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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을 말해봐 좌우좌 전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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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속."


"응."


내니 할머니와 LRL을 양지 바른곳에 고이 묻어준 뒤, 우린 왔던 길을 따라 오르카 호로 되돌아가는 중이었다.


품에 안긴 좌우좌가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보며 물었다.


"인간들은 죽으면 천국으로 간다던데, 우린 죽으면 어디로 가는 것이냐?"


상당히 난해한 질문에 발걸음이 느려졌다. 잠시 끙끙거리며 머리를 굴렸다.


"아자젤한테는 물어봤어?"


"그 닭날개 여자한테 물어봤더니 이상한 말만 하면서 어물쩡 대답을 피했다."


원하는 대답을 해주지 못했는지 아자젤의 이름이 나오자 좌우좌는 살짝 뾰로통해졌다. 그나저나 닭날개라니....


아자젤에겐 미안했지만, 솔직히 어울렸다.


의외로 좌우좌 얘, 네이밍 센스가 좀 있는데?


"음.... 바이오로이드는 주인을 따르잖아?"


"그렇다."


살짝 흘러내린 좌우좌를 약간 들어올려 고쳐안으며 말을 이었다.


"일찍 죽은 바이오로이드들은 자기 주인의 마음속에 들어가 쿨쿨 자고있다가, 시간이 흘러서 주인도 죽었을 때 천국에 따라갈거라고 생각해."


"그럼 주인보다 나중에 죽은 바이오로이드들은?"


"먼저 천국으로 가는 문에서 기다리던 주인이랑 같이 손잡고 천국으로 갈꺼야. 아님 먼저 들어가서 기다리고 있던지."


설마, 단어 그대로 있는 힘을 다해 자기를 맹목적으로 따랐던 존재를 헌신짝 던지듯이 버리겠는가.


멸망전에 집에서 키우던 개나 고양이 한테도 그렇게는 안했다던데.


적어도 난 오르카 호에 있는 모두보다 먼저 죽을 생각은 전혀 없다. 가더라도 최소한 하루는 늦게 갈꺼다.


날 위해 목숨까지 바쳐준 애들을 위해서 적어도 보답은 하고 죽어야 하지 않겠나.


"그럼 만약에 주인이 지옥으로 가면 어떻게 되는거냐?"


평소에 아자젤이 지옥에 대해서 뭐라고 가르쳤는지는 모르겠지만, 좌우좌는 정말로 무서운지 내 어깨를 꽉 붙잡으면서 말했다.


"지옥? 설마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것보다 더 끔직하겠냐."


난 정말 평소에 하고 있던 생각을 무의식적으로 내뱉었다.


그러자 좌우좌가 미간을 팍 찌부러뜨리고 날 번뜩 째려봤다.


"그럼 권속은 우리랑 함께하는게 지옥같다는 소리더냐."


어허, 발음 일부러 쌔게 하지마라. 이상하게 들린다.


"폐하와 함께라면 이 샬럿, 지옥이든 어디든 그곳이 바로 천국이옵니다~."


앞으로 토도독 달려나가 멋진 포즈를 취하며 나에게 손을 내미는 샬럿.


"후훗. 지옥이라면 후끈하고 습하다던 그곳이죠? 정말 완벽한 온실이네요~. 꽃이 잘 피겠어요."


내가 아는 지옥이랑 좀 많이 다른 지옥을 상상하며 두손을 모으고 잔뜩 기대하는 세레스티아.


"제 방패가 과연 지옥의 용암도 막을 수 있을까요?"


진지하게 방패를 쓰다듬으며 중얼거리는 블랙 웜.


"난 날 줄 아니까 그냥 혼자 천국에 갈래."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혼자 삐딱선을 시원하게 타버리는 그리폰까지.


다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호호 웃는 소리를 들으니 기분이 한결 편해졌다.


......아니 근데 다들 내가 왜 당연히 지옥으로 떨어질거라 생각하는거지? 기분이 다시 좀 나빠지려 하는데.


"저기, 사령관님? 그럼 저같은 로봇이나 AI들은 어찌된답니까?"


혼자 아무 말 없이 뒤를 따라오던 알프레드가 내 옷깃을 잡아당기며 진지하게 물었다.


"로봇이 죽긴 왜죽어. 평생 살면서 인류를 위해 열심히 일해야지."


"거 너무한거 아닙니까?! 죽지도 말고 일만 하라니! 무슨 기계도 아니고!"


내 대답이 충격적 이었는지 펄쩍 뛰며 화를 내는 알프레드.


"돌아가면 AGS 총원과 그렘린이랑 포츈 누님에게 이 충격적인 사실을 폭로할껍니다! 사령관이 우릴 평생 무보수로 개처럼 부려먹을 꺼라는걸!"


아니. 


너 기계 맞잖아.


* * *


그날 밤.


달이 반대편에 떴는지 하늘은 까만데 창문 밖은 훤했다.


좌우좌는 창문에 바짝 붙어 언덕 너머에서 고개를 빠끔 내밀고 있는 등대를 바라봤다.


"꼬맹아, 뭐하냐. 눈알 빠지겠다."


수건으로 머리를 털며 화장실에서 나온 그리폰은 창문을 빤히 쳐다보고있는 좌우좌를 수건으로 툭 쳤다.


"볼따구."


"그렇게 부르지 마라니까."


좌우좌는 그리폰을 마주보더니 그대로 허리를 숙였다.


"오늘 정말 고마웠느니라."


갑작스런 좌우좌의 행동에 당황한 그리폰은 그 자리에서 딱딱하게 굳어버렸다.


"너.... 진짜 괜찮은거 맞아?"


"괜찮으니라."


그리폰은 좌우좌의 이마에 손을 대보기도 하고, 눈꺼풀을 활짝 벌려 동공도 확인했다. 정말로 정상이었다.


"허.... 참 나...."


어이가 없다는 듯 허탈하게 웃은 그리폰은 수건을 바구니에 던지고 좌우좌를 그대로 껴안았다.


"오늘 맘고생 많았다, 꼬맹아."


".....나한테 먼저 달려와 위로해줘서 정말 고마웠느니라."


좌우좌도 그리폰의 허리를 팔로 감싸며 작은 가슴에 얼굴을 폭 파묻었다.


"꼬맹아. 그렇게 고마우면 너 과자 좀 까봐라."


"알겠느니라! 오늘 전부 까겠느니라!"


호기롭게 외친 좌우좌는 침대 밑 서랍장을 열고 속을 뒤적거리다 멈칫했다.


"......두, 두 봉지만 까도 괜찮겠느냐....?"


그 모습에 풉 하고 웃음이 터진 그리폰은 배를 잡고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냉장고에서 음료수까지 꺼낸 좌우좌는 방 중앙에 감자칩 두 봉지를 팡 터뜨리며 주저앉았다.


그리폰도 종이컵에 음료수를 따라 좌우좌에게 건내며 맞은편에 털썩 앉았다.


공중에서 탁 소리와 함께 건배를 나눈 두 사람의 깔깔대는 소리와 함께 과자는 조금씩 줄어들었다.


창문 너머로 보이는 등대에서, 달빛이 반사판에 부딫치며 반짝하고 빛났다.






-좌우좌 편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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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