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 있던 대원들이 황급히 소완을 붙잡았으나, 안드바리는 이미 중상을 입은 상태였고, 즉시 수복실로 옮겨졌다.

꺾이고, 뼈에 금이 가고, 시퍼렇게 멍든 안드바리의 몸을 본 사령관은 굳은 표정으로 소완의 징계위원회를 열었다.

어째서 안드바리를 구타했지?

사령관의 질문에 소완 역시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로 대답하였다.

"안드바리양에게.. 직접 물어보시지요."

그 말을 들은 사령관은 수복실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던 안드바리를 불러왔다.

휠체어에 앉은 채 징계위원회에 참석한 안드바리는 자신을 죽일듯이 노려보는 소완을 보며 흠칫했지만, 곧바로 정신을 차린 뒤 자신이 구타당했을 때의 상황을 차분하게 진술했다.

"저는.. 그때 자원을 조금이라도 아끼기위해 오르카호를 돌아다니며 아무도 없는 방의 켜져있는 불을 끄거나.. 쓸데없이 켜져 전력을 낭비하고 있는 방의 에어컨을 끄고 다녔는데.. 갑자기 주방장님의 비명소리가 들렸어요."

"무슨 일인가 해서 달려갔더니, 주방장님께선 넋이 나간 표정으로 누구지.. 이 방의 에어컨을 끈건.. 이라면서 중얼거리셨구요."

"제가 껐다고 사실대로 말했더니 주방장님께서 언성을 높이시며 저한테 화를 내셨어요."

"전 잘못한게 없었기에 똑같이 목소리를 높이면서 맞섰더니.. 주방장님께서.. 제 뺨을 때리시며.. 흑.."

"..흐윽.. 제가 그렇게 잘못했나요...? 자원을 아끼려고 했던게.. 이렇게까지 맞을 짓이었나요..?"

안드바리가 울먹이기 시작하자, 배심원석에 앉아있던 키르케를 포함한 여러 바이오로이드는 소완에게 중징계를 내려야 한다고 소리치기 시작했다. 배심원석을 진정시킨 사령관은 매정한 표정으로 소완을 바라보며 변론의 기회를 주었다.

"자원을 아끼는 것. 확실히 좋은 일입니다. 하지만 자원을 아낀답시고 되도 않는 짓거리를 한데다가, 자신이 뭘 잘못했는지 아직까지 모르는 것을 보니.. 제가 잘못했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군요."

"안드바리양이 불을 끄고, 에어컨을 껐던 방중에선.. 와인셀러가 있었습니다."

"그냥 와인셀러가 아니라, 멸망전부터 지금까지 변질되지 않은 희귀한 와인들을 보관해놓은 장소였지요."

"함부로 꺼내 마시는 일이 없도록 불투명한 가구안에 와인들을 보관하고 있었습니다만.. 그 방의 에어컨을 안드바리양이 꺼버렸습니다."

"200년에서 250년동안 숙성되가던 와인들이 어떻게 되었는지. 다들 아시겠지요?"

"와인셀러 내부의 온도는 38도가 넘어갔고, 바닥은 병에서 뿜어져나온 와인들로 보랗게 물들어있었습니다."

"튼튼한 포트와인을 포함한 모든 와인병이. 전부. 바닥에 쏟아져 뒤섞이고, 변질되어. 못쓰게 되어있었습니다."

"어째서 제가 그렇게 분노했는지, 이성을 잃고 안드바리양을 구타했는지. 이제 이해가 가십니까?"

"안드바리양을 구타한 행위에 대해 처벌을 내리시겠다면, 저도 안드바리양의 처벌을 바랍니다."

"마구 뒤섞이고 변질된 와인들을 다시 원상복구 시키던가, 아니면 못쓰게 된 와인값을 물어내던가. 둘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겁니다."

소완의 변론을 들은 배심원석에는 침묵이 흘렀다. 특히 키르케와 워울프등. 술을 좋아했던 바이오로이드들은 이해가 간다는 듯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안드바리 역시 새파랗게 질린 채 그녀를 바라보았다. 당연히, 와인들을 원상복구시키는 능력은 그녀에게 없었다. 그리고 그것들을 배상해줄 재산 또한 그녀에게 없었다.

고개를 숙인 채 고심하던 사령관은 조금 풀어진 표정으로 판결을 내렸다.

.

.

.

.

만약 라붕이들이었다면 어떤 판결을 내릴거 같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