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떴을 때 ,처음 본 것은 흔들리는 콘스탄챠의 밑가슴과 생체 재건기기의 유리창.

놀랍게도 오르카호는 채널 문학과는 다르게 더치걸로 레퀴엠을 연주하거나 권력에 맛들린 사이코 사령관도 혼자 착각해서 날 죽이려는 바이오로이드도  없었다. 밥 값은 하기 위해 적당히 인게임정보를 던져주며 놀고 먹던 그때.

“라붕씨, 상담직을 해보는 건 어때?”

아무래도 너무 유능했나 보다. 알고있던 내용으로 고민하는 애들에게 몇 마디 던져준 것이 화근이 되었고, 나는 지금 오르카의 둘 뿐인 인간이자 하나뿐인 상담사가 되었다.

 

 

나는 오늘 사령관을 죽였다. 자기가 일 중독인 것처럼 나도 그런 줄 알았나 보지.

같은 일은 다행히도 일어나지 않았다.

난 무기력 중독이지만 그래도 알비스가 느끼는 초콜릿 포장지 이상의 가치는 있고 싶다.

뭐 많은 사람이 신청할 리는 없겠지. 기승전떡인 이곳에서 고민이 있을리도 없고 있어도 부대끼리 우정의 힘으로 짜잔~하고 해결할거고..

그 말을 증명하듯이 상담실의 문을 두드리는 바이오로이드가 한명도 없지 않은가, 꿀의 형태만 바뀌었을 뿐! 여전히 달달하다!!!

 

-턱-

“뭐야 문에 무언가가 끼었나? 왜 안열려?”

-쿵쿵쿵쿵-

마치 무언가가 문 앞을 가로막는 듯이 문은 열리지 않았다. 문을 넘어서 전해지는 이 감촉, 부드럽고 쇳덩이만큼 무겁지는 않지만 묵직한 이 감각은..

 

“반가워요.. 두번째 인간님...”

아래를 내려다보니 레아가 다크서클로 점칠이 된 눈으로 문 앞에 앉아 날 보고있었다.

“레아가 여긴 왜..”

“레..’아..가’..?”

눈 감고 봐도 정상적으로 보이지는 않는 레아는 아무래도 상담실 앞에서 계속 앉아 있었나 보다.

“휴가 낸거 아니였어? 왜 들어오지도 않고 여기서 이러고 있던거야?”

“그치만.. 들어갈 용기가 나질 않아서.. 후후..바보 같죠?”

오늘의 상담실은 손님도 없고 그대로 영업종료를 해버리려고 했으나 아무래도 야근을 해야 될 것 같다. 첫 근무부터 야근이라니 참.

“..녹차 마실래?”

눈동자가 말라붙은 찻잎의 색이 되어있는 레아에게 손을 내밀었다.

아니 사령관이랑 동생들은 대체 뭘 하길래 레아가 이러는 걸 모른거지


“상담 기록은 남나요..? 동생들과 주인님을 걱정시키긴 싫은데..”

“아쿠아의 물뿌리개에 맹세하고 나만 볼게.”

“후후.. 언제나 이상한 분이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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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제외하고 언제 끊어도 이상하지 않을 가벼운 이야기를 쓰고 싶어서 글덩어리 싸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