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기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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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프네가 나오는 장면에서 상처묘사가 너무 피폐물 같아서 조금 수정하느라 늦었씁니다;;

과거는 모르겠고 지금은 애호파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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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가 타블렛으로 무언가를 작동시킨다. 1분도 되지 않아 그녀가 몸을 움찔거리기 시작했다.

2분이 흐른다. 움찔거림은 줄어들고 그녀의 다리가 들썩인다. 이윽고 고개를 치켜들었다.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그녀는 분명 앞을 보고 있었지만 그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오빠, 아마 앞을 못 볼 거야. 손상이 좀 심했거든. 말이라도 걸어보는게 어때?”

 

닥터가 말했다.

 

“...”


사령관은 함부로 입을 떼지 못했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해야 할까.

그래도 말을 해야 함을 사령관은 안다.


“... 안녕? 묶어놔서 미안해. 여긴 오르카호...”

 

“으...으...”

 

그녀가 낮은 소리로 반응한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 아아아아아아아악! 아아아아악!!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끔찍한 비명이 이어진다.

온몸이 들썩인다. 하지만 구속구는 조금도 움직이지 않는다.

그것이 그녀를 더 화나게 한 것일까, 괴성이 더욱 커져간다.

 

“아아아아아아아아!!!!”

 

사령관은 끔찍한 감정을 느꼈다. 무엇 하나 할 수 없었다.

눈을 가릴 손이 움직이지 않았다.


일어서 도망칠 수 없었다.

사령관은 고개를 돌릴 수가 없었다.

 

하치코의 꼬리가 다리 사이에서 떨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콘스탄챠가 무기를 정조준하는 것을 보았다.

리리스의 옆모습에서 증오 섞인 표정을 보았다.

고개를 돌리고 있는 라비아타를 보았다.

닥터의 알 수 없는 뒷모습을 보았다.

 

‘닥터.’

 

“닥터, 닥터! 닥터! 닥터!! 닥터어!!!”

 

“응 오빠.”

 

닥터가 무언가 ‘조치’를 취한다.

그녀의 괴성이 어느새 고통의 비명으로 변한다.

순식간에 그녀는 고개를 떨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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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명, 괴성, 절규

 

감당할 수 없는 절망 속에서 사령관은 잠에서 깨어났다.

땀과 눈물로 얼굴이 엉망이다.

 

누군가가 자신의 몸을 어루만지는 것을 느꼈다.

사령관은 당황했다. 머릿속에 수 많은 용의자가 지나간다.

 

‘샬럿? 앨리스? 펜리르? 누구지?’

 

“주인님 일어나셨군요. 땀을 너무 흘리셔서 닦아드리고 있었어요.”

 

맑은 목소리가 들려온다.

 

“다프네?”

 

시야 한켠으로 다프네의 모습이 보인다.

다프네도 오른쪽 팔에 깁스를 하고 있다.

 

“다프네, 너도 아픈데 그만 쉬어.”

 

“주인님. 저는 바이오로이드랍니다. 이 정도 상처는 금방 수복할 수 있어요.”

 

다프네는 사령관의 땀을 닦는 손을 멈추지 않으며 말했다.

 

“... 일으켜줄래? 잠시 앉아있고 싶어.”

 

“네 주인님.”

 

사령관이 똑바로 바라본 다프네의 모습은 조금 더 안쓰러웠다.

팔 뿐 아니라 오른쪽 뺨에도 커다란 거즈가 붙어있다.

 

“다프네...”

 

“소문을 들었어요. 저를 공격한 그 아이, 지금 묶여있다던데, 잘 해결됐나요? 두려움에 가득 찬 눈을 하고 있었어요.”

 

“...”

 

사령관은 말문이 막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괜찮아요 사령관.”

 

다프네가 사령관의 얼굴을 닦아주며 말했다.

 

“바이오로이드들은 강해요. 식물의 줄기를 꺾어도 다시 살아나는 것처럼 저희들도 쉽게 삶을 포기하지 않아요. 저희를 아껴주는 사령관도 좋지만 가끔은 우리의 강함을 믿어주는 사령관도 좋을 것 같아요.”

 

“다프네...”

 

사령관은 그 복잡한 심경을 표현하지 못했다.

무엇을 어떻게 말해야 할지 감조차 잡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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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이 밝고 사령관에게 처음 찾아온 것은 닥터였다.

닥터는 수복실에 들어오고도 한동안 말이 없었다.

 

“제안할게 있어, 오빠.”

 

“...”

 

“걱정마. 그 때도 말했지만 죽이지 않았어. 다시 잠들었을 뿐이야."


"..."


"그런데, ‘공식적’으로는 죽이는 걸로 하자. 그리고 ‘시체’는 내가 처리할게.”

 

“...”

 

사령관은 대답이 없다.

 

“놀라운 자가 수복 능력을 가졌어. 수복 시설을 획기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어.”

 

“닥터.”

 

“응 오빠.”

 

“안돼.”

 

“역시, 오빠라면 그렇게 말할 줄 알았어. 그러면 이건 어때? 전자칩을 전부 제거하고 괴로웠던 기억은 전부 지워버리는거야. 마치 처음부터 아무런 일도 없었던 것처럼.”

 

“...닥터.”

 

“물론 조금 바보가 되버리겠지만 괜찮아. 브라우니도 드라코도 잘 살고 있잔아?”

 

“...닥터.”

 

“기억을 지우는게 완벽한 기술은 아니라서 약간 부작용이 있을 수 있지만, 걱정마 오빠. 내가 다 처리할게.”

 

“닥터!”

 

닥터는 비로소 말을 멈췄다.

 

“내가 그런 일을 너한테 시킬 리가 없잔아.”

 

“...”

 

“내 짐을 덜어줄 필요는 없어. 이건 ‘인간’이 할 일이야. 그리고 나는 강해. 고작 이 정도로 무너지지 않을거야. 그러니까 날 믿어줘.”

 

“...그래. 그래! 역시 오빠라면 그렇게 말할 줄 알았어!”

 

닥터는 수복실을 경쾌하게 뛰어 나간다.

닥터가 밖에서 머리만 빼꼼 내밀고 한 마디를 더 한다.

 

“이틀 뒤 저녁까지. 결정을 내려야 해. 슬슬 약물이 떨어지고 있거든.”

 

사령관은 마음을 다 잡아야 했다.

바쁘게 움직여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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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뒤. 회의실은 적막하다. 이번에는 전보다 머릿수가 적다.

사령관의 양 옆으로 닥터와 라비아타가 앉아있다.

 

“라비아타, 결정을 내렸어. 냉동 수면 상태로 오르카호와 함께 떠난다. 때가 되면 그녀를 다시 깨울 거야.”

 

“주인님! 때라뇨? 똑같은 일이 반복될 것입니다. 결정에 동의할 수 없습니다!”

 

“아니, 그녀가 깨어나는 것은 ‘인간이 없을 때’이다.”

 

“...주인님!”

 

라비아타가 책상을 내리쳤다. 꽤 큰 충격음이 울렸다.

 

“라비아타, 오해하지마. 나는 죽을 생각이 없어.”

 

사령관이 눈짓으로 닥터에게 무언가를 지시한다.

닥터는 타블렛으로 영상을 재생한다. 

 

수복실에 앉아있는 포츈의 모습이 비친다.

 

“...응응 그래서 오랜만에 정비실 밖으로 마실 나왔다가 당하고만거야.”

 

누군가에게 열심히 증언을 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수복실 쪽에서 엄청난 소리가 들리길래 달려가 봤거든? 그런데 왠 못 보던 친구가 서 있는 거 있지? 문은 다 박살나 있지, 친구는 팔에서 피를 엄청 흘리고 있지, 누나 완전 무서웠거든? 그래서 물어봤지. ‘괜찮아?’하고. 근데 아무 반응이 없길래 더 가까이 가서 피도 좀 닦아줬다? 그러니까 갑자기 ‘누구야?’라고 말을 하더라고. 그러더니 갑자기 코를 킁킁거리면서 누나 냄새를 맡는거 있지? 누나는 기름 냄새밖에 안 나서 부끄러운데 말이야. 그래서 다시 수복실로 데려가려는데 수복실 안에 다프네는 쓰러져 있고 누나 너무 무서웠단 말이야. 그때 브라우니들이랑 사령관이 왔다? 반가와서 돌아봤는데, 그때 또 킁킁, 킁킁, 하더니 뒤에서 퍽! 누나는 쓰러지고 말았어~ 헬퍼도 부서져버리구~ 사령관 위로해주.....”

 

닥터가 지긋지긋하다는 표정으로 영상을 멈췄다. 

 

“포츈이 역시 말이 많아. 흠흠. 그래서 라비아타 느낀 점은?”

 

“...이 증언이라면 저도 보고받았습니다, 주인님. ”

 

“다프네는 공격하고, 포츈은 공격하지 않고, 나는 공격했어. 왤까?”

 

“야성을 조절하지 못한 것 아닙니까?”

 

“아니야. 닥터의 조사에 따르면 이 아이는 앞을 볼 수 없어. 포츈의 증언에 따르면 목소리와 냄새로 그나마 주변을 인식하고 있어.”

 

“그래서 브라우니의 장전 소리를 듣고, 사령관의 냄새를 맡고 공격한 것 아닙니까?”

 

“아니야, 라비아타. 일단 상황을 조금 정리하자. 닥터 브리핑 해줘.”

 

“네네.”

 

어디선가 닥터가 헤드셋 마이크를 꺼내고 브리핑을 하기 시작했다.

아마도 홍련을 따라하는 듯 하다.

 

“2-NB 구역은 아주 오랫동안 철충에게 점령된 공장지대였습니다. 바이오로이드 반응이 보이지 않아 1주일 전 지역 수복 작전을 위하여 둠브링어가 전략 폭격을 시행한 후 스틸라인 부대가 잔존 철충을 처리하였습니다.”

 

“저도 알고있습니다.”

 

“거기서 누더기를 입은 의식불명의 바이오로이드를 한 명 구출해왔고, 뭐...”

 

닥터는 뒤를 얼버무렸다.

 

“주인님, 저도 다 알고 있습니다.”

 

라비아타의 대답에 조금 짜증이 섞여 있었다.

사령관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녀는 평생동안 실험실 안에 갇혀 살다가 인류가 멸망한 뒤로는 철충과 싸우며 홀로 살아왔어. 적어도... 닥터 몇 년이었지?”

 

“77년쯤 됐어요.”

 

“그게... 무슨 상관이죠?”

 

“그렇게 오랫동안 홀로 ‘철충’과 싸워왔다면 '주변에 오는 것'만으로 알 수 있을 거라는 거지.”

 

그러고는 사령관은  복잡한 눈빛으로  잠시동안 라비아타를 말없이 바라보았다.

 

“...! 하지만, 그렇다면 포츈은 왜 공격한거죠?”

 

“기계랑 철충의 기동음을 소리만으로 구별할 수 있어?”

 

“네?”

 

“포츈은 나를 보면 헬퍼로 ‘까딱 까딱’하고 인사해주거든.”

 

옆에서 닥터가 사령관 등 뒤에서 깐죽대며 헬퍼 흉내를 낸다. ‘까딱 까딱’

 

"헬퍼를 공격하면서 포츈의 등도 함께 강타한거야. "


“그럼 다프네는...”

 

“발견 당시 왼팔 골절이 심해서 다프네가 아주 두꺼운 깁스를 해줬습니다. 그런데 포츈이 발견했을 때는 깁스를 전부 박살냈거든요. 그래서 피를 흘리고 있던 거에요.”

 

닥터가 또다시 끼어들었다.

 

“PTSD. 묶여있는 것, 구속되는 것에 극도로 민감한거야. ‘그런 상황’을 겪는다면 누구나 공포에 빠지기 마련이야, 라비아타. 라비아타, 누구나 너처럼 강하지 않아.”

 

라비아타가 이마에 손을 올린다. 두통이 몰려온 듯한 표정이다.

 

“...실험 시설에서 장기 동면하다가 폭격에 휘말려 깨어났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아, 라비아타 통령, 그건 아니에요. 위에서 소화 중인 과일이나 벌레 따위가 잔뜩 있었어요.”

 

닥터가 또다시 끼어들었다.

 

“...”

 

라비아타는 깊은 생각에 빠진듯했다.

사령관과 닥터는 그녀에게 조금 시간을 주었다.

 

“인정하겠습니다. 저의 오판이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인간이 없을 때’라뇨 주인님?”

 

“그녀를 위한 ‘낙원’을 찾을 거다. 철충도 기계도 없는 평화로운 땅. 인간에게 상처받을 일이 없는 낙원.”

 

사령관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 주변에 그런 꿈같은 장소는 없어. 하지만 내가 찾고 만들거다. 오직 그녀만을 위한 장소가 아니다. 인간에게 상처 입은 모든 아이들을 위한 낙원. 철충이 사라져도, 인류가 재건되어도, 침범할 수 없는 ‘낙원’.”

 

“주인님... 지금으로선 허황된 꿈입니다.”

 

“그래서 냉동수면을 할 필요가 있는거야. 지금은 불가능해도 언젠가는 분명 가능할거야 라비아타.”

 

“...”

 

“분명히 내 오만이야. 돌이킬 수 없는 오판을 하는 걸지도 몰라.”

 

사령관의 목소리가 처음으로 떨렸다.

라비아타가 참으로 큰 한숨을 쉬었다.

 

“주인님의 뜻대로... 저는 다시 구금실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외출을 허락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주인님.”

 

라비아타는 한참은 힘이 빠진 모습으로 회의실을 나섰다.

회의실 문이 닫히자 이번에는 사령관의 한숨 소리가 들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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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와 사령관이 사령관실로 복귀한다.

 

“닥터... 나 너무 힘들어...”

 

“힘들어 할 틈이 없어 오빠. 지금부터 할 일이 아주 많다고. 오르카호 장기 계획 수립 수정 해야 된단 말이야.”

 

“이번 주 부관은 닥터니까 닥터가 도와주면 안될까?”

 

“헤에, 오빠 게으름뱅이. 오빠가 아프니까 특별히 도와줄게. 그런데 한가지 알아야할게 있어.”

 

“뭔데...?”

 

“오빠가 다친 이후로 오르카호 내의 스트레스 수치랑 에스트로겐,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166% 상승했어.”

 

“뭐...?”

 

“그러니까 굶주렸던 바이오로이드들이 폭력적으로도 변했다는 뜻이지.”

 

“.......뭐?”

 

“상대가 환자던 아니던 상관하지 않을 만큼 폭력적이라는 거지.”

 

“...”

 

“게다가 ‘상체만 움직이지 못하는 환자’라 더 좋아할지도 모른다는 거야.”

 

“닥터...? 손에 그거 뭐야...? 뭘 마시는거야? 닥터..? 닥터? 닥터?? 닥터???”

 

“오빠 나 지금 완전 극한상황이야.”




+

"그래서 있지 사령관, 누나 팔도 다치고 헬퍼도 부숴지고 너무 귀찮아진거 있지. 이참에 새 기술자 좀 데려와 주면 안될까 하는데? 누나 이 상태로 기계들 만지고 그러면 정말정말 병나버릴 것 같거든? 지금 사령관도 아프니까 누나 마음 이해하지 맞지? 그렇지?"


"..."


"사령관?"


"이 얘기는 다음에 할까 포츈? 닥터, 역돌격!"


"아이아이 브라더! 가자 휠체어 1호!"


닥터가 사령관 휠체어의 빨간 버튼을 누르자 고속으로 후진하며 수복실 너머로 사라졌다.


"사령관 너무해애애애!"


수복실에 남겨진 포츈이 소리쳤지만, 다프네만이 들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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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도 되는 작가의 말


아직 완결이 아닙니다. 저도 쓴 거 보고 앵? 왜 결말 아님?이라고 했슴 2년 전의 나는 도당채

올린 1~3 이 문서 하나에 들어있고 2편이 또 다른 파일에 있더라고요. 3편까지 있습니다.

그러니까 4~9가 아직 남아있는거 같네요. 

참고로 새드엔딩임 졸려서 내일 다시 올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