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모음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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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우니."


아... 넵! 라붕씨!



브라우니는 갑자기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다급히 대답했다.



"...그.... 미안한데,"


.......



"미안하지만, 너희 부대에 놀러가는건 잠시 미뤄둬야 할것같아. 아무래도... 지금은 조금..."


라붕씨.



브라우니는 차분한 어조로 라붕이의 말을 가로채었다.


...괜찮슴다.



"브라우니...?"


라붕씨 심정, 이미 충분히 이해하지 말임다.

그러니까, 너무 그렇게 미안해 하실필요 없슴다.

애초에, 라붕씨가 잘못 한건 하나도 없으니까.



"......."


그러니까, 너무 그렇게 마음쓸 필요 없슴다.

저희는... 저는 언제든지 기다리고 있을테니까, 

오고 싶은날 언제든지 와주십쇼.

...기다리고 있을테니까.


그래 임마~



이프리트도 그런 브라우니의 의견에 힘을 실어주었다.


찾아오는건 언제든 할수 있잖아.

반대로 우리끼리 찾아갈수도 있는거고. 

그러니까 너무 서두를플요 없어.

우리야 뭐 늘 같은곳에 있을테니까, 천~천~히 편한 시간에 오세요, 이 눈치없는 답답아.



"...응, 고마워...."


...라붕아.



옆에서 묵묵히 지켜보던 워울프도 한마디 거들기 시작했다.


"...워울프...."


짜식~~ 너무 기죽지 말어 새꺄~



워울프는 기가 확 죽어버린 라붕이의 어깨를 힘차게 두들겨주었다.


사람이 경험이 없으면 실수할수도 있고, 서투를 수도 있는거야. 누구나 다 처음은 있는법이니까, 너무 그렇게 마음쓸것 없어.

금방 다시 잘 풀릴거니까.


그래 짜샤~ 거 잘 안풀릴수도 있지, 한번 실수좀 했다고 너무 기죽지마~!

아 그래도, 나중에 사과는 꼭 해야겠더라.

가만히 놔두면 안돼는거 알지?


너 나중에 이해안돼는거 있으면 우리한테 바로바로 물어봐야 한다?

...너한테만 맡기는거 은근 불안해서, 아무래도 검수좀 해야겠다...


이야... 그나저나, 천아 걔가 그렇게 살벌하게 화내는 모습은 정말 처음이었지?!

게다가 무려 그 대상이, 라붕이가 될줄은 누구도 몰랐다 야~


후후훗... 라붕씨...?



페더는 라붕이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입을 열었다.


누구나... 있는거랍니다. 시행착오가.

그러니까...! 다음에는 훨씬 정진하셔서 보다 흥미롭고 흥미진진한 영상ㅇ.....

아니, 보다 훈훈하고 보기좋은 장면을 볼수있도록 기대할게요... 후훗...



...방금 웃어넘길수 없는 이야기를 하려다 만것 같은데....


너무 그렇게 걱정하지마세요 라붕씨.

천아 양 성격이야 뭐, 아시잖아요. 금방 화 푸시고 금방 평소처럼 돌아오실테니까,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으셔도 되요.


케시크 말대로다.

녀석 성격이야 너도 이미 알만큼 다 알테니까, 그렇게 마음고생할 필요는 없다.

아, 그래도 사과는 꼭 잊지말고. 후훗...


...힘좀 내 새끼야....


대원과의 교류관계를 관리하는 것 또한 능력의 일환중 하나입니다 김라붕.

차후에는 이러한 실수가 없도록 주의하십시오.


쉐이드 말대로다 라붕씨. 뭣하면 나랑 선배랑 쉐이드가 셋이서 함께 도와줄테니 너무 걱정마라.


그래 라붕씨. 까짓거... 나도 있으니까, 너무 긴장할것 없다! 그러니까 염려 붙들어매라!


참나... 그 새끼 그렇게 빡돌게 하는것도 참 힘들텐데, 어찌보면 타고났다 타고났어.


이제 그쯤 해둬라. 이미 모두가 말 다 해줬으니 너도 이해 했겠지만, 그렇게 풀죽어 있을필요 없다.

다음에, 잘하면 될일이지.



저마다의 방식으로 나름의 위로를 건네주며 라붕이를 격려해주었던것이 효과가 있었던걸까.

그늘져 있던 라붕이의 표정도 어느정도는 밝아지는것 처럼 보였다.



"...그래. 고마워. 새겨들을게."


...그래 임마.... 알면 됐어.


...라붕아.



옆에서 안심한듯 쳐다보던 칸은, 슬며시 입을 열었다.



"응?"



칸은 이전부터 권하고 싶었던것을 지금 이 기회에 권해주기로 했다.


사실, 너에게 한가지 권해주고 싶은게 있는데 말이야.



































라붕이는 말없이, 혼자서 복도를 걷고 있었다.



'.....흐음......'



향하는곳은 물론, 녀석들이 모처럼 권장해준 "그곳"이다.






















"목욕탕?"


라붕이는 의아하다는 듯 되물었다.



"목욕탕이라면... 모두가 공용으로 쓰는 대욕장 같은 시설 말하는거야?"



아무리 생각해봐도, 칸이 살명해주는 공간은 그것 이외엔 떠오르지 않았다.


그래, 모처럼이니, 너도 한번 거길 이용해보는것도 나쁘지 않을것 같아서 말이야.



".....어..... 고맙긴한데...."


음?



라붕이는 호의는 고마워 하면서도, 동시에 무언가가 영 개운하지 않은듯 말꼬리를 흐리고 있었다.


왜 그래? 뭐 문제라도 있어?



"음..? 아.... 그야..."


음...?



"....거기... 여탕 아냐....?"


...아....



그러고보니, 라붕이 입장에선 신경쓰일수 밖에 없는 사안이긴 할것이다.


후훗... 걱정하지 마라.



"..?"


오늘은, 너가 사용할거라고 오르카 전체에 공지가 올라간지 좀 됐거든. 그러니까, 너가 생각하는 그런 불미스러운 사고는 일어나지 않을테니 너무 염려마라.



"어...? 공지...?"



그 말은... 마치...



"아니, 나 하나때문에 그 넓은 공용시설을 통제할 필요까진...."


너무 사양할거 없어~



워울프는 능글맞게 웃으면서 라붕이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모처럼 너도 여기서 지내게 될텐데, 쓸수도 있는거 아니겠어?



"워울프..."


애초에... 그런거에 불만갖는 쪼잔한 녀석은 없으니까, 너무 그렇게 부담가질 필요 하나도 없어. 

기껏해야 목욕탕인데 뭐.


그래그래~



하이에나도 워울프의 의견에 맞장구 치기 시작했다.


야! 니가 몰라서 그렇지.....

사령관도 거기 은근 자주 애용한다?



.....어?



"하지만, 거긴 분명...."


....그래. 니 말대로 사실상 여탕이지.



"근데 왜..... 아......."



금새 이유를 알아챈 라붕이의 얼굴이 금새 시뻘겋게 달아오르며 저도 모르게 고개를 푹 숙이고 말았다.


....아이고......



역시, 이런 얘기는 좀 일렀으려나.....


야야야~~~



하지만 워울프는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듯 라붕이의 어깨에 팔뚝을 감았다.



"...워울프?"



워울프는 얼굴이 빨개진 라붕이에게 능청스럽게 말하기 시작했다.


뭘 그렇게 쑥맥마냥 부끄러워 하고있냐 새꺄~



".....어...? 그야..."


야, 어차피 너도 시간 지나면 거기서.........

...어이쿠....



"......???"



워울프는 영문을 알수없다는 표정으로 멀뚱멀뚱 쳐다보는 라붕이의 시선을 애써 피하며 말끝을 흐리기 시작했다.


.......크흠......



그런 상황에서, 칸은 헛기침을 하며 타이밍 좋게 주제를 전환했다.


아무튼.... 그곳의 욕탕은 피로회복에도 아주 효과적이라서 대원들도 자주 찾는 곳이거든.

너도.... 요즘 이런저런 일들이 있었을 테니까. 간만에 탕에 몸을 담그고 휴식을 갖는것도 필요할것 같아서 말이야.



"...칸...."


맞아요 라붕씨.



옆에 있던 페더도 칸의 의견에 찬성을 보탰다.


그냥 단순히 샤워기로 몸을 씻는거랑, 탕에서 느긋하게 몸을 담그는건.... 생각보다 차이가 엄청 심하다구요~

아마, 라붕씨도 욕탕에 맛들이면 자주 오고싶어질걸요~~?



"그....그래..?"


네~~~ 그럼요~~~!!

으헤헤헤헤헤.......



".................."


아, 아무리 페더 양이라도 라붕씨가 생각하는 그런 짓은 하지 않을테니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되요.


에에에~~! 그런짓이라뇨...!! 전 그저 순수하게 라붕씨가 대욕탕의 참맛을 알아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네네. 어련하시겠어요?! 이 변태 도촬범아!!


......탕에 몸좀 담그고 눈치 기르는 방법좀 궁리해봐.


아이 참... 스카라비아씨...



"........."


그러니까, 사양말고 한번 이용해봐라.

분명.... 만족스러울테니까.



"어.... 그렇게까지 권해준다면.... 응.

감사히 잘 이용할게."
























그렇게 되서, 이런 애매한 시간대임에도 불구하고 향하게 된것이다. 오르카 공공 대욕탕에.



"음... 시간 보면, 여기서 시간때우다가 저녁먹으러 가면 얼추 맞겠는걸"



칸이 말해준 지점이 아마 이 근처였던걸로 아는데...



"...여긴가보네."



위에 대놓고 '대욕탕'이라고 쓰여진 간판이 달려있는 입구 앞에 멈춰섰다.



"진짜로 있었구나... 대욕탕..."



이런것도 다 문학글에서나 얼추 들어보기만 했지, 게임 내에서도 이런곳이 있다고는 안했으니까.



"....진짜 아무도 없는거맞지...??"



만약 리리스나 소완같은 새끼들을 이 안에서 마주치기라도 하는걸 상상만 해도.... 온몸의 털이 곤두서는것만 같다.



"뭐... 다른사람도 아니고, 칸이랑 호드가 보증해준거니까."



실제로 별다른 인기척은 느껴지지 않는다.

그러니까, 걔네 말대로 오늘은 딱히 신경쓰지 않아도 되겠지.



".......들어가볼까."



이 이상 멀뚱멀뚱 서서 시간낭비 하는 것도 의미없겠다, 나름의 기대를 품고서 욕탕안을 조용히 발걸음을 옮겼다.







......................


















"....호오......"



안은. 생각보다 깔끔한걸.



"게다가... 이 넓이, 잠수함 내에 있다고는 도저히 상상도 못하겠네...."



심플하면서도 군더더기 없는 욕탕의 모습은,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넓고 쾌적했다.

그리고 그 넓은곳을 전세내고 혼자 쓰는 입장인지라 더더욱.



"이 넓은데를... 나 하나 때문에 통제했다는게 역시 좀 미안하긴 하네..."



뭐... 기껏 들어와놓고 마냥 미안해하는것도 미련한 짓이니까. 지금은 걔네가 해준 배려를 편히 받아들여도 괜찮겠지.



"어디......."



대충 몸을 깨끗이 씻고 난뒤, 중앙의 가장 큰, 대욕탁에 몸을 담가보았다.



"...하아아아......"



딱 한순간, 몸을 탕에 담궜을 뿐인데, 그거 하나만으로도 온갖 피로가 쓸려나가는 느낌이었다.



"확실히.... 페더 말대로 샤워기로 씻기만 하는거랑은 차이가 엄청크네....."



걔 말대로, 한번 맛들이니까 도저히 잊기가 힘들어진다.



"이거... 중독되면 곤란한데."



여긴 여탕이라, 오늘처럼 배려받지 않는이상 내가 들어올수도 없으니까.





".............."



설마, 내가 이곳에서 이런 호사나 누리게 될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는데.



"......이제.....뭐해야 하지..."



이전 같았으면, 이런저런 계획을 세워 놓았으니 그걸 토대로 나름대로 분주히 움직이거나, 탈출경로 각을 재던가 해야 할터.



"이전에도 약속했다시피, 탈출 잠수정 가는길은 스카이나이츠가 날잡고 안내해준다고 했었지."



형식적인 사유는 오르카의, 아직 가보지 못한곳들을 마저 안내해 준다는 것이지만, 내 진짜 목적은 그런게 아니니까.



".........."



가만히 넋을 놓고 여기서 있었던 일들을 되새겨 보았다.



"참, 많은 일들이 있었네."



지랄맞고 두려운 경험부터, 생각지도 못했던 사람들에게 많은걸 받기까지.

정말로 많은 일들이 있었다.



"그런건... 정말 예상도 못했던 일인데."



그야, 난 "두번째 인간"이다.

비록 내가 플레이 하던 게임은 내가 첫번째이자 사령관이겠지만, 이곳은 "나"의 현실이 아닌, 

"오르카와 사령관"의 현실.

내가 올만한 곳도 아닐뿐더러, 섞일만한 곳은 더더욱 아니다.



"....."



내심 정독해온 개념글들을 다시한번 차분히 정리해보았다.

빛간물, 좆간물, NTR, 학대물, 후회물, 개그물, 순애물.....

"두번째 인간" 이라는 문학 소재는 언제나 흥미롭고,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나갈수 있는 떡밥이기에, 두번째인간이 등장하는 문학글은 잊을만하면 나오곤 했다.



"여러 문학중, 두번째 인간이 좋은사람인 문학도 있었고, 그 덕에 오히려 사령관이랑 둘도 없는 친구가 되는 문학도 몇개 있긴 했었지..."



워낙 다양한 바리에이션중, 후회물이나 좆간물 대신, 아예 정 반대로 그것을 비틀어버려서, 사령관이랑 부사령관이 불알친구마냥 개그콤비가 되어 전개되는 명랑한 문학글도 있었다.



"물론, 6~7할은 주로 두번째와 대립하게 되는것이 주된 클리셰였고, 후회물은... 말할것도 없지."



죽마고우, 의형제, 친구...

이런 긍정적이고 밝은 두번째 인간 문학도 여럿 있었던건 사실이다. 하지만....



".......내가 있는 이곳이, 그렇게 긍정적인 세계관이라고는 장담할수 없으니까.



물론, 나도 그러길 바라는 마음이 아예 없는것이라는건 전혀 아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생각했을때 마냥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낙관적으로 행동하기엔, 산재해 있는 난관이 너무나 많은것이 현실이다.



"이터니티, 아자즈, 프리가, 리리스, 소완,

......리제........"



인정한다. 이곳에서.. 생각지도 못한 많은 사람들과 믿음을 주고 받고, 서로 신뢰를 한것도 사실.

아무리 이런 나라고 해도, 이제와서 그걸 부정하거나 의심하진 않을것이다.



.......하고 싶지도 않고.



"이건 확실히, 어느 문학글이나 개념글에도 전개된적 없는 패턴이니까."



어째서 인지는 알수 없었다.

일개 "두번째"에 불과한 나에게, 그 녀석들은 거침없이 다가와 주었고, 많은 것들을 건네주었다.



"처음엔, 많이 의심했지. ......아니, 의심"만" 했지."



이전에 본 문학글중 하나에서, 친근한 척 다가와 두번째 인간을 떠보는 놈들이 나오는 문학글도 틈만나면 봤기때문에, 나에게 보여주는 미소를 보고서 든 생각은, 진심이 아닌 "가면" 일거라고 생각했다.


"두번째"인 나에겐, 타당한 의심이다.



".........."



스틸라인도, 호드도, 엠프레시스 하운드도, 팬텀과 레이스와 쉐이드도.....

그저 모든게 의심스럽고 짜증만 났다.

난 애초에 여기 있을 생각도 없는데, 틈만 나면 다가와서 분탕칠라고 해대는 새끼들이라고 속으로 욕하기 바빴으니까.



"그랬던 주제에, 어느샌가 걔네랑 같이 있는걸 즐거워하기 시작한다는게.... 이게 맞는건가 싶기도 하고....."



늦든 빠르든, 이곳은 나가야 한다.

나 자신의 입장은, 예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았다.


......변하고 싶어도, 바꿀수 없는것.



"........"



마지막에, 내가 여길 나가게 된다면, 난 뒤 한번 안돌아보고 미련없이 나갈수 있을까.



".....처음 온지 얼마 안됬을때에는, 당연히 가능했겠지. 하지만, 지금의 나에게도... 그런 행동이 가능할까."



나갈 기회는 반드시 오리라고, 늦든 빠르든 언젠가는 반드시 찾아오리라 생각한다.

애초에, 내가 "두번째 인간" 이라는걸 제외하고는 아무런 특색도 능력도 없기에 대부분은 나의 행동력을 과소평가하고 있을 확률이 높다.


중요한것은.... 그런게 아니다.



"괜한 미련에 발목 잡히지만 않으면.... 성공하겠지."



그 애들과 웃고 떠들면서도, 한편으로는 여전히 씁쓸한 기분이 들었던 이유를.... 조금은 알것 같았다.



결국, 아무리 아름답게 추억을 쌓아도...

그것들은 전부 두고 가야한다.

온전한 내것이 되어줄수 없는, 잠시뿐인 것.



".......뭐, 갈땐 가더라도.... 이 정도 추억정돈 괜찮겠지."



떠날땐 떠나더라도.... 있었던 거니까.

마냥 배척당하기만 한건 아니란걸.

나같은 이물질도... 환영해주고 아껴주었던 사람들도 분명히 있었다는 증명이, 확실히 있었다는걸 알게 된것 만으로도... 후련해질수 있으니까.



"뒤 한번 돌아보고..... 나가는것 정도라면, 허락될지도...."



그 정도라면.... 누려도 괜찮을거다.

다른 사람들도 아니고, 너희들이 준거니까.



"........"



혼자서 탕에 몸을 담근 덕에 피로가 풀려서일까.

온갖 잡생각들이 몸과 마음을 휘감는듯한 체감이 든다.

아니면, 혼자 지내는게 너무 오랜만이라 그런걸까.



"....조금만, 더 있다가 가자. 어차피 아무도 없으니까."



어차피 오늘은 올 사람 하나없다.

칸이 호언장담 해준거니까, 굳이 의식할 필요도......









(드르륵-)




......???



...어?



(저벅저벅저벅)


..어..... 어어???



이거.... 발소리.... 혹시 누가 들어온건....



(저벅저벅저벅--)


..?!!!!!!!



뭐, 뭐야.... 이 시간에 누가....


'어...어쩌지.....!! 숨어야 하나..?! 아, 아냐... 이런 곳에서 숨을 장소가 어디있다고..!!'



내가 여기있을거라는 공지사항을 못보고 놓친 인원이라도 있는건가?!!

아, 아니... 그게 중요한게아니라...!!


'마주치면.....좆되는거다......!!!'



상대가 누구인지는 여전히 알수없다.

애초에 수증기 때문에 수미터 전방도 제대로 보이질 않으니까.


'아오!!!! 누군진 모르겠지만 공지좀 읽고 살아라 씨발..!!!!'



다른건 몰라도 공지는 매일매일 확인하는게 사람으로서의 국룰 아니냐!!!


'....!!'



점점 더 발소리가 커진다.


'어....어떡하지.... 차라리 내쪽에서 먼저 신호를 보낼까..??

아, 아냐아냐.... 이것말고 더 좋은 방법은....'





















"....라붕씨...?"




...?!!!!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에 저도 모르게 큰소리로 당황하며 소리지르기 시작했다.


아아아아아!!!! 이건 그, 그게.!!!! 칸이랑 다른 애들이 모처럼이니 한번 써보라고 배려해준...

아니 그러니까.... 무단으로 들어온게 아니라 정식으로 허가를..........!!!!!







.......잠깐...........











'여기.....확실히....'






















...남자는.... 나 하나 아니었나....



그런데 왜, 남자 목소리가...





















'아, 그러고보니... 있잖아. 나 말고도 남자가.'


























............





















....................














....?!?!?!?!?!?!!!

















..........

















(씨익)





호에에에에에에에엑~~~!!!!!!



왜.... 왜 이새끼가 여기에...!!!!



......라붕씨.


허으으읍......!!!



차분한 저음으로 자신의 이름을 한번 불렀을 뿐인데, 그것 하나만으로도 심장이 멎을뻔한 라붕이는 생존본능이 이끄는대로 움직였다.


네에에에엡!!!! 사령관님!!!!!



천지가 울리는 기백.

라붕이는 살아남겠다는 일념하나로 단전으로부터 호흡을 끌어모아 샤우팅했다.


안녕하십니까!!!! 그간 잘 지내셨습니까 사령관님!!!!!!!!



하필이면 목소리가 울리는 목욕탕이라는 환경인지라, 소리치면 소리칠수록 그 메아리는 배가 되어서 쩌렁쩌렁 퍼지는 공간이지만,

당장 뒤지게 생긴(아니다) 라붕이 입장에선 그런건 고려할 여유따윈 없었다.


...응.... 난 잘 지내지... 라붕씨는... 요즘 어때..?

건강히 잘 지내고 있어....???



그런 라붕이와는 너무나도 대조되는 조용한 목소리로 안부를 물어오는 사령관의 모습은, 라붕이에게 있어서 미지의 공포 그 자체였다.


ㄴ, 네...넵!!! 전 그 어느때보다도 잘 지내고 있습니다...!!!



사실은 전혀 아니다.

물론, 아까까진 잘 지내고 있었다.

불과 1분전까지만 하더라도, 그 어느때보다도 존나게 잘 지내고 있었다.

니새끼랑 만나기 전까지는 말이야 이 씨발놈아.


...요즘....


..............


불편하다던가..... 그런건 없어..??


...네??



뭐..? 불편한거 없냐고??


....혹시....몸 상태가 안좋다던가.... 아니면 피곤하다던가.... 건강상태에 이상은 없나해서....



여전히 낮은 목소리로 안부를 묻는 사령관의 이유를 알수없는 행동에 라붕이의 두뇌는 이 소름돋는 씨발새끼의 목적을 추리하기 위해서 한계까지 머리를 굴리고 있었다.


'...뭐가 목적이지....'



여기서 우연히 마주친건 운이 나빴으니, 그러려니 할수야 있다. 하지만...


'....왜 표정이 그 모양인데...'



이 새끼 이런 표정도 지을수 있었나...

살다살다 이렇게 좆같은 표정은 처음보네.


'...불편한데 없냐고...?'



지금 니 새끼 때문에 뒤질맛인거 딱보면 모르냐 씨발놈아. 


...보다시피.... 저는 매우 잘 지내고 있습니다.

대원분들께서도... 저를 특히 챙겨주시는 데다가 온갖 편의를 봐주시기에, 그 어느때보다도 잘 지내고 있습니다.

틈날때마다 신경써주셔서, 거듭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사령관님.



미리 준비 해놓은 형식적인 대사로 사령관의 질문을 받아넘겼다.

...이 새끼 앞에서만큼은, 방심해선 안됀다...


'다행이... 지금은 혼자 온건가....' 



평상시도 아니고, 다행이 목욕탕이라는 공간이라서 그런지 사령관이 혼자 있던 때에 마주친게 그나마 불행중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인게임에서도 사령관의 곁에는 경호원이든 부관이든 언제나 누군가가 한명쯔음은 붙어있었기에, 그런 상황에서 마주치는것은 라붕이의 입장상 결코 이로울것이 없다.


'크윽... 하필이면 이런 타이밍에...!!'



모처럼 간만에,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면서 상념에 젖어있었는데, 

그런 나의 시간을 방해받은건 둘째치고서라도, 지금 마주하고 있는 상대는 이곳에서 제일 껄끄럽고 꺼려지는 상대.



.....그래...



조용히, 단답으로 라붕이의 말을 받아들인 사령관은 서서히 그 입을 열었다.


...목욕.... 하고 있었구나...


..........


....마침, 나도 땡겨서 말이야... 목욕탕이...



그렇게 말하는 사령관은, 서서히 수증기를 뚫고서 라붕이에게 다가왔다.


...?!!



거리가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사령관의 나체가, 라붕이의 시야에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저, 저기...!



훤칠하고 커다란 신장.

마치.. 거장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인체비례도의 황금률을 몸소 재현한듯한 조화로움.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근육으로 이루어진 몸은 철저한 균형이 잡혀있었다.


...그리고, 그 무엇보다도 라붕이의 시선을 사로잡은것은.....


.......뭐냐 이건.....



이게... 사람의 물건이라고...?


문득, 이전에 진행됬던 콜라보 이벤트,

'분노와 늑대의 송곳니'에서 나왔던 명대사들이 서서히 떠오르기 시작했다.


오....옥....수ㅅ......



...저게, 들어간다고...??




(저벅저벅)


...?!!



그리고 그 옥수ㅅ... 아니, 사령관이 자신을 향해 서서히 다가오고 있었다.


...이전부터, "흥미"가 있었거든....


...네?


나와 같은 남성인 라붕씨와... "함께" 목욕을 하는걸 말이야...

이전에는 기회가 없어서... 마냥 아쉽기만 했는데...


...........


이제야..... 같이 씻을수 있게 됬네.....?


흐으으으읍.....!!!!!



서서히 다가오던 그 위압감은, 어느새 불과 1미터 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나도... "들어갈게".....



그렇게 조용히 통보한뒤 사령관은 바로 자신의 옆, 지근거리에 서서히 몸을 담그기 시작했다.


............



이전에는 느껴본적없는, 살면서 처음맛보는 공포감에 휩싸인 라붕이는 간신히 호흡을 가다듬으며 제정신을 차렸다.


후아아아아.....


............



개운한 신음을 내뱉는 사령관은 탕 안에서 몸을 이리저리 비틀며 몸을 풀고있었다.


늘 격무에 시달리다보니... 탕에서 느긋하게 몸을 담글 시간도 빠듯해서 말이야...


.........


드디어 어느정도 여유가 생겨서, 찾아와 봤는데,











(스윽)


히익...!!!



기분탓일까.

소름돋는 눈빛으로 라붕이를 쳐다보는 사령관은 마치, 입맛을 다시는것처럼 느껴졌다.





.....







...........







......라붕씨를... 만났네...?




'.....우우우우욱....!!!!!!!'




순간 탕에다가 대놓고 토할뻔한 라붕이는 간신히 이성의 끈을 놓치지않고 사령관을 쳐다보았다.


...그거 참... 우연한.... 만남입니다....


....그러게.... 참, 기가막힌 "우연"이지...?


'히이이이이이익....!!!!!!'



























라붕씨와 함께 목욕을?



사령관은 의하한 표정으로 아스널을 바라보았다.


그렇다. 남자들끼리 탕에서 몸을 담그고,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눠보는건 어떨까.



리리스도 이에 찬성하고 나섰다.


맞아요 주인님!


리리스?


라붕씨는... 사적인 자리든, 공적인 자리든...

쉽게 긴장을 푸는 타입은 아니니까요.

하지만, 피로가 풀리고 개운해지는 탕속이라면, 라붕씨의 긴장감도 어느정도는 해소되지 않을까요?



확실히, 그것도 어느정도는 일리가 있다.


탕에 함께 몸을 담그고, 자연스럽게 말문을 트시면서 이후의 "약속"으로 물 흐르듯이 이어나갈 수만 있다면...


사령관.



아스널은 아직 결심을 굳히지 못한 사령관에게 말했다.


한번 도전해보는게 어떤가.


아스널...


아무도 없는 목욕탕에서, 오직 남자 둘이서만 할수 있는 이야기도 있을터.

...충분히, 시도해볼만 하지않나?



아스널은 확신에 가득찬 눈빛으로 자신감있게 제안했다. ...목욕이라...


그래. 가만히 있어선, 아무런 진전도 이룰수 없겠지! 고마워 아스널. 한번 도전해볼게!


후훗...
















...이러한 사건의 전말이 있었다는 사실을, 아마 라붕이는 죽는 날까지 알지 못할것이다.


'...후훗.... 아스널의 조언을 받아들이길 정말 잘했다니깐...'



처음엔 역시 망설여졌지만, 그래도 나아가길 택해서 정말 잘했다고 생각했다.


'이제... 자연스럽게, 그 "약속"으로 유도할수 있다면...'



아주 오래전부터 내심 노리고 있었지만, 결심이 서질 않아 끝내 미뤄두었던 그 "약속"을... 어쩌면 이 기회에 잡을수 있을지도 모른다!


'....후훗..... 기대되는걸....'



그렇게 생각하며, 사령관은 최대한 자연스럽게...

행동으로 실천하기로 했다










라붕이는 리제와 마주쳤던 순간 이상의 두려움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었다.


'ㅁ,뭐뭐뭐야.... 이 새끼.... 왜 이런 좆같은 표정으로 날....'



아까부터 그윽한 눈초리로 자신을 훝어보는 이 씨발놈의 의도를 알수가 없다.


'...정말... 이 새끼, 우연히 여기 온거.... 맞겠지....?'



........아니다. 지금 그런걸 고민해봐야 하등 의미없다.

지금은 그저, 이 위기상황을 뛰어넘어야 한다..!


'..그래 임마... 지금은 그게 중요한게 아니잖아.... 일단 살고 봐야지....'


(스윽)



.............



'히이이익...!!!'



아니 그러니까 아까부터 도대체 왜 그딴 눈빛으로 뚫어져라 쳐다보냐고...!!!


'제발..... 뭔 말이라도 좀 해라... 내가 먼저 입을 열순 없잖아....'






.....라붕씨?



내 염원에 대답해주기라도 한걸까.

드디어 이 좆같은 씨발놈의 아가리가 서서히 움직였다.


....네.... 사령관님......



왜 부르냐 이 씹새끼야.


......어때? 이곳의 욕탕은....? 우리 대원들이... 특히나 공을 들여서 만든 곳이거든.... 우리 라붕씨도, 잘 즐겨주고 있을까...?



어. 잘 즐기고 있었어.

너 오기전엔 말이야 씨발아.


....네... 사령관님의 말대로.... 대원분들의 노고가 느껴지는 시설입니다... 어찌나 기분좋은지, 저도 모르게 콧노래가 나올 정도니까요.....


.....그래..... 후훗......



웃기냐?


사령관님께서도, 이곳을 자주 이용하시는지요...



먼저 입을 열 마음은 없었지만, 자연스런 대화 분위기를 이어가야 불편한 침묵이 이어지지 않을테니 울며 겨자먹기로 입을 열었다.


음...? 음..... 글쎄. 이전엔 자주 왔었지만, 아까 말했다시피.... 요즘 워낙에 바빠서 말이야.....


......그래서 간만에 왔는데, 우리 라붕씨가...

 여기에 있었네...?? 후후훗....


'으으으으윽...!!!!!!'



아무리 적응하려고 해도, 도저히 이 표정만큼은 몸 깊은곳에서 부터 생리적으로 거부반응을 일으키고 있었다.


그렇...군요...... 그렇다고 너무 무리하시지는 않기를 부탁드립니다.

이 오르카의 기둥과 같은 존재이신데, 행여나 과로로 쓰러지시기라도 한다면, 많은 분들께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실테니까요....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어떻게든 쥐어짜내어 이 새끼가 기분좋을만한 이야기만을 꺼내들었다.


...후훗... 라붕씨가 날 이렇게까지 걱정해줄줄은..... 미쳐 몰랐는걸...... 

나, 조금은 감동해버렸을지도.....



아냐. 나 너 걱정안해.

내가 살려고 이 지랄하는거야 씨발새끼야.


......오히려, 저야말로.... 사령관님께서 각별히 신경써주시는걸 받기만 하는 입장이니까요...

이 정도의 도리조차 지키지 못해서야, 어찌 사람이라고 할수있을까요.... 너무 염려치 마시길.....


흐흐흐...그래그래.... 라붕씨 맘... 다 알지.....



알긴 씨발아. 좆도 모르는구만.


'....언제 빠져나가지.....'



아주 자연스러운 타이밍, 모난 소리 듣지않을 타이밍을 재야한다..!!

수틀렸다간 씨발 다 끝장나는거야...!!


'....우선.... 자연스럽게 먼저 일어나서....'



샤워기로 몸을 헹구는 시늉을 하다가 자연스럽게 퇴장 각을....


....아아아......



그러나, 선수를 친것은 사령관이었다.


라붕씨...?


.......네?



뭔가..... 불안한 예감이......


모처럼.... 남자끼리 목욕탕에 들어왔는데......


................


나, 부탁하나만 해도 될까...?


...?!!!



부, 부탁..?! 이 새끼가 나한테 뭐를 시킬라고....!


나.... 탕에서 느긋하게 몸을 씻는건 간만이라서 말이야...


.........


그래서 말인데...... 내 등좀..... 밀어주지 않을래...?


.....네....?



니.... 등을 밀라고..? 내가..??


...............


.....................


..........여부가 있겠습니까.... 지금 당장 시작하시지요..


...!!!



이런 개 ㅆ.....


'2초정도... 먼저 행동했어야 했는데.....!!'



그러나 후회한들, 이미 늦었다.

우선은.... 이 새끼가 시키는 대로 해야한다.


.....부탁할게.... 라붕씨.....


.....네.... 맡겨만 주십시오. 사령관님....



온갖 모멸감을 간신히 억누르고, 사령관새끼의 등에 온수를 끼얹었다.


.......


...........




잠시간의 침묵이 두 사람 사이를 감돌았다.




.......흐흐흐....


...?!!



가만히 잘 앉아있다가, 갑자기 쳐웃는 이 씨발놈의 목소리에 정신이 번쩍 들기 시작했다.


설마... 이런날이 다 오는구나....


...네?


이런건.... 상상도 못했거든..... 설마, 나 이외의 인간남성을 만나게 되어 함께 하게 된것도 모자라.... 이렇게 서로의 몸을 씻겨주는 사이로 발전하게 될줄은.......


.......어......그게.....


.....후훗... 역시, 인생이란 오래 살고 볼일인가봐.... 라붕씨도, 그렇게 생각하지.....?



아니. 안해 썅놈아. 앞으로도 안그럴거고.


...마침, 저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


저를 구해주신 사령관님과 이렇게........... 함께 목욕을 하며 친교를 다질수 있는 기회가 생기다니..... 이 얼마나 행운인가 하는.... 생각을 아까부터 늘 하고있었답니다...


(활짝)





'.....분탕충 새끼가.....'



내 살면서 사령관 새끼 등을 밀어주고 있을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는데....


'그래도... 어떡하랴.... 씨발 살려면 뭐든 해야지.....'



아직, 탈출각은 살아있다.

설마 여기서 하루종일 죽치고 앉아 있진 않겠지.

심지어 아직 저녁식사 시간도 다가오지 않은 시간대니까.


'그러니..... 지금은 때를 노린다. 가만히 있다보면..... 결국은 때는 찾아 올테니까....'









라붕씨?



가만히 앉아서 라붕이가 등을 밀어주는 것을 누리던 사령관은, 갑자기 그 이름을 불렀다.


아...넵!! 사령관님...



이번엔 또 왜....


이번엔..... 나도 밀어줄게.... 모처럼 둘이서 함께 목욕을 할수 있게 되었는데..... 나도 밀어줘야지....




널.... 내 등뒤에 두라고....? 아무도 없는 밀실에서...??


........


......호의에..... 감사드립니다.... 사령관님....


후후훗..... 호의는 무슨.... 같은 남자끼리, 서로 등도 밀어주고 하는거지.... 안그래..?



안그래 씨발아.


그럼.... 염치불구하고.... 부탁드리겠습니다.....



내 살다살다 이 새끼한테 등짝을 보이는 날이 오다니.....







'.....아니겠지.........'



그래, 아무리 그래도 설마...... 그런일이 일어날라고......


(스윽)


.....후훗......



여전히 실실 웃으며 라붕이의 등에 온수를 끼얹고 있는 사령관의 표정을 본 라붕이는, 저도 모르게 본능적으로 다시 고개를 숙여버리고 말았다.


'.........왜..... 이전에 본.... 그 문학글이 떠오르는 거지..........'



개추 숫자.......152....... 댓글 수.....135.......

이번에도 어김없이, 두번째 인간 문학....


장르는.......


'......암컷........ 타락.......'



사령관과 함께 목욕탕에서 마주친 두번째 인간.....

사령관의 우람한 자태를 목도하게 된 두번째 인간은, 본능적으로 무언가가 잘못되었음을 깨달았으나.....


'이미.... 문은 잠겨있었고..... 눈앞에는 오직, 사령관의 우람한 자태와, 바닥에 떨어져있는 하나의 비누만이 덩그러니 놓여져 있었.....'



아.... 아니겠지.....


'그, 그래그래....! 이 새끼 주변에 미녀가 몇인데..... 굳이 나같은 그...... 남자 새끼에게 관심을 보일리가.......'



(스윽)


.......................



.................................




근데.... 아까부터 이 새끼 표정이 참 묘한데....


'그 문학..... 결말이 어떻게 됐더라.....'



그 날, 욕실에서는 오직 단 둘만이 있었다.

남자와 남자, 사령관과 두번째 인간.....


'.......'



사령관은, 근엄하고 진지한 목소리로.... 두번째 인간에게 사령관으로서 정식으로 명령한다.


....나의 앞에 떨어진 비누를 주우라고......


'.....그 뒤엔.....그러니까....... 그......'



어.... 그러니까....... 불행인지 다행인지 이 후의 자세한 묘사는 없이, 그저 후일담으로 간단하게 이어졌던가.



콘스탄챠가 사령관에게 제출한 동침 일정표에, 

자연스럽게 추가된....


....두번째 인간의 이름이..........




"그" 문학글의 결말까지, 전부 떠올리자... 문득 자신의 등을 문지르고 있는 손애 들린 비누의 감촉이 서서히 강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이, 비누.......'



설마, 바닥에 내려놓거나 일부러 떨구거나 하지는.....


'아냐아냐아냐아냐아냐.....!!!

냉정하게 생각해....!!! 이 새끼랑 구르려고 벼르는 여자들이 수천을 넘길텐데..... 굳이 나한테 눈독 들일리가 없잖아...!!'



...라고 말하기엔, 난 아직 이 새끼의 성향이나 성격을 아직 알지 못한다.


......



여전히 말없이 비누를 이용해 라붕이의 등을 밀어주고 있는 사령관은, 묵묵히 손을 움직일 뿐이었다.


'.....나...... 무사히... 이곳에서 나갈수 있는거.....맞지......?'



라붕이는 이 날, 그 어느때보다도 강렬하게 이 지랄맞은 오르카에서 탈출 하리라고 마음 속 깊숙이 맹세했다.
































......



칸이 말해준대로, 지금 라붕씨의 모습은 누가봐도 불안정한 모습이었다.

...역시... 휩노스병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거겠지... 


'기억이... 이리저리 얽혀 꼬여버림에도, 정작 본인은 전혀 자각조차 하지못하는 증상.

설마 휩노스병의 합병증에 이런 질환까지 있을줄은...'



그나마 다행인건, 지금 라붕씨가 보여주고 있는 모습은 매우 안정적이라는 것.


닥터의 말대로, 초기 증세라면 우리들의 선에서 어떻게든 조치를 취해서 안정화시킬수는 있지만, 중기단계로 접어들기 시작하면 그때는, 휩노스병의 합병증과 후유증의 정보가 제한된 우리로서도 손을 쓰기 힘든 상황이 찾아올지도 모른다. 문제는....


'닥터가 말했듯이, 중~말기로 진행되는 속도와 정도에 대해선, 우리도 예측이 불가능하다는점... 그리고 현재 라붕씨의 상태를 보면 아마...'



아무리 못해도 중기단계에 접어들었거나, 혹은 이미 중기 이상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확신할수 있는 이유는, 현재 라붕씨의 상태가.. 너무나도 불안정하고 위태로운(사령관 때문이다)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닥터를 비롯한 기술팀 대원들에겐 미안하지만, 조금만 더 속도를 높여달라고 부탁해야겠어. 이대로 가다간...'



저도 모르는 새 그가 휩노스 말기에 접어들지도 모르는일.

자신이야 에바 덕분에 적절한 타이밍에 신체재건을 시도할수야 있었다만, 라붕씨는 상황이 많이 다르다.

즉, 조금이라도 지체했다가는.... 단순히 증세만 악화되는 수준이 아니라 목숨에 지장이 갈지도 모를일이다.


.........

(어떻게 해야 편하게 뒤질수 있을지 생각중)


'..............'



등을 밀어주느라 그의 표정을 자세히는 볼수 없지만, 그의 등을 통해서 느껴지는 미세한 떨림(사령관 때문이다)이, 그가 여전히 휩노스병으로 인한 증상으로 인해서 심각한 고통을 겪고 있다는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라붕씨... 조금만 더 기다려줘, 우리가 반드시... 당신을 구해줄테니까....... 그러니까...'



괴롭겠지만, 조금만 더 힘내주길, 여태것 그래왔듯이 그가 조금만 더 버텨주기를 간절히 바라며 계속 밀어주고 있던 그의 등에 온수를 얹어주었다.
















(스윽 고개를 들이대며) ...라붕씨..?


어흐으읍...!!! 넵!!!



아오 씨발 깜짝이야...!!! 왜 갑자기 면상을 들이밀고 지랄이야 씨발놈아!!!


.....


........


...........후훗...



???????



이 새끼가... 지금 누구 놀ㄹ....


우리...


...네?


우리... 만난지 시간이 어느정도 흐른것같네...


......


그런데도... 둘이서 느긋하게 밥 한끼 못먹었다는게... 늘 아쉬움이었어... 라붕씨....


.......네?



이 새끼는 등뒤에서 지랄하다가 갑자기 무슨...


....아.... 설마.......


...어쩌면.... 소완에게 미리 들었을지도 모르지만....



아, 안돼.... 그것만큼은.... 그것만큼은 제발...!!


'...제발..... 부탁이니까 그것만은 아니여라..... 제발....!!'















우리.... 둘이서 밥 한번 먹을까....?



............밥이요?



그러나 라붕이의 간절한 기도는, 엿으로 되돌아왔다.


우리 라붕씨..... 뭐 좋아해...? 따로 좋아하는 음식... 있어?

아니면.... 못먹는 음식이라던가......


.....어....저..... 그........ 그게..........



여.... 여기서...... 대입할수 있는..... 문학글을....


....전......


..................


.......................



.....전.... 뭐든 잘 먹습니다....... 가리는 것은.... 없습니다.....


(^ㅇ^)



웃기냐?


....후훗.... 그럼.....


..........


쇳뿔도... 단김에 빼라..... 라는 말이 있잖아....?


....어...... 그런 말이.... 있었나요...? 

전 처음듣는데......


........지금이라도 들었으니, 괜찮아........


...........그런가요?


..............응...... 그래.....



사령관은 보다 가깝게, 라붕이의 등에 자신의 몸을 밀착했다.


'흐으으으읍!!!!!'



순간 비명을 지를뻔했으나, 라붕이의 강대한 생존 본능은 그것을 겨우 억누를수 있었다.


줄곧.... 기다렸거든.... 언제가 되어야, 라붕씨와 함께 식사를 할수 있을지....


....아.... 기다리.....셨군요......



난 전혀 기다린적이 없는데 말이야 이 씨발놈아.


....오늘....


............


오늘 저녁...... 함께.... 해주지 않을래....?

나, 오늘은 라붕씨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어...



좆같은 표정으로 다가와 좆같은 목소리로 좆같은 최후통첩을 날려버린 사령관의 가불기 앞에서 라붕이의 모든 대책은 흩날리는 수증기마냥 꺼져버렸다.


.........


...........


................저도...... 이전부터 줄곧 사령관님과 함꼐 식사를 하고싶었습니다....... 그런 자리를 사령관님께서 먼저 주선해주시다니..... 정말 꿈만 같습니다......


^0^



상큼한 미소로 화답하는 사령관은, 그 어느때보다도 후련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후후훗... 우리 라붕씨라면... 받아줄줄 알았다니까.....



사령관은 자신의 식사자리 제안을 흔쾌히 수락해준 라붕이에게 깊은 고마움을 느끼며, 아쉽지만 다음 준비를 위해 슬슬 자리에서 일어나기로 했다.


...그럼... 난 마저 오늘의 업무를 마무리 짓고 와야겠네....

그야...... 우리 라붕씨랑 같이 식사하려면.... 빨리 일을 끝마쳐야겠지....?


....................


어이쿠 이런... 시간이 벌써 이렇게나....

난 먼저 일어나볼게 라붕씨. 느긋하게, 편안히 있다가 나오도록해.



그렇게 말하는 사령관은 입구쪽으로 몸을 돌리며, 마지막으로 한마디를 덧붙였다.



오늘 저녁식사..... 매우.... 기대되는걸...?

그야, 오늘은 나와 라붕씨가 처음으로 같이 저녁을 먹는거니까.... 후후훗.....


........................



사령관은 후련한 마음으로 목욕탕의 출구로 발걸음을 옮겼다.

오늘은.... 일이 술술 풀리는것만 같다고 사령관은 내심 생각했다.
































(대충 대성통곡 하는중)



아이고....!!!!! 씨발 결국은 이렇게 되는거냐..!!!



목욕탕에 홀로남은 라붕이는 바닥에 대자로 드러누워 온몸을 비틀며 자신의 운명을 저주하기 시작했다.


이제야 좀 편해지나 싶더니.... 제일 지랄맞은 새끼가 훅 들어오네..... 아이고 내 인생아.......



게다가 뭐...? 소완이 주최해....? 그거 진짜로 진행중이었냐...!


시간이 어느정도 많이 흘러서.... 그건 이제 흐지부지 된줄 알았는데.... 설마 지금 이 순간까지 차근차근 준비중이었던 거냐...!!!!!



이런 씨발 죽일놈의 새끼들아!!!!!!

난 이제 좆됐다!!!!!! 신체 재건이고 비상탈출용 포트고 나발이고 그것들 맛도 못보고 뒤지게 생겼다고!!!!


야 이 씨발새끼들아!!!!!!!!!!!!!!



라붕이는 이 오르카에 온 이후, 그 어느때보다도 절망에 빠진채 바닥에 드러누워 몸을 베베 꼬고 있었다.


잊고 있었던.... 최종보스의 존재를 떠올리며.


















후장 따일뻔한 라붕이!

이제야 좀 편해지나 했거늘....... 눈치없이 굴어서 여자 마음에 상처 입힌 인과응보인가...!!

과연 라붕이는 지옥의 만찬에서 살아남을수 있을것인가..!!

과연 라붕이는 암컷 타락 엔딩을 무사히 피해갈수 있을것인가!!!















재밌게 보셨으면 댓글이랑 개추좀 주십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