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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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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이야?"


"네. 그렇습니다만...."


알프레드는 근무일지를 다 읽고 조심스럽게 덮었다.


마지막 한 문장이 제일 짧지만 너무 충격적이라 뭐라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입안에서 쓴맛이 나고 텁텁해졌다.


근무일지와 다이어리를 원래 있던 자리에 돌려놓으려고 자리에서 일어섰을때, 세레스티아가 품에 흰 침대보로 꼼꼼하게 감싼 LRL의 시신을 안고 등대에서 나왔다.


블랙 웜은 남은 한 장을 들고 고개를 꾸벅 숙이더니 나무 밑에 있는 내니 할머니의 유해로 걸어갔다.


알프레드도 블랙 웜을 도와주기 위해 만들던 꽃모자를 내려놓고 뒤를 따랐다.


"수고했어."


"아니에요. 당연히 해야할 일이죠."


곱게 감싼 시신은 잠시 꽃밭 위에 눕혀놓으라고 말한 뒤, 등대의 다락방으로 올라갔다.


뽑았던 근무일지들을 다시 책장에 끼우고 침대 옆에 있는 탁자의 서랍을 열던 그 때, 위에 있는 먼지 낀 작은 액자가 눈에 들어왔다.


하얀 머리를 곱게 묶고 동그란 안경을 쓴 할머니 한 분과, 좌우좌랑 똑같이 한 쪽 눈에 안대를 쓴 귀여운 여자아이가 서로 부둥켜안고 카메라를 향해 V자를 그리고 있었다.


씁쓸함에 한숨을 푹 내쉬고 액자 위의 먼지를 털어내 주머니에 넣었다.


계단을 내려와 지하 창고에 들어가니 잔뜩 녹이 낀 참치캔들이 수북하게 쌓여있었다. 이걸 그 어린애가 혼자서 다 먹은건가.


발치에 홀로 떨어져 있는 참치캔을 툭 차서 친구들 곁으로 보내줬다. 떼구르르 굴러 다른 참치캔들 사이에 폭 드러누운 모습을 보니 텁텁하던 입 안이 살짝 풀렸다.


주변을 둘러보다 마침 쓸만한 철제 삽 두자루와 모종 삽이 있길래 챙겨서 등대 밖으로 나갔다.


내니 할머니도 수습이 끝났는지 여러 색깔의 꽃밭 위에 크고 작은 천 뭉치가 나란히 누워있었고 다들 그 주위를 빙 둘러 서있었다.


아무래도 무덤은 꽃밭 근처가 좋을거 같아서 그 근처에서 햇볕이 등대에 잘 가려지지 않을 땅을 골라 삽을 푹 박았다.


알프레드가 다가와 남은 삽을 들고 옆으로 약간 떨어져 땅을 파기 시작했다.


"나도 도와주겠느니라."


어느샌가 좌우좌도 모종 삽을 들고 내가 파는 땅 윗부분을 폭폭 찔렀다.


"미안하느니라. 아까 때려서."


어느정도 진정된건지 좌우좌가 고개를 푹 숙이고 나에게 사과했다.


대답대신 좌우좌의 머리를 거칠게 쓰다듬었다.


"나는... 이 애가 어떤 기분이었을지 잘 알고있느니라."


푹. 푹.


대꾸 하지 않고 그냥 땅을 계속 팠다.


"아마 엄청 외로웠을게다. 아무리 같이 살던 인간이 있었다지만, 우리와 인간은 살아가는 시간이 다르니라. 결국엔 혼자가 되고 말았을 것이니라."


정답이었다. 그것도 꽤 이른 시간에 저기 누워있는 소녀는 준비도 제대로 안된 상태에서 혼자 살아가야 했다.


"엄청 배고팠을게다. 비쩍 마른걸 보니 정말 목도 마르고 배도 고팠을게다."


근무일지의 마지막 문장이 배고프다는 말이었다.


어린애가 얼마나 배가 고팠으면 딱 그 네 글자만 적었을까. 외롭고 힘들었을 LRL을 생각하니 다시 가슴이 미어졌다.


"이 몸도..... 라비아타가 찾아주지 못했더라면 저기 저 애처럼 죽었을것이니라."


"그런 말 하지마."


고개를 들어 좌우좌를 바라봤다. 땅을 파고있는 좌우좌의 모습이 물에 번진 것 처럼 일렁거렸다.


겨우 숨을 삼키고 소매로 눈가를 닦으며 말했다.


"그런 말 하지마. 제발."


좌우좌도 홀로 얼마나 외로웠을까. 밤하늘을 밝히며 오지도 않을 배를 얼마나 애타게 기다렸을까. 고작 참치 하나로 얼마나 힘들었을까.


이런 어린 애들을 고작 도구 취급하며 외딴곳에 홀로 버린 인간들을 생각하니 부아가 치밀었다.


도구 취급 당하는 바이오로이드를 진심으로 아껴주며 끝까지 지키려했던 내니 할머니를 생각하니 너무 불쌍했다.


자기 주인이 어떻게 됐는지도 모른 체 끊임없이 일어나길 기다리며 굶주린 LRL을 생각하니 가슴이 터질것만 같았다.


"크흑...."


참다못한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방울 방울 땅에 떨어져 흙 속으로 스며들었다.


".....훌쩍."


어떻게, 어떻게 세상은 그렇게 잔인했을까.


이런 애들이 왜 인간 이하의 도구 취급을 받아야 했던걸까. 원해서 태어난것도 아닐텐데.


LRL처럼 인간이 사라진 뒤에 홀로 고립되어 명령을 수행하다 죽어간 바이오로이드들이 한 둘이 아니었을것이다.


왜, 어쩌다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도 모른 상태에서 물도 식량도 없이 허무하고 끔찍하게 숨이 끊어졌으리라.


팍! 팍!


땅을 내리치는 삽에 힘이 바짝 들어갔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화가 나서 미쳐버릴것만 같았다.


팍! 팍! 팍! 팍!


멸망하기 전의 인간들에게 참을 수 없는 분노가 느껴졌다. 그놈들은 다 죽어버려도 싸다. 진작에 나가 죽었어야 했을 악마새끼들이었다.


"으흐윽....."


결국 참았던 눈물이 터져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흘러내렸다.


"흐윽, 끅, 우으으아아아!"


겨우 진정됐던 좌우좌도 모종 삽을 툭 떨어뜨리며 안대가 축축해질 정도로 오열하기 시작했다.


그런 우리 둘을 지켜보던 나머지 넷도 아무 말 없이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한참동안 좌우좌와 나는 아무 죄 없이 죽어간 바이오로이드들을 위해 한 없이 눈물을 토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