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arca.live/b/lastorigin/50749546(28화) <- 여기에 1화부터 모여 있음

https://arca.live/b/lastorigin/51896120(29화)



주인님께서는 이 방 안에서 안정을 취하고 계세요거듭 말씀드리지만 흥분하지 마시고 차분하게 대화해주세요.“

 

 

닫혀 있는 문 앞에서 다프네는 뒤에 있는 바이오로이드들에게 강조했다바이오로이드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프네가 데리고 온 곳은 사령관이 정신을 잃었을 때 들어가 있던 원형 수조가 있던 방에서 약간 떨어진 곳에 있는 방이었다.

 

대답을 받은 다프네는 조심스럽게 문을 두드렸다똑똑하는 소리가 두 번 울리고 다프네는 문에 대고 말했다.

 

 

주인님실례하겠습니다.“

 

 

다프네가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문 옆으로 비켜 그녀는 바이오로이드들에게 안으로 들어가라고 손짓했다.

 

다프네의 바로 뒤에서 걸은 칸이 첫 번째로 안으로 들어갔다.

 

병실답게 방은 청소가 잘 되어 있어 깨끗했고 정돈되어 있었다간호사들이 매일 청소를 하기에 바닥은 먼지 한 톨 보이지 않았다

 

방 안에 여섯 개의 침대들이 있었다문을 중심으로 해서 좌우로 세 개의 침대들이 벽면에 붙어 있다간호사들은 침대 사이의 공간으로 돌아다니면서 환자를 돌본다.

 

방에 있는 여섯 개의 침대들 중 다섯 개는 비어있었다유일하게 사용 중인 하나의 침대그곳에 하얀 환자복을 입은 사령관이 있었다.

 

사령관은 침대에 앉아 있었다매트릭스를 비스듬히 세우고 등을 기대고 있었다고개를 돌릴 힘도 없는지 그게 아니라면 저들이 들어오는 것을 기다리고 있는 것인지 문이 열렸음에도 그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바이오로이드들은 조용히 걸어가 사령관이 있는 침대의 주변으로 동그랗게 둘러섰다.

 

사령관의 모습에 바이오로이들은 격세감을 느꼈다사령관이 오르카호를 이끌 때부터 함께 했었던 이들은 더욱 그랬다침대에 누워 있는 검은 머리카락의 남자가 정녕 사령관이 맞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 만큼 사령관은 달라져 있었다

 

사령관복을 입고도 보였던 근육들은 얇은 환자복에 가려질 정도로 작아져 있었다환자복이 사이즈가 큰 이유도 있겠지만 사령관의 몸이 작아졌다는 것은 확실했다

 

피곤함에 쩔어 생기가 돌지 않는 두 눈 밑에는 다크서클이 깊게 내려 있었다

 

 

 

못 보던 얼굴이 보이는군그것도 내가 찾고 있었던 얼굴이 말이야.“

 

 

사령관이 입을 열었다죽어가는 사람이 힘겹게 내뱉는 한마디처럼 사령관의 목소리는 말라비틀어진 땅처럼 쩍쩍 갈라졌다사령관의 시선은 라비아타에게 향하고 있었다.

 

라비아타 프로토타입최초의 바이오로이드가 앞에 보인다.

 

남성보다 큰 키에 긴 하얀 머리카락이 인상적인 바이오로이드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사령관이 기억하는 모습과 다른 점들이 있으나 아름다운 바이오로이드들의 외모를 압도하는 외모만큼은 여전히 빛나고 있었다.

 

 

다들 말이 없는 것을 보니 뭔가 큰일이 있나 보지?“

 

 

사령관이 말했다바이오로이드들의 침묵에 사령관은 어느 정도 눈치를 챌 수 있었다상황이 좋지 않다.

 

 

오빠...“

 

 

닥터가 침묵을 깼다말하기를 망설이듯 어물거리며 입만 움직이고 있었다

 

 

뜸 들이지 말고 말해.“

 

 

사령관은 닥터를 재촉했다닥터는 입술을 한 번 깨물고 말을 이었다.

 

 

오빠가 휩노스 병에 걸린 것 같아.“

 

그게 뭔데알아듣게 얘기해.“

 

오빠가 죽을 수도 있어.“

 

 

정적이 흐른다말을 한 닥터와 말을 들은 사령관 둘 다 이제는 말이 없었다

 

닥터는 고개를 푹 숙였다사실을 말했다그러나 그녀는 죄를 지은 기분이었다마치 그녀가 사령관에게 죽음을 선포한 듯한 죄책감이 밀려왔다

 

 

내가?“

 

 

사령관이 닥터를 보며 말했다크게 반응하지는 않았다하지만 그도 놀랐기는 했는지 두 눈은 약간 커져 있었다그러더니 헛웃음을 터트렸다병실에 내려앉는 헛웃음은 그 헛웃음이 끝나고 매트릭스 등받이에 몸을 깊숙이 기대었다.

 

 

내가 죽는다고?“

 

 

바이오로이드들의 사령관의 말에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다당신이 죽을 일은 없다무슨 일이 있어도 우리가 당신을 지킬 거다그러나 그렇게 말할 수 있는 이는 없었다.

 

감정이 역류하고 속이 타들어갔지만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그 방법을 알았다면 인류가 죽지 않을 테니까그저 절망스럽고 한심할 뿐이었다애타게 찾아 헤맸고 간신히 찾아낸 최후의 희망이 허무하게 꺼지려고 한다.

 

 

다들 나가줄 수 있나혼자 있고 싶다.“

 

 

사령관이 나직이 말했다바이오로이드들에게 그 말은 유언처럼 들렸다.

 

 

다 나가쓸데없는 짓은 하지 않을 거니 걱정하지 마라생각을 좀 정리하고 싶다.“

 

 

그래도 바이오로이드들이 꼼작도 하지 않자 사령관은 그녀들에게 나가라고 명령했다나가고 싶지 않다병실에 있는 바이오로이드들은 모두 그렇게 생각했다사령관이 너무 걱정되었다그러나 명령은 절대적그녀들은 병실을 나갈 수밖에 없었다.

 

병실에는 다시 사령관 혼자 남게 되었다죽을 수도 있다닥터의 말이 머리에 계속 맴돈다

 

 

드디어 나도 죽을 때가 되었나?“

 

 

사령관이 혼자 중얼거렸다닥터의 말에 놀라 헛웃음을 터트렸었다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죽음이라는 녀석이 코앞까지 다가와 있다는 말이 어이가 없기는 했다.

 

죽음은 평등하다. 150년도 넘게 살아오면서 사령관이 유일하게 진리라고 결론을 내린 말이다살아가는 모든 존재는 언젠가 죽기 마련이다사람마다 때와 장소가 다를 뿐 죽음은 매일매일 조용히 찾아온다고 사령관은 그날부터 믿게 되었다.

 

하늘이 열리고 철충들이 쏟아지던 날죽음은 지위고하를 가리지 않았다그저 누가 더 빨리 혹은 늦게 죽느냐의 차이였다인류의 정점에 서있었던 기업의 수장들이라고 다르지 않았다그들이 쌓아올린 막대한 황금의 빛나는 번쩍임은 죽음의 어두움을 걷어주지 못했다.

 

사령관은 다시 한 번 헛웃음을 터트렸다자신의 목숨은 알아서 챙길 테니 신경 쓰지 말라고 승조원들에게 했었던 순간들이 기억난다그러나 사령관의 오르카호에서 나온 첫 번째 사망자가 다름 아닌 사령관이 본인이 될 상황이다웃기는 상황이 아닐 수 없다.

 

닥터가 말한 휩노스 병그것이 어떤 병인지는 모른다그러나 극심한 두통어지럼증피곤함잠을 자면 꾸게 되는 악몽들은 그 병이 원인일 거라고 사령관은 예상했다.

 

 

"하긴 여태 안 죽은 게 이상하기는 해.”

 

 

스스로 말하면서도 웃겼다언제 비명횡사해도 이상하지 않은 삶사령관은 본인의 삶을 그렇게 평가했다연합전쟁난장판이 되어버린 세상그런 세상을 박살낸 철충무엇도 사령관을 죽이지 못했다

 

그는 어떻게든 살아남았다여태껏 그래 왔듯 그는 환경에 알맞게 적응했고 살아남았다살아남아 보니 그는 최후의 인간이 되었다어느 순간에는 바이오로이드들이 만든 저항군이라는 단체를 이끄는 사령관이 되었다.

 

 

아무래도 약속은 지키지 못하겠군.”

 

 

새로운 인간을 찾을 때까지 너희들의 사령관이 되어주겠다고 사령관은 말했었다사령관은 살면서 처음으로 약속을 지키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이 실망스러웠다.

 

죽음은 딱히 두렵지 않았다살만큼 산 몸이다빈말로도 좋았다고는 할 수 없는 인생이었다어둡고 피에 물든 기억들이 대부분이다그래도 인생의 마지막에는 나름 행복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사령관은 생각했다

 

사령관은 자신의 죽음을 안타까이 여기고 슬퍼하지 않을까 생각되는 이들이 몇 명 떠올랐다살아온 인생에 비해서는 과한 최후이다그러나 동시에 기쁘기도 했다

 

 

미리 명령서를 만들어 놔야겠네.”

 

 

사령관은 너스콜을 눌렀다저 문으로 누가 들어오든 사령관은 그 간호사에게 펜과 종이를 부탁할 것이었다어쩌면 이것이 사령관으로서 내리는 마지막 명령이 되지 않을까 사령관, 위재준은 생각했다.

 

 

***********

 

 

각하저희를 찾으셨다고 들었습니다무슨 일이십니까?”

 

 

마리가 물었다그녀의 곁에는 라비아타도 함께 서있었다마리와 라비아타는 사령관이 앉아 있는 침대 오른편에 서있었다.

 

사령관이 마리와 라비아타를 부른 때는 그가 정신을 차리고 하루가 지난 날의 오후였다간단하게 점심밥을 먹고 사령관은 리제와 다프네를 시켜 라비아타와 마리를 불러오라고 시켰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사령관은 비스듬히 세운 매트릭스를 등받이 삼아 기대고 있었다다크서클이 깊게 내린 눈으로 두 바이오로이드들에게 한 번 눈길을 주더니 침대 식탁에 올려져 있는 사과 한 조각을 집어 입어 넣었다입안에서 사과가 와작와작 씹히는 소리가 났다

 

마리와 라비아타는 가슴을 조렸다사령관이 와작와작 사과를 씹는 저 소리가 끝나면 그의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올지 몰라 마냥 긴장되었고 두려웠다

 

병실에는 사령관마리라비아타 셋뿐이었다다른 바이오로이드들은 없었다그렇기 때문에 마리와 라비아타는 더욱 긴장되었다

 

오르카호의 고위 바이오로이드들 중에서도 최고위급이라고 할 수 있는 불굴의 마리와 라비아타 프로토타입두 바이오로이드는 오로카호에서 사령관 다음으로 큰 권한을 가지고 있다

 

사령관이 할 말이 무엇이든 그것이 무척 심각한 것임을 마리와 라비아타는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오로지 자신들에게 밖에 말할 수 없는 무언가이리라

 

 

받아.”

 

 

사령관이 접시 옆에 있는 하얀 종이를 라비아타에게 주었다종이는 A4 용지였고 볼펜으로 쓴 문장들이 있었다라비아타는 종이를 두 손으로 받고 가지런히 팔을 내렸다.

 

종이에 적혀 있는 문장들이 굉장히 신경 쓰였다두 손으로 종이를 받고 팔을 내리는 찰나의 순간에 라비아타는 종이에 쓰여 있는 문장들을 일부 보았다글씨들이 약간 삐뚤빼뚤한 것으로 보아 사령관이 직접 쓴 것 같았다라비아타는 사령관이 말을 할 때까지 가만히 기다렸다

 

 

"기다리고 말고 읽어."

 

 

사령관이 답답하다는 듯 말했다종이를 받았다면 읽으면 될 것이지 어째서 기다리고 있는 것인가사령관이 말하고 나서야 라비아타는 종이를 들어 적혀져 있는 문장들을 꼼꼼히 읽었다마리도 라비아타의 곁으로 바싹 다가와 함께 읽었다

 

종이에는 총 여덟 개의 문장들이 적혀 있었다읽기 쉽도록 문장 앞에 숫자까지 적혀 있었다첫 번째 문장을 시작으로 뒤에 있는 문장들을 읽어갈수록 라바아타와 마리의 표정은 어두워져 갔다.

 

 

그게 내가 너희들에게 내리는 마지막 명령들이다. 전할 말은 끝났다이제 가 봐.”

 

 

통보에 가깝게 일방적으로 말을 마치고 사령관은 매트릭스에 몸을 깊숙이 기대고 눈을 감았다갑작스러운 통보에 라비아타는 당황스러웠다사령관과 대화를 하고 싶었지만 사령관의 숨소리가 그녀를 막았다.

 

그새 잠들었는지 숨소리가 작게 들려온다그러나 사령관은 편해 보이지 않았다악몽을 꾸는지 괴로운 듯 신음을 흘리면서 몸을 뒤척였다.

 

라비아타와 마리는 하는 수 없이 병실을 나갔다그녀들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병실에서 나가 말없이 수복실을 나갔다가슴에 구멍이 뚫린 듯 허탈한 심정에 둘은 수복실 입구 앞에서 움직이지 않았다잠깐의 시간이 지나고 둘의 시선이 서로를 향했다두 바이오로이드는 입구에서 벗어나 함께 걸어갔다.

 

마리와 라비아타는 함께 복도를 걸었다점심 식사 시간이 끝나 복도는 한산했다그래서일까 마리와 라비아타의 발걸음 소리가 조용한 복도에 더 크게 들렸다입을 다물고 정처 없이 오르카호의 복도를 걸었다.

 

 

지휘관들을 호출하겠습니다.”

 

 

마침내 마리가 침묵을 깼다마리는 사령실로 가자는 말을 돌려 말했다사령관이 내린 명령을 다른 지휘관들도 알아야 한다앞으로는 그에게 의지할 수 없다.

 

 

저도 동생들과 함께 갈게요.”

 

그럼 사령실에서 뵙겠습니다.”

 

 

사령실에서 다시 만나자고 말하고 둘은 헤어졌다.

 

 

*****

 

 

마리와 라비아타는 데려오겠다고 한 인원들과 함께 사령실로 갔다먼저 들어온 이는 마리였다지휘관들은 각자의 자리에 앉아 라비아타가 들어오기를 기다렸다.

 

항상 모이는 인원들이 모두 사령실에 도착해 각자의 자리에 앉았다사디어스를 마지막으로 사령관을 제외한 원탁의 자리들이 채워졌다.

 

 

그래서급하게 전파해야 할 사항이 무엇인가?”

 

 

칸이 마리에게 물었다마리는 급하게 전파해야 하는 사항이 있다고 말하며 지휘관들을 사령실로 불렀다평소의 마리처럼 진지함이 가득했었다하지만 지휘관들은 마리의 목소리에는 기운이라고는 느낄 수 없었다.

 

마리를 따라 사령실로 가는 시간은 그야말로 근심의 연속이었다갑작스럽게 찾아온 사령관의 죽음이라는 중대사자신들이 그것을 막을 수 없다는 무력감이 지휘관들의 마음의 상처를 곪아터지게 했었다.

 

 

본론부터 얘기하겠다각하께서는 오늘부로 지휘권을 우리에게 이양하셨다.”

 

 

마리는 곧바로 본론을 말했다그녀는 회의를 길게 끌고 싶지 않았다불굴의 장군인 마리도 오늘은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했다독한 술정신을 잃을 정도로 독한 술을 병나발 채 들이키고 싶은 날이다.

 

 

앞으로는 우리가 오르카호를 이끌어 나가야 한다각하께서 작성하신 명령서이니 다들 돌려가면서 보도록 해라.”

 

 

누군가 질문을 던질 찰나의 틈도 허락하지 않고 기관총처럼 말을 쏟아냈다마리는 들고 있던 종이를 옆에 앉은 칸에게 넘겼다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칸은 종이를 받았다레오나메이아스널리리스...시계 방향으로 종이는 돌아갔고 사령실의 바이오로이드들은 전원 사령관이 작성했다고 하는 명령서를 읽을 수 있었다.

 

 

그럼 주인님께선...”

 

앞으로 오르카호는 각하께서 내리신 명령들을 행동강령으로 삼을 거다전파할 사항은 이걸로 끝이다.”

 

 

마리는 리리스의 말을 끊었다그녀는 제정신이 아니었다한계까지 부풀어오른 풍선처럼 터지기 직전이었다

 

할 일은 끝났다자신은 사령관의 명령을 전파했다이제 사령실에 남을 이유는 없다도망치듯 걸음을 옮겼다마리는 한시라도 빨리 사령실을 나가고 싶었다만일 누군가 자신을 건든다면 풍선처럼 터져버릴 것만 같았다부디 저 문을 나갈 때까지 누구도 자신을 건들지 말아 달라고 마리는 빌었다.

 

사령실 출입구까지 앞으로 네 걸음 남짓 남았다앞으로 네 걸음만 더 걸으면 사령실을 나갈 수 있다그 후에는 곧장 방으로 가서 레드후드에게 독한 양주를 한 병 달라고 할 거다.

 

오늘 마리는 굉장히 운이 좋았다마리가 문을 나갈 때까지 아무도 그녀를 붙잡지 않았다사령실 문이 열리기 무섭게 마리는 사령실을 나갔다.

 

죽은 듯한 침묵이 사령실에 흘렀다남은 바이오로이드들이 하나둘씩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들도 사령실에 남아 있을 이유가 없었다. 의자가 드르륵 끌리는 소리만이 사령실의 빈 공간을 채웠다의자 끄는 소리가 다음에는 걸음 소리였다. 패잔병의 걸음 같은 힘없는 걸음 소리까지 끝난 후에는 아무런 소리도 남지 않았다. 의자가 정리되지 않은 사령실은 마치 버려진 공간처럼 엉망이었다. 

 

콘스탄챠리리스라비아타가 사령실에 남았다리리스와 콘스탄챠는 의자에서 일어설 수 없었다몸이 움직이지 않았다손과 다리가 떨린다.

 

콘스탄챠와 리리스는 고개를 떨구었다아니다주인님이 죽는다니 절대로 아니다모두 다 거짓말이고 헛소리이다진심으로 그렇게 착각하고 싶었다온몸이 서늘해졌다손이 경련을 일으키며 떨리기 시작했다

 

오랜 시간 끝에 이제야 살아야 할 이유가 생겼다최후의 인간방황 끝에 바이오로이드로서의 의무를 다할 수 있게 되었었다사령관이 처음 오르카호에 승선했을 때 설레는 마음에 심장이 두근거렸던 그 순간은 아직도 기억에 선명하다여태껏 한 번도 느낀 적이 없었던마음이 충족되고 동시에 흥분되는 기분마리의 말을 들은 순간 콘스탄챠와 리리스는 존재해야 할 이유를 잃었다.

 

훌쩍거리는 소리가 사령실의 고요함을 찢었다눈에서 뜨거운 눈물에 흘러 원탁에 떨어졌다둘은 크게 울지 못했다절망비탄좌절너무 많은 감정들이 마음속을 헤집어놓아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겠는 상황이었다.

 

라비아타가 자리에서 일어나 콘스탄챠와 리리스에게 다가갔다라비아타는 울고 있는 그녀들의 곁을 조용히 지켜주었다그것만이 지금 라비아타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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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하. 거진 5개월 만의 다음 화를 연재하는 글쟁이가 있다? 그럼 있고 말고 그 이름 일병 우일 2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