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라붕이 여러분.


뇌좆해서 찍싼 뻘글에 생각했던 것보다는 나름대로 호응이 있어서 놀랍고 고마웠음.

몇주째 새벽이고 주말이고 일하다가 숨돌린다고 게임 켜놓고선 떡밥 생각났다고 글쓰고 있는 내 신세가 레전드임.

어제 쓴 글을 스스로 읽어보는데 피곤한 상태로 써서 내용이 이리저리 튀더라.

뭘 쓰고 싶었는지는 대충 보이지만 안 그대로 난잡한 생각을 정리도 안 하고 싸지른 꼴이라 스스로도 부끄러웠음.



지난 번 글의 핵심을 세줄로 요약하자면:

1. 휩노스 병은 FAN파를 맞아 인류가 별의 아이에게 섭취 내지는 교배당하기에 적합한 상태로 변한 것.

2. 별의 아이는 코즈믹 호러적인 존재로 하나의 별을 대표하는 지적 생명체를 모판 삼아 번식하는 종족.

3. 인류의 "영혼"이 모두 모여 새로운 "별"의 "아이", 지구의 아이로 태어남.


내가 무종교라 구체적인 묘사는 하지 않았지만, 굳이 표현하자면 "영혼"을 빼앗기고 껍데기만 남아 잠들었다 죽은 것이 인류가 당한 일이라고 생각함.





작중 묘사에 따르면 철충은 재앙을 막기 위해 인류를 공격했다고 나옴.

여기서 말하는 재앙은 처음 언급될 때도 그렇고 지금도 명확하게 밝혀진 게 없는데, 개인적으로 위의 추측과 결부시켜 생각하자면 별의 아이가 번식하는 것 자체가 재앙이고 인류에게서 별의 아이가 탄생하는 것을 막는 것이 철충의 목표라고 봄.


왜 별의 아이가 태어나는 것이 재앙인가?


글쎄, 모든 종의 목표가 생존과 번식임을 고려하면 이건 딱히 선악으로 판단할 문제는 아님.

하지만 문명을 이룬 지적 생명체를 통째로 말살시켜서 번식하는 것이 별의 아이가 맞다면 오래지 않아 우주에 문명을 가진 지적 생명체는 남아나질 않고 별의 아이들로만 남은 우주가 되겠지.

생물 다양성 보존의 중요성을 우주적인 스케일로 봤을 때 이건 재앙이 맞다고 생각함.



여러가지 제반 사정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바나나 95%가 캐번디시 종만 살아남은 현재의 상태가 바람직하지 않듯이.



그런데 이건 지난번 글에서도 말미에 짤막하게 다뤘듯이 이율배반적인 일임.

별의 아이가 번식하는 걸 막고 싶으면 별의 아이를 공격하면 되지, 왜 인류를 멸망시켰을까?

인류를 상대로 공격하는 것이 별의 아이와 싸우는 것보다 더 손쉽다고 판단해서 그런 것일까?


실제로 인류는 멸망했으니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음.

하지만 잊어서는 안 되는 것이, 인류는 철충과 휩노스 병 양쪽을 다 겪고 나서야 멸망에 이르렀음.

바이오로이드는 철충에 면역이고, AGS도 유기 회로를 사용한다는 대책을 내놓았으니 장기전으로 돌입했으면 승패는 모를 일임.

하필 동시기에 휩노스 병이 발발해서 대책은 커녕 원인 파악도 못한 채 속수무책으로 당해서 그렇지.




철충은 교황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신권 정치 사회로 보이고, 뇌파가 인간과 한없이 유사한 점이나 가상 공간에서 인간과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인류와 어떤 접점이 있다는 게 중론임.

지난번에 덧글로도 많이 달린 반응이지만 철충이 원래 인간이거나 다른 차원의 인류라는 추측이 제법 있었지.



방향성은 비슷하지만 내 의견은 조금 다른데, 철충은 인류가 만든 병기라는 것이 내 생각임.

단 이게 현재의 인류나 지금 차원의 인류가 아닌 미래의 인류, 혹은 다른 차원의 인류가 만들었다는 점에서 다른 추측과 겹침.



어디서 본 설정이라고? 맞음.

지난 번 글에서 별의 아이가 번식하는 것을 데드 스페이스네크로모프, 매스 이펙트리퍼와 겹쳐 보았듯이...

내가 철충에 대해 보는 시각은 알타입 시리즈바이도(BYDO)워프레임센티언트와 겹침.




최근에 신작이 나왔다고는 하지만 알타입도 연식이 좀 되는 게임인데다가 장르 특성과 고난도라는 특성을 생각하면 실제로 플레이해본 사람이 많을 것 같지는 않음.

당장 나만 해도 판권 넘어가기 전 마지막으로 나왔던 알타입 파이널 출시연도에 입문한 사람이니 시리즈 전작을 해본 건 아님.

그래도 떡밥 핵심이니 간략히 설명하자면...


알타입 세계관에서 인류는 22세기에 이층 차원 탐사 도중 새로운 고에너지 생명체, 바이도와 조우함.

자가 증식하는 입자로 구성되어 있으며 무기물이나 유기 생명체를 잠식해서 스스로를 복제하고, 물리적인 형질과 파동으로서의 성질을 동시에 지니고 있음.

때문에 물리적인 공격만으로는 치명타를 입힐 수 없고, 물리력과 파동을 동시에 사용해야 바이도를 공격할 수 있음.


계속 패배하던 인류는 위의 성질을 가진 것이 다름아닌 바이도라는 점을 파악, 바이도는 바이도로 대응한다 생각하고 바이도를 이용해 "포스"라는 것을 만들어냄.

바이도에서 에너지체를 추출해서 컨트롤 로드를 박아넣어 제어하는 물건으로, 자칫 잘못되면 바이도로 변해버림.




알타입 세계관의 인류는 이 포스파동포를 무장으로 장착한 전투기, 알 파이터를 이용해 바이도와 싸워나감.


시리즈가 지속되면서 설정이 더 쌓여나가는데, 라오 저리가라할 매운 맛으로 가득함.

바이도를 섬멸하기 위해 출전했던 부대가 바이도에 감염되고도 자신들을 지구인이라 인식해 귀환하다가 바이도 부대라고 인식한 지구군과 전투에 들어간다는 묘사가 있음.

알 파이터의 개발 연표와 설정을 보면 화력을 올린답시고 바이도 소자 자체를 박아넣어서 흉물스러운 촉수가 꿈틀대는 전투기를 만든다거나...


이후 밝혀지는 바이도의 정체는 26세기의 인류가 적대 외우주 생명체를 상대로 제작한 파괴병기.

작중 "생체 물리학, 유전자 공학, 마도 역학까지도 응용해서 합성한 인공적인 악마"라고 부름.

공간 도약으로 적대 생명체가 있는 성계로 보내서 사용하려고 했는데, 왜인지 태양계에서 깨어나 인류와 싸우게 됨.

바이도와 싸우다가 이놈들을 근절하는 데 실패한 26세기의 인류는 차원 병기로 바이도를 차원 저편으로 날려서 없애버림.


그 날아간 바이도가 도착한 곳이 22세기의 태양계.

즉 미래의 인류가 만든 병기가 과거의 인류를 공격하고 있는 것이 바이도의 실체임.


이후 팬층 추론으로는 26세기 인류가 조우한 "적대 외우주 생명체"도 인류, 혹은 바이도의 일종이라고 보고 있음.

바이도는 물체와 파동을 겸하는 특성상 바이도로밖에 상대할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설득력있는 가설임.

단 그렇다면 인류는 바이도를 없애기 위해 바이도를 만들었고, 바이도를 감당 못해 과거로 날려버렸다는 말이 됨.

26세기의 바이도가 적대 성계가 아닌 태양계에서 깨어난 것도 목표물 자체가 인류, 혹은 바이도 그 자체였다는 것으로 해석 가능함.

루프물도 이렇게 끔찍한 루프물이 없음.





주인공들을 "텐노"라고 부르는 데다 스페이스 닌자를 표방하는지라 일뽕이라는 인식이 강한 게임인 워프레임.

그렇긴 해도 초기와는 다르게 파밍 위주의 TPS로 변화한 지 오래고 이제는 완전히 다른 게임이 되었음.

초기 개발 총괄자인 스티브 싱클레어가 다른 게임을 만든다고 워프레임에서 손을 떼기도 했고...


워프레임은 작중 설정상 수 세기 이후의 미래인데, 태양계를 지배하던 오로킨 제국이 멸망한 이후의 세계임.

처음 플레이하는 사람은 외계인들 상대로 외계인들보다 기괴한 디자인의 쫄쫄이 입고 싸우는 게임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실제 워프레임에 등장하는 모든 진영은 지구 출신이고 오로킨 제국 소속이었음.




전사이자 군인 계급이었던 클론 병사들 그리니어 (좌측).

인공 배양된 인간으로 구성된 과학자이자 상인 계급이었던 코퍼스 (가운데).

생물 병기로 만들어져 무기체 유기체를 가리지 않고 감염시키는 인페스티드 (우측).




게임 플레이하고 나서 얼마간 지나 메인 퀘스트를 하다 보면 나오는 진영인 센티언트.

생긴 것도 3D 프린팅이 잘못된 소리굽쇠 같은 이질적인 디자인에 텐노, 코퍼스, 그리니어, 인페스티드 모두와 적대하는 특성상 이거야말로 외계인이라는 게 추측이었는데...


센티언트의 실체는 오로킨 제국이 테라포밍 용도로 만든 자아를 지닌 기계생명체임.


오랜 세월이 지나 태양계가 고갈 상태가 되었기 때문에 인류를 대신해 타우 성계로 보내 테라포밍으로 인류에 적합한 환경으로 변화시키기 위해 만들어졌음.

종류 불문 한번 피해를 입으면 적응하여 해당 종류의 피해에 면역이 되는 특성을 가지고 있으며, 자가 수복 및 번식이 가능하도록 만들어졌음.



이유는 불명이지만 센티언트는 오로킨을 상대로 반기를 들었고, 이 센티언트를 제압하기 위해 오로킨이 만든 생체 병기가 인페스티드.

하지만 오로킨은 센티언트도, 인페스티드도 제어하지 못해서 결국 공허의 힘을 사용하는 특별한 전사들인 텐노들을 만들어 승리를 거뒀음.

그래놓고 그 텐노에게 개선식에서 뒤통수를 맞아 멸절당했고, 플레이어는 오로킨 멸망 이후로 오랜만에 깨어난 텐노로 플레이함.


즉 센티언트를 만들고, 센티언트를 없애기 위해 인페스티드를, 이 모두를 없애기 위해 텐노를 만든 게 오로킨.

그래놓고 그 텐노에게 결국 뒈짖했으니 오로킨은 결국 온갖 사고 쳐놓고 수습 못하는 놈들임.


워프레임 스토리가 산으로 가면서 지금은 센티언트의 위상이 좀 달라지긴 했는데...

서로 치고 받던 인류의 잔재들이 (텐노, 코퍼스, 그리니어) 연합해서 맞서 싸워야 할 정도로 위험한 적이 센티언트임.

헌데 결국은 센티언트도 인류가 만들어낸 병기였다는 게 초기 스토리의 핵심 반전이었음.





사담이 길었는데, 요약하자면 내 추측은 미래의 인류, 혹은 다른 차원의 인류별의 아이와 같은 존재에게 당하지 않기 위해 만들어낸 병기가 철충이라는 것.

별의 아이를 상대로 전면전을 벌이는 것과 별개로 인류를 보존시키거나 인류와 유사한 지적 생명체들이 별의 아이에게 먹히기 전에 미리 섬멸시킨다는 발상으로 만든 병기라고 생각함.

아이러니하게도 인류 자체가 철충의 설계 목적이자 주적에 부합한다는 문제가 있을 뿐이지.


그러기엔 철충이 뇌파라던지, 가상 공간에서의 형태라던지, 각 개체가 자아가 있는 등 너무 인간과 유사한 점이 많다고?




라스트 오리진 세계관의 인류는 이미 그런 병기를 만든 전례가 있음.



바로 바이오로이드임.


인간과 한없이 유사함에도 불구하고 인류는 바이오로이드를 인간 취급하지 않음.

철충을 만든 버전의 인류는 바이오로이드 대신 철충을 만들어냈다는 것이 내 추측임.



인간이었던 철의 왕자가 철충으로 변하는 점, 인류와 유사한 신경계/뇌파를 가지고 있는 점. 인류가 설계한 기계를 쉽사리 잠식하는 걸 보면 메커니즘적으로 인류와 접점이 있는 것은 분명함.

인류 멸망 이후 동식물은 해치지 않고, 인류의 피조물이라는 처지에서 동일한 바이오로이드를 선제공격하지 않는 걸 보면, 현재 철충의 행동 양식은 "별의 아이가 될 소재를 말살한다"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이상 평화로운 것으로 보임.

거기 나타나 일부러 들쑤시는 오르카가 미친 년놈들이지.




최초의 철충은 운석에서 발견되었다고 하지만, 이건 이를테면 척후병이 우연히 지구에 떨어진 것.

지구 침공 당시 철충이 차원문을 열고 대규모로 들어왔다는 묘사를 보면 척후병의 위치를 추적해 따라온 듯.

차원문을 열었다는 점에서 볼때 이게 미래나 다른 차원의 인류가 파견한 것이라 해도 말이 되지 싶음.




여기까지 왔으면 이제 남은 건 하나인데, 앞으로 스토리 전개는 어떻게 할 것인가?

위의 가정들이 다 맞다는 전제 하에 현 상황을 파악하면 대충 이러함.



1. 인류를 소재로 한 별의 아이, "지구의 아이"는 이미 만들어졌음. 인류가 휩노스 병으로 멸망했으므로.

2. 단 철충과의 전면전으로 인해 인류의 숫자가 격감하였으니 필요한 양이 확보되었는지에 대해서는 다소 의구심이 있음. 예를 들어 별의 아이가 재료로 하는 인류가 100억이라 멸망 전 인류가 100억에 도달하는 것을 감지하고 수확의 철이 됐다 판단해 FAN파를 뿌린 것인데, 철충 활동으로 70억 미만으로 줄어들면 칠삭동이 별의 아이가 될 것임.

3. 철충은 인류를 상대로 승리하였으며 정상적인 별의 아이가 탄생하는 것을 저지하는 데 성공했음.

4. 철충을 파견한 미래 / 다른 차원의 인류는 철충이 목적을 달성했다는 것까지는 알아도 그 과정에서 지구 인류를 몰살시켰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거나, 알아도 관심없을 수 있음. 왜냐면 자신의 차원이 아니니까.

5. 목적을 달성한 이상 병기를 다시 수집해 갈 이유는 없음. 지구최강 천조국 미군이 전쟁터에 버리고 가는 물자들을 보시라.

6. 따라서 현재 있는 철충은 추가 병력을 필요로 할 이유가 없으며, 현존 철충을 섬멸한다면 그 이상의 철충을 상대할 일은 없지 않을까 싶음.

6-a. 물론 이건 나중에라도 상황이 바뀔 수 있는 문제인데, 인류가 아직 살아있다는 걸 파악하면 소기 목적 달성 실패이므로 추가 병력을 파견할 가능성은 있음.

6-b. 단 인류 재건이 아니라 바이오로이드 손에 철충이 멸망했다고 오판한다면 인류는 안전할 것으로 보임.

7. 현재 지구에 있는 인류를 소재로 한 별의 아이는 미성숙체이거나 발달장애가 있을 것. 당초 상정했던 양의 인류 전체를 흡수해서 태어나는 데 실패했으므로.

8. 따라서 오르카가 펙스와 기타 레모네이드 산하 세력을 섬멸하거나 합병하고 전면전을 벌인다면 별의 아이를 상대로 승리할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 싶음.

9. 물론 바이오로이드와 사령관이 끝없이 떡을 쳐서 인류를 재건한다면 머나먼 미래에 별의 아이가 다시 올 수도 있겠지만... 그때쯤이면 이미 FAN파에 대한 대책 마련이 끝나있겠지.

10. 인류가 은하계 너머로 발돋움해서 옼스와 만나 WAAAGH! 를 벌이는 시대가 될 것임.




결론은 젖겜 잘되게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