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모음집


27


야. 우리 내기할래?


뜬금없이 뭐라는거야...



퀵 카멜은 갑자기 내기타령을 하는 워울프를 이상하다는 듯이 쳐다보았다.


그야 물론 라붕이 걔에 관한거지!



워울프는 당연하다는듯 싱긋 웃었다.


오~? 이번에도 라붕이? 어떤 내기를 걸려고?



그리고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 중에서 샐러맨더가 그 누구보다도 빠르게 흥미를 보이기 시작했다.


라붕이 걔... 미래에 사귀게 될 첫 여자가 과연 누굴것같냐?


...?!



첫번째로 맺어질 상대.

과연, 그 라붕이의 딱딱하고 차가운 마음을 녹여버리는것도 모자라, 사랑을 나누게될 여자는 과연 누가 될것인가.


그, 그러게... 확실히, 그렇게 말하니까 엄청 궁금해지는데?!



카멜도 이내 흥미롭다는 표정을 보이며 흥미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음.. 확실히...


샐러맨더?



샐러맨더 또한 상당히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생각에 잠겼다.


라붕이 그 녀석도 정식으로 오르카의 일원이 되기도 했고, 사령관과 같은 인간 남성이잖아?

시간이 지나면 그 녀석의 주위에도 서서히 모일거란말이지... 라붕이를 따르는 바이오로이드가.



그렇다면... 과연 그 첫번째가 될 여자는 과연, 어떤 여자일까.


오오오! 그 철벽을 무너뜨릴 여자란 말이지?! 킥킥! 확실히... 그건 엄청 솔깃한 주제잖아?


하긴... 지금의 오르카가 사령관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모인 집단이긴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오르카의 규모도 점점 커질거고, 그만큼 라붕이 녀석이 이끌어야 할 바이오로이드도 생길테니까. 이거... 상당히 재밌겠는데?


라붕씨의 취향...인가요. 확실히 흥미롭긴 하네요!


과연... 그 철벽남 김라붕의 마음을 사로잡을 여자라... 어떤 타입이려나?


야, 페더 넌 어떤......




히히히히히히히......!!!!!



..............



탈론페더는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며 광기가 깃든 표정으로 그저 실실 웃기만 할 뿐이었다.



얘... 요즘 이상하지않냐..?


어, 어... 원래도 이런 면이 종종 있긴했는데...

확실히, 요즘은 더 심각한것같네...


난 슬슬 무서워 지기 시작하는데...


... 야, 페더.


으헤헤헤... 에??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그제서야 반응을 보이는 페더는 뒤늦게야 자신에게 매우 의아한 시선들이 집중되고 있단걸 깨달았다.


에... 그... 무슨 대화를 하고 있었죠..? 헤헤....



그 직후 멋쩍은듯 무안하게 웃는 탈론페더에게 퀵 카멜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 쏘아붙였다.


....야.... 너 요즘 엄청 이상한거 알고 있냐..?


네? 제가 이상하다뇨? 전 딱히 아무렇지도 않은데요?


허어어...



역으로 당당하게 나오는 페더의 태도에 오히려 질려버린 카멜은 할말을 잃은 표정이었다.


야야. 그런것보다, 넌 어떻게 될것같냐?


네? 어떻게되다니.... 

아하!! 라붕씨의 미래의 첫 상대 말이죠....?? 흐흐흐흐흐.........


에...



라붕이의 미래의 첫번째 인연 얘기가 나오자마자 또 예의 그 모드로 바뀌어버린 탈론페더에게 이상함을 느낀 샐러맨더가 질문했다.


야.. 너 라붕이 온 뒤로 뭔가 이상한데... 혹시 뭔일 있었냐?


으헤헤.... 

네..? 뭔일이라뇨?


...지금 니 꼴을 보면 당연히 누구라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겠냐....?



마찬가지로 질린듯한 표정으로 중얼거리는 하이에나였지만 딱히 개의치 않던 탈론 페더는 샐러맨더가 물어본 질문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음....라붕씨의 "첫번째" 인가요.....

흐히히히... 그것 참.... 기대되는걸요....!!!!!

으헤헤헤헤헤!!!


.....관두자......



페더의 안면에 또 다시 예의 그 광기가 깃들자 팀원들은 이 이상 이야기하는것을 포기하고 다음 할일에 대해 생각하던중,


...야..


어?


그러고보니.... 우리 걔 방에서 술먹은 뒤로는 못 본것같지않냐?


음? 어.... 확실히, 그 이후로는 못뵌것 같네요.


그 때 엄청 굳어있었지.... 요즘은 잘 적응했으려나...



카멜은 라붕이의 방에서 다같이 술판을 벌이던 때, 매우 딱딱하게 굳은 라붕이의 언동이 떠오르자 내심 잊고있던 걱정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잘 지내는지 궁금하면... 아예 한번 더 찾아가서 안부 확인하면 될일 아니겠어?


오.....! 그거 괜찮은데?! 안그래도 슬슬 얼굴 볼때도 됐지!


하이에나도 찬성하며 다음 일정에 대해 서로 생각하던 도중,


...술... 아직 많이 남아있던가?




............












(씨익)
































...라붕씨의 "첫 번째".... 인가요......

































으헤헤헤헤헤헤헤헤헤.........!!!!!































.....



의무실에서 라붕이는 조용히 길을 걷고 있었다.


....으으음....



이제..... 뭘 해야한다...

어찌저찌 마망년들도 넘어간것 같고, 다음에 내가 할만한게 있던가?


'...그거 고민하다가... 뜬금없이 그 새끼들이 쳐들어온거잖아...'



분명히, 그거 생각하다가 아무런 예고도 없이 마망즈가 쳐들어와서 깽판치다가 날 그 개같은 화단으로 끌고갔지.


'그 이후에... 그 미친 사신년이랑 만났다가... 어떻게 됬더라... 뭔가 중간에 많이 끊긴것같은데...'



그러니까... 느닷없이 날 관에다가 쳐박으려는 관짝성애자년 피해서 미친듯이 도망치다가, 리제 그 새끼랑 부딫친것도 기억이 나긴 나는데...

그 이후랑 현재사이의 기억이 텅 빈것같단 말이지....


더욱 지랄맞은건, 의무실에서 그 새끼들 헛소리 지껄이는걸 보니 어떻게든 씨발 날 관에다가 실어내는것에 성공한 모양이다.


'.....차라리 바닥에 대고 질질 끌고가는게 더 낫지, 어떻게든 그놈의 관짝에 쳐박았다네... 아이고 머리야...'



늦지않아 정말 다행이라는 식으로 적반하장 태도를 보이며 뿌듯하게 활짝 웃던 이터니티의 가증스런 미소가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그... 쓰러져버린 나를 관에다가... 실고 왔.....


씨발 진짜!!!


'욕 튀어나올뻔한거... 간신히 참았다 진짜.

다른 새끼들도 마찬가지고, 도대체 사고방식이 어떻게 되어먹은 거냐고...!!!'



왜 상태가 안좋으면 씨발 그놈에 관부터 꺼내올 생각을 하는건데!

앞뒤도 없고 그냥 미친년이잖아!!


'...됐다 됐어... 끝난 일이잖아.. 계속 의식해봐야 나만 빡치지...'



아무리 좆같아도 결국은 지나간 일.

과거는 어찌되었든 이미 끝났으니, 다음 할일에 대해서 생각해야한다.


'리제... 그 미친 가위년이 언제 또 행동으로 옮기려 들지도 모르니까말이야...'



우선은 다시 돌아가자. 내 방으로.


'목도 마르고, 피곤하기도 하고... 마리가 건네준 커피라도 마시면서 이후에 대해 생각을........'




















.................









(재생해주세요)









.....뭔가 이상한데....



























'원래... 이 복도쪽 조명이 이렇게 약했나...'



...군데군데 조명이, 나간것 같기도 하고...






그 순간... 이전에 본 문학글이, 뇌리를 스치기 시작했다





'.....호러....문학....'





사실, 문학글 중에는 후회물이나 NTR, 그 외 전생물만 있는것이 아니다.

보다 이색적이고 특별한 재미를 주는, 스릴넘치는 호러 문학글도 잊을만하면 종종 연재되곤 했다.



'그중에서도... 엄청 잘 만든, 호러 문학 하나 있었지... 그거 보느라 잠 안자고 밤을 지새울정도의 흡입력이 아직도 떠오른단 말이지...'



그 천하의 오르카가, 온갖 과학기술의 결정체인 AGS와 강대한 군대를 가진 오르카가... 그저 단 하나의 위대하고 압도적인 존재의 농락 앞에서 서서히, 처절하고 잔혹하게 바스러져가는 줄거리가 머릿속에서 재생되기 시작했다.



'.......첫번째 희생자가 분명.... 복도에서 참살당했지...'



그것도, 지금처럼 군데군데 조명이 나가서 먼 곳의 피아식별이 하기 힘든 환경에서 토막살인을 당했다.











아마.... 희생자의 이름이, LRL......이었지.....








'.......(꿀꺽)............'



다른이도 아닌, 무려 어린 소녀인 LRL의 참혹한 시신을 목격하게된 사령관은 말 그대로 정신적 폐인이 되어버리는 사태까지 이르게 되어버리고,

한 소녀의 잔혹한 희생이 뒤늦게 발견되고 알려지자, 지도부를 비롯한 각 세력에서는 서로가 서로를 탓하기에 바쁜 나날이 이어진다.

그 날을 기점으로 최고등급의 보안태세가 이어지나....



'보란듯이 2번째 사건이 발생하지....

심지어 이번엔 전우조가 함께 있었음에도.....'



아마.... 켈베로스 였던가...

함께 전우조로 편성된 브라우니와 함께 복도를 순찰하던 도중, 발견한것이다.

조명이 나간 복도와, LRL이 살해당한 환경과 너무나도 흡사한 광경이 말이다.



'그리고..... 그 둘앞에 나타난 의문의 그림자....'



복도의 조명은 꺼져 모습을 알수없으며, 그 그림자는 아무 행동도 하지않은 채로 그저 브라우니와 켈베로스를 바라만 볼 뿐.

정체를 알수없는 그림자, 제 역할을 하지못하는 조명, 그리고... 그로 인해 너무나도 어두운 복도.

그런 이질적이고 소름돋는 광경에서 켈베로스와 브라우니의 심리상태도 극에 달하기 시작한다.



'당연히..... 무전조차도 짜고 친것마냥 먹통이 되어 지휘부와 연락이 되질 않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아무리 무전기를 조작해도, 들려오는것은 끝없는 노이즈의 규칙적은 소음뿐, 자신들을 안심시켜줄 사령관과 지휘관들의 대답따윈 들려오지 않는다.



'서서히.... 다가오는 그림자......'



그림자는 서서히 다가오기 시작한다.

키가... 작은편은 아냐. 그렇다면 성인인가?

아군일까? 적일까?






...........저건.... 과연 사람이 맞는것일까.






'이떄... 용기를 낸 켈베로스가 브라우니에게 외치지... 자신이 막을동안 직접 가서 지원군을 데려오라는.. 절대 말해선 안될 대사를 말해버렸어...'



그 말을 들은 브라우니는 당연히 기겁하며 혼자선 위험하다고 만류하지만, 켈베로스는 특유의 활발함과 긍정적인 마인드를 잃지않고서 역으로 브라우니를 격려했다.

자신에게 있어서 방어와 제압은 특기이니, 날 믿으라고.



........그런 말을 해선 안됐다.




'이후 바로, 브라우니는 지휘실로 달려가 마리와 리리스를 비롯한 강자들을 대동하고 수분 이내로 현장으로 달려갔지만........'



기다리고 있는것은 그저, 켈베로스 "였던" 붉은 덩어리들의 조각들과 금속 골격의 적나라한 내부 모습뿐.

벽에 덕지덕지 붙은 켈베로스의 내장조각들이 이 복도의 참상에 대해서 무언으로 설명을 끝마친다.



'.............................'



이후에도 차례차례, 3번째 4번째 5번째 6번째 7번째..... 희생자의 숫자는 줄어들 생각을 하지않은채 가장 안전하고 즐거워야 할 오르카는 피와 내장의 진열대로 바뀌어 갔다.



알비스의 새하얀 옷은 바닥을 적시고 있는 자신의 피로 물들어 있었으며,



아자즈의 팔과 다리의 위치는 기형적으로 뒤틀려, 위아래의 위치가 바뀌었으며 머리는 절개된 자궁에 가지런히 박혀 있으며,



리앤의 내장은 전부 바깥으로 끄집어내어져 벽과 천장을 상형문자의 형태로 장식하는것으로 자신의 역할을 마무리 지었고,



더치걸의 상반신은 램파트의 좌반신에 접합되어 기이한 조형의 형태를 취하고 있었으며 하반신은 영영 찾을 수 없었다.




오르카의 수뇌부들은 이러한 참극이 철충이 벌일만한 짓은 아니기에, 레모네이드의 테러라고 단정지으며 그 어느때보다도 엄중한 준비테세와 보안체계를 완비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점점 더 잔혹해지는 살해수법은, 아무리 악인이라 불렸던 오메가나 감마, 심지어 델타라고 할지라도 지나치다 싶을정도의 역겨움과 악의가 짙어지기 시작하자, 

레모네이드에 대해 잘 알고있는 알파조차도 아무리 델타나 감마, 오메가라 할지라도 과연 이렇게까지 잔혹한 방법을 취할까? 라는 의문이 점점 더 강해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과학적, 논리적으로는 설명하기 힘든 현상들이 끊임없이 발생하면서, 참살당하는 희생자의 수는 개인 단위에서 소대, 중대단위로 늘어나기 시작하지..'



감시카메라는 학살의 비극이 시작되는 "순간"에만 보란듯이 제 역할을 하지 못했으며,

살해수법과 흉기는 도저히 짐작조차 할수없다.


생각해보라. 평범한 날붙이나 화기로 사람의 인체를 걸레짜내듯이, 기형적으로 비틀어 쥐어짜내는것이..... 그것도 한두명도 아니고 수십에 달하는 인원들에게 동시에... 가능하겠는가.



'그 뒤... 수많은 희생끝에 간신히 확보한 사디어스의 바디캠 영상을 직접 시청하고 해석한 080과 시티가드, 그리고 기술팀들은.... '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예정된 회의시간에 나타나지 않는 해석팀들에게 직접 찾아가기 시작한 사령관과 수뇌부는 또 한번, 주저앉는다.




'080과 시티가드, 기술팀은 이미... 사람의 형체를 잃은지 오래였기에......'




에이미와 시라유리, 토모였던 것은 수백개의 조각으로 산산이 찢어져 공간 전체에 눌러붙어 절대 떨어지지않는 벽의 일부가 되어있으며,

닥터의 고글은 산산히 부서진채 주인모를 피웅덩이에 흩뿌려져 그 시신의 조각조차 찾을수 없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오직, 피와 내장조각들로 점철된 이 공간에서 유일하게 깨끗한 형상을 유지하고 있는 태블릿만이, 화면에 영상재생 버튼을 띄운채 방치 되어있었어.....'




해석팀들이 결국은 영상복원에 성공한것일까.


하지만, 그 누구도 차마 그 영상을 재생할 엄두를 내지못한채, 그저 뒷걸음질만을 반복한다.

컴패니언과 지휘관들은 물론, 모두를 당당한 모습으로 이끌어야 할 사령관 마저도 공포와 절망에 얼룩져 있었다.




그 누구도, 그 영상을 재생하고자 하는 용기는 발휘하지 못한채 그저 뒷걸음질 치며 꼴사납게 넘어지기 바쁘다.



분명... 이 때 누군가가 겁에 질려 무리에서 이탈해 도망쳤지만, 그 누구도 그것을 신경쓰지 못했다.


당연히, 그 누군가는 다시는 만날수 없었다.




결국, 모처럼 찾은 단서조차도 그 방과 함께 통째로 폐쇄되어 그녀들에게 닥친 참극의 진실을 알 길이 없으니.




'제 아무리 강한 바이오로이드도, "그것"을 당해낼수 없었고... 그건 AGS라도 마찬가지였었지...'



대부분의 대원들이 눈앞에서 참살당하고, 그녀들의 충격적이고 처절한 희생의 대가로 겨우겨우 살아남은 극소수의 사령관 일행은, 최후의 수단이었던 AGS격납고로 미친듯이 달리고 달렸으나, 그곳에는 수단도, 희망도 없었다.



'역겨운 액체에 회로를 침식당한 AGS들은, 사령관 옆에 있는 콘스탄챠의 하반신을 날려버리고.... 또 한번 모두가 패닉에 빠진다....'



그야말로, 그 무엇하나 빠져나갈 길이 없는 절망.

제일 믿었던 알바트로스는 이미 처절한 사투끝에 고철덩어리가 되어 이미 바닥을 구르고 있었고... 침식당한 쉐이드와 셀주크를 비롯한 AGS들은 일제히 사령관 옆의 바이오로이드"만" 노린다.



마치 일부러 사령관만큼은 살려두려는 것처럼.



'결국.... 광기에 미쳐버린 코헤이 교단과 신도들은 같은 대원들이었던 다른 바이오로이드를 생포한 뒤, 산채로 해부해서 그 살과 내장으로 파티를 벌이고.... 그것을 "빛"의 은총이라느니 뭐니 떠들어대는 지경에 이르러 오르카를 더욱 광기로 내몰았었어......'



광기에 잠식된 대원들은, 사령관의 눈앞에서 거행을 시작한다.

은혜로우신 "빛"에게로 바치는 아름다운 꽃을, 장식하고 바친다.





무력한 사령관은 그저 바라본다.




지고의 주방장은 변함없이 자신의 부군만을 위한 만찬을 만드는것에 여념이 없다.

사랑하는 부군의 입맛과 취향은 전부 알고있다.

그렇기에, 오늘도 최고의 만찬을.


커다란 냄비에 준비해둔 재료를 넣는다.

파티시에르의 유방, 늑대의 척수, 천진난만한 꿈을 가진 소녀의 눈, 찬란한 금빛여우의 몸체...

그리고, 마지막에 투입할 최고의 식재료는,

중식도에 비친 자신의 전라.

기쁜 마음으로 뜨겁게 달궈진 냄비로 들어간다.

황홀한 표정으로 자신의 목을 위에서 아래로,

목 아래에 이르러 쇠골에 칼날이 걸려도, 개의치 않고 그대로 내려간다.

유방과 배를 전부 가를때까지.

이윽고 자궁마저 도려낼때까지.



어김없이, 지고의 미식을.





홍련은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면전에 나서나,

그 모습에 분노한 군중들은 투박하게 손질한 날붙이를 각자 손에 들고서 홍련을 향한다.

딸처럼 어여삐 여겨왔던 4명의 아이들은 광신도가 돼어버린 옛 동료 "였던 것들" 에게 팔다리가 묶여버린채 그저 애원하며 울부짖을뿐.


어미의 가상한 노력에도 한줌의 희망조차 보이지 않는 미래가 자신들의 눈 앞에 있다.

죽음을 앞둔 와중에도 딸들의 안위를 챙기려하는 어미의 가련하고 아름다운 모습에, 아자젤은 전례없는 감격의 눈물을 흘리며 이 아름다움 이야말로 자비로운 "빛"의 곁으로 보내기에 더 없는 공물이라 극찬하니.

기하학적 이면서도 아름다운 문양이 새겨진 곡도를 꺼내어 홍련의 배를 가른다.


배를 절개해 내장을 꺼내어 얼굴에 두르니,

간과 허파를 끄집어내 굶주린 딸들의 양식으로,

빠르게 요동치는 심장은 목마른 아이들에게,

의미없는 팔다리는 떼어내어 가벼이 해주자.


딸들은 그 광경에 울부짖으니,

이는 곧 환희의 외침이니라.


"빛"의 품에 영원히 안길 어미의 곁으로,

딸들 또한 차례차례, 한 명씩.




리제의 가위는 피에 물든 채 바닥을 나뒹굴고 있다.


리제는 여전히 마지막까지도 입을 쉬지않고 무어라 다급하게 소리친다.

붉은 눈동자가 향하는 방향은, 넋을 잃은 주인.


뭐라고 외치고 있는걸까.


주인을 지키기 위해 분골쇄신하던 그 몸뚱아리는 "빛"의 은총을 기리기 위해 모두가 산채로 아름답게 나누어 씹어삼켰다.

정원사의 가위가 마지막으로 손질한것은, 자신의 비천한 몸뚱아리.




그 누구보다 강인하던 최강의 바이오로이드이자, 모두의 맏언니. 

통령 라비아타는 팔다리가 절단되어 배에 꼬챙이가 꿰어진 채로 도축장에 끌려가는 모습이 바닥에 떨어진 탈론 페더의 캠코더에 비춰진다.


그 굳세고 용맹하던 라비아타가, 

마치 어린 계집과도 같은 비명과 절규를 내지르며 소리친다.

무능력한 주인의 이름을 연신 부르며 애원한다.



살려주세요살려주세요너무아파아파아파싫어죽기싫어아픈거싫어가기싫어주인님제발날살려줘가지마제발두고가지마보지말아줘죽기싫어왜난죽어난싫어가지말아줘살려줘아픈거싫어이제싫어살고싶어죽기싫어요제발살려줘










아.






다 죽었다.







적도 아군도 뒤엉킨채, 공포에 미쳐 피아식별따윈 때리치고 서로를 참살하기 바쁜 오르카는 서서히 망가져 심해의 깊은곳으로 점점 가라않기 시작하고..... 이윽고 마지막엔 리리스와 사령관만이 남게되니...



그리고 모두가 서로를 죽고죽여버린 탓에, 결국은 리리스와 사령관 단 둘만 남게 되었을때....

그들의 눈앞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서서히 안개가 걷히고 이 세상의 것이 아닌 무언가가 두 남녀의 앞에 강림하고 서로의 시선이 마주친다.



그리고 "별의 아이"는 비웃는다.















왜 모두 죽어있지.





왜 내 머리에 살점이 붙어있지.





누구의 것일까.





여기?





기억 안나.





누구야?

















죽어?













그 이후에는.... 당연히 별의 아이를 목도한 탓에 사령관은 철저히 미쳐버려 돌이킬수 없는 지경까지 이르게 되고, 리리스는 그저 절규하며 사령관을 붙들어 보지만.... 



'미쳐버린 사령관에게.... 살해당하지....

마치 최초로 죽은 LRL처럼..... 산산히....'



마치... 최초로 목숨을 잃은 그 아이처럼, 미쳐버린 사령관은 리리스를 산산히 찢어버린다.



'팔을 통째로 쥐어뜯어버리고, 눈알을 뽑아 바라볼수 없게 만들고, 금란이 가지고있던 환도로 다리를 잘라 도망갈수 없게 만들고, 배를 갈라 내장을 들어내 뽑아버리고..... 그리고........'




그 아이와 똑같아 졌네.






그 모든것을 처음부터 끝까지 관람하면서 유희를 즐기는 별의 아이는.... 매우 만족스런 광소를 지으며...






되돌린다.



처음으로.



처음.... LRL이 토막나던 그 날짜로... 되돌린다.

그리고 그 지옥의 시간이 영원히 반복된다는 것을 알고있는것은, 사령관 단 한명뿐......






죽을때까지, 평생.









아니... 그게 아냐.








죽지못해.









영원히.









"발버둥쳐도 소용없어."



그 이후, 그저 미쳐버린채 실성하며 대소변을 지려버리는 사령관과 다급히 그런 사령관을 부축하며 난리가 난 오르카.

갑자기 실성하며 급속도로 미쳐버린 사령관과, 그 이유를 깨닫지 못한채 그저 순진하게, 자신들이 맞이하게될 영원의 지옥을 깨닫지 못한채 그저 아둥바둥거리는 오르카의 대원들.



그리고 그것을 즐겁게 감상하고 있는 별의 아이가 들려주는,

이 세상의 것이 아닌 비웃음소리를 마지막으로, 이야기는 막을 내린다.







'....그야말로.... 코즈믹 호러...........'






......그런 문학이...... 있었다....































".............."



아...니겠지... 그건 그냥.... 그럴싸하게 만든 호러소설일 뿐이잖아.... 설마 실제로 일어날 리가 없다.









아닐거야









"...이 앞쪽 통로에.... 내 방이 있었는데......"





어째서인지는 몰라도, 유독 자신의 방으로 향하는 방향의 코너쪽만, 조명이 약한것처럼 느껴졌다.





"....왜.... 저기만 보란듯이......."





자신의 방과 이어진 통로에서 조명이 서서히 약해지고, 이윽고 정전이라도 찾아온것 마냥 어둠만이 시야를 반긴다.



정면은, 새까만 어둠.

 


이건.... 마치, LRL이 죽기전에 본.....






"..도....돌아가야...."






무언가, 이상하다. 







"반대쪽 조명은.... 멀쩡하니까.... 다시 갔던길로.... 사람들이 몰려있는곳으로 가면...."







발걸음을 떼어야 하는데,








"....화단....에는.... 페어리가 있긴 하지만.... 그래도... 거긴 사람은 몇명 있을테니......"








왜, 안움직이지?









".....그래..! 스틸라인...! 

당장 스틸라인 쪽으로 가면 ㄷ...."










서서히, 천천히 발을 움직










































































.......








































저기....


































그갸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앗!!!!














....에?














아무런 전조도, 인기척도 없던 자신의 뒤에서 뜬금없이 누군가의 짙게 깔린 목소리가 라붕이의 고막에 내리꽃혔다.




허억...허억.....허억....!



(호다다다다다닷)



....에엥...?



















어.


허억....허억....허억......


그, 서, 선배? 돌아오면 안됀다...! 어서 라붕씨랑 인사해야지...!



레이스는 종종걸음으로 자신에게 되돌아온 팬텀에게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후, 후배... 역시 난 무리다... 시작부터 엄청난 민폐를 끼치고 말았다....


......



겨우 말 한마디 걸었을뿐인데, 어째서인지 라붕이는 하늘이 찢어져라 비명부터 지르는게 아닌가.


..그...나저나... 갑자기 왜 소리를 지르는건지 모르겠다... 내가 너무 놀래킨건가..? 최대한 자연스럽고 조용히 말한거 같은데...



팬텀은 원인이 자신에게 있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머릿속에서 지울 수가 없었다.


서, 선배! 그냥 사소한 오해가 생긴것 뿐이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물 흐르듯 최대한 자연스럽게 다시 한번 인사를 해보는거다!



레이스는 늦기전에 빨리 팬텀을 위로하면서 재도전을 독려했다.



으으으.... 하지만, 시작부터 단단히 꼬여버려서... 어떤식으로 시작을 해야할지 전혀 모르겠다.... 무슨 말부터 먼저 꺼내야 하는거냐 후배..?


어, 으응....??



레이스도 마땅한 대답을 떠올리지 못한채 우물쭈물 하다가 옆에서 묵묵히 서있던 또 다른 친구에게 구조신호를 보냈다.


쉐, 쉐이드....! 보고만 있지말고 어서 도와줘라! 선배가 지금 패닉에 빠졌다...!


..........



쉐이드는 멍한 표정으로(표정이라는것이 존재하는지조차 의문이지만) 벽을 바라보고 있다가 자신을 다급하게 부르는 레이스의 신호에 고개를 돌렸다.


....의미. 불명. 설명을 요구합니다.


아니... 이미 다 보고 있었잖아.... 지금 선배가 대위기에 빠졌다! 어서 무슨말이라도 해줘야....



쉐이드는 묵묵히 레이스의 말대로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어쩔줄 몰라하는 팬텀의 모습을 가만히 쳐다보았다.


...........?



자신을 묵묵히 쳐다보는 쉐이드와 눈이 마주친 팬텀은 잠시 허둥지둥을 멈추고 똑같이 쉐이드를 바라보았다.


..........


....................


쉐이드는 자신이 왜 이곳으로 강제로 끌려온 것인지, 그 과정에 대해서 다시 한번 되새기는 작업을 시작하였다.




분명히 팬텀과 레이스가, 새로이 합류한 두번째 인간인 김라붕이라는 인간과 인사를 하기위해서 모여있었다는 것은 본인들이 여러번 언급했기에 잘 알고있으나....


'......본 기체의 필요성에 대해선, 언급하진 않았다.'



딱히 이유도 없이 인사해야 한다는 이유만으로 자신까지 억지로 대동하여 이곳으로 왔다.

그리고 현재 이러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AL 팬텀 개체, AL 레이스 개체에게 질문이 있습니다.


으,응?! 우리에게 궁금한게 있다고 말한건가..?!


...그 쉐이드가... 우리에게....?!



그 쉐이드가 우리에게 먼저 질문을 하다니!

전례없는 상황에 눈이 번쩍 뜨인 두 사람은 서로를 놀란듯이 쳐다보며 쉐이드의 다음 질문을 기다렸다.


본 기체가, 여기에 있는 이유에 대해 답변을 요구합니다.


.....에.


왜 여기에 있냐니... 그야...


김라붕이라는 인간과 조우하는것에, 본 기체의 동행은 무의미할 터, 그럼에도 동행을 강행하는 이유에 대해 확답을 요구합니다.


에...어....그러니까....



뜬금없이 "난 여기 왜 끌고왔냐?" 라는식으로 묻는 쉐이드의 질문에 말문이 막혀버린 두 사람은 당황하다가 이내 쭈뼛거리며 그의 질문에 대답했다.


그, 그야 당연히...! 새로 합류한 라붕씨에게 인사를 하려고 모인거다...! 


그 말이 맞다. 따로따로 인사하는것 보단 차라리 다같이 모여서 가는게 더 효율적이니까...


AGS인 본 기체에게는 인사라는 비생산적인 행위가 불필요 합니다. 보다 더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활동을 권장합니다.




쉐이드는 언제나 그랬듯이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대답으로 응수한뒤 자신의 자리로 돌아갈 준비를 하려고 했다.


잠, 잠깐만! 쉐이드! 어디가는거냐!


본 기체의 본래의 자리로 복귀합니다.

향후, 보다 효율적인 임무 수행을 위해서 모의전 실습을 진행하겠습니다.


아아..! 쉐이드! 잠깐만....!


쉐이드.



AGS격납고로 돌아가려는 쉐이드의 발걸음을 붙잡은 것은 레이스였다.


.....


라붕씨와 인사하는데, 네가 동행하는것이... 무의미하다고 너는 말했다.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나?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무언가 할말이 있어보이는듯한 레이스의 말에, 쉐이드도 돌아가려던 발걸음을 잠시 멈추고 레이스를 돌아보았다.


라붕씨는, 이미 진작에 우리와 동료가 되었다.


.....


그 말은 즉, 향후 라붕씨와의 협동 훈련을 진행하게 되는것 또한 필수라는 것이다.


...김라붕이라는 인간남성과, 말입니까.



확실히, 그녀의 말대로 라붕이 또한 사령관과 같은 인간.

그런 그가 향후 체계적인 훈련과 교육으로 성장하여, 자신에게 지시를 내리는 시기가 곧 찾아올지도 모를일.


.......


그러니, 향후 함께 훈련을 하게될 그와 면식을 쌓아놓는 행동이, 과연 무의미한 것인지를 다시 한번 더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 마, 맞는 말이다 후배! 



팬텀 또한 이 타이밍을 놓치지않고 기세를 몰아 끼어들었다.


우린, 머지않아 라붕씨와도 모의전에 함께 하게 될 날이 올지도 모른다. 그러니, 그 날을 대비해서 먼저 인사를 해두는게 향후 일정에도 분명 효율적일 거라고 생각한다!



레이스의 그럴싸한 의견에 가세하는 팬텀의 말을 듣고, 쉐이드는 미래에 새로이 진행될 훈련 시뮬레이션을 계산해보았다.


..............


(........꿀꺽..!)



쉐이드는 향후 라붕이와 모의전으로 합을 맞추어 나간 뒤, 미래에 충분히 경험이 쌓인 그가 자신에게 지시를 내릴 위치에 올라설 가능성 또한 충분히 존재한다는것을 인지했다.


.......간단히 통성명을 진행하는 것이면, 충분하리라 생각합니다.


...?!!



쉐이드는 뒤돌아가던 몸체를 다시 되돌려 팬텀과 쉐이드의 뒤를 따라가기로 했다.

























'.....뭐여 씨발.....'



존나 놀랐네 미친...


'아니... 가뜩이나 흉흉한 문학글때문에 존나게 예민한 사람뒤에서, 뭔 개짓거리 하는거야!!'



심지어 발소리도 전혀 안들렸다.

진짜로 그 문학글에 나온 애들처럼 나도 토막나서 뒤지는줄 알았잖아!!!


'...후우우.... 글을 너무 잘 써도 문제야...'



개념글 최상단, 그것도 개추의 수가 300개에 육박할 정도의... 상당한 퀄리티의 문학글이었으니까.


'게다가, 브금은 또 왜이리 적절한걸 매 화마다 끼워넣어가지고...'



심지어 매 화마다 정성스럽게 그 에피소드에 걸맞는 BGM까지 삽입해놔서 몰입이 지나칠정도로 잘 됐었지.


'글만 보고도 그렇게 무서울수 있구나 싶었지...'



그리고... 그 문학을 떠올리는 바람에 워낙 예민해진 상태에서, 저 여자가 내 뒤에서 급습을 한거고.



.........


'복도 구석탱이에서 씨발 뭐하는거야...

...나한테 뭐, 할말이라도 있나?'



지들끼리 쑥덕쑥덕 거리는 와중에도 자꾸만 나를 힐끗 쳐다보는게 대놓고 보여서 내 쪽에서 먼저 떠나기도 애매하다.


'내가, 먼저 다가가야하나....'



자세히 보니까, 쟤네 그거구만.

찐텀이랑 레이스 듀오. 거기에 로봇친구까지.


'......하아아.....'



하루종일 여기 있을수도 없으니, 내쪽에서 먼저 물어보는게 빠를듯하다.













저기......


....?!



전혀 예상치못한 상황.., 라붕이가 먼저 다가와 자신들에게 말을 걸고있다!


에...?!



아니.... 에가 아니고 임마...


저... 혹시 저에게 무슨 할말이라도 있으신지요?



대뜸 "너 나한테 뭐 할말있냐?"라는 식으로 물어오는 라붕이에게, 팬텀은 그저 쭈뼛거리기 바빴다.


......에....?


.....네...??


아...아니...그...


......???



뭐지... 할말 있어서 찾아온거 아니었나...


.......AL팬텀.



뒤에서 묵묵히 지켜보던 쉐이드가 보다못해 먼저 입을 열었다. ....근데 얘 말도 했었구나...


..으, 응? 무슨일이냐 쉐이드..?


어째서 아무것도 하지않고 있는것입니까.

어서 본래의 목적을 달성하십시오.


....?



목적..? 뭐하려고...


....어....


(선배..! 선배..!)


(...으,응??)


(어서 인사! 인사부터 하는거다 선배!

그 다음에 이름을 주고받으면, 완벽하다!)


(....!)


................




하라는 말은 안하고 둘이서 쑥덕쑥덕 거리기만 하는 광경을 계속 보고 있자니, 라붕이는 도대체 언제가 되어야 이 숨막히는 공간에서 벗어날수 있을지, 고민이 되기 시작했다.


....안녕하십니까.


....응??



결국 보다못한 라붕이가 먼저 입을 열었다.


최근에, 새로이 신세를 지게 된 김라붕입니다.

원래라면 제가 찾아가 인사를 드리는게 도리이지만, 워낙 대원분들의 수가 많고 다양하시다보니 찾아뵙는것이 늦었습니다.

우연히라도 마주친 덕에, 이렇게 정식으로 인사드립니다.



언제나 그러하였듯이, 마지막 말을 끝으로 고개를 꾸벅 숙여 세 사람을 향해서 공손히 인사를 올렸다.


에..? 아..! 그러니까... AL팬텀 이라고 합니다.

편하게, 팬텀이라고 부르시면 됩니다....

어... 그러니까, 저야말로...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꾸벅)



팬텀 또한 라붕이와 마찬가지로 자신을 소개한 뒤 고개를 공손히 숙여 인사했다...


어, 아... AL레이스 입니다. 그... 팬텀 선배의 후배형 개체... 비슷한 느낌이라고 보시면 될것같습니다. 소속은, 메이 대장님이 이끄시는 둠브링어 소속입니다. 레이스라고 불러주세요 라붕씨.


본 기체의 이름은, S12쉐이드 라고 합니다.

저의 임무는 은밀 기동과 잠입에 특화 되어 있으며, 철충과의 교전에서 상위 연결체를 토벌 및 파괴하는 임무 또한 맡고 있습니다.

당신과 향후 협력하게 될 날을,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



(뒤로 돌아서)저벅저벅저벅



에에엥?!



그 말을 끝으로 쉐이드는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뒤를 돌아 그대로 직진하기 시작했다.


자자자, 잠깐 쉐이드, 어디가는거냐!!


본 기체의 자리로 복귀합니다.


에.. 복귀라니... 갑자기 왜??



말 잘하고있다가 뜬금없이 자기 갈길 가려는 쉐이드의 프리한 모습에 레이스와 팬텀은 우왕좌왕 하며 말을 더듬었다.


본 기체의 목적은 달성하였으니, 본래의 자리로 돌아갑니다.


목적이라니... 도데체 무슨 목적을 달성했다는거냐... 이제 인사 한마디 건네지 않았는가.


김라붕이라는 인간남성과의 통성명 및 앞날을 기약하는 인사 또한 달성하였습니다.

해당 목표를 달성하였으니, 다음 임무수행 준비를 하기 위해 복귀합니다.




말이 끝나자마자 다시 뒤돌아서며 격납고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쉐이드의 앞을 팬텀과 레이스가 다급하게 막아서기 시작했다.


자자자자..잠깐만 기다려라 쉐이드!


..........



일방적으로 앞길이 막히자 잠시 걸음을 멈춘 쉐이드는 두 사람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아직 다른 용무가 남아있습니까.


에, 어... 인사만 하고 그대로 돌아가기엔... 역시 좀 허전하지 않을까...


그, 그거다 후배! 모처럼 다같이 마주쳤는데... 그러니까... 

아!!



팬텀은 아주 기가막힌 아이디어가 떠오른듯 손뼉을 마주치며 쉐이드에게 명랑하게 제안했다.


보통... 새 친구랑 수다를 떨때는 카페만한 곳이 없다고 한다! 모처럼 라붕씨도 만났으니, 이참에 넷이서 차라도 한잔...


AGS는 차를 마시지 않습니다.




아... 그러고보니 얘는 입이 없었지.


...! 그럼, 배터리는 어떠냐 쉐이드! 펍헤드에게 들은 바로는 AGS는 리튬 이온 배터리를 즐겨먹는다고 들었다! 그러니까, 쉐이드는 배터리를 음미하면서 대화를...



...선배. 카페에는 리튬 이온 배터리를 판매하지 않는다.
















푸훕...



응?










웃음을 애써 참는 소리에 모두가 고개를 돌려보니, 그곳에는 이곳에서 아직 만나지 않은 초면들이 자신들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푸하하하하하~~~!!! 니네 뭐하냐 아까부터 진짴ㅋㅋㅋ 아~ 존나 웃겨~~!!



눈처럼 새하얀 머리카락을 찰랑거리며 자신의 목에 그에 견줄만큼 새하얀 뱀을 두른 소녀가 박장대소를 터뜨리며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었다.


에엣... 천아 양...?!



그런 발랄한 모습이 영 적응이 되질 않는 것인지, 팬텀은 쭈뼛거리며 말을 더듬기 시작했다.


네네~~ 천아랍니다~~! 그리고 여기 그 외 기타 등등도 있어요~~


야이 씹... 기타는 또 뭔 개소리야! 뒤질래?!


나참... 얘는 뭔 하루가 멀다하고 아가리가 깨끗한 꼴을 못보네.


둘다 천박하기로는 거기서 거기 아닌가.

서로가 서로를 욕할 처지가 아닌것 같다만.


야이... 넌 또 뭔데 끼어들고 지랄이야!!


너 은근 사람 깔보는 말투 쓰는거 알고는 있냐?

너 그러다가 엿되는거 진짜 한순간이다?


험악하게 째려보는 놈들치고 실제로 행동으로 보여주는 녀석들을 본적이 없다. 그러니 딱히 무섭지도 않군.


....허어... 그래...?



히이이익!!!!



살벌한 세 소녀의 투기에 질려버린 찐 듀오는 저도 모르게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다.


.......


하아... 됐다 됐어... 애초에 우리가 여기서 맞짱뜨러왔냐? 관둬라 관둬.

니 말투 빡치는게 하루이틀도 아니고.


장화 너도 와이어 수납해라? 얘네 겁먹을라.


........칫.....



그 말을 끝으로 잠시간의 침묵끝에 무언가가 휘이익 감기는 소리가 들리는걸 마지막으로 작은 소동은 마무리 되어가는듯 보였다.


...그나저나.....



흰 백발의 소녀는 다시 고개를 이쪽으로 돌려 매우 흥미롭다는 듯이 흘겨보기 시작했다.


우와아아아......


....???



넷을 바라보던 소녀는 이내 질린다는 표정으로 손사래를 치며 기겁하기 시작했다.


벌써부터... 숨이 터어어어억~~! 막히는게... 어떤 의미로 보면 참 대단한 조합이다 야~~


저기... 너희들은...



레이스가 차분히 물어보려하자 바로 말을 끊어버리며 다시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아아. 그.. 뭐냐, 우연히 길가다가 눈에 보였거든.

그러니까....


그갸아아아아악~~~!!!


하던 부분부터 다 보고있었단 말씀~~!



처음부터 보고 있었단 말이구나.

뭔가... 창피함이 점점 밀려오기 시작했다...




흐으으음~~~


....?!!




활짝 웃다가도 갑자기 라붕이를 향해 시선을 돌리는 소녀. 천아는 신기하다는 듯 라붕이를 유심히 관찰하기 시작했다.


.........


....헤에.....



이내 라붕이의 주위를 천천히 빙글빙글 돌면서 전방위로 신기하게 관찰하던 천아는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정말로, 있었구나? "두번째"가.



"......."


인간은 핫팩 제외하고 다 멸망한줄 알았는데,

실제로도 그렇게 결론이 나기도 했던거라 아무도 두번째가 발견되리라곤 상상도 못했을걸?

그런데, 이렇게 갑작스럽게 짜안~! 하고 나타났다는 거잖아? 진짜 신기하다 야~



재미있다는 듯 웃으며 자신을 쳐다보는 천아의 시선이 워낙 부담스러웠던 걸까.

라붕이는 이내 시선을 내리깔고서 조용히 입을 열기 시작했다.


...그....당신은....


응?



의아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는 천아였으나, 이내 자신이 중요한 절차를 잊고 있었다는것을 떠올렸다.


아, 내 정신좀 봐! 하도 신기해서 자기소개 하는것도 잊고있었네~

내 이름은 천아. 엠프레시스 하운드의 천아야.

내 목에 앉아 있는 이 아이는 백아. 어때? 나 닮은게 엄청 귀엽지~?


......


얘네 둘도 나랑 같은 엠프레시스 하운드야.

뭐... 솔직히 같은 소속이라고 해도 여기 오기전까진 완전 남남이었던 사이이긴 한데... 실제로 이렇게 셋이 모인건 사실 그리 오래 안됐어~



그리 말하며 자신의 뒤편에 나머지 두사람에게 시선을 돌린 천아의 다음으로, 차례차례 자신을 소개하기 시작했다.


엠프레시스 하운드. 바르그 라고한다.

너에 대한 이야기는 사령관을 비롯한 모두에게 어느정도 전달받았다. 평범한 인간임에도 불구하고 혼자서 밖을 떠돌아 다녔다고 들었는데, 무사히 이곳에 합류하게 되어 정말 다행이군. 앞으로 잘 부탁한다.



절도있으면서도 흐트러짐없는 말투로 라붕이에게 자신을 소개한 바르그는 라붕이에게 인사를 건네었다.


.....소속은 뭐.. 이 녀석들이 대충 소개 다 한것같고, 난 장화야. 잘 지내봐.


야! 잘 지내봐는 또 뭔 인사법이냐?!

초면에 쌓는 이미지가 중요한거 아직도 못깨달았네... 에휴 쯧쯧..


뭐, 뭐라 지껄이는거야 뜬금없이! 이게 진짜 뒤질라고!


또또또... 걸레물고 자빠졌네~ 븅신이ㅋㅋ

핫팩 만나고 어느정도는 좀 나아졌나 싶더니, 딱히 그런것도 아니구만.


허참! 어이가 없네..?! 내가 왜 굳이 이 녀석한테 잘 보여야 하는데!

아니 그것보다도... 뜬금없이 걔 얘기가 왜나오는데!


적당히들 해라. 첫 인사 도중인데 여전히 쉬지않고 추태를 부리는거냐.

싸울거면 아무도 없는 곳에서 적당히들 하던가 해라. 주위 사람들에게 민폐다.


참나... 잘나셨네...



틈만나면 살벌하게 다투는 분위기 속에서, 바르그의 중재덕에 분위기가 진정되자 자연스레 라붕이에게로 시선시 몰리기 시작했다.


.....김라붕입니다. 최근 이곳에 신세지게 되었습니다. 우선, 저같은 외부인에게 이렇게까지 친절히 대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향후에 혹시라도 도움이 필요하신 때가 오신다면, 불러주십시요.

비록 아무 힘도 없는 일반인이지만... 만약 제가 도울수 있는 일이 있다면 언제든 달려가도록 하겠습니다.

저 또한 잘 부탁드립니다. 엠프레시스 하운드 여러분.



.........



어우....! 숨막힌다 숨막혀~!!

뭘 그리 공손을 떨고 앉았냐 븅신아!

그냥 편하게 말 놔~ 안잡아먹어~!



천아는 능글맞게 웃으며 라붕이의 어깨를 착착 두들겼지만, 라붕이의 표정이 풀릴 일은 당연히 없었다.
















'.......'



라붕이의 머릿속은 지금, 매우 혼잡한 상태였다.


'...엠프레시스 하운드...'



설마... 뜬금없이 이 새끼들을 만나는 날이 올줄은 꿈에도 상상못했던 일이다.


'왜... 이 새끼들이 갑자기 나타난거지...'



아까 천아의 말로는, "우연히" 지나가다가 발견해서 몰래 지켜보고 있었다... 라고 했지...


'.."우연히"... 말이지....?'



뭔가, 타이밍이 영 석연치 않은 새끼들이다.


'..문학글에서 이 년들의 행적이....'



의외로 엠프레시스 하운드는 딱히 후회물에서 이렇다할 비중은 커녕, 출연하는것도 본 기억이... 없는것같은데...


'엠프레시스 하운드 특유의 캐릭터성 때문인지... 아니면 후회물 붐이 끝나고 출시된 캐릭터이기 때문인지... 이유는 둘째치고 후회물에서 얘네가 나온걸 본 적이 없단말이야...'



제일 먼저 출시된 장화는... 특유의 지랄맞은 성격때문에 썅년 이미지가 강했지만, 호감도 증가 이후와 서약 이후에 보여준... 극도의 의존증과 애정결핍 스러운 갭모에가 어마무시한 돌풍을 일으켜 금방 화제의 캐릭터가 되었다.


천아는... 능글맞으면서도 요망한, 입이 험한 양아치 소녀의 이미지였기에 장화 못지않은 인기를 끌었었고,


가장 최근에 출시한 바르그는 진중하고 엄격한,

질서와 규율을 중시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지.


'게다가... 솔직히 얘네가 인기 끌 시점엔 후회물 유행이 끝나기도 한지 오래였으니까...'



그렇기에 엠프레시스 하운드가 출연하는 문학 대부분은 단발성 문학, 즉 개그나 순애 로맨스 문학이 주를 이루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얘네는 후회물의 배신자 역할을 맡기에는...... 여러모로 안맞지.

차라리 끝까지 사령관의 곁을 지키는 충성파 역할로 나오면 모를까...'



처음엔 성격 더러운 사나운 시한폭탄에서,

극도의 애정결핍을 보이며 사령관의 사랑만을 갈구하는 아슬아슬하고 위태로운 장화.


사령관을 핫팩이라고 부르며 그런 사령관의 온기를 품기를 좋아했던 천아.


규율과 질서, 그리고 흐트러진 것을 멀리하며 올바르지 못한것을 싫어하는 무인 그 자체의 표본이라고도 할수있는 바르그.



그와 대비되는, 사령관 뒤통수치고 배신하는게 아예 취미가 아닌가 생각될 정도로 배신자들의 주축으로 출연했던 대표자들,


성격 좆박은 존만이 메이 년과 기준점과 오만함이 하늘을 치솟는 레오나와는 여러모로 많은 차별점을 가진것이 바로 엠프레시스 하운드.



'...과연... 그런 니들이 정말로, "우연히" 날 지켜보고 있었을까...?'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심의 굴레가 벗겨지긴 커녕 오히려 더욱 견고해지기 시작한다.


'게다가 더욱 위험한건... 이 새끼들이 출연한 문학글들은 죄다 순애나 개그물뿐이라서, 정작 이런 상황에선 어떤 성향을 가졌는지, 또 어떤 행동을 보일지 알 수 없다는 점이야...'



나머지는 얼추 예측은 가능하다.

그러니, 그걸 토대로 어떻게든 빠져나갈 궁리정돈 세울수 있으니.

하지만... 이 새끼들은 가진 정보가 없다....

즉, 예측이 아예 불가능한 년들이라는 것.


'..최대한 조심하는것 이외에는, 방법이 없나..'



예상치 못한 상황을 마주친 라붕이는 또 다시 긴장감에 사로잡힌채, 눈앞의 복병들을 주시했다.















배려 감사드립니다 천아씨.


...에??


허나, 저에 대해서는 이미 아시겠지만, 전 이곳에 온지 얼마 안됀 "외부인"입니다.

그런 제가 여러분께 그런, 예의범절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고 싶진 않습니다.

그러니, 그냥 마음만 감사히 받도록 하겠습니다.





............




...................... 






어색한 정적이 공간을 맴돌았다.





'말 안놔 새끼야... 니네 행동거지부터가 내 눈에는 존나게 꺼림직한데, 씨발 잘도 놓겠다 병신아...'



혐오스런 속마음은 여전히 감춰놓은 채, 차가우면서도 딱딱한 표정으로 답을 건넨다.



이젠 익숙하다못해 당연한 일상이다.




.........



천아는 그런 라붕이를 그저 멍하니 바라보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우와아아아.....



"...??"





뭐 새끼야.




진짜....



"....네?"


븅신이네.


............????





뭐?





저, 저기...


뭐.


네?


뭐 이 븅신아ㅋㅋ 불렀으면 말을 해야지, 뭘 그리 더듬고 앉았냐~ 왜부르는데.


에.....





이 씨발년이... 지금 누구 놀리는건가..





'아니.... 다짜고짜 처음보는 사람 면전에다가 븅신이라니... 이 썅년은 대가리속 모듈에 개념탑재가 안돼있나??'



이렇게 어이없는 기분은 관짝성애자 듀오를 마주한 뒤로 처음 겪는 느낌이다.



....혹시...


응?


제가, 뭔가 실수라도 했을까요?


.....뭐??


아, 아니..! 그.... 뭐냐... 갑자기 욕을 하시길래... 그래서 혹시 제가 무언가 여러분께 실례라도 범했나 싶어서 여쭤본겁니다. 기분나쁘실만한 행동을 했다면, 사과를 드려야 하니까요.




.............





또 다시, 불편한 침묵이 라붕이를 중심으로 감돌기 시작했다.


'아니 씨발... 말을 해라 좀! 

왜 내가 뭔가를 말할때면 항상 닥치고 아무말도 안하는건데...!!!'



혹시... 여전히 날 떠보는건가... 그렇다면 참 어지간히도 해쳐먹었으면 하는데.





























......야.



"...네?"


내가 이전부터 너한테 궁금했던건데.



".......??"






넌 도대체 왜 그러고 사냐?



".....네?"



이번엔 내 인생꼬라지가 마음에 안들었던걸까.

왜 그러고 사냐니... 도데체 뭔소리ㄹ....










안 답답해?



"......."


그러고 살면, 안 힘드냐?




"...........?!"





왜... 이 여자가 그 사람이랑... 펜리르랑 비슷한 말을 하는거지.




니가 뭔데 그딴 소리를 지껄이냐고.






"............."



틈만나면 머리숙이고, 죄지은것도 없는데 반사적으로 사과부터 박고, 상대가 누가되었든간에 일단 저자세로 시작하고.....

넌 진짜, 그러고 살면 행복하냐?



"............."






...행복하냐고...? 







'.......보면 모르나.... 이 씨발.......'




이 꼬라지가, 만족스러워 보이냐?









남자새끼가, 왜 허구언날 그 꼴로 돌아다니냐?

왜 항상 바닥만 꼬라보고 다니는건데?

그래가지고 다른 사람들이 하는말이 제대로 귓구멍에 들어오기는 하냐?

방금것만 봐도말이야. 사람이 말하는데 눈도 안마주치고 대충 둘러대는 꼬라지가 존나게 븅신같은거 알고는 있어?



"....................."




전혀 예상치 못한 인물에게서, 예상치 못한 독설들이 귀에 내리꽃힌다.

...내가, 병신같다고?



야.



"......네."



서서히 고개를 들어 그 여자를 주시한다.


.........






뭔데. 뭘 그딴식으로 꼬라보는건데.





천아.



결국 보다못한 레이스가 끼어들었다.


그쯤 해둬라.


........


도대체 라붕씨가 뭘 잘못했다고 그런 폭언을 일삼는거냐. 초면에 다짜고짜 그런 심한 말을 하는게, 용납이 될거라고 생각하는건가?

만약 그러는 이유가 있다면, 직설적으로 먼저 그걸 이야기 하는게 순서아닌가.



레이스는 둘 사이에 끼어들어 천아를 바라보며 조용히 쏘아붙이기 시작했다.


도대체 뭐가 그리 불만인거지? 뭐가 그리도 짜증나서 안달인거냐. 이 이상 소란을 일으키면, 이번일은 대원 모두에게 공론화 시킬수밖에 없다.

그러니, 별다른 이유가 있는게 아니라면... 그쯤 해둬라.




레이스의 침착하고 직설적인 화법으로 인해, 라붕이를 끊임없이 몰아붙이던 천아는 잠시 말을 멈추고 자신에게 제동을 건 당사자에게 시선을 돌렸다.



....헤에...


........


아까까지만 해도 니 친구랑 열심히 찐따 콤비 티를 잔뜩 풍기더니, 의외로 할땐 한다 뭐 이런거야~?


...맞는말만 했을뿐이다. 

거기에 하고 말것도 없지.



"........"



그리고, 그 중심에선 라붕이는 여전히 아무말도 하지 않은채 그저 두 사람을 바라만 볼 뿐이었다.



....이유라고 했냐?


.......


그래. 말해줄게! 내가 이 지랄하는 이유.



그렇게 말하던 천아는 이내 다시 시선을 라붕이에게로 향하며, 또박또박 말을 이어나갔다.



마음에 안들어.



"......."


니 행동, 표정, 눈빛, 말투.... 모든게 다 마음에 안든다고.

사람이... 아무리 말을해도 알아먹기는 커녕, 제대로 들을 생각도 안하지.

게다가, 도대체 어딜 꼬라보고 있는거야?

상대방하고 대화할때는 상대방을 제대로 바라보고 입을 열던가 해야하는거 아니야? 왜 바닥이나 열심히 꼬라보고 있냐고!




"......."


여태것 그런식으로 도망만 다녀온거지?

지금 니 모습, 아주 잠깐 봐도 훤히 다 보인다고.

니가 어떤식으로 행동해왔는지 말이야.

지금까지 계속 그런식으로 도망만 다니면서, 제대로 본적은 한번도 없지?

니 앞, 한번이라도 본 적이나 있냐?



"................"







앞을..... 본적이나 있냐고...?




".....난"





















"꽤나 소란스러운걸."












!!!




"...이 목소리는..."



상당히 낯이 익으면서도, 동시에 고압적인 목소리가 복도 전체에 울려퍼졌다.











이런 시간에 떠들고 앉아있는 꼴 보니까, 어지간히도 한가한 녀석들인가봐?


...........




목소리의 주인, 멸망의 날개라 불리우며 모든 자들의 두려움을 샀던 존재.

둠브링어의 대장, 멸망의 메이는 주변을 둘러보더니 이내 한심하다는듯 정면을 주시했다.



거 아까부터 엄청 시끄러운데, 볼륨좀 낮추지 그래? 사방팔방 민폐끼치는거 안 쪽팔려?


........



천아는 반대편에서 나타나 자신을 쏘아보는 메이를, 자신 또한 바라보며 응수했다.


어머~~ 우리 꼬맹이 대장님! 안녕?

오늘은 늘 옆에 붙어있던 키큰 언니 없이 혼자 돌아다니네~~



수 초도 되지않아 생긋 웃으며 메이를 향해 미소짓는 천아는 능글맞게 받아쳤다.


아~ 내 부관? 걘 누구랑 달리 워낙 할일이 많아서 말이야. 

무직 백수마냥 할짓없어서 복도에서 목청이나 높여가면서 애먼 사람 붙잡고 괴롭히고, 민폐나 끼치는것 말고는 할줄모르는 누구랑 달리 책임감이 엄청나거든~



능글맞은 미소로 대응하는 천아에 걸맞게 메이 또한 한껏 비아냥을 담아 천아를 조롱하였다.


...헤에....



천아는 여전히 미소짓고 있는 그대로였지만 단 한가지 차이점이 생겼다면, 웃고있는 입가와는 달리 눈매는 너무나도 차가웠다는 점이었다.


우리 꼬맹이 대장님도 어지간히 할짓 없으신가봐? 멀쩡히 대화하고 있는 사람들 사이에 끼어들어서 눈치없이 떠드는거보니 말이야~?


뭐? 대화라고? 참나....



메이는 어이없다는듯 혀를 차며 어느때 보다도 침울한 표정을 지은채, 고개숙인 채 눈치보고 있는 라붕이를 힐끗 바라보았다.



"............"


...........



그런 라붕이를 보면 볼수록, 점점 더 기분이 더러워진 메이는 천아를 향해 거침없이 쏘아붙이기 시작했다.


야. 넌 또 왜 죄없는 애 붙잡고 지랄이야?

설마 이 오르카호에서 이런식으로 신입 군기잡는 문화가 있는줄은 나도 몰랐는데 말이야.

할짓이 그렇게 없어? 오르카가 니 안방이라도 되는줄 아나본데, 너무 설치지 않는게 좋을거야.



다치기 싫으면.



마지막에 조용히 덧붙힌 한마디는 서서히 사그러져가는 천아의 얼마 없던 미소마저 야금야금 벗겨내기 시작했다.


오오오~! 우리 꼬꼬마가 왠일로 이렇게 남을 감싼데~

혹시 너네 둘이 뭐 있냐? 그런거야~??


.......



천아는 일부러 과장된 리액션을 취하다가, 이내 옆으로 메이를 흘겨보며 소리낮춰 말했다.


근데 이를 어쩌나~ 얘 지금 우리랑 대화중이었거든?

그 와중에 눈치없이 끼어들어서 분위기 잡치고 있는 미꾸라지가 과연 누굴까?

그렇게 눈치없어서 어떻게 대장노릇을 해먹고 있나 모르겠네?



참 부하들이 불쌍해~~?



마찬가지로 굳이 한마디를 마지막에 더 덧붙여가며 부하들을 들먹이며 신경을 긁어대는 천아였으나, 메이는 딱히 신경쓰지 않으며 무덤덤히 받아쳐낼 뿐이었다.


정작 본인도 여기 온지 얼마 안된주제에 함부로 설치고 다니는거 보면 웃음만 나오는거 알긴 하려나?

왜. 아무것도 모르는 애 옆에서 괜히 있어보이는 척 하면서 어깨에 힘좀 넣고싶었어?


어머머! 뭐래 저 븅신은...?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메이를 쳐다보는 천아는 라붕이를 힐끗 쳐다보다, 이내 입을 열기 시작했다.


그야, 이 언니가 우리 새로온 동생 얼굴보러 행차하신거 아니겠어?

왜, 난 얘랑 인사하면 안돼? 니 말대로 여기 온지 얼마 안됀 난 닥치고 얘랑 만나는것도 니네 허가 받아야하냐?

근데 이를 어쩌냐~? 이미 만나서 즐겁게 이야기 도중인데~


니 혼자 실실 쳐웃으면서 떠들다가 뜬금없이 애 표정 어두워 질때까지 갈구는게 인사라고? 

대가리가 뱀똥으로 가득차서 기본상식도 마비되셨나보네. 어찌보면 참 딱한년이란 말이야...


..........



양쪽 특유의 미소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었으나, 그 뒤에서 피어오르는 살의는 전혀 감출 생각을 하지않은채 서로를 노려보고 있었다.


.......근데 있잖아. 너야말로, 얘랑 뭐 그리 친하다고 뜬금없이 끼어들어서 나대는거야?

넌 매너도 몰라? 얘는 지금 나랑 대화중이었다니까? 너 말고 나랑 이야기중이라고.

거기에 니년이 끼어들 자리가 없다고요.

이해가 안돼? 응?


어. 안돼는데? 내가 왜 니 허락맡고 일일이 눈치봐야하는데? 니가 뭐 그리 대단하시다고?

차라리 나이트칙한테 대가리 박고 조아리지, 너같이 볼품없는 년 배려따윈 해줄 이유가 없는데?


....이 좆만한 년이....



서서히 서로의 임계점이 한계에 다다르기 시작하면서, 주위의 공기 또한 두 사람의 살기에 비례해 서늘함을 띄기 시작했다.



어머?




천아는 갑자기 말을 끊더니 갑자기 활짝 웃으며 재밌다는듯 메이에게 웃음섞인 질문을 던졌다.


우리 꼬맹이 전용 유모차는 왜 안타고 아장아장 걸어오셨데~~

혹시 고장났어여~? 처음엔 하도 쪼끄매서 순간 해맬뻔 했잖아~ 평소엔 평평한 언니가 항상 곁에서 어부바 해주기라도 했지, 지금은 혼자라서 어떡한데~ 언니가 대신 업어줄까? 응~?


....?!!!



평소 자랑처럼 앉아있던 옥좌는 놔두고 등장한걸 뒤늦게 깨달은 천아는 조롱을 잔뜩 담아 메이에게 그대로 드러냈다.


천아.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제동을 걸기 시작한것은, 곁에 함께있던 바르그였다.


그쯤 해둬라.


.....하아?



천아는 서슬퍼런 눈빛으로 자신의 말을 끊으려드는 바르그를 노려보았다.

물론 바르그는 당연히 개의치 않다는듯 중재를 시도했다.


서로 마주치자마자 물고뜯고 뭐하는 짓거리냐.

신입 앞에서 창피하지도 않은거냐?


...뭐?


말 그대로다. 처음에 이 남자에게 인사하러 가자고 한건, 천아 네녀석 아니던가. 

그런데 지금 니가 보여주는 꼬라지를 보고서, 내가 너한테 좋은말이라도 해줄줄 알았던거냐.


....허, 참나...



천아는 어이가 없다는듯 혀를 차며 바르그를 향해 쏘아붙였다.


너 요즘 은근 거슬린다?


....


왜. 너도 내가 지랄맞냐? 저 좆만한 애새끼마냥 니도 내가 만만해? 응?



어이없다는 표정은 이내 험악한 표정으로 바뀌면서 주위의 분위기 또한 그에 비례해 서서히 험악해져 가고있었다.












병신.


..!!!


그리고 그런 광경을 바라보던 메이는, 한심하다는 표정을 전혀 숨기지않고 천아의 시선을 도로 빼앗았다.


...뭐라고 했냐?


응? 귀가 잘 안들렸어? 병신이라고 했는데,

왜. 다시 말씀 한번 드려?



여전히 비아냥거리며 천아의 기분을 벅벅 긁어대기 시작하자 더 이상 천아의 표정에는 그나마 남아있던 살가움마저 사라졌다.


너 병신이라고. 

대체 몇번 말해줘야 알아들을래?

니 대가리 옆에 있는 뱀도 니보단 잘 알아먹겠는데?


.....


대체 얼마나 등신처럼 살아왔으면 니 친구한테도 한심한 년 취급이나 받고사냐?

아니, 오히려 딱 맞나?



메이는 서슬퍼런 시선으로 자신을 노려보는 천아의 눈빛에도 아랑곳 하지않고 성큼성큼 다가와 거리를 좁혀들었다.


빈수레가 요란하단 말이 있잖아?

너같이 대가리 텅텅 비어있는 년한테 이만큼 어울리는 옛말이 없지.

허세섞어서 언성높이지 않고선 너무나도 초라해서 견딜수없는... 골빈 년. 그렇지?


....!



마지막 한마디로 인해 인내심이 바닥난 천아는 여전히 메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웃는 얼굴로.




으으음~~




.........





............












휘익----!


...야... 너...!!



소매에 감취놓은 나이프를 빠른 속도로 꺼내어 그대로 메이의 방향으로 겨눈뒤, 낭랑한 목소리로 읊조리기 시작했다.


이야~~ 우리 좆만이 대장님, 여전히 성격대로 좆같이 구시네...? 

허구언날 유모차 위에 앉아서 아래만 꼬라보더니, 세상 모든게 만만해 보였나봐~~??



여전히 싱글거리며 웃으면서 살갑게 말하고 있었지만 그 손이 취하고 있는 모습은 매우 상반된 살기를 띄우고 있었다.


타고난 지능이 지 대가리 아래에 감고다니는 뱀만도 못한 저능아년 치고는, 내 모습 하나만큼은 잘 기억하고 있나봐?

한번 찔러보지? 왜, 막상 찌를라니 보는 눈이 많아서 손이 안뻗어져? 자리 바꿔?


바로 눈앞, 지근거리에 칼날이 희번득 거리고있는데도 오히려 즐겁다는듯 호전적인 미소를 띄우는 메이는 역으로 자신을 찌르도록 도발을 시작했다.


대장자리 믿고 깝치는거야? 그래놓고 생체기 하나 나는 순간 핫팩한테 달려가서 울고불고 질질 짜시게~? 

근데 이를 어쩌나~ 지금은 니가 자랑하는 유모차도 없는데, 그거 없으면 제일 만만하고 힘없는 년이 뭘 믿고 그리 깝치시는지 모르겠네~?


칼 끝을 까딱까딱 거리던 천아는 일부러 아슬아슬하게 칼을 빗겨잡으며 메이의 안구에 닿을락 말락한 거리를 유지하는 등 서서히 행동의 수위를 높이고 있었다.


칼 뽑는 순간에만 가오잡으면서 정작 찌르지도 못하는 년한테 들어봐야 웃기기만 한데?

찔러보라니깐? 뭣하면 자리 옮겨준다잖아? 왜, 막상 사람없는곳에서 일 벌릴만한 깡따구는 없어서 곤란해?


메이는 그런 아슬아슬한 행동에 오히려 더욱 천아를 자극하는 말을 멈추지 않고 즐겁게 쏘아붙였다.


온갖 허세란 허세는 부려놓고서 손은 왜 멈춰?

막상 칼 뽑아놓고 한다는게 그런 손장난이야? 뭘 망설여. 바로 앞에 있잖아?

차라리 니 애완동물이 더 무서운데? 최소한 걘 당당하게 날 노려보기라도 하지, 넌 막상 때가 되면 행동으로 옮기지도 못하는 겁쟁이잖아. 안그래? 응?


.........







더 이상 말로 주고받는것 없이 날카로운 나이프가 곡선을 그리며 메이의 오른쪽 눈을 향해 휘두르려 빠르게 자세를 잡기 시작했다.


...대장..!!



레이스는 그러한 둘 사이로 난입하려 상체를 숙여 자세를 취해.....









"멈춰라"




!!!!





그러한 살얼음 판에서, 쉐이드는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모두의 행동을 정지시켰다.


거기까지다.


...........



멸망의 메이, 천아, 그 이상의 서로를 향한 적대행위 및 교전시도는 용납하지 않는다.



쉐이드는 이미 두 사람의 목을 일도양단 가능한 거리까지 다가와 메이와 천아의 목덜미에 칼날을 겨누고 있었다.


만일 이에 불응할 경우, 제한없는 무력사용을 시도하여 두 개체를 진압하겠다.

거기에 어떠한 사상 및 손해가 발생하더라도 멈추지 않고 제압한다. 그러니, 거기까지다.



쉐이드의 안면에 푸른 안광이 서서히 진해지며, 이내 양손의 블레이드가 서늘하게 검은빛을 뿜어내며 모두의 표정을 비추고 있었다.




...........



그 AGS의 말대로다.



그저 조용히 지켜보던 바르그도 이내 다시 입을 열어 동의의 의견을 표했다.


애초에, 너희들이 싸울만한 이유가 있는가?

왜 이런짓을 하고들 있는거냐.

주위를 둘러봐라. 너희를 둘러싼 많은 시선들이 보이지도 않는거냐?


...!!



바르그의 말대로 주위를 둘러보니, 어느덧 통로에는 기존의 멤버뿐만이 아닌 수많은 대원들이 이를 숨죽여 지켜보고 있었다.



.........


그러니, 이 이상의 소란은 나도 동의할수 없군.

이미 사령관의 귀에도 진작에 들어갔을테니, 정말로 그쯤 해두는게 신상에 이로울거다.

함 내부에서, 그것도 함께 살아가는 동료들끼리 무기를 겨누며 위협하는 광경을, 그 남자가 보면 과연 어떤 생각을 할것같나.


.....칫...



1부터 10까지 맞는말만 하는 바르그의 만류 덕분인지, 아니면 쉐이드의 난입과 목격자의 증가 때문에 흥분이 식어버려서인지, 이유야 어찌돼었든 두 사람은 이미 진작에 살기를 거둔 뒤였다.


그래그래.... 우리가 뭐 싸울 이유나 있냐..

우리 핫팩 화낼라. 관둬라 관둬~ 피곤하다.



천아는 살벌하게 쥐고있던 나이프를 능청스럽게 도로 수납하며 이내 평소의 능글맞은 모습으로 되돌아갔다.


....뭐. 괜히 난리피워서 사령관 난처하게 만드는것도 미안하니까.



메이도 마찬가지로 아까까지 드러냈던 호전적인 광소를 접어두며 분위기를 가라앉혔다.
































'.....뭐하냐 이 새끼들....'



갑자기 인사하다말다 왜 지들끼리 싸우고 지랄하는거지...


'나 여기 오기전에 지들끼리 뭔일 있었냐... 왜 서로 못죽여서 안달났데...'



천아 이 년은 뜬금없이 나 디스하더니, 우연히 마주친 메이랑 뜬금없이 서로 말싸움 하다가 실제로 맞짱뜰라고 칼까지 꺼내드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정말, 쉐이드의 난입이 아니었으면 한층 일이 더 커졌을터.


'.....문학글에서도 천아랑 메이는 아예 접점이 없었던 걸로 아는데....'



이 세계관에선 원래 사이가 안좋은걸까.

하긴, 메이도 성격 씹창나기로 유명하지만, 천아도 은근 그에 못지않게 성깔 더럽기로 소문난 년이니까.


'근데..... 왜 내 앞에서 지랄하냐고..... 맞짱뜰거면 딴데가서 하던가....'



실제로 메이 말대로 자리 옮기지 그랬냐...

니들때문에 내가 자리 벗어날 타이밍을 놓쳐버렸잖아!!


'그래도... 지금은 나를 향한 시선이 많이 분산되었으니, 지금 이 틈에 조용히 빠져나가면....'



그렇게 탈주 각을보며 조용히, 

아주 천천히 뒷걸음질을...


































넌 또 어디가냐?



에?




조용히 지 혼자 탈주각을 재던 라붕이의 제동을 건것은 다른 이도 아닌 장화였다.


슬금슬금 어딜 기어가냐고. 지금 너 하나때문에 상황 개판난거 안보이냐?


(스윽)



전혀 예상치 못한 인물이 자신을 불러세우자, 이내 통로의 모든 이목이 라붕이에게 집중되기 시작했다.


'...어디가냐니...'



그걸 니가 왜 묻는건데 갑자기...

아니, 그보다도...


'다 들켰잖아 이 썅놈의 새끼야!!!!'



앞으로 조금만 더 가면 복도 끝자락이었는데!

다른 사람도 아니고 니가 날 불러세우니까 여기 사람들 전체가 날 꼬라보고 있잖아!!!









야.



천아는 또 정색하고서 라붕이에게 성큼성큼 다가오기 시작했다.


......너 뭐하냐 지금?


.......네?



천아는 이미 라붕이의 눈앞까지 다가와 라붕이를 찔러 꿰뚫어버릴 기세로 노려보기 시작했다.



이야... 참 멀리도 도망오셨네~~~?!



발이 참 빠르다고 새끼야.




이내 뜬금없이 감탄하면서도 더 살벌하게 라붕이를 노려보는 천아의 위압감에 라붕이의 식은땀이 서서히 늘어나기 시작했다.


...저...그, 그게....



아니 이 새끼는 대체 나한테 왜이러는거야!!!


'알수 없는 소리만 지껄이면서 싸가지없이 꼽주질않나, 멀쩡히 돌아가려는 사람 붙잡고 노려보면서 갈구질 않나... 이유를 알수가 없단말야...!'



문학글에서도 이런 이상한 모습은 못봤다고!

제발 정상적인 행동만 해라 좀...!



허 참....



이내 메이도 혀를 끌끌차며 라붕이를 향해 다가오기 시작했다. 물론 살벌하게 노려보면서.


야.


..ㄴ, 네..?



어느덧 천아의 옆에 나란히 함께 서서 자신을 똑같이 노려보던 메이는 깊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나지막이 쏘아붙였다.


뭐하냐?


......에


설마.... 니 혼자 튀려고 했냐...?

일을 이 지경으로 키워놓고...??


...........네?



혼자 튀려고 한거 붙잡는건 그렇다 치더라도.....


'....일을... 이 지경으로 키워놓고.. 라고???'



이건 마치... 이 사단이 난게 다 내가 잘못한것처럼 말하는데....


......


거 뭐라 말좀 하지? 이러다 우리도 굳겠다?


와.... 뭐 이렇게 뻔뻔한게 다 있냐...???

성대 엿바꿔 먹었냐? 왜 말을 안해?


............






아니 뭐 어쩌라고!!!!!





......저기...




.......





.......둘이 뭔일 있었어요...?





....................



...................



(비밀회선으로 훔쳐보던 탈론페더)

................................












그 어느때보다도 두꺼운 침묵이 사방에 뿌려졌다.



'......뭐지.....'



이젠 얘네가 아무말 안하고 쳐다보면 반사적으로 걱정부터 되기 시작......




......아.



천아는 멍하니 있다가 갑자기 동공이 풀린채 넋을 놓는가 싶더니 아까 난리피울때 꺼냈던 나이프를 다시 주섬주섬 꺼내기 시작했ㄷ...... 어?



개빡치네.





존나 빡친다고 이 븅신새끼야!!!!!!!



히이이이익!!!!!!



갑자기 라붕이의 멱살을 잡아채며 칼까지 들이대는 천아의 알수없는 행동에 라붕이는 비명을 지르며 양손을 들고 급박하게 소리쳤다.



가가가가가, 갑자기 왜!!!!


왜? 왜라고 했냐?? 허..... 뭐 이런새끼가...



이유를 물으면 물을수록 오히려 더 화만 돋구는 상황이 되자 어쩔수 없이 메이에게 눈빛으로 구조신호를 보내보지만....



.....레이스.


네, 대장.


이전에 쓰다남은 대공미사일, 남아있지?


넉넉하게 남아있죠.


.....하나 별도로 빼놔. 이 새끼 묶을 밧줄이랑 같이.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에?





저기.... 뭘....준비한다고?


뭐 병신아.



....어....??



야.


히이이익!!!



아직도 칼을 목에다 겨누고 있던 천아는 아까보다 더 무서운 표정으로 라붕이를 노려보기 시작했다.


와...... 진짜 보면볼수록 대단한 새끼네 이거?

아직도 상황파악 못하고 얼타고 있는거야?



이제는 감탄스럽다는듯 눈을 휘둥그레 뜬 천아의 등 뒤로, 바르그의 차분한 목소리가 이어졌다.



너희 둘다 그쯤 해둬라. 이러다 진짜 죽을판이군.




마침 적절한 타이밍에 이 살해위협을 멈춰준 바르그 덕분에 겨우겨우 천아의 멱살잡이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참 빨리도 도와준다....'



아까부터 보고 있었으면서 이제야 도와주냐!


...........


......응?



바르그의 옆을 보니, 한심하다는 눈빛으로 자신을 빤히 쳐다보던 장화와 눈을 마주쳤다.


............




..............




................에휴, 븅신......






뭐 썅년아!!!!



'아니 도대체... 이 새끼들 단체로 정신나갔나?

진짜 왜들 이러는거야...?!'



언제는 둘이 서로 죽일듯이 박터지게 싸우다가,

어느샌가 갑자기 합심해서 둘이서 존나게 갈궈대지를 않나...


'뭔 행동에 일관성이 하나도 없냐...'




진짜... 이럴땐 어떻게 행동해야...








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사이, 또 다시 천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 ㄴ, 네..! 천아씨!

'이번에는 또 뭔데.......'



이번엔 또 뭘로 갈구려 할까... 미리 마음의 준비를 가다듬고 천아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


.....


....하아...



갑자기 한숨을 쉬던 천아는 험악했던 표정을 풀고 난 뒤에 다시 처음과 같은 미소를 지었다.


...미안.


...네?!


겁준거 사과하는거야. 바르그 얘 말대로 처음에는 그냥 인사나 하러 온거였는데, 어쩌다보니 너 괴롭히는 그림 나왔잖아. 그거 미안하다고.



측은하게 라붕이를 바라보며 사과를 건네고 있는, 전혀 예상도 못했던 천아의 모습에 라붕이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몸이 굳어버렸다.


아...아뇨아뇨! 천아씨가 왜 사과를 하십니까..

저는 전혀 신경 안쓰니까 너무 그렇게 부담가지실 필요는...


반말.


...네?


말 높이지 말라고 새꺄~ 내가 무슨 니 상관이라도 되는줄아냐?

 솔직히 너, 틈만나면 존댓말쓰고 고개숙이는거, 진짜 보기싫으니까 하지마.

내가 처음에 너한테 말 편하게 놓으라고 그랬잖아. 안잡아 먹는다니깐~!



밝게 웃으며 라붕이의 가슴 콕콕 찌르는 천아는 친근하게 미소지으며 처음 건네주었던 말을 다시한번 반복했다.


...어 그게...


갑작스런 친절함에 눈에 띄게 당황한 라붕이는 다음에 무슨 말로 대답해야 할지 고민하다가 겨우겨우 입을 열었다.


그...


응?


그래도 전 아직 초면이고, 여기 온지 얼마 안됀 말단인데.... 괜히 그런식으로 행동했다가 다른분들이 안좋게 보시는건 아닐까 해ㅅ.......




.......................





...................





...잘 부탁해. 천아야...



그래그래~! 잘 지내보자 븅신아~! ㅋ




여기서 말 안놓으면 이번에는 진짜로 칼빵 날아올것 같으니까 뒷일같은건 제쳐놓고 그냥 얘가 하라는데로 하자...



야. 니네도 얘랑 말 놓는거 딱히 상관없지? 어차피 니들도 그럴라고 왔잖아~


좋을대로 해라. 애초에 난 이미 처음부터 편하게 말하고 있었으니까.

그러니 너도 편하게 해주는게 오히려 공평하겠지.


뭐... 나도 딱히 상관없어. 애초에 그런건 별 관심도 없고.


둘에 대답에 만족스럽다는듯이 웃는 천아는 다시 라붕이를 돌아보며 싱긋 웃으며 이야기했다.


자! 봤지? 그러니까, 앞으로는 또 괜히 예의차린답시고 쓸때없이 말 높이지 마라?

아, 그리고 다음에 우리 숙소 한번 놀러와~

과자나 까먹으면서 수다나 한번 떨게ㅋ


아...어.. 그래그래... 하하하...





'...절대로 안 찾아 간다 썅년아.....'



너 방금 속으로 '절대로 안 찾아 간다 개썅년아' 라고 욕했지 썅놈새끼야.




뭐지, 초능력자인가.


으으음~~ 표정이랑 반응보니 정답맞나보네~?

(나이프를 천천히 꺼내며)


아아아아아...!!!! 아뇨아뇨!!! 그럴리가요!!

무조건 찾아 갈게요! 진짜에요...!!!



라붕이는 죽기싫다는 일념 하나만으로 전력을 다해 천아의 분노를 잠재우려 발악했다.


....요?


에?


.........


아니....저.....


.....저?

(나이프를 한개 더 꺼내며)


갈게갈게갈게!!!! 간다고오오!!!

오지 말라고해도 강제로 찾아간다고!!

그러니까 제발 칼좀 집어넣어 이 미친년아!!!!


..븅신... 진작에 그럴것이지ㅋ



이제서야 싱글거리며 칼을 집어넣고선, 능글맞게 라붕이의 정강이를 발로 툭 건드리는 천아는 활짝 웃으며 라붕이를 바라보았다.



......양아치 새끼.....



다 들린다.



히이이익.....!!!














참, 가지가지 한다.



?!



목소리가 들려오는 옆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라붕이를 바라보는 메이가 있었다.


어, 넌 왜 가만히있어?

얘랑 뭔 얘기라도 하러온거 아냐? 너도 이리로 오지그래?


난 그냥 우연히 지나가다가 마주친것 뿐이야.

딱히 이 멍청이를 만나러 가던길도 아니니까 할말도 없어.


우와아... 겁나게 팅겨대네...



천아는 질린다는 표정으로 손사래를 치더니, 이내 다시 웃으며 메이를 향해 말했다.


그래도, 너도 이유도 없이 그렇게 화낸건 아닐거아냐?


........


...아까 내가 너한테 너무 싸가지없게 행동한건, 제대로 사과할게.

이 븅신이 워~~~낙 답답해서 말이야!

얘 때문에 하도 예민해져서 마음에도 없는말까지 하고 무기로 위협까지 해버렸네. 미안해~



메이는 천아의 사과앞에서 딱히 개의치 않다는듯 어깨를 으쓱이며 대답했다.


일일이 그런걸 마음에 담아둘 정도의 쫌생이는 아냐. 애초에 신경쓰고 있지도 않고.

그리고 이 멍청이 답답한거, 너 뿐만이 아니라 나나 다른 녀석들도 마찬가지니까.

그리고 칼 들이댄거 일일이 사과할 필요도 없어.

딱히 무섭지도 않았는데 뭐.


예예~ 오죽하시겠어요~




메이는 잠시 피식웃다가, 다시 라붕이에게로 시선을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야.


....네?



자신을 부르는 메이를 라붕이도 조용히 쳐다보았다.

그러고보니, 이전에 정식으로 인사한 이후로 얘는 처음 보는것 같은데.









.......




이 녀석을 불러보긴 했지만, 막상 무슨 말을 건넬지는 딱히 생각해 놓은건 없었다.

그냥, 한번 불러본것뿐.



어때? 여기서의 생활. 마음에 들어?



"....."



이런 날에 만날거라곤 상상조차 못한 사람이, 상상조차 못한 소리를 자신의 앞에서 하기 시작하자, 라붕이는 잠시 입을 다물고 다음 할 말에 대해 생각했다.



".....네. 여러분께서, 친절히 배려해주시기에... 그 어느때보다도 편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여기 온 뒤로...항상 받기만해서, 정말 죄송한 마음 뿐입니다."


.........



다시 평소의 모습으로 되돌아가 늘 습관처럼 내뱉는 형식적인 어조로 대답하는 라붕이는 다시 시선을 내리깔았다.



'...원래는... 이게 아닌데...'



정말로.... 원래는 이런 말이나 하려고 한게 아닌데.


항상 이런 식이다.

천아의 말대로, 우선 반사적으로 눈을 떨구고 저자세부터 먼저 취한다.

이게 그렇게 보기좋은 자세가 아니라는것은 이미 자신이 제일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이것 말고는 할수 있는게 없었다.

다른사람 앞에서는 이렇게 행동하는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떠오르질 않으니까.



....그래.



메이는 그저 조용히 받아낼뿐, 거창한 이야기는 따로 덧붙이지 않았다.

이 녀석이 타인과 어울리는것에 많이 서투르다는걸 이미 알고 있으니까.

이렇게 말고는... 행동하는 법을 모른다는걸 잘 알고있으니까.



너가 여기 온지도... 어느정도 시간이 흘렀네.



"....."


누구에게나 있는 법이야. 자신에게 맞는 속도라는게.



메이는 천천히 라붕이를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이미 알다시피, 난 다른 녀석들처럼 거창하고 감동적인 대사로 상대방을 감동시키는 방법따윈 모른다.

애초의 자신의 성격상, 섬세하고 따듯한 말 같은건 계획하기도 힘드니까.


그러니, 그냥 대충 생각나는대로 말하자.




잘왔어.



".....네?"



어느새 자신의 눈앞에 다가온 메이는 라붕이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나름 따뜻한 미소로 다시 한번 말해주었다.



잘 왔다고. 오르카에.



"........."


너, 앞으로 할일 참 많을걸? 그러니까.



서로 마주보던 메이는 그 방향 그대로, 라붕이의 옆을 스쳐 지나가며 나직히 말했다.


이 서투른 멍청이의 귓가에는 선명히 잘 들릴만큼.





앞으로 잘 부탁해. 신입.






그 말을 마지막으로 메이는 모두의 옆을 지나쳐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났다.

거창한 말도, 긴 말도 없이, 그저 간결한 말만을 라붕이에게 남기고서.






...하여간... 꼴에 대장이랍시고 폼은 드럽게 잘 잡아요...




















......으으윽.....



팬텀은 구석에 조용히 눌러앉아 시끌벅적한 라붕이의 주위를 바라보았다.


...결국...제대로 인사도 못했다....



또 의기소침하여 고개를 푹 숙이는 팬텀의 곁에 레이스가 찾아와 그녀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무슨소리 하는거냐 선배. 언제라도 대화할 시간은 넘쳐나지 않은가. 지금 당장 다시 이야기하러 가보는건 어떠냐.


......



팬텀은 서서히 고개를 들어 레이스를 바라보았다.


...겼다....


응...?


전부.... 다 뺐겨버렸다...



갑자기 알수없는 말을 하는 팬텀을, 레이스는 의아하게 바라보았다.


빼았겼다니..... 선배 혹시, 천아나 장화에게 참치캔이라도 삥뜯긴거냐.


에? 아...아니아니... 내 말은 그런게 아니다....


그럼 뭘 빼았겼다는거냐. 이해가 되질 않는다.



팬텀은 레이스와 그리고 그 옆에 나란히 서있는 쉐이드를 번갈아 바라보며 허탈하게 중얼거렸다.


두명은.... 정말 부럽다....


에?



갑자기 이 선배가 뭘 부러워 하는걸까.


둘은 라붕씨 앞에서 강렬한 임팩트를 연출하지 않았는가.

분명 엄청나게 기억에 남을테고, 그만큼 머릿속에 오래 남겠지. 하지만 난 활약은 커녕, 이번에도 허둥지둥 거리다가 제대로 대화도 못했다.....


....아.......



팬텀의 말대로, 쉐이드는 저 살기등등한 메이와 천아의 싸움을 단번에 중지시켜 버리면서 엄청난 활약을 했다.

그리고 레이스도 마찬가지로 그런 천아에게 전혀 주눅들지 않고, 오히려 라붕이를 감싸주면서 멋있는 명장면을 팍팍 연출했는데.... 


난.... 한게 없다...


.......


후배 너도 보지않았는가. 라붕씨가 저 자리에서 얼마나 힘들어 했었는지를.

 정작 제일 먼저 말 걸었던 난 아무것도 못 도와주고 허둥지둥 거리다가..... 다른사람들이 멋지게 해결하는 모습이나 구경하고 있었다....

이 얼마나 한심한 모습인지...



차라리 내가 이런 장소에서 말 걸지말고 아예 그냥 방으로 평범하게 찾아갔으면 이런 소동도 안 일어나지 않았을까.

최초의 원인제공도 자신의 탓인것만 같고, 매우 난처해 하던 라붕이를 도와주지도 못하던 자신의 모습을 생각하면 할수록, 용기내어 적극적으로 나섰던 후배와 쉐이드의 모습과 너무나도 비교될 수밖에 없었다.



...선배....


..........



한것 의기소침해진 채 쭈구려 앉아있는 팬텀을 레이스와 쉐이드는 그저 조용히 쳐다볼 수 밖에 없었다.



















넌 거기 앉아서 뭐하냐?



그리고 그런 구석의 적막함을 깨버리는 명랑한 목소리가, 팬텀의 방향을 향하고 있었다.


왜 궁상맞게 그런곳에서 쭈그려 앉아있어 븅신아~ 혼자 뭐하냐?


어, 어...?



쭈그려 앉아있는 자신에게, 천아는 모두와 함께 다가와 명랑한 목소리로 물었다.


넌 참 구석진곳 좋아하더라? 그러니까 존재감이 없는거야 이 멍청아~

좀 적극적으로 대화에도 낄라고 해보고, 틈만 나면 떠들 생각을 해야지, 그러고 있으면 친구가 생기겠냐?



능글맞은 표정으로 팬텀의 머리를 손가락으로 꾹꾹 누르며 이야기하는 천아를, 팬텀은 멍하니 바라보다 이내 당황하며 허둥지둥 일어섰다.


...아..! 그, 그게...



..........


그러고보니, 나한테 제일 처음 말걸었던게 얘였지...



저기....


...?!



라붕이는 먼저 조용히 입을 열어 팬텀을 향해 말을 건넸다.



아까, 저한테 인사해주셨죠?


......


그... 생각해보니, 제가 제대로 답변을 못드린것 같아서요. 모처럼 먼저 말 걸어주셨는데, 제대로 된 답도....



따아악!


커흐윽...!


...으응?!



뜬금없이 진중하게 말하는 라붕이의 뒤통수를 손바닥 풀스윙으로 후려친 천아는 짜증난다는 듯한 말투로 라붕이에게 쏘아붙이기 시작했다.


아오..!!! 진짜 이 븅신새끼!!

넌 어떻게 된게 발전이라곤 하나도 없냐?!


아야야야.... 아이 씨..! 갑자기 왜 사람 대가리를 후려치고 지랄이야!!



당연히 이유도 없이 쳐맞은 라붕이는 발끈하며 천아에게 따지고 들었으나, 오히려 이 모습을 본 천아는 더욱 더 질린다는 표정으로 질색하기 시작했다.


우와아아아...


...?


불과 몇분전에 그렇게 귀가 닳도록 말을 했는데도, 아직도 말귀를 못알아듣냐?

야. 솔직히 말해. 너 내가 한말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렸지? 그래놓고 뭘 잘했다고 적반하장으로 짜증을 내 븅신아!! 이게 진짜 뒤질라고..!!


히이이익...!!



펼치고 있던 손바닥을 이제는 꽈악 움켜진 주먹으로 바꾼뒤 라붕이를 향해 들어올리자 또 다시 질색하며 겁에질린 라붕이는 어떻게든 쳐맞기 전에 존나게 빌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아, 알았어! 알았다고! 니 말 다 기억해! 기억한다니까!! 그러니까 제발 주먹좀 내려놔라 제발! 넌 진짜로 줘팰거같아서 존나 무섭다고...!!!



......후우우...


답답한 새끼...




마지막에 한마디 더 덧붙이며 주먹을 내려놓은 천아는 팔짱을 끼고 다시한번 기회를 주기로 했다.


자.



"......."


이제 여기서 어떻게 해야돼. 한번 해봐.




"............."




천아의 말을 듣고서, 라붕이는 다시 한번더 팬텀과 레이스, 그리고 쉐이드를 바라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번에는 다소 다르게.







"...그..."



........





하... 돌겠네... 내 쪽에서 이런식으로 먼저 해도 되는건ㄱ........



...



"........"



응. 진짜 이번에도 안하면 다음엔 진짜로 먼지나게 쳐맞게 생겼으니까, 하자.















"...반가워."


....?!!!




"오늘, 처음 만나는거지? 내 이름은 뭐... 이미 다 알테니 굳이 소개할 필요는 없을것같고, 그 뭐냐... 여기온지 얼마 안돼서 아는게 워낙 없다보니, 솔직히 아는게 별로 없으니까... 당분간 이것저것 신세좀 지게 될텐데...

그.. 결론은, 앞으로 잘 부탁할게, 얘들아."





.............



........................




그 어느때 보다도 강렬한 정적이 함내에 감돌기 시작했다.


'...또 시작이네...'



얘네는 뭔 틈만나면 입 꾹 닫고 조용히 쳐다보더라...



'역시... 부자연스러웠나... 하긴, 내쪽에서 이런 방식으로 먼저 말을 걸어본적도 없고..'



이전에 식당에서 브라우니때문에 사고쳤을 때도 그렇고, 내가 무언가를 할때마다 항상 시선이 집중되는건 예나 지금이나 적응하기가...




나, 나야말로...!!!



"...?!"


그... 사실, 첫날에 바로 인사하고 싶었는데... 워낙 경쟁이 치열하다보니, 항상 타이밍을 놓쳐버렸다.

그래도, 지금이라도 이렇게 인사할 수 있으니, 정말 기쁘다! 그러니까...



팬텀은 여전히 서투른 모습 그대로였지만, 그래도 말을 멈추지는 않았다.


앞으로! 모르는거 있으면 나한테 전부 물어봐라!

왠만한건 다 알고 있으니까, 궁금한거 전부 다 알려줄수 있으니까...

그러니까 그... 나야말로, 앞으로 잘 부탁한다 라붕씨!








......



이놈이나 저놈이나, 참 요령없는 바보들이다.


'새끼... 이제야 좀 실실 웃네.

허구언날 바닥만 꼬라보는거 존나 꼴보기 싫었는데.'




두 사람이 어정쩡하게 인사를 나누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여전히 답답하지만...



'뭐... 니 말대로, 있는거 아니겠어?

각자에게... 맞는 속도가'



그 키작은 꼬맹이가 말했듯이, 누구에게나 자신에게 어울리는 속도가 있는 법이다.



'그러니까... 느려터져도 상관없으니까 그대로 쭈욱 가보라고~ 뭐, 너무 느릿느릿 하다싶으면 뒤에서 존나게 갈궈주면 되니까!'





나도 마찬가지다 라붕씨. 힘들거나 곤란한 일이 있을때는 언제나 나랑 선배를 찾아와라.

언제나 도와주겠다.


본 기체는 언제나 최적의 임무수행을 진행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즉, 얼마든지 모의전과 훈련을 함께 할수있으니 언제든지 찾아오십시오.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응, 고마워. 자주 놀러갈게. 



약속했으니까."






이어서 레이스와 쉐이드하고도 격의없이 인사를 나누는 라붕이를 바라보던 천아와, 그 뒤에 있던 장화와 바르그도 나름대로의 감상을 내보였다.



참... 답답한 놈이야... 뭐 그리 어려운일 한다고 저렇게 꾸물대는건지.


너무 그렇게 보챌것 없다. 개인마다 적응해 나가는 차이가 존재할 뿐이니까.

지금은 그냥, 뒤에서 조용히 격려해주면 된다.



그래그래~! 뭐 별거있겠냐. 또 답답하게 밍기적 거리면 틈틈히 대가리 후려쳐주면 되는거지 뭐!





이제야 조금은 사람답게, 평범하게 웃으며 팬텀과 레이스, 쉐이드를 대하고 있는 라붕이를 바라보며, 지금은 그저 이 정도면 충분할거라고,

주위에서 이 광경을 지켜보던 대원들과 엠프레시스 하운드는 생각했다.




















라붕이는 뜻밖의 동료들을 얻었다!

과연 그런 라붕이의 앞에 기다리는것은 과연 어떤 누구일까!!






분량조절 실패해서 고생좀 했다...

재밌게 보셨으면 개추랑 댓글좀 주십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