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카호 사령관은 많은 바이오로이드와 관계를 갖고 있었다.


어찌나 여러 바이오로이드와 가깝게 지내는지, 이제는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바이오로이드 연인이 생긴다는 말도 나올 정도였다.


반면, 군사 업무에서 사령관의 일은 나날이 줄어들었다. 참모장 용과 많은 부대가 합류하면서, 사령관 본인이 직접 지휘에 나서지 않아도 될 만큼 오르카호 저항군의 체계가 잡혀가고 있었던 것이다.


세심한 지휘가 필요하던 희귀광물 채굴 작전도 이제는 지휘관들이 알아서 할 정도가 되었고, 전부터 < 별의 아이 >라는 해양괴수 문제로 곤란을 겪던 것도 시간이 흐르면서 어떻게 해결되었다.


덕분에 최근 들어 사령관의 주 임무는 시찰이나 상담같은 병력관리 쪽으로 크게 전환된 상황이었다.


하루는 사령관이 여느 때처럼 면담을 마치고 가만히 앉아 있노라니, 곁에서 호위를 서고 있던 블랙 리리스가 이렇게 물어 왔다.


"주인님. 혹시 어깨가 뭉치셨나요?"


"음. 어떻게 알았어."


"그야, 자꾸 고개를 젖히시거나 어깨를 스스로 만지시니까요."


"하하하. 귀신이네. 귀신이야…… 그래, 안마 좀 해줘."


리리스는 경호원이자 암살자인 메이드였다. 살인과 치료를 위해 해부학적 지식이 풍부한 그녀라서 안마에도 일가견이 있었다.


허락이 떨어지자 리리스는 냉큼 사령관의 어깨와 팔, 목덜미, 승모근 등을 안마해주기 시작했다.


뭉친 지점을 확실히 잡아서 풀어주니 저도 모르게 몸이 늘어지고 마음이 조금 편안해졌다.


"저, 주인님. 요즘 스트레스 받으시는 일이라도 있으세요."


안마 중이던 리리스가 말을 꺼냈다.


"응?"


"스트레스를 받으면 어깨가 뭉친다고 하니까요."


"글쎄. 상담하느라 피곤한 걸지도 모르지."


대수롭지 않다는 듯한 말에도, 리리스는 걱정스런 표정을 지었다.


"그것도 그렇고. 요즘 멍하니 계실 때가 많아서요. 혹시 어디 걱정이라도 생기신 건 아닌지 해서."


"으응. 좀 피곤해서 그런 거 아닐까. 내가 워낙 힘을 쓰고 다니잖아. 애들한테."


사령관이 쓴웃음을 지었다.


그 말뜻을 알아챈 리리스는, 눈을 흘기면서도 염려하며 말했다.


"하긴 그럴지도요…… 그러면 좀 쉬면서 해 주세요. 주인님이 아프시면 리리스는 슬프답니다."


그래, 그럴게. 차로 목을 축이던 사령관은 불현듯이 그녀를 올려다보았다.


"참. 그러고보니 우리가 마지막으로 같이 시간 보낸 게 언제더라."


"시간이라면…… 지금도 같이 보내고 있긴 한데."


"아니, 이런 호위나 부관으로서가 아니라. 단 둘이서만."


그러자 리리스는 잠깐 머뭇거리다가 말했다.


"실은, 꽤 됐어요. 하지만 리리스는 섭섭해하지 않는답니다. 주인님하고는 거의 항상 같이 있으니까."


리리스는 마음에도 없이 만족한다는 표정을 지었다.


호위의 총책임을 맡은 리리스가 사령관 곁에 있는 시간이 가장 많은 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에 비해서 단 둘이서만 데이트 등으로 보낸 시간 자체는 많지 않았다. 사령관이 워낙 다수의 바이오로이드를 만나고 다녔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리리스는 특별히 겉으로 불만을 표출한 적은 없었다. 가뜩이나 연적들이 도사리는 판국에, 질투심이나 독점욕을 보여서 사령관의 기분을 거스르고 싶지는 않았다. 물론 바이오로이드라서 일정 이상의 질투심이 억제된 이유도 있었다.


사령관은 물끄러미 리리스를 보다가 말했다.


"리리스라면 아쉬워할 줄 알았는데."


"뭐, 지금은 착한 리리스라서 아쉬워하지는……."


"그래? 난 너랑 시간을 못 보내서 아쉬운데."


리리스는 살짝 놀라다가 얼굴에 곧 발그레한 홍조를 띠었다.


"말 나온 김에 오랜만에 내일 둘이 같이 시간이나 보낼까."


"정말이신가요. 후후후. 조금 뜻밖이지만 리리스는 기뻐요."


사령관은 행복해 하는 리리스를 말없이 쳐다보았다.


"……."




* * *




다음날, 리리스는 오랜만에 사복 차림으로 사령관의 손을 잡고 오르카호를 거닐었다.


"오늘은 리리스가 곁에 있으니 데이트도 안전하겠어. 갑판이든 뭍이든."


"그럼요. 게다가 동생들도 저흴 호위 중이니까, 더더욱 완벽하게 안심하셔도 되어요."


"그애들도 부러워하지 않으려나. 데이트 구경하는 거."


"후후. 그러니 주인님께서 서약을 해 주시면……."


사령관은 쓴웃음을 지었다. 리리스는 전부터 동생들에게도 약혼 반지를 달라고 이야기해 왔던 것이다.


"어지간히도 자매들을 소중하게 여기는구나."


"그럼요. 언니 된 자로서 당연한 의무라고 생각해요."


리리스는 자랑스럽게 말했다.


돌아다니다 점심이 되자, 갑판에 나가 리리스가 싸온 도시락을 나눠 먹었다. 맛있다고 해 주자 그녀는 크게 기뻐했다.


"주인님. 제 솜씨도 이젠 주방장하고 좀 비슷하지 않을까요?"


"음. 솔직히 그건 아닌 것 같아."


가까운 사이니만큼 사령관은 주저 없이 직설적으로 말했다.


리리스가 입을 내밀었다. 허나 틀린 말도 아니라서 반론할 수가 없었다.


요리는 어디까지나 주방장 소완이나 다른 바이오로이드의 영역인 것이다.


"휴. 저도 노력하다 보면 언젠간 주방장처럼 잘하게 될까요?"


한숨짓는 그녀를 보고 사령관은 빙그레 웃었다.


"글쎄. 소완은 그동안 가만히 있을 리 없잖니?"


"……그러네요."


리리스는 못내 아쉬운 표정이었다.


"뭘. 내가 요리 때문에 널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신경쓰지 마. 그건 그렇고, 리리스는 요즘 남는 시간에 뭐 해? 옛날처럼 몰래 나 훔쳐보는 것도 그만뒀잖아."


과거 일을 꺼내자 리리스는 당혹스러워서 얼굴을 붉혔다.


"예, 옛날처럼이라뇨…… 크흠. 요즘은 꽃꽂이랑 다도를 배우고 있어요."


"으잉?"


사령관이 놀라서 눈을 들었다. 리리스하고는 전혀 어울리지 않아 보였기 때문이다.


"왜 그렇게 놀라세요."


"아니, 의외라고 생각해서. 누가 가르쳐 주는 거야?"


"의외라니요. ……아무튼, 책을 보고 혼자서 연습하는 중이에요."


리리스가 웬일로 기예를 연습할까. 어리둥절해 하던 중 뇌리에 떠오르는 일들이 있었다.


얼마 전에 메이드장 라비아타가 함장실 근처에 꽃꽂이를 전시해둔 것, 콘스탄챠가 끓여서 대접하는 차를 칭찬해준 것, 금란의 서예 실력을 보고 감탄했던 일 등.


아무래도 그녀는 다른 바이오로이드가 사령관에게 칭찬받는 것을 보고 부러워진 모양이었다.


"너 혹시 다른 애들 하는 거 보고 그러니?"


리리스는 잠시간 뒤 겸연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건 저도 할 수 있다고 보여드리고 싶어서."


자존심이 높아서 은근히 지기 싫어하는 리리스다운 모습이었다.


"그런 데 너무 신경쓰지 마. 물론 이것저것 잘 해낸다면 정말 훌륭하겠지만, 나는 네가 그런 거 못해도 개의치 않으니까. 리리스한테는 리리스만의 매력이 있잖아?"


"네…… 알겠어요."


아쉬워 하던 리리스가 작게 미소지으며 물었다.


"그런데 제 매력은 어떤 거라고 생각하세요? 역시 이 미모?"


"음. 글쎄."


사령관은 얼른 대답하지 못하고 시선을 피했다.  리리스는 뺨을 부풀렸다.


"그래도 열심히 살아서 보기 좋아."


사령관이 조용히 읆조리자, 리리스는 쑥스러운 듯이 웃었다.


"……나랑은 다르게."


그가 중얼거린 뒷말을 듣고 리리스가 되물었다.


"예?"


"아무것도 아니야."


식사 후엔 적당히 함내를 구경하고 다니다가, 함내 영화관에서 시간을 보냈다.


하필이면 그날따라 여러번 봐서 외울 지경인 영화들만 나오고 있는 중이었다. 덕분에 영화를 보다가 지루해진 둘은 저도 모르게 어깨를 맞대고 잤다.


영화관에 있던 병사들이 그들을 보고 킥킥거리며 수군거렸다. 사진도 찍혔다. 아마 그날 중으로 오르카호 인트라넷 유머로 퍼지리라.


결국 그들은 늦은 오후가 되어서야 깨어났다.


리리스는 시간이 아까웠다. 모처럼의 데이트가 반이나 날아가다니.


반면에 사령관은 잠으로 시간을 때웠다는 사실에 그다지 연연하지 않는 눈치였다. 오히려 푹 자서 한결 밝은 표정이었다.


"이젠 뭐 할까? 좀 있으면 밥 때인데." 그가 기지개를 펴며 무료한 듯이 말했다.


"산책 어때요? 마침 정박 중이니까."


"그럴까?"


오르카호를 나선 두 남녀는 해안가 바위 언덕 위에서 나란히 석양이 지는 광경을 보았다.


"오늘도 벌써 하루가 가네요."


"그러네."


리리스가 사령관을 돌아보며 뜨거운 시선을 보냈다.


"이상하게 주인님하고 어울리면 시간이 빨리 가요."


"오늘은 영화관에서 잤으니까."


"아하하……."


리리스는 할 말이 없어졌다. 그러는 바람에 대화가 끊겼다.


그러던 어느 순간, 사령관은 조용히 리리스의 옆얼굴을 쳐다보았다. 시선을 느낀 리리스도 그를 돌아보았다.


서로의 눈이 마주친 때, 사령관이 불쑥 물었다.


"있잖아. 만약에 내가 갑자기 사라진다면 어떨 것 같아?"


"예?"


의아하게 되물은 리리스는, 곧 엄한 표정을 지었다.


"……주인님. 혹시라도 이상한 생각 하시는 거 아니죠?"


"아니야. 그냥, 갑자기."


"그냥이 아닌 것 같은데요. 아까도 조금 이상한 말씀 하셨고."


"……."


"어제도 말씀드렸지만…… 요즘 주인님 좀 이상해요. 말도 잘 안하시고, 멍하니 계시고, 자꾸 늦잠 주무시는 거 보니까."


그녀는 주인님인 사령관의 신변에 대해서라면 누구보다도 날카로왔다. 사령관은 그녀로부터 시선을 떼었다가, 한참 뒤에 중얼거렸다.


"모르겠어. 이젠 내가 오르카호에서 없어지거나 해도 그렇게 심각한 일은 안 생길지도."


리리스가 걱정스럽게 묻는다.


"왜 그런 생각을 하세요. 혹시 기분이 언짢은 일이 있으셨어요?"


"언짢다기보다는……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어서. 요즘은 다들 나 없이도 잘 싸우거나 하잖아."


자신 없어하는 말에 그녀는 얼른 부정했다.


"그 무슨 말씀을. 중요한 전역에선 주인님이 필수라고요. 철충하고 싸울 명령을 내려주셔야 지휘관 아줌마들도 활약을 하죠."


"과연 그럴까? 그냥 내 뇌만 가지고 자동 지휘 시스템에 놓아 두어도 될 것 같은데. 작전이야 지휘관들이 짤 테고."


툭 내뱉듯이 말하는 사령관에게선 우울한 기색이 역력했다.


바이오로이드는 인간의 뇌파를 느낀다. 사령관의 뇌파가 지극히 불안정하다는 것을 깨닫자, 리리스는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사령관의 팔을 붙들었다.


"주인님. 기분 안 좋으신 일이 있으면 제대로 말씀해 주세요. 리리스가 어떻게든 달래 드릴 테니까."


"괜찮아. 아무 일도 아냐."


"아무 일이 있으시다고 해놓고는."


"정말 괜찮아."


"저는 알 수 있어요. 주인님이 마음이 편찮으신 걸."


이어서 거듭 걱정하는 말을 듣자, 사령관은 살짝 짜증스러운 목소리를 냈다.


"리리스. 너무 걱정하지 마. 내가 너한테 그렇게까지 잘 해주는 것도 아니잖아? 네 앞에서 태연하게 데이트를 하지 않나, 남하고 동침하다가 깨어난 모습을 보이지 않나……."


퉁명스런 말을 듣고 리리스가 살짝 당황하는 사이, 사령관의 말은 계속 이어졌다.


"오늘 데이트도, 사실은 너한테 위로나 받고 싶어서 하자고 한 거였어. 참 염치도 없지. 평소엔 널 별로 챙겨주지도 않더니만. 아쉬울 때만 찾고."


"……."


"생각해보면 나도 참 으스대며 사는 것 같아. 인간이라는 거 외에는 쓸모 없는 주제에."


그가 자책하며 중얼거렸다.


지구 상에 혼자 남은 인간으로서 사령관은 새삼 울적해 있었던 것이다.


자신이 없어도 오르카호가 굴러갈 수 있으리라는 무력감, 자신이 사랑하는 이들에게 별달리 해줄 것이 없다는 데에서 오는 자책감으로 우울했다.


이야기를 내뱉고 나서야 그는 리리스에게 험하게 말한 것을 후회했다. 안 그래도 자기 말마따나 평소에 잘 해준 것도 아닌데.


둘 사이에는 얼마간 침묵이 흘렀다.


리리스는 슬픈 눈초리로 하염없이 사령관을 바라보다가, 살며시 그의 손을 잡아 주었다.


그녀가 속삭이듯이 위로했다.


"걱정 마세요. 다 잘 될 거에요."


"……뭐가. 살다 보면 언젠가 좋은 날이 올 거라서?"


사령관은 심통이 난 것처럼 대꾸했다. 내심으로는 그녀에게 미안했지만, 지금은 누군가를 배려할 만한 기분이 아니었다.


"그런 말은 너무 식상하고 무책임한 거 아냐?"


리리스는 힘없이 웃었다.


"그럴지도요. 하지만, 저흰 살아가는 수밖에 없는 걸요. 마지막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뻔한 이야기지만, 여전히 유효한 격려였다. 사령관은 묵묵히 듣고만 있었다.


"언젠가는 주인님도 다시 즐거워하실 날이 올 거예요. 저 같이 이상하고, 주인한테 집착하고, 잘난 척 하는 바이오로이드도 주인님이 좋아해 주시니까…… 주인님이라면 분명히."


그녀는 목이 잠겨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리리스한테 주인님의 힘든 것, 싫은 것 전부 털어놔 주세요. 화가 나시면 때리세요. 거칠게 다루셔도 좋아요. 리리스는 다 받아들일 수 있어요. 그러니까…… 슬퍼하지 마셨으면 해요. 주인님이 슬퍼하면 리리스는 더 슬프거든요."


"……어째서 날 이렇게까지 달래주는 거니. 내가 너만 바라보는 것도 아닌데."


리리스는 주저 없이 즉시 대답했다.


"그야, 제겐 주인님이 필요하거든요. 보살피고 지켜 드릴 오르카호 사령관님, 바로 당신이요."


그 말을 듣는 순간, 사령관은 새삼 가슴이 뭉클해졌다. 


사람은 누군가에게 필요한 인간이 되길 원한다.


우울해서 깜박 잊고 있었다. 그가 리리스만 보고 살지는 않지만, 리리스한테는 그가 필요한 것이다.


감격한 사령관은 저도 모르게 리리스를 끌어 안았다. 리리스도 마주 그를 안아 주었다. 서로 안은 품이 따뜻했다.


한참 뒤에 포옹을 풀고 나서, 그는 정답게 리리스를 내려다보았다. 우울했던 마음이 어느새 가라앉아 있었다.


"고마워."


"저도요."


둘은 서로를 응시하다가,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천천히 입을 맞췄다.


석양이 부끄러운 듯 수평선 너머로 가라앉으며 그들을 비추었다.




* * *




초저녁 무렵, 손 잡고 돌아가는 길에 사령관이 문득 생각난 듯이 말했다.


"전부터 물어보고 싶었던 건데. 리리스는 만약 나중에 아이를 낳는다면 이름을 어떻게 짓고 싶어?"


"아이요? ……그건 아직 시기상조 같아서 생각은 안 해봤어요. 그래도 굳이 짓는다면, 음."


리리스는 곰곰이 생각하다가 이렇게 말했다.


"미니 리리스가 어떨까요?"


"미니 리리스? 왜?"


"그야, 물론 이 훌륭한 어머니를 닮은 2세라는 뜻이죠."


사령관은 저도 모르게 큭 하고 웃었다.


"난 안 닮냐?"


"그야, 물론 주인님도 닮지만요…… 그러니 아들이면 주인님 성함으로 2세로 하는 게 어떨지."


"무언가 대충 짓는 거 같다?"


그러던 사령관은, 리리스의 하얀 목덜미가 눈에 들어오자 슬쩍 마음이 동해 왔다.


"아무튼…… 그럼 오늘 밤에 미니 리리스 만들지 않을래?"


웃던 리리스가 얼굴을 붉게 물들였다.


"진심이세요?"


"못 믿겠으면 뇌파 봐봐."


2세는 바이오로이드가 인간에게서 받을 수 있는 가장 큰 애정 중 하나인 것이다.


비록 바이오로이드 태생 아이가 제대로 성장하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았지만, 그간의 연구 지원으로 이제는 2세의 안전도 크게 진척된 상황이었다.


리리스는 기쁜 나머지 싱글벙글하며 이렇게 말했다.


"주인님. 제가 뭐라고 말씀드렸어요. 살다 보면 좋은 일 있을 거라고 했죠?"


"응?"


"미니 리리스가 생기면 주인님께 그 이상 좋은 일이 또 있겠어요. 이젠 아버지랑 남편 역할도 하시는 건데. 후훗."


사령관은 머리를 긁적거렸다.


"글쎄…… 그런가? 한번 해 보고 싶기도 하지만."


"그 뿐만인 줄 아세요. 제 동생들한테 주실 것도 아직 남아 있으시잖아요."


리리스가 손을 들어 뒤를 가리켰다.


경호를 한답시고 오늘 하루종일 왕언니와 사령관을 따라다닌 컴패니언 자매들이, 뭐가 즐거운지 저들끼리 재잘거리며 쫒아오는 중이었다.


"또 그 이야기니."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사이좋은 자매들을 보자 살며시 미소가 떠올랐다. 언젠가 그녀들한테도 서약 반지를 주어야겠지.


생각해보면 리리스의 말대로 그는 살아가야 하는 것이다. 그를 원하거나 그가 필요한 바이오로이드는 아직 리리스 이외에도 많은 것이다.


이제는 마음이 완전히 가라앉은 사령관은, 내일도 살아가기로 다짐하며 그녀와 함께 오르카호에 돌아갔다.




---

클리어 보상 : 미니 리리스




픽시브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