과 함께 들고 있었다.


나이트앤젤도 사령관의 판결이 맞다고는 생각했지만, 자기 부대의 편을 들어주지 않은 건 섭섭한 구석이 있어서 잠자코 메이에게 맞장구를 쳐주었다.


"그까짓 무식한 포병대한테 왜 그렇게 잘 해주는 거야. 젠장, 레일건 좀 쓰는 맹순이한테도 그렇고."


"하긴, 사령관님이 저희에겐 조금 무심하죠."


"그 페도 소장하고도 무슨 남매인 것마냥 연기하질 않나…… 나나 그녀나 똑같은 소장인데 꼴불견이 따로 없어. 쳇."


"마리 소장 쪽이 워낙 짬이 높잖아요. 다행히도 참모총장님이 오셨으니 좀 덜하게 됐지만."


도수 낮은 과실주를 마시고 취한 메이의 불평은 끝없이 이어졌다. 이야기는 다른 대장의 험담에서부터 자기 신세 한탄까지, 평소의 메이다운 불만 투성이였다.


"애초에, 희귀광물 채취 작전에서 누구보다도 큰 공을 세우는 내게 이런 대접을 해도 되는 거야?"


나이트앤젤은 심드렁하게 응, 오, 아, 예라고 대답했다. 적당히 들어 주다가 뻗으면 침대에 데려다 눕혀야겠다는 생각이었다.


"그것도 그러네요."


"제기랄…… 이 멸망의 메이님을 바보로 알고 있어. 대체 지가 뭔데 내 마음을 무시하는 거야."


불평은 이윽고 사령관이 자기 마음을 몰라준다는 쪽으로 변했다.


메이가 사령관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사령관도 알고 있었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진도가 잘 나가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말야, 이래뵈도 멸망하기 전엔 우리 멸망의 메이들한테 구애하던 장성들이 얼마나 많았는지 알기나 해?"


죄다 소아성애자였겠죠. 그게 다 대장님과 동일한 존재도 아니고. 


나이트앤젤은 속으로 빈정거렸지만, 한편으로는 맞는 말임은 인정했다. 인류 멸망 전엔 용 총장이나 라비아타를 제외하면 메이만큼 귀한 바이오로이드도 드물었던 것이다.


고개를 끄덕거리던 나이트앤젤은, 메이의 등 뒤 너머를 보는 순간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황급히 탁자를 두드렸다.


하지만 이미 술에 취한 메이는 그러거나 말거나 계속 투덜거렸다.


"막말로, 사령관이 뭐 멸망 전에 무슨 장성이나 대통령이라도 했어?"


"……."


"고작해야 일개 시민이잖아. 마지막 인류라는 거 하나로 이렇게 날 무시해도 되는 거야? 이 멸망의 메이 님을?"


"그러게. 메이는 내가 일개 시민이라서 참 꼽나봐."


"누가 아니……."


메이는 말을 채 끝맺지 못했다. 술이 확 깨는 심정으로 천천히 돌아보았다.


사령관이 뒤에서 빙그레 미소짓고 서 있는 것이었다. 나이트앤젤은 눈을 가렸다.


"저, 저기. 사령관. 여기엔 어떻게."


"나한테 만능키 있는거 모르고 있었어? ……오늘 일로 좀 섭섭할까 해서 찾아와 봤더니, 메이가 나한테 그렇게 불만이 많은 줄은 몰랐네."


그는 그 말을 남기고 등을 돌렸다.


"잘 해봐. 인기 많은 멸망의 메이 님."


"사, 사, 사령관! 이건 오해……."


메이가 붙들려고 했지만 사령관은 빠르게 집무실을 나가버렸다.


남겨진 나이트앤젤과 메이는 멍하니 사령관이 사라진 방향을 바라보았다.




* * *




그 사건 후로 사령관은 메이에게 눈도 마주치지 않았고, 어떤 말도 걸지 않았다. 반드시 대화가 필요할 땐 나이트앤젤을 시켜서 부르거나 소장이라고 불러줄 뿐 철저히 선을 그었다.


어떻게 메이가 용기를 내서 사과하려고 해도, '시민한테 황송하게 무슨 말씀이냐'며 비꼴 뿐이었다. 이러면 처음 만났을 때보다도 못한 사이가 된 셈이었다.


이러한 태도에 메이는 메이대로 화를 내면서도 우울해 했다. 한순간의 실수로 좋아하는 사령관과 멀어지고 말았단 사실에 괴롭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앙숙인 아스널과 레오나 소장은 처음에는 메이를 두고 빈정거렸지만, 메이가 차츰 기운도 없고 어두워지자 민망해서 그만두었다.


이러면서 메이의 대외 활동도 점차 줄어들었다. 활발하게 이곳저곳 들쑤시던 그녀가 이제는 방 안에 틀어박혀 있는 때가 많아졌다.


메이의 부관 겸 보호자인 나이트앤젤은 어떻게든 메이를 끌어내려고 했다.


"대장. 지금이라도 가서 사과하라니까요, 제대로."


메이는 방 안에서 중얼거렸다.


- ……뭘 사과해. 내 마지막 자존심까지 다 무너뜨려 가면서.


"지금 자존심이 어쩌고 할 때에요? 이러다가 영영 사령관하고 멀어지면 어쩌려고 그래요."


- 지금도 멀잖아. 희귀광물 채굴할 때야 아쉽다고 찾을지 모르겠지만, 그때 말고는 난 쓸모도 없는 걸. 재수없고 오만하고 말도 안 듣고.


"……."


나이트앤젤은 메이가 의외로 주제 파악은 잘한다고 생각하면서도 발을 동동 굴렀다.


자신이나 자기 부대 전체가 사령관의 눈 밖에 나버리는 건 둘째 문제였다. 제법 오랫동안 메이를 보살펴온 나이트앤젤로서는, 메이가 돌이킬 수 없이 좌절하고 슬퍼하는 걸 도저히 용납하지 못했다.


버릇도 없고 어린애 같아도 역시 자기 아이가 잘 되기를 바라는 건 만국 공통인 것이다.


그 모양으로 며칠이 지났다.


메이가 계속해서 사과를 거부하자, 나이트앤젤은 마침내 거짓말이라도 꾸며서 끌어내기로 작정했다.


"정말이지, 사령관의 마음을 그렇게 몰라요?" 나이트앤젤이 방 안을 향해 소리쳤다.


- 알아. 날 싫어하겠지.


"그게 아니라고요. 사령관은 메이 대장을 싫어하는 게 아니에요."


- 웃기는 소리 하지 마. 내가 바본 줄 알아.


"진짜 아니라고요. 그, 사령관이 나한테 부탁했단 말이에요. 너희 대장 좀 어떻게 나랑 화해 좀 시켜달라고."


- ……거짓말. 또 나 속이려는 거지?


"사령관도 후회 중이에요. 갈수록 메이 대장하고 좀 어긋나게 되는 거 같다고. ……그가 이랬어요. 메이 대장도 정말 좋아한대요. 이번엔 거짓말이 아니라고요. 그러니 저보고 다리 좀 놔 달라고 했어요."


메이는 한동안 대답이 없었다.


나이트앤젤도 어차피 본인이 될대로 되란 심정으로 꾸며낸 말을 믿을지 의심스러웠다. 메이에게서 응답이 없자, 한숨을 내쉬며 등을 돌렸다.


그런데 나이트앤젤이 방에서 멀어지려는 찰나 선실 문이 열리고 메이가 머리를 내밀었다.


"정말 사실이야? ……그 말."


나이트앤젤은 될대로 되란 심정으로 힘없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그럼, 어떻게 해야 사령관하고 다시 화해할 수 있을까."


"그걸 제가 알겠나요. 뭐, 그냥 머리 박고 엎드려서 빌면 용서하지 않을까요."


아직 한줌의 자존심이 남은 메이가 주저하는 빛을 띠었다.


"엎드려 빌라고? 그건 너무하잖아. 사령관도 날 보고 싶어 한다면서."


"그거랑 그거랑 좀 다른 문제긴 하죠. 어쨌든 메이 대장이 상관모독을 한 건 맞잖아요?"


"그치만 그건 술김에." 메이가 손가락을 마주쳤다.


"사과할 건 해야 진짜 어른이라고요. 사령관도 메이 대장이 어른스런 모습을 보이면, 진지하게 마음을 받아 줄 거예요."


아마도. 나이트앤젤은 말끝을 흐렸다.


그러나 메이는 나이트앤젤의 말이 그럴듯하다고 생각했는지, 골똘히 생각에 잠긴 얼굴이었다.


이윽고 메이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좋아. 그럼 갈 테니까, 나랑 같이 가 줘."


"옛?! 왜 제가."


나이트앤젤은 당황했다.


"그냥, 용기를 좀 북돋아달란 말이야. 난 이제껏 누구한테 숙여본 적이 없으니까, 제대로 사과하는 법도, 화해하는 법도 모른다고."


메이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 말에는 나이트앤젤도 조금은 공감이 가므로, 결국 승낙해버리고 말았다.


어차피 사령관이 화해를 바란다고 거짓말한 거 끝까지 가 보지, 뭐.


그리하여 이날 저녁, 사령관이 있을 함장실 앞에 도착한 메이는, 주저하면서도 문 앞에 무릎을 꿇었다.


이왕 자존심을 접을 것이면 철저히 접어야 한다는 나이트앤젤의 조언대로였다.


스스로 무릎을 꿇은 모습에서는 진심으로 뉘우치는 의지마저 엿보였다. 그러면서 메이는 고개를 수그린 채로 잘못을 빌었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만한 메이로서는 파격적인 이 행동에, 지나가던 장병들도 놀라서 수군댈 지경이었다.


메이는 함장실 안을 향해 간절히 빌었다. 함장실 안에 있다는 사령관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길 바라면서.


"사령관, 내가 잘못했어. 진심으로 그런 말 하려던 건 아닌데…… 술에 취해서 나도 모르게 갑자기 미쳤나 봐…… 미안해. 진심이 아니었어. 정말이야. 나, 사실은 사령관이 좋은……"


무릎 꿇고 용서를 비는 절절한 사죄의 말은 누군가의 목소리에 의해 가로막혔다.


"메이, 여기서 뭐 해?"


가슴이 덜컥해서 급히 올려다보니, 사령관이 그녀의 뒤에 서 있는 게 아닌가.


메이의 얼굴은 이 이상 빨개질 수 없을 정도로 달아올랐다.


나이트앤젤도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하고 있었다. 분명히 이 시간대엔 사령관이 있을 거라고 해서 끌고 온 건데.


"저, 저, 사령관? 어디 갔다가……."


"잠깐 식당 좀 다녀오느라고. 커피가 생각나서. 그나저나 메이야, 나한테 사과하고 있던 거야?"


사령관, 메이, 나이트앤젤을 제외한 주변 모두가 웃음을 참느라 얼굴이 새빨개졌다.


메이는 눈을 내리깔고 울 듯한 얼굴이 되었다. 사령관은 속으로 피식거리면서도, 곁의 경호원에게 명해 구경꾼들을 흩어놓도록 시켰다.


"일단 들어 와서 얘기하자. 여기서 이렇게 죄인처럼 하고 있으면 좀 그렇지."


그는 친히 메이를 일으켜 주며 함장실 안으로 데려갔다. 메이는 얼굴도 들지 못하고 푹 이끌려 갔다.


나이트앤젤은 일단 자기 할 일이 끝났다고 생각해 얼른 자리를 피했다. 거짓말로 여기까지 끌고 온 게 미안하기도 했지만, 어쨌든 일은 잘 풀리는 것 같았다.


"메이 네가 사과하고픈 마음은 잘 알겠어. 사실 이 정도까진 할 필요 없었는데."


메이와 마주앉은 사령관이 손을 잡아주며 달랬다.


메이는 기쁘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하는 복잡한 마음으로 눈을 들지 못했다.


"그럼…… 이제 용서해주는 거야?"


조심스럽게 물어 왔다.


사령관은 사실 메이가 전에 했던 술주정을 별로 마음에 담아두진 않았다. 그러나 언젠가는 메이의 성격을 꺾어 놔야겠다고 생각했던지라, 최근에 일부러 차갑게 대한 것이었다.


결과적으로는 생각보다도 잘 먹힌 셈이었다.


"응. 그래. 이 정도면 됐어."


그는 짐짓 받아들이는 척했다.


이러자 메이의 얼굴이 더없이 환해졌다.


"고마워! 헤헤헤."


소장 계급에 명석하고 뛰어난 두뇌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결국은 열 여섯짜리 소녀에 가까운 메이였다.


일단 화해가 성립되자, 메이는 사령관과 마주앉은 자리에서 같이 술을 기울이게 되었다.


"술 할 줄 알아? 약한 거 아니었어?"


사령관이 의외라는 듯이 묻자 메이는 퉁명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아이 참. 또 그런다. 내가 술도 못 할 줄 알고. 이래뵈도 둠 브링어의 지휘관이란 말야."


"……하하. 그래, 그랬지."


사령관은 혹시 몰라서 경호원이 건넨 알코올 회복제를 지참하고 메이와 술자리를 가졌다.


그리고 그의 생각대로, 술이 약한 메이는 몇 순배 돌지 않아서 얼굴이 빨개지고 혀가 꼬였다.


술 취한 메이는 사령관이 자기 마음을 몰라준다고 토로하다가, 술을 몇 잔 더 마시는 걸 끝으로 엎어졌다.


이럴 줄 알았지. 쓴웃음이 나온 사령관은 메이를 침대로 데려가 눕힌 다음 취기를 회복시켰다.


메이는 화들짝 놀라서 벌떡 일어났다.


"사령관? 나……."


"술도 못하면서 뭘 그렇게 마시니. 회복제 없었으면 너 오늘밤에 잠만 잘 뻔했어."


사령관이 웃으며 하는 말에 메이는 얼굴을 붉혔다.


그는 웃음 띤 얼굴로 메이 곁에 마주 앉고는, 메이의 머리카락을 어루만졌다.


메이는 움찔 놀라면서도 곧 사령관의 손길에 가만히 눈을 감았다.


"이제 어른이면, 앞으로는 좀 더 성숙해야지? 메이 소장."


"난 이미 충분히 어른인걸."


"내가 보기에는 좀 불균형해. 뭐 아무튼, 앞으로는 전날처럼 다른 지휘관들하고 갈등 빚지 마. 알겠어?"


"으응. 그건 내가 잘못…… 했어."


사령관은 메이를 기특하니 바라보며 어깨를 안았다.


"그래, 그래. 착한 아이지."


"나 애 아니라니까."


"하하하. 그럼 어른의 놀이도 할 수 있겠구나?"


"어른의 놀이?"


메이는 사령관이 하는 말뜻을 깨닫자, 살짝 홍조를 띠며 눈을 내렸다.


"그…… 그럼. 경험은 없어도 나도 다 안다고."


메이는 말과는 다르게 부끄러운지 계속 눈을 내리깔았다.


사령관은 그런 메이의 턱을 쥐어서 살짝 올렸다. 이러자 서로의 눈이 마주쳤다.


메이는 떨리는 시선을 보내다가 슬며시 눈을 감고 입술을 살짝 오므렸다. 사령관도 눈을 감으며 얼굴을 가까이 대어 갔다.




* * *




새벽녘, 사령관은 곁에 누워서 세상 모르게 자는 메이의 손을 살며시 어루만져 주었다. 그녀는 오늘 처음 겪는 일로 몸이 피곤한 모양이었다.


이번 일로 메이의 마음은 잘 알았으니, 언젠가 때가 되면 화촉을 밝혀 줄 생각이었다. 메이도 이제는 어른이 됐으니 마냥 애처럼 대하고 무시할 수만도 없는 것이다.


그의 손이 메이의 붉은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쓸었다. 메이는 좋은 꿈이라도 꾸는지 헤벌쭉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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