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여워




따사로운 햇살은.... 아니고 푸른 빛이 감도는 창문 밖

지금 시간은 새벽 6시 항상 일어나서 준비하던 대로 세수하고 이빨을 닦고 

멍하니 침대에 앉아 지나다니는 물고기 수를 세고 있다 


"......에헤...."


원래라면 가만히 앉아 있는 게 아니라 지하철로 향해서 출근을 해야겠지만

지금 이곳은 어디 갈 곳 없는 잠수함 안이다 


"에....... 후룹"


아 침 흐른다

흐르려는 침을 닦고 다시 시계를 보니 7시 50분, 아직 안 오는걸까...

그 순간 노크 소리 와 함께 누군가 문을 열고 들어온다


"실례하겠습니다."


"예... 누구세요..."


멍하니 바라보던 창문을 뒤로 하고 돌아보니

거대한 흉부를 위태롭게 가리는 듯 한 단추 

가터벨트가 달린 스타킹에 토실한 허벅지

그리고... 여러 상상을 불러 일으키는 원숙한 외모와 눈 아래 눈물 점까지... 

홍련이 서 있었다


"몽구스 팀 작전관 홍련입니다."


"아 예... 김민호라고 합니다 김대리라 불러주시면 될 거 같습니다..."


"오늘 하루 대리님 의 안내를 맡게 되었습니다. 준비는 끝나셨나요?"


"아 네 바로 나가면 됩니다. 그... 홍련 씨..?"


"편하게 말씀하셔도 상관 없습니다."


"아 예..."


침대에서 일어나 홍련과 함께 복도를 걷는다 

옆에서 함께 걸으며 나는 향기 와 복장 때문에 입이 제대로 떼지진 않았지만

그래도 지금 어느 시간대 인지는 알아야 처신을 어찌해야 살지 알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억지로라도 입을 열며 질문들을 했다


대충 요약하자면 오르카 호는 스발바르 제도, 기억의 방주에 정착 중이고 현재 정리는 어느 정도 끝난 상태

지금은 사령관의 지령대로 다들 하고 싶은 것 들을 하면서 쉬는 중 이라고 한다 

다행이다 왠 만한 큰 사건에 휘말리지 않아서....


"마지막으로 이곳이 함교 입니다. 앞으로도 안내자 분이 안내 해드리겠지만 혼자 오셔야 하실 수도 있으니 

잘 기억해주세요."


"예 다 기억했습니다."


"네 그럼 이제 바깥으로 안내하겠습니다."


"......그 오르카 호 안쪽만 안내 받으면 끝 아니었습니까...?"


"사령관님이 대리님을 무조건 바깥으로 안내하라 말씀하셨습니다."


"저를요?"


"네."


내가 살면서 남들보다 당당하게 뭐가 잘났다 말할 건 없지만 그래도 적어도 사람들 눈치를 많이 봐서

그런가 어느 정도 감은 남들보다 더 잘 느끼고 위험하다는 걸 생각할 수 있다

그리고 지금 그런 내 감이 밖을 나가면 안된다고 절규하며 말리고 있다


"뭔가 하실 말씀이 있나 보시네요 어서 가시죠."


씨팔 근데 사령관 명령이라는 데 뭐 어떻게 거절해 이걸


"잠시만 기다리시길... 네 알겠습니다 지금 출발하겠습니다."


후... 그래 굳이 밖에서 만나도 사령관이랑 만난다면 딱히 큰일 은 없겠지 

주변에 호위역으로 컴페니언? 그래 컴페니언 애들이라면 볼 만하지 그나마.... 아..... 싫다 진짜


"대리님?"


"예... 예?"


"혹시 어딘가 불편하신가요? 잠깐 멍하니 계셨는데.."


"아 아닙니다 어디로 가나요?"


"카페 호라이즌에서 기다리신다고 합니다."


".........예"


아니겠지 아닐거야 지금 사령관은 여자잖아? 그래 아닐 거야 응 그래!


"그래서 말이죠~ 여기까지 오면서 이런 일도 저런 일도 많이 있었고~"


"예 그렇군요 예.. 예..."


"우리 대리님은 예 라는 단어 말고는 아는게 없는거야~?"


"죄송합니다..."


"뭘 죄송할 것 까지야 앞으로 잘하면 되지~"


"예...."


카페란 곳은 어떤 곳인가 흔하게 학생들 대학생, 직장인 등 여러 사람들이 모여서

음료를 마시며 대화하는 곳이다. 

그리고 카페 호라이즌은 그래 일단 음료 마시고 대화하는 곳은 맞다.

지금 테이블에 앉은 채로 사령관, 천아, 홍련, 장화가 3시간 쨰 이야기 나누고 있으니 말이다.

딱 하나만 제외하면 평범한 카페다 딱 하나


게임에서 봤던 그대로 옷들이.... 뒤에 이어질 말이야 뻔하겠지만 

굳이 말하자면 옷이라고 부르기 힘든 천 조각들로 중요부위 만 가리고 있다.

물론 좋다 좋은데 내가 마냥 좋아할 수 도 없는 처지고 무엇보다 지금 내 앞에 앉아 있는게

오르카 최고 권력자 사령관이다 수틀리면 지금 이 자리에서 목을 따이겠지....


"대리님 아까부터 얼굴이 붉은데 괜찮으세요?"


"조금 덥나봅니다. 예..."


"의무실 들르시겠나요?"


"아뇨 괜찮습니다 그 정도로 힘들진 않습니다..."


"그래 어디보자~"


천아 가 의자에서 몸을 조금 일으켜 내 이마에 손대려 할 때 

움직일 수 가 없었다 일어나면서 보인 모습이....


"우와~ 엄청 뜨거운데? 핫팩이야 핫팩~"


"홍련 언니 대리 님 부축해서 의무실로 데려가줄래?"


"아.. 네 대리님 잠깐 자리에서."


"...정말 죄송합니다 저 잠깐 혼자 있고 싶습니다..."


"아뇨 그러다 쓰러지시면 어떡하시려고..."


"진짜로 어디 아픈거 아닙니다. 지금 상황이 조금 힘들 뿐입니다... 자리 좀 비우겠습니다."


"아 네...."


그렇게 자리에서 일어나서 잠깐 화장실로 가서 찬 물에 세수를 했다 

너무 오바 하는게 아닌가 싶기도 한데 그래도 저런 미인들한테 걱정도 받아보고 

이렇고 저런 옷 입고 다니는 것도 보고 있자니...


김대리가 자리를 비우고 테이블에 여성들은 꽤나 당혹스럽다 

마키나 의 가상현실, 리앤 의 취조, 엔젤 의 정신감응 등 여러가지로 미루어 봤을 때 여성에게

전혀 면역력이 없는 건 알고는 있었는데 몸으로 저렇게 까지 반응할 줄은 전혀 예상치 못했다


"우와~ 대리라는 사람 너무 심한 거 아냐?"


"생각보다 많이 심하긴 하네... 이러면 생각한 대로 일이 잘 안 풀리겠는데..."


"제가 따라갈까요 사령관님?"


"응 약이라도 챙겨서 봐줄 수 있을까?"


"네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홍련이 자리를 비우고 사령관은 기지개를 피며 하품 하던 도중


"저러면 연애는 커녕 대화 자체도 힘들 거 같은데?"


"그래도 대화는 한 두 마디는 섞었잖아."


"그게 대화야? 그냥 들으면서 예~ 예~ 만 하는데."


"사람이 순하고 착한 거 같긴 해서 다행인데... 너무 순하네."


"저건 순한 게 아니지."


"그래서 천아는 어때? 대리님."


"어떻긴 뭘 어때 들었으면서 대화도 제대로 안되고 눈도 제대로 안보고 답답해 장화가 차라리 더 낫겠다~"


"거기서 나는 왜 걸고 넘어져."


"말이 그렇단 거지 너무 예민하게 받아준다?"


"또 또 싸우려 하고 그만!"


"네 네~"


".....응"


"술이라도 먹여볼까..."


방에 도착한 김대리는 침대에 불 꺼진 방 안에서 눈 뜬 채로 가만히 누워있다.

오지도 않는 잠을 자려 하던 도중 노크 소리가 들린다.


"들어오세요."


"몸은 좀 괜찮으신가요? 약 가져왔어요."


"아.... 감사합니다 예..."


홍련이 가져온 약을 건네 받고 어색한 침묵이 흐른다 

약 만 주고 가는 게 아니었나...?


"저기 뭔가 하실 말씀이라도...?"


"대리 님에겐 저희가 어떻게 보이시나요?"


"어.... 그게..."


이거 위험한 타이밍 같다. 말 한 번 잘못하면 게임 오버 되는 심지어 세이브도 로드도 없는....

신중하게 대답해야 하나 아니면 그냥 입 발린 말? 대체 뭐라 말해야 할까....

홍련 과 잠깐 시선이 마주치니 아무래도 그녀는 내 대답을 듣기 전에 나갈 생각은 없어 보인다.


"그러니까 그... 예 매력적인 여성 분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알겠습니다 갑작스런 질문에 답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외모 만으로 사람 본다고 막 ㅈ간 이라고 취급하고 그런 거 아니겠지?

아무리 생각해도 인간이라 생각한다고는 너무 뻔해서 말 못하겠고... 아 지금이라도 무를까 

근데 뭐라고 말해....

그렇게 낙담하며 암울한 미래를 생각하고 있을 때 패널로 다시 한 번 지옥으로 초대장이 왔다.


-대리님 밤에 시간 비워주실 수 있으세요?


아 오늘 따라 엄마 아빠 더 보고싶네 진짜...


"됐다 메세지도 봤고 좀 있다 카페 아모르 에서 보면 되겠다~"


"주인님 아직 인간 분이 오신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너무 믿으시는 건..."


"알파도 다 봤잖아? 대리 님 정신상태랑 오늘 카페 호라이즌에서 어땠는지"


"많이 유약하신 분 같았는데... 그래도 혹시 몰라요 항상 경계는 해야..."


"그래도 조금 있다 보면 확실히 알 수 있겠지."


"주인님이 그렇게 말씀하시면... 알겠습니다 대신 무조건 곁에 리리스 씨를 두셔야 해요?"


"알았어 알았어~ 그건 그렇다 치고! 알파는 어때 어때?"


"네?"


"알파도 대리 님 딱 봤을 떄 느낌이 좀 왔을 거 아냐~ 어때?"


"글쎄요... 아직 대화도 제대로 못해서 말씀 드릴게..."


"딱 첫 인상만 첫 인상!"


"첫 인상만 말해보라 하신다면... 그러네요... 맹수들을 만난 초식동물..?"


"아하하핳 왜~?"


"그게 지휘관들 눈치도 엄청 보고 저나 사령관 님도 필요 이상으로 경계하는데..."


"하는데?"


"뭐랄까... 조금 귀엽게 보일지도..."


"어머."


사령관실에선 이렇게 여자들끼리 도란 도란 화목한 이야기가 오고 가는 도중이지만

정작 이야기의 당사자는 그 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쓰려오는 속에 복통을 호소하며 침대에 누운 채로 

조금 씩... 눈물을 흘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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