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


하늘색 머리와 더불어 왼눈에 안대를 차고있는 외견을 한 그녀는 분명 LRL이었다, 그러나 내가 아는 LRL의 모습은 거의 남아있지 않았다. 나와 같은 남색 죄수복을 입고있고 머리는 부스스한 산발이었으며 무엇보다도 그 생기없는 눈은 마치 아직도 광산에서 나오질 못한 더치걸을 연상시켰다. LRL이라는 이름보다 좌우좌라는 애칭으로 더 많이 불리는, 내가 알고있는 귀여운 중2병 소녀의 모습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뭘 그렇게 쳐다봐? 미녀 스파이라도 기대했는데 아니여서 실망했어?"


"아니, 그냥... 생각보다... 키가 작아서..."


"그래, 레모네이드도 그 점을 노리고 날 골랐지. 누가 이런 꼬맹이를 첩자라고 의심하겠어. 바이오로이드를 아껴준다는 인간이라면 특히나 더 효과적이었을 테지. 그 독심술 쓰는 년만 아니었다면 말이야."


LRL이 기가 차다는 듯 혀를 찼다.


"아 엔젤..."


"참고로 난 로봇이라서 독심술에 걸리지 않았다네."


애초에 내게 AI가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겠지만 말야, 다른 사람들이 보는 데선 입 다물고 묵묵히 일 하면서 단순 기계인 척 했거든. 드론이 그렇게 말하면서 LRL이 갇혔던 방 천장의 환풍구에서 무슨 종이를 꺼내고 있었다.


"자, 이리들 모여보게. 탈옥 계획을 후딱 설명해주겠네."


드론이 꺼낸 종이는 바로 이 교도소 건물의 설계도였다.


"이건 어디서 구한거야?"


"여기서 일하는 더치걸한테 부탁해서 받아왔지."


"펙첩이 또 있어?"


"펙첩...? 펙스 첩자의 줄임말인가? 아니, 우리 둘이 다라네. 더치걸은 난민 무리에 낑겨 오르카호에 오는 동안 개인적으로 친해진 것 뿐이네. 그 덕에 이 탈옥을 위한 도움을 받을 수 있었지. 아무튼 집중하게.

우리의 탈출로는 이 건물 밑에 위치한 지하 수로일세. 1층 수감자용 샤워실에서 땅 1~2 미터만 파면 지하 수로로 들어갈 수 있네."


"그럼 땅은 어떻게 파지? 삽이나 곡괭이라도 있어?"


"마침 더치걸이 오늘 퇴근하면서 '실수로' 직원용 화장실 세번째 칸에 채굴용 드릴을 두고가버렸다지 뭔가. 자네들이 화장실에 가서 그 드릴을 챙겨오면 되네."


"우리가? 그럼 너는?"


"나는 따로 할 일이 있네. 오밤중에 요란한 드릴 소리가 나면 교도관들이 눈치채고 몰려오지 않겠나. 내가 교도소 안을 소란스럽게 만들테니 시끄러워지면 그 때 땅을 파게나."


"소란? 뭘 어떻게 하려고?"


"관리실로 가서 모든 감방의 문을 열 생각이네. 그럼 죄수들이 일제히 쏟아져 나오면서 교도소 안은 난장판이 될 테지!"


드론이 자신만만하게 말했지만 내가 보기엔 그 부분엔 큰 허점이 있었다.


"아니, 그건 힘들 것 같은데."


"지금 시간이면 간수들도 다 퇴근해서 관리실도 텅 비어있을테니 걱정말게. 난 애초에 환풍구를 통해 이동할 수 있으니 들킬 염려도 없고 말이지."


"퇴근? 24시간 감시가 아니야? 여기 진짜 군기 빠졌네... 우리한텐 다행이지만. 그보다, 내가 말한 건 그 부분이 아니야. 우릴 제외한 이곳의 죄수들은 모두 사령관을 좋아하는 애들 뿐이야. 문 열어줘 봤자 사령관한테 미움받을 각오 하면서까지 탈옥할 애들은 없을걸."


"그런가? 하지만 대규모 탈옥 정도의 소란이 있어야 하는데... 으음, 이걸 어쩐다..."


"...있지, 그 관리실에서 안내방송 같은 것도 할 수 있어?"


"그렇네만?"


"여기 죄수들이 사령관을 좋아한다는 점을 이용할 수 있을지도 몰라. 그러니까-"


내가 즉흥으로 짜낸 잔머리로 드론의 계획을 보강했다. 옆에서 묵묵히 교도소 설계도를 살펴보던 LRL이 나를 병신 보는듯한 눈빛으로 쳐다봐서 뻘쭘해졌으나 계획을 끝까지 들은 드론이 입을 열었다. (따지자면 입이라고 부를만한 부위는 없지만.)


"으음. 잘 먹힐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문만 여는 것보다는 나을 것 같군. 알겠네, 내 그리 하지! 이제 움직이게나! 저 간수 아가씨까지 기절시킨 이상 우리가 감옥에서 나온 건 금방 들킬테니! 이 설계도는 내가 소각장에 버려두고 오겠네, 바깥에서 만나세!"


"잠깐만, 나 아직 길 못외웠-"


"내가 외웠어. 가자."


LRL이 내 손목을 붙잡고 뛰기 시작했다. 드론은 설계도를 챙겨 환풍구 안으로 쏙 들어갔다.


***


"켈베로스가 늦는군. 소등시간까지 30분도 안남았는데 뭐하는 거야..."


"산책하느라 신났나보지. 별 일이야 있겠어?"


교도관들이 벌써 퇴근한 것 마냥 모여앉아서 캔맥주를 끼고 쉬고있는 사무실. 사디어스가 이 자리에 없는 켈베로스에 관해 중얼거리자 소니아는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는 듯 받아넘겼다. 평소라면 사디어스도 그러려니 하고 여기서 그쳤을테지만 이 날은 그 인간 죄수가 저지를 불미스러운 일로 인해 예민해진 상태였었다. 그녀는 탁자 위에 놓여진 무전기를 들어 켈베로스에게 연락을 시도했다.


"켈베로스 순경, 지금 어디에 있지?"


무전기 너머에선 아무런 응답도 돌아오지 않았다.


"켈베로스, 내 말 들리나?"


여전히 묵묵답답이자 뭔가 일이 생겼다고 느낀 사디어스는 머리에 경찰모를 눌러쓰고 소파에서 일어섰다.


"켈베로스를 찾아오겠다. 소니아, 너도 따라와."


"뭐? 나까지? 이봐 버디, 대체 뭘 걱정해서 그렇게까지 과민반응하는거야?"


"탈옥."


사디어스가 무기를 챙기며 읊조렸다. 그녀의 진지한 표정에 소니아는 더 토달지 않고 그녀와 같이 사무실을 나섰다. 홀로 남은 세이프티는 상사들을 빼고 혼자서 술 마시며 쉴 수도 없는 마당이라 자연스레 술판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


"뭐야? 없잖아?"


직원용 화장실에 와봤으나 더치걸이 두고갔다는 드릴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워낙 크기가 커서 놓치기도 힘든 물건인데. 세번째 칸 뿐만 아니라 다른 칸, 심지어 청소도구함까지도 열어봤는데도.


"설마 더치걸이 우릴 속인건가?"


"그랬으면 여기에 간수가 매복해있었겠지. 아무래도 간수가 먼저 찾아서 분실물로 보고 가져간 거 같아."


LRL이 침착하게 내 불길한 예상을 부정하면서 사라진 드릴의 행방을 추측했다.


"그럼... 간수들이 있는 곳에 쳐들어가야 한다는 건가?"


"잘 아네."


"너무 무모한 거 같은데... 다른 방법을 찾아보자."


내가 부정적인 의견을 내비치자 LRL이 휙 뒤돌아서서 나를 노려보았다.


"너 맨손으로 땅 1m 이상 팔 수 있어?"


"아니, 그건 아니지만..."


"그럼 삽 한자루 쥐어주면 할 수 있겠어?"


"아니..."


"그럼 입 다물고 따라와. 탈옥시켜줄테니까."


LRL이 앞장서서 달려가자 나 역시 터덜터덜 그녀를 뒤쫓았다. 대체 이 애한텐 무슨 일이 있었길래 이 모양이 된거지...?


교도관들이 쓰는 방은 멀지않은 곳에 있었다. LRL이 켈베로스한테서 빼았은 전기 진압봉으로 문의 잠금장치를 지져 합선을 일으키자 스파크가 몇번 터지더니 이내 불이 꺼진 문이 힘없이 열렸다.


"무슨...!?"


방 안에서 뭘 주섬주섬 정리하고 있던 세이프티가 우릴 보고 놀란 그 순간 LRL이 잽싸게 눈에서 빛을 쏴 세이프티를 일시적으로 실명시키고, 켈베로스한테 한 거랑 같은 방법으로 순식간에 기절시켰다. 작렬하라 사안이여 어쩌구 그 대사 안치니까 완전 무영창 마법이네. 


운 좋게도 여기엔 세이프티 한 명 밖에 없었던 모양이다. LRL은 방 구석에 놓여진 제 몸만큼 커다란 드릴을 찾아서 끌고왔다.


"무거워 보이는데, 들 수 있겠어?"


"끌 수는 있어."


"도와줄까? 같이 맞들면-"


"됐어. 내가 너보다 힘 쎄거든."


"..."


얜 나를 진짜 아무것도 못하는 덩치만 크고 무능한 찐따로 보는가보다.


***


"켈베로스! 정신 차려!"


지하 1층의 격리구역. LRL이 수감되어 있어야 할 감방은 문이 휑하니 열린 채 텅 빈 내부를 과시하고 있었다. 소니아는 감방의 바로 앞 복도에서 기절한 켈베로스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이거 정말로 웃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닌걸. 탈옥이라니..."


소니아는 켈베로스를 바닥에 똑바로 눕힌 뒤 무전기를 들어 다른 곳을 확인하러 간 사디어스에게 연락했다.


"헤이, 버디! 좋은 소식이랑 안좋은 소식이 있어. 먼저 좋은 소식은 격리구역에서 기절한 켈베로스를 발견할 수 있었다는 거야. 나쁜 소식은, 그 간첩 꼬맹이가 탈옥했어. 그쪽은 어때?"


[이쪽은 나쁜 소식밖에 없군.]


***


"두번째 인간도 탈옥했다."


사디어스가 텅 빈 감방을 노려보며 말했다. 감옥 문의 동그렇게 잘려진 부분을 살짝 만져보니 온기가 남아있었다.


"고열 절단기로 철창을 자르고 탈출했건가. 어디서 이런 장비를 구한 거지..."


[그건 나중에 생각하고, 어디서 찾아야 되지? 위치추적 칩이라도 붙여뒀어야 하는건데, 난감하게 됐는걸.]


"내가 지휘하지. 넌 켈베로스부터 의료동으로 옮기고 와."


[오케이, 금방 합류하도록 할게!]


소니아가 무전을 끊자 사디어스는 무전기를 조작해 전체 채널로 돌렸다.


"전 교도관들에게 알린다! 죄수 두 명이 탈옥했다, 탈옥수는 인간과 LRL 모델이다! AGS 부대! 당장 교도소를 봉쇄해서 개미 한 마리도 빠져나가지 못하게 해!"


[알겠네, 바깥은 우리가 맡지!]


[알겠습니다. 경정님.]


"세이프티! 당장 관리실로 가서 경보를 울리고 감시카메라로 탈옥수의 위치를 파악해! ...세이프티! 응답해! 이런 제길, 설마...!"


사무실에 남아있던 세이프티마저 당했다고 직감한 사디어스는 신경질적인 구두굽 소리를 내며 직접 관리실로 향했다. 감옥 안에 갇힌 수감자들은 철창 너머로 교도관들이 이 늦은 시간에 바쁘게 움직이는 모습을 보고 무슨일이 생긴건가 하고 의아해하며 쳐다보았다.


그러던 중 복도 스피커에서 소리에 나자 사디어스는 자연스레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위로 올렸다. 귀를 기울인 건 사디어스 뿐만 아니라 다른 교도관들과 수감자들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수감자들은 평소라면 소등하겠습니다 한마디만 하고 불을 끌 시간이니 한 귀로 듣고 흘렸겠지만 지금은 이 이상상황을 설명해주지 않을까 하고 기대했기 때문이었다.


[아, 아. 관리실에서 알려드립니다! 지금 사령관님께서 요안나 아일랜드에 와계십니다!]


"뭐야...!?"


사디어스가 놀라 중얼거렸다. 저게 무슨 소리지? 그런 정보는 전달받은 게 없는데? 그보다 처음 듣는 남성 로봇 목소리라니, 지금 관리실에 대체 누가 있는거지?


수감자와 교도관을 가리지 않고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스피커에서 그 다음으로 나온 말은 혼란에 박차를 가했다.


[오늘 하룻밤 동안은 사령관님 명령으로 특별히 모든 수감자분들을 석방하도록 하겠습니다!]


찌-이이익! 하는 전자음이 울리며 모든 감방문이 일제히 열렸다. 수감자들이 하나둘 문 밖으로 고개를 빼꼼 내밀고 정말로 나와도 되는건지 주변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저, 저게 무슨 헛소리...! 설마...!?"


협력자가 또 있었던 건가, 사디어스가 그 말을 끝마치기도 전에 그 안내방송은 화룡점정을 찍었다.


[그리고! 오늘 밤 12시에 야외 공연장에서 사령관님의 미라클 매직 자지쇼가 있을 예정이오니 모두 반드시 참석해주시길 바랍니다! 이상!]


"...방금 뭐라ㄱ"


"이건 못참지 말임다!!"


제일 먼저 감방에서 뛰쳐나온 건 브라우니였다. 감옥 내의 TV사용을 금지했던 탓에 수감자들이 접할 수 있는 정보매체는 교도소 내 안내방송 뿐이었고, 결국 팔랑귀인 브라우니들이 아주 쉽게 낚여버리고 만 것이었다. 교도소 내에서도 독보적인 수를 자랑하는 브라우니들이 우르르 쏟아져나오자 다른 수감자들도 군중심리에 휩쓸려 감옥에서 나와 정문을 향해 달려갔다.


"웃기지 마! 석방은 무슨 석방! 너희들, 당장 제자리로-"


[러버러버러버~ 저 하늘 너머 높이~]


여기서 끝나지 않고 스피커에서 신나는 노래까지 틀어주자 수감자들은 한껏 고양됐고 반대로 교도관들의 목소리는 묻혀버렸다. 사디어스가 소리를 꽥꽥 질렀지만 수감자들은 이미 통제할 수 없는 지경이 됐었다.


한편, 이 집단 탈옥 소동에서 동떨어진 수감자용 샤워실에선...


"시작됐다!"


"조금 떨어져있어."


LRL이 그 거대한 드릴을 수직으로 세워 샤워실 바닥을 파기 시작했다. 그 요란한 드릴소리는 수감자들과 교도관들의 목소리와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소리와 함께 섞여 사라졌다.


그리고 다시 사디어스 쪽으로 돌아와서...


"이봐, 사디어스!"


그 혼란 속에서 그녀를 부른 건 켈베로스를 의무동에 바래다주고 돌아온 소니아였다. 사디어스는 그녀의 믿음직한 베프가 뭔가 기발한 타계책을 가져왔을거라고 믿고 귀를 기울였다.


"사무실로 돌아가서 도넛 먹지 않을래?"


소니아는 정신줄 놓기 일보직전이었다.


"정신 차려라! 우리가 이 일을 해결해야만 한다고!"


"사디어스 경정. 지금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가?"


또다른 누군가가 자신을 부르자 사디어스는 신경질적으로 고개를 홱 돌렸다. 감방에서 벗어난 아스널이 자신에게 태연히 걸어오는 모습이 눈에 들어오자 사디어스는 짜증을 버럭 냈다.


"허튼 생각 하지말고 당장 네 방으로 돌아가, 아스널!"


"사디어스 경정."


준장으로서 다시 묻겠네. 그녀가 진지한 표정으로 덧붙인 말에 움찔한 사디어스는 자세를 고쳐잡고 보고를 시작했다. 지금의 아스널은 장교 코트가 아닌 죄수복을 입고있음에도 그 당당한 풍채는 그녀의 본래 직급을 상기시켜주기엔 충분했었다.


"보시다시피 집단 탈옥 사태입니다. 주동자는 죄수 두 명, 그 두번째 인간과 펙스의 첩자인 LRL 모델입니다. 또한 그 두 명 외에도 이 거짓 안내방송을 내보낸 신원불명의 협력자가 있는 걸로 보입니다. 최소한 오늘 저녁시간이 끝날 때 까진 둘 다 감방 안에 있었으니 자유시간 동안 탈옥한 걸로 보입니다. 따라서 아직 이 안에 있을겁니다."


"결국 이렇게 됐나."


아스널은 안타깝다는 듯 작게 중얼거렸다. 그녀는 고개를 옆으로 돌려 밖에 나가려고 교도관들과 엎치락 뒤치락 하는 수감자들을 한번 보고선 도로 사디어스에게로 시선을 맞추었다.


"일단 저들은 놔두게."


"선동당했다 한들, 저들 또한 명백한 탈옥수입니다!"


"정말 그렇게 생각하나? 저들은 밖에 사령관이 없다는 걸 깨달으면 제 발로 돌아올걸세. 우리가 신경써야 할 건 '진짜' 탈옥수지."


"...! 그건, 확실히... 하지만, 그 두 명이 저들 사이에 섞여 빠져나가려 할 수도 있습니다!"


"교도관들에게 신원이 확인된 수감자들부터 차례대로 내보내주라고 하면 되지 않겠나. 수감자들에겐 밤바람이나 좀 쐬고오라 그래."


아스널의 역발상에 사디어스는 잠깐동안 생각하더니 이내 납득했다. 두번째 인간과 LRL을 제외하고는 사령관을 보는 것이 목적이지, 탈옥이 아니다. 오히려 지금처럼 나가려는 자들을 억지로 막아서 교착상태를 유지할 바에야 차례대로 내보내는게 소란을 더 쉽게 잠재울 방법이었다. 어느덧 정신차린 소니아는 아스널의 제안대로 하기위해 무전기를 들고 교도관들에게 지시를 내리기 시작했다.


"조언 감사합니다. 이제 차분히 탈옥범들을 수색할 수 있겠군요."


"아니, 사실 내가 걱정하는 건 그 둘이 이미 여기서 빠져나갔을지도 모른다는 걸세."


"그럴리가 없습니다. 한 명은 무력한 인간이고, 다른 한 명은 붙잡힐 때 별다른 저항도 못한 어린애 모델인걸요."


"이건 이미 우발적으로 저질렀다고 볼 수 없네. 계획적인 탈옥이지. 그들이 정말 저들처럼 정직하게 정문으로 나가려고 들까? 이 소란은 우리 시선을 분산시키기 위한 미끼가 아니겠나?"


"그렇다면...!"


"교도소 밖도 수색해야만 하네. 외부에도 도움을 요청하게나."


아스널이 말을 끝마치자 사디어스는 무전기 대신 전화기를 들고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바로 이 요안나 아일랜드를 총괄하는 총책임자, 요안나였다.


[교도소장? 이 늦은 시간에 연락이라니, 무슨 일이라도 생긴건가?]


"요안나 씨, 비상상황입니다!"


통신창 너머로 요안나가 의아해하는 표정을 짓자 사디어스는 곧바로 현재 상황을 설명했다. 늦은 밤에 전화를 걸었음에도 요안나는 불평 없이 차분히 들어주었다.


"...그러니 저희 시티가드는 교도소 내부부터 수색할 예정입니다. 요안나 씨는 사람들을 모아 바깥에서 그놈들을 찾아봐주십시오!"


[맡겨주게나!]


사디어스가 전화를 끝마치자 뭔가 골똘히 생각하던 아스널이 도로 입을 열었다. 


"나도 나가서 그 자를 찾아봐야겠네. 막지 말아줬으면 하는군."


"막을 생각 없습니다. 준장님의 무기를 금방 꺼내올 테니 -"


"그건 필요없네. 무력을 쓸 생각은 없으니까."


아스널이 손을 내저었다.


"그들은 위험합니다. 벌써 세이프티와 켈베로스도 당했습니다."


"먼저 위협을 가한 건 우리가 아니었나?"


"네!? 아니, 그 자는 죄수이기 때문에...!"


"그는 무슨 죄를 지어서 여기 들어온거지?"


아스널이 불편한 진실을 콕 집자 사디어스는 입을 꾹 다물었다.


"그가 탈옥을 결심한 건 목숨의 위험을 느끼게 만든 우리 책임일세. 무력은 상황을 악화시키기만 하겠지. 더불어, 우리가 그 자를 데리러 가는 이유는 그가 다른 시민들에게 위협을 끼칠 범죄자라서가 아니라, 그가 위험천만한 바깥에서 목숨을 잃을 것을 막기 위함이네. 그것이 인류의 수호를 위해 태어난 우리가 해야 할 일일세."



며칠 전까지만 해도 순한 양만 모여있어서 꿀빨기 좋은 근무지였건만


사령관은 동족인데도 불구하고 라붕이한테 ㅈ같이 대했지만

그의 바이오로이드들은 사령관을 따르는 몸이더라도 라붕이가 ㅈ간이 아닌 이상 굳이 ㅈ같이 대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