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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빠서 복붙도 못하는 나...

전체적으로 여기저기 많이 수정 중이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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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일행이 먼저 수송차량에 도착했지만 사령관과 리리스는 보이지 않았다.

닥터는 직감했다. 에스트로겐과 테스토스테론의 극한상황을.

 

“콘챠 언니, 우리 먼저 출발해도 돼?”

 

“먼저 가게요 닥터? 그래도 주인님을 기다리는게 좋지 않을까요?”

 

“3주 만에 하는 거라서 좀 오래 걸리지 않을까? 감기 걸리기 전에는 오겠지.”

 

“... 전 여기서 223조랑 기다리다가 복귀할게요.”

 

“들었죠? 출발합시다!”

 

브라우니들은 하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콘스탄챠의 싸늘한 표정과 분위기에 입을 다물었다.

 

“출발하겠슴다!”

 

수송차량이 먼지를 일으키며 출발한다.

먼저 떠나는 차량을 보며 브라우니8833은 생각했다.

 

‘존나 부럽다’

 

223분대는 사령관과 리리스가 돌아올 때까지 꽤 긴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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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수송차량 안에서 1호는 잠들어 있다.

닥터는 동면하는게 아닐까 조금 의심하였다.

 

수송차량은 한없이 흔들렸지만 일정한 리듬을 가지고 흔들린다.

몸을 맡기고 있으면 잠들지 못할 것도 없다.

 

오히려 몸을 맡기면 잠이 안 들기가 어렵다.

요람 속의 아기의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수송칸에 함께 탄 브라우니 둘은 이미 잠들어 있다.

잠들지 않은 것은 닥터 뿐이다.

 

길은 어느새 숲길을 벗어나고 평야다.

지는 석양빛이 닥터만을 비추었다.

 

닥터가 1호의 볼을 찔러본다.

딱딱했다. 생기라곤 없다.

 

이번에는 손가락 끝으로 앙상한 손가락을 지긋이 눌러본다.

당연하게도 딱딱했다. 닥터의 손가락에도 흙이 묻어났다.

 

1호는 닥터의 방해에도 잠에서 깨지 않았다.

얼마 전까지 울며 소리지르던 표정과 달리 아주 평온해보였다.

 

흙이 묻은 손가락으로 닥터는 다시 1호의 볼을 찔러본다.

1호의 볼에 흙이 조금 묻어난다. 평온한 표정이다.

 

닥터는 수송차량의 프레임에 기대 1호의 표정을 천천히 감상하였다.

흔들리는 수송차량은 오르카호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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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호? 도착했어.”

 

닥터가 1호를 흔들어 깨운다.

 

“으음... 제가 잠들었었나요...?”

 

“정말 잘 자던걸?”

 

“도착한 건가요?”

 

“아직 수송선 타고 조금 더 들어가야 돼.”

 

“오르카호가... 배였군요.”

 

“흐흐. 보면 알아.”

 

“처음 보면 놀라지 말입니다.”

 

브라우니 3138이 웃으며 말한다.

 

“자 손잡아줄게. 어서 내려와.”

 

1호가 발을 내딛는다.

모래가 퍼석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바다가 넘실거리며 파도로 변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여기가 바다군요.”

 

“역시 처음 보는구나?”

 

“네, 아는 것과 보는 것이 다르다지만. 말할 수 없는 느낌이 들어요.”

 

“그럼 잠깐 걸을래?”

 

수송선 앞에서는 이리저리 실랑이가 벌어지고 있다. 임펫의 얼굴이 사색이 되어 있다.

아무래도 사령관이 오지 않은 것이 문제 된 듯 하다.

 

“우리 사령관 올 때까지 산책 좀 하고 올게요~ 얼른 가자.”

 

“아, 앗. 네.”

 

닥터가 1호의 손을 이끈다.

둘은 어딘가로 도망치듯 모래사장 위를 뜀박질 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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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자기소개 다시할래?”

 

“네?”

 

“나는 특별형 독립 기술 개발용 바이오로이드 닥터야. 한마디로 천재야! 지금은 오르카호의 수석 AGS 기술개발 담당자지!”

 

닥터가 허리에 손을 올리고는 우쭐대며 말한다.

 

“네에... 그렇군요.”

 

“이제 네 차례야.”

 

“어... 제 차례라고 해도... 전 1호에요. 자매들의 맏언니에요. 지금은... 아니지만.”

 

“자매들 얘기 해줄 수 있어?”

 

“아... 음. 네. 해드릴게요. 우린 여덟 자매였어요. 모두 같은 유전자를 가진 쌍둥이 자매. 모두 똑같이 생겼지만 성격은 조금씩 달랐고 조금이지만 키도 달랐어요. 제가 언니지만 3번째로 컸어요. 또 6호랑 7호는 머리카락을 묶고 다니는 걸 좋아했고, 3호는 단발이 예뻤어요. 서로 둥글게 앉아서 머리를 빗겨주기도 했고...”

 

1호는 기쁜 듯이 말을 이어가다 입을 다물었다.

파도 소리 사이로 훌쩍이는 소리가 들려온다.

 

“자매들을 많이 사랑했구나.”

 

“오랜 시간 동안 홀로 깨어있었어요. 자매들도 너무 오랜 시간 홀로 잠들어 있었고요.”

 

“4호 얘기, 물어봐도 돼?”

 

“닥터는... 알고 싶은게 많군요?”

 

“어, 그게 미안. 안 말해줘도 돼.”

 

“아니에요. 누군가랑 대화하는 거, 너무 오랜만이라서 저도 좋아요.”

 

닥터가 올려다본 1호의 얼굴에는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눈물이 닥터가 묻힌 흙을 씻어내고 있다.

 

“조금 오래전에, 처음에는 2호의 건강이 많이 안 좋아졌어요. 그때는 몰랐지만 지금은 알아요. 2호의 장기가 많이 손상됐었죠. 모든 자매들이 2호를 위해서 연구소의 자료를 읽기 시작했어요. 연구소의 치료 기계를 기동시키고 조작하는 데만 1년이 꼬박 걸려서 2호는 치료 기계 없이는 생활할 수 없게 됐어요. 그다음부터는 7호, 8호, 3호가 차례대로 건강이 나빠졌고... 연구소의 치료 기계로는 감당할 수 없는 상태가 됐어요. 그래서 처음에는 2호가 잠에 들었어요. 아주 느렸지만 자매들이 연구소의 자료를 이해하고 있었으니까, 언젠가는 치료할 수 있을 거라 믿었어요. 그러다 ‘새까만 기계들’이 연구소로 들어왔어요. 처음에는 자매들과 함께 물리칠 수 있었지만 점점 수가 많아지고 저희가 어쩔 수 없는 상태가 되버렸어요.”

 

“철충. 우린 철충이라고 불러. 오르카호도 철충과 싸우고 있어.”

 

“그랬군요... 역시 그 녀석들을 모두 없애려고 ‘그랬던’ 거군요.”

 

“...폭격은, 너희들이 있는지 몰랐어.”

 

“괜찮아요. 닥터의 잘못이 아닌걸요.”

 

1호의 입술이 파르르 떨린다.

닥터는 더 말을 하지 않았다.

 

“그, 까만 기계들을 피해서 자매들은 연구소를 버리고 도망쳤어요. 사실은 전 이미 알고 있었어요. 잠든 2호를 깨우고, 2호를 업고, 저 방공호에 도착했을 때 2호는 너무 차가웠어요. 그래도 자매들 중에서 제가 제일 똑똑했으니까, 다들 눈치채지 못 했을 거예요.”

 

1호가 억지로 미소를 지어보였다.

 

“1호...”

 

“방공호에 도착한 다음부터 차례차례 자매들이 잠들었어요. 가끔 침입해오는 새까만 기계들과 싸우다 다친 자매들도 많았어요. 식량을 구하러 나갔다가 7호도 크게 다쳤었고... 그리고 저와 5호와 4호가 아직 깨어있을 때, 이번에는 4호가 쓰러졌어요. 저는 두려웠어요. 그때는 5호도 건강이 안 좋았거든요. 그래서, 처음으로 제 손으로 4호를 ‘치료’하기로 마음먹었어요.”

 

“...”

 

닥터가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둘은 줄곧 천천히 걸어가던 걸음을 멈추고 대화를 이어갔다.

 

“4호를 만났다면 아실 거에요. 전 실패했어요. 4호가 어떤 실험을 당했고 어디가 문제인지는 연구소의 자료를 읽어서 알고 있었어요. 하지만 그걸 안다고 고칠 수 있다고 생각한 건 제 오만이었고요.”

 

“자료...? 그 자료 아직 있어? 어쩌면 4호를...”

 

“이젠 없어요. 몇몇 개는 너무 오래돼서 고장나버렸고 몇몇 개는 까만 기계들과 싸울 때 부서졌어요.”

 

“그, 그럼 4호를 ‘치료’할 때 뭘 했는지 알려줘! 뭔가 할 수 있을지도 몰라!”

 

“... 4호는 계속 뇌파 신호가 약해지고 있었어요, 마치 잠들려는 것처럼. 그래서 전 4호를 억지로 깨워 놓은 거예요. 기계 칩들을 사용해서 머리에 계속 신호를 줬어요. 닥터, 닥터는 천재니까 제가 무슨 짓을 한지 알고 있죠?”

 

닥터는 자신을 바라보는 1호의 눈을 애써 피했다.

닥터는 모래사장을 내려다보며 대답했다.

 

“... 죽어가는 뇌를 전기 신호로 억지로 살렸어.”

 

“저도 처음에는 몰랐어요. 성공한 줄 알았거든요. 그래서 실패했지만요. 치료 이후에도 4호는 생각보다 오래 ‘살아있었어요.’ 어느 날부터 잠드는 시간도 길어지고 몸에 대한 통제력을 잃고는 했어요. 점점 환각을 보는 시간이 길어지고, 어느 날 2호가 잠든 냉동장치를 새까만 기계로 착각한 일이 있었어요. 그 일 뒤로 4호는 방공호를 떠났고, 다시는 보지 못했어요.”

 

닥터는 또다시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하나만 더 물어봐도 돼?”

 

“네 닥터. 전 이 시간마저 즐거워요.”

 

“넌 어떻게 지금까지 ‘살아’있는거야?”

 

“...닥터, 제가 왜 맏언니인지 아시나요? 그건 제가 바로 ‘완성체’이기 때문이에요. 제 몸에는 모든 자매들의 기술이 하나로 합해져 있어요. 다른 모든 자매는 ‘의도적’으로 실패되었지만 저는 오로지 성공만을 위해 만들어졌는걸요. 그래서 지식도 자아도 힘도 능력도 모두 갖추고 있는 건 저밖에 없었어요.”

 

“넌, 넌 전자칩이 있구나. 넌 ‘바이오로이드’가 맞구나.”

 

“실험이 성공하고 삽입되었지만요.”

 

“...차라리 잘 됐어.”

 

닥터가 조용히 말했다.

 

“네?”

 

닥터가 1호를 돌아보며 말한다. 마치 춤을 추듯 백사장 위에 자신의 발자국을 남긴다.

 

“1호, 이제 슬슬 돌아가자. 오빠 슬슬 왔을거야. 오르카호 보면 정말 놀랄걸? 오르카호에는 여러 바이오로이드들이 있다구. 일단 들어가면 소완 언니한테 가서 밥해달라 그러자. 또 오드리 언니한테 가서 옷도 만들어달라 그리고...”

 

“닥터.”

 

1호가 부드럽지만 단호한 어조로 말한다.

 

“전 3호가 보고 싶어요.”

 

파도가 철썩이는 소리만이 들려온다.

닥터는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

오르카호의 스틸라인 내무반. 이번 임무에 참가했던 2개 분대 모두가 임펫 중사 앞에서 열중쉬어 자세로 고개를 숙이고 있다.

임펫 중사의 표정이 어둡다.

"야, 내가 이해가 안 되서 그래. 니들 임무가 뭐야?"


"구역 탐색 및 사령관 각하 호위입니다."


"잘 아네."


임펫 중사가 긴 한숨을 내쉰다.


"근데 왜 그랬어."


"..."


"그 때 무슨 생각을 했을 거 아니야."


레프리콘 대신 입을 다물고 있던 브라우니가 말했다.


"그... 그러니까 블랙 리리스 경호 대장님이 옆에 계시니까... 괜찮을 줄 알고..."


"야, 경호 대장님이 어디 소속이야?"


"...컴패니언임다."


"근데. 니들 지금 경호 대장님한테 니들 임무 짬 때린거야?"


"아님다!"


"아니긴 뭐가 아닌데!  이러면 스틸라인 체면이 뭐가 돼? 경호 대장님이 지키면 니들은 사령관님 안 지켜도 돼?"


""아님다!""


임펫 중사 앞에 서 있던 모두가 한 입으로 말한다.


"어 그래 사령관 동지가 먼저 가랬으니까 먼저 올 수 있지. 근데 왜 보고를 안 해, 어? 사령관이 늦으면 늦는다고 보고를 해야 할 거 아니야! 니들은 보고체계가 없어?"


"현장에 계신 콘스탄챠님도 괜찮다고 하셔서..."


"야! 니들이 배틀 메이드야? 왜 '나'한테 보고를 안 했냐고 묻잔아!"

........

임펫 중사의 분노는 쉽게 사그라들지 않았다.

브라우니 8833은 생각했다.

'각하가 시킨건데 왜 우리한테 지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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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읽어도 되는 작가의 말


사족을 쓰면서 군대 생각이 좀 많이 났습니다. 

이것저것 필요없는 파트를 많이 빼서 아마 다음 편에 완결을 낼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