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꺄아아아악?!?!?!??"


사흘간 쥐죽은 듯 조용하던 오르카 호를 뒤흔든 것은 처음 듣는 여자의 비명소리였다. 목소리의 주인은 두 번째 인간인, 서울대학교병원 정형외과 레지던트 3년차이자 씹덕겜 망령인 김라붕, 바로 나였다. 내가 남자였다는 사실을 증명할 마지막 증거는, 목에 걸려있던 병원 출입증 뿐이었다.



  두 번째 인간님은 키 165에 몸무게 90, 간수치는 150/130에 당뇨까지 있을 정도로 건강 상태가 절망적이었습니다. 사령관님과는 달리 말도 안되게 빠른 속도로 휩노스 증후군에 잠식당했고, 급한대로 클론 제조기기를 제대로 설정도 못한 채 가동해야만 했습니다. 두 번째 인간님의 유전정보를 그대로 이용해서 몸을 구성했으나, 어째서인지 완성된 몸은 여자였고, 새로운 몸을 만들기에는 너무 늦어버렸다 보니 그대로 뇌를 이식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여기까지가 첫번 째 인간인 사령관과 이제 막 잠에서 깨어난 나에게 보고서랍시고 내민 것의 내용이었다.


"그...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좀 해주실래요...포츈 씨...?"

"사실은... 기왕 샘플을 넣는 김에 재미를 좀 보려고 했거든? 그래서 그...정액을 받아서 썼거든..."


 아... 그래. 생식세포는 기본적으로 감수분열을 통해 생성되기 때문에 절반의 유전자만 가진다. 상식적으로 사람의 유전자가 YY일 수는 없으니, 절반의 유전자를 그대로 복사해서 만들면 염색체상으로는 XX, 여자일 수 밖에 없긴 하지. 하지만 이런건 너무 억울하다.

 졸업하자 마자 휩노스 증후군이 유행하면서 전공 불문 응급실로 끌려가야 했고, 주 96시간 근무라는 살인적인 일정에 고통받느라 연애 한번 못해봤다. 물론 객관적으로 봤을때 호감상도 아니고, 씹덕내음이 폴폴 나서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어쨌든 좋은 핑계거리는 돼 주었다. 이후 철충들이 본격적으로 날뛰면서 남아있던 환자들과 함께 지하벙커로 대피하던 장면이 마지막으로 남아있는 기억. 모쏠아다로 죽는다는 것만 해도 슬픈 이야기인데, 이건 뭔 좆같은 상황인가.


"어떻게 안돼요? 몸을 다시 만들어서 다시 옮겨주면 될거같은데?"

"뇌이식수술같은 큰 수술을 두 번 연속으로 하는건 엄청 위험하거든?! 게다가 당장은 철충들 막고 별의 아이들 연구하고 하느라 너무 바쁘거든..."

"그럼 평생 이대로 살란 말이야? 그렇겐 못해! 절대로 못해! 아니야 이건 꿈이야!"


이대로 아다로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에 휩싸인 나는 이성을 놓고 사령관의 머리채를 잡고 쥐어뜯기 시작했다.


"씨발새끼야!!! 내 좆 돌려내 미친년들아!!!!!"


광기어린 외침에 놀란 다른 오르카의 선원들이 뛰쳐오기 시작했고 브라우니가 달려들어 나를 뜯어냈다. 옆에서 묵묵히 구경하고 있던 소완은 '부정과 분노의 단계를 이렇게 빨리 넘기시다니...' 같은 소리를 지껄이고 있었다. 이대로 끝날 순 없었다.


"내가 어떻게 해서든 남자로 되돌려주면 니들이 원하는거 언제든지 다 들어줄게 응? 내가 이렇게 부탁할게 진짜!!"

"그렇게 말해도 안되는 건 안되는거거든... 자칫하다간 진짜로 죽을 수도 있거든."


끝났다. 이젠 틀린거야. 평생 핸드폰만 들여다보면서 여캐들이나 보면서 딸이나 치다가 아다도 못떼고 죽는다 생각하니 정신이 아득해졌다.

남성성이 무너짐과 함께 내 다리도 무너졌고, 내 마지막 자존심은 볼을 타고 흘러내려 바닥을 쳤다.


"흑...흐끅...히끅...꺼흐흐흑..."


다들 주변에서 어쩔 줄 몰라하고 있었고, 소완은 메모장에 뭔가 적으며 협상이 어쩌고 우울이 어쩌고하는 헛소리를 하고 있었지만 내 알 바는 아니었다.

그렇게 변해버린 나의 첫날은, 엎드린 채 오르카 호의 병실을 침수시키며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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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화나 할줄은 모르겠고 그냥 갑자기 소재 생각나서 써봄. 별로 재미없어서 한두개정도 더쓰다 때려칠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