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역 내부가 계속 파괴당하는 것을 보다 못한 아자젤은 결국 길을 내줄 수 밖에 없었다. 사이클롭스 부대와,유미,엔젤과 함께 탑의 계단을 올라갔다.

“높네..”

“구원자님 제가 업어드릴까요?”

“아니면 이걸 지팡이로라도..”

유미와 엔젤이 앞다투어 도와주겠다 하였지만 자존심의 문제로 헉헉거리면서도 혼자만의 힘으로 계단을 올랐다.

“헉..헉 높네.. 조금 시간이 걸렸지만..”

말하다 잠시 숨이 차 헉헉거리자 탑의 아자젤이 한심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눈을 가렸지만 입꼬리만으로도 그 감정이 전해져왔다.

“…당신 보통 인간이 아니군요.”

“..내가 좀 특이하긴 하지. 철충이랑 같이 다니다니”

“아뇨 탑의 제어가 먹히지 않는 철충들의 건도 있지만 체력면에서요. 아무리 높은 탑이라고 해도 이정도로 체력이 나쁜 인간은 처음 보네요. 라미엘이 무릎 꿇고 계단을 올라도 이것보단 덜 지치겠어요.”  

“…..일 얘기를 할까”

“창피해 죽기전에 화제를 돌리려는 건가요? 그러도록 하죠.”

“…탑을 인간을 추적하는 것에 쓸 수 있을까?”

“아뇨. 돌아가시죠. 추격하지는 않겠습니다.”

“왜지?”
“두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하나,이 탑은 저희의 능력을 증폭시켜주는 탑이지만 원래의 목적은 신도들을 고통으로부터 구원해주는 것. 누군가를 추적하기 위해서는 탑을 처음부터 다시 설계해야 되겠죠.”

“두번째는?”

“제가 당신을 도와줘야 하는 이유가 있나요? ‘도와주지 않는다면 좋지 않은 일이 생길수는 있겠지.’ 같은 말로 협박할 거라면 탑을 당신들과 함께 터트리겠어요.”

아자젤은 자신이 앉아있는 의자를 쓰다듬었다.

“너의 목적을 내가 이뤄줄 수 있어”

“목적이요? 정말 어이없는 인간이네요. 철충을 부리고, 체력은 저질에,이제는 독심술까지 가능하다고 하는 건가요?”

타락한 아자젤의 목적은 인간의 멸종이였지.  빛내림을 기다리겠다는 말도 많이 나왔었고, 여기서 어떻게든 설득을 해야된다. 중요한 것은 진짜로 타락한 아자젤..기니까 그냥 타자젤로 부르자. 어쨌든 타자젤의 속마음을 맞추는 것이 중요한게 아니다. 서로 이득이 있다는 것을 이해시키는 것이지.

“코헤이 교단의 부활.”

“우숩네요. 제가 바라는게 고작 그거라 생각하시나요?”

“철충을 조종해서 다같이 천국으로 떠나려고 한게 목적 진짜 목적이겠지 하지만..”

제기랄 타자젤의 진짜 목적이 이게 맞던가? 채널에서 스토리 정리라도 다시 보고 올 걸 그랬다.

“철충의 위험이 없어지고 바이오로이드들의 학대 위험도 없는 상황이라면 코헤이 교단의 진정한 부활까지 노려볼 수 있지 않을까? 타락한 인간에 절망해 그런 방식을 선택한 거라면, 지금은 그럴 이유가 없지”

타자젤은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아니 눈을 가리고 있으니 바라보는 기분이 들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것이다. 머리를 굴리자. 여기서 바벨이 무너진다면 이후 오르카를 찾기까지 한참이 걸리거다. 뭐라도 생각하자. 말이 없는 걸 보니 설득된 것이 아닐까? 애초에 여기서 바벨이 자폭한다면 나랑 유미,엔젤은 살 수 있을까? 아자젤의 행동을 관찰하자. 제길 안대를 끼고 있으니까 표정을 못읽겠어. 몸을 보자. 몸이 보여주는 미세한 신호를 읽는거다.

몸이..몸이.. 음 존나 야하네 코헤이 교단 만만세.

머릿속이 빠르게 읽고 지나가도 될 정도로 단편적이고 겹겹이 꼬인 여러 생각들로 가득 차갔고 결국에는 이러한 결론에 도달하였다.

‘타자젤은 섹스다.’

“푸핫!”

타자젤은 갑자기 웃음소리를 내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잘 된 건가?

“도와드리죠. 개조는 저쪽에 있는 철충들로 할 건가요? 개조에 적합해 보이지는 않는데 말이죠.”

“괜찮다면 본대를 데려오려고.”

“안개로 막아두지는 않았으니 쉽게 접근이 가능할 거에요.”

순순히 허락을 해주었으나 갑자기 마음을 바꾼 이유는 왜인지 모르겠다. 옆의 엔젤을 바라보자 얼굴을 붉히며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왜 그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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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락한 아자젤은 생각했다.

‘귀엽다.’

라고.

철충들을 부리던 당신은 막대한 힘을 가졌으면서도 약자인 것처럼 행동했죠. 진짜로 몸은 약했지만요. 
 이후에 자존심을 세우는 모습 , 오르카호라는 곳을 향한 서툰 선의와 그리고…약간의 풋풋한 욕망. 
 그게,너무나도 귀여웠어요. 고블린들을 경호원으로 쓰는 작은 햄스터가 자존심을 세우는 걸 본다면 이런 기분일까요? 당신은 제가 마음을 읽는다는 것을 알고 한 것인가요? 
 아니라면..어떻게 선의와 욕망으로 절 유혹한 걸까요? 지금 부끄러워하는 엔젤도 마찬가지겠죠. 바로 옆에서 그 정신을 전부 느꼈으니 저러는 것도 무리는 아니죠. 선의와 섞인 풋풋한 욕망이 이리도 아름다울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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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자젤의 도움으로 철충들은 빠르게 진입하여 탑을 개조하기 시작했다. 굉장한 물량과 기술 덕분에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이라지만 그래도 한달은 걸린다고 하였기에 유미,엔젤과 수다를 떨거나,소문을 듣고 합류하는 바이오로이드들을 받아주는 날이 계속되었다.

“주인님이 그때 얼마나 멋졌는지 몰라요! 오메가한태 딱하고 질문을 계속하시는데!!”

“구원자님이 그렇게 강단 있을 줄은 몰랐어요.. 유하기만 한 분인 줄 알았는데 그런 일이 있었다니..!! 굉장해요!”   

그러던 중,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착각하기 힘들고 복수개체라고 생각하기도 힘든 얼굴, 나는 그녀에게 다가가 인사했다.

“너가 바르그였던가?”




분량보다 빠른 연재를 우선시 하다보니 분량조절에 실패했습니다. 3일안에 돌아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