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음


 아름답게 꾸며진 갑판 위에서 벌여진 결혼식. 그날밤 사령관과 부사령관의 격렬한 하루를 라이브로 시청한 바이오로이드들은 축배를 벌였고, 그리고 마치 기다렸다는 듯 결혼식에 대한 안건이 올라오자 그녀들은 자진하여 공사에 투입하였다.

 

 그 엄청난 열의와 실행력에 두 인간은 감탄을 내질렀고, 동침한 지 하루 만에 결혼하게 되었다.

 

 여기까지가 리리스가 알아낸 정황이었다.

 

 “그래서 사실대로 말해봐요. 정말 우연히 주인님께서 사령관과 동침하게 되었고, 다음날 바로 식을 열기 위해 준비가 다 되었다? 아무리 바이오로이드들이 자진했다지만 적어도 사령관의 결재가 있어야 할 텐데요?”

 “저는 그저 우연히 본 다툼으로 인한 예측을 폐하께 전했을 뿐이랍니다.”

 

 식당에서 워울프와 페로가 다투는 것을 아르망은 우연히 목격하게 되었다. 다양한 출신의 바이오로이드들이 있는 오르카 호인 만큼 이런저런 시비가 있기도 했지만 다툼까지 번지는 일은 없었다.

 

 그렇기에 아르망은 그녀들의 다툼 이후를 예측하고, 이에 책임을 느낀 부사령관이 결국 사령관과 동침을 맺을 거란 결과를 사령관에게 보고하였을 뿐이다.

 

 “그러니까 결혼식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된 건 그쪽이 꾸민 게 아니라 사령관이 벌인 일이라는 건가요?”

 “어디까지나 폐하의 의지였을 뿐, 제가 개입한 일은 없습니다.”

 “어차피 계획하지 않아도 사령관이 벌일 일도 예측해서 그런 게 아니고요?”

 “저는 두 폐하의 행복을 바랄 뿐이랍니다.”

 

 사랑스럽게 웃음을 흘리는 아르망에게 리리스는 어처구니없어하더니 한숨을 쉬었다.

 

 “뭐, 언젠가 벌어지긴 할 일이기도 했고, 주인님께서 행복하시니까. 이번엔 넘어가 드리도록 하죠.”

 “감사합니다, 리리스 님.”

 “이번뿐이에요. 다음에도 주인님을 끌어들인다면 가만두지 않을 테니.”

 

 감히 하찮은 간계에 부사령관을 끌어들인 게 괘씸했지만, 웨딩드레스를 입고 누구보다 행복하게 웃던 부사령관의 모습을 떠올리니 끌어 오르려던 게 진정되었다.

 

 “이 좋은 날에 괜히 화를 낼 필요는 없죠, 리리스 경호 대장님.”

 

 옆에서 시라유리가 끼어들지만 않았으면 말이다.

 

 “그쪽만 없었어도 충분히 기분이 풀렸을 텐데요.”

 “오르카 승선원이면 누구라도 하객으로 참석할 수 있죠.”

 “그런데 굳이 제 옆에 와야 했을까요, 쥐새끼처럼.”

 “저도 경호 대장님처럼 이번 일에 대해 궁금했기 때문이랍니다. 그리고 마침 경호 대장님이 아르망과 같이 있었고요. 이러면 이유가 될까요?”

 “정말 주인님의 결혼식만 아녔어도 가만있지 않았을 텐데.”

 

진심으로 아쉬운 얼굴로 리리스는 주먹을 몇 번 펼쳤다 쥐었다 반복하였다.

 

 그녀가 마음먹는다면 진짜로 일을 벌이고도 남을 바이오로이드지만 부사령관이 싫어할 걸 알기에 분을 삭일 뿐이었다. 시라유리와 아르망도 그걸 알고 있기에 딱히 긴장할 필요가 없었다.

 

 “그나저나 두 분께서 결국 결혼하게 되셨네요.”

 “사령관 폐하께서 부사령관 폐하께 마음을 가지셨다는 건 다 아는 사실이니까요. 단지 부사령관 폐하께서 마음의 벽이 가로막고 계신 게 안타까울 따름이었죠.”

 “그건…….”

 

 리리스는 차마 아르망이 한 말을 부정할 수 없었다.

 

 단순히 인간이라는 이유만으로 자기보다 아름답고 능력이 뛰어난 바이오로이드들에게 높은 지위를 받은 것에 부사령관은 심적으로 부담감을 가지고 있었다. 같이 발견된 사령관처럼 초인적인 전술전략 능력도 없고, 가진 거라고는 할아버지의 예언서와 그가 남긴 유산뿐이었다.

 

 그랬기에 부사령관은 열심히 일했다. 부사령관이라는 직위를 받은 이상 자신이 오르카에서 필요 없는 존재가 되기 싫어 잡다한 일들은 물론 오르카 내부 업무 대부분을 처리하였다.

 

 혹시라도 있을 일을 위해 지휘관들에게 군사 지식을 배우고, 어느새 사령관을 대신해 어느 정도 지휘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모의전에서 레오나를 상대로 10번 중 4, 5번 정도 이길 수 있을 정도였다.

 

 그럼에도 자신이 부족하다고 자격지심을 느끼며 필사적으로 일에 매달리는 부사령관의 모습을 볼 때마다 리리스는 마음이 아팠다.

 

 “부사령관님은 너무 열심이셔서 걱정이지 뭔가요. 애초에 저희(바이오로이드)가 존재하는 이유가 인간을 돕기 위해서인데 말이죠. 멸망 전의 인류처럼 부리셔도 될 텐데.”

 “그건 어르신의 방침 때문이었습니다. 주인님은 물론이고 어르신의 집안 분들은 바이오로이드를 하나의 인격체로 대해주셨고, 가족처럼 지냈으니까요.”

 “좋은 가문이셨군요. 부사령관 폐하께서 대단한 이유가 있었네요.”

 “흐응~, 주인님이 대단하신 건 당연하답니다, 아르망 양.”

 

 아부인 걸 알면서도 부사령관과 그녀의 집안을 칭찬해주는 아르망의 말에 리리스는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폐하께서 너무 무리하시는 게 아닌가 싶어요. 지금도 하고 계신 업무가 많으신데 쉴 생각을 하지 않으시니 혹시라도 쓰러지지 않을까 걱정되는 게 있죠. 결혼식이라도 치르시지 않았다면 당장 업무에 복귀하셨을 거예요.”

 “아르망 양 당신, 설마 주인님을 위해서……?”

 “폐하께서 쉬시는 동안 조금이라도 부담을 줄여볼 수 없을까요?”

 

 아르망이 싱긋 미소를 짓자 리리스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생각이에요. 나중에 혼나는 한이 있어도 셋이서 주인님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면 그걸로도 가치 있으니까.”

 “……저기요, 혹시 저도 들어가는 건가요?”

 “그러면 여기까지 듣고서 그냥 가실 생각이셨나요? 사령관한테 쓸데없는 말을 전한 건 눈 감아드릴 테니 그쪽도 힘 좀 보태시죠.”

 “후후, 역시 눈치채셨나 보네요.”

 “컴패니언의 눈은 오르카 어디에나 있답니다.”

 

 후후후, 미소 짓고 있지만 시라유리는 식은땀을 흘렸다. 예상했다는 듯이 답했지만 사실 리리스가 말해줄 때까지 자신이 그녀의 감시망에 걸렸을 거란 걸 눈치채지 못했다. 아무리 오르카 내부라지만 080기관 소속인 자신조차 깨닫지 못하다니 상당히 놀라울 따름이었다.

 

 그만큼 멸망 전 개체 블랙 리리스가 가진 힘은 대단하다는 거였다. 그날, 부사령관이 조금이라도 권력욕이나 흑심이 있었다면 지금쯤 어떻게 되었을까. 시라유리는 굳이 생각하지 않았다.

 

 “뭐, 좋아요. 이참에 부사령관님한테 눈도장 받는 것도 나쁘지 않죠. 그럼 같이 일하게 된 김에 하나만 물어봐도 될까요?”

 “주인님에 대한 곤란하거나 민감한 질문이 아니라면 답해주도록 하죠.”

 “그런 건 아니니까 걱정하지 마시죠. 그냥 부사령관님은 어떻게 발견되었는지 궁금하거든요. 마침 리리스 경호 대장님께서 구출하셨다면서요?”

 “공석도 아니고 사석에서 굳이 직위는 붙이지 말도록 하죠. 아무튼, 주인님이 어떻게 발견되었냐고요? 그건 말이죠.”

 

 리리스가 시선을 돌려 어느 한 곳을 바라보자 시라유리와 아르망도 그녀를 따라 보았다.

 

 “오늘은 짐의 권속들이 바친 공물이 한가득이구나! 마음껏 먹고 즐기는 거다!”

 

 그곳에는 뷔페식을 한가득 담긴 접시에 코를 박듯이 먹어 치우는 LRL이 있었다. 리리스는 그런 LRL을 피식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

 

 “LRL, 저 아이가 가지고 있던 좌표를 통해 우연히 주인님을 발견할 수 있었죠.”

 “LRL이 말인가요?”

 “어떻게 저 아이가 폐하의 위치를 알 수 있었나요?”

 

 전혀 생각지도 못한 대답에 아르망도 궁금해졌는지 그녀도 리리스에게 물었다.

 

 “저 아이의 역할은 등대지기로 밤마다 불빛을 비춰주는 것이었죠.”

 

 지금으로부터 약 100여년 전. LRL은 바이오로이드답게 충실히 등대를 지키는 명령을 수행해왔다. 물론 아무리 바이오로이드라지만 평생 등대에서 지낼 순 없었기에 다른 기종이나 인간과 교대하였다. 하지만 철충 사태가 터진 이후로 외곽의 등대에 신경 쓸 상황이 없어졌고, LRL은 그대로 등대에 방치되고 말았다.

 

 그렇게 여느 때처럼 밤이 되면 불을 밝히고 하염없이 교대 인원을 기다리던 어느 날, 이상한 슈트를 입은 노인이 그녀의 앞에 나타났다.

 

 “네가 좌우좌구나! 반갑구나, 라붕 할아버지라 부르렴!”

 “좌우좌요? 제 이름은 LRL인데요.”

 “Left Right Left니까 좌우좌지. 그리고 LRL보단 이게 더 친숙하지 않느냐, 우좌야.”

 

 Long Range Light의 LRL인데, 라고 따졌지만 자신을 라붕이라 소개한 노인은 그다지 신경 쓰지 않고, 자기 할 말만 하였다.

 

 “아무튼, 우좌야. 네가 맡은 임무가 등대를 지키고, 밤에 불을 밝히는 게 맞느냐?”

 “네, 그리고 다른 분과 교대해야 하는데 언제부턴가 아무도 오지 않더라고요. 혹시 라붕 할아버지가 제 교대자인가요? 그러면 그 이상한 차림은 뭔가요? 등대에서 일하기엔 불편해 보이는데.”

 “크흠, 불쌍한 녀석. 안타깝게도 나는 교대하러 온 사람이 아니란다. 그리고 이건 휩노스 병에 대처하기 위한 복장이란다. 대부분의 전파를 외부에서 차단해줄 수 있어서 아직까지 내가 살아있을 수 있는 거지.”

 “휩노스 병이요?”

 “그런 게 있단다. 아무튼, 우좌야.”

 

 친근하게 굴던 노인은 분위기를 잡더니 진지하게 말을 이었다.

 

 “내가 전국 연안의 등대를 둘러보았지만 좌우좌가 있는 등대는 여기뿐이더구나.”

 “그, 그게 정말인가요?”

 “그래. 그러니 우좌에게 내 한 가지 부탁할 게 있단다.”

 

 노인은 자기 품에서 고급스런 다이어리를 꺼냈다.

 

 “이걸 맡아주었으면 하구나.”

 “이게, 뭔데요?”

 “여기에는 할아버지의 손녀가 잠들어있는 위치가 적혀 있단다. 물론 우리 손녀 말고도 식량이랑 자원도 가득 보관해둔 좌표가 있고 말이다.”

 “그걸 왜 저한테 주시는데요?”

 

 LRL은 순수하게 질문했다. 어린아이의 순수한 질문에 노인은 어떻게 답해주어야 할까, 수도 없이 고민해왔지만 언제나 나왔던 대로 답하였다.

 

 “언젠가 우좌 너를 구해줄 이들이 오면 그걸 전해주렴. 그 부탁을 하고 싶구나.”

 “전해주라니요? 그럼 할아버지는요?”

 “나는 함께 갈 수가 없어. 내 나이가 지금 아흔이 넘었어요.”

 

 이윽고 노인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LRL은 그가 직감적으로 떠날 것을 느끼고 그의 다리에 매달리다시피 잡았다.

 

 “시, 싫어요! 가지 말아주세요. 저 혼자만 남기지 말아요!”

 “예끼! 누가 평생 여기에 우좌만 남긴다고 했냐. 괜찮다, 이 라붕 할아버지가 이미 구조요청을 보냈으니 조만간 구조대가 올 거다.”

 “정말요? 그럼 할아버지가 같이 있어 주세요!”

 “그러고 싶지만 나는 볼일이 있어서 가야만 한단다.”

 “그럼 저도 같이 가요!”

 “우좌야.”

 

 훌쩍 눈물을 흘리기 시작한 LRL의 시선에 맞춰 노인은 무릎을 굽혔다.

 

 “어우, 삭신이야. 나이도 나이인지라 거시기하구만. 아무튼, 우좌야. 너는 그동안 맡았던 대로 등대를 지키고 불을 밝혀주렴. 구조대가 밤에도 길을 잃지 않게 네 힘이 필요하단다.”

 “하지만 이제 혼자는 싫은데…….”

 “……미안하구나.”

 

 짧게 사과를 마치고 노인은 다시 일어났다.

 

 “우리 손녀가 살아남을 방법이 이것뿐인 걸 어쩌겠느냐.”

 

 그렇게 한 마디를 남기고 노인은 등대에서 사라졌다. 노인이 등대에서 나간 후 LRL은 다시 혼자가 되었지만 그래도 예전처럼 절망스러워하진 않았다. 그가 구조대를 보낼 거란 희망은 품을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고, 수년이 지나감에도 구조대는 오지 않았다.

 

 내일이면 올 거야. 할아버지가 약속했으니까, 내일이면 올 거야. 그렇게 자신을 위로하며, 시간이 무려 100년이 되어갔을 무렵, LRL은 라비아타가 이끄는 저항군에 구조되었다.

 

 “그렇게 LRL에게 건네받은 좌표를 통해 주인님의 위치를 특정할 수 있었어요. 그때 라비아타 통령은 시간이 100년이나 지났으니 주인님이 죽었을 거라 여겼죠.”

 

 그리고 등대를 임시기지로 거점을 안정화시킨 뒤 해당 좌표로 탐색을 보낼 예정이었다. 그런데 우연이었을까, 얼마 지나지 않아 에바에게서 받은 인간의 신호와 노인이 적은 좌표의 거리가 그리 멀지 않았었다.

 

 그리고 해당 좌표에 리리스가 나섰고, 지금의 부사령관을 찾게 되었다.

 

 “그런 일이 있으셨군요.”

 “LRL이 안 됐군요. 기대하고 있었을 텐데, 100년이나 지났다니.”

 “예, 그래서 주인님도 유독 LRL을 챙겨주고 계시죠.”

 

 100년이나 희망고문을 당했을 만큼 그녀가 입었을 마음의 상처는 말로 할 수 없을 것이다. 구조대가 올 거라고 약속한 라붕이를 원망해 다이어리를 찢어버렸을 법도 한데 라비아타가 발견하였을 때만 해도 상당히 관리를 잘 받았는지 멀쩡했었다고 한다.

 

 아무리 부사령관과 자기 자매들 외에 관심 없어 하는 리리스도 LRL에겐 감사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네요. LRL에게 좌표를 줬다는 건 그, 어르신께선 부사령관님이 어디에 계셨는지 알고 있었다는 거지요?”

 “그렇군요. 리리스 님은 폐하를 모셨던 만큼 어르신과도 안면이 있었을 텐데. 리리스 님은 들으셨던 게 없으셨나요?”

 “그, 그게…….”

 

 리리스가 마지막으로 본 라붕이는 죽음을 기다리는 노인이었다. 그는 앞으로 휩노스 병으로 인류가 멸망할 것이고, 라비아타가 저항군을 이끌 거니 그곳에서 자기 손녀를 찾아달라고 처연하게 리리스에게 애원하였다.

 

 한낮 바이오로이드에게 이런 모습을 보이지 말라고 하였지만 힘없는 노인은 그저 부탁할 뿐이었다. 손녀는 살아있을 거라고. 어디에 있는지 모르지만, 꼭 찾아서 지키라고 하였다. 리리스 또한 그녀를 소중히 여겼기에 살아있을 거라고 여기며 라붕이의 부탁대로 저항군에 합류해, 100년이란 시간 동안 자신의 주인을 찾아 헤맸다. 설령 죽었으면 시체라도 찾을 수 있기를 바라면서.

 

 그런데 라붕이는 처음부터 부사령관의 위치를 알았고, 그걸 LRL한테 건넸는데 정작 리리스는 그것도 모르고 100년 동안 삽질하고 있었다?

 

 “…………씨발 이 망할 노인네가!”

 “지, 진정하세요, 리리스!”

 “이 좋은 날에 부사령관 폐하께서 놀라시겠어요!”

 

 당장이라도 눈이 돌아가 버릴 뻔했지만, 부사령관이 언급되자 씩씩 거리면서도 리리스는 어떻게든 분을 삼켰다. 아무리 억울하고 열 받지만 누구보다 가장 행복하실 그녀의 사랑스런 주인께 폐가 될 수 없으니까 말이다.

 

 화를 삼키기 위해 리리스는 포도주 한 병을 병째로 들이마셨다. 평소라면 보이지 않았을 경박한 행동이었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진정될 것 같지 않았다. 두 바이오로이드도 그걸 아는지 병째로 마시는 것까진 뭐라 하지 않았다.

 

 “후우, 추태를 보였군요. 죄송하게 되었습니다.”

 “아니에요. 그, 아무튼 리리스 님은 어르신께 들으신 게 없으신 거겠죠……?”

 “네에. 그렇게 되는군요.”

 

 뿌득. 다시 라붕이의 이야기가 나오자 리리스는 이를 갈았다. 지금은 진정된 것 같지만 다시 터지는 게 아닐까 불안하긴 하지만, 두 바이오로이드는 여기까지 와서 이 의문을 남겼다간 쉽게 잘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렇다면 왜 어르신은 리리스한테 알려주시지 않은 걸까요? 저항군의 수장인 라비아타 통령도 아셨었으면 그녀한테 전달할 수도 있었을 텐데.”

 “혹시 어르신께서는 예지를 하셨던 게 아닐까요?”

 “예지요?”

 “어째서 어르신은 LRL에게 손녀의 위치가 적힌 소중한 다이어리를 주었을까요? 그건 그녀가 100년 뒤 구출되고, 100년이 지나서야 손녀가 안전해질 수 있다고 생각하셨던 게 아닐까요?”

 “억측이군요. 예지라니, 그런 게 가능할 리가.”

 “제게 충분한 자료와 근거만 주어진다면 저는 미래 예지에 가까운 결과 예측이 가능하죠.”

 “그건 당신이 바이오로이드라서 가능한 게 아닌가요?”

 “그리고 본래 바이오로이드는 인간을 모방하여 만들어진 존재지요.”

 

 예로부터 미래를 보아 예언가라 불린 인간들이 있었다고 한다. 대다수는 사기다, 엉터리다 등 거짓으로 증명되었지만, 현재 과학으로도 증명할 수 없는 특이한 케이스가 몇몇 있었다.

 

 그리고 어차피 우주에서 온 전파로 인류가 멸망하였고, 외계 생명체에게 지구가 점령당한 편에 진짜 미래를 볼 수 있는 인간이 있다고 해서 그다지 이상할 것도 없었다.

 

 “어르신께선 저처럼 조잡한 연산 능력이 아닌 진짜로 미래를 예지하신 거예요. 리리스 님이나 라비아타 님께서 폐하를 구하셔도 철충에게서 지키실 수 없으셨을 겁니다. 육지에 있는 한 철충은 인간을 끝까지 쫓을 테니까요. 하지만 100년 뒤에는 오르카가 있죠. 철충은 바다에 접근하지 않으니까. 그리고 철충을 상대로 효과적인 작전을 펼칠 수 있는 사령관 폐하가 나타난 것도 마침 그 시기이기도 하군요.”

 

 즉, 하고 아르망은 앞에 놓인 음료수로 목을 축이고 말을 이었다.

 

 “부사령관 폐하를 지키면서 사령관 폐하와 맺음으로써 인류를 복원하시려는 게 어르신의 목적이 아닐까요?”


라붕이: 아니, 그냥 원작 보고 때려맞힌 건데;; 그런 거 아니야;;



커미션 완성된 부사령관과 리리스. 덤으로 여기저기 사고 치는 라붕이와 피해받는 부사령관님!


의식의 흐름으로 어쩌다 보니 아르망과 시라유리, 리리스가 원작의 3얀 대신 3인조가 됐는데 만약 부사령관이 남자였으면 진짜 오르카 혁명 일어났을지도 모르겠네