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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이번 주간 연구보고 준비 했어?"


한때는 누구보다 사근사근하고 귀여운 말소리라고 생각 했지만 이제는 다른 누구보다도내 심적 불안을 야기 시키는 말소리였다.


"아...아직 조금 더 준비가 필요해서..."


물음에 답하는 내목소리는 내가 들어도 기어들어가는 목소리였다.


"하아...저번 연구보고는 좀 실망스러웠다는 것은 알고 있지? 

빈말로도 괜찮다고 해줄 수가 없어. 

오빠 능력이 이정도 밖에 안된다는 건 좀 많이 실망스러워. 

이번엔 기대해봐도 괜찮은 거지?"


"...무...물론이지 저번주에 지적했던 센서 인테그레이션 하고 제어 플로우 차트는 좀 수정했어."


닥터는 내 모니터 화면을 흘낏 바라보더니 잠깐 한심함 반 의심반의 표정을 순간적으로 지었다. 

그리고는 나를 보며 언제나 처럼 배시시 웃었다. 

하지만 나는 그 천진한 웃음속에서 말못할 두려움과 중압감을 느끼고 있었다.


"헤헤 기대하고 있을게. 오.빠."


한때는 누구보다 따스한 미소를 지어주던 여동생은 이제는 없어진지 오래...


나는 닥터 몰래 서랍에서 소완에게 받아둔 청심환 한알을 꺼내 삼켰다.


나는 내가 만든 지옥에 스스로 갇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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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년 전, 오르카호 지휘관 회의 중 닥터에게 보고를 듣던 중이었다. 

로봇 설계 테크트리 현황보고를 받으면서 나는 생각보다 테크트리가 늦어지고 있다고 느꼈다.


"닥터, 생각보다 기술진척이 더딘것 같은데."


"오빠, 솔직히 말해서 우리 오르카는 개발기반시설도 개발소요자원도 연구인력도 풍족하지 않아. 

계속 말하지만 내 업무로드도 좀 생각해줘. 포츈언니 말따마다 기술자 몇 명 더 구해주시든지."


닥터는 울상을 지으며 여느때의 정기보고에서 처럼 변명했다.


"하아...닥터야, 네가 힘든건 알겠지만 우리의 적은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아."


멸망전 영화에서 봤던가 소설에서 봤던가 나는 가슴에 새겨야 할 이 의미심장한 말을 무척이나 진중한 어조로 말했다. 

사실 닥터를 닥달하는 내 단골맨트였다. 

오르카의 기술연구개발을 담당하는 인원은 제한되어 있는데다 투입될 자원도 한정되어있는 상황. 

그것을 가장 잘아는 사람은 다름아닌 사령관인 나였다. 

하지만 오르카에 재원 부족한 것이 어디 하루이틀인가 

내가 있는자원 없는자원 꼴박해서 일주일 동안 오르카 전원이 참치 통조림만 먹었어도 

닥터는 언제나 연구 시작 전 언급한 연구기간을 한번도 넘긴적이 없었다. 

물론 추가 예산요구도 없었고. 사실 있었긴 했지만 나는 모두 가볍게 거절했다. 

나는 오르카 최고의 수재 닥터는 그런 사소한 부족따윈 이겨내고 언제나 해낼 것이라 믿었으니까. 

위대한 멸망 전 인간 선현들이 이미 말씀하신 바와 같이 

모든 일에 불가능은 없다, 하면 된다, 마른 걸레도 짜면 물이나오는 법이었다. 

이를 증명하는 것이 우리 오르카의 닥터가 아닌가 말이다. 

그래서 나는 언제나와 같이 인력도 추가 자원도 주지 않았지만 연구개발 프로젝트 완료를 독촉했다. 

닥터는 언제나 해냈으니까.


"전에도 말했다시피 나하나 만으로는 연구인력이 부족해. 

아자즈 언니나 포츈 언니가 가끔 도와주긴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생산계고. 

오빠, 잠깐이라도 오빠도 같이 연구해보면 어떨까? 

오빠도 머리가 굉장히 좋고 제반지식도 있으니까 오빠가 연구에 참여하면 금방 완료 해낼 수 있을 거야."


닥터는 어느 멸망전 영화에서 봤던 장화신은 고양이같은 표정을 지으며 내게 말했다. 

내게는 아부 섞인 칭찬이었지만 내심 나도 내 머리가 좋다는 것을 부인하지 않았다. 

지금껏 오르카를 이끌면서 마리나 용이나 레오나 같은 지휘관들에게도 지휘능력을 인정받은 내가 아닌가. 

닥터에게서도 인정 받았다는 생각에 조금 우쭐해서 다시 물었다.


"그...그럴까...?"


기다렸다는듯 화색이 도는 닥터가 신나 하며 말했다.


"그럼, 물론이지. 오빠같은 천재이자 마지막 인간이 학위 하나 없다는게 말이돼? 

기왕 기술연구하는거 박사하자 박사. 

석박통합 코스로 오빠정도면 학위 따는 것 정도는 매일 출첵 모으는것 만큼 쉬울거야."


닥터가 그렇게 말하면 좀 솔깃했다. 

어차피 오르카의 기술개발은 반드시 필요한 것이고, 투입 재원도 더 없는 마당인데 

내가 손을 보태면 금방 테크트리를 올릴 수 있지 않을까.


"그...그럼 지금 진행하는 '공중 제어 장치' 개발을 테마로 박사학위 받을 때 까지 하는 것으로...하면 될까?"


"사령관께서 그렇게 하신다면 본관도 크게 반대 하지는 않겠소. 

물론 오르카 군 지휘에 있어서 사령관의 공백이 크겠지만 

어느 정도라면 우리가 지휘관 회의를 통해 이끌어 나갈 수 있으니."


"저도 크게 반대 하지 않겠습니다."


"뭐 나도 의의는 없어. 나도 찬성이야."


"나도 찬성이다. 항상 닥터에게 신세를 지고있으니 이번에 신세를 갚는다 생각하지."


"나도 별다른 반대 의사가 없군."


"난 뭐...어찌되든 상관없어."


무적의 용과 마리, 레오나, 칸, 아스널, 메이까지 모두 찬성으로 기울자 다른 소규모 부대장들도 대부분 찬성을 던졌다. 

한명정도는 내 천재적인 지휘의 부재를 걱정해서 언급하는 인물이 하나쯤은 있을 법도 한데 

누구도 내 지휘부재를 언급하지 않은데에는 내심 슬펐다.


"와, 그럼 언니들 모두 찬성이지? 무르기는 없다아? 오빠는 여기 서명하고."


닥터는 마치 준비해왔다는 듯 내게 문서 하나를 내밀었다.


"이게 뭐야?"


"별건 아니고 그냥 연구실 들어온다는 확인 문서지."


닥터는 별것 아니라는 듯 손을 휘휘 저으며 서명을 종용했다. 

엉겁결에 받아든 문서에 서명을 하면서 '학위 코스 도중 철회 불가하다.' 라던가 

'일일 의무 연구시간은 오르카 근무기준법 근무시간인 8시간 제한에 포함되지 않는다.' 라거나 

'연구직무는 휴일부여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같은 흉흉한 문구가 있었지만 설마 닥터가 내게 가혹한 일을 시키겠나, 하고 

의심없이 나를 지옥으로 끌고갈 그 저주받을 문서에 서명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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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카넷 익명게시판////


공지: 최근 오르카 연구동에서 미확인 노숙 바이오로이드가 자주 출몰하여 함내에 안좋은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때가 꼬질하고 지질구레 한 제복에 악취가 심하게 납니다. 

함내 복도에서 통조림이나 음식물을 취식하면서 근처 빈 공간에서 수면을 취하고 있으니 

해당 구역 당직 바이오로이드 분께서는 시설 관건과 오르카호 출입문 경비를 똑바로 서라.


추신/ 과거 히루메 잠입 유사사건으로 밝혀질 경우 당일 당직들은 지옥을 볼 예정임.


답글// 게시자:oo님// 소첩은 아무잘못없느니라

     // 게시자:oo님// 똥여우는 있다가 점호 끝나고 보자




공지: 연구동 근처 미확인 노숙 바이오로이드는 닥터연구실에서 근무중인 석박사과정의 사령관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오르카 시티가드에서 해당 사건의 사령관의 신원을 확보하였습니다. 

오르카 위생을 담당하는  배틀메이드 부서에서는 대책으로 연구자 전원 주2회 이상 세신 및 환복을 권고하는 바 입니다.

아울러 이를 위해 연구동 책임자 닥터는 사령관을 주2회 이상 사령관실로 퇴근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협조해 주시기 바랍니다.


답글// 게시자:oo님// 어? 사령관님 요즘 스틸라인 온라인 접속 안하시길래 행방불명 되신줄 알았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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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닥터 연구실에서 학위코스를 밟느라 오르카 군사작전이나 지휘를 하지 못함에도 

오르카호는 전투든 탐색이든 관리든 매우 매끄럽게 돌아갔다. 

솔직히 내가 지금껏 없었어도 오르카호는 멀쩡하게 활동했을 것이 아닌가 의심이 들 정도였다.

나는 하루하루가 다르게 닥터 연구실에서 말라가고 있었다. 

예전 사령관실에 있었을 때엔 바닐라나 배틀메이드들이 다과를 가져다 주거나 

매번 컴페니언이 돌아가며 경호를 해주거나 사령관실을 바쁘게 오가는 다른 바이오로이드라거나 

책상아래 알렉산드라 라던가 내 곁에 쉬지않고 누군가 있었지만 

이제는 수많은 기계들에 파묻혀서 혼자 숨만 쉬고 있었다.


연구실에 들어온고 초반에는 업무를 배우면서 출출하기에 바닐라를 불러서 다과라도 부르려고 했었다. 

생글생글 웃던 닥터의 표정이 시퍼렇게 굳는 것을 그때 처음 보았다.


"오빠, 기술연구가 애들 장난이야? 여기 오르카 금지구역이거든? 

관련자 외엔 출입도 불가능해. 최근에 오르카 내 펙스 간첩이다 스파이다 말도 많은데 정신이 있어없어? 

저 연구구역 앞에 붙여놓은 '허가된 연구인원 외 출입금지'는 누구 요구로 붙여 놓았을까?"


닥터는 손가락으로 연구실 문 앞을 가리켰다.

그때서야 내가 지시해서 붙여놓았던 그 경고문구를 떠올렸다. 

저번 히루메 사건이나 펙스 스파이 사건때문에 만들어놓은 보안규칙이었다. 

그것 때문에 간간히 닥터에게 연구실까지 배달되던 간식이나 음료수를 직접 나가 받으러 가야 한다고 

투덜대던 닥터의 모습이 생각나 입을 다물었다.


당연히 '허가된 연구인원'이 아닌 컴패니언도 연구실 출입이 불허되었고 

이를 납득하지 못한 블랙리리스는 닥터에게 따지다가 

이윽고는 자신도 나와 같은 코스 연구자가 되어서 나를 경호하겠다고 요구했다.


"그럼 연구 능력이 되는지 시험을 봐야겠네."


닥터는 블랙리리스를 데리고 제반과학지식과 수학능력 등을 테스트 했다. 

사실 테스트할 필요도 없었다. 

나야 간간히 마지막 인간으로서 알렉산드라나 간간히 닥터에게 직접 이공학적 지식을 

강제적으로 학습했지만 블랙리리스는 모델 설계상 그런 고리타분한 지식은 집어치우고 

경호, 전투기술과 관련 제반지식만을 내장하고 있을테니 

고급 바이오로이드로서 좀 좋은 머리만 가진 문외한 이었다. 

리리스 숨겨둔 취미가 공업수학문제 풀기 뭐 이런것도 아니었을터다.

결국 리리스는 닥터에게 연구불가능 판정을 받았다. 

다만 수리능력은 있으니 공부를 좀 하면 받아주겠다는 단서가 달렸고 

수백쪽짜리 전공서적을 십수권 받아든 리리스의 새파랗게 질린 표정을 볼 수 있었다. 

며칠 동안 죽은 눈으로 흐느적흐느적 다니던 리리스는 본인 이하 컴패니언은 

내 박사졸업 때까지 연구동 바깥에서 경비를 서겠다는 통보를 해왔다. 


리리스...수포자였구나...


"쯧...이래서 예체능계열은...."


나는 같잖다는 표정으로 조용히 중얼거리는 닥터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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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오빠가 할 일 중 하나는 여기 오르카 장터에 접속해서 새로 등록된 사업이 있는가 보는거야."


닥터는 연구실 내에 내 자리로 배정된 곳의 개인용 컴퓨터를 켜서 처음보는 오르카 인트라넷페이지를 보여 주었다.


"여긴 뭐하는 페이지야?"


"오르카의 각 부서에서 필요한 물품이나 활동을 수주하고 수주받는 곳이지. 

가령 작게는 배틀메이드에서 소모되는 먼지털이를 납품하는 사업부터 

크게는 스틸라인 같은 부대에서 필요한 군수물자 보급이나 부대에서 요구하는 신기술 무기, 장비 같은 

개발 및 납품 사업도 올라오거든."


내가 오르카 사령관이었지만 세상에 오르카에 나도 모르는 이런 사이트가 있는지도 몰랐다. 

나는 물자 보급이던 개발이던 임무던 지휘관 회의나 여러 루트를 통해 올라오는 건의 사항을 받아 

적절한 부서에 명령하는 것이라고 여태껏 알고 있었다.

닥터는 피식 웃었다.


"오빠도 순진하네 다른 언니들이 오빠 보여주겠다고 입고나오는 의상들 오빠가 만들라고 '명령'했어? 

뭐, 몇벌은 오빠가 직접 사준적도 있지만 대부분은 언니들이 직접 참치들고 오드리언니에게 구매수주를 해. 

나나 아자즈 언니 포츈 언니나 그램린 언니, 스카라비아 언니에게는 어떤 장비를 개발해 달라거나 대량생산해서 납품해 달라는 수주를 맞기는 거고. 

물론 그런 부대단위 국가사어ㅂ...아니, 대규모 사업을 맞길 때에는 계약자들 간에 서로 짜고 오르카의 눈먼 공금참치 긴빠이 못치게 이 오르카 장터에 공개 사업으로 진행하는 거고. 

우리는 그 사업에 입찰제안서를 써서 낙찰되면 그 사업에 참여하게 되는거지."


닥터는 목이 탄지 설탕을 잔뜩 넣은 커피를 한모금 마시고 말을 이었다.


"기존에 오빠 명령이야 전 오르카가 수행해야 할 명령이니 모든 오르카 인원이 협력해서 수행 한단 말이야. 

하지만 이런 사업들은 아니거든. 

의뢰주가 지급할 보수금 참치는 한정되어 있으니 어느정도 장비 개발이나 

생산에 관련된 아자즈 언니나 포츈언니, 그램린 언니, 스카라비아 언니도 다 경쟁자야. 동업자니까."


아아...납득했다. 닥터는 닥터080연구실 상호로 업체(?)를 운영 중이었고 

아자즈는 고올든워크샵, 포츈은 포츈산업, 그램린은 발할라테크, 스카라비아는 호드엔지니어링 상호로 활동을 하고 있었다.


근데 내가 왜 이런 과제를 하고 있어야 하는 거지? 난 공중 제어 장치 연구만 하면 되잖아?

닥터는 안쓰럽다는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하아...오빠 연구비용은 어디서 솟아나서 그거 개발 할래? 이런 사업들이라도 따내야 연구실 운영이 되지..."


"그...그치만 연구 소모 자원은 내주잖아..."


"그건 순수하게 연구에 필요한 최소자원이야... 그거 가지고는 진짜 개발은 못해. 

연구시설 유지나 돌발적인 개발문제 발생시 해결비용, 실시험이라도 한다면 

시험인원 고용비용 같은 것까지 따지면 택도 없어. 

오빠가 연구해야 할 '공중 제어 장치' 연구를 하려면 좀 큰 개발 사업이라도 따내야 하니까 

눈 크게 뜨고 제안서 제출 기한 놓치지 않도록 주의해줘."


나는 얼떨떨한 감각으로 오르카 장터의 분류탭을 하나하나 확인해 보았다. 

닥터 말처럼 납품 탭에는 스카이나이츠에서 올린 기자재 의뢰나 

밖으로 나가는 탐색조원 대상으로 이프리트의 멸망 전 음악 디스크 찾아 달라거나 하는 개인 의뢰가 올라가 있었다. 

수리 및 보수 탭에는 스틸라인에서 사용하는 중장비 수리의뢰등이 있었고. 

그 뒤에는 18금 탭이 있길래 클릭해 보았다. 

그 곳에는 음...어...탈론페더가 올린 사령관실과 비밀의 방에 추가 몰래카메라 설치의뢰...


[샥]


닥터는 마치 굴이 에프터버너 플라이트를 하는 듯한 속도로 알트+F4를 눌렀다.


"거기는 딱히 사령관이 볼 필요 없는 곳이니까 상관 하지마. 하.하.하."


나는 그 탭에 어떤 사업이 올라가 있을지 매우 궁금 했지만 닥터가 후에 어떤 제한을 걸었는지 

내가 사용할 닥터080연구실 계정은 더이상 19금 탭에는 접속 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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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 자세제어기 P플랜트 제대로 수정했어? H인피도 엉망이잖아"


"각 센서들 노이즈 필터링 제대로 하고있는거 맞아? 바이어스는 여전하고 센서 데이터들이 제멋대로 발산하네"


"애초에 기체 상태방정식도 기반 모델링도 러프하잖아. 트랜스퍼 펑션 제대로 나와? 이래서 실험이나 되겠어? 

오빠가 허접한 실험으로 계측장비 날려먹을 때마다 그거 구하기 위해서 탐색뛰는 언니들 생각해봤어?"


"오빠 익텐칼만 쓸때는 코베리언스 매트릭스 제대로 측정하라 했지...필터성능 자체가 좋아서 그나마 이정도지 

이거 공중 올라가면 또 발광한다."


"하아... 오빠, 진짜 제대로 안해? 뭐가 값이 이상하다는거야? 그럼, 컴퓨터가 구라를 친다는거야? 

누누히 말하지만 기계는 거짓말도 실수도 안해 오로지 인간이 거짓말이나 실수를 저지르는 거지"


'알바트로스는 자기가 채강지휘관이라고 구라를 치더ㄴ...'


"뭐라고 꿍얼거리는 거야 다시해와 하아 오빠가 연구실 들어오고 오히려 소모 자원이 늘어난거 알고 있어?"


알고있다마다. 연구실 기자재 관리나 회계관리도 다 내가 하고 있으니까.

회계관리 라고 생각하니 지난 회계감사가 생각났다. 

월말, 연말 정산때만 되면 연구실 재산을 오르카 비서실, 즉 알파에게 보고하게 되어 있었다. 

그 때 마다 마주치는 알파는 내가 알던 알파가 아니었다. 

내가 처음 작성했던 연구실 재산관리 장부가 숫자 몇개 안맞는 사소한 찐빠를 냈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나는 이 오르카 사령관. 비록 지금은 연구실의 일개 연구생이지만 알파와는 이미 친분이 있으니 

이정도는 손쉽게 무마 가능 할...


"숫자 두자리수가 안맞는데 그게 무슨 사소한 실수야!!!"


누가 레모네이드 오메가와 자매기 아니랄까봐 똑 닮은 표독스러운 표정으로 

내게 찐빠난 회계문서를 집어던질때에는 무심코 오줌을 지리며 펙스 유미에게 빙의되어 

'죄송합니다 오메가님' 이라고 외칠뻔 했다. 


처음 내가 건넨 문서를 받아보았을 순간까지만 해도 늘상 보여주던 우아한 미소를 보여주던 알파는


"비록 사령관님이시지만 지금은 감찰과 피감찰자의 신분이니 양해부탁드려요."


라고 하면서 내게 오르카 사령관인 내가 비서인 알파에게 감찰을 받는 현상황에 대한 이해를 구하고, 

또 내가 허락하니 냅다 내게 문서를 집어던졌다. 

그리고는 한참을 내게 온갖 매도를 가하고는 여전히 분에 못이긴 것처럼 닥터를 호출했다. 

나는 비맞은 들개마냥 어깨를 잔뜩 좁힌채로 알파의 비서실을 나왔고 

알파의 호출에 쪼르르 달려들어가는 닥터와 교차했다. 

내가 나오고 닥터가 들어간 비서실은 그대로 문이 닫혔고 알파의 고성이 울렸다. 

나는 그렇게 닥터가 알파에게 털리는 소리를 들으며 그대로 문 옆 벽에 기대 서 있다가 스르르 쓰러졌다.

며칠 후 닥터는 세달 참치 감봉과 견책처분을 받았다.


닥터에게 내 허접한 주간연구보고를 다시금 탈탈털리고 밤새 연구 보고서를 고치고 있었다. 

나중에 학위 논문을 쓸 때 감당 못할 피똥을 싸기 싫으면 지금 고쳐놔야 했다. 

한 밤중 오르카의 대부분 구역이 소등되었고 내가 있는 연구실 또한 조명이 꺼진채로 

나는 밝게 빛나는 내 컴퓨터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었다. 

한참을 지적 받은 수식과 데이터를 보완하고 앞으로의 연구방법에대해 짱구를 굴리려니 공연히 머리가 아팠다. 


서랍에서 소완에게 속삭여서 꿍쳐놓은 타이레놀을 두알을 꺼내 삼켰다.


그리고는 머리나 잠시 식힐 겸 해서 연구실에 들어온 후로 

한번도 켜지 못한 스틸라인 온라인이라도 몇 판 할까하여 접속을 했다.


"아씨...울팀은 또 다 트롤이네..."


게임은 내 연구처럼 전황이 더러웠다. 절대 내가 못하는게 아니었다. 

분명 팀원놈들이 전부 트롤일뿐. 아, 오르카에는 나빼고 다 팀원년들인가.

한참을 광란의 키보드질과 현란란 마우스 클릭질을 하다가 

정신을 곤두서게 만드는 목소리가 내 뒤에서 울렸다.


"오빠, 일은 잘 되어가?"


[타닥]


오오 연구실 생활하며 가장 많이 는것은 나의 굴보다 빠른 알트탭 타이핑 속도였다.

내심 내 엄청난 속도에 감탄하며 태연한 척 뒤를 돌아보았다.

닥터였다.


"네가 지적해준것을 잠깐 고치고 있으니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었네."


나는 자연스러운 척 기지개를 펴며 어깨를 으쓱였다.


"헤에...우리 오빠 고생하는걸, 귀여운 여동생이 어깨 주물러 줄게."


닥터는 내 의자 뒤에 찰싹 붙어서더니 작은 손으로 조물거리며 내 어깨를 주물러주었다.

시원하다기 보다는 간지러운 감각이 귀여워서 문득 연구실에 들어오기 전 화기애애한 닥터의 느낌이 느껴져 기분이 좋았다.


"그런데 오빠 시간이 늦었는데 자러 안가? 나 또 배틀메이드 언니들에게 혼나기 싫단 말야. 

요즘 바닐라 언니나 콘스탄챠 언니에게 수시로 오빠 씻겼냐고 묻는단 말야."


저번에 내가 상거지 꼴로 시티가드에게 체포되었을 때 배틀메이드에서 학을 떼었나보다. 

덕분에 꽉 조으던 닥터의 시간 압박이 조금 줄어들었으니. 

좀 있다가 퇴근해 볼테니 닥터 먼저 들어가 쉬라고 말했다. 

나는 닥터에게 말못할 일이 조금 더 남았으니 말이다.


"음 오빠는 그래도 여유가 있으니 다행이야..."


그렇게 중얼거리던 닥터는 내가 긴장이 풀려 반응을 못하는 틈을 타 잽싸게 내 컴퓨터의 알트탭 키를 눌렀다.

그리고 펼쳐진 스틸라인 온라인.

채팅창에는 내 미동도 없는 입력에 팀원들의 나에대한 안부가 가득차 있었다.



//

[브라우니 케이크] 님의 말: [연구노예] 님 몰컴하다 당직사관에게 걸렸슴까?

[레프리콘 프로젝트] 님의 말: [연구노예] 님 빨리 재접속요

[천재토모교육] 님의 말: [연구노예] 님 부모님은 잘 있어?

[초코의 왕 아루비] 님의 말: 오르카에 그거 가진 언니 있어?

//


"다른 언니들은 오빠 거지꼴 하고 다닌다고 나보고 나쁜년이라고 욕하는데 

오빠는 하라는 연구는 안하고 게임질이나 하고 있네."


나는 숨이 막혔고 아무 생각도 하고 없었다. 

굳어버린 내 얼굴에서는 그저 안구건조증이 생긴 내 눈가에 다시금 촉촉함이 되돌아올 뿐...


"오빠, 나한테 지휘관 회의 때마다 나에게 뭐랬어, 우리의 적들은 기다려 주지 않는다며... 

한시라도 빨리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며... 그런데 지금 뭐하는거야? 어?"


닥터는 내 옆에서 얼굴을 더 가까이 들이 밀었다. 

닥터의 눈은 모니터의 조명에 비쳐 광채가 발했다. 아니, 나에겐 광기가 발한 것처럼 느껴졌다.



"나는 오빠 뒤치다꺼리 해준다고 바닐라 언니에게 쿠사리 먹고 알파 언니에게 털리고 오빠 연구 코치해주고 있는데..."


닥터야...제발...그만...제발 그 말 만은...


"혹시...오빠 학위 따기 싫어?"


나는 처음으로 호흡곤란을 느꼈다.


//


닥터가 연구실을 나간 후 나는 한동안 멍하니 연구실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공허했다. 나는 무슨 부귀영화를 노리고 박사코스를 밟는다고 했을까.

나는 서랍 속에서 소완에게 모종의 딜을 통해 꼬불친 암페타민 세알을 꺼내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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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사업하나 좋은거 나왔어 이거 하자!"


오늘도 퀭한 눈으로 사령관실도 가지 못한채 학위 논문을 준비하던 나는 

아침부터 신이 나서 연구실에 뛰어들어온 닥터를 맞았다.


"뭔데...? 자원 많이 준데?"


"응! 안드바리가 자원창고 감시용 무인시스템 개발사업을 올렸어! 

자금은 오르카 공금에서 나온데! 눈먼 국가 공금...아니 눈먼 오르카 참치라고! 분명 엄청 빠방할 거야!"


닥터가 호들갑을 떨며 안드바리가 발표하는 사업설명회에서 직접 받아왔다는 사업소개서를 건네받았다.

요점은 간단했다. 

안드바리가 관리하는 오르카 자원창고에 자꾸 좌우좌(가명) 젖스터(가명) 등의 횡령범이 잠입하고 있다. 

이를 밤낮으로 감시할 무인기 시스템 개발 및 납품을 원한다.


무인기 시스템은 사람보다 소형 무인기로 창고 내부를 자율적으로 주행 혹은 보행 할 것.

상기 언급된 주요 횡령범을 자율 인식할 것.

인식한 목표에 대해 비살상용 고무탄을 연사 할 수 있는 터렛을 장착 할 것.


이외에 입찰사에서 무인 감시 시스템에 원활한 운용을 위해 추가하는 제안 옵션에 가산점 추가.


내가 이 사업소개서를 보면서 떠오른 것이 하나 있었다. 


"이거 완전 그렘린의 탑돌이..."


"오빠 이거 완전 개꿀 사업이라고. 이런거 놓치면 안돼."


"하지만 내가 연구하는 건 무인기 공중 제어 장치 인데..."


닥터는 뭔가 살짝 한심하다는 듯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하아...오빠, 전공에 딱 맞는 사업이 어디있어 이정도면 전공에 부합한 거지. 

요구조건도 안복잡하고. 어떻게 개발해야 할지 딱! 감이 오잖아. 

주행이야 자원창고 내부에서 정해진 루트만 다닐 것이니 슬램이 어려우면 로컬 포지셔닝만 잘해서 패스파인딩 하거나 

막말로 라인 트래킹 해도 되는 거고. 

목표 자동인식이야 목표물이 제한적인데다가 특징점이 확실하잖아. 

LRL이나 알비스나 다 작은 키에 LRL의 하늘색이 다수인 목표물, 알비스의 흰색이 다수인 목표물 특징점 필터링해서 잡으면 되고. LRF(레이저 거리 측정기)를 카메라 하고 같이 달아서 특징점 이미지 픽셀크기와 목표거리 확인해서 목표의 크기를 산출하면 되고. 

터렛 장착은 오르카에 넘쳐나는 게 건터렛이니 제어기는 기존에 사용되는거 쓰면 되지. 뭐가 문제야?


닥터의 말을 듣고보니 그럴싸 했다. 참치도 업무에 비해서 굉장히 짭짤하니 한번 제안서 써볼까...


나는 이틀동안 가볍게 밤을 세워 제안서를 작성하여 제출 하였고, 

예상되는 사업금액보다 조금 과감하게 적게 써냈다. 

그리고 며칠 후 내가 쓴 제안서가 채택되었다는 알림이 도착하였다. 

당연히 닥터는 뛸 듯이 좋아했다. 나는 모처럼 성취감을 느끼며 뿌듯해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개발이 시작되자 언제나 처럼 밤을 새워 머리를 쥐어 뜯었다. 

카메라 모듈과 LRF모듈을 MCU(소형 컴퓨터 유닛)에 연동시키는 실험이 끝나자 

문득 간단하게 오르카에 쌓인 AI모듈을 쓰면 안될까 생각했다.


"오빠 이런 간단한 장비에 비싼 자원파츠 쓰면 금방 오르카 자원 거덜나. 

가뜩이나 누군가 정기적으로 꼴박해서 자원상태 간당간당한데."


나는 조용히 입을 다물고 개발에 몰두했다. 그러는 동안 납기일이 다가왔고. 

막판에 거의 잠도 안자고 개발 및 실험에 매달려서 사업검수자 안드바리의 입회 하에 도입 적합성 검사를 받게 되었다.


"솔직히 사령관님에게 맞길 사업은 아니었는데 닥터가 워낙에 사령관을 추천하기에 

저도 사령관님을 믿으면서 사업 맞긴거예요. 부디 실망하지 않기를 바랄게요."


"응 실망하지 않을거야. 자원창고에 미리 무인장비 기동시켜놓았어. 확인만 하면 될거야."


안드바리가 나와 시험장인 자원창고로 이동하며 말했다. 

나는 그 전날까지 무인기 튜닝을 하느라 자지 못한 퀭한눈을 애써 비비며 말했다. 

어제의 최종 실험에서 무인장비는 무사히 자원창고를 자동으로 돌아다녔으며 

나는 목표물로 인식하지 않고 오로지 1:1사이즈로 프린트한 LRL과 알비스의 사진만을 인식하여 정확히 고무탄을 발사했다. 

혹시 목표물의 앞모습만 인식하고 옆모습 뒷모습은 인식을 하지 않을까봐 미리 알비스와 LRL을 참치캔과 초코바로 유혹하여 30도 각도 단위로 360도 전방향 12장의 사진 자료를 얻었다. 

그리고 모든 사진에서 테스트를 진행하여 100퍼센트의 인식률을 보였기 때문에 나도 성능에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다.


안드바리는 꼼꼼하게 작성한 성능테스트용 검사지를 한손에 들고 자원창고의 문을 열었다. 

문이 열리자 깜깜했던 자원창고에 외부의 빛이 스며들어갔다. 

어두운 자원창고 저편에서 주행해오는 무인장비의 소음과 붉은 빛의 레이저가 보였다.


그때였다.


그 망할 무인장비는 건터렛을 안드바리에게 고정하더니 고무탄을 무자비하게 발사했다.


나만 빼고.


[투두두두두두]


안드바리는 난데없는 고무탄 공격에 쓰러졌고 이 똑똑한 망할 무인기는 

당황한 내가 강제로 디버그 모드를 작동시켜 작동을 정지시킬 때 까지 정확하게 쓰러진 안드바리에게 최후의 한발까지 갈겨대었다. 당연히 적합성 검사고 나발이고 정지. 

급하게 달려온 다프네와 리제가 가져온 이동침대에 누워 수복실로 실려갔다. 

나는 그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내가 개발한 망할 무인기와 함게 멍하니 서 있었다.


내 무인기의 어처구니 없는 버그는 안드바리를 쏘자마자 알 수 있었다. 

공교롭게도 안드바리의 키는 횡령범들과 비슷한 단신이었고, 

공교롭게도 안드바리의 긴 머리카락 색과 제복 스트라이프는 남색이었다. 

그리고 또 공교롭게도 안드바리 제복의 면적 대부분은 흰색이었다.

어두운 자원창고에 있던 무인장비는 갑자기 입구에서 밝은 빛이 들어오자 카메라의 화이트벨런스가 무너졌고 

안드바리의 군청색이 밝은 빛을 받아 하늘색 비스므레하게 인식되자 

안드바리는 삽시간에 내 무인장비의 목표물 바운더리에 들어왔다. 

결과는 고무탄 세례.


닥터가 언급했다시피 기계는 구라나 실수를 치지 않았다. 

오로지 '인간'만이 구라나 실수를 쳤다. 

나는 마지막 인간이었다.


"사령관, 닥터의 연구에 도움이 된다면서 연구실에 들어가 놓고선 이런 멍청한 장난감이나 만드는거야?"


안드바리가 나와 적합성 검사도중 수복실로 실려갔다는 소식에 

부리나케 달려온 레오나는 안드바리의 용태를 보고 나에게 쏘아 붙였다.


"나는 그 사업에 그렘린을 참여시키라고 했었어. 

그런데 규정에 깐깐한 안드바리가 오르카 공금이 투입되는 사업은 더더욱 공정해야 한다며 입찰경쟁을 붙였어. 

나는 반대 했지만. 그리곤 닥터네의 손을 들어줬지. 

안드바리는 자원 꼬라박 하는 사령관을 평소에 너무 매도한 것 같다고 이번에 그 빚을 조금 갚은것 같다고 좋아했어. 

근데 결과는 이 모양이야."


레오나의 말을 듣고보니 이 사업이 어떻게 돌아갈 '예정'이었는지 알 것 같았다. 

안드바리는 대규모 오르카 공금 사업을 기획했다. 

그 막대한 금액에 혹한 시스터즈 오브 발할라는 안드바리의 소속을 빌미로 

자기네 편 회사인 그렘린의 발할라테크에 맞길 계획이었고 남는 눈먼 오르카 공금을 시스터즈 오브 발할라에서 꿀꺽한다. 

완벽한 계획이었다. 

내가 그 사업계획 중간에 끼어들어 사업수주를 긴빠이치지 않았다면. 

계획한 사업 '물품'이 정해진 사업자 '고객'에게 배달하지 않은 이른바 '배달사고'였다.


"오냐 레오나, 이제보니 시스터즈 오브 발할라에서 오르카 눈먼 공금을 꿀꺽하려던 모양인데 어디다 쓰려던 생각이었냐?"


"뭐...뭔소리야 사령관, 증거있어?"


이렇게만 말해도 레오나의 명석한 전술연산 두뇌는 내가 자기 계획을 다 눈치 챘다는 것을 알았을 것이었다.


"뭐? 증거? 하... 오냐 니는 안드바리가 자기 부대 소속이라고 그렘린에게 사업을 수주하라고 종용했을 것이여. 

다른 업체 참가하지 못하도록 미리 그렘린에게 언질을 주고 요구조건 허들을 잔뜩 걸 예정이었고. 

그후로 입찰자가 없으면 그렘린에게 수의계약을 하려는 수작이었을 것이여."


"시나리오 쓰고있네 사령관."


"으허허허허 레오나 단말기로 그렘린에게 연락하지 마러 손모가지 날라가붕께. 

리제, 사령관 직권으로 시티가드의 리앤 수사관 불러."


"정말 이렇게 까지 해야겠어?"


"잠깐만요 사령관님."


안드바리가 병상에서 일어나 말을 걸었다.


"지금 사령관님이 개발한 무인장비 적합성 검사 탈락인거 아시죠...?"


나는 죽상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아직 검사 확인서 작성도 안했으니까 저희 발할라 수사를 면해주는 조건으로 재검사 허가해 드릴게요..."


그 규정에 깐깐하던 안드바리가 내게 불법거래 딜을 제안했다. 

역시 시스터즈 오브 발할라의 자매애인가...나는 그 애틋한 감정에 안구 건조증 때문에 넣은 인공눈물을 흘리며 딜을 외치려고 했다.


"아, 오빠 내가 못살아, 여기서 뭔 소릴 하는거야!"


수복실에 잽싸게 구르듯 들어온 닥터는 날 한심하다는 듯이 쳐다보고는 귀를 당겨 끌었다.


"이런 간단한 것도 제대로 못만들고 여기서 무슨 추태야, 빨리 가자. 레오나언니, 안드바리 심려를 끼쳐서 미안..."


닥터에게 귀를 잡혀서 끌려가면서 나는 어쩌면 닥터가 안드바리가 사업을 올리려는 순간부터 

사령관인 나를 앞세워서 안드바리를 압박해 억지로 자기 앞으로 사업을 돌린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했다. 

그리고 내가 시티가드를 세워 시스터즈 오브 발할라의 깊은 국가사업...아니 오르카 사업의 어두메 다크한 커넥션을 파게된다면 

틀림없이 닥터도 끌려 들어갈 것이라는 것도.


결국 자원창고 무인 경비사업은 아자즈에게 돌아가 간단히 바퀴달린 터렛의 제작을 맞기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아자즈는 그냥 자원창고 관리자들과 허가된 인원에게 RFID를 나눠주고 무인장비가 이를 스캔하여 

RFID를 미소지한 인원에게 경고 후 사격하는 것으로 나보다 훨씬 간단하고 직관적으로 해결을 했다. 시발.


나는 서랍에 소완에게서 미리 훔져놓은 메스암페타민 네알을 꺼내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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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장된다... 무지하게 긴장된다...


오늘은 바라마지 않던 1차 박사 학위 논문 디펜스 날이었다. 

학위 심사 교수는 3명이지만 닥터가 미리 구해놓는다고 했다. 

나는 오드리에게 미리 부탁해서 반짝반짝하게 다려놓은 정장을 입고 아우로라에게 부탁해 놓은 다과로 테이블을 차렸다. 

물론 차리는 것은 바닐라의 도움을 받았다.

아침부터 손이 달달달 떨리는 탓인지 불안감이 너무나 강했다. 역시 서랍에 약을 먹고 오는 것이었는데... 후회가 막심했다.


오늘 아침 경호는 특별히 차분한 성격의 페로가 맡아서 내 긴장을 완화시켜주려 노력했다. 

하지만 떨리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별의 아이를 조우했을 때도 이렇게 떨지는 않았던것 같았는데...


시간이 되었고 나는 불안한 발걸음을 숨기지 못한채 1차 학위 발표대에 섰다. 

심사테이블에서는 아자즈와 포츈과 예의 Dr.닥터맨 가면을 쓴 닥터...?가 보였다.


"사령관님 안녕하세요, 닥터씨의 부탁을 듣고 사령관님의 학위논문을 심사하게 되었어요 잘 부탁드려요."


아자즈는 그 생각을 읽을 수 없는 능글능글한 미소를 지으며 인사했다.


"누...눈나는 사실 이런 자리에 어울리는 레벨이 아니라고 생각 했거든? 그런데 닥터가 하도 강권해서 오게 되었거든?"


포츈은 아직도 이런 자리가 어색한지 몸을 계속 배배 꼬았다.


"원래 스카라비아 언니나 그렘린 언니를 모셔 오려고 했는데 스카라비아 언니는 귀찮다고 거절하고 

그렘린 언니는 자기는 박사급에는 맞지 않는다고 거부했어. 

그래서 오르카 최고의 천재악당 Dr.닥터맨을 모셨어."


"닥터야, 네가 논문심사를 보면 내 디펜스는 누가치고?"


닥터, 아니 닥터맨은 어처구니없다는 제스처를 과장스럽게 취하며 말했다.


"하아 오빠, 박사는 말야, 연구의 장에 오롯이 똑바로 설 수 있는 연구자를 가리는 자리인거야. 

누군가 막 도와주고 해주기를 바라면 안돼지."


나는 할말이 없기도 해서 내 논문 발표자료를 심사위원님들에게 나눠주었다.


"그럼 오르카 사령관의 박사학위논문 '공중 제어 장치 제작 기술 연구' 발표를 시작 하겠습니다."


//


"사령관은 이 완벽히 discret한 델타 입력이 말이 된다고 생각해? 

논문에는 실제 비행실험까지 마쳐서 데이터가 있는데 

어떻게 실제영역에서 이런 입력을 만들어 내는 건지 매우 궁금하거든?"


"실제 실험 기체로 드론 08 모델을 사용 했는데, 시뮬레이션 모델에서는 구조재료가 랜덤디렉셔널 하다고 써놓았거든. 

근데 누나가 아는 드론 08 모델의 구조물은 부분마다 

컴포짓 마테리얼이라 유니 디렉셔널, 바이디렉셔널한 카본 패브릭의 샌드위치 구조물이 굉장히 많이 쓰였거든. 

그렇게 수행한 시뮬레이션 하고 어떻게 실제 드론 08 모델 비행실험하고 매우 유사한 결과가 도출되었는지 설명좀 해줄래?"


포츈은 평소의 서글하던 눈나미소를 얼굴에서 싹 지운채 마치 먹이를 물어뜯는 맹수의 눈빛으로 

나와 논문을 흘겨보며 질문을 이어나갔다. 누나...그만둬줘...내 라이프는 이미 제로야...


오히려 특유의 4차원적 성격에 기인해 창의적인 질문세례를 걱정했던 아자즈의 질문은 

오히려 교과서 적인 질문이었다. 가령, 이전 테크트리의 기술에 관련한 논문을 습득 하였는지, 

내가 인용한 논문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묻는 다던지 공중 제어 장치에 대한 

시스템 인테그레이션과 센서 바이어스 진동 노이즈 보상 알고리즘, 

이를 반영한 프로그램 코드는 최적으로 짜여져 있는지 질문을 던졌다.


나는 최대한 성심성의껏 답변했지만 납득한건지 안한건지 묘한 표정으로 날 불안 하게했다.

그리고는 아자즈는 이렇게 물었다.


"그럼, 실제 논문에서 실험했던 드론의 공중자세제어를 실제로 볼수 있을까요?"


엥, 이게 무슨소리야?


"저...실시험은 이미 끝났고 오늘이자리는 문서화된 논문심사..."


"그게 무슨 상관이죠? 저희 오르카는 지금 전시예요. 한가하게 종이 쪼가리나 확인하면서 서명할 상황이 아니죠. 

필요한 것은 실제 그 기술에 기반한 로봇을 개발 할 수 있느냐 아니냐 그것 뿐이예요."


나는 할 말이 없었다. 나는 애처로운 장화신은 고양이의 눈빛을 빛내며 Dr.닥터맨에게 시선을 보냈다.


"콜."


Dr.닥터맨은 오르카 최고의 악당이 맞았다.

장소는 아직 휑한 AGS 격납고시설로 옮겨졌다. 나는 드론08 모델의 비행제어시험을 위해 디버그 컴퓨터를 타이핑 했다.

마지막 실험에서 아무 문제없이 비행 했는데 별일 있겠어...? 나는 그렇게 되뇌었다.


"자 드론08 비행 시작합니다. 안전에 유의해 주세요."


내가 마지막 이륙버튼을 누르자 드론08은 요란한 부스터 소리와 함께 떠올랐다. 

아니, 떠올랐어야 했다. 어라? 왜 드론과 디버그 컴퓨터의 통신이 끊겼지?

기대와 달리 드론이 이륙하지 않고 내가 당황해서 시뻘게진 표정으로 이것저것 매만지자 

아자즈와 포츈의 표정이 매서워졌다. 저 눈빛 만으로 지휘관급 바이오로이드들도 잡아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십수분이 지나서 나는 드론과 디버그 컴퓨터 간의 무선 통신을 회복했다. 

끊어진 이유는... 몰랐다. 데몬스트레이션에서 나타나는 머피에 법칙일 것이라 믿었다.


"드론08 진짜 비행 시작합니다. 안전에 유의해 주세요."


내가 다시 마지막 이륙버튼을 누르자 드론08은 요란한 부스터 소리와 함께 떠올랐다.

주위에서 구경하던 바이오로이드들의 오-오 하는 감탄 소리가 들렸다.

이륙하면서 약간의 자세 불안정과 오실레이션이 보였지만 

드론은 꽤나 안정적으로 공중에서 자세를 잡으며 전진과 후진, 측면비행, 회전 비행 등을 선보였다.

포츈과 아자즈는 살짝씩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마음을 놓는 순간...

오르카 선체에 살짝 쿵하는 소리와 함께 진동이 느껴졌다.


서있는 사람이 살짝 비틀거릴 정도의 충격. AGS격납고에 있었던 전원은 나포함 살짝 휘청일 뿐 이었지만 

내 망할 드론은 그렇지 않았다.


공중에서 비행하고 있는 저놈이 무슨 충격을 받았다고 선체에 충격이 오자마자 자세를 휘청이더니 

격납고 바닥에 대가리를 쳐박고 한바탕 브레이크댄스를 추는 것이 아닌가.

100kg가 넘는 쇳덩이의 격렬한 브레이킨에 구경하던 바이오로이드들이 한바탕 소동이 일었다. 

내가 디버그 모드에서 강제 부스터 오프 명령을 줄때 까지 몇 초간 말이다.


[아아 오르카 조타실 세이렌이 알려드립니다. 잠시 격한 해류를 만나 선체에 충격이있었습니다...]


아...세이렌 너어는 얼마간 참치 감봉이야...잘못한거 없어도 그냥 사령관 직권으로 감봉이야...


"사령관, 드론이 왜 저런 불안정한 제어를 보였는지 설명 해주실수 있나요?"


아자즈의 평소와 다름없는 어조의 질문은 다른 무엇보다 음산해보였다.


//


오늘 1차 디펜스는 사실상 망쳤다. 2차 디펜스에서 두고 보겠다는 아자즈와 포츈의 엄포를 마지막으로

 나는 정장도 벗을 힘이 없이 와이셔츠 채로 연구실의 내 의자에 걸려있다시피 앉아있었다. 

나는 무슨생각으로 닥터를 도와서 연구를 한다고 했을까...

나는 대체 무슨 자신감으로 내가 명석하다 생각한 걸까...나는 병신이야...손이 다시 떨렸다. 

소완에게 뜯어온 약을 넣어놓은 서랍에 손이 다가갔다.


"오빠 있어? 괜찮아?"


닥터가 연구실에 들어왔다. 

아아 닥터, 내가 아자즈와 포츈에게 혓바닥으로 쳐맞고 있는동안 입도 뻥끗안하던 우리 귀여운 여동생 닥터...

아, 그건 사악한 악당 Dr.닥터맨이다. 

그 악당은 오르카 전원이 대학원생이 될 때까지 그 사악한 음모를 멈추지 않을 거다. 

분명 내 박사코스를 연장시키기 위해 음모를 꾸미...


"아자즈나 포츈 언니도 오빠에게 무슨 억하심정이 있어서 그런거 아니니까 너무 낙심하지 마...2차때 잘하면 되지..."


아냐...닥터야 분명히 내게 억하심정이 있어 확실해...

내게 서류를 집어던진 알파도 아자즈도...포츈도... 분명히 있을거야...난 그 눈들에서 진심을 봤어...

나란 인간은 인류문명의 천장을 들어올릴 인재도 아닌데 왜 마지막 인간이라는 허울좋은 구실로 둥기둥기를 받는 걸까... 

내가 마지막 인간이 아니었다면 다들 날 산채로 잡아먹으려 들었을거야...


"멸망전 박사과정을 밟는 대학원생들에게 도는 말로는 박사학위 디펜스에서 몇번을 질질 짜봐야 박사가 된데...그러니..."


나의 위대한 인류 선조님들...당신들도 이런 고난을 겪으신 겁니까 

이 불초한 인간부스러기 말예는 이제야 당신들의 고통을 느끼고 있습니다. 

나는 머리를 감싸쥐고 두 다리 사이로 숙였다.


[끄흐흫흫ㅎ흐흐흐흐흐ㅡ읅읅으르으을]


그리고 앙다문 내 이빨 사이로 짐승의 신음소리인지 울음소리인지 웃음소리인지 모를 소리가 흘러나왔다. 

마치 내 목구멍의 심연에서 뿜어져나오는 듯한... 그런소리였다.


그때였다. 보였다. 우물쭈물한 표정으로 날 위로하려던 닥터가 환희에 찬 함박 웃음을 짓는 것이.


"오빠, 그 소리 뭐야? 한번만 더, 한번만 더 들려줄 수 있어?"


남미에서 엘도라도를 찾아헤매던 스페인 정복자들이 황금의 땅을 찾은것 같은, 

샹그릴라를 찾아 히말라야를 헤매던 등반가들이 이상향을 마주친 것 같은 환희가 닥터의 표정에서 보였다. 

워낙에 완강하게 내게 부탁하는 통에 내가 오히려 당황할 정도로.


"기억모듈에서만, 학술자료에서만 들었던 소리를 방금 오빠에게서 들었어. 

바로 인류의 과학기술을 한걸음 진전시키는 잉태의 고통소리야. 

선대 학자들이, 그 인류역사의 수많은 인력이 과학의 톱니바퀴에 갈려나가며 수천년간 내질렀던 소리였다고. 

오빠, 빨리 다시 해봐."


닥터는 연구실에 있던 시약용 주황색 깔대기까지 귀에 가져다 대고는 내가 보챘다. 나는 닥터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했다. 

그저 비어버린 책상서랍의 약병을 손으로 더듬거릴 뿐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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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으로 오르카 사령관의 학위논문 3차 발표회를 마치겠습니다."


사방에서 플래시와 박수소리가 들렸다. 마지막 3차 발표회는 1차와는 달랐다. 

스프리건이 이 조촐한 발표회에 사회를 서겠다 나섰고, 

소완은 팔을 걷어붙이고 심사관들과 참가한 발표회 참석자들을 위한 식사를 만들겠다 나섰다. 

이미 2차 디펜스에서 아자즈와 포츈, Dr.닥터맨은 박사학위 통과를 언질 해 주었기 때문에 

나는 오드리가 미리 준비한 박사모와 가운을 입고 기념 촬영을 할수 있었다. 

오르카 호는 한바탕 내 박사학위 축하연회를 만끽 하고 있었다.

알람소리와 함께 내 사령관 단말기에서 '로봇 제작 설비 '공중 제어 장치' 연구 완료'라는 메세지기 떴다. 

이 메세지 하나를 위해서 나는 지금껏 고통의 시간을 보냈다. 참 허탈 하면서도 후련했다.

나는 사방에서 몰려드는 페어리 시리즈들의 꽃다발을 안아들고 

오르카 거의 모든 인원과 기념촬영을 하며 내 생애 최고의 날을 즐겼다. 

그리고 길고 길었던 박사코스를 끝내고 마침내 다시 오르카 사령관 직책으로 돌아 올 수 있었다. 

물론 닥터가 포닥생활 좀 하다가 복귀 하라고 조르기는 했지만 

똑똑한 오르카의 사령관은 두번은 속지 않으니 기다리지 말고 있어요오.


그 후로 무슨무슨 과정을 만들고 수료하는 것이 오르카의 유행이 된 것처럼 

온갖 과정이 함내 곳곳에서 우후죽순 튀어 나왔다. 

가령, 아우로라의 파티시에 전문가 코스라던가... 

자비로운 리앤의 범죄학 전문가 코스라던가...

소완은 고급 셰프코스를 열려고 시도하다가 또 약차차용 약물을 제조하고 유포한 것이 시티가드에게 걸려서 잡혀간 것은 

사소한 찐빠였다. 

이런들 저런들 상관없는 일이었다. 

물론 약물을 받아간 인원에 대한 조사는 내 직권으로 막았다. 

그러한 사소한 일에 오르카의 인력을 낭비할 수는 없지. 잠시 손이 떨렸다.


거기다 무적의 용과 불굴의 마리, 철혈의 레오나, 신속의 칸, 로얄 아스널, 멸망의 메이까지 

블랙리버 지휘관들은 저들끼리 무언가 쑥덕이더니 

나 없는 사이에 냉큼 '오르카 전략/전술기획연구소'라는 것을 차려버렸지 뭔가.


"사령관, 우리 지휘관들이 오르카의 전략전술 연구를 위해서 연구소를 만들었는데 여기 과정을 수료할 생각 없어?"


"각하다. 레오나, 각.하."


"아 왜?"


다시는 과정수료니 뭐니 안할거야.


//


"마스터? 제게 내릴 지령이 있으십니...? 마스... 히힉"


발걸음도 당당하게 사령관실로 걸어가는 도중 복도에서 만난 타치는 내게 무심코 말을 걸다가 


내가 '마스터'라는 말에 내뿜는 흉흉한 기색에 쫄았는지 말을 잇지 못했다.

평소라면 뭐라고 한마디 했겠지만 다행스럽게도 나는 지금 기분이 매우 좋았다.


"닥터."


"...?네"


"마스터가 아냐. 닥터라고 불러. 난 닥터야. Ph. D 라고."


영문을 모르겠다는 것처럼 타치가 우두커니 서있을때 나는 그녀를 지나쳐갔다.

내가 생각해도 쿨-한 모습이었다.


//


"복귀를 환영합니다 사령관-박사님."


알파를 필두로한 비서진과 배틀메이드대, 그리고 지휘관들의 환영을 받으며 다시 사령관 의자에 앉았다. 

그래 이 느낌이야. 

그리고 사령관의 패널을 열어서 오르카의 현황을 점검하기 시작했다. 

각 부대들의 전투현황과 탐색현황 여러 분야를 보고 받으며 다시 오르카 연구 트리를 확인했다. 그런데...어?

내가 그렇게 고통속에서 완료한 '공중 제어 장치'가 다시 비활성화 되어 있지 않은가?

나는 이해할수 없는 혼란과 격정속에서 닥터에게 연락을 걸었다.


"아, 그거 연구실에 '공중 제어 장치' 연구를 담당한 학생이 포닥으로 후임에게 인수인계도 안하고 도망쳐서 말이야... 

지금 그거 할 줄 아는 인력이 없어서 그래, 그래도 기운내 오빠. 

오빠의 박사학위식을 보고 감동받은 두명의 전도유망한 랩노예...아니 박사과정 희망자가 나타났거든. 

자기들도 '닥터'가 되어서 오르카 최고의 석학이 될거라나? 

몽구스팀의 천재 스틸드라코 언니와 우리 080팀의 수재 토모언니인데 이제 곧 연구들어가니까 

머잖아 '공중 제어 장치'도 다시 활성화 될..."


[삑]


나는 더이상 닥터의 말을 듣기가 무서워져서 도중에 연락을 끊어버릴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지휘관들을 둘러보며 매우 어두운 목소리로 물었다.


"혹시...혹시 말이야 연구개발 없이 그냥 오르카의 쌩 바이오로이드 병력으로는 어떻게 안될까...?"


"...사령관 혹시 미치셨소?"


그것이 용이 처음으로 벌인 하극상 발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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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모든 일화는 글쓴놈의 100% 상상에서 비롯된 것이니


혹시 공대를 다니거나 공학에 꿈을 가지고 계신 분은 꼭 대학원생 지원을 하셔서


닥터가 되어 인류 문명의 발전에 한걸음 이바지 해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