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레모네이드들은(보르비예프를 본딴 알파를 제외하면) 자기가 모시고 있는 회장의 유전자를 일부 이어받아서 디자인된 건 모두 알고있을 거라 생각함


감마가 언급한 포세이돈 인더스트리의 회장 성격을 보면, 델타의 칠죄종 상 포지션인 질투도 누구에게서 왔을지 생각해볼 것도 없겠지


아무래도 델타의 주인이라는 문리버 인더스트리의 회장도 델타에세 그런 기질을 물려줄 정도로 열등감의 화신이었을 거야


근데 그렇게 질투에서 비롯한 열등감을 누구보다 잘 아는 인간이, 델타를 홀대하다시피 하면서까지 오드리에게 몰두했다는게 조금 의아했음


아니 오드리가 아무리 꼴려도 그렇지, 앙헬처럼 대놓고 패싱당한 것도 아니고 회사의 기술력을 집약시킨 원 오프 타입 바이오로이드를 그렇게 대한다고?


심지어 델타가 자기랑 똑같은 시기심을 이어받았다는 걸 뻔히 알 인간이?


그냥 오드리의 아름다움에 마음을 빼앗겼다라는 단순한 해석보다는 뭔가 더한 악의가 있지 않을까 싶어서 생각해본 결론인데


문리버 인더스트리의 회장이 사실은 델타를 '질투'했던 게 아닐까?


바이오로이드가 인간의 위치를 대체해가던 시기고, 예술의 영역까지도 이미 바이오로이드가 점령해가던 때였으니까


거대 기업의 자본과 기술력이 아낌없이 퍼부어진 원 오프 타입의 바이오로이드가 인간 디자이너를 뛰어넘는 건 의외도 아니겠지


그게 당대 패션계의 정점에 있을 문리버 인더스트리의 회장이라고 해도 말이야


분명 처음엔 델타가 가져다주는 막대한 부와, 매번 런웨이를 듫끓게 하는 그 경이로운 재능은 회장을 기분 좋게 해주었겠지만


그녀의 디자인 하나하나가 자신의 도안을 밀어내고 업계의 유행을 선도하는 표준이 되어가는 걸 보면서


천성처럼 마음 속 깊이 자리하고 있던 질척질척한 질투가 끓어오르기 시작했겠지


더군다나 디자이너는 또 다른 종류의 창작자라고 할 수 있고, 창작자는 자기보다 재능있는 존잘을 만나면 열등감을 가질 수밖에 없어


그것이 도저히 뛰어넘을 수 없을 성질의 것이라면 더더욱 사람을 미치게 만들겠지


더없이 자기에게 순종하며 애정을 바치는 델타를 대하는 회장의 속은 까맣게 타들어갔을 거야


그 정도 위치에 있는 예술인이라면 자신의 작품이 뒤떨어졌다는 것에 대해 앙심도 품었을 거고


그렇다면, 회장이 그런 델타를 가장 효과적으로 괴롭힐 수 있는 방법이 뭐였을까?


고문? 홀대? 폭행? 강간? 살해?


아니지.


바로 자기가 죽고싶도록 느끼고 있을 그 감정, 그걸 델타에게도  느끼게 해 주는거지


그렇게 회장의 시선은 딱 알맞은 은발의 바이오로이드에게로 향했을 거야


일부러 오드리의 도안을 칭찬하고, 보란 듯이 델타 대신 오드리의 디자인을 채택하고, 오드리의 심미안을 찬미하고, 오드리의 패션을 보며 감탄하고


그러면서도 곁눈으론 질투에 손톱을 짓씹고 있을 델타를 좇고 있었겠지


처음엔 델타도 자신의 안에서 타오르는 열등감과 질투를 올바른 방향으로 표출하려고 노력했을 거야


주인님이 자신의 작품을 돌아보도록 심혈을 기울여 머리를 짜내고, 주인님이 자신의 아름다움을 돌아보도록 자신을 가꾸고 치장하고


하지만 그런 행동거지 하나하나가 오히려 회장의 열등감을 부추기는 꼴이 되고 말았을거야


그 지경이 되어서도 델타가 손끝에서 자아내는 디자인은 어느 때보다도 찬란한데, 그 질투의 화신이 미치지 않고 버텼겠어?


오히려 이전보다 더 악의적이고 추악한 괴롭힘으로 바뀌어가겠지


어느날 밤, 델타는 '우연히' 회장님의 침소 앞을 지나다가 방이 떠나가라 교성을 지르는 한 바이오로이드의 목소리를 듣고


'우연히' 열려있는 침실의 틈새를 엿보고는


그대로 무너져내렸을 거야


다음날 아침, 번진 마스카라를 고칠 생각도 못하고 비서실로 출근한 델타를 보며


회장은 남몰래 미소지었겠지


하지만 자신도 속으로는 깨닫고 있었을 거야


자신의 재능으로 그녀를 정당하게 꺾은 게 아니고, 그저 추한 질투에 미쳐서 자신에 대한 애정까지 이용했을 뿐인 걸


델타는 멸망까지 겪고도 여전히 주인님을 부활시키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충성한다지만


설령 회장님을 되살려내는 데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자신이 원하는 것을 영영 얻을 수는 없을 거야


본래부터 이 주종관계는 서로를 나락으로 끌어내리는 파국밖에 맞을 수밖에 없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