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1F 프로스트 고블린이다. 귀 부대에 합류를 요청하는 바이다."


 지금 심정을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당황이라는 단어가 가장 어울릴 것이다.

도대체 어떻게? 왜? 저공비행 상태도 아닌 스카이나이츠 편대를 발견했고, 보자마자 자연스럽게 합류를 요청하는 걸까?

마리오네트와 바이오로이드의 차이는 자아 유무를 제외하면 없다시피 한데, 그것을 어떻게 구분하고 공격을 멈춘 것이지? 

어쩌면 장비의 외형으로 구분했을지도 모른다. 적어도 우리가 만난 마리오네트중에는 공중 병력이 없었고, 총알받이 취급하는 마리오네트들이니 고비용의 공중전 장비보단 적당히 육상에서 상대할 장비만 구비시켜 사선으로 보낼게 뻔하니까. 하지만 그것 만으로는 지금의 상황이 설명되지 않는다. 정찰중인 스카이나이츠를 목격했다 하더라도, 자신을 공격할 의도가 없다는 것을 어떻게 확신하고 합류를 요청한단 말인가? 이 모든 것이 델타의 계략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의심스러웠다. 델타라면, 생명을 모독하는 '그것' 이라면 단순히 거슬린다는 이유만으로도 마리오네트들과 이 고블린을 '청소' 해버릴 목적으로, 죽어도 그만이고 살면 그만인 버림패로 이용하거나, 아니라면 어떠한 인질을 잡힌 상태로 억지로, 혹은 자발적으로 첩자가 되었을 가능성도 있다, 바르그의 경우처럼. 그렇기에 더더욱 믿을 수 없었다. 모두가 갈라테아처럼 바로 오르카와 나에게 호감을 느끼고 합류를 요청하지는 않을 테니까.


 그렇다 하더라도, 합류를 요청하는 이를 무작정 문전박대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어쩌면 너무 복잡하게 생각했던 걸지도 모른다. 어떠한 이유로 동면에서 깨어난 개체가 방랑 중 마주친 마리오네트 개체와 우연히 교전에 들어갔을 가능성도 있으니까. 허나 의심을 완벽히 잠재울 수는 없다. 그런 우연도 일어나긴 쉽지 않을 뿐더러, 낯선 존재를 쉽게 들일 수는 없는 일이니까, 구스타프 장군의 경우는 동면상태에 있었고, 실험의 영향도 아직까지는 드러나지 않았지만, 이 고블린의 경우는 다르다. 동면에서 깨어난 상태이며, 전투를 빙자한 도살극을 벌일 정도로 신체가 활성화 된 상태이며, 닥터가 분석한 그 혈청의 작용을, 다시 말해 공격성과 신체 능력의 폭증을 그대로 드러냈기 때문이다. 거기에 더해, 고블린은 '자신의 의지'로 구속구를 제어해 공격성을 제어했다. 이는 내가 그의 공격성을 강제적이지만 명령으로 제어 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내 명령이 닿지 않는 곳에서 공격성을 드러내어 다른 인원들에게 해를 입힐 가능성도 있다. 아니, 애초에 내 명령을 무시할 가능성도 있다. 만약 고블린을 개조한 연구원의 명령만 듣도록 조정했다면? 강한 전투력은 부정할 수 없지만, 통제가 가능한지도 불확실한 저 핵무기와도 같은 존재를 받아들여야 할까? 고민하던 도중 생각 하나가 머릿속에 스쳐갔다. '....혹시 구스타프 장군에게 물어보는 것도 방법일까? 같은 실험을 받은 그이니, 어떠한 대처법을 알아낼 수 있을까?' 편대에 경계를 유지하되, 고블린에게 적대의사가 보이지 않는 한 공격을 자제할 것을 지시한 뒤, '혼자 고민 하는것 보다는 나을지도 모르지.' 그리 생각하며 구스타프에게 발을 옮겼다. 조언을 얻으러 가는 길에 빈손으로 가는건 예의가 아니니 커피와 여러 디저트도 같이.


 "....그래서 날 찾아온겐가?" 장군은 커피 한모금을 마신 뒤 물었다.

"네, 아무래도 같은 실험에 참가하신 분이니 이 상황에 대해서 혹시 조언을 얻을 수 있을까 해서 찾아왔습니다. 저희로서는 갈피가 잡히지 않아서 말입니다. 지금 가진 정보라고는 장군님이 협조해주셔서 분석해낸 혈청의 정보뿐입니다."

"그 구속구의 경우는 자신의 의지로만 제어 할 수 있네, 외부의 개입은 절대 불가능하지. 내가 잠들어 있는동안 해킹기술이 발달했다면 모를까, 자네가 해준 설명대로라면 멸망한 상황에서 더 발전할 기술은 없다시피 할테니 해킹의 영향은 절대 없을 것이네. 스웨덴 본토가 아닌 이곳에서 실험이 진행된 이유도 극비리에 개발된 기술을 적용하고자 함이니, 유출될 가능성도 희박하지. 공격성의 제어에 대해서는 안심해도 좋다는것이 내 의견일세, 하지만...갑작스러운 합류요청에 대해서는 이해하기 힘들군. 일반적인 경우라면 처음 보는 무장 병력에게 대뜸 합류요청을 보내진 않을테니." 노장군은 잠깐 생각에 잠겼다 다시 입을 열었다.  "그 자의 위치가 어디쯤인가? 혹시 내가 가보는 것은 어떻겠는가?" 나는 당황을 모두 감추지 못한 채로 이유를 물었고, 그가 답했다.

"자네가 설명해준대로 나는 그 자와 같은 실험에 동원된 존재일세. 조금 비현실적일 수도 있지만, 어쩌면 내 존재를 느끼고 합류 요청을 제안한 것일지도 모르지. 그리고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 경우, 즉 그 쪽에서 공격할 경우에, 내가 제압하는 것이 더 낫다는 생각이 들어서네."

"너무 위험합니다. 정찰중인 저희 편대가 경계를 유지한 상태고, 여차하면 공중에서 제압 내지 사살하는 것이 안전성 면에서 더 낫지 않겠습니까?" 불안감을 감추기 힘들었다. 누군가 보면 유약하다고 하겠지만, 어렵게 발견된 두 번째 인간을 허무하게 잃을 수는 없다는 생각이 앞섰기에 나온 결론이었고, 그의 답은 이러했다.

"그렇긴 하네만, 자네가 얻어낼 정보의 양은 그리 많진 않을걸세. 인간이라면, 그리고 그 사고방식을 모방하여 설계된 바이오로이드라면, 아무래도 우호적인 환경에서 정보를 더 제공하지 않겠나? 그런 면에서 보자면, 공군 전대보단 노인 한명이 더 도움이 될 것 같아 하는 말이네."

"...조언에 감사드립니다. 하지만, 누군가를 희생시키는 계획은 정말 극단적인 상황이 아니라면 꺼내기 망설여지는군요."

"흠, 내가 강요할 입장은 아니지만 말일세, 고민해도 안된다면 극단적인 방식도 고려는 해보는 것도 방법이라네. 아, 그렇지. 혹시 이 주제로 이야기를 꺼낸게 내가 처음이라면 다른 사람들 의견도 들어보게나. 한쪽의 말만 듣다보면 합리적인 의견을 듣기 어려운 법이니까." 차갑게 식은지 오래인 커피를 한 모금 더 마시며 노장군은 답했다. "그래도 답이 안 나온다면 이 늙은이 의견도 한번 고려해보게나. 언제나 온화한 방식이 통하는건 아닐테니 말일세." 아무래도 장군의 말대로 의견을 더 들어보는 게 좋을 듯 했다. 


 그와의 대화를 끝내고 지휘관급 바이오로이드들과 닥터를 불러 상황을 설명했다.

"...그래서 너희들의 의견도 들어보기 위해서 회의를 소집한거야."

회의 참가자는 메이, 아스널, 라비아타, 마리, 칸, 레오나, 무적의 용, 닥터 총 여덟.

의견은 크게 고블린의 합류 건 자체의 찬성과 반대로 갈렸고, 찬성파 내부에서는 구스타프와 고블린의 접촉요구의 찬반여부로 의견이 나뉘었다. 반대에 표를 던진 이들은 메이, 라비아타, 무적의 용, 레오나. 이 넷의 의견은 다음과 같았다.

"사령관, 검증도 제대로 안 된 위험한 바이오로이드를 들이겠다고? 전술핵은 무차별 난사하라고 만든게 아니라고. 난 그 자도 마찬가지라고 봐."

"저도 동의해요, 주인님. 통제불능의 위험한 존재를 오르카호에 들이기는 위험성이 너무 커요."

"소관도 반대하오. 그자의 위험성을 제어할 수 있는 확실한 방책이 없는 이상 이곳에 들여서는 안된다고 보오."

"같은 의견이야. 지금으로선 안전한 방향을 택하는게 나아."

찬성에 표를 던진 넷, 아스널, 칸 ,마리, 닥터의 의견은 이러했다.

"메이 소장의 발언을 인용하자면, 전술핵은 보유하기만 해도 그 자체가 위력을 가지고 있지. 전력을 이쪽으로 돌릴 수 있다면, 영입에 찬성한다."

"나도 찬성이다, 우리에게 위험이 되지 않는다는 확실한 보증이 먼저 있어야 하겠지만."

"각하, 전력 증강 면에서는 동의합니다. 하지만 둘의 접촉은 피하는 것이 좋다고 봅니다. 무력 충돌이 발생할 경우 제압에 필요한 병력 손실이 적지 않을거라 예상합니다."

"언니들, 지금 내 연구 상황으로는 충분히 통제가 가능해. 혈청에 대해 분석도 끝났고, 공격성에 대한 진정제도 완성 단계에 있어. 내가 막을 수 있는 일이야."


두 쪽 모두의 의견을 들어보던 중, 스카이나이츠에게서 연락이 들어왔다.

"사령관님, 긴급상황입니다! 고블린 개체가 각혈 증세를 보이며 실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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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합니다.

오랜만에 쓰느라 글이 제대로 써지지 않았습니다. 아직 모자란 작품에 찾아와 주신분들께 감사드리며, 부족한 퀄리티에 대해 사죄드립니다.


글의 작성 간격이 너무 길어져 에피소드 모음집의 링크를 올려드립니다.


에피소드 모음집 링크 - https://arca.live/b/lastorigin/65055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