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두 번째 인간이다. 

여차저차해서 오르카호에 들어오게 됐는데, 첫 번째 인간인 사령관과는 달리 아무런 실권이 없는 손님 신세다.


그래도 사령관이 여러모로 내 편의를 봐주고 있어서 충분히 쾌적한 삶을 보내고 있다.

이 곳 지휘관들이 나를 경계했을 때도 사령관이 적극적으로 변호해준 덕에 여기 눌러앉을 수 있게됐고, 생체재건장치로 몸도 새로 만들어줬다.


하필이면 그 만들어준 몸이 쇼타 바디라서 그렇지... 원래 몸보다 키가 좀 작아지긴 했지만 대신 얼굴이나 몸매가 충분히 미형이라서 그리 나쁘진 않다.


 

그런데 지는 건장한 청년 몸 가졌으면서 왜 나는 보추로 만들어버린건데? 생각하니까 또 열받네.


그래도 심술부린 거라고는 생각되지 않는게, 사령관은 유독 나한테 살갑게 구는 편이다. 유일한 동성 친구라서 그런가? 자꾸 나를 어린애 취급해서 곤란하지만... 지 무릎에 앉히려 하질 않나, 머리를 쓰다듬지를 않나, 자길 형이라고 부르라고 하질 않나... 


 

심지어 자꾸 선물로 사탕이나 초콜릿 따위의 과자를 준다. 동성 친구보단 형제, 남동생을 원한건가?


 

그건 그렇고 아무도 나랑 동침을 안해준다. 

당연한건가... 이곳 섹돌들과도 그럭저럭 친해지긴 했는데... 아무튼 그 때문에 성욕이 좀 쌓인 편이다.


그런데 오늘은 다르다! 오늘 낮에 둠브링어의 나앤 대령이 번호교환을 요청했었다고!

'내가 알아야만 할 사실이 있다'면서 무게잡고 얘기했는데, 그린라이트 각인가??


 

슬슬 나앤 퇴근했을 시간이니 뭔가 연락 올 법도 한데...


(띠링-)


 

오 왔다왔다! 어디... 응?


뭐야 이거? 탈론허브... 링크? 보여주고 싶다는게 야동이었어...? 무슨 의미지?


 

...설마 펙카스 테러는 아니겠지. 한번 들어가볼까...


[탈론 허브 이달의 베스트!

남장한 대령과 사령관님의 BL 컨셉 애널 플레이!]


??? 뭐야 이거? 나앤이랑 사령관이 찍은 야동이잖아? 무슨 비틱질인... 아니 가만. 남장 플레이? 왜...? 


...설마 사령관이 게이라고 말하고 싶은 건 아니겠지. 이런건 잠깐의 일탈일 뿐일테니까...


(띠링-)


...또 왔네. 이번엔 뭐지.


[탈론 허브 이번주의 베스트!

건방진 금발 쇼타를 애널섹스만으로 암컷타락시키기!]


쇼타!? 이게 뭔... 아니, 여자 맞는데?

아... 단발 테티스구나. 난 또...


...잠깐... 


한번도 아니고 두번? 그것도 최근에 찍힌 것들이라고? 그럼 설마... 나를 보추 커마로 만든 이유가...


...아니. 아닐거야. 이건 단순히 그런 컨셉의 플레이일 뿐이니까. 설마 사령관 그놈이 이 대규모 하렘을 냅두고 남자한테 눈독들일 리가 없잖아.


(띠링-)


또 왔... 어라. 이번엔 나앤이 보낸 게 아니네. 사령관의 메시지잖아? 이 저녁에 무슨 일로...


[두번째 인간은 오늘밤 비밀의 방으로 올 것]




***


(갑자기 스쳐지나가는 기억들)









***


...


 

좋아! 탈영하자!


어이쿠, 이 늦은 시간에 어딜 가시려는 겁니까?


으악 씹 깜짝이야...! 마리 소장? 댁이 여기 왜있어!?


두번째 인간님의 일거수일투족은 제가 감시관찰하고 있습니다. 이거면 충분한 설명이 됐을테죠?


...더 많은 설명을 요구하고 싶지만, 일단 다 제쳐두고. 날 잡아다 사령관한테 배달하려고 온 거냐?


후후, 제가 누구 편을 들지는 두 번째 인간님의 행동에 달렸습니다.


...나한테 원하는 게 뭐야.


저를 한번만 더 마리 소장이라고 부른다면 저는 사령관 각하를 충성스럽게 따르는 스틸라인의 지휘관, 불굴의 마리 4호가 될 것입니다.
하지만, 다른 호칭을 쓴다면...


...


도와주세요, 마리 누나.


함께하겠습니다. 이 세상 끝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